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민주당 사건’ 집중 내막

‘더 노골적으로’ 다시 문 여는 검

[일요시사 취재1팀] 김철준 기자 =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 국면이 진행될수록 검찰이 더욱 정치적으로 변하고 있다는 의견이 나온다. 헌법재판소서 탄핵 심판이 계속 진행될 때에는 정치 사건 관련 수사를 중단하면서 눈치를 봤지만 점차 야권에 대한 수사에 힘을 쓰고 있기 때문이다. 법조계에서는 정권교체를 생각하지 않고, 윤 대통령의 탄핵 기각에 투자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검찰이 문재인 전 대통령을 겨냥한 수사에 다시 집중하고 있다. 당초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상직 전 의원과 문 전 대통령의 전 사위인 서모씨, 그리고 문 전 대통령을 대상으로 수사 중이던 타이이스타젯 부정취업 사건서 문 전 대통령과 문 전 대통령의 딸 다혜씨를 피의자로 입건했다. 

이 외에도 검찰은 야권 관계자가 연루된 사건에 집중하는 분위기다.

야권 관계자
의혹들 캔다

앞서 시민단체 서민민생대책위원회(이하 서민위)는 지난해 11월5일 다혜씨를 뇌물수수죄 공범과 조세포탈 혐의로 고발했다.

서민위는 “다혜씨의 전남편 서모씨가 항공업계서 일한 경험이 없는 상황서 이상직 전 의원이 실소유주인 타이이스타젯 전무로 채용됐다”며 “뇌물성 급여의 직접 수혜자인 서모씨뿐만 아니라 다혜씨 역시 수혜자로 볼 때 뇌물수수죄의 공범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또 문 전 대통령 자서전 <운명>의 출간 과정서 출판사 측이 2억5000만원을 다혜씨에게 입금했다는 의혹에 대해서도 전형적인 거래를 가장한 부녀간 증여세 포탈 수법이라고 강조했다.

당초 이 사건은 2020~2021년 국민의힘 등이 관련 의혹을 고발하면서 시작됐다. 수년간 지지부진하던 수사는 지난 2023년 9월 ‘친윤계’(친 윤석열)로 분류되는 이창수 당시 전주지검장(현 서울중앙지검장)이 부임하면서 급물살을 탔다. 민주당은 ‘보복수사’로 규정하고 검찰의 전 정권 죽이기라고 비판했다.

검찰은 태국 저가 항공사 타이이스타젯 실소유주인 이 전 의원이 지난 2018년 3월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중진공) 이사장으로 임명된 후 4개월 뒤 항공업 경력이 전무한 문씨의 전 남편 서씨가 타이이스타젯 전무이사로 채용된 것 사이에 연관성이 있다고 보고 수사 중이다.

서씨는 타이이스타젯서 약 2년간 매달 급여 800만원과 주거비 350만원 등을 받으며 문씨, 아들과 태국에 거주했다. 검찰은 문씨 가족이 받은 각종 혜택을 사업가이자 전직 국회의원인 이 전 의원이 향후 자신의 사업 또는 정치적 이득을 노리고 문 전 대통령에게 건넨 뇌물로 보고 있다.

전주지검은 문 전 대통령을 뇌물수수 혐의로, 이 전 의원을 뇌물공여 혐의로 각각 입건하고 문재인정부 당시 청와대 주요 인사들을 줄소환했다. 또 문 전 대통령 부부의 금융계좌를 압수수색하고 자금거래 흐름을 분석했다. 지난해 8월에는 다혜씨의 주거지도 압수수색했다.

이후 검찰은 지난해 이 전 의원의 서씨 채용과 태국 이주 지원 전후에 문 전 대통령 내외와 다혜씨 부부의 경제적 의존 관계를 확인하기 위해 세 차례에 걸쳐 다혜씨에게 참고인 신분으로 검찰 출석을 요구했으나 불발됐다.

