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시사 취재2팀] 김준혁 기자 = ‘이춘재 연쇄살인’ 9차 사건의 용의자로 몰려 가혹행위를 겪은 뒤 끝내 병으로 숨진 고(故) 윤동일씨가 재심에서 무죄 판결을 받았다. 지난 1992년 유죄 확정 이후 33년 만이다.
30일 수원지법 형사15부(부장판사 정윤섭)는 윤씨의 재심 선고공판에서 “공소사실을 입증할 증거가 없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경찰에서 한 자백 진술은 불법 구금과 강압 수사 정황이 있는 점을 고려하면 신빙성이 없다”며 “재심 판결을 통해 많이 늦었지만, 이미 고인이 된 피고인이 명예를 회복하고 고통받았을 유족들에게 조금이나마 위로가 될 수 있길 바란다”고 밝혔다.
이날 고인의 친형인 윤동기씨는 피고인석에 앉아 판결을 들었다. 선고 이후 그는 “오늘 무죄 선고가 났으니 동생도 떳떳한 마음으로 홀가분할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선고해주신 판사님과 검사님들께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앞서 윤씨는 지난 1990년 11월15일 발생한 이춘재 연쇄살인 9차 사건의 용의자로 지목돼 불법 연행됐다. 그는 가족과 연락이 끊긴 상태에서 잠 안 재우기·폭행 등 고문을 당하며 허위 자백을 강요받았다.
수사기관은 DNA 검사 결과 범인이 아니라는 사실을 확인했지만, 비슷한 시기에 발생한 별건의 강제추행치상 혐의로 재판에 넘겼다. 이후 1991년 4월 수원지법은 그에게 징역 2년6개월에 집행유예 3년형의 유죄를 선고했다.
윤씨는 항소했으나 모두 기각돼 이듬해 형이 확정됐다. 수개월간 수감 생활을 마친 그는 출소 10개월 만에 암 진단을 받았고 지난 1997년, 26세의 나이로 사망했다.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는 지난 2022년 12월, ‘이춘재 연쇄살인’ 경찰 수사 과정에서의 부당한 공권력 행사와 사건 은폐 의혹을 조사한 결과 “윤씨를 포함한 용의자들에 대해 광범위한 인권침해가 있었다”고 발표했다.
법원은 “과거사위원회의 조사 결과를 포함한 이 사건 기록 등에 따르면, 수사관들이 형사소송법을 위반해 피고인을 불법 구금한 것으로 보인다”며 지난해 7월 재심 결정을 내렸다.
유족 측은 지난 2023년 5월 서울중앙지법에 국가를 상대로 5억여원의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제기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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