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핵 후폭풍> 야인으로 돌아간 윤석열 정치 인생

결국 김건희가 말아먹었다

[일요시사 취재1팀] 김철준 기자 = “사람에게 충성하지 않는다.” 이는 윤석열 전 대통령을 정치적으로 주목받도록 했던 발언이다. 정권에 대한 수사로 대권주자에 오른 그는 권력을 잡은 후 자멸했다. <일요시사>는 윤 전 대통령이 걸어온 정치 인생에 대해 다시 돌아봤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국정 농단을 수사한 공로를 인정받아 검찰총장이 된 후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의원과의 대립으로 정치적 입지를 다졌던 정치 새내기 윤석열 전 대통령이 몰락했다.

윤 전 대통령이 처음 정치적으로 관심을 받은 시기는 12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지난 2013년 윤 전 대통령은 수원지방검찰청 여주지청장으로 부임한 직후 국가정보원 국방부 여론조작 사건 특별수사팀장을 맡게 된다.

여주지청장
존재 급부상

당시 검찰 수뇌부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국정원에 대한 압수수색을 진행하고 국정원 직원들을 체포하는 등 적극적으로 수사했다. 이로 인해 검찰 수뇌부를 비롯해 황교안 당시 법무부 장관과 마찰을 빚었다. 그는 검찰 내부 보고체계를 무시하고 국정원 직원에 대해 압수수색 및 체포를 강행했다는 이유로 결국 업무서 배제됐다.

며칠 뒤인 10월21일 국회 법사위원회의 서울고검 국정감사에 출석해 국정원 수사에 외압이 심각했다고 폭로했다. 그는 수사 외압의 실체를 물으며 황교안 법무부 장관도 포함되지 않느냐는 의원의 질문에 “그렇다고 본다”고 대답했다.

윤 전 대통령의 소신 발언이 이어지자, 당시 새누리당 의원이 “증인은 조직을 사랑하느냐”고 묻는 질문에 “대단히 사랑한다”고 답했다. 그러자 “사람(채동욱 전 검찰총장)에게 충성하는 것 아니냐”고 재차 묻자 “저는 사람에 충성하지 않기 때문에 오늘 이런 말씀을 드린 것”이라고 답변했다.

윤 전 대통령은 이날 “누가 봐도 위법한 지시가 내려왔을 때 그것에 이의제기해야 한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지시 자체가 위법한데 어떻게 따르냐”면서 “위법한 지휘·감독은 따를 필요가 없다”고도 주장했다.

이날 그의 발언에 대해 트위터에서는 ‘윤석열 어록’으로 명명되며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조국혁신당 조국 전 대표는 당시 “‘나는 사람에게 충성하지 않는다’는 윤석열 검사의 오늘 발언, 두고두고 내 마음속에 남을 것 같다”고 글을 올렸고, 민주당 박지원 의원은 “국민은 압니다. 국정원 트윗 5만6000건을 의롭게 수사한 윤석열 여주지청장! 검찰에 윤석열 경찰에 권은희! 그래서 우리는 희망이 있습니다”라는 글을 트윗에 적었다.

같은 해 11월9일 법무부는 검사징계위원회서 윤 전 대통령에 대해 국정원 수사 과정서 상부 보고를 누락하는 등 절차를 어겼다며 정직 1개월의 징계처분을 확정했다. 이후 2014년 1월 대구고등검찰청 검사로 발령받았다. 수원지검 여주지청장서 대구고검 평검사로 좌천된 것이다.

당시 윤 전 대통령을 두고 검찰 내부에선 ‘조만간 옷을 벗을 것’이라는 소문이 돌고 찬밥 신세였다고 한다. 2016년 1월에도 대전고등검찰청 검사로 발령받아 지방을 전전했다. 그를 다시 끌어올린 것은 ‘박근혜 전 대통령 국정 농단’ 사건이었다.

국정원 댓글조작 사건부터 주목
한직 있다가 국정 농단 당시 재기

2016년 1월 당시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를 수사하는 박영수 특별검사가 대전고검 검사로 재직 중인 윤 전 대통령을 수사팀장으로 파견해 달라고 법무부에 요청했다. 박 특검은 ‘수사 대상’인 박근혜 대통령을 대신해 황교안 국무총리로부터 특검 임명장을 받은 직후, 곧바로 법무부와 검찰에 윤 검사의 파견을 요청했다.

