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그릇 챙기기’ 법조계 법률 플랫폼 그림자

수백억 부어도 찬밥 신세

[일요시사 취재1팀] 김철준 기자 = 생성형 AI의 발전은 모든 업계에 변화를 불러왔다. 하지만 유독 변화를 수용하지 않는 업계가 있다. 바로 ‘법률 업계’다. 대한변호사협회는 변호사 광고 플랫폼부터 생성형 AI까지 리걸테크 기업의 법조계 진출을 거부하고 있다. 리걸테크 기업은 최근 수백억원의 투자를 받았지만 여전히 찬밥 신세인 국내를 벗어나 해외로 나갈 태세다.

법조계에서 법률 플랫폼의 수용으로 인한 갈등이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8년 전 로톡이 출시되면서 시작된 플랫폼 갈등을 넘어 제도권으로 수용하는 과정에서 진통 과정을 직접 경험한 주요 리걸테크 기업들은 해외로 나갈 계획부터 수립한 상황이다.

리걸테크
강력 반발

변호사 광고 플랫폼 로톡을 개발한 로앤컴퍼니는 리걸테크 기업이다. 리걸테크는 법률(Legal)과 기술(Technology)의 합성어로, 인공지능(AI) 기술을 활용해 법률적인 문제 해결을 돕기 위해 등장했다. 리걸테크 기업들은 근로계약서 위험 조항 분석과 변호사 광고 등에 AI 기술을 적용, 다수가 법률서비스를 합리적으로 이용하도록 진입 문턱을 낮추고자 했다.

하지만 대한변호사협회(이하 대한변협)의 강력한 반발에 부딪혀 고초를 겪었다.

로앤컴퍼니가 2014년 출시한 ‘로톡’은 변호사들에게 일정 광고료를 받은 후 법률 자문을 구하는 소비자가 볼 수 있도록 변호사 목록과 광고를 실어주는 리걸테크 서비스다. 법률 소비자 입장에서 영역별 전문 변호사를 쉽게 확인하고 어려운 법률 용어에 대한 해석도 접할 수 있어 유용하다.


대한변협의 생각은 달랐다. 로톡이 광고료를 지불한 변호사를 법률 소비자에게 소개·알선했다며 변호사가 아님에도 법률사무를 취급했다고 주장했다. 이 같은 의견 차이는 2015년 서울지방변호사회가 로톡을 변호사법 위반으로 고발하면서 수면 위로 드러났다.

해당 사건은 결국 무혐의 처리됐지만, 로톡이 판례 수집 과정에서 개인정보를 침해했다는 이유로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혐의까지 추가해 재차 고발이 이뤄졌다. 추가 고발마저 무혐의 처분이 나오자 대한변협은 ‘변호사 광고에 관한 규정’을 개정, 플랫폼 업체에 광고를 의뢰하는 변호사를 징계하는 내부 규정을 만들었다.

이후 로톡을 이용하는 변호사 123인에 대한 징계 절차를 강행했다. 변호사법에 따라 대한변협이 내린 변호사 징계에 대한 이의신청은 법무부 변호사징계위원회가 맡았고, 법무부는 2023년 9월26일 징계 처분을 취소하며 8년간의 기나긴 공방에 마침표를 찍었다.

법무부는 로톡 사태 이후 규제 공백 상태인 변호사 검색 서비스 정착을 위해 후속 조치인 ‘변호사 검색 서비스 운영 가이드라인’을 지난 6월 공표했다. 가이드라인은 총 20개조로 구성됐다. 변호사 검색 서비스의 ▲검색 조건 ▲검색 결과 표시 ▲상담료·보수액 표시 ▲전문 분야 광고 ▲이용자 평가와 후기 등의 규정을 담았다.

로톡과 8년 넘게 협회와 갈등
정부·정치권 중재도 안 통해

구체적으로 출신 학교나 자격시험의 유형, 기수처럼 정형적·객관적·가치 중립적인 정보를 기준으로 변호사를 검색하는 것을 원칙적으로 허용한다. 다만 공직자와의 인맥 지수 등 전관예우 등을 조장할 우려가 있는 검색 조건은 금지했다.

