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초대석> 100조 꿈꾸는 물류 베테랑 승부사 신재명 큐런그룹 회장

  • 김성민 기자 smk1@ilyosisa.co.kr
  • 등록 2025.03.24 09:08:01
  • 호수 1524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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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객이 ‘큐’하면 우린 무조건 ‘런’”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넘쳐나는 택배 물량을 소화하는 배송 기사들은 운송료를 받는 데만 한 달을 기다린다. 배송을 주선하는 운송사가 운송료를 선결제해주는 경우는 없기 때문이다. 신재명 큐런그룹 회장은 화물차주들의 고된 현실을 해소하고자 물류 네트워크 개발에 나섰다.

2020년 큐런을 설립한 신재명 회장은 꿈 같은 목표를 실현하기 위해 불편한 진실을 받아들였다. 배송의 속도와 품질을 높이기 위해 물류 업계에 ‘페인 포인트(Pain Point)’를 찾아 해결하는 데 주력한다는 것이다. 취재진은 국내 42만군데가 넘는 물류 회사들 속에서 문제 해결 중심 원칙을 외치는 신 회장을 만나봤다.

주문과 동시에

과거엔 물류 운송을 위한 인프라나 인력, 장비에 대한 비용이 저렴했다. 과거에 비해 현재 부동산 가격 상승 등의 요인과 불경기가 맞물려 효율적인 비용으로 유지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신 회장은 “대리점만 늘리는 물류 시스템으로는 페인 포인트를 해결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큐런은 대리점망을 구축하지 않겠다는 전략을 세워 IT 플랫폼을 통한 배송 네트워크의 안정화를 우선시할 계획이다. 수도권의 주요 거점을 마련하고 주문과 동시에 직접 배송을 실현할 계획이며 이를 위해 배송 네트워크가 완성돼야 한다.

신 회장은 “배송 기사들의 안정적인 수익, 그리고 빠른 선지급이 우선이라고 생각한다”며 “큐런은 배송 기사를 존중하는 시스템을 마련해, 지속적으로 일하고 싶은 회사로 만들어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기사들의 업무 만족도가 배송 네트워크의 안정화를 의미한다는 뜻이다.


신 회장은 “미배송, 오배송에 대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근본적인 방법은 기사들을 존중하는 것”이라며 “결국 화주들도 큐런을 믿고 화물을 맡길 수 있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큐런은 기사들을 위한 자금 지원 서비스도 개발하고 있다.

물류 주선이 주요 사업인 큐런은 새로운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물류 주선 업계에선 강점을 갖고 지속하고 있는 데 더해 더 빠른 배송 속도를 요구하는 고객의 만족도를 충족시키려는 기업이다. 큐런은 경쟁사가 범람하는 업계서 차별화를 위해 ‘24시 번개배송’을 목표로 하고 있다.

신 회장은 최근 물류센터 매입을 위해서도 분주하다. 1만5000평 규모의 수도권 물류센터 3-4개를 확보해 수도권에 라스트마일 서비스를 제공할 계획이다. 또 국방 물류사업을 강화하기 위해 윤국 전 국군수송사령부 소장을 부사장으로 세워 군수송 분야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물류 네트워크 개발 선진화 주도
24시 번개배송···4년 내 100조 목표

신 회장은 “이미 소비자들은 빠른 배송에 대한 경험이 쌓여 있다. 더 빠르지 않으면 생존할 수 없다. 다음 날 배송해준다는 것은 누구나 할 수 있는 이야기다. 큐런의 24시 번개배송은 조금 다르다”며 “6시간 내 배송을 기획하고 PT하는 과정서 ‘택배’라는 단어를 사용했지만 기존 택배 시스템으로는 구현이 불가능하다. 택배는 집하가 중요한 데 고객의 주문과 동시에 빠른배송이 가능하도록 촘촘한 거점을 확보하고 있다. 수도권을 중심으로 20개 정도의 물류센터를 구축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일반적으로 주간에 빠르게 배송해주거나 새벽 배송으로 서비스가 진행되는데 큐런은 24시간 언제라도 주문이 들어오면 6시간 안에 배송을 완료하려고 한다. 이 과정서 1분이라도 시간을 허비하는 방식을 배제할 것”이라며 “기존의 택배처럼 집하 개념이 아닌 자사몰을 운영하고 빠른 배송이 필요한 기업에 큐런의 서비스를 제공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장을 잘 아는 신 회장은 수기 송장과 수기 계산서가 사용되는 불편함과 전화로 배차하는 아날로그 방식까지 없애면서 배송 속도를 더욱 키우겠다는 설명이다.


