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공약’ 연두색 번호판의 허점

시행 1년 반 ‘하나마나’

[일요시사 취재1팀] 김철준 기자 = 윤석열 전 대통령의 대선공약으로 나와 지난해 1월에 시행된 ‘법인차 연두색 번호판’ 제도에 문제가 많다는 지적이 계속 나오고 있다. 다운계약서를 통한 허위 신고나 중고차 구입을 통해 연두색 번호판을 피하려는 행태가 계속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에서는 이에 대한 전수조사에 나서며 엄중하게 처벌한다는 입장을 밝혔지만 근본적인 처벌 정책이 수립되지 않았다는 비판도 계속 나오고 있다.

법인차 연두색 번호판’ 정책을 시행한 지 1년 반이 지났다. 법인차의 사적 유용을 막기 위해 시행된 정책이지만 오히려 법인들은 제도의 허점을 노려 중고 외제차를 구입하거나 다운계약서를 통해 피하고 있는 형국이다.

감액 꼼수

정부는 지난 2024년 1월1일부터 고가의 법인 차량을 사적으로 사용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연두색 번호판 제도를 시행했다. 공공·민간에서 신규 또는 변경 등록한 취득가액 8000만원 이상의 법인 업무용 승용차에 연두색 번호판을 부착하도록 한 것이다.

한국수입차협회에 따르면 지난 2023년 법인 수입차 판매량은 9만4950대로 나타났다. 그중에서도 1억원이 넘는 초고가 법인 수입차 판매량은 절반에 가까운 4만4626대에 달했다.

수입차 브랜드 중 법인 판매 비중이 가장 높은 브랜드는 대당 가격이 수억원을 호가하는 람보르기니였다. 당시 국내에서 판매된 384대 중 법인 구매 비율이 90.3%(347대)에 달했다. 이 밖에도 롤스로이스(87.0%), 벤틀리(75.4%), 마세라티(71.8%) 등의 법인 구매 비율이 높았다.


당시 각종 세제 혜택이 적용되는 법인차를 경영진이 사적으로 사용하고 있다는 논란이 거세졌고 지난 2023년 11월 ‘자동차 등록번호판 등의 기준에 관한 고시 일부 개정안’을 통해 연두색 번호판 제도를 시행하게 됐다.

고가의 차량을 법인으로 구매하는 이유는 차값을 개인이 아닌 법인 비용으로 구입하는 데다 세제 감면까지 받을 수 있다. 회사를 운영하는 사업자의 경우 매출에 따라 부과되는 세금이 달라진다. 연 매출에서 회사 운영 경비를 뺀 금액인 과세표준에 따라 세율이 다르게 적용되기 때문이다.

차량을 법인 명의로 구매할 경우 차량 한 대당 연간 1500만원까지 경비로 처리할 수 있다. 경비 처리된 금액이 늘어남에 따라 연간 법인세를 내야할 과세표준이 줄어들고 결과적으로 법인세를 더 적게 낼 수 있다. 여기에 유류비와 차량 보험료까지 공제된다는 이점도 있다.

법인 수입차 판매량 감소
8000만원 미만 차 등록 증가

카이즈유데이터연구소에 따르면 8000만원 이상 고가 법인 및 사업자 명의로 구매하는 차량의 신차 등록 대수는 2023년 약 6만8000여대에서 지난해 4만8000여대로 28.8% 급감했다. 올해 1~5월 기록을 살펴봐도 전년 동기 대비 13.6% 감소하며 이 같은 내림세를 지속하고 있다. 전체 법인차 중 고가 차량이 차지하는 비율도 지난해 11.5%에서 올해 11.3%로 줄었다.

반면 8000만원 이하 차량의 등록 비율은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 2000~4000만원 구간 신차 등록 대수는 지난해 17만여대로 전년 동기 대비 6.6% 상승했고, 4000~6000만원 구간 신차 등록 대수는 10만6000여대로 전년 동기 대비 7.1% 상승, 6000~8000만원 구간 신차 등록 대수는 5만8000여대로 14.7% 늘었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동향이 보이는 이유로 연두색 번호판 제도의 허점이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출고가와 다르게 계약서와 영수증을 조작하거나 중고차 구입을 통해 연두색 번호판을 회피한다는 것이다.


