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삼기의 시사펀치> 호주 16세 미만 SNS 금지, 한국의 선택은?

호주가 지난 10일부터 세계 최초로 16세 미만의 SNS 사용을 전면 금지하는 법을 시행하면서, 글로벌 빅테크 기업과 정부, 시민사회, 학계가 동시에 격렬한 논쟁 속으로 들어섰다. 메타는 이미 13~15세 계정 차단 작업에 돌입했고, 유튜브는 “오히려 더 위험해질 것”이라며 정면으로 반발하고 있다.

호주의 이번 사용 금지 결정은 ‘세계 최초’라는 이유만으로도 충격이지만, 그보다 중요한 것은 이 법 뒤에 숨은 시대적 질문이다. ‘디지털 세대의 안전을 위해 국가는 어디까지 개입할 수 있는가’, 그리고 ‘기업의 자유·아동의 자유·부모의 권리는 어떻게 조화될 것인가’라는 문제다.

이 실험은 단순히 호주의 문제가 아니라, 한국을 포함한 전 세계가 이제 언젠가는 반드시 마주해야 할 선택의 문제다.

호주 정부가 이 법안을 밀어붙인 배경에는 청소년 자살 증가, 알고리즘 중독 문제, 자존감 하락과 불안·우울의 폭발적 증가라는 현실이 자리한다. 애니카 웰스 통신 장관은 “알고리즘이 아이들의 자존감을 무너뜨리고 죽음까지 이르게 했다”고까지 말하며 강력한 개입 필요성을 강조했다.

메타나 유튜브가 제시하는 논리는 다르다. 이들은 플랫폼 내에서 더 안전한 환경을 제공할 수 있다며, 무조건적인 사전 차단이 아니라, 보호장치를 강화하는 방식이 효과적이라고 주장한다. 특히 유튜브는 “로그인을 막으면 아이들은 계정 없이 더 위험한 방식으로 사용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콘텍스트 없이 노출되는 영상, 콘텐츠 추천 필터 부재, 시청 기록이 남지 않아 부모 통제가 불가능하다는 우려는 현실적이다. 플랫폼을 몰아내는 방식의 규제가 오히려 음지화·비가시화라는 역효과를 낳을 수 있다는 지적은 충분히 검토할 만한 가치가 있다.


그러나 기업의 반발에는 또 다른 숨은 층위가 있다. 아동·청소년은 모든 플랫폼의 미래 사용자이며, 해당 집단 이탈은 장기적으론 시장의 축소를 의미한다. ‘청소년 보호’를 내세운 기업의 우려 속에는 사실상 ‘미래 매출 기반 유지’라는 이해관계가 숨어 있는 것이다.

이런 이해관계가 법제도의 판단을 흐려서는 안 된다. 국가의 규제는 기업의 수익보다 시민 보호에 우선해야 한다는 점은 너무나 자명하다.

그렇다고 호주의 방식이 완전한 정답인가 하면, 그렇지도 않다. 이 법은 지나치게 단순하고 지나치게 직접적이다. 규제를 사실상 ‘연령 차단’에만 맡긴 구조는 청소년들의 우회 사용을 막기 어렵고, 부모의 관리 권한을 오히려 축소시키며, 플랫폼 간 정책 불균형을 초래한다.

로블록스·왓츠앱·핀터레스트가 적용 대상에서 빠져 있다는 점도 논리적이지 않다. 알고리즘 중독을 문제 삼았지만, 게임·메신저 기반 플랫폼의 알고리즘 역시 SNS 못지않게 강력하다. 또 AI를 통한 나이 조작·가짜 신분증 업로드 확산이 이미 예상되는 상황에서 기술적 우회는 시간 문제다.

정부가 플랫폼에 모든 책임을 전가하는 방식도 구조적으로 지속 가능하지 않다. 메타가 지적했듯이, 앱스토어·통신사·정부 시스템 전반이 연령 관리 체계를 통합 구축하지 않는 한 연령 검증의 실효성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호주 법이 주는 가장 중요한 메시지는 분명하다. “더 이상 알고리즘의 무책임함을 방치할 수 없다”는 국가적 선언이다. 호주는 위험을 감수하더라도 먼저 금지라는 강수로 방향을 연 국가고, 그 실험은 전 세계가 참고하게 될 것이다.

뉴질랜드·덴마크·프랑스·스페인 등 여러 나라가 이미 비슷한 조치를 검토하고 있다. 디지털 세대 보호는 이제 기술 논쟁이 아니라 사회적 합의의 영역으로 이동했고, 정부는 더 이상 ‘방관적 자유주의’에 머물 수 없다.