당시 다혜씨 측은 “형사소송법상 참고인 조사는 출석 의무가 없으니 출석을 대체할 다른 방법을 고려해달라”고 요청했다.


문씨 부녀 피의자 입건
1월 중단 후 재수사 시작

이에 검찰은 ▲주거지 인근 검찰청 출석 조사 ▲제3의 장소 방문 조사 ▲전화 녹음 등 유선 조사 등 3가지 방식을 제안했지만, 이마저도 다혜씨 측이 서면조사를 원하면서 무산됐다.

검찰 관계자는 “뇌물수수 혐의 사건서 이득 수취·취득자 조사 없이 사건을 처분할 수 없어 (다혜씨) 대면 조사가 필요했다”며 “압수물 등 다른 객관적 자료를 통해 실체적 진실관계를 규명할 계획”이라고 사실상 다혜씨에 관한 조사는 무산된 것으로 보였다.

당시 검찰은 김정숙 여사에 관한 참고인 조사도 추진했었다. 검찰은 김 여사 측에 참고인 조사를 받을 것을 요청하면서 조사 시기·장소·방법 등은 김 여사 측이 원하는 대로 맞추겠다는 방침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검찰 내부에선 “문 전 대통령 조사 전에 김 여사를 참고인 조사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 중론이었다.

하지만 김 여사 측이 “참고인 신분이라 출석할 이유가 없다”는 입장을 전하면서 조사가 무산됐다. 이후 검찰은 피의자 신분으로 강제수사가 가능한 문 전 대통령을 불러 조사하는 것만이 유일한 방법이라고 판단했다.

하지만 다혜씨가 참고인이 아닌 피의자로 입건되면서 분위기는 급반전됐다.

전주지방검찰청은 지난 25일 시민단체의 다혜씨 뇌물수수 혐의 관련 고발 사건을 경찰로부터 이송받았다고 밝혔다.

검찰 관계자는 “지난해 시민단체가 서울 종로경찰서에 다혜씨의 뇌물수수 혐의 고발장을 제출했는데 지난달 말에 이 사건을 이송받았다”고 밝혔다. 이어 “현재까지 구체적인 수사 방식은 정해진 바 없다”며 “서씨를 뇌물수수 혐의 피의자로 입건할 수 있는지 법리 검토도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문 전 대통령의 조사 여부에 대해선 “조사를 위해서 다각도로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 더 이상 구체적인 말씀은 드리기 힘들다”며 말을 아꼈다.

다만 김정숙 여사까지 피의자로 입건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답했다.

전 사위
부정채용

검찰은 전 정권에 대한 표적수사 논란을 의식한 듯 “단순히 수사가 지지부진한 상태서 고발장 접수를 계기로 피의자 전환이 들어간 것은 아니다”라며 “해당 사건에 대한 수사는 계속 진행하고 있었다”고 강조했다.


검찰 내부에서는 다혜씨에 대한 대면 조사가 가능해지면서 수사에 속도를 낼 수 있는 가능성이 열렸다며 환영하는 분위기다.

수사팀 한 관계자는 “윤석열 대통령 탄핵 심판과 민주당 이재명 대표 형사재판 등을 통해 사법절차에 대한 불공정 논란이 증폭된 가운데, 문 전 대통령과 다혜씨를 소환조사할 명분이 생긴 만큼 속도를 내서 수사를 마무리해 ‘정치검찰’이라는 오명을 벗을 기회”라고 말했다.

앞서 검찰은 지난해 12월 조현옥 전 청와대 인사수석을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혐의로 불구속 기소하면서도 문 전 대통령에 대한 조사조차 진행하지 않았다. 조 전 수석은 2017년 12월, 이 전 의원이 ‘대통령비서실 인사추천위원회 간담회’서 중진공 이사장으로 내정되자, 관련 부처 공무원들에게 이 전 의원이 최종 임명되도록 사전 지원을 지시한 혐의를 받는다.

