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못 먹어도 고’ 민주당 3김 오월동주

일단 찔러보는 조기 대선판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김두관·김동연·김경수 세 사람이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전 대표의 유력한 대항마로 떠올랐다. 저마다 야심 차게 칼을 뽑아 들었으니 허공에 휘두르기라도 해야 한다. 과연 ‘어대명’을 꺾을 것인가? 아니면 각자 살길을 찾아 떠날 것인가?

본격적으로 조기 대선 막이 올랐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에서도 하나둘 후보가 정해지면서 열기를 더하고 있다. ‘이재명 대세론’이 견고한 탓에 뻔한 결과가 예상된다지만 후보들은 저마다 굳은 다짐으로 출사표를 던졌다.

개헌 띄운
김두관

민주당서 가장 먼저 출사표를 던진 건 김두관 전 의원이다. 김두관 후보는 남해군수를 비롯해 행정자치부 장관, 경남도지사, 국회의원까지 두루 거친 인물이다. 참여정부의 초대 행정자치부 장관을 지내 ‘리틀 노무현’이라는 별명을 얻었다.

앞서 김두관 후보는 2012년 경남지사직을 사퇴하고 제18대 대선에 도전장을 내밀었다가 경선서 고배를 마셨다. 지난 19대 대선에도 출마했으나 경선 도중 사퇴하고 당시 후보였던 이재명 전 대표를 공개 지지했다.

세 번째 도전에 나선 김두관 후보는 지난 7일 오전 11시 서울 여의도 민주당 당원존서 기자회견을 열고 “개헌 대통령이라는 이름으로 출마를 결심했다. 제7공화국을 여는 개헌 대통령이 되겠다”며 대선 출마를 공식 선언했다.


김두관 후보는 “국민의 일상은 뿌리째 흔들렸고, 삶은 풍전등화였다. 국민 모두가 고통의 터널을 지나왔지만 대통령 파면 자체가 새로운 시대를 보장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국가는 왜 존재하는가에 대한 답을 국민께 드려야 한다”고 역설했다.

‘백척간두 진일보’의 결기를 다진 김두관 후보는 “김두관정부는 국가 경제의 수도권, 대기업 중심의 성장을 분권 성장으로 전환해 전국이 함께 잘사는 나라를 만들겠다. 폭망한 외교, 시급히 경제 외교를 복원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남북 관계의 복원은 우리의 지정학적 숙명이다. 한반도의 평화를 유지하면서 미국을 중심으로 중국, 러시아, 일본과의 관계를 조절해야 한다”며 “하루빨리 한반도 평화 교섭의 주도권을 되찾는 데 김두관정부는 최선을 다하겠다”고 약속했다.

계엄에 반대하고 탄핵에 동의한 모든 세력이 함께하는 완전 개방형 오픈프라이머리도 제안했다. 새로운 대한민국을 만들기 위해서는 윤석열 전 대통령이 선포한 비상계엄에 반대하고 탄핵에 찬성했던 다수의 힘으로 ‘국민연합 정권교체’ ‘국민연합 국가대개혁’에 나서야 한다는 주장이다.

그는 “완전개방형 오픈프라이머리를 통해 당선된 대통령 후보는 압도적으로 제21대 대통령이 되고, 내란 극우 세력을 제압하고 정치개혁을 이룰 수 있다”고 강조했다.

김두관 후보는 지난해 8월 치러진 민주당 전당대회서 이 전 대표의 대항마로 나섰다. 당시 그는 12.12%를 득표해 85.40%를 득표한 이 전 대표에 밀려 고배를 마셨다.

8월 ‘어대명’ 전당대회 오버랩
개헌·경제·민생 저마다 한소리


여전히 이 전 대표의 지지율이 탄탄한 만큼 이번 경선 역시 같은 결과가 나올 것이란 회의적인 시선이 나온다. 이를 의식한 듯 김두관 후보는 “‘어대명(어차피 대통령은 이재명) 경선’에 왜 출마하느냐 묻는다. 어대명 경선으로는 본선 승리를 장담할 수 없기에 출마한다”고 답했다.