그렇다면 한국은 무엇을 해야 하는가. 한국은 호주의 법을 그대로 가져올 수 없다. 한국의 청소년은 전 세계에서 SNS 사용률이 가장 높은 세대고, 학교·또래 문화·정보 접근이 이미 SNS 중심으로 재편된 지 오래다. 무조건적 차단은 청소년을 오히려 사회적 단절로 몰아넣을 가능성이 크다.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이 취약한 현실에서 차단만 강화하면 아이들은 음지 플랫폼·비공식 커뮤니티로 이동할 뿐이며, 이는 보이지 않는 위험을 키운다.

또 부모의 관리 권한이 약화되면, ‘가정 기반 보호’라는 가장 중요한 장치가 무너진다. 무엇보다 한국은 SNS가 학교폭력·비방·성 착취 등 문제와 밀접하게 연결돼있기에, 차단보다는 ‘책임 구조의 재설계’가 훨씬 더 시급하다.

필자가 보기에 한국이 가야 할 길은 호주식 총량 규제가 아니다. 한국은 연령 차단보다는 연령 검증 고도화, 부모 관리권 강화, 플랫폼 책임 강화, 알고리즘 투명성 의무화, 청소년 보호 모드의 법적 표준화, 학교·가정·플랫폼의 3자 공동 관리 모델 구축이라는 복합적 접근이 필요하다.

특히 알고리즘 투명성은 더 이상 선택이 아니라 필수다. 어떤 영상이 왜 추천되는지, 어떤 경로로 민감 콘텐츠가 노출되는지, 어떤 위험이 감지됐는지에 대한 설명 의무가 부과되지 않는 한 청소년 보호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디지털 중독을 개인 책임으로 떠넘기는 시대는 끝났다. 플랫폼 구조가 문제를 만들었으면, 구조를 바꾸는 것이 해법이 돼야 한다. 플랫폼은 단순한 서비스가 아니라, 청소년의 일상과 정서, 정체성을 형성하는 ‘환경’이기 때문이다.

한국은 ‘디지털 아동권리법(가칭)’을 새로 설계해야 한다. 연령별로 다른 권리를 부여하고, 디지털 환경에서의 안전·접근·자기결정권을 분리해 명확히 규정하며, 플랫폼·정부·학교·가정에 각각의 역할과 책임을 부여하는 프레임이 필요하다.

지금처럼 개인과 가정에만 책임을 떠넘기거나 기업의 자율 규제에 의존하는 방식은 이미 실패했다. 한국은 스마트폰 보급률 94%, SNS 사용률 OECD 최고 국가라는 특수성 때문에 오히려 가장 먼저 정교한 법적 기준을 만들어야 할 나라다.

호주의 강수는 위험하지만 의미가 크다. 청소년을 시장 논리의 보호막 없이 던져놓는 시대는 끝났다는 선언이며, 알고리즘의 무제한 확장을 첫 번째로 제동 건 사례다. 한국도 이 신호를 외면해서는 안 된다. 다만 한국은 호주보다 더 복잡한 환경, 더 높은 SNS 의존도, 더 다양한 위험 구조를 갖고 있기에 금지라는 외과적 처방보다 정교한 재설계라는 내과적 처방이 필요하다.

필자는 한국이 ‘청소년 보호 대책을 위해 무엇을 금지할 것인가’보다 ‘청소년이 안전하게 성장할 수 있는 디지털 환경을 어떻게 설계할 것인가’라는 질문으로 패러다임을 전환해야 한다고 본다.

안전은 차단이 아니라 설계의 문제며, 호주의 선택은 그 설계의 첫 신호탄일 뿐이다. 한국이 지금 해야 할 일은 ‘금지냐 허용이냐’의 이분법을 넘어 청소년의 일상을 보호할 수 있는 지속 가능한 디지털 사회 계약을 재정의하는 일이다. 

<skkim596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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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동발’ 한국 경제 파장 막전막후