회원이나 유료 회원 변호사 등을 검색 순위 상단에 정렬하거나 글꼴, 글자 크기 등을 두드러지게 표시하는 것은 원칙적으로 허용한다. 다만 같은 유료 회원 사이에서 지급한 광고비 금액을 기준으로 차등을 두는 것은 법률 비용 상승을 고려해 막았다.


수임 전 변호사와의 위임계약 체결 여부를 결정하기 위해 필요한 ‘상담료’ 표시는 허용하되, 구체적인 위임계약 체결을 전제로 실제 법률서비스 제공에 필요한 보수액을 사전에 표시하는 것은 금지했다.

변호사 등에게 ‘전문 분야’를 표방하는 광고 판매를 원칙적으로 허용하되, 각 변호사가 구매 가능한 전문 분야 광고의 개수를 합리적인 범위 내에서 제한하기로 했다. 플랫폼 이용자가 전문 분야 광고의 공신력을 판단할 수 있도록 각 변호사 등이 구입한 전문 분야 광고 목록과 분야별 실적도 공개하도록 했다.

실제로 법률서비스를 경험한 것이 객관적으로 검증된 이용자에 한해 변호사 평가를 플랫폼에 게재할 수 있도록 규정한다. ‘뒷광고’와 ‘음해성 후기’를 방지하기 위함이다. 객관적·정량적 평가가 어려운 법률서비스의 특성을 고려해 별점 등 수치화된 형태의 평가 또는 종합평가를 금지한다.

정치권에서는 관련된 법안이 계속 나오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김영배 의원은 변호사법 23조 1항에 규정된 ‘광고 허용 매체’에 로톡 등 온라인 플랫폼을 추가하는 법안을 대표 발의했다. 기존 법은 신문·잡지·방송·컴퓨터 통신 등으로만 한정했다.

김 의원 등은 지난 21대 국회에서 같은 내용의 법 개정을 추진했으나 임기 만료로 폐기됐고, 22대 국회에서 재발의했다.

다양한
법안 발의

김 의원 측은 온라인 플랫폼을 통한 변호사 광고를 허용해야 법률서비스 시장에서의 정보 비대칭이 해소될 수 있다고 주장한다. 김 의원 등은 “법률 시장에서 온라인 플랫폼 서비스가 활성화돼야 변호사에 대한 충분한 정보가 유통되고, 이를 통해 사건 브로커의 폐단을 없앨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대한변협은 관련 규제를 풀어주려다 되레 사건 브로커를 양성화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이들은 “변호사법 23조는 사건 브로커가 기생할 소지를 제거하기 위해 제정된 것”이라며 “이미 공공성과 공신력이 없는 사무장 등 비(非) 변호사가 온라인 플랫폼이란 형태로 사건 브로커 역할을 하고 있는데, 이를 제한 없이 허용하면 변호사법이 저지하고자 한 사건 브로커를 오히려 공인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온라인 플랫폼의 법적 정의부터 명확하지 않아 규제 완화의 위험성이 크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대한변협은 “온라인 플랫폼은 법령·판례 검색부터 인공지능·빅데이터 기반 법률 전략 수립, 변호사 소개·알선, 형량 예측까지 다양하다”며 “비 변호사가 운영하는 온라인 플랫폼까지 허용돼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조국혁신당 이해민 의원은 인공지능을 활용한 법률서비스를 육성하고 국민들의 알 권리를 증진하기 위한 ‘법률정보기술산업 진흥 및 법률 소비자 편익 증진에 관한 법률안(이하 리걸테크진흥법)’과 ‘법원조직법 일부개정법률안(이하 법원AI공개법)’을 대표 발의했다.


리걸테크진흥법은 정부가 진흥 계획을 수립해 공공 데이터 개방, 전문 인력 양성, 창업 및 해외 진출 지원 등을 체계적으로 지원할 수 있도록 법적 기반을 담았다. 현재 주요 선진국에서는 AI 소송 예측이나 법률 문서 자동 작성 지원 같은 혁신 서비스가 빠르게 확산하고 있지만, 국내 리걸테크 기업들은 자동화된 법률정보기술서비스에 대한 명확한 법적 근거가 없어 사업 진입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 의원은 법원AI공개법도 발의했다. 이 법안은 최근 법원이 개발한 유사사건 판결문 추천 AI처럼 AI 기반 재판 지원 기능을 전 국민에게도 공개할 수 있도록 한다. 현재 해당 AI 모델은 지난 1월 개통된 차세대 전자소송시스템 구축사업의 일환으로 개발됐으며 사건번호를 입력하면 유사사건 목록을 추천하는 구조다.