그러다 수사 막바지에 문 전 대통령에 대한 조사만 남겨둔 상황서 윤 대통령의 탄핵 국면에 들어서자 전주지검은 지난 1월 “문 전 대통령 사건과 관련해 물밑에선 확인하는 게 몇 개 있다”면서도 “현재 문 전 대통령에 대한 소환이나 조사 여부는 홀딩(일시 중단)시킨 상태”라고 밝혀 ‘정치 수사’라는 비판을 받은 바 있다.

문 전 대통령의 전 사위 타이이스타젯 부정취업 사건 외에도 검찰이 야당과 관련된 사건 수사에 집중할 것으로 예측된다.

검찰이 수사 중인 중요 정치 사건은 ‘성주 사드 기지 군사비밀 누설 사건’, 이 대표가 연루된 ‘정자동 개발사업 특혜 의혹’ ‘428억원 약정 의혹’ 등이다.


서울중앙지검 공공수사3부(김태훈 부장검사)는 성주 사드 기지 군사비밀 누설 사건을 수사 중이다. 앞서 검찰은 지난 2월9일 사드 기지 반대 집회가 열렸던 시민단체 천막과 서주석 전 국가안보실 1차장의 주거지 등을 압수수색했다. 검찰은 압수수색으로 확보한 증거물 등을 디지털포렌식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이재명
타깃으로?

이 사건은 지난해 10월 감사원이 검찰에 정의용 전 국가안보실장, 서 전 1차장, 정경두 전 국방부 장관, 민주당 이기헌 의원(당시 청와대 시민참여비서관) 등을 수사 의뢰한 사건이다.

감사원은 이들이 2017년 성주군에 임시 배치된 사드의 정식 배치를 지연시키기 위해 ‘환경영향평가’를 거치도록 하고, 한미군사작전을 중국 측과 시민단체에 유출했다고 봤다.

수원지검 성남지청(부장검사 강성기)은 지난 2023년 2월 서울중앙지검으로부터 이 대표의 정자동 특혜 개발 의혹 사건을 이첩받고 수사 중이다.

이 대표가 성남시장 시절 한 시행사가 경기 성남시 분당구 정자동 시유지에 관광호텔을 지으면서 성남시로부터 용도변경, 대부료 감면 등 각종 특혜를 받았다는 게 의혹의 골자다.

검찰은 이 대표가 성남시장이던 2015년 정자동 호텔 시행사에 특혜를 줬는지 여부 등을 살펴보고 있다. 2023년 6월엔 호텔 건립을 추진한 시행사와 성남시청 등을 압수수색하며 수사에 본격 착수했던 바 있다.

수원지검 형사6부(부장검사 서현욱)는 이 대표의 ‘쪼개기 후원 의혹’을 들여다보고 있다. 김성태 전 쌍방울 회장이 2023년 8월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의 불법 대북 송금 혐의 재판서 “2021년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 당시 이 전 부지사 부탁으로 이재명 캠프에 1억5000만원 정도를 쪼개기 (방식으로) 후원했다”고 증언하면서 시작됐다.

검찰은 김 전 회장에게 요청해 불법 정치자금을 이 대표 측에 기부하게 한 혐의(정치자금법 위반 등)로 이 전 부지사를 지난달 25일 6번째로 추가 기소했다.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1부(부장검사 이준동)는 대장동 특혜 의혹서 비롯된 이 대표의 ‘428억원 약정설’도 수사 중이다. ‘428억 약정’ 의혹은 이 대표 측이 대장동 일당으로부터 특혜를 제공한 대가로 천화동인 1호 지분 428억원을 받기로 했다는 의혹이다.

앞서 검찰은 2023년 3월 대장동 의혹을 받는 이 대표를 배임 등 혐의로 기소했으나, 해당 의혹은 함께 기소하지 못했다. 당시 측근인 민주당 정진상 전 당 대표실 정무조정실장 등은 이를 강하게 부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사드기지·이 대표 사건도 다시
“검 개혁 두려움에 수사력 몰빵”

다만 검찰은 이 대표 공소장 속 전제 사실에 이 대표가 428억원 약정 내용을 정 전 정무조정실장으로부터 보고 받았다는 내용을 포함했다.