박 특검처럼 특정 검사를 콕 집어 파견을 요청하는 것은 대단히 이례적이었다.

당시 수사팀장은 역대 특검 중 최대 규모인 20명의 파견검사와 검찰·경찰·국세청 파견 공무원 40명을 지휘하는 자리로, 특검법이 정한 14개 수사 대상과 세월호 7시간 의혹 등 추가 인지 수사를 맡게 되는 자리였다.

대검 관계자는 “검찰 수사 결과보다 더 많은 성과를 내놔야 할 특검이 윤석열이라는 ‘잘 드는 칼’을 뽑아 들었다. 60명에 달하는 수사팀을 지휘해 복잡한 수사 내용들을 파헤치기 위해서는 윤 검사가 적격이라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당시 박영수 특검의 성공 여부는 박근혜-최순실-삼성으로 이어지는 연결고리를 밝힐 수 있느냐에 달려 있었다. 윤 전 대통령은 그중 삼성 수사를 맡아 당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뇌물죄로 구속 기소했다. 박근혜·최순실·이재용 모두 구속 수감되면서 특검은 성공적이라는 평가와 함께 마무리됐다.

윤 전 대통령은 이후 ‘국민 검사’라는 호칭까지 얻었다.

이를 통해 문재인정부 출범 후 첫 서울중앙지검장에 오르며 화려하게 검찰 중심부로 복귀했다. 당시 청와대는 그를 서울중앙지검장으로 임명하기 위해 고검장급이 맡았던 서울중앙지검장을 지검장급 직급으로 내렸으며, 차장검사급이던 그를 검사장으로 파격 승진 기용했다.

잘 드는 칼
잘 쓰는 칼

윤 전 대통령은 이런 파격 기용에 보답이라도 하듯 보수 정권과 대기업 등 권력을 무너뜨리는 것에 최선을 다했다.

실제로 서울중앙지검장 재임 동안 서울중앙지검은 ▲이명박 전 대통령이 연루된 다스(DAS) 의혹 ▲사법 농단 의혹 ▲이명박정부 시절 국가정보원 심리전단 산하 ‘민간인 댓글부대’ ▲옛 국군기무사령부 ‘세월호 참사 유가족 사찰’ ▲삼성전자 서비스 ‘노조 와해’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등의 사건을 수사하고 재판에 넘겼다.

문정부의 ‘적폐 청산의 칼’로 신임받던 윤 전 대통령은 지난 2019년 7월 문정부의 마지막 검찰총장으로 임명됐다. 문 전 대통령은 윤 전 대통령의 검찰총장 임명식서 그를 ‘우리 윤 총장’이라고 부르며 무한 신뢰를 드러냈다. 또 살아있는 권력에 대한 엄격한 수사를 당부하기도 했다.

문 대통령은 당시 “우리 윤 총장은 권력형 비리에 대해, 권력에 대해, 권력에 휘둘리지 않고, 권력의 눈치도 보지 않고, 사람에 충성하지 않는 자세로 아주 공정하게 처리해 국민의 희망을 받았는데 그런 자세를 끝까지 지켜달라”고 주문했다.

이어 “그런 자세가 살아있는 권력에 대해서도 똑같은 자세가 돼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라며 “청와대든 정부든 또 집권여당이든 권력형 비리가 있다면 정말 엄정한 자세로 임해주길 바란다. 그래야만 검찰의 정치적 중립을 국민이 체감하게 되고 권력형 부패도 막을 수 있는 길”이라고 설명했다.

윤 전 대통령이 총장으로 취임한 직후 단행된 검찰 인사에서 이른바 윤석열 사단의 검사와 특수통 검사들의 약진이 있으면서 문정부와 검찰의 관계는 순항하는 듯 보였다. 하지만 검찰이 지난 2019년 8월27일, 당시 조국 법무부 장관(조국혁신당 전 대표)을 둘러싼 가족 비리 의혹 등에 대한 수사를 시작하며 관계는 틀어졌다.