중도 확장성이 부족하면 윤 전 대통령 같은 후보에게도 패배하는 결과가 나올 수 있다는 점을 이유로 들었다. 김두관 후보는 자신이 중도 확장성이 가장 높은 ‘본선 필승 후보’인 점을 강조하며 “민주진보 개혁 세력, 탄핵 찬성 세력, 계엄 반대 세력 모두를 하나로 모을 수 있는 유일한 후보다. 이 연합을 만들어야 확실하게 승리와 내란을 종식시킬 수 있다”고 주장했다.

‘분권형 개헌’을 주장해 온 그는 출마 이전부터 이 전 대표가 개헌에 소극적인 점을 꼬집었다. 개헌과 조기 대선 투표가 동시에 치러져야 한다며 이 전 대표의 동참을 요구하고 있지만 이 전 대표 측은 “내란 종식이 먼저”라며 명쾌한 답을 주지 않고 있다.

김두관 후보가 출마 선언을 하던 날 우원식 국회의장이 “국민투표법을 개정해 조기 대선과 동시에 개헌 투표를 하자”는 입장을 밝혀 힘을 받는 듯했으나, 우 의장이 사흘 만에 제안을 철회하면서 동력을 상실했다. 개헌으로 승부수를 띄운 김두관 후보가 주목받기 위해서는 개헌의 필요성에 국민적 공감을 끌어내야 한다는 게 정치권 관계자들의 공통된 설명이다.

이로부터 이틀 뒤인 지난 9일에는 김동연 경기도지사가 출마 의사를 밝혔다. 김동연 후보는 비교적 계파색이 옅은 편에 속한다. 그는 지난 2021년 정당 새로운물결을 창당해 제20대 대통령 선거에 출마했으나 당시 유력 후보였던 이 전 대표와의 단일화를 선언하고 사퇴했다. 이후 경기도지사에 출마해 당선됐다.

김동연 후보는 이날 오전 미국 출장길에 오르기 전 인천공항 출국장서 취재진들을 만나 출마의 변을 밝혔다. 그는 “이번 대통령 선거는 대한민국이 과거로 돌아갈 것이냐, 미래로 나아갈 것이냐를 결정하는 선거가 될 것”이라며 “정권교체만으로는 안 된다. 정권교체, 그 이상의 교체가 필요하다”며 출마를 공식화했다.

김동연 후보는 1998년 외환위기, 2008년 금융위기, 2017년 탄핵 후 첫 경제부총리를 맡으며 위기를 해결한 경험과 노하우가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30년 넘게 쌓은 국제무대에서의 경험과 네트워크를 바탕으로 ‘대한민국의 유쾌한 반란’을 일으키겠다는 김동연 후보는 ▲10개 대기업 도시 조성 ▲기후산업 400조 투자 ▲감세중단과 국가채무비율 조정으로 200조 재정 마련 등 ‘경제 대연정’을 공약으로 밝혔다. 아울러 ▲기획재정부·검찰 해체 수준 개편 ▲전관 카르텔 혁파 등 ‘기득권 개혁’도 공약으로 내세웠다.

관료 김동연
친문 김경수

김동연 후보는 김두관 후보와 마찬가지로 개헌 논의를 띄웠다. 개헌을 통해 4년 중임 분권형 대통령제와 선거 주기를 맞추기 위해 대통령 임기를 3년으로 단축하는 안을 제시한 것이다.

김동연 지사는 “지금 대부분 대선후보로 거론되는 분들이 권력구조 개편을 포함한 개헌과 5·18 정신 헌법 전문 수록, 계엄 대못 개헌 등을 함께 주장하고 있다”며 “이번 경선 과정서 개헌 필요성을 강조하고 이 전 대표도 함께 설득하고 참여하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다. 대선 끝나고 대통령이 뽑히면 개헌 동력이 줄어들 가능성이 많다”고 말했다.

