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도 발칵’ 레고랜드 밀약 파문

  • 김성민 기자 smk1@ilyosisa.co.kr
  • 등록 2025.03.18 07:24:52
  • 호수 1523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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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랏돈 1840억 빨렸다?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최문순 전 강원도지사가 레고랜드 사업 추진을 위해 도의회에 거짓 정보를 제공해 1840억원의 국고 손실을 입혔다고 검찰이 공소장에 적시했다. 앞서 검찰은 최 전 지사를 특정범죄가중법상 국고 등 손실, 업무상 배임, 위계공무원집행방해 등의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강원 춘천 레고랜드 조성사업과 관련해 도의회서 사태의 책임 공방이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도의원들은 전임인 최문순 전 강원도지사보단 김진태 현 강원도지사의 책임론을 강조했다. 국민의힘 도의원들은 ‘최 전 지사가 도의회 동의 없이 보증을 확대해 도민들에게 빚을 떠안게 하고, 이로 인해 재판을 받게 됐다’고 반박했다.

혈세 쏟고···

검찰은 31페이지 분량의 공소장에 ‘최 지사는 2014년 11월28일 국내·외 주요 인사를 초청해 레고랜드 개발 기공식을 열기로 결정했지만, 정작 영국 멀린사 대표는 서신을 통해 2050억원의 자금 대출, 자본금 증자가 이뤄져야 하고 사업비를 마련하지 못하면 기공식에 불참할 것이고 레고랜드 명칭을 사용할 수 없다고 통보했다’고 적시했다.

당시 레고랜드 개발을 담당한 엘엘개발(현 강원중도개발공사·GJC)은 강원도의 지급보증으로 210억원을 대출받았으나 재정이 악화돼 2차 금융 약정이 어려웠다. 이에 레고랜드 기공식 전날 강원도가 보증책임을 담은 합의서를 작성, 엘엘개발이 1840억원의 추가 대출을 받도록 최 전 지사가 지시했다는 것이 검찰의 판단이다.

엘엘개발이 대출한 2050억원은 결국 2022년 보증을 섰던 강원도가 대신 갚았다. 검찰은 추가 대출 1840억원으로 발생한 강원도의 손해에 대한 책임이 최 전 지사에게 있다고 봤다.

앞서 레고랜드 개발 계획은 수차례 변경됐고 강원도는 총 사업비 2600억원 중 30.8%인 800억원을 직접 투자했다. 이 내용을 담은 총괄개발협약(MDA)을 추진하는 과정서 임대료 수익은 기존 협약(UA)에서 97% 삭감된 3% 수준으로 변경됐다.

강원도에 불리한 협약으로 최 전 지사는 멀린사에 서신을 보내 (MDA 체결에 대해)도의회 동의를 받는 것을 반대했다고 검찰은 적시했다.

하지만 멀린사는 자체 법률자문을 근거로 도의회 동의를 강하게 요구했다. 이에 검찰은 최 전 지사가 당시 담당 국장을 도지사실로 불러 임대수익료 등 민감한 부분을 삭제할 것을 지시했다고 봤다. 이에 따라 강원도는 도의회에 열람용 MDA 11부를 제공했고 최종 확정 임대료를 3%가 아닌 30.8%로 기재했다.

2018년 12월3일 강원도의회 경제건설위원회서 강원도는 도의원들에게 ‘수입의 30.8%에 해당하는 임대료를 받을 수 있다’는 취지로 거짓 내용을 보고했다. 같은 해 12월14일 결국 도의회 동의를 받았다. 검찰은 최 전 지사 등이 도의원들의 정당한 직무집행을 방해하고 강원도에 재산상 손해를 가했다고 판단했다.

최문순 기소장 보니···
국고 손실 내용 적시

최재민 강원특별자치도의회 의원은 지난 12일 성명을 통해 “최문순 전 도지사는 ‘춘천 레고랜드 코리아 테마파크 조성사업’과 관련해서 2014년 도의회 의결을 받지 않고 채무보증 규모를 210억원에서 2050억원으로 늘렸다”고 강조했다.