해당 수사로 조 전 대표는 법무부 장관 임명 35일 만에 전격 사퇴했으며 그의 후임으로 민주당 추미애 의원이 취임했다. 추 의원은 취임과 동시에 인사권과 직제개편 등을 무기로 검찰을 흔들었고, 이 과정서 관행처럼 내려왔던 부분에서조차 윤 전 대통령을 배제하기도 했다.

이때부터 윤 전 대통령은 민주당과 척을 지게 되는데, 추 의원과 크게 대립각을 세우기 시작했다. 추 의원이 법무부 장관으로 취임하는 동시에 윤 전 대통령은 그와 검찰 인사, 전문수사자문단 소집 등과 관련해 사사건건 부딪쳤다.

게다가 추 의원은 지난 2020년 10월19일 헌정사상 세 번째, 법무부 장관 취임 후 두 번째 수사지휘권을 발동했다. 라임 사태와 윤 전 대통령의 아내 김건희씨, 장모 최모씨 사건에 대해서다. 첫 번째 수사지휘권 발동이 윤 전 대통령의 측근을 겨냥한 것이라면 두 번째는 윤 총장을 직접 겨냥했다는 의견이 법조계와 정치권으로부터 나왔다.

배신에 배신
좌에서 우로

이 같은 추 의원의 수사지휘권 발동에 대해 당시 윤 전 대통령은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국정감사에 출석해 “중범죄를 저질러 중형 선고가 예상되는 사람들의 얘기를 듣고, 검찰총장의 지휘권을 박탈하는 것은 비상식적”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법리적으로 검찰총장은 법무부 장관의 부하가 아니다. 예외적으로 외청이라고도 하지만, 과거에는 외청이라고 얘기하지도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어 “대부분 검사들과 법조인들은 검찰청법에 어긋나는 위법이라고 생각하고 있다”며 “검사들이 대놓고 말을 안해서 그렇지, 일선은 다 위법 부당하다고 생각한다. 다만 이를 법적으로 다투게 된다면 피해는 국민에게 돌아가고, 특정 사건에 대해 장관과 쟁탈전을 벌여 경쟁하고 싶지도 않다”고 말했다.

윤 전 대통령의 국감 발언이 추 의원의 심기를 건들였는지 지난 2020년 11월24일, 그는 윤 전 대통령에 대해 직무집행정지를 명령하면서 징계를 청구했고, 윤 전 대통령은 그해 12월16일 2개월 정직을 당하게 된다.

추 의원은 당시 서울고등검찰청 기자실서 “오늘 검찰총장의 징계를 청구하고 검찰총장의 직무집행정지 명령을 했다”면서 “그간 법무부는 검찰총장의 여러 비위 혐의에 관해 직접 감찰을 진행했고, 그 결과 심각하고 중대한 비위 혐의를 다수 확인했다”고 밝혔다.

추 의원이 윤 전 대통령의 직무배제 사유로 꼽은 것은 ▲언론사 사주와의 부적절한 접촉 ▲조국 전 장관 사건 등 주요 사건 재판부 불법 사찰 ▲채널A 사건 및 한명숙 전 총리 사건 관련 검찰 수사 방해 ▲채널A 사건 감찰 정보 외부 유출 ▲검찰총장 대면조사 과정서 감찰 방해 ▲정치적 중립에 관한 신망 손상 등이다.

윤 전 대통령은 당시 “그동안 한 점 부끄럼 없이 검찰총장의 소임을 다해 왔다”고 주장했고, 대검 측에서도 추 의원이 윤 전 대통령의 징계 청구 및 직무배제 조치 사유로 든 6가지에 대해 조목조목 반박하고 나섰다.

총장 되자 민주당에 칼 겨눠
추와 갈등 이후 대통령 당선

이후 효력 정지가 인용되어 1심 판결 후 30일 뒤까지 직무집행정지와 징계에 대한 효력이 정지됐다가 2021년 10월14일에는 서울행정법원이 정직 징계처분이 정당한 결정이었다고 판결 내렸고, 2021년 12월10일 서울행정법원서 윤석열 총장이 직무집행정지 소송서 해당 처분이 합리적 근거없이 이뤄진 것이라고 볼 수 없다며 각하됐다.