김동연 후보는 유력 주자인 이 전 대표를 겨냥한 듯한 발언도 내놨다. 그는 “실천하지도 못할 공약으로 장밋빛 거짓말 하지 않겠다”며 “무책임하게 감세를 남발하는 정책을 펴지 않겠다”고 말했다. ‘정직하고 당당한 대통령’을 강조하며 포퓰리즘 정책을 하지 않겠다고도 밝혔다.


대선 출마를 공식 선언한 김동연 후보는 첫 번째 일정으로 2박4일간 미국을 방문한다.

출마 선언 이튿날인 지난 10일 한국 자동차 부품업체인 ‘광진 아메리카’ 현지 간담회에 참석해 “트럼프 대통령이 시작한 이번 ‘관세 전쟁’은 미국 경제와 국제 경제에 대한 자해 행위”라며 “트럼프의 관세정책으로 공급망 체제가 흐트러지게 되면 자칫 한국 산업의 공동화가 이뤄질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이는 트럼프발 관세에 대응하는 모습을 통해 관료 출신으로서 위기 해결 능력을 부각시킨 것으로 풀이된다.

‘친문(친 문재인) 적자’로 불린 김경수 전 경남도지사의 행보에도 이목이 쏠린다. 김 전 지사는 지난 13일 세종시청서 “대통령실과 행정수도를 세종시로 이전하겠다”는 공약을 내세우며 대통령 선거 출마를 선언했다.

유학 중이던 김 전 지사는 지난해 12월5일 윤 전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한 이후 당초 예상보다 이르게 귀국했다. ‘드루킹 댓글 조작’ 사건으로 징역 2년의 실형을 선고받은 김 전 지사는 지난해 8월 광복절 특별사면으로 복권돼 선거에 출마할 수 있게 됐다.

문심(문 전 대통령의 의중)을 등에 업고 대권 행보를 밟을 것이란 해석이 나온 이유이기도 하다.


김 전 지사는 탄핵 정국이 절정에 다다랐을 때 윤 전 대통령의 빠른 파면을 요구하며 단식 농성에 나서기도 했다. 14일간 천막 단식을 이어가며 존재감을 키웠지만, 아직 대선 출마 명분이 부족하다는 아쉬움이 나온다. 친문 적자라는 꼬리표가 부족한 명분을 채워줄 수 있을지 또한 불투명하다.

3김 연합
가능성 보니…

한편 원외 비명(비 이재명)계 조직 ‘초일회’ 소속인 박용진 전 의원은 불출마를 선언했다. 박 전 의원은 자신의 SNS를 통해 “많은 분의 조언을 듣고 고민을 거듭했지만, 경선 후보가 아닌 평당원으로서 국민 승리와 정권교체를 위한 제 역할을 찾아 헌신하기로 했다”며 “조기 대선서 민주당의 승리가 작은 승리가 아닌 국민 모두의 큰 승리가 되도록 국민통합, 사회정의, 경제성장에 분명한 목소리를 보탤 것”이라고 밝혔다.

언론 공지방 개설로 대권 출마가 점쳐졌던 김부겸 전 총리는 민주당 경선 불참 의지를 밝혔다. 김 전 총리는 “그간 보내주신 사랑과 성원에 깊이 감사드리며, 앞으로도 정권교체를 위해 국민통합의 새로운 대한민국의 전진을 위해 국민 여러분과 함께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대선이 아닌 민주당 경선 불출마인 만큼 단일화, 창당 등의 방법으로 재등장할 가능성이 제기됐지만 김 전 총리 측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에서 “창당을 하는 건 아니다”라며 “있는 그대로 봐달라”고 전했다. 대권후보로 이름을 올렸던 김영록 전남지사도 불출마를 선언했다.

