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특집> 새 대통령에 바란다 - 김현미 독거노인종합지원센터 센터장

“원하는 곳에서 나이 들 수 있길”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얼마 전 ‘대한민국은 끝났다’는 제목의 외국 유튜브 영상이 화제였다. 그도 그럴 것이 통계청에 따르면 2035년 대한민국에는 65세 이상 고령자 가구가 절반을 넘어설 것으로 관측된다. 전체 노인 인구 중 사각지대에 놓인 독거노인이 차지하는 비율 역시 2000년 16.0%에서 2024년 22.1%로 꾸준히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

노인 문제는 인간이 나이를 들어감에 따라 생기는 단순한 현상이 아니다. 고령화는 물론 저출산, 세대 갈등까지, 생애주기 전체에 걸쳐 넓게 퍼져 있다. 빠르게 ‘노인의 나라’를 향해가는 대한민국을 이끌어갈 차기 정부의 역할은 무엇일까? 다음은 김현민 독거노인종합지원센터 센터장과의 일문일답.

-간단한 센터 소개를 부탁한다.

▲빠른 속도로 독거노인이 증가하다 보니까 이들의 고독사가 사회적인 문제가 됐다. 사망 후 일주일, 한 달, 길게는 5년 만에 발견되는 사례도 늘고 있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 보건복지부에서 2011년 1월 센터를 개소를 했다. 현재 노인 맞춤 돌봄 서비스가 전국 어르신 50만명을 관리하고 있고 이런 사업을 수행하는 기관이 전국에 670개가 있다.

-독거노인이 증가한다는 건 무엇을 뜻하는가?

▲결혼해서 가정을 꾸리기도 하지만 부모에게서 독립해 홀로 사는 청년층이 늘고 있다. ‘청년 1인 가구’가 서서히 독거노인이 되는 하나의 과정이라고 보면 된다. 예전보다 이 같은 추세가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다.


40~50대 중에서도 미혼이 많고 특히 이 구간은 결혼했더라도 이혼율이 제일 높은 연령대다. 이혼율이 높다는 건 하나의 가정이 둘로 쪼개진다는 것을 뜻한다. 게다가 여성의 평균 수명이 더 길기 때문에 사별로 인한 독거노인이 되는 등 노인이 혼자 사는 사례가 이전보다 늘었다.

독거노인이 증가할 수밖에 없는 사회적 구조다. 현재 통계청에서는 독거노인을 200만명으로 보고 있지만 실제 우리가 집계 했을 때 300만명이 넘었다.

미혼, 이혼, 사별…고립된 노인들
사망 5년 만에 발견된 충격 사례도

-독거노인으로 지내는 것에 가장 큰 문제가 있다면?

▲신체적 노쇠로 거동이 불편해지는 게 가장 문제다. 특히 노인들은 제대로 된 식사를 챙기는 것을 어려워한다. 그러다 보니까 영양실조인 경우가 많다. 음식으로부터 섭취할 수 있는 영양분이 부족하지만 혼자서 병원에 내원하기조차 쉽지 않다. 신체적으로 노쇠해지시면 그 다음으로 정신적 노화가 온다. 고립감을 느끼거나 우울감에 빠질 위험성도 증가한다.

-노인의 고립감 해소를 위한 방법은 무엇인가?

▲노인 일자리 사업을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 예를 들어 주차된 따릉이의 안장을 닦거나 길가 화단을 가꾸는 등 사소하지만 누군가는 해야 하는 일을 맡긴다. 이분들은 하루에 3시간 정도 일을 하지만 그곳에서 새로운 친우를 사귀고 인간 관계를 넓히는 등 퇴직 전처럼 일상생활을 유지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노인이 원하는 이상적인 노후는 어떤 모습인가?

▲현재 노인들은 과거에 비해 매우 건강하다. 노인 연령을 65세에서 70세로 상향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는 이유다. 그럼에도 노인이 이상적인 삶을 살기 위해서는 건강해야 한다. 복지관에 가거나 교회를 가고 싶더라도 우선 움직일 수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내가 살던 곳, 살아온 지역서 다양한 사람과 관계를 형성하며 늙어가는 게 가장 이상적이지 않을까 생각한다. 거동이 힘든 노인을 장기요양병원으로 보내는 게 아닌, 살던 집에서 여생을 보낼 수 있도록 하는 지원이 필요하다.

“나 살기도 벅차” 커지는 세대 갈등
균형 잡힌 ‘통합형’ 정부 필요성

-세대 간의 갈등도 문제점으로 대두됐다.

▲지금은 경제활동을 하는 젊은이 한 명당 두세 명의 노인을 지탱한다면 앞으로는 한 명당 다섯 명까지 부양해야 하는 수도 있다. 돈을 벌어서 몽땅 세금으로 낸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하면 불평등으로부터 오는 세대 갈등이 불거질 수밖에 없다.

