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초대석> 100조 꿈꾸는 물류 베테랑 승부사 신재명 큐런그룹 회장

  • 김성민 기자 smk1@ilyosisa.co.kr
  • 등록 2025.03.24 09:08:01
  • 호수 1524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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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객이 ‘큐’하면 우린 무조건 ‘런’”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넘쳐나는 택배 물량을 소화하는 배송 기사들은 운송료를 받는 데만 한 달을 기다린다. 배송을 주선하는 운송사가 운송료를 선결제해주는 경우는 없기 때문이다. 신재명 큐런그룹 회장은 화물차주들의 고된 현실을 해소하고자 물류 네트워크 개발에 나섰다.

2020년 큐런을 설립한 신재명 회장은 꿈 같은 목표를 실현하기 위해 불편한 진실을 받아들였다. 배송의 속도와 품질을 높이기 위해 물류 업계에 ‘페인 포인트(Pain Point)’를 찾아 해결하는 데 주력한다는 것이다. 취재진은 국내 42만군데가 넘는 물류 회사들 속에서 문제 해결 중심 원칙을 외치는 신 회장을 만나봤다.

주문과 동시에

과거엔 물류 운송을 위한 인프라나 인력, 장비에 대한 비용이 저렴했다. 과거에 비해 현재 부동산 가격 상승 등의 요인과 불경기가 맞물려 효율적인 비용으로 유지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신 회장은 “대리점만 늘리는 물류 시스템으로는 페인 포인트를 해결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큐런은 대리점망을 구축하지 않겠다는 전략을 세워 IT 플랫폼을 통한 배송 네트워크의 안정화를 우선시할 계획이다. 수도권의 주요 거점을 마련하고 주문과 동시에 직접 배송을 실현할 계획이며 이를 위해 배송 네트워크가 완성돼야 한다.

신 회장은 “배송 기사들의 안정적인 수익, 그리고 빠른 선지급이 우선이라고 생각한다”며 “큐런은 배송 기사를 존중하는 시스템을 마련해, 지속적으로 일하고 싶은 회사로 만들어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기사들의 업무 만족도가 배송 네트워크의 안정화를 의미한다는 뜻이다.


신 회장은 “미배송, 오배송에 대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근본적인 방법은 기사들을 존중하는 것”이라며 “결국 화주들도 큐런을 믿고 화물을 맡길 수 있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큐런은 기사들을 위한 자금 지원 서비스도 개발하고 있다.

물류 주선이 주요 사업인 큐런은 새로운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물류 주선 업계에선 강점을 갖고 지속하고 있는 데 더해 더 빠른 배송 속도를 요구하는 고객의 만족도를 충족시키려는 기업이다. 큐런은 경쟁사가 범람하는 업계서 차별화를 위해 ‘24시 번개배송’을 목표로 하고 있다.

신 회장은 최근 물류센터 매입을 위해서도 분주하다. 1만5000평 규모의 수도권 물류센터 3-4개를 확보해 수도권에 라스트마일 서비스를 제공할 계획이다. 또 국방 물류사업을 강화하기 위해 윤국 전 국군수송사령부 소장을 부사장으로 세워 군수송 분야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물류 네트워크 개발 선진화 주도
24시 번개배송···4년 내 100조 목표

신 회장은 “이미 소비자들은 빠른 배송에 대한 경험이 쌓여 있다. 더 빠르지 않으면 생존할 수 없다. 다음 날 배송해준다는 것은 누구나 할 수 있는 이야기다. 큐런의 24시 번개배송은 조금 다르다”며 “6시간 내 배송을 기획하고 PT하는 과정서 ‘택배’라는 단어를 사용했지만 기존 택배 시스템으로는 구현이 불가능하다. 택배는 집하가 중요한 데 고객의 주문과 동시에 빠른배송이 가능하도록 촘촘한 거점을 확보하고 있다. 수도권을 중심으로 20개 정도의 물류센터를 구축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일반적으로 주간에 빠르게 배송해주거나 새벽 배송으로 서비스가 진행되는데 큐런은 24시간 언제라도 주문이 들어오면 6시간 안에 배송을 완료하려고 한다. 이 과정서 1분이라도 시간을 허비하는 방식을 배제할 것”이라며 “기존의 택배처럼 집하 개념이 아닌 자사몰을 운영하고 빠른 배송이 필요한 기업에 큐런의 서비스를 제공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장을 잘 아는 신 회장은 수기 송장과 수기 계산서가 사용되는 불편함과 전화로 배차하는 아날로그 방식까지 없애면서 배송 속도를 더욱 키우겠다는 설명이다.