이번 대선 경선은 이재명 VS ‘신 3김’이 될 가능성이 커졌다. 이에 따라 정치권 일각에선 신 3김이 손 잡을 가능성도 내다봤다. 견고한 이 전 대표의 아성에 도전하기 위해서는 남은 주자들끼리 똘똘 뭉쳐야 한다는 점에서다.

다만 한 야권 관계자는 “가능성이 매우 낮은 시나리오”라고 평가했다. 대선 레이스를 완주하지 못하더라도 다른 후보의 그림자에 가려지는 것보다 단독 후보로 그만두는 것이 명예롭다는 설명이다.

세 후보의 지지율을 합쳐도 이 전 대표 한 명을 뛰어넘지 못하는 점 또한 난관이다. 최근 이 전 대표의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항소심 결과가 무죄로 나오면서 그나마 남아 있던 경선 승리 가능성마저 희박해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초치는 발언? 그래도 대비해야
당 대표? 도지사? 어디로 갈까?

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가 지난 7일부터 9일까지 만 18세 이상 남녀 1001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전국지표조사(NBS) 결과에 따르면 차기 대통령 적합도를 묻는 질문에 ▲이재명 32% ▲김동연 4% ▲김경수 1% 순으로 나타났다. ‘태도유보’(없다+모름/무응답)는 27%로 집계됐다.

해당 조사는 휴대전화 가상번호(100%)를 이용한 전화 면접으로 이뤄졌으며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3.1%p, 응답률은 24.9%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신 3김의 단일화가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본 이 관계자는 “셋 모두 원하는 바가 다르다. 이변이 일어나 경선을 통과할 수도 있겠지만, (이번 출마는) 조기 대선이 끝난 뒤에 각자의 길을 찾기 위한 과정 아니겠는가. 경선 시작도 전에 초 치는 발언일 수 있겠지만 이 전 대표를 꺾기는 어려워 보인다”고 전망했다.

한때 여의도에서는 김 전 지사가 차기 민주당 대표를 염두에 두고 있다는 소문이 이를 뒷받침하는 모양새다. 사면 후 바로 치러지는 대선서 제대로 겨루기엔 무리가 있으니, 당 대표직을 통해 친문 세력을 재건하는 방식이다.

민주당 내부 사정을 잘 아는 또 다른 관계자는 <일요시사> 취재진과 만난 자리서 “김 전 지사는 ‘이 전 대표의 부족한 부분을 채우겠다’고 선언하면서 등장하지 않았나. 성격 자체도 책상에 앉아 꼼꼼하게 서류를 들여다보는, 안정적인 걸 추구하는 인물이다. 성급하게 대통령이 되려 하기 보다 당에서 큰 역할을 해보는 게 어떻겠냐는 조언이 나오는 것으로 안다”고 귀띔했다.

김두관 후보와 김동연 후보의 경우 대선이라는 빅 이벤트로 체급을 키워 또 다른 자리를 찾아갈 가능성도 점쳐진다. 역시나 민주당에 오래 몸 담았던 한 야권 관계자는 “김동연 후보가 8월 전당대회에 나올 가능성이 아예 없지는 않다. 김두관 후보는 경남도지사에 재도전할 길이 열린 것”이라고 내다봤다.

너나 할 것 없이 앞다퉈 출사표를 던지는 국민의힘과 달리 민주당 경선은 6인 이내로 치러질 가능성이 크다. 당헌당규상 경선 참여자가 6명 이하일 경우 예비 경선 절차가 생략되고 곧바로 본경선에 돌입한다. 5월에 치러질 것으로 예상되는 본경선 역시 지난 8월 전당대회처럼 조용히 흘러갈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은 어대명 기류 속 경선을 흥행시키는 과제를 떠안았다. 이 전 대표와 대립하는 구도만이 유일한 가운데 어떤 인물과 붙여놔도 ‘뻔한 대결’이 될 것이란 예상에서다.