이 의원은 “많은 선진국이 공개된 판결문 데이터와 AI를 접목해 산업 발전과 국민 편익 측면에서 앞서나가고 있다”며 “이 법이 리걸테크 산업을 진흥하고 법률서비스 소비자의 권익을 보호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개혁파와
반개혁파

정부와 정치권에서 리걸테크 기업을 정착화시키려고 노력 중이지만, 법조계에서는 여전히 갈등이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리걸테크 기업이 추구했던 기술을 빠르게 받아들여야 한다는 ‘개혁파’와 AI의 할루시네이션 및 왜곡 등이 사회에 악영향을 미친다는 ‘반개혁파가’가 계속 충돌하고 있기 때문이다.

개혁파의 대표 선두는 기술을 통해 큰 성장을 이룬 법무법인 YK와 법무법인 대륜이다. 이들은 대형 로펌의 인적 네트워크나 브로커를 통해 사건이 처리되는 정보가 불투명한 ‘법조인 중심’의 시장에서 AI 기술을 이용한 마케팅과 브랜드로 법률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하며 ‘고객 중심’의 시장으로 돌렸다는 평가를 받는다.


법무법인 대륜 대표변호사들은 지난 29일 ‘대한민국 법조계 개혁과 미래를 위한 대륜의 제언’이라는 입장문을 발표했다.

이들은 “국민에게 법률 정보를 투명하게 제공함으로써 법률 지식 수준을 높이고 국민이 저렴하면서 빠르고 편리하게 수준 높은 법률서비스를 받게 하는 것이 발전에 기여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로펌과 변호사가 더 나은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새로운 아이디어로 정당하게 경쟁할 때 그 혜택은 고스란히 고객에게 돌아간다”며 “이런 경쟁을 인위적인 규제로 가로막는 것은 고객이 마땅히 누려야 할 혜택과 자유로운 선택의 권리를 빼앗는 것과 같다. 법조계의 성장과 발전이 멈추면 그 피해 또한 더 나은 서비스를 받지 못하는 고객에게 돌아갈 수 밖에 없는 것”이라고 기술 도입에 찬성했다.

그러면서 “반개혁 세력은 이 같은 합법적이고 시대에 부합하는 노력마저 조직적으로 매도하고, 심지어 변호사 사회 내부의 불만을 외부 개혁 세력 탓으로 돌리며 책임을 회피하고 있다”며 “지금 그들은 오히려 자유시장 확대를 경계하며 ‘변호사 수 감축’이나 ‘유사 직역 배제’ 같은 비현실적이고 소극적인 주장만 반복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또 “국내 법조시장을 확대하고 변호사에게 더 많은 수익을 제공하려면 관행을 답습하기 보다 시대적 변화를 주도해야 할 책임 있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꼬집기도 했다.

로펌업계 내분 일어
일본부터 진출 시작

반면 정재기 대한변호사협회 부협회장은 온갖 규제로 법률서비스의 발전을 막고 있다는 지적에 대해 “변호사협회는 리걸테크를 반대하는 것이 아니라, 기술의 발전이 수단으로만 쓰여야 한다는 것”이라며 “AI가 법률 문서 작성, 형량 예측 등 법률서비스를 제공할 경우 법치주의의 근간을 흔들 수 있다”고 반박했다.

정 부협회장은 “과거 군사정부에 AI가 나왔다고 하면 입력된 정보를 근거로 유신헌법이 맞다고 판결했을 것”이라며 “반면 호주제 폐지, 간통죄 위헌, 소수자를 위한 판결 등과 같은 획기적이고 사회를 진보시킬 수 있는 판결은 나올 수 없다”고 주장했다.

사법 신뢰의 문제도 우려했다.

그는 “어떤 사람이 AI를 통해 예상한 형량이 1년인데 판사가 징역 3년을 판결한다면 불만을 가질 수밖에 없다”며 “사법을 산업으로만 본다면 우리 사회가 70∼80년간 투쟁해 쟁취한 인권이 무너질 것”이라고 반박했다.