‘중동발’ 한국 경제 파장 막전막후

[일요시사 취재1팀] 한상진 기자 = 미국이 이스라엘과 함께 이란을 공격하기로 결정하고, 지난달 28일 실행에 옮겼다. 이 같은 결정 배경에는 여러 가지 이유가 복합적으로 작용했다. ‘이란 핵 보유 가능성 차단’ ‘이란 정권교체’ ‘중동지역 미국 영향력 강화’ ‘석유 패권 우위’ 등이다. 아울러 이란 석유의 상당 부분을 수입하는 중국 견제 효과까지 노린 것으로 보인다. 미국은 지난해부터 이란과 8차례에 걸쳐 핵 협상을 진행했다. 이란 측에서 트럼프정부에 큰 사업적 이익을 제안하기도 하면서 상당한 진전을 봤다는 평가도 나왔다. 하지만 이란이 핵 능력에 대한 완전한 포기를 약속하지 않으면서, 미국은 이란 수뇌부 제거 없이는 이를 달성하기 어렵다고 판단한 것으로 해석된다. 이란 공습 이틀 후인 지난 2일(현지시각) 37년간 이란 최고 지도자로 군림해 온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가 사망했다. 공습 결정 여러 요인 하메네이는 지난 1979년 이슬람 혁명 이후 혁명수비대 및 국방 관련 요직을 거치며 권력기반을 다졌다. 이후 국회의원과 이슬람공화당 지도부를 역임했고, 지난 1981년 대통령에 선출돼 두 차례 연임하며 정치적 입지를 강화했다. 그는 엄격한 이슬람 율법에 따라 대내적으로 여성, 종교적 소수자를 탄압하며 억압적인 정책을 펼쳤다. 이란 내에서 발생하는 시위에 대해서도 잇달아 강경하게 진압했다. 지난 2009년 강경파인 마무드 아마디네자드가 대통령으로 당선되자 반발하는 시위를 비롯해, 지난 2022년 히잡을 제대로 쓰지 않았다는 이유로 붙잡힌 22세 쿠르드족 여성 마흐사 아미니가 의문사하며 촉발된 대규모 반정부 시위 등을 강경하게 진압했다. 특히 올해 초 대규모 반정부 시위에서는 이슬람혁명수비대(IRGC)와 바시즈민병대를 동원해 무차별적 유혈 진압을 밀어붙였다. 이 시위는 이란 핵개발에 따른 서방의 제재가 수년간 이어지며 경제난이 누적됐고, 테헤란 상인들의 항의가 대규모 반정부시위로 번진 것이었다. 이란 당국은 이 사태로 인한 사망자를 3117명으로 집계했지만, 외부에서는 3만명 이상이 사망한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하메네이의 사망으로 이란 내 정치 지형은 크게 변할 것으로 보인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군사행동이 끝난 후 이란인들에게 “여러분의 정부를 장악하라”고 촉구했다. 미국이 직접 나서 정권교체를 하는 것은 아니지만, 올해 초 있었던 대대적인 반정부 시위의 불길이 다시 붙으면 친미 정권 수립으로 이어질 것이라 기대하는 분위기다. 트럼프정부는 글로벌 에너지 패권을 추구하고 있다. 이번 공습으로 이란산 원유에 대한 일정한 영향력을 갖게 될 가능성이 있다. 베네수엘라산 원유처럼 직접 모든 것을 통제하지는 않더라도, 향후 이란의 정치적 주도권을 잡는 세력이 원유 문제에서 미국의 영향력을 받아들이는 방식으로 타협할 가능성이 크다. 미·이 전쟁 여파 국내 강타 금융, 산업 등 전방위 요동 이렇게 되면 이미 세계 최대 산유국인 미국은, 세계 최대 석유 매장량을 보유하고 있는 베네수엘라에 이어 중동지역 원유 생산에도 관여하게 된다. 석유수출국기구(OPEC)를 훨씬 넘어서는 시장 영향력을 갖게 되는 것이다. 미국·이스라엘과 이란 간 전쟁은 우리 경제 전반에 큰 영향을 끼쳤다. 우선 증시가 크게 출렁였다. 지난 3일 코스피가 역대 최대 낙폭(452.22포인트)을 기록했고, 상장사 전체 시가총액은 하루 사이 377조원 넘게 줄었다. 주요 코피스 종목도 일제히 하락세를 보였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유가증권시장 시가총액은 이날 종가 기준 4769조4000억원으로 전 거래일인 지난달 27일 대비 376조9396억원 감소했다. 삼성전자는 시가총액이 전 거래일 대비 약 126조6803억원 감소했다. 주가는 이날 9.88% 급락하며 5거래일 만에 20만원 선을 내줬다. SK하이닉스도 100만원 선이 깨지며, 시총이 86조9497억원(11.50%) 줄었다. 이 밖에 현대차(-11.72%), LG에너지솔루션(-7.96%), 삼성바이오로직스(-5.46%) 등 주요 기업들의 시총 감소분이 상대적으로 컸다. 반면 방산주는 급등하는 모습을 보였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주가가 19.83% 오른 143만2000원, 한화시스템은 29.14% 오른 14만6700원을 기록하며 사상 최고가를 경신했다. LIG넥스원은 11.15% 오른 68만8000원을 기록하며 상한가에 거래를 마쳤다. 