모로 가도
대권으로

일각에서는 민주당 경선의 흥행 여부는 중요하지 않다는 주장도 나온다. 민주당 한민수 대변인은 한 라디오를 통해 “(이 전 대표 독주 체제는)절대적으로 국민이 신임하고 있고 지지를 보내기 때문에 자연스러운 현상”이라며 “관심이나 그런 걸 쏟게 하기 위해 다르게 할 수 있는 부분이 없다”고 밝혔다.

민주당 우상호 전 의원 역시 “민주당은 흥행의 효과를 갖고 선거를 할 게 아니라 통합된 힘으로 더 넓게 중도외연까지 확장해 승리할 수 있는 전략을 구사하는 게 중요하다”며 “흥행은 후보가 미약할 때 흥행의 힘으로 관심을 끌려고 하는 것이다. 민주당은 강력한 후보가 있으니까 경선하는 분들이 있지만 경선 후에 더 단합되고 통합된 힘으로 끌고 가는 전략을 펴면 될 것 같다”고 강조했다.

<hypak28@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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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진법사 ‘5000만원 관봉권’ 미스터리

건진법사 ‘5000만원 관봉권’ 미스터리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건진법사 전성배씨의 ‘5000만원 관봉권’ 출처를 두고 소문이 무성하다. 검찰은 대통령실 특활비일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전씨는 그저 ‘기도비’라고 진술 중이다. 검찰이 김건희씨까지 수사 대상에 올린 점을 보면 전씨의 진술은 허위일 가능성이 크다. 전씨가 전방위 로비를 벌인 사실까지 드러나면서 김씨의 소환조사가 얼마 남지 않았다는 관측이 나온다. 윤석열 일가를 향한 수사는 그간 서울중앙지검을 중심으로 이뤄졌다. 건진법사 전성배씨의 로비 사건은 중앙지검이 아닌 ‘여의도 저승사자’로 불리는 서울남부지검 가상자산범죄합동수사부(부장검사 박건욱)가 포문을 열었다. 전씨는 통일교와 캄보디아 사업 및 정·재계를 가리지 않고 돈을 받았다. 윤석열 일가와의 친분을 과시하면서 영향력을 행사한 것이다. 수상한 증거들 남부지검은 전씨를 수사하기 이전에 한 가상자산 사기 사건을 수사 중이었다. 최근 정식 부서로 신설된 가상자산범죄합동수사부는 지난해 7월 ‘퀸비코인(QBZ)’ 관계자 이모씨 외 3명을 사기 등 혐의로 구속 기소했다. 이들은 사업 진행 능력이 없음에도 허위 자료를 제출해 스캠 코인을 상장했다. 1만명이 넘는 투자자로부터 가로챈 금액은 300억원에 육박한다. 남부지검은 수사 과정서 퀸비코인 관계자 이씨가 2018년 1월 자유한국당 경북 영천시장 후보 경선에 나선 정모씨를 전씨와 연결한 정황 및, 이들 간 수상한 자금 흐름을 포착했다. 취재를 종합하면 당시 정씨는 전씨 법당을 찾아 1억원을 건넸다. 이 사실을 파악한 남부지검은 지난해 12월 전씨를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체포하고 그의 법당과 자택을 압수수색했다. 두 달여 전에는 경기 성남의 카카오 판교 서버를 압수수색해 전씨의 카카오톡 기록까지 확보했다. 전씨는 2022년 제20대 대통령선거 당시 윤석열 전 대통령 대선캠프 네트워크본부서 상임고문으로 활동했다. 그의 처남으로 알려진 ‘찰리’ 김모씨도 전씨와 같이 활동했다. 