정책이란 한쪽으로 치우치면 안 되는 만큼 노인 연령을 조정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독일이나 영국 등 유럽의 경우 노인 연령을 상향했다. 우리나라에서는 60세 이상이면 정년퇴직을 하는데, 이들을 사회서 퇴출하는 것 대신 임금 피크제 등을 도입해 자유 고용을 가능케 하면 어떨까 생각한다.

-진보, 보수를 떠나 효과적이라고 느낀 노인 정책이 있었나?

▲새 정부가 들어서면 좋은 정책을 펴기 위해서 많은 분들이 고민한 흔적이 보인다. 정부마다 방식이 조금은 다르지만 “모두가 복지를 누리지만 있는 사람은 돈을 내고 써라. 그리고 없는 사람은 그만큼 정부가 지원해 주되 낼 수 있는 만큼 지불해라” 같은 추세로 조금씩 바뀌고 있다.

이번에 새로운 정부가 출범하면 이 같은 기조들은 변하지 않았으면 한다. 노인은 늘어나지만 정부 예산까지 무한정 늘어날 수는 없어 젊은 세대와 함께 가기 위한 현실적인 방법을 고려해야 한다.

-끝으로 새 정부에 바라는 게 있다면?

▲노인 복지에만 예산을 투입하면 젊은 세대가 반발할 수 있다. 고령화 사회서 다양한 전문가들이 머리를 맞대고 있는 만큼 새 정부는 세대를 통합하고 공존하도록 돕고 이들 균형을 잘 맞춰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무엇보다 공약을 냈으면 국민이 정부를 신뢰할 수 있도록 실천이 됐으면 좋겠다. 국민이 함께 갈 수 있는 정책에 대해 고민을 해주길 바란다.

<hypak28@ilyosisa.co.kr>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단독> 텔레그램 수사 협조의 허점