이날 코스피 지수는 투자심리가 악화하며 7.24% 급락한 5791.91에 거래를 마쳤다. 유가증권시장에서는 외국인이 5조1708억원을 순매도하며 지수를 끌어 내렸다. 기관도 8817억원 매도 우위를 보였다. 미국과 이란의 전면전 여파로 인한 불안감이 이날 장 마감까지 이어지며 매도세를 자극한 것으로 보인다. 이날 유가증권시장에서는 외국인이 5조1708억원을 순매도하며 지수를 끌어 내렸고, 기관도 8817억원 매도 우위를 보였다. 미국과 이란 전쟁의 여파로 인한 불안감이 이날 장 마감까지 이어지며 매도세를 자극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로 인해 지난 3일과 4일 이틀 연속 매도 사이드카(프로그램 매도호가 일시중지)가 발동되기도 했다. 금융권 직격타 코스피 매도 사이드카가 발동된 건 지난달 6일 이후 한 달 만이다. 지난 4일 오전 9시25분 기준 코스피 지수는 189.43포인트(3.27%) 내린 5602.48에 거래되고 있다. 지수는 199.32포인트(3.44%) 내린 5592.59에 개장했다. 코스닥지수는 35.83포인트(3.15%) 내린 1101.87에 거래 중이다. 지수는 전날보다 25.62포인트(2.25%) 내린 1112.08에 개장했다. 환율 역시 급등했다. 미국·이스라엘의 이란 공습 이후 중동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위험 자산 회피 심리로 원·달러 환율이 한때 1500원을 돌파했다. 1500원 돌파는 지난 2009년 금융위기 이후 17년 만이다. 4일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보다 12.9원 오른 1479.0원에 개장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이날 오전 0시20분쯤 원·달러 환율이 야간 거래에서 심리적 저항선인 1500원을 넘어섰다. 환율은 1506원까지 올랐다가 다시 1500원 밑으로 하락했다. 미국·이스라엘의 이란 공습으로 시작된 중동 사태가 장기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자, 안전자산 선호 심리가 강화돼 환율이 급등한 것으로 풀이된다. 국내 산업계도 고환율에 따른 환경 변화에 촉각을 세우고 있다. 통상 원·달러 환율이 오르면 수출 단가 측면에서 이익을 줄 수 있지만, 원자재 수입 가격 상승과 결합할 경우 실질적인 부담이 커지게 된다. 반도체와 조선 업종은 단기 방어가 가능하다는 평가가 나오지만 항공과 철강은 비용 부담이 직격탄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수출 주력 품목인 반도체의 경우 현재 시장의 공급 제약 국면이 지속되고 있다. 이에 따라 원가 상승 일정 부분을 제품 가격에 반영할 수 있는 상황이다. 조선의 경우 수주 산업인 만큼 이미 3년치 이상의 일감을 확보하고 있어, 고환율 영향은 적을 것으로 보인다. 기존에 수주한 선박을 건조해 선주사에 인도하는 구조라, 이미 3~4년치의 수주 잔고를 확보한 상태다. 따라서 현재 환율 흐름에 큰 영향을 받지 않는다. 아울러 조선 업계 특성상 달러로 수주 계약을 체결하기 때문에 단기적 관점에서 환율 상승은 실적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 자동차의 경우 양날의 검이다. 미국 수출 및 매출이 늘어나고 있어 달러 강세가 수익성 개선으로 이어질 수 있는 반면, 자동차 한 대에 수백개 이상의 부품이 들어가는 만큼 원자재 부담이 상존한다. 다른 업종 대비 상대적으로 부담은 덜하지만, 역시 환율 시장의 상황을 예의주시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업종 별로 희비 교차 항공의 경우 항공기 리스료, 정비료 등 주요 비용이 달러로 결제되는 만큼 업계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특히 3~4월은 항공업계 전통적 비수기다. 개학과 함께 공휴일이 적어 여객 수요가 일시적으로 둔화되기 때문이다. 항공기 이용률이 낮은 상황에서 환율 상승은 수익성 악화로 이어질 수 있다. 아울러 소비자 부담도 확대돼 수요 위축이 나타날 수 있다. 보통 항공사들의 유류할증료는 1개월 시차를 두고 항공권 가격에 반영된다. 다음 달에 항공권을 구매할 경우 인상된 유류할증료가 적용될 가능성이 있다. 