인터뷰 내내 신 회장의 휴대전화 3개는 쉴 틈 없이 울렸다. 현장 업무도 직접 관리하는 그는 회장이라는 직에 걸맞은 권위적인 이미지보다 실무자 모습에 가까웠다. 물류 기사들과 통화하는 업무서 그는 설득을 통한 상호존중을 중요하게 생각했다. 스스로 현장 상황을 파악하고 궂은일도 마다하지 않겠다는 집념이 보였다.

신 회장은 “소비자가 원하는 흐름에 맞춰서 준비를 지속하고 있고 그 과정서 직접 현장을 지휘하면서 서비스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큐런이라는 상호도 고객이 ‘큐’를 외치면 ‘런’하겠다는 직관적인 의미를 담고 있다”며 “큐런의 의미를 함축적으로 담고 있는 서비스인 ‘24시 번개배송’을 준비하고 있는데 이는 언제라도 6시간 안에 배송하는 서비스다. 현재 전산 개발은 끝난 상황이며 서울 수도권에 5개의 거점을 확보해 최종 서비스를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신 회장이 직접 현장을 진두지휘하는 이유는 ‘실력으로 승부하자’는 그의 철학과 맞아떨어진다. 최근 신 회장이 직원들 앞에서 발표한 매출 100조 달성 목표는 실무자로서의 자신감으로부터 비롯됐다. 큐런은 지난 1월6일 ‘2025 신속히 도약해 비상하자!’라는 주제로 열린 워크숍서 이같이 발표했다.

당시 큐런그룹 계열사인 큐런네트웍스, 시사픽, 짐플러스 임직원들이 참석했다. 주제 발표에 나선 권안식 규런네트웍스 총괄고문은 “큐런맨이 물류산업 전반에 관한 핵심 포인트를 정확히 인식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또 강연에 나선 이현우 전 CJ대한통운 대표이사는 “큐런그룹이 글로벌 물류기업으로 도약하고 비상하기 위해선 국내외 현황을 면밀히 분석해 리스크를 줄이고 큰 비전을 품어야 가능하다”고 조언했다.

신 회장은 “전 계열사 임직원이 전략적 비전을 갖고 새로운 미래를 개척해 나가는 원동력을 가질 수 있었다”며 “앞으로 우수한 인재를 영입하고 직원 교육프로그램을 강화해 임직원의 성장과 미래를 위해 투자하겠다”고 강조했다. 큐런 임직원들의 의기투합은 신 회장의 리더십서 비롯됐다고 볼 수 있다.

배송 기사님을 위한 회사
운송료 선결제 도입 호평

큐런을 어떤 회사로 만들고 싶냐는 질문에 신 회장은 “현장에 일하는 사람들이 놀 수 있는 놀이터가 될 수 있도록 만들고 싶다”며 웃으며 말했다. 그는 “결국 돈을 벌기 위한 일인데, 배송 기사들의 경제적인 여력에 도움이 될 수 있도록 선지급 구조를 만들겠다”며 “기사들이 안정적으로 일하고 상생하는 플랫폼을 만들어보고 싶다. 물류 업계는 기존 시장의 파이를 나눠 먹는 형태다. 이 과정서 회사가 망가지는 경우가 많다. 누군가는 피해를 받는다는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큐런은 물류인들이 안정적으로 일하고 즐길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하고 이들과 함께 성장해 갈 수 있도록 만들고 싶다”고 마무리했다. 실제로 보름서 한 달 뒤에나 운송료를 받는 기사들은 체감상 결제에 걸리는 시간을 60일처럼 느낀다고 한다.