인터뷰 내내 신 회장의 휴대전화 3개는 쉴 틈 없이 울렸다. 현장 업무도 직접 관리하는 그는 회장이라는 직에 걸맞은 권위적인 이미지보다 실무자 모습에 가까웠다. 물류 기사들과 통화하는 업무서 그는 설득을 통한 상호존중을 중요하게 생각했다. 스스로 현장 상황을 파악하고 궂은일도 마다하지 않겠다는 집념이 보였다.

신 회장은 “소비자가 원하는 흐름에 맞춰서 준비를 지속하고 있고 그 과정서 직접 현장을 지휘하면서 서비스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큐런이라는 상호도 고객이 ‘큐’를 외치면 ‘런’하겠다는 직관적인 의미를 담고 있다”며 “큐런의 의미를 함축적으로 담고 있는 서비스인 ‘24시 번개배송’을 준비하고 있는데 이는 언제라도 6시간 안에 배송하는 서비스다. 현재 전산 개발은 끝난 상황이며 서울 수도권에 5개의 거점을 확보해 최종 서비스를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신 회장이 직접 현장을 진두지휘하는 이유는 ‘실력으로 승부하자’는 그의 철학과 맞아떨어진다. 최근 신 회장이 직원들 앞에서 발표한 매출 100조 달성 목표는 실무자로서의 자신감으로부터 비롯됐다. 큐런은 지난 1월6일 ‘2025 신속히 도약해 비상하자!’라는 주제로 열린 워크숍서 이같이 발표했다.

당시 큐런그룹 계열사인 큐런네트웍스, 시사픽, 짐플러스 임직원들이 참석했다. 주제 발표에 나선 권안식 규런네트웍스 총괄고문은 “큐런맨이 물류산업 전반에 관한 핵심 포인트를 정확히 인식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또 강연에 나선 이현우 전 CJ대한통운 대표이사는 “큐런그룹이 글로벌 물류기업으로 도약하고 비상하기 위해선 국내외 현황을 면밀히 분석해 리스크를 줄이고 큰 비전을 품어야 가능하다”고 조언했다.

신 회장은 “전 계열사 임직원이 전략적 비전을 갖고 새로운 미래를 개척해 나가는 원동력을 가질 수 있었다”며 “앞으로 우수한 인재를 영입하고 직원 교육프로그램을 강화해 임직원의 성장과 미래를 위해 투자하겠다”고 강조했다. 큐런 임직원들의 의기투합은 신 회장의 리더십서 비롯됐다고 볼 수 있다.

배송 기사님을 위한 회사
운송료 선결제 도입 호평

큐런을 어떤 회사로 만들고 싶냐는 질문에 신 회장은 “현장에 일하는 사람들이 놀 수 있는 놀이터가 될 수 있도록 만들고 싶다”며 웃으며 말했다. 그는 “결국 돈을 벌기 위한 일인데, 배송 기사들의 경제적인 여력에 도움이 될 수 있도록 선지급 구조를 만들겠다”며 “기사들이 안정적으로 일하고 상생하는 플랫폼을 만들어보고 싶다. 물류 업계는 기존 시장의 파이를 나눠 먹는 형태다. 이 과정서 회사가 망가지는 경우가 많다. 누군가는 피해를 받는다는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큐런은 물류인들이 안정적으로 일하고 즐길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하고 이들과 함께 성장해 갈 수 있도록 만들고 싶다”고 마무리했다. 실제로 보름서 한 달 뒤에나 운송료를 받는 기사들은 체감상 결제에 걸리는 시간을 60일처럼 느낀다고 한다.

당당한 그에게도 과거의 아픔은 있었다. 지난 2022년 큐런으로 상호를 변경하고 고난이 찾아왔다. 큐런은 당시 큐런 택배라는 브랜드를 론칭했다. 그러나 기존의 택배와 차별화가 되지 않으면서 어려움을 겪었다. 신 회장이 과거 택배 대리점을 운영하면서 겪은 어려움을 큐런 그룹서 겪지 않도록 계획한 이유다.

