[일요시사 취재2팀] 박정원 기자 = 절기상 입춘이었던 지난 4일, 퇴근길 고속도로 진입로에서 발생한 사고 현장을 목격하고 자신의 일처럼 수습을 도운 한 운전자의 사연이 전해져 훈훈한 감동을 주고 있다.
5일 온라인 커뮤니티 ‘보배드림’에는 ‘어제 저녁 구리포천 고속도로 진입로 사고 수습 이야기’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작성자 A씨는 지난 4일 오후 6시15분경 잠실대교를 지나 구리포천 고속도로로 향하는 램프 구간에서 발생한 스타렉스 차량의 단독 사고를 목격했다.
A씨에 따르면 당시 스타렉스 차량 한 대가 도로 결빙(블랙아이스)으로 미끄러지며 갓길에 충돌해 있었고, 차량 파편이 도로에 널려 있었다. 운전자는 앳된 모습의 20대로 보였으며, 사고 충격으로 울음을 터뜨리며 공황 상태에 빠져 있었다.
A씨는 즉시 자신의 차를 안전한 곳에 정차한 뒤 현장으로 달려갔다. 그는 “운전자가 외상은 없었으나 ‘괜찮으세요?’라는 말에 눈물을 터뜨리고 손을 벌벌 떠는 등 경황이 없어 보였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A씨는 침착하게 119에 신고한 뒤 수신호로 뒤따르는 차량을 유도해 2차 사고를 막았다. 동시에 도로에 널브러진 파편을 발로 치우고, 사고 차량에서 흘러나온 기름을 구급대원과 함께 닦아내는 등 현장 수습에 앞장섰다. 운전자를 대신해 회사 관계자와 통화하며 상황을 설명하기도 했다.
문제는 이후 도착한 견인차(레커)였다. A씨는 “사설 보험 차량으로 추정되는 레커가 오더니 다짜고짜 차를 끌고 가려 했다”며 “보험사 접수가 돼있으니 기다려 달라고 했지만, 기사는 소리를 지르면서 납득하기 어려운 설명을 했다”고 말했다.
해당 기사는 소속을 묻는 A씨에게 “내가 보험사 연계 직원”이라고 주장했지만, 명함이나 유니폼 등 신분을 증명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A씨가 충분히 의심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고속도로 사고 발생 시 보험사 직원을 사칭하는 사설 견인차 기사들이 무작위로 접근해 견인하고 난 뒤, 고액의 견인비를 요구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기 때문이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사설 견인 차량들은 사고 차량을 옮기기 전, 차주에게 견인비에 대한 고지와 함께 구난 동의서에 차주의 사인을 받아야 한다.
A씨는 “보험사 직원이라면 로고가 박힌 명함이나 유니폼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다”며 “츄리닝 차림으로 명함도 없이 차를 끌고 가려는 사람을 신뢰할 수 없어 차 열쇠를 내주지 않고 맞섰다”고 밝혔다.
이후 계속된 실랑이 끝에 경찰과 D사 보험사 직원이 도착해서야 상황은 정리됐다. A씨는 현장에 도착한 보험사 직원에게 “유니폼도, 명함도 없이 험한 언행을 하면 누가 협조하겠느냐”며 정중히 항의하고, 사고 차량을 인계한 뒤에야 자리를 떴다.
A씨는 “최초 견인 기사는 보험사 직영 직원은 아닌 것 같고, 아웃소싱(외부 전문 업체 위탁)으로 일하는 사람 같더라”라며 “해당 기사는 ‘다음에 사고 나면 안 걸어준다’며 욕설을 하고 떠났다. 그래서 시원하게 무시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평소보다 퇴근이 40분 늦어졌지만, 기분은 좋았다”며 “아스팔트 위 블랙아이스가 이렇게 미끄러운 줄 처음 알았다. 모두 안전 운전하시라”고 당부도 잊지 않았다.
사연을 접한 누리꾼들은 “어려운 일 하셨다” “고생하셨다, 멋지시다” “어린 친구가 평생 기억할 거다” “남의 일을 자기 일처럼 해주다니 존경한다” “복 받으실 거다” “선생님 덕분에 아직까지 살만한 세상인 것 같다” 등의 반응을 보이며 A씨에게 박수를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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