당당한 그에게도 과거의 아픔은 있었다. 지난 2022년 큐런으로 상호를 변경하고 고난이 찾아왔다. 큐런은 당시 큐런 택배라는 브랜드를 론칭했다. 그러나 기존의 택배와 차별화가 되지 않으면서 어려움을 겪었다. 신 회장이 과거 택배 대리점을 운영하면서 겪은 어려움을 큐런 그룹서 겪지 않도록 계획한 이유다.

한편, 신 회장은 전문가 수준의 무예가로도 유명하다. 지난해 4월 대한합기도무예협회장으로 취임한 바 있다. 신 회장은 (사)대한합기도무예협회장 취임식서 “합기도인들이 긍지와 자부심을 가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며, 합기도의 과학화와 지도자 양성에 앞장서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비용 다이어트


신 회장은 “특히 대한합기도무예협회의 목적인 합기도 사범의 해외 파견과 초청, 국제교류, 국내외 합기도 대회 개최, 합기도 관련 서적과 역사 편찬 등에 관심을 갖고 있으며, 임기 중에 속도를 내서 목적을 달성하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대한합기도무예협회 공인 6단이다. 또 지난 2년간 (사)한국권투협회 제3대 회장을 역임하면서 권투 종목의 위상 제고와 발전에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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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발’ 검찰·법원 피바람 플랜