한편, 신 회장은 전문가 수준의 무예가로도 유명하다. 지난해 4월 대한합기도무예협회장으로 취임한 바 있다. 신 회장은 (사)대한합기도무예협회장 취임식서 “합기도인들이 긍지와 자부심을 가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며, 합기도의 과학화와 지도자 양성에 앞장서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비용 다이어트


신 회장은 “특히 대한합기도무예협회의 목적인 합기도 사범의 해외 파견과 초청, 국제교류, 국내외 합기도 대회 개최, 합기도 관련 서적과 역사 편찬 등에 관심을 갖고 있으며, 임기 중에 속도를 내서 목적을 달성하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대한합기도무예협회 공인 6단이다. 또 지난 2년간 (사)한국권투협회 제3대 회장을 역임하면서 권투 종목의 위상 제고와 발전에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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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립무원’ 여야 수장 동병상련

‘고립무원’ 여야 수장 동병상련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이재명 대통령과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는 당내 강경파의 반발로 인해 어려운 상황에 처해 있다. 동병상련을 느낄 법한 두 사람은 여야 지도부 회동이라는 전략적 제휴에 가까운 선택으로 각자의 어려움을 풀고 정국에 대응할 것으로 보인다.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8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정청래 대표와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를 용산 대통령실로 초청했다. 오찬은 약 1시간 동안 진행됐고, 이 대통령과 장 대표는 30분 동안 비공개 영수회담을 진행했다. 유튜브 권력자? 이 대통령과 장 대표는 여야의 수장이지만, 각자의 이유로 자신의 진영에선 어려운 상황에 처해있다. 두 사람의 회담은 이 때문에 더욱 주목받았다. 정 대표는 지난달 26일 장 대표가 선출된 이후 줄곧 ‘무시’ 전술로 대응했다. 정 대표는 장 대표 선출 여부와 관계없이 국민의힘에 대해 정당해산심판 청구 가능성을 언급하면서 강공 기조를 잇고 있다. 이 대통령은 이런 상황에서 여야 지도부 회동과 영수 회담을 진행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선 “이 대통령이 장 대표와 만난 것 자체가 고립무원에 처한 이 대통령의 상황을 보여주는 것일 수도 있다”고 의심하고 있다. 이 대통령이 겪는 어려움은 여당인 민주당과의 관계로부터 시작된다. 이 대통령과 민주당의 관계에 대해선 “대통령 위에 방송인 김어준씨가 상왕으로 군림한다”는 설이 광범위하게 퍼져 있다. 이 대통령은 문재인 전 대통령 등 친문(친 문재인) 진영과 오랜 갈등 관계에 있었고 “민주당에서 세가 약하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김어준 상왕설’은 이젠 진보 성향 언론에서도 공공연하게 거론한다. <주간경향>은 지난 8일 ‘김어준 상왕설’을 다루면서 “김씨가 비판·견제가 어려운 신성불가침 영역이 됐다”는 민주당 내부 반응과 “김씨는 민주당의 고정 상수고, 당의 일부 기능이 김씨의 유튜브 채널로 이관됐다”는 일부 정치평론가 반응도 소개했다.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사위로 알려진 민주당 곽상언 의원은 지난 7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유튜브 권력이 정치 권력을 휘두르고 있다”면서 김씨를 강하게 비판했다. 다음 날엔 “저는 ‘유튜브 권력자’에게 머리를 조아리면서 정치할 생각은 없다”며 “이 방송에 출연하면 공천받는 것은 아무것도 아니라는 얘기를 들은 기억이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노 전 대통령은 지난 2002년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 당시 ‘<조선일보>는 민주당 경선에서 손을 떼라’는 의견을 밝히셨다”고 강조했다. 