2018년 도의회에 제출한 레고랜드 MDA 편집본을 MDA 원본이라고 주장했으나 원본에는 강원도의 임대수익이 3%이고 도의회에 제출한 편집본에는 30.8%로 거짓 내용을 보고했다는 주장도 더했다.

검찰 공소장에 최 전 지사가 강원도에 1840억 이상의 손실을 입혔다는 점이 적시됐다는 언론 보도를 인용해 “도민의 대의기구인 도의회에 거짓 내용을 보고하면서까지 레고랜드 사업을 추진하면서 도민에게 계속적인 고통을 주고 있다”며 “최문순 전 도지사와 민주당은 도민 앞에 진정으로 사과하고 모든 책임을 져야 한다”고 밝혔다.

민주당 도의원들은 김진태 도정서 중도개발공사의 회생 신청 계획 발언으로 인해 ‘레고랜드 발 금융위기’가 발생해 국가적으로 큰 손실이 있었음을 강조했다. 이날 제3차 본회의 도정 질문서 정재웅 의원(민주당·춘천)은 “2022년 김 지사의 GJC 회생 신청 계획 발언 파문으로 GJC는 BNK투자증권으로부터 빌린 2050억원을 강원도가 대위변제를 진행하게 됐다”며 “김 지사의 발언이 GJC의 중도개발사업에 많은 영향을 끼쳤다”고 주장했다.

이어 “결국 김 지사의 발언 파문 이후 기 매각 부지에 대한 계약해지와 계약 부지 일방 해지에 따른 소송 패소 등 때문에 중도금 반환, 계약금 반환소송 등으로 유동성 위기가 발생하게 됐다”고 덧붙였다. 

앞서 박기영 의원(국민의힘·춘천)은 전날 제2차 본회의 도정 질문서 “강원개발공사와 중도개발공사의 통합 논의에 앞서, 중도개발공사 부실의 결정적 이유인 레고랜드 사태에 대한 책임 규명이 반드시 필요하다”며 “의회 동의 없이 2050억원으로 보증을 확대했던 것으로 인해 결국 강원도는 그 빚을 떠안게 됐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 사태를 악화시킨 원인으로 최 전 지사가 사업 추진 당시 의회 동의 없이 보증채무 2050억원 확대, MDA체결, 멀린사에 투자금 800억원 송금, 컨벤션 부지 염가(105억원) 매도 후 고가(477억원) 재매입 행위 등을 꼽았다. 

영국 멀린사 “2050억원 내놔야”
무리한 사업 강행···고개 숙인 도

같은 날 이지영 도의원(민주당)은 춘천 레고랜드 사태 관련 성명서를 내고 “레고랜드 사태는 김진태 지사가 2022년 9월 개발 시행사인 GJC의 회생 절차를 신청하겠다고 밝히며 시작됐다”며 “김진태 도정 4년 차에 접어든 이 시점에도 전임 도정 탓만 하고 있는 무책임한 김 지사의 모습은 애처롭기까지 하다”고 지적했다.

검찰은 레고랜드 개발 사업서 ▲도의회 동의 없이 보증채무를 2050억원으로 늘린 행위 ▲도의회에 허위 정보를 제공해 동의를 얻은 후 총괄개발협약을 체결하고 그 협약에 따라 시행사가 레고랜드 코리아에 800억원을 지급하도록 한 행위 등을 집중적으로 조사했다.

한편, 올해로 개장 4년 차를 맞은 레고랜드는 지난해까지 3년 연속 적자를 기록한 것으로 추정된다. 개장 첫해 622억원이었던 매출은 2023년 494억원으로 쪼그라들었다. 서울서 먼 거리, 휴식 공간 부족, 식음료 부족, 스릴형 어트랙션 부족 등이 부진의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겨울철에는 운영일을 줄이고 운영시설도 축소하는 등 고정비 줄이기에 나섰지만, 수익 개선이 쉽진 않은 상황이다. 레고랜드는 파격적인 세일 행사를 벌이면서 모객에 발벗고 나섰다. 그동안 입장료가 다소 비싸다는 비판을 인식한 듯, 파격적인 연간회원권 가격을 들고 나왔다. 전 세계 레고랜드 연간회원권 가운데 가장 저렴한 가격이다.