전씨는 김건희씨가 운영하던 전시기획회사 코바나컨텐츠의 고문으로 활동하기도 했다. 전씨의 딸도 잠깐이지만 코바나컨텐츠서 근무한 이력이 있다. 남부지검은 전씨가 윤 전 대통령과 김씨와의 친분을 이용해 로비 행위를 벌였다고 보고 수사를 시작했다. 실제 전씨가 로비 창구 역할을 했다는 사실을 확인한 남부지검은 지난달 30일 윤 전 대통령 사저인 아크로비스타를 압수수색했다. 압수수색 영장에는 “피의자들이 2022년 4월부터 8월 사이 공직자의 직무와 관련해 공직자의 배우자에게 선물을 제공했다”고 적시됐다. 청탁 사유로 ▲캄보디아 메콩강 부지 개발 ODA(공적개발원조) 사업 ▲YTN 인수 ▲유엔 제5사무국 한국 유치 ▲교육부 장관 통일교 행사 참석 ▲대통령 취임식 초청 등이 담겼다. 이 압수수색은 전씨를 통해 통일교 세계본부장 출신이자 2인자였던 윤모씨가 수천만원 상당의 그라프(Graff) 다이아몬드 목걸이, 샤넬 가방, 천수삼 농축차 등을 김씨에게 전달했는지를 확인하기 위한 절차였다. 남부지검은 윤씨가 지난 2022년 7월 전씨에게 ‘김 여사가 물건(천수삼) 잘 받았다더라, 건강이 좋아지셨다고 한다’고 보낸 문자메시지 내용을 확보하기도 했다. ‘한국은행’ 찍혔는데…통상 정부 예산 활용 금융권 “개인이 갖고 있을 수 없다” 일축 검찰이 지난 3일 전씨를 청탁금지법 위반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한 만큼 김씨에 대한 소환조사도 얼마 남지 않았다는 관측이 나온다. 실제 남부지검 수사팀 내부에서는 김씨를 대선 직전에 소환조사해 실마리를 풀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 것으로 전해졌다. 전씨는 “목걸이와 명품백을 잃어버렸다. (김 여사가 잘 받았다는 문자는) 거짓 문자”라고 부인하는 상황이다. 김씨 측도 “전씨로부터 금품을 받은 사실 자체가 없다”는 입장이다. 우선 검찰은 윤씨가 전씨에게 윤석열정부의 캄보디아 ODA 사업 추진을 청탁했는지 여부를 들여다보는 중이다. 검찰은 윤씨가 “윤 전 대통령과 독대했고 국가 단위 ODA 연대 프로젝트에 동의했다”는 취지의 말을 한 것을 확인했다. 검찰은 지난 2022년 3월 윤씨가 당선인 신분이었던 윤 전 대통령과 김씨를 인수위서 만난 뒤 캄보디아 사업을 추진하려 했다고 보고 있다. 검찰에 따르면, 통일교는 같은 해 메콩강 핵심 부지에 ‘아시아태평양유니언 본부’를 건립하는 사업을 추진했다. 윤씨는 훈센(Hun Sen) 당시 캄보디아 총리와도 이 사업을 논의했지만 자금난으로 추진되지는 않았다. 그러나 윤씨는 2022년 5월 한 통일교 행사에서 “3월 22일 대통령을 만나 1시간 독대를 하면서 이 나라가 가야 할 방향을 이야기하고 암묵적 동의를 구한 게 있다”고 말했다. 이어 “ODA는 비영리기구(NGO)가 펀딩 가능하고 국가가 지원한다”고 말한 바 있다. 검찰은 이 직후인 2022년 6월 기획재정부가 제4차 한-캄보디아 ODA 통합 정책협의서 대(對)캄보디아 대외경제협력기금(EDCF) 차관 지원 한도액을 기존 7억달러에서 15억달러로 늘리는 기본 약정을 체결한 점을 주목했다. 한도액이 늘면 중기후보사업 승인 절차가 간소화돼 ODA 사업 수주가 쉬워지기 때문이다. 비슷한 시기에 김씨가 나토 순방 당시 착용했던 6000만원대 반클리프 앤 아펠 목걸이와 관련해 재산 신고 누락 논란이 불거지자, 윤씨는 전씨에게 “김 여사에게 빌리지 말고 하고 다니라”며 다이아몬드 목걸이를 건넸다. 