곽 의원은 곧바로 반격을 받았다. 같은 당 최민희 의원은 지난 9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곽 의원을 일컬어 ‘부화뇌동 국회의원님’이라고 지칭하면서 “자존감을 좀 가지시라. 부끄럽지 않느냐”고 비판했다. 최 의원이 곧바로 반격한 것은 역설적으로 김씨와 이 대통령의 위상을 확인시켜 줬다. 이 대통령은 현재 각종 여론조사에서 50%가 넘는 높은 지지율을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검찰 해체 ▲각종 외교 현안 ▲조국혁신당 성범죄 의혹 등 문제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위에서 누르고 옆에서 치받고 이 대통령 앞에 수북한 난제 민주당에선 정 대표가 검찰개혁 관련 공세를 주도한다. 현재 진행 중인 3개의 특검(내란·김건희·채 상병)과 관련해 수사 기간·범위·인력 대폭 확대와 관련 재판 녹화 중계를 추진하는 특검법 개정안을 추진하고 있다. 개정안은 이미 국회 법사위를 통과했고, 국민의힘은 헌법재판소에 효력정치 가처분을 신청했다. 검찰을 겨냥해선 “추석 전 검찰을 해체하고, 중대범죄수사청(이하 중수청)과 공소청을 설치하겠다”는 방침을 유지하고 있다. 사법부를 겨냥해선 내란 특별재판부 설치를 추진하고 있다. 민주당과 이재명정부 내부에선 중수청의 소속 부처를 놓고 이미 갈등이 있었다. 친명(친 이재명)계 좌장으로 알려진 정성호 법무부 장관은 지난달 27일 “중수청을 행정안전부에 설치하면 민주적 통제가 어려워질 수 있다”면서 사실상 ‘법무부 설치’를 주장했다. 그러자 친민주당 진영은 정 장관에게 강하게 반발했다. 그동안 친민주당 성향을 강하게 드러냈던 임은정 서울동부지검장은 지난달 29일 검찰개혁 공청회에서 “정 장관도 검찰에 장악돼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검찰개혁 후속 법안을 마련하는 정부 기구 구성과 관련해 정 대표와 대통령실 우상호 정무수석이 크게 언쟁을 했다”는 설까지 불거졌다. 장 대표는 이 대통령과 만났을 당시 공개 발언에서 특검 연장·특별재판부 설치와 관련해 이 대통령에게 거부권 행사를 요청했다. 장 대표가 거부권 행사를 요청한 명분은 ‘견제와 균형 붕괴’였다. 장 대표는 이어진 비공개 회동에서도 “오랫동안 되풀이된 정치 보복 수사를 끊어낼 수 있는 적임자는 이 대통령”이라면서 특검 연장·특별재판부 설치에 강한 우려와 유감의 뜻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이 대통령은 장 대표에게 뚜렷한 답변을 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선 이 대통령의 반응을 놓고 “이 대통령이 제어하지 못하는 상황일 수도 있다”고 보고 있다. 정 장관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중수청 소속 부처도 행정안전부로 결정됐다. 이에 대해서도 “이 대통령이 당의 의사를 이겨내지 못한 것”이란 분석이 나오고 있다. 지난 4일(현지시각) 미국 조지아주에서 발생한 현대차·LG 에너지솔루션 합작 배터리 공장 건설 현장의 한국인 노동자 300여명 구금 사태도 이 대통령에게 비판의 화살이 집중되는 계기가 됐다. 이 대통령은 지난달 25일(현지 시각)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진행했다. 그로부터 불과 10일 후 발생한 사태였다. 안팎 모두 꼬인 실타래 한미 양국은 정상회담 후 3500억달러 규모의 대미 투자 펀드를 조성하기로 합의했고, 미국이 한국에 부과하는 관세율은 15%로 확정했다. 일본은 5500억달러 규모의 펀드를 조성하기로 한 후 15% 관세율을 받아냈다. 그런데 일본의 관세율 15%가 트럼프 대통령의 행정명령이 내려지면서 명문화된 것과 달리, 우리는 아직 문서를 받아내지 못했다. 미국 정부는 “3500억달러 투자처를 구체적으로 명시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노동자 300여명이 구금된 구체적인 이유는 이들이 최대 90일 동안 단기 체류만 할 수 있는 무비자 전자여행허가 제도를 통해 입국해 근무한 것이었다. 단기 체류 비자로 입국해 근무한 이상 불법체류자가 될 수밖에 없었다. 