‘이재명발’ 검찰·법원 피바람 플랜

[일요시사 취재1팀] 김철준 기자 = 윤석열정부 당시 ‘정적 죽이기’로 가장 많은 피해를 봤던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3일 당선됐다. 이 대통령은 대선 기간 내내 검찰개혁과 사법개혁을 공약으로 내놨다. 이 대통령이 당선되자 검찰 내부는 ‘어쩔 수 없다’는 분위기가 나오고 있다. 다만 법조계와 학계에서는 검찰개혁과 사법개혁을 신중하게 진행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시된다. 이재명 대통령이 임기를 시작하면서 검찰 내에는 긴장감이 돌고 있다. 이 대통령이 후보 시절까지 포함해 취임 전 법원·검찰과 여러 차례 대립각을 세웠고 선거 과정서 사법개혁과 검찰개혁을 주요 공약으로 내세운 만큼 빠른 시일 내에 개혁에 착수할 것이라는 예측이 나온다. 수차례 대립각 이재명정부서 문재인정부 시절 ‘미완’으로 끝난 이른바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이 완성될지 관심이 모이고 있다. 이 대통령은 선거 기간부터 “검찰개혁을 완성하겠다”며 “수사와 기소를 분리하고 수사기관의 전문성을 확보하겠다”고 공약했다. 이는 문정부 때부터 줄곧 추진해 온 검찰개혁 방안과 유사하다. 문정부 당시 부패·경제 범죄 등에 대한 수사권만을 검찰에 남겨두고 다른 범죄에 대한 수사권은 경찰로 옮겼다. 하지만 윤정부 들어 이른바 ‘검수원복(검찰 수사권 원상복구)’ 시행령과 수사준칙 개정 등으로 여타 범죄에 대한 수사권도 일부 복구됐다. 이 대통령의 수사와 기소 분리는 문정부와는 궤를 달리할 것으로 예상된다. 검찰청을 기소와 공소 유지를 담당하는 ‘기소청’으로 전환하고 중대범죄수사청과 같은 새로운 수사기관을 신설한다는 것이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의 구상이다. 이를 통해 검찰의 기소권 남용에 대한 사법 통제가 강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 여기에 검사를 일반 공무원처럼 자체 징계만으로도 파면할 수 있도록 하는 ‘검사 징계 제도’까지 도입한다는 구상이다. 또 ▲압수·수색영장 사전심문제 도입 ▲대통령령인 수사 준칙 상향 입법화 ▲피의사실공표죄 강화 ▲수사기관의 증거 조작 등에 대한 처벌 강화 및 공소시효 특례 규정 내용이 담긴 수사 절차법도 제정할 계획이다. 이와 함께 이 대통령은 개헌을 통해 검찰총장 임명 시 국회 동의가 필요하도록 하고, 검사의 영장 청구권 독점도 폐지하겠다고 공약했다. 사실상 무소불위였던 검찰 권력을 수술대에 올리겠다는 취지다. 이에 대해 한 법조인은 “이 대통령이 현재 12개 혐의로 5건의 재판을 받고 있는데 이 가운데 상당수는 지난 정부서 검찰이 수사·기소한 것”이라며 “이 대통령으로서는 검찰에 대해 부정적 시각을 가질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검사 출신인 다른 법조인은 “앞서 민주당의 검사 탄핵이 모두 헌법재판소서 기각 결정을 받았는데, 이 대통령 공약대로 기소권 남용 통제, 검사 징계 파면 등이 도입된다면 검찰에 대한 견제가 매우 강화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또 다른 법조인은 “이 대통령이 공수처와 국가수사본부에 힘을 실어준 뒤 두 기관을 적극 활용해 이른바 ‘적폐 청산’을 하려는 것 아니냐”고 전망했다. 수사청과 기소·공소청 분리 원칙 줄사표 신호탄…내부는 ‘초긴장’ 검찰 내부에서는 착잡한 기류가 팽배하다. 앞서 민주당이 추진했던 검사 탄핵이나 특활비 전액 삭감과는 비교가 안 될 정도로 강도 높은 개혁이 이뤄질 것으로 보고 있기 때문이다. 대검찰청 한 관계자는 “검찰의 운명은 민주당에 달려있는 것 아니겠느냐”며 “이재명정부와 여당이 된 민주당이 몰아칠 텐데 검찰의 협상력은 사실상 없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재경지검의 한 부장검사도 “개혁을 하든, 무엇을 하든 담담하게 운명을 받아들여야지 별 수 있냐”며 “다들 숨죽이고 지켜보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서울중앙지검의 한 부장검사는 “대개 검찰을 지원하는 이유가 국가에 대한 사명감 때문인데, 검찰개혁에 포함된 검사징계법에 파면을 명문화하게 되면 리스크를 감수하고 공익을 위해 일할 사람이 몇이나 되겠냐”며 “4~5명의 평검사가 각 부서에 있어야 수사가 원활하게 진행되는데 지금도 2~3명의 평검사만으로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검찰개혁 이후에는 부장 검사 밑에 직접 수사를 할 평검사가 전혀 없을 수 있다는 예상도 나오고 있다”고 토로했다. 특수부 검사들 사이에서는 인사보복에 대한 우려가 강하게 나오고 있다. 특히 이 대통령을 수사했던 특수부 검사들은 ‘검찰개혁 이전에 인사보복을 당할 것’이라고 사석에 이야기하고 다닌다고 한다. 반면, 일선 형사 사건을 수사했던 검사들은 “우리에겐 직접적인 피해는 없을 것”이라며 선을 긋는 분위기다. 