중앙지검 반부패수사3부(부장검사 이승학)는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 관련 재판 거래 의혹도 수사 중이다. 재판거래 의혹은 권순일 전 대법관이 재직 중이던 2020년 7월, 이 전 대표의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사건을 무죄 취지로 파기환송할 때 캐스팅보트 역할을 했단 의혹이다.

이후 대장동 개발 비리 의혹이 불거진 뒤 김만배씨가 이 대표의 대법원 선고 전후로 여러 차례 권 전 대법관 사무실을 방문했던 사실이 알려졌다. 권 전 대법관이 퇴임 후 화천대유자산관리 고문을 맡아 매달 1500만원의 보수를 받은 사실도 알려졌다.

권 전 대법관이 해당 판결의 대가로 화천대유 고문으로 영입됐다는 의혹이 제기돼 고발로 이어졌다.

검찰은 지난해 3월 변호사법 위반 혐의로 권 전 대법관 변호사 사무실을 압수수색하며 “재판 거래 의혹은 이번 압수수색 영장 기재 내용과는 다르지만 그 부분까지 포함해 사실관계를 분명하게 하기 위한 수사를 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법조계에서는 검찰이 다시 전 정권 및 야당 관계자에 대한 수사에 열을 올리는 이유가 윤 대통령의 탄핵 기각을 확신한 게 기반이 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 부장검사 출신 변호사는 “검찰은 노무현 대통령 당시부터 검찰개혁(검찰 수사권 조정)의 위험을 겪어왔다”며 “하지만 이를 이겨낸 것은 검찰로서 수사력을 증명한 것에 있다”고 말했다, 이어 “문재인정부 들어서 축소된 수사권이 윤석열정부서 다시 어느 정도 복원된 것을 지켜본 검찰은 윤 대통령이 탄핵되면 검찰이 와해될 것이라는 두려움이 있어 야권에 대한 수사를 강하게 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해석했다.

한 검찰 내부 관계자도 “윤 대통령의 구속이 취소되기 전까지 거의 모든 정치 사건에 대한 수사가 중지됐었다”며 “구속 취소에 대해 즉시항고하지 않아 야권이 검찰총장을 고발하면서 내부 분위기는 ‘상황을 지켜보자’에서 ‘이미 많은 수사를 진행한 정치 사건을 먼저 마무리해 야권의 검찰 공격에 대해 방어하자’는 쪽으로 변화하는 듯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특히 이 대표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이 항소심서 무죄가 나오면서 이 대표가 추후 대통령이 될 경우 검찰개혁에 속도를 낼 것이라는 생각도 야권 관계자가 연루된 정치 사건에 더욱 집중하게 된 이유”라고 설명했다.

정적 죽이기?
피의자 불만?

이 대표는 윤정부 출범 후 검찰의 자신에 대한 수사에 대해 강력 반발하며 “정치 검찰” “정적 죽이기”라며 강하게 반발해 왔다. 이 같은 반발은 민주당 지지층 사이에선 공감대가 형성됐지만, 지지층이 아닌 다른 유권자들에겐 ‘피의자(피고인)의 불만’ 정도로 인식돼오고 있다. 위증교사 1심에 이어, 선거법 2심서도 법원이 검찰의 공소 사실 일체를 부인하며 무죄를 선고함에 따라 이 대표 주장에 힘이 실리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kcj5121@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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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공개> 검찰 수사기록으로 본 12·3 내란 사태 전말 ⑥좌파 14명 체포 실패 내막