2022년 4월5일 윤 전 대통령 측 대리인이 재판을 담당하고 있는 서울고법에 소 취하서를 제출하고 법무부도 2022년 4월8일 서울고법에 소 취하 동의서를 제출하면서 법적으로 항소를 제기하지 않은 것과 마찬가지가 돼 1심 각하 판결이 확정됐다.

하지만 해당 사건은 윤 전 대통령을 야권 대권주자급 반열로 올려놨다는 평가를 받았다.

검찰총장 시절 추 의원이 수족 자르기, 수사 관여 등 윤 전 대통령을 공격할 때마다 오히려 지지율만 올라가는 기현상을 보이기도 했으며, 이 때문에 여야 가리지 않고 그에게 ‘제발 가만히 좀 있어 달라’는 요구가 나오기도 했다.

당시 국민의힘도 정치 선언도 하지 않은 현직 검찰총장이 차기 대통령 후보로 거론되는 것은 검찰의 중립 원칙을 깨는 것이라며 우려를 드러냈었다. 당시로서는 윤 전 대통령이 대선에 뛰어들어 국민의힘 후보가 될 것이라고 상상하기 힘들었다. 

안 그래도 제21대 국회의원 선거 이후 인물난을 겪던 제1야당으로서 대권에 뛰어들 당내 인물들의 주목도를 그가 완전히 가렸기 때문에 마냥 반길 수도 없던 상황이었다.

국민의힘은 2021년 3월3일, 검찰로부터 수사권을 분리 및 박탈하려는 문재인정부 및 더불어민주당의 검찰개혁 방향에 대해 검수완박은 부패 완판이라며 강하게 비판하면서 그제야 윤 전 대통령을 반기기 시작했다. 이 같은 과정서 민주당 정권의 대통령이 임명한 현직 검찰총장임에도 불구하고 반대 세력의 차기 대권주자로서 지지율이 폭등하기도 했다. 이튿날 그는 검찰총장직서 자진 사퇴했다.

그해 6월29일에 제20대 대통령선거 출마를 공식 선언했고, 7월30일 국민의힘에 입당하며 정계에 첫발을 내디뎠다. 이후 자신의 선거캠프인 국민캠프를 조직해 대통령후보 경선에 참여해 11월5일 국민의힘 제2차 전당대회서 국민의힘 제20대 대선후보로 선출됐다. 이로써 인생의 첫 공직선거를 제20대 대통령선거로 치르게 됐다.

아직도
계엄 의문

이듬해 3월9일 실시된 제20대 대선서 역대 대선 최다 득표인 1639만4815표를 받으면서 민주당 이재명 후보를 단 0.73%p 차이라는 역대 대선 최소 득표율 차로 신승하면서 첫 공직선거서 대통령으로 당선되는 기록을 세웠다.

2022년 5월10일 대한민국의 제20대 대한민국 대통령으로 취임했으나 지난 2024년 12월3일 비상계엄을 선포하면서 탄핵당했다. 그의 정치 인생은 정부에 대한 대립각을 세우면서 주목받았다가 결국 돌아오는 칼을 맞았다는 평가가 많다.

<kcj5121@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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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설계사 발목 잡는 ‘포괄양수도’ 함정