철강업계는 중동 정세 불안으로 인해 에너지 가격이 크게 상승하는 가운데, 고환율 부담까지 겹치며 이중고를 겪고 있다. 철강은 업종 특성상 환율 상승으로 수입 원자재 가격이 올라도 이를 철강 제품 가격에 즉시 반영하기 구조다. 그만큼 수익성이 악화할 수 있다. 정유업계에는 환율 상승이 단기적으로는 긍정적이다. 달러 상승에 따라 비용이 증가하지만, 수출할 때에도 높아진 달러가 적용돼 비용 부담이 상쇄된다. 특히 이전에 저렴하게 사들인 원유에 대한 재고 평가이익 인식은 재무적 개선으로 이어진다. 원유 재고 평가이익은 정유사가 보유한 원유(재고) 가치가 시세 변동으로 장부상에 이익으로 올라가 실적에 반영되는 현상을 뜻한다. 유가 상승 시 저가로 산 원유 가치가 올라가는 것이다. 기름값도 급등세를 보였다. 지난 4일 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시스템 오피넷 자료에 따르면 이날 오후 7시 기준 서울 지역 휘발유 평균 판매가격은 전날보다 L당 56.9원 오른 1845.4원으로 집계됐다. 서울 휘발유 평균 가격이 1800원을 넘어선 것은 지난해 12월18일(1802.7원) 이후 약 2개월 반 만이다. 주가·환율·유가 변동 산업계 직결 모건스탠리 “수출지향 한국 더 민감” 같은 기간 전국 평균 휘발유 가격 역시 L당 61.6원 상승한 1784.6원을 기록했다. 경유 가격 상승 폭은 더 컸다. 서울 지역 경유 평균 판매가는 1811.2원으로 전날보다 103.8원 뛰었다. 전국 평균 경유 가격도 1741.8원으로 하루 만에 1700원을 돌파했다. 싱가포르 석유 제품 시장가에 연동된 국내 주유소 가격은 통상 2∼3주 차이를 두고 국제 유가 변동이 반영된다. 다만 전쟁 확산 우려 등에 따라 주유 수요가 늘고 환율 변수까지 겹치면서 가격 상승 압력이 더욱 커지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달 28일 미국·이스라엘이 이란과의 전쟁을 시작한 이후 국제 유가는 빠르게 상승하고 있다. 지난 2일 이란혁명수비대(IRGC)가 호르무즈 해협 통과를 시도하는 선박을 공격하겠다고 공식 경고하면서 호르무즈 해협이 사실상 봉쇄됐기 때문이다. 호르무즈 해협은 전 세계 원유 물동량의 약 20%를 차지하고 있다. 정부도 미국·이스라엘과 이란 간 전쟁을 틈타 기름값을 과도하게 올리는 주유소들을 제재하기 위해 ‘최고가격 지정’ 작업에 착수했다. 주유소 담합 조사 등 시간이 필요한 조치에 앞서, 즉각적인 가격 통제에 나선 것이다. 또 주유소 담합 적발 시 ‘가격 재결정 명령’을 내리기로 하는 등 유가 잡기 총력전에 나섰다. 구윤철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지난 5일 민생물가 특별관리 관계 장관 태스크포스(TF)를 주재하고 ‘중동 사태에 편승한 시장교란 행위 근절 방안’ 등을 논의했다. 구 부총리는 이날 “현재 국내 석유류 수급 상황은 안정적이며 국제 가격의 국내 반영 시차 등을 고려할 때 아직 국내 가격에 실질적 영향을 줄 시점은 결코 아니다”며 “석유류 최고 가격의 지정 등을 포함해 가능한 모든 행정 조치를 활용해 철저히 대응하겠다”고 강조했다. 이는 앞서 이재명 대통령이 임시 국무회의에서 석유 판매가격의 최고 가격 지정을 지시한 데 따른 후속조치다.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한 가운데, 미국 투자은행 모건스탠리는 수입산 석유·가스 의존도가 높은 아시아 국가들이 전쟁에 따른 경제적 여파가 심각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특히 한국 경제가 중국보다 원유·천연가스 가격 상승에 따른 하방 위험에 노출돼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지난 2일(현지시각) 모건스탠리의 아시아 수석 이코노미스트 체탄 아야 등은 전날 보고서를 통해 이같이 전망했다. 보고서는 “아시아 국가들은 제조업 비중이 높고 수출 지향 경제인 만큼 유럽이나 미국에 비해 유가 변동에 더 민감하다”고 설명했다. 이러다 진짜 대전 터지면… 이어 석유·가스 무역적자 수준을 근거로 한국을 포함해 태국·대만·인도 등이 상대적으로 성장 측면에서 하방 위험에 노출돼있다고 지적했다. 다만 “이번 전쟁에 따른 아시아의 전체적 여파는 유가 상승 수준과 고유가 지속 기간에 달려있다”면서 “현재까지는 관리할 수 있는 수준”이라고 진단했다. <jins.h@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