[단독 공개] 검찰 수사기록으로 본 12·3 내란 사태 전말 ⑥좌파 14명 체포 실패 내막

[일요시사 취재1팀] 김철준 기자 = 12·3 계엄 당일 내란 주동자들은 정치인과 판사 등 자신들이 반국가 세력으로 지칭한 14명의 체포를 위해 서둘렀다. 하지만 준비가 된 것은 각 군의 사령관들뿐이었다. 계엄사령부와 합동수사본부의 설치는 훈련 상황서도 24시간가량 걸리는데 이를 간과한 것이다. 미리 계엄을 준비했다는 증거가 계속해서 나오는 상황에 실무진에게 준비시키지 않은 점이 의문점으로 남아있다. 12·3 비상계엄 선포 이후 윤석열 전 대통령과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 등 내란 주도자들이 정치인과 판사 등 ‘좌파세력’이라고 지칭한 14명의 체포를 시도했지만 무산됐다. 그 내막에는 계엄사령부 합동수사본부(이하 합수본)의 미설치가 있다. 진술 나오자 다른 전략 <일요시사>가 검찰 진술 조서를 입수해 분석한 결과, 계엄이 시작된 계기와 14명의 체포 미수 및 선거관리위원회(이하 선관위) 불법 점거의 실패 이유로 ‘합동수사본부 미설치’를 꼽았다. 12·3 내란 사태가 발생하기 이전 국회와 윤석열 전 대통령의 대립은 심각했다. 과반 의석을 차지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등 야당은 자기들끼리 뭉쳐서 법안을 통과시켰고 윤 전 대통령은 재의요구권을 사용했다. 또 야당은 이진숙 방통위원장과 민주당 이재명 전 대표를 수사한 검찰들에 대한 탄핵을 시도하고 김건희씨와 관련한 특검법을 계속 발의했다.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의 검찰 진술조서에 따르면 지난해 11월27일경, 윤 전 대통령이 관저 식사 자리서 “수사받다가 마음에 안 든다고 검사를 탄핵하고, 재판받다가 마음에 안 든다고 판사를 탄핵하고, 헌법재판소가 마음에 안 들면 정족수를 자르고, 이게 나라냐. 바로잡아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반국가 세력의 준동에 관해 청주간첩단 및 창원간첩단 사건과 관련해 수사 과정서 잡은 인원들을 판사 기피 신청이 들어오면 단기간에 결정하는 것이 상식인데 6개월이나 결정을 하지 않아 간첩들의 구속 기간이 끝나 다 풀려나 돌아다니는데도 이런 것을 방치하고 있는 상황이니 나라가 어떻게 될지 모른다”며 “미래 세대에 제대로 된 나라를 만들어주기 위해서는 특단의 조치(비상계엄)이 필요하겠다”고 강조했다. 일주일이 지난 후 윤 전 대통령은 김 전 장관에게 “야당의 패악질로 나라의 미래가 없다. 국가 비상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고 말했고 이들은 비상계엄 관련 논의를 했다. 이때 체포 명단인 이른바 ‘좌파 세력’ 14명의 명단과 군대를 어떻게 투입할지 등을 확정한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이들은 체포 명단의 사람들의 신병을 확보하려 했지만 실패했다. 게다가 내란 주동자들은 검찰 진술과 형사 법정 등에서도 체포하려 하지 않았다고 진술하고 있다. “합수부 미설치로 체포 불가” “합수부 없어 시작부터 위법” 김 전 장관은 검찰에 “주요 정치인 등에 대한 검거를 시도한 바 없다. 혐의가 있어야 검거를 시도하지 않겠냐”며 “언론에 나오는 위치 추적 등은 포고령에 따라 정치활동이 금지되고 있는 상황이니 주요 정치인 몇 분과 부정선거 등과 관련해 사회서 의혹이 제기되는 사람들의 위치를 미리 파악하라고 이야기한 것일 뿐”이라고 진술했다. 