업계에 따르면 리걸테크 기업 로앤컴퍼니는 최근 500억원 규모의 투자 유치를 마무리했다. 국내 리걸테크 투자 유치 금액으로 역대 최대다.

다른 리걸테크 기업 엘박스도 지난달 300억원 규모의 투자 유치에 성공했다. 엘박스 역시 변호사를 겨냥한 AI 보조 솔루션 엘박스AI를 운영하고 있다. 엘박스엔 글로벌 벤처캐피털(VC)인 레전드캐피털이 자금을 넣어 시장의 관심을 받았다. 리걸AI 솔루션 앨리비를 운영하는 BHSN도 최근 100억원 규모의 투자를 받는 데 성공했다.

국내 리걸테크 기업들은 불확실한 규제와 변호사 단체와의 갈등으로 수년간 어려움을 겪었다. 하지만 생성형 AI가 발전하고 1년 전 변호사를 대상으로 한 AI 솔루션 시장이 열린 이후엔 분위기가 달라진 셈이다.

업계에서는 해당 기술을 통해 받은 투자를 통해 국내보단 해외에 우선 투자한다는 계획이 계속 나오고 있다. 국내 리걸테크 기업이 노리는 1차 해외 공략 지역은 한국과 법 체계가 비슷한 일본이다. 일본엔 벤고시닷컴 등 리걸테크 유니콘 기업이 있지만 AI 적용은 상대적으로 늦은 편이다.

투자 받아
해외 진출

로앤컴퍼니는 슈퍼로이어로 일본을 공략할 예정이고, 엘박스도 내년 진출을 준비 중이다. BHSN 역시 일본 법인을 설립하고, 동남아시아를 포함한 아시아권 법률 AI 시장의 선두주자가 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임정근 BHSN 대표는 “미국 AI는 미국 데이터 중심으로 학습돼있다”며 “우린 한국과 일본, 베트남 등 데이터에 강점이 있다”고 말했다.

<kcj5121@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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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 흔든 트럼프 1년 풀 스토리