다만, 형사부·특수부 검사들이 공감대를 이루며 우려하는 부분도 있다. 과거 문정부 시절 검경수사권 조정으로 경찰의 권한이 비대해진 바 있는데, 이번 검찰개혁으로 경찰이 영장 청구권을 확보하는 경우가 대표적이다. 검찰 단계서 경찰의 영장청구를 판단하지 않아 문제가 생길 것이라는 분석이다. 검찰 내부서 특수부와 형사부가 갈리는 상황에 이들을 모을 구심점도 없다. 과거 문정서 검찰개혁이 추진될 때 검사들이 단일대오로 뭉쳐 저항했던 것처럼 먼저 움직일 사람이 없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결국 수사로 검찰의 존재 의의를 보여야 하지만 ▲12·3 비상계엄 사태 ▲도이치 주가조작 의혹 ▲명태균·건진법사 선거개입 의혹 등 굵직한 주요 사건 관련 특검법이 국회 본회의에 부의돼있다. 특검이 시작되면 검찰의 역할은 줄어들 수밖에 없다. 새 정부의 법무부 장관 인선 직후 대규모 인사도 예상된다. 당장 고검장·지검장 물갈이에 이 대통령 관련 사건을 맡았던 검사들의 줄퇴사도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 실제 지난달 20일 사의를 표했던 이창수 서울중앙지검장의 사직서는 지난 3일 수리됐다. 검 운명은 민주당에 이 지검장은 수원지검 성남지청장 재직 당시엔 성남FC 및 선거법 위반 등으로 이 대통령을 기소했다. 이미 2022년부터 업무 과부하 등을 이유로 매년 100명 이상의 검사들이 퇴직했는데 이번엔 이보다 더 큰 규모로 검찰 대탈출이 벌어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실제 윤정부가 들어섰던 해인 2022년엔 직전 해(79명)보다 2배쯤 많은 검사 142명이 퇴직한 바 있다. 다만 퇴사를 희망하는 검사가 많더라도 대형 로펌에 이들을 다 수용할 수 있는 자리가 없어 실제 퇴사 규모는 예상보다 적을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일각에서는 검찰개혁 신중론도 나오고 있다. 검찰 내부에선 피할 수 없는 문제지만 속도전이 아닌 과거 수사권 조정에 따른 부작용에 대한 반추와 함께 구조적인 문제를 해결하는 차원의 정책 설계가 우선돼야 한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문정부 시절 검찰개혁으로 인한 수사권 조정 등으로 인한 영향을 복기해봐야 한다는 것이다. 한 검사장급 간부는 “다 예상했던 것들로 놀랍진 않지만 수사가 효율적으로 될 수 있도록 제도를 설계했으면 좋겠다”며 “과거 수사권 조정으로 대표되는 검찰개혁이 왜 실패했다고 평가를 받겠나? 수사권 조정 등 앞선 검찰개혁에 대해 복기한 다음 추진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한 차장검사는 “수사기관 간 견제는 경쟁으로 이어진다”며 “수사는 합리적이고 치밀하게 해야 하는데 다른 기관을 의식해 무리하게 하다 보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에게 돌아간다”고 우려했다. 한 부장검사는 “구조적인 문제가 없도록 꼼꼼히 설계해야 한다”며 “수사권, 수사력의 문제도 있지만 법 자체가 구조적으로 난점이 있다는 것에 더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형사소송법 등 근간이 되는 법에 속도전으로 나선다면 이번 비상계엄 사태 수사 때처럼 향후 여러 문제가 드러날 것”이라고 밝혔다. 또 다른 부장검사도 “수사기관끼리 경쟁하게 되면 결국 윤 전 대통령 내란 수사처처럼 어느 사건이든 번번이 망가질 것”이라며 “검찰 등 수사기관, 학계, 정계 등이 참여하는 공론의 장에서 시간을 갖고 충분히 논의해야 할 문제”라고 했다. 이재명정부는 검찰개혁과 더불어 수사기관 개혁과 사법개혁도 같이 추진하려고 준비 중이다. 이 대통령은 검찰의 권한은 축소하면서 경찰과 공수처의 권한은 더욱 강화하겠다는 공약을 펼쳤다. 민주당은 공수처 검사 정원을 현행 25명에서 최대 300명까지 확대하고, 고위 공직자의 모든 범죄에 대해 영장 청구 및 기소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꼼꼼히 설계해야 법조계 안팎에서는 성급한 수사기관 확대가 오히려 독이 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 공수처가 2021년 출범 이후 뚜렷한 수사 성과를 내지 못했기 때문이다. 특히 12·3 비상계엄 사건서도 윤석열 전 대통령 대면조사에 실패하는 등 수사력 한계를 노출했다. 게다가 윤 전 대통령의 내란 우두머리 혐의 수사에서 검찰과 경찰, 공수처가 각자 수사권을 주장하며 혼선을 빚기도 했다. 이창현 한국외국어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검경 수사권이 조정된 지 5년이 지난 시점서 경찰 국가수사본부, 공수처, 검찰의 수사 성과를 냉정히 평가한 뒤 수사권 분리를 논의해도 늦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 대통령이 가장 먼저 개혁할 것으로 보이는 것은 사법개혁이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지난달 1일, 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에 대한 파기환송을 결정하고, 다음날에 파기환송심 첫 공판기일을 그달 15일로 지정했다. 