하지만 홍장원 전 국정원 1차장과 작전에 투입된 군인들의 진술로 체포 명단이 실제로 존재했으며 체포를 지시하고 시도했다는 것마저 모두 드러났다. 체포 시도가 있었다는 진술이 계속해서 나오자 내란 주동자들은 다른 전략을 세우게 된다. 바로 ‘합동수사본부 미설치’다. 김 전 장관은 검찰 진술서 합수본이 미설치돼 체포가 불가능했다고 말했다. 그는 “계엄사령부와 합수본이 설치되는 과정이라 검거가 불가능하다”며 “합수본이 설치되려면 검찰과 경찰의 협조가 필요한데 아무런 대비도 없이 체포부터 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진술했다. 김 전 장관의 진술은 계엄 직후 선관위에 국군 정보사령부 부대원들을 보내 선거인 명부 관리 서버를 장악하고 선관위 당직자들에 대한 통신 제한(휴대전화 압수)과 감금이 위법한 수사 활동임을 나타내고 있다. 계엄이 터지면 통상적으로 합수본 역할을 맡는 국군 방첩사령부 관계자도 검찰 진술 당시 선관위 투입은 잘못됐다고 말하기도 했다. 최영희 방첩사 비서실 1과장은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이 방첩사 소속 군인들로 하여금 중앙선관위 서버를 꺼내오도록 지시하거나 계엄 해제 이후 관련 증거를 제거하도록 시킨 것은 자신들의 정당한 권한 범위를 넘어선 것”이라고 말했다. 불법성 미리 알고? 박성하 방첩사 기획조정실장은 “현장에 나가 있던 소위 체포조에 대해서 당시에는 알지 못했다”면서도 “하지만 전시에도 방첩사가 일부 범죄에만 수사권이 있기 때문에 전시나 계엄 상황이라도 관할권이 없는 선관위나 정치인 등 체포나 점거는 경찰의 협조가 필요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게다가 합수본(방첩사)은 직접 수사를 하는 것이 아니라 통합 컨트롤 타워 역할을 해야 하는데 지역 합수단서 해야 할 일을 방첩사 인원으로 진행한 것도 문제”라고 말했다. 한 군검찰 출신 변호사는 “합수본은 계엄사령관이 임명하는 군사경찰 관리, 경찰공무원, 국가정보원 직원 중 사법경찰 관리의 직무를 수행하는 자, 그 밖에 사법경찰 관리의 직무를 수행하는 자로 구성된다”며 “또 합수본은 계엄사령관이 지정한 사건의 수사와 정보기관 및 수사기관의 조정·통제업무를 관장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하지만 선관위로 투입된 인원들은 계엄사령관으로부터 임명을 받지도, 임무를 하달받지도 않았다”며 “게다가 합수본까지 설치되지 않았다고 한다면 시작부터 위법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정보사와 방첩사 모두 계엄사령군(군사경찰)이 아니기에 정당한 절차가 없었다면 반란군이라고 볼 수 있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여기서 의문이 드는 점은 계엄 업무를 해본 김 전 장관이 왜 무리수를 뒀는지다. 김 전 장관은 대한민국 합동참모부서 작전본부장을 역임한 바 있다. 합참 작전본부에는 계엄과가 편제돼있기 때문에 김 전 장관이 계엄군과 합수본 지정 및 운용 등을 몰랐다고 보기 힘들다. 합참 계엄과서 편찬하는 계엄실무편람에도 잘 나와있기 때문이다. 김 전 장관은 논란을 줄이기 위해 계엄이 선포된 후 얼마 지나지 않아 전군주요지휘관회의를 화상으로 개최하면서 박안수 전 육국참모총장을 계엄사령관으로,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을 합동수사본부장으로 임명했다. 