[단독] 텔레그램 수사 협조의 허점

[일요시사 취재1팀] 김철준 기자 = 텔레그램의 수사 협조가 시작된 지 반 년여가 지났다. 텔레그램의 수사 협조로 수사당국은 자경단 사건과 각종 딥페이크 사건 등 여러 사건의 수사를 성공적으로 마무리할 수 있었다. 하지만 현장에 있는 수사 관계자들은 아직 부족한 협조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한정적인 정보로 인해 피해자가 계속 나올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말부터 텔레그램은 경찰청 및 대검찰청과 수사 협조를 맺었다. 이로 인해 수사당국에서는 수많은 성범죄와 마약범죄 등에 대한 수사가 가능했다. 하지만 오히려 현장 수사관들과 형사들의 몫이 커졌다는 일선 수사당국 관계자의 한숨도 같이 나오는 형국이다. 한정된 정보 텔레그램 공식 봇채널 ‘투명성 보고서(Transparency Reports)’에 따르면 텔레그램은 지난 1분기에 한국 수사당국 요청 372개를 이행했다. 지난해 4분기에는 수사당국 요청 270건을 수행했으며 이와 관련된 이용자 수가 658명이라고 공개한 것으로 알려졌다. 텔레그램은 이용약관에 따라 수사당국으로부터 서비스 약관을 위반하는 범죄 활동과 관련된 사건의 용의자임을 확인하는 유효한 명령을 받으면 해당 이용자의 IP와 전화번호를 당국에 제공할 수 있다. 텔레그램은 ‘투명성 보고서’ 채널을 통해 당국 요청에 따라 IP 주소 또는 전화번호를 제공한 건수와 이에 영향을 받은 이용자 수를 분기마다 공개한다. N번방 사건 당시 카카오와 다르게 수사당국의 협조에 응하지 않았던 텔레그램의 과거와는 전혀 다른 모습이다. 당시 수사당국은 텔레그램의 개인정보 보호 기조였던 ‘그 어떤 기관의 요청에도 사용자 정보를 제공하지 않는다’는 폐쇄적인 태도로 인해 수사에 난항을 겪었다. 하지만 지난해 9월 텔레그램 창업자 파벨 두로프가 텔레그램 채널을 통해 “정당한 법적 요청이 있을 경우 텔레그램 규정을 위반한 사용자의 정보를 제공할 것”이라고 밝히며 개인정보 보호 기조의 변화 방침을 알리면서 변화는 시작됐다. 다만 일선 수사당국 관계자들은 텔레그램이 수사당국에 제공하는 정보가 제한적이라는 불평을 내놓고 있다. 텔레그램이 한국 수사당국에 제공하는 정보는 범죄와 관련된 이용자의 IP와 전화번호뿐이다. 반년 동안 642건 이행 IP와 전화번호만 제공 한 일선 경찰청 사이버수사팀 관계자는 “텔레그램에 범죄자 신상 정보를 요청하면 받을 수 있는 것은 사용자 IP와 전화번호뿐이라 범죄자 신병을 확보할 때 사용된다”면서도 “하지만 전화번호는 대포폰 등을 이용하는 경우가 많아 텔레그램이 제공한 정보만으로 범죄자를 검거하긴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텔레그램이 제공해 준 번호를 통해 범죄자를 특정하고 검거했지만 전화번호가 도용된 사람인 적도 있었다”며 “또 어떤 사람은 번호를 바꿨는데 우연하게도 텔레그램서 제공한 번호로 바꿔 범죄 혐의가 없는데도 경찰 조사를 받기도 했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게다가 만약에 한 범죄 단체대화방에 대한 정보를 요구해도 대화방 운영자의 정보만 제공해줄 뿐 범죄에 가담한 사람(대화방에 있는 사람)에 대한 정보는 제공하지 않고 있다”며 “그들에 대한 정보를 얻기 위해서는 그들의 범죄 혐의점을 다시 잡아서 텔레그램에 요청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확인되지 않는 제보로 이름과 주소 전화번호 등 개인정보를 공개하면서 괴롭히는 이른바 ‘수용소’방에서 한 피해자는 ‘딥페이크 주범’이라는 이유로 얼굴 사진, 나이, 전화번호 등이 공개됐다. 경찰도 딥페이크 주범이라는 제보를 받고 수사했다. 수사 결과 해당 피해자의 전화번호가 도용된 사실이 드러나면서 무혐의 처분을 내린 바 있다. 한 검찰 수사관은 “텔레그램에는 수신자가 메시지를 확인할 경우 메시지가 삭제되거나 일정한 시간이 지나면 메시지가 삭제되는 보안 기능이 있다. 하지만 텔레그램이 서버에 메시지를 저장하는 기간은 고작 3일뿐”이라며 “이는 범죄자들이 더욱 용의주도하게 움직일 수 있는 발판을 제공하는 것과 같다”고 말했다. 엉뚱한 사람 검거하기도 “용의주도한 범죄 발판” 이어 “수사관이 직접 방에 잠입해 범죄 증거를 모으거나 제보자 혹은 피해자로부터 받은 증거 자료 외에 또 다른 증거를 확보하는 데 시간이 너무 많이 걸리기 때문”이라며 “실제로 N번방의 조주빈의 추가 혐의들은 또 다른 피해자의 신고로 드러나게 된 것이지 포렌식 등으로 나온 것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또 대화방 운영자를 검거한 후 피해자 보호를 위해 텔레그램에 방을 삭제해달라고 요청해도 그 대화방에 있던 다른 사람이 비슷한 대화방을 또 만들고 있다”며 “그렇게 되면 그 대화방을 다시 찾을 때까지 피해자가 더 발생하게 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 지방검찰청 수사팀장은 “텔레그램 범죄는 대부분 비밀 대화방서 이뤄진다”며 “해당 비밀 대화방에 들어가기 위해서는 특별한 링크가 필요하다. 첩보를 받고 링크를 통해 수사관이 잠입하려고 해도 운영자가 해당 링크를 계속 바꿔 비밀 대화방에 못 들어가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이어 “텔레그램 해당 링크로 들어갈 수 있었던 비밀 대화방에 대해 협조를 요청하면 답을 받기 힘들다”며 “수사당국서 직접 범죄 혐의점에 대한 증거를 제시해야 하기 때문인데 비밀 대화방에 들어가지 못했는데 어떻게 범죄 혐의를 증명할 증거를 수사관들이 가지고 있겠냐”고 되묻기도 했다. 한 검찰 출신 변호사는 범죄자들이 이 같은 점을 잘 알고 이용하고 있는 듯하다고 짐작했다. 그는 “텔레그램이 제공하는 정보가 IP 주소와 전화번호뿐이라는 것은 공공연하게 알려진 사실”이라며 “만약 텔레그램이 IP 주소와 전화번호 외에 대화방까지 서버 포렌식 자료를 준다면 범죄자 검거는 더욱 쉬워질 수 밖에 없다”고 단언했다. 이어 “지금도 대부분의 범죄자 검거는 피해자, 공익제보자, 공범들의 기기를 포렌식해 얻거나 수사관들이 직접 잠입해 얻은 증거로 검거할 수 있었던 것”이라며 “해당 과정이 텔레그램서 이뤄져야 피해가 더 확산되지 않고 빠른 수사와 처벌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검거는 가능 그러면서 “하지만 검거가 불가능하다는 것은 절대 아니다”라며 “수사 기술이 고도화되면서 텔레그램의 협조 없이도 충분히 수사당국서 증거를 확보할 길은 많다. N번방 사건도 텔레그램의 협조가 없었지만 공범까지 검거되지 않았나. 수사를 더 빠르게 할 수 있도록 텔레그램이 협조를 해야 한다는 의미의 한풀이지, 범죄자들이 날뛰어도 별 수 없다는 말이 아니다”라고 힘줘 이야기했다. <kcj512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