특히 중고차의 비영업용 법인차 번호판 기준은 ‘취득가’가 아닌 ‘매입가’에 따라 적용되는 만큼 가격 조정만 잘 맞추면 연두색 번호판을 피할 수 있다.

실제로 중고차 매장이나 온라인 거래 플랫폼 등에선 7999만원짜리 외제차 매물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한 중고차 딜러는 “법인 차량을 구매하려는 고객들 중에는 8000만원 내 예산에서 국산 중형 신차보다 외제 중고차가 더 낫다는 인식이 있다”며 “법인 차량의 성격상 외부 시선을 의식하면서도 차량 급을 유지하려는 수요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차량 급 유지하려는 수요 때문”
“정부 전수조사에 어려움 있어”

또 다른 허점은 현행법상 자동차 등록을 ‘신고제’로 하고 있기 때문에 벌어진다. 현행법에 따르면 차량 구매자(법인 포함)는 차를 등록할 때 제조사가 만들어 발급한 차량제작증에 적힌 ‘자동차 출고(취득) 가격’을 ‘신고’하면 그대로 반영되고 있다.

‘자동차 차대번호 등의 운영에 관한 규정’에도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자동차 차대번호 등의 운영에 관한 규정 제2조 제4호에 따르면 차량의 실제 생산 시기와 관계없이 24개월 내에서 생산연도를 늘리거나 줄일 수 있다. 여기에 차량 부식 등의 경우 차대번호의 재부여도 가능하다.

일부 수입차업체가 차량의 주민등록증 역할을 하는 ‘차대번호’까지 변경해 다운계약서용 할인판매의 근거를 만들어낼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A 법인의 ‘M8 쿠페 컴페티션’ 차량의 경우 신규 등록 차량이지만, 국토부에 등록된 모델연도는 2020년인 것이 적발되기도 했다.

자동차보험 가입자를 바꿔치기하는 방식도 있다고 한다. 차량 등록 시 차대번호로 가입된 개인보험 가입증명서를 제출해 개인차량인 것처럼 속여 일반 번호판을 발급받고, 법인 명의로 변경하는 수법이다.

B 딜러사는 “최근 다운계약서 단속이 많아졌고, 처벌이 만만치 않다”며 “차량가액이 다운계약서를 쓰기 어려울 정도로 높은 금액의 경우 차량을 개인등록으로 일반번호판을 받고, 법인보험으로 변경하는 방식으로 출고한다”고 설명했다. 차량등록시 보험가입여부만 확인하는 점을 악용한 것이다.

국토교통부(이하 국토부)는 이러한 허점을 알고 지난해 말 전수조사에 착수했지만 아직 조사 결과는 나오지 않았다.

국토부는 취득 가격은 등록정보를, 기준 가격은 시가표준액이나 보험가액 등을 기준으로 삼아 지난해 등록된 법인 승용차에 대한 전수조사를 진행 중이다.

조사 결과는?

다만 지난해 1∼9월 국내에 등록된 법인 승용차가 30만8881대(카이즈유데이터연구소 집계)에 달하는 등 양이 방대하고, 기준가액을 명확히 하기 어려운 경우도 있어 정확한 조사는 난항을 겪는 것으로 전해졌다.


국토부 관계자는 “편법으로 제도를 우회한 것으로 의심되는 사례가 적발되면 과세 당국이나 경찰에 조사·처분을 요청하는 등 엄중히 대응할 방침”이라며 “조사에 어려움이 많지만 최대한 빨리 마무리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kcj5121@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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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입수> 노상원 수사 기록 ②부정선거에 꽂힌 내막