전 세계 흔든 트럼프 1년 풀 스토리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처음에는 ‘설마, 그렇게까지?’라는 반응이었다. 하지만 불과 1년여 만에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모두가 ‘미친 짓’이라고 말하지만 당사자는 거칠 게 없다는 태도다. 문제는 그 여파가 전 세계로 확산하고 있다는 점이다. ‘지구 대통령’ 도널드 트럼프가 ‘천조국’ 미국을 어디로 끌고 가는 걸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행보가 충격과 경악으로 물들고 있다. ‘이보다 더 놀랄 일이 있을까?’라는 반응이 거듭되는 모양새다. 되짚어 보면 이제 와 말이 안 된다고 하기엔 등장부터 파격적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이 처음 대선 출마를 선언할 당시에는 조롱과 웃음이 난무했다. 하지만 미국은 그를 선택했다. 그것도 두 번이나. 예상보다 더 파격 사실 트럼프 대통령은 첫 임기 때나 지금이나 크게 다르지 않다. 선거 기간 동안 공약으로 내세운 내용은 임기 중에 어떤 식으로든 진행했다. 그 공약이 ‘미치광이’ ‘사이코’ 등의 원색적인 비난으로 이어져도 요지부동이었다. 되레 외부 자극이 커질수록 트럼프 대통령의 행보는 더욱 거칠어졌다. 문제는 그 행보에 전 세계가 영향을 받는다는 점이다. 과거 미국이 ‘유일한’ 패권국으로 군림하던 시기와 비견될 정도라는 말이 나온다. ‘세계의 경찰’로 각국 상황에 관여했던 때보다도 영향력이 크다는 분석도 있다. 그 배경으로 지목되는 게 바로 트럼프 대통령의 행보다. 실제로 트럼프 대통령의 말 한마디에 세계 질서를 유지했던 틀이 무너져 내리고 있다. 대표적인 게 관세 부과에서 비롯된 통상 전쟁과 국제 질서 유지를 내세운 타국에 대한 물리적 개입이다. 두 사안 모두 ‘평범한’ 미국 대통령이라면 생각은 해도 실제로 행하기는 어려운 내용이다. 당장 전 세계의 지도자가 반발할 테고 각국의 이해관계도 복잡하게 얽혀있다. 무엇보다 대통령 자신이 겪어야 할 정치적 리스크가 매우 크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했고 또 하려 하고 있다. 모두가 ‘설마’라고 손사래 치던 일이 실제로 벌어지는 데 걸린 시간은 1년 남짓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재선에 도전하면서 ‘미국 우선주의’를 앞세우며 관세 부과를 예고했다. 캐나다, 그린란드, 파나마 운하 등을 미국 소유로 하겠다는 야욕을 드러냈다. 영토 확장이라는 제국주의 시기에나 빈번하게 일어났던 일을 공언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에게 관세는 ‘무기’나 다름없다. 원하는 것을 얻어내기 위해 상대국에 관세를 부과하는 방법으로 압박을 가하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직후부터 전 세계와 통상 전쟁을 벌이기 시작했다. 특히 미국의 자리를 노리는 중국과는 서로 수천%의 관세를 부과하면서 세계 경제를 흔들었다. 관세 부과로 흔들더니 그린란드로 공포 조장 과거 FTA 체결로 미국과의 무역에서 관세 0%를 유지했던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었다. 우리나라보다 앞서 협상한 일본의 관세 부과율을 기본으로 깔고 조율이 이뤄졌다. 줄다리기 끝에 협상이 타결됐지만 관세 문제는 현재진행형이다. 국가 간 외교에서 불확실성이 해소되지 않은 상황인 셈이다. 전 세계가 통상 전쟁의 여파를 겪고 있는 상황에서 이번에는 영토 확장 문제가 불거졌다. 최근 미국은 베네수엘라에서 군사 작전을 진행해 전 세계를 경악에 빠뜨렸다.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 부부를 미국으로 데려와 법정에 세운 것이다. 표면상으로는 베네수엘라 내부 상황을 언급했지만 속내는 석유라는 말이 나왔다. 베네수엘라는 제1의 석유 매장국이다. 미국이 베네수엘라의 석유 사업을 지배하겠다는 의지를 실행으로 옮겼다는 것이다. 미국이 베네수엘라 석유를 차지하게 되면 세계시장이 요동칠 가능성이 크다. 베네수엘라 석유를 등에 업은 미국이 세계 석유시장 개편에 나설 길이 생긴다. 이렇게 되면 주변국은 물론 산유국은 크든 작든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더 나아가 미국은 베네수엘라 자체를 통치하려는 모습도 보인다. 미국에 적대적인 정권을 몰아내고 권력 지형을 ‘친미’ 또는 친미 우호 세력으로 개편할 것으로 예상된다. 전 세계는 미국의 베네수엘라 군사 작전을 시작으로 보는 시각이 존재한다. 정가에서는 공산 정권을 유지 중인 쿠바가 다음 표적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비판에도 마이웨이 베네수엘라 충격이 가시기도 전에 ‘그린란드’가 화두로 떠올랐다. 그린란드는 덴마크 자치령의 섬으로 한반도보다 9배나 큰 섬이다. 인구가 6만여명에 불과하고 두꺼운 얼음으로 뒤덮인 땅이라 가치 평가가 낮았다. 하지만 최근 들어 온난화로 얼음이 녹으면서 아래에 묻힌 광물을 채취할 수 있는 길이 열렸고 지정학적으로도 좋은 위치라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관심이 커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임기 초부터 그린란드를 미국에 편입시키겠다는 뜻을 감추지 않았다. 사실 트럼프정부 이전에도 그린란드를 미국령으로 하려는 시도는 있었다. 과거 미국정부는 그린란드를 사기 위해 돈을 제시한 적도 있고, 세계 2차대전 기간에는 점거하기도 했다. 하지만 덴마크의 반발, 무엇보다 그린란드 주민의 반대로 이뤄지지 못했다. 