검찰은 지금까지 김씨 명의 휴대전화 3대를 확보했다. 이 중 1대는 김씨가 지난달 11일 서울 한남동 관저서 나오면서 보안 비화폰(안보폰)을 반납한 뒤 개통한 휴대전화다. 나머지 2대는 옛 코바나컨텐츠 사무실서 사용하던 휴대전화로, 사실상 공기계로 알려졌다. 자택 압색 그 이후… 검찰은 100여개에 달하는 압수 대상에 윤씨 선물 명목으로 전씨에게 제공했다는 그라프 다이아몬드 목걸이와 샤넬 가방, 인삼주 등도 적시했지만 확보하지 못했다. 법조계에서는 윤씨의 청탁이 성사됐거나 윤씨와의 직무 관련성 등이 입증된다면 김씨가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받을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부장검사 출신 한 변호사는 와의 전화 통화에서 “카톡 기록과 전달됐거나 전달되려 했던 물품들은 이미 수사팀이 확보했으니 김씨가 대면 조사를 피하긴 힘들다”며 “남부지검서도 성역 없이 수사 의지가 강하다”고 말했다. 이 변호사는 “현행법상 공직자의 배우자를 청탁금지법으로 처벌할 수 없으니 직무 관련성 입증이 관건”이라며 “입증만 된다면 알선수재 혐의 적용이 가능하다”고 분석했다. 가장 중요한 건 전씨의 자택을 압수수색할 당시 발견된 5000만원 관봉권이다. 앞서 검찰은 지난해 12월 서울 서초구 전씨의 집을 압수수색하면서 5만원권 3300매(1억6500만원)를 확보했는데, 이 중 5000만원은 비닐 포장이 벗겨지지 않은 상태였다. 검찰은 전씨에게 이 관봉권의 출처에 대해 집중적으로 추궁했다. 관봉권은 ‘제조권’과 ‘사용권’ 두 종류로 나뉜다. 제조권은 한국조폐공사에서 한은이 받아온 신권으로 돈다발에 십자 형태의 띠를 두르고 비닐로 싸 압축한 형태다. 사용권은 한은이 시중은행서 회수한 돈을 검수해 낡은 돈은 폐기하고 사용하기 적합한 돈만 골라낸 것이다. 발견된 돈다발 김씨와 전씨 사건서 등장하는 관봉권은 모두 사용권이다. 전씨 자택서 발견된 5000만원 관봉권 돈다발은 한은이 적힌 비닐로 포장돼있었고, 비닐엔 기기 번호와 담당·책임자 일련번호도 적혀 있었다. 그러나 김씨 측이 옷값을 치를 때 썼던 관봉권은 비닐 없이 띠지만 둘러져 있는 돈다발 형태였다. 관봉권은 국가 예산으로 편성되는 대통령실(청와대)과 검찰, 국가정보원 등 사정기관의 수사나 조사에 필요한 특수활동비로 쓰이기도 한다. 과거 정부에서는 이 특활비가 로비 자금으로 악용됐다. 한은은 전국에 16개 지역 본부를 두고 금융기관에 관봉권을 보낸다. 서울엔 남대문 본점 및 강남본부 등 두 곳이 있다. 이 중 강남본부가 대통령실과 사정기관 등에 예산 조달을 담당해 왔다. 다만 민간인의 집에서 관봉권이 발견될 수 없다는 게 금융권의 시각이다. 대개 일반 정부 예산은 관봉권 형태가 아닌 계좌이체 등을 통해 전달된다. 금융권 관계자는 “수천만원 상당의 관봉권이 묶인 채로 남아 있는 건 영수증 내역도 남지 않는 특활비”라며 “통상 정보와 사정기관이 ‘돈의 주인’”이라고 말했다. 실제 검찰도 전씨의 자택서 발견된 5000만원 관봉권이 강남본부서 나왔다고 보고 있다. 이 관봉권에는 ‘2022년 5월13일’이라는 날짜가 기재돼있다. 윤 전 대통령 취임일 사흘 뒤다. 전씨는 검찰 조사에서 주로 돈은 ‘기도비’ 명목으로 받아왔지만 관봉권은 정확하게 누구에게 받은 돈인지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진술했다. 