[단독] 설계사 발목 잡는 ‘포괄양수도’ 함정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보험설계사가 회사를 떠나더라도 자신이 모집·관리해 온 고객의 보험계약을 함께 옮길 수 있도록 해주겠다는 이른바 ‘포괄양수도’. 한 대형 보험대리점 산하 조직이 설계사를 영입하는 과정에서 퇴사 시 기존 관리계약을 양수도 방식으로 이관해 주겠다는 내용의 약정서를 작성했다. “나가도 기존 계약을 가져갈 수 있다”는 약속은 실제로 지켜질 수 있었을까. 보험설계사가 회사를 옮길 때 자신이 기존 회사에서 모집·관리하던 보험계약을 새 소속에서도 계속 담당할 수 있도록 넘겨받는 것을 업계에서는 흔히 ‘포괄양수도’라고 부른다. 설계사 입장에서는 이직 이후에도 기존 고객을 계속 관리할 수 있고, 계약 유지에 따라 발생하는 수수료 문제와도 연결될 수 있어 소속을 옮길 때 중요한 조건으로 꼽힌다. 양수도 약속 실행 미지수 다만 보험계약 자체가 설계사의 소유물인 것은 아니다. 보험계약의 당사자는 보험회사와 보험계약자이고, 보험설계사는 고객에게 상품을 설명하고 계약 체결을 중개한 대가로 보험사나 법조인보험대리점(GA)으로부터 약정된 수수료를 받는 구조다. 따라서 설계사가 자신이 모집한 계약에 대해 법적인 ‘소유권’을 갖고 있어 회사를 옮길 때 자유롭게 가져갈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예를 들어 한 설계사가 한 법인보험대리점에서 근무하면서 고객 100명의 보험계약을 모집했다고 가정해 보자. 설계사가 회사를 그만두고 다른 보험대리점으로 옮긴다고 해서 고객 100명의 보험계약이 자동으로 설계사를 따라 움직이는 것은 아니다. 보험계약 자체는 기존 보험사와 고객 사이에 그대로 유지되고, 설계사가 퇴사하면 기존 회사가 해당 계약을 관리하거나 다른 설계사를 담당자로 지정할 수 있다. 반대로 기존 회사와 설계사 사이에 계약 이관에 대한 합의가 있다면 상황이 달라질 수 있다. 설계사가 새 보험대리점으로 이동한 뒤에도 자신이 모집했던 계약을 계속 담당할 수 있도록 기존 회사에서 새 회사로 관리관계를 옮기는 절차를 밟을 수 있다. 이 과정에서 기존·신규 보험대리점 간 협의와 수수료 정산, 보험사 전산상 담당자 변경 등 실무적인 절차가 뒤따를 수 있다. 중요한 점은 이 같은 계약 이관을 보험업법 등이 일률적으로 보장하거나 금지하고 있지는 않다는 것이다. 보험설계사의 이직에 따른 계약 이관을 직접 규율하는 법령이 없어, 실제로 계약을 넘겨줄지 여부는 기본적으로 보험대리점과 설계사 사이의 계약이나 합의에 따라 결정되는 영역으로 해석된다. 설계사 영입 ‘계약 이관’ 약정 본사는 양수도 불허…엇갈린 방침 이 때문에 보험대리점이 설계사를 영입할 당시 “향후 다른 회사로 옮기더라도 기존 계약을 이관해 주겠다”고 약속했다면 해당 약정이 중요해진다. <일요시사> 취재에 따르면 인카금융서비스 내 인카다이렉트 산하 사업단은 설계사를 영입하는 과정에서 향후 퇴사할 경우 기존 관리계약을 양수도 방식으로 이관해 주겠다는 내용을 약정서에 담았다. <일요시사>가 확보한 ‘인카금융서비스(주) 사업단 부속 약정서’에는 인카다이렉트 사업단과 설계사 김모씨 사이의 구체적인 계약 조건이 적혀 있다. 눈에 띄는 것은 퇴사 이후의 계약 처리 방식이다. 약정서에는 “조직의 이동(퇴사) 시, 전체 관리계약의 양수도 조건으로 원활한 계약 이관 조치한다”고 명시돼있다. 설계사가 향후 조직을 떠나더라도 기존에 관리하던 계약을 이관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취지다. 계약 이관뿐 아니라 퇴사 이후 남아 있는 수수료에 대한 내용도 포함됐다. 약정서에는 조직 이동 또는 퇴사 시 “미정산 잔여 유지수수료는 월지급 또는 퇴사 시점부터 1년이 되는 시점에 정산해 지급한다”고 적혀 있다. 