[단독 입수] 노상원 수사 기록 ②부정선거에 꽂힌 내막

[일요시사 취재1·정치팀] 오혁진·박희영·김철준 기자 = 12·3 내란 사태가 발생한 지 6개월이 지났다. 특검이 출범하면서 관련 수사도 발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현재까지 여러 언론을 통해 핵심 인물들의 수사 기록이 일부 보도됐다. 그러나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에 대한 내용은 구체적으로 언급된 바 없다. <일요시사>는 경찰 비상계엄 특별수사단의 ‘노상원 수사 기록’을 단독으로 입수해 공개하기로 했다. “부정선거 증거가 차고 넘치고 나중에는 드러날 것이다.” 노상원 전 국군정보사령관이 수사기관에 진술한 내용이다. 그가 윤석열 전 대통령과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처럼 부정선거 음모론에 꽂혀 있다는 걸 알 수 있는 대목이다. 노 전 사령관은 윤 전 대통령의 지지자들이 주최하는 집회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했다. 사실상 수년 전부터 망상에 빠져있었다고 볼 수 있다. 같은 생각 노 전 사령관이 윤 전 대통령 지지자들이 주도하는 부정선거 음모론 집회에 참여하기 시작한 건 2년 전부터로 추정된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노 전 사령관 수사 기록에 따르면 그는 부정선거 음모론 집회와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의 집회에 여러 차례 참여했다. 노 전 사령관이 전 목사와 개인적으로 알았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다만 노 전 사령관은 김 전 장관에게 집회에 참여할 때마다 당시 분위기와 참석자들이 윤 전 대통령을 어떻게 생각하는지에 대해 텔레그램으로 자신의 의견을 전달했다. 1년간 ‘극우 집회’를 분석한 노 전 사령관은 부정선거 음모론에 집착하기 시작했다. 그는 “문상호, 정성욱, 김봉규 등과 만날 때 주로 어떤 말을 했느냐”는 경찰 측의 질문에 “선관위를 얘기했는지는 잘 모르겠는데 선관위가 부정선거의 온상이라고 김용현 전 장관이 많이 말씀하셨다. 나에게도 여러 번 선관위의 부정선거에 대해 알아보라고 지시했고 네이버로 찾아도 봤다”고 말했다. “부정선거를 주로 누구에게서 들었냐”는 경찰 측의 질문에는 “관련 집회에 여러 번 참여하면서 들었고 특정 인물이 누구인지 실명을 거명하긴 그렇다. 나도 김 전 장관에게 보고를 해야 해서 스스로 공부도 많이 했다. 여론조사 조작이나 선거 부정은 합리적인 근거가 있다”고 했다. 전 주도 윤 지지자 극우 집회 직접 참석 김과 텔레그램으로 부정선거 자료 공유 노 전 사령관은 부정선거의 근거로 “선관위 산하에 여론조사심의위원회가 있다. 여론조사기관은 여론조사심의위에 등록해야 한다. 여론조사기관의 갑이다. 여론조사심의위원회는 9명으로 위원장 이대영 사무총장과 강성봉 등이고 그 밑에 쭉 있는데 7명이 진보 계열 인물이다. 여론조사기관이 편향되어 있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고 주장했다. 노 전 사령관은 부정선거 음모론자들이 주장하는 임시선거사무소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는 “네이버에 검색하면 다 나오는데 2021년 국회의원 선거 때 동작구 선거사무소가 있는데 옆을 임대해서 임시선거사무소를 만들었었다. 언론에 나오니까 발뺌했었고 김 전 장관에게 보고하자 김 전 장관이 더 많은 자료를 보내 줬었다”고 했다. 노 전 사령관은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이하 선관위)의 부정선거가 확실하다며 “결국에는 다 까질 것이다. 전산은 한 번 까지면 되돌릴 수가 없다. 폭파하거나 고물상에 갖다 버리지 않는다면 전산은 결국 까진다. 