하지만 일부 사령관 등에게만 공유됐던 12·3 계엄 작전은 계엄사령부가 설치되기도 전에, 합수본이 설치되기도 전에 끝났다. 사령부만 알았다 <일요시사>가 확보한 검찰 진술 조서에 따르면, 김 전 장관은 전군주요지휘관회의서 이진우 전 수도방위사령부 사령관, 곽종근 전 육군 특수전사령부 사령관에게 국회와 선관위 출동을 하면서 방첩사에 합동수사본부를 구성해서 임무 수행을 하라고 지시했다. 김 전 장관이 방첩사에 지시한 임무는 경찰과 국방부 조사본부에 100명씩 인원을 요청하고 선관위로 먼저 투입된 국군 정보사령부가 접수한 선관위 서버를 꺼내오라는 지시였다. 국방부 조사본부와 경찰에 인원 요청을 한 것은 정치인, 판사, 등 민간인 체포를 위한 것으로 해석된다. 하지만 조사본부는 방첩사가 요청한 수사관 지원 요청을 4차례 거절했다. 조사본부 한 관계자는 검찰 조사 당시 “지난 3일 계엄령 선포 이후 방첩사로부터 수사관 100명 지원을 네 차례 요청받았지만, 근거가 없다고 판단해 응하지 않았다”며 “이후 합수본 실무자 요청에 따라 시행 계획상 편성돼있는 수사관 10명을 지난해 12월4일 오전1시8분 출발시켰다”고 진술했다. 방첩사의 수사관 파견 요청에는 불응했고, 계엄 시행 이후 방첩사를 중심으로 꾸려지는 합수본 요청에는 응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수사관이 파견된 시간은 이미 계엄 해제 의결이 이뤄진 뒤였다. 합수본이 계엄 해제와 비슷한 시기에 모양새라도 갖춘 것이라고 볼 수 있다. 김 전 장관이 계엄 직후 전군주요지휘관회의서 여 전 사령관에게 합수본 설치를 지시했지만 설치가 늦어진 이유가 있다. 방첩사에 내려진 지시는 좌파세력 체포와 합수본 설치, 검찰과 경찰 및 국방부 조사본부 등에 협조 요청 등으로 내란 주동자들에게는 어느 것 하나 미룰 수 없는 일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박 기획조정실장은 “부대에 도착해보니 OOO회의실에 여 전 사령관이 이경민 참모장, 이창엽 비서실장과 같이 있었다”며 “합수본 설치 지시를 받으려 사령관에 물어봤지만 답을 듣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어 “당시 여 전 사령관이 다른 누군가와 통화를 하고 있었는데 ‘합수본부장으로 임명됐다. 우리 대원들은 다 나가 있다’고 말하며 통화에만 집중했을 뿐 합수본 설치 지시를 내리지 않았다”고 말하기도 했다. 계엄 6개월 전부터 준비 실무진만 ‘닭 쫓던 개’ ‘비상계엄이 선포되면 국가적으로 엄중한 상황이 될 텐데 방첩사는 계엄 선포 예정 사실을 알고 준비하지 않았느냐’는 검사의 질문에 “계엄이 선포되면 합수본을 설치해야 하는 사람이 나다. 하지만 나는 해당 사실을 알지 못했다”며 “체포조를 운영한 수사단장도 해당 사실을 전혀 몰랐다”고 답했다. 그는 “방첩사 비상소집이 완료된 시간이 지난해 12월4일 오전 1시4분”이라며 “합수본은 기본 시설도 갖추지 못한 상태서 계엄이 해제됐다”고 말했다. 방첩사 인원들이 전원 소집되는 시간에 이미 계엄은 해제된 것이다. 방첩사의 작전 계획상에는 상황실 설치에 8시간, 합수본 설치에 24시간을 예정하고 있는데 비상계엄이 3시간 만에 해제됐다. 본부 설치에만 24시간이 걸리며 계엄사령관으로부터 임명을 받아 합수본을 완전히 구성하려면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 한 군사학과 교수는 “계엄 선포에 대해 사령관과 참모진 외에 실무자에게도 공유가 됐다면 미리 합수본 설치를 준비하고 있다가 계엄이 선포된 후 바로 체포를 진행했을 것”이라며 “이번 계엄의 패착은 이전 계엄과 달리 빠르게 대처한 국회를 막지 못한 것과 계엄사령부부터 합수본까지의 실무자들이 준비할 시간이 없었다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실제로 방첩사 사령부에서는 미리 계엄 준비를 해왔던 것으로 보인다. 