영입 당시 지급 수수료율과 일부 시책 등 구체적인 보상 조건도 함께 약정됐다. 앞서 작성된 또 다른 부속 약정서에서도 비슷한 내용이 확인된다. 해당 문서 역시 조직 이동 또는 퇴사 시 전체 관리계약을 양수도 조건으로 이관하고, 남은 유지 수수료를 별도로 정산하도록 했다. 그런데 이 약정에서 한 가지 의문이 생긴다. 설계사에게 계약 이관을 약속한 주체는 인카금융서비스 본사가 아니라 인카다이렉트 산하 사업단이다. 인카다이렉트는 인카금융서비스 내에 편입된 영업 조직이다. 기존 다이렉트119가 인카금융서비스에 합병되면서 인카다이렉트라는 조직으로 편입됐고, 그 아래 다시 사업단과 본부 등 영업 조직이 구성돼있다. 계약 옮겨도 정산은 별개 앞서 김씨와 부속 약정을 체결한 사업단 역시 이 같은 인카다이렉트 산하 조직 중 하나다. 문제는 인카다이렉트 산하 사업단이 체결한 이 같은 약정이 인카금융서비스 본사의 방침과 맞아떨어졌느냐다. 인카금융서비스 본사는 지난 2024년 소속 조직에 포괄양수도를 허용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방침을 전달했다. 김씨는 이후 본사의 방침과 자신이 체결한 약정 내용이 다르다는 사실을 알게 된 뒤 “본사에서는 안 된다고 하는 포괄양수도를 사업단이 어떻게 약정할 수 있는 것이냐”며 문제를 제기했다. 본사가 포괄양수도를 허용하지 않는다는 방침을 갖고 있었다면, 사업단이 설계사에게 향후 퇴사 시 전체 관리계약을 이관해 주겠다고 약정할 수 있었는지가 쟁점인 셈이다. 사업단 자체 판단만으로 계약 이관을 약속할 수 있었는지, 아니면 인카다이렉트나 인카금융서비스 차원의 권한이나 승인이 전제돼있었는지를 따져볼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문제는 약정서에 ‘계약을 이관한다’고 적었다고 해서 실제 포괄양수도가 쉽게 이뤄지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계약을 넘기는 과정에서는 기존 소속 회사와 새로 옮길 회사, 보험사 등 여러 주체의 협의가 뒤따라야 하기 때문이다. 가령 한 설계사가 A법인보험대리점(GA)에서 B 대리점으로 옮기면서 기존에 관리하던 계약을 함께 가져가려 한다면, 우선 기존 GA가 해당 계약을 내보내는 데 협조해야 하고, 새 GA 역시 이를 받아 관리할 수 있는 상태여야 한다. 이후 실제 보험계약을 보유한 보험사 전산에서도 담당 조직이나 설계사 변경 등 필요한 절차가 이뤄져야 한다. 근저당 걸고 3년 만 이관 계약을 넘기는 과정에서는 돈 문제도 함께 정리해야 한다. 설계사에게 지급되는 수수료는 계약 체결 시점에 모두 끝나는 것이 아니라 유지 기간에 따라 나눠 지급되는 경우가 많다. 회사가 자체 재원으로 일부 수수료를 먼저 지급했거나 정착 지원금·시상금 등을 지급했다면, 퇴사 시 이를 어떻게 정산할지를 두고도 문제가 생길 수 있다. 실제 보험업계에서는 설계사가 다른 GA로 옮기는 과정에서 기존 소속 회사가 계약 이관에 협조하지 않아 분쟁으로 이어지는 경우도 반복돼 왔다. 계약 이관 여부를 일률적으로 정한 법적 기준이 없는 만큼, 기존 GA가 계약을 내보내지 않겠다고 판단할 경우 설계사가 이를 일방적으로 요구하기는 쉽지 않은 구조다. 기존 GA 입장에서도 계약이 빠져나가면 향후 해당 계약에서 발생하는 수수료 등 수익이 줄어들 수 있다. 설계사의 이직과 함께 기존 고객 계약까지 다른 회사로 넘어갈 경우, 회사가 관리하던 계약과 수익 기반을 함께 내주는 셈이어서 계약 이관에 소극적일 유인이 있다는 설명이다. ‘포괄양수도’가 가능하다고 해도 실제 진행은 쉽지만은 않다. 계약의 관리만 넘겨주는지, 남은 수수료까지 함께 정산하는지, 기존에 지급된 지원금이나 시상금에 환수 조건이 붙는지 등에 따라 설계사가 체감하는 조건은 크게 달라진다. 