북한이 쳐들어온 것도 아니고 서울 상공에 포를 쏜 것도 아니지만 윤석열 전 대통령께서는 선관위의 부정선거가 확실하다고 생각하시고 정국이 전시에 준하는 사태라고 민감한 상황이라고 보신 것 같다. 그런 상황이 아닌데도 그렇게 행동한 건 그만큼 절박했기 때문이라고 본다. 2시간짜리 호소였다. 만약 국회 결정을 윤 전 대통령께서 받아들이지 않았다면 유혈사태가 났을 것”이라고 윤 전 대통령을 옹호했다. 노 전 사령관은 지난해 12월 초, 선관위가 서버 교체를 검토했다가 교체하려 했던 것을 두고 “윤 전 대통령께서 어디에선가 확실하고 핵심적인 정보를 들으셨을 것 같다. 서버 조작이 있었기에 그 서버를 우리가 확보하려 할 때 선관위 측이 폭파했을 수도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의 군검찰·검찰 피의자 신문조서를 보면 윤 전 대통령은 지난해 8월 초 ‘정보사 군무원 간첩 사건 수사 결과’를 보고받는 자리에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대표였던 이재명 대통령을 포함한 정치인 등 인물들에 대해 “비상대권을 사용해 이 사람들에 대해 조치를 해야 한다”며 “현재의 사법체계, 형사소송법, 방탄국회 및 재판지연 아래에선 이런 사람들을 어떻게 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재명 조치’ ‘2시간짜리 계엄’ 겹치는 윤·노 발언 "서버 확보하려 했다면 선관위가 폭파했을 것” 주장 윤 전 대통령이 “비상대권을 사용한 조치”를 언급한 건 한두 번이 아니다. 그만큼 이 대통령과 자신의 의견을 거스르는 인물들에 대한 복수심이 극에 달했던 것으로 해석된다. 이는 노 전 사령관도 마찬가지다. 노 전 사령관은 경찰에 “김용군(대령)과 구삼회 등에게 ‘이재명은 죄가 7개인데 봐주고 지연시키고 구속도 안 되고 당 대표까지 하는데 더불어민주당이 감사원장, 중앙지검장, 판사 등을 모두 탄핵하려고 하는 게 과연 올바른 세상이냐’고 한 적이 있다”고 진술했다. 윤 전 대통령과 노 전 사령관이 언급한 말이 일치하는 건 이뿐만이 아니다. 윤 전 대통령은 지난해 12월12일 “국정원 직원이 해커로서 해킹을 시도하자 얼마든지 데이터 조작이 가능했고 비밀번호도 아주 단순해 ‘12345’ 같은 식이었다”고 주장한 바 있다. 노 전 사령관도 “선관위가 헌법기관인데 스스로 깨끗해야 하거나 아무런 문제가 없어야 하는데 황제·세자 채용 등 문제가 나왔다. 각종 할 수 있는 최악의 것은 다 저질렀다. 그리고 전산 해킹이 언급될 때 서버 본체를 보여준 것도 아니고 일부 샘플만 살짝 보여줬는데 얼마든지 전산 조작이 가능하고 해킹에 얼마나 취약하면 비밀번호가 ‘1234’냐. 이미 그런 게 다 나왔다. 그렇게 떳떳하면 왜 본체를 못 열어주나”고 말했다. 그러나 조태용 국정원장은 같은 해 12월 검찰 조사에서 “선관위 시스템에 보안상 취약점이 발견됐지만, 부정선거에 관한 단서는 전혀 포착하지 못했다”는 내용으로 보고했다고 진술했다. 일각에서는 노 전 사령관이 윤 전 대통령과 직접 비화폰으로 연락을 주고받았을 것이라는 보고 있다. 실제 노 전 사령관도 지난해 12월2일 자신의 지인에게 윤 전 대통령과의 친분을 과시했다. 노 전 사령관은 당시 “나 같은 경우는 브이(V, 윤 전 대통령 지칭)하고 이렇게 좀 도와드리고 있다. 원래 한 4~5년, 3~4년 전에 알았다뿐이고 그래서 이제 뭐 이렇게 여러 가지로 좀 도와드리고 있다. 비선으로”라고 했다. 친분 과시 노 전 사령관은 안산 ‘롯데리아 회동’에 참석했던 구삼회 전 육군 2기갑여단장에게도 “며칠 전에는 김용현과 함께 대통령도 만났다. 갈 때마다 대통령이 나한테만 거수경례를 하면서 ‘사령관님 오셨습니까’라고 한다. 내가 이런 사람이다. 대통령과 장관 같이 만난다. 나는 벌써 여러 번 만났다”고 했다. <hounder@ilyosisa.co.kr> <hypak28@ilyosisa.co.kr> <kcj512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