방첩사 소속 간부 A씨는 검찰 조사에서 “방첩사와 경찰청 국가수사본부가 체결한 MOU에 언급된 ‘합동수사본부’는 계엄 시 설치되는 합수부가 맞다”고 진술했다. 방첩사와 국수본은 지난해 6월28일 ‘안보범죄 수사 협력에 관한 업무협약’을 체결하면서 “합동수사본부 설치 시 편성에 부합하는 수사관 등을 지원한다”는 내용을 담았다. 검찰은 이를 근거로 방첩사가 계엄을 오래전부터 준비한 것으로 보고 있다. A씨는 “지휘부에서 최초에는 지난해 5월 초순경 3주안에 체결하라는 지시를 했다”며 “보통 미국 국방정보국(DIA) 등 해외정보수사기관과 이런 MOU를 맺고, 국내 기관은 관련 법령이 있어 MOU를 맺지는 않는다. 국내 기관과 MOU를 맺은 건 이번이 처음이고, 굳이 이런 MOU를 맺는 게 의아했다”고 진술하기도 했다. 다만 조지호 경찰청장은 해당 MOU에도 불구하고 계엄 당일 수사관 지원 요청을 이행하지 않았다. 그러면서도 조 청장은 지난 5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긴급 현안 질의에 나와 “방첩사 주관으로 수사본부가 꾸려질 수 있으니 경찰서 필요한 인력을 지원해줬으면 좋겠다고 해서, 제가 준비하겠다고 했다”고 밝혔으며 계엄 당일 수사관 81명이 방첩사 요청으로 대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두환과 구상 흡사 내란 주동자들은 경찰력을 대거 방첩사로 파견해 합동수사본부를 꾸리고 정치인 체포 작전을 벌일 계획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이는 1979년 비상계엄하에서 박정희 전 대통령 피살 사건을 수사하기 위해 전두환 당시 보안사령관이 만든 합수본과 흡사한 구상이다. 당시 합수본은 정권에 반대하는 정치인에 대한 정보 기능을 도맡아 12·12 군사 반란의 수괴인 전두환씨가 권력을 장악하는 데 중요한 기반이 됐다. <kcj5121@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계엄 사령부 구성도 완전 실패 <일요시사>가 확보한 검찰 진술조서에 따르면 계엄사령부는 구성조차 못했다. 권영환 전 대한민국 합동참모본부 계엄과장은 계엄이 선포된 후 김용현 전 국방부장관으로부터 ‘계엄사령부 설치를 도와라’라는 지시를 받았다. 이에 그는 육군 본부 참모진들이 올라올 때까지 계엄사 상황실 구성 준비를 했다. 계엄이 선포되면 계엄사에는 2실(비서실, 기획조정실) 8처(정보처, 작전처, 치안처, 법무처, 보도처, 동원처, 구호처, 행정처)를 구성하도록 돼있으나. 권 전 과장이 계엄사 상황실을 구성하고 있을 당시 국회에서는 ‘비상계엄해제 요구결의안’이 가결됐다. 당시 권 전 과장이 박안수 전 육군참모총장에게 “(계엄해제 요구안이 가결됐으니) 법률상 지체 없이 계엄을 해제하도록 돼있다”고 말하자 박 전 총장은 “그런 것을 조언할 것이 아니라 일이 되게끔 만들어야지 일머리가 없다”며 “올해 연습을 두 번이나 했다고 하면서 구성을 왜 빨리 못하냐”고 꾸짖었다고 한다. 이는 내란 주동자들이 2차 계엄을 생각하고 있었으며 계엄사 구성의 역할이 합참에 있었다는 것을 내포하는 대목이다. <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