인카다이렉트 측 관리자들은 이와 관련해 포괄양수도가 불가능한 것은 아니라는 취지로 설명했다. 지난 8월 김씨와의 카카오톡 대화에서 한 관리자는 “인카다이렉트 양수도 100% 된다”며 “W금융이 대표적이고, 개인이든 지점이든 자신들이 계속분을 받기 위해 안 한 거지 원하는 분들 다 해드렸다”고 말했다. 이들의 설명대로라면 포괄양수도가 이뤄지지 않은 사례는 회사가 이를 거부해서가 아니라, 설계사나 조직이 기존 계약에서 계속 발생하는 수수료를 받기 위해 스스로 계약 이관을 선택하지 않은 경우라는 취지다. ‘100% 가능’ 철석같은 약속 실제 이관까지 절차 수두룩 하지만 <일요시사>가 확인한 W금융 측 설명은 달랐다. W금융 대표는 DM(다이렉트 메시지)에서 “포괄양수도를 받은 사실이 없다”고 전했다. “내가 과거 인카 측에서 해촉된 뒤 곧바로 포괄양수도를 받은 것은 아니”라고 설명했다. 인카다이렉트 측 설명처럼 퇴사와 동시에 기존 계약과 관련 권리가 한꺼번에 넘어온 것이 아니라, 해촉 이후 약 3년이 지나서야 기존에 관리하던 계약을 이관받았다는 것이다. 대표는 계약을 넘겨받는 과정에서도 별도의 조건이 뒤따랐다고 주장했다. 계약 이관 과정에서 근저당 설정 등의 부담이 있었고, 기존 계약에서 발생하는 유지 수수료 역시 충분히 정산받지 못했다는 설명이다. 다만 계약 이관을 어디까지 ‘포괄양수도’로 볼 것인지는 구분할 필요가 있다. 퇴사 이후 기존 계약 일부 또는 전부가 다른 회사로 이관됐다고 하더라도, 영입 당시 약속한 조건에 따라 즉시 계약과 잔여 수수료 등이 함께 이전된 것인지, 일정 기간이 지난 뒤 별도의 협의와 조건을 거쳐 이관된 것인지는 성격이 다를 수 있기 때문이다. 포괄양수도 사례로 W금융을 언급한 경위에 대해 당시 김씨와 대화를 나눴던 사업단 관리자에게도 확인을 요청했다. 해당 관리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회사에서 전해 들은 내용을 그대로 전달했을 뿐”이라는 취지로 설명했다. 자신이 포괄양수도 가능 여부나 과거 사례를 직접 확인해 안내한 것은 아니라는 취지로 해석된다. 이후 A씨는 인카다이렉트를 떠나 같은 인카금융서비스 내 다른 조직으로 소속을 옮겨달라고 요청하는 한편, 포괄양수도 약정과 실제 운영 방식에 대한 문제를 SNS에 제기했다. 해당 내용이 알려지면서 논란이 커지자 인카다이렉트 측은 A씨의 게시물 등을 문제 삼았고, 결국 A씨는 ‘허위 사실 유포 및 회사 평판 리스크’ 등을 이유로 해촉 통보를 받은 상태다. 결국 문제는 인카다이렉트 산하 사업단이 설계사들에게 약정한 포괄양수도가 실제 100% 가능한 조건이었는지다. 또 본사의 방침과는 달리 ‘포괄양수도’에 대해 사업단이 자체적인 권한을 가지고 있는지도 쟁점이다. 방침 따로 약정 따로 인카다이렉트 측은 현재 회사 내부 규정상 설계사 퇴사에 따른 타사 계약 이관과 잔여 수수료 등을 일괄 이전하는 포괄양수도를 운영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다만 소비자가 직접 요청하는 경우에는 예외적으로 개별 계약 이관을 허용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산하 사업단에서 포괄양수도가 가능하다고 안내하거나 별도 약정을 체결했다는 부분에 대해서는 사실관계를 확인하겠다고 밝혔다. 회사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만약 그렇게 했다면 사업단에서 독단적으로 결정한 것”이라는 취지로 설명하며, 잘못된 안내가 사실로 확인될 경우 내부 조사와 필요시 제재가 이뤄질 수 있다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