따라서 트럼프 대통령과 정상회담까지 진행한 이 대통령에겐 “미국을 왕래하는 국민의 비자 문제에조차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 것이냐”는 비판이 제기될 가능성이 커진다. 일본과의 외교도 난항에 부딪힐 가능성이 있다. 이 대통령은 지난달 23일,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와 정상회담을 진행한 후 17년 만에 공동언론발표문을 채택했다. 정상회담도 그만큼 훈훈한 분위기로 진행됐다. 하지만 낮은 지지율과 자유민주당(이하 자민당)의 지난 7월 참의원 선거 패배로 인해 사퇴 압력에 시달리던 이시바 총리는 지난 7일 결국 사퇴를 선언했다. 후임 총리 후보로는 자민당 다카아치 사나에 의원과 고이즈미 신지로 농림수산상이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다. 이시바 총리와 고이즈미 농림수산상은 자민당 내에서 파벌 색이 짙지 않아 비교적 온건한 정치 성향을 지닌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다카이치 의원은 강경한 우익 포퓰리스트였던 고 아베 신조 전 총리의 후계자로 알려졌다. 다카이치 의원은 ▲야스쿠니 신사 참배 ▲헌법 개정 ▲재무장 추진 ▲아베노믹스 계승 등 아베 전 총리와 거의 비슷한 정치색을 드러냈다. 지난 1994년엔 <히틀러 선거전략>이란 책의 추천사를 쓴 것으로 알려졌다. 이 책엔 “단기간에 여론을 모아 권력을 빼앗았다”거나 “긴급조치로 적을 섬멸했다”는 등의 독일 나치의 선거전략을 높이 평가하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설득할 수 없는 유권자는 말살한다”는 등 작전을 일본 정치인의 선거 승리 전략으로 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노 전 대통령은 자신에게 호의적인 국내 여론을 조성하기 위해 고의로 신사 참배를 했던 고이즈미 준이치로 전 일본 총리와 상당한 갈등을 빚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민주당 소속임에도 강경한 우익 성향으로 유명했던 노다 요시히코 전 총리와 갈등하면서 지난 2012년 전격적으로 독도를 방문하는 강수를 뒀다. 박근혜 전 대통령도 재임 중 아베 전 총리와 상당한 갈등을 빚으면서 대중국 외교에 공들였다. 다카이치 의원이 후임 총리가 되면, 이 대통령도 전임 대통령들처럼 상당한 갈등을 빚을 가능성이 있다. 혁신당 나비효과 게다가 우원식 국회의장은 지난 3일 중국 전승절 80주년 경축 행사에 참석한 것으로 보수 성향 유권자들에게 큰 비판을 듣고 있다. 우 의장은 행사에 함께 참석한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짧게 인사를 나눴다. 반면 민주당 박지원 의원은 김 위원장을 2번이나 불렀음에도 아무 반응을 얻지 못해, 이 역시 보수 성향 유권자들로부터 큰 비판을 받고 있다. 이 대통령은 대통령 취임 이후 친서방 외교에 유화적인 방향으로 선회하려고 했다. 하지만 민주당의 전통적 방향과 충돌하는 상황으로 해석되고 있다.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 내부에서 불거진 성추행·성희롱 사건도 이 대통령에게 불리하게 전개될 가능성이 있다. 혁신당은 조국 비상대책위원장 등 친문 핵심 일부가 창당했다. 이 사건은 혁신당 강미정 전 대변인이 탈당하면서 폭로해 외부에 알려졌다. 가해자로 지목된 김보협 수석대변인은 문 전 대통령과 친분이 돈독한 것으로 알려졌다. 신우석 전 사무부총장은 조 비대위원장이 민정수석이었을 당시 민정수석실 행정관을 지냈다. 조 비대위원장은 그동안 특별한 반응을 보이지 않았고, 이 여파는 민주당과 이 대통령에게 번지고 있다. 기성세대 남성의 위선과 운동권 특유의 성 문화 논쟁으로 확대되면서, 고 박원순 전 서울시장과 오거돈 전 부산시장의 성범죄 사건까지 거론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 대통령으로선 친문계와 빚고 있는 광범위하면서도 조직적인 엇박자가 국정에도 악영향을 미치는 상황에서 그 뒷감당까지 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한 것이다. 장 대표도 이 대통령 못지않은 고립무원 상황에 직면했다. 