그러나 공판기일을 지정한 지 5일 만에 다시 공판기일을 대선 이후인 오는 18일로 변경했다. 연기 사유는 “대통령 후보인 피고인에게 균등한 선거운동의 기회를 보장하고, 재판의 공정성 논란을 없애기 위해서”였다. 일련의 과정 이후 민주당 내에서는 ‘대법관 증원’을 비롯한 사법부 개혁이 대선 국면의 핵심 의제 중 하나로 떠올랐다. 민주당 의원들은 대법관 증원 법안을 연달아 발의했고, 박범계 의원이 법조인이 아닌 사람도 대법관으로 임명할 수 있도록 하는 법원조직법 개정안을 발의했다가 논란 끝에 철회하기도 했다. 이 대통령은 대선 기간 발표한 공약집서 ‘내란 극복과 민주주의 회복’의 하위 범주로 “사법개혁을 완수하겠다”며 대법관 증원을 비롯한 여러 정책을 공약했다. 대법원 등 사법기관도 엎는다 “신중하게 진행해야” 의견도 공약집에는 실제 증원 규모가 명시되지 않았으나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인 개정안은 대법관 수를 30명으로 늘리는 방안을 담고 있다. 대법관 수를 100명으로 늘리는 법안도 발의됐으나 논란이 일자 민주당은 지난달 26일 철회했다. 대법관이 증원되면 현재 1인당 연평균 약 4000건을 처리해야 하는 대법관들의 업무 부담이 줄면서 ‘재판 지연’의 주된 원인으로 꼽히는 상고심 적체 현상은 상당수 해소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대법관 전원이 참여하는 전원합의체를 통해 법적 안정성을 확보하고 사회적 갈등에 해답을 제시하는 최고 법원의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못할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된다. 30명이 모두 모여 깊이 있는 합의에 도달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쉽지 않아 보이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대법관 증원에 따라 이 대통령 임기 중 총원의 절반이 넘는 대법관이 대통령 임명을 받아 합류하면 사법부 구성이 편향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법원의 재판에 관한 헌법소원 심판을 허용하는 ‘재판 소원’이 도입될지도 관심사다. 민주당 의원들이 헌법재판소법 개정안을 발의해 국회에 계류 중이다. 재판소원이 허용되면 법원이 법률을 헌법에 어긋나게 해석·적용하거나, 재판의 절차적 측면서 국민의 기본권이 침해됐다고 판단된 경우 헌재가 결정으로 위헌임을 확인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대법원은 헌재가 법원의 재판에 관여하는 것은 ‘사법권은 법관으로 구성된 법원에 속한다’고 정한 헌법 101조에 반하고 불필요한 법적 분쟁을 초래할 수 있다는 이유로 법안에 반대해 왔다. 법조계의 의견은 엇갈린다. 재판소원 추진 논의가 이 대통령에 대한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 이후 급물살을 탔다는 점에서 대법원을 견제하려는 시도로 보는 시각도 있다. 사실상의 ‘4심제’가 돼 최고법원으로서 대법원의 기능이 약화하고 법적 안정성이 떨어질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반면 헌법기관 간 상호 견제를 강화하고 국민의 기본권을 보호할 안전망을 두텁게 만든다는 점에서 도입을 긍정하는 견해도 있다. 실제로 법조계에서는 오랜 기간 재판소원 도입의 필요성에 관한 논의가 이어져 왔다. 헌재 역시 최근 국회에 “국민의 충실한 기본권 보호를 위해 개정안의 취지에 공감한다”는 찬성 의견을 냈다. 이밖에 판결문 공개 범위 확대, 공개변론 중계 의무화 추진, 법관평가위원회 설치 등 국민의 사법 접근성을 제고하는 정책 등도 이 대통령 임기 중 추진될 전망이다. 이 대통령은 지난달 25일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는 “사법개혁 문제는 최우선 문제에 속하지 않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당시 “제도 개혁이나 특히 사법·경찰·검찰개혁은 중요하다. 수사권 조정이든 다 중요하다”면서도 “여기에 주력해서 힘을 뺄 상황은 아닌 것 같다”고 덧붙였다. 민생이 우선 일단 후순위 이후 지난 6월4일 취임사에선 “먼저 민생 회복과 경제 살리기부터 시작하겠다. 불황과 일전을 치르는 각오로 비상경제대응TF를 바로 가동하겠다”며 “국가 재정을 마중물로 삼아 경제의 선순환을 되살리겠다”고 강조했다. 검찰 및 사법개혁이 중요하지만 민생 회복이 중요하다고 재차 강조한 셈이다. 이로 인해 검찰·사법개혁은 후순위로 미뤄질 것으로 보인다. <kcj512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