검찰은 한은 방문 이후 전씨의 집에서 발견된 관봉권에 적힌 ▲기기번호 ▲담당자 ▲책임자 ▲발권국 항목 등의 의미를 확인했다. 기기번호의 뜻은 정사기(검수기) 기기번호와 기기호수를 뜻하고, 발권국 정보에는 정사 업무를 담당하는 발권국 화폐관리1팀을 의미하는 숫자인 것으로 전해졌다. MB 때 국정원 ‘입막음·로비’ 용도로 사용 검·정보 “이번엔 아니다”…남은 건 용산 포장지에 적힌 ‘2022년 5월13일 오후 2시5분59초’는 한은이 검수를 마친 시각이라고 한다. 다만, 한은은 개별 사용권이 어느 시점에 어느 금융기관으로 지급됐는지는 확인할 수 없다고 한다. 금융기관서 화폐를 요청하는 경우 ▲지급한 금융기관명 ▲지급일자 ▲권종 ▲금액 등만 기록할 뿐, 어떤 사용권 묶음을 제공했는지는 별도 기재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검찰은 이 관봉권이 지난 대선 기간 전씨가 운영했던 윤 전 대통령 선거캠프 운영비일 수 있다고 보고 금융 흐름을 추적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올해 초 당시 네트워크 본부장으로 있던 오을섭씨를 소환조사하면서 양재동 캠프의 운영비 출처를 물어본 것으로 전해졌다. 법조계에서는 해당 관봉권 출처가 불분명한 만큼 특활비일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나온다. 금융범죄 수사 경험이 풍부한 한 변호사는 “출처를 확인하기 어려운 한은 뭉칫돈은 대부분 특활비”라며 “특활비라면 한은 검수 이후 수천만원 상당의 돈이 필요한 곳은 보통 사정기관이다. 일반적으로 정부 예산은 뭉칫돈으로 전달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 변호사는 “결국 사정기관 담당자들을 불러 확인해봐야 하는데 정보기관에서는 특활비 활용 자체가 보안으로 분류돼 확인도 어려울 것이다. 출처 규명에 꽤 많은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분석했다. 와 접촉한 복수의 사정기관 관계자들은 ‘국정원 특활비’는 아니라고 단언했다. 앞서 이명박정부 청와대는 국정원 특활비를 상납받은 바 있다. 지난 2011년 장진수 전 국무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실 주무관은 국정원의 민간인 불법사찰 의혹을 폭로했는데, 당시 국정원은 관봉 형태의 특활비 5000만원을 장 전 주무관에 ‘입막음비’로 전달했다. 이 같은 내용은 검찰 수사와 공판 등을 통해 청와대서 국정원 특활비를 받아 장 전 주무관에 전달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불분명한 출처 어디? 한 정보기관 관계자는 “과거 국정원 특활비와 흡사해 보이지만 2022년 이후의 특활비 활용이나 대통령실을 통해 쓰인 ‘국정원 특활비’ 등에 대해서 들여다봤을 때 불법적이거나 위법하게 쓰인 사실이 없다. 한 개인에게 갈 일은 더더욱 없다”고 못 박았다. 검찰 관계자도 “남부지검서 수사 중인 사안에 대해 자세히 말할 순 없지만 검찰 특활비는 아니다. 남부지검 수사팀도 검찰과는 상관없는 관봉권이라고 판단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