시작은 국민의힘 이준석 전 대표로부터도 신임받았던 김도읍 의원을 지난 1일 정책위의장으로 임명한 것이었다. 그러자 “장 대표 당선에 큰 공을 세웠다”고 자부하던 강경 보수 성향 유튜버들이 크게 반발했다. 특히 고성국 ‘고성국TV’ 대표는 지난 2일 “내년 지방선거에서 승리하려면, 국민의힘이 지자체장 30석을 자유통일당 등 자유 우파 정당 4개에 양보하면 된다”고 요구했다. 강경 보수 공세 친한 숙청 시동 민주당의 각종 입법 공세 방어 등 대여 공세 수단도 마땅치 않다. 국민의힘은 민주당의 노란봉투법 통과를 막기 위해 필리버스터를 동원했지만, 큰 의미를 두기 어려웠다. 노란봉투법은 국민의힘의 필리버스터 종료 직후 본회의를 통과했다. 국민의힘이 할 수 있는 일은 본회의 불참밖에 없었다. 3개의 특검은 이미 국민의힘을 사정권에 두고 있다. 현실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수단은 실질적으로는 아무런 의미가 없는 장외 집회밖에 없다. 장 대표는 강경한 대여 공세를 약속하면서 당 대표에 당선됐지만, 강경한 대여 공세를 할 수 있는 현실적인 수단은 처음부터 없었다. 따라서 여야 지도부 회동은 장 대표에겐 정치적으로 큰 의미가 있는 기회였다. 최소한 “이 대통령에게 우리의 요구를 가감 없이 전달했다”고 자부할 만한 명분이 마련된 것이었다. 내부 사정도 녹록하진 않다. 장 대표에겐 지난해 12월 결별한 친한계(친 한동훈)와의 내부 투쟁도 숙제로 남아있기 때문이다. 다만 장 대표가 당선된 것 자체가 이미 친한계엔 큰 타격이었다. 아울러 친한계엔 ▲김종혁 전 최고위원 ▲신지호 전 사무부총장 ▲윤희석 전 대변인 ▲송영훈 전 대변인 등 국민의힘을 대표해 각종 시사프로그램 패널로 출연하는 인사들이 다수 소속돼있었다. 이들은 대체로 친한계의 이해관계를 각종 방송에서 대변했다. 장 대표는 지난 7일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서 “방송에서 당의 의견을 가장해 당에 해를 끼치는 발언을 하는 것도 해당 행위”라며 “국민의힘을 공식적으로 대변하는 인물임을 알리는 패널 인증제도를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장 대표의 방침은 “국민의힘 몫 토론자로 출연해 친한계를 대변하는 인사들을 방송에서 솎아내려는 것”이라는 취지로 해석된다. 이처럼 장 대표는 당내에서 양면 전선을 펼쳐놨기 때문에 현재 상황이 녹록지 않다. 강도 높은 내부 투쟁을 진행하는 이 대통령과 장 대표로선 여야 지도부 회동이 동병상련에 가까운 전략적 제휴였을 가능성이 있다. 장 대표는 비공개 회담에서도 국민의힘의 의견을 모두 전달한 것으로 보인다. 이 대통령도 뚜렷한 확답만 하지 않았을 뿐, 대통령 당선 이전 강성 이미지를 중화하려는 듯 유화적으로 대응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선 “장 대표가 이 대통령과 정 대표의 불화를 이용하려고 한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다른 한편에선 “장 대표도 내부 반발이 있고, 강도 높은 내부 투쟁을 진행해야 해서 제 코가 석 자”라고 보고 있다. 아울러 이 대통령과 장 대표는 그동안의 이미지에서 벗어나 나름대로 중도를 지향하고자 강경파와 투쟁해야 한다는 공통점이 있다. 당분간 이들이 전략적 제휴를 맺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정 대표는 이 대통령과 장 대표의 회담 분위기를 무색하게 하듯이 다음 날인 지난 9일 진행된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내란 청산은 정치 보복이 아니”라며 “국민의힘이 내란 세력과 단절하지 못하면, 위헌정당 해산심판 대상이 될지도 모르니 명심하라”고 경고했다. 수북한 현안들 ‘내란’은 민주당이 국민의힘과 보수 진영을 공격하는 용도로 사용하는 일반 명사가 됐다. 정 대표는 대표적인 당내 강경파로서, 국민의힘에 대한 강경한 태도가 정치적 상징이 된 지 오래다. 이 대통령과 장 대표가 마주 보고 성과를 낼수록 정 대표는 설 자리를 잃는다. 정 대표의 제동은 “고립무원에 처한 여야 수장이 서로에게 동병상련을 느껴도 큰 의미가 없을 것”이란 경고 메시지로 해석될 수 있다. 바퀴들이 삐걱대는 사이 현안은 더욱 수북이 쌓이고 있다.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