그러다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하면서 노골적인 요구가 시작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안보상 이유를 들었다. 그린란드를 지킬 수 있는 건 미국뿐이라고 주장하는 것이다. 하지만 베네수엘라 군사 작전 때와 마찬가지로 트럼프 대통령의 ‘속내’는 그린란드에 묻혀 있는 자원일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외신들은 베네수엘라 군사 작전으로 마두로 대통령 부부를 미국으로 압송하면서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감이 붙은 상태라고 보도했다. 베네수엘라 군사 작전이 국제법 위반이라는 비판이 쏟아졌지만 트럼프 대통령 본인은 ‘승리’라고 평가한다는 것이다. 이는 트럼프 대통령이 그린란드에 무력을 사용할 수 있다는 뜻을 비치면서 극대화됐다. 협상의 기술 자유자재로 트럼프 대통령의 행보에 북대서양조약기구(이하 나토)에 참여 중인 국가들은 일제히 반기를 들었다. 미국과 유럽 간 오랜 시간 유지돼 온 ‘대서양 질서’가 뿌리째 흔들릴 수 있는 상황이 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한발 더 나아가 그린란드에 병력을 파견한 덴마크·노르웨이·스웨덴·프랑스·독일·영국·네덜란드·핀란드 등 8개국에 대해 대미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밝혔다. 관세 부과, 무력 충돌 가능성 등으로 전운이 감돌던 미국과 유럽의 관계는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리고 있는 세계경제포럼 연차총회, 이른바 다보스 포럼에서 출구를 찾는 듯한 모습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1일 자신의 SNS 트루스소셜에 “마르크 뤼터 나토 사무총장과의 매우 생산적인 회담을 바탕으로, 그린란드와 사실상 전체 북극 지역에 관한 미래 합의의 틀을 만들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유럽 8개국을 상대로 다음 달 1일부터 부과하기로 한 관세를 “부과하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적었다. 미국이 그린란드 병합을 위한 무력 사용 가능성을 철폐하면서 상황 반전의 여지가 생겼다. 실제 그의 발언 이후 미국 증시 등은 오름세를 보였다. 전문가들은 유럽의 집단 반발, 금융시장 동요 등이 트럼프 대통령의 한발 후퇴를 이끌었다고 진단했다. 계속 가다간 나토의 내부 분열은 물론 유럽의 실력행사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계산이 선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극단적인 방법으로 전 세계를 공포로 몰아넣고 원하는 것을 취하는 ‘협상의 기술’을 또 사용했다는 말이 나오기도 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다른 나라로부터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 각종 협상 기술을 사용해 왔다. 과도한 관세 부과, SNS 사용 등이 그 예다. 베네수엘라 군사 작전 이어 광물 자원 노리고 장악 시도 그러면서도 전문가들은 아직 갈등의 불씨가 꺼지지 않았다고 분석했다. 무력 사용 가능성을 배제했을 뿐 그린란드에 대한 병합 의지 자체가 꺾인 건 아니라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다보스 포럼에서 진행한 연설을 통해 그린란드 병합의 당위성을 긴 시간을 할애해 설명했다. 그는 그린란드를 ‘전략 요충지’이며 ‘북미 대륙의 일부, 서반구 최북단에 있는 우리의 영토’라고 주장했다. 우리나라는 트럼프 대통령이 만든 ‘불확실성’의 토대 위에서 실리를 찾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좌충우돌’이라는 말로는 부족할 만큼 예측불가의 행보가 계속될 때마다 우리나라 또한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외교에서 가장 중요한 게 미국과의 관계인 만큼 안정화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최근 트럼프 대통령은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전후 관리를 위해 만든 ‘평화위원회’ 가입 초청장을 60여개국에 보낸 것으로 확인됐다. 표면상으로는 가자지구의 평화지만 속내는 국제연합(UN) 등을 대체할 다자간 기구를 만들려는 게 아니냐는 의심이 일고 있다. 캐나다, 프랑스, 영국 등 서방 및 친서방 국가와 러시아, 벨라루스 등이 초청장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나라, 일본, 베트남 등 아시아 국가도 포함됐다. 우리나라 외교부는 지난 20일 “미국 측 초청에 따라 검토 중에 있다”고 밝혔다. 한 언론에서는 우리나라가 평화위원회 가입을 적극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일각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표면상으로는 가자지구 평화를 내세웠지만 실제로는 전 세계 분쟁에 개입할 명분을 만들려 한다는 우려가 나온다. 언제나 영향권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0일(현지시각) 임기 1주년을 맞았다. 불과 1년 만에 트럼프 대통령이 전 세계에 일으킨 풍파는 엄청나다. 앞으로 불어닥칠 태풍의 크기도 도무지 가늠할 수 없는 지경이다. 미국 대통령의 임기는 4년으로 트럼프 대통령은 2029년 1월20일 정오까지다. 아직 3년이나 남았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