레고랜드는 기존의 연간회원권 판매를 일시 중지하고 ‘엘리트 패밀리 패스’와 ‘엘리트 패스’ 2종의 연간회원권을 지난 14일까지 판매했다. 엘리트 패밀리 패스는 3인 이상 구매 가능한 연간회원권으로 1인당 9만9000원을 내고 1년간 날짜 제한 없이 입장이 가능하다.

여기에 식음료 할인 10%, 상품 할인 10%, 호텔 할인 20% 혜택까지 제공한다. 이는 국내 테마파크 연간회원 가격 중 가장 저렴한 수준이다. 정가 이용권 가격을 기준으로 2번만 방문해도 연간회원권 가격을 넘긴다.

눈물의 호객

레고랜드가 벌이는 할인 혜택은 업계서도 파격적인 수준으로 꼽힌다. 그만큼 레고랜드가 모객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문제는 레고랜드가 연간회원권을 할인한다고 실적이 개선되느냐다. 연회원이 자주 방문하더라도 레고랜드 내 식음료와 상품 등을 적극 구매해야 매출에 도움이 된다. 

하지만 레고랜드는 식음료가 전반적으로 부진하다는 비판을 아직까지 피하기 어려운 수준이다. 또 레고랜드는 오는 22일 스릴형 어트랙션을 추가하면서 손님을 끌어들이겠다는 계획이다. ‘닌자고’ 구역에 스릴라이드인 스핀형 롤러코스터 ‘스핀짓주 마스터’를 오픈한다. 드래곤 코스터에 이어 롤러코스터가 1개 더 추가되는 셈이다.

<smk1@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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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독해진 송영길 역할론

더 독해진 송영길 역할론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더불어민주당 송영길 의원이 목소리를 키우고 있다. 이미 명심(이재명 대통령의 의중)은 김민석 전 국무총리에게 쏠렸다는 평가가 지배적이지만 그는 누구보다도 ‘정청래 고립 작전’에 힘을 쏟고 있다. 친정청래계의 십자포화를 견디면서까지 존재감을 키우는 그의 의도는 무엇일까? 오는 8월 치러지는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전당대회가 다가올수록 당의 내홍도 거세지는 분위기다. 지난달 대표직 사퇴 이후 사실상 연임을 선언한 정청래 전 대표는 ‘민주당 전통성’을 부각시키며 지지층 결집에 나섰다. ‘노사모(노무현 전 대통령을 사랑하는 모임)’ 출신인 점 등을 강조하면서 친문(친 문재인) 진영의 표심을 흡수하려는 시도로 해석된다. 타깃은 한 명뿐 그런 정 전 대표를 향해 날을 세우는 건 또다른 후보군인 송영길 의원이다. 송 의원은 초반부터 매섭게 정 전 대표를 몰아세우며 그의 적통성 행보를 차단하고 나섰다. 송 의원은 KBS 라디오 인터뷰에서 “정 전 대표가 친노(친 노무현)·친문 등 정체성을 부각한다”는 진행자의 말에 “그는 완전히 노무현 대통령과 등을 져서 장례식에도 참석하지 못했다”며 “다른 분이면 몰라도 정 전 대표는 (친노의) 적통성을 따질 수 없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정 전 대표는 2002년 노사모를 기반으로 한 인터넷 정당 ‘정정당당 추진위원회’을 꾸리면서 정치에 입문했지만, 2007년 노무현정부와 대립각을 세운 열린우리당 정동영 당시 의장(현 통일부 장관)과 더 가깝다는 평이 나오면서 적통성을 의심받고 있는 것이다. 그러자 정 전 대표는 “이렇게까지 하느냐. 100% 허위 사실”이라며 불쾌감을 숨기지 않았고, 송 의원은 “당일 정 전 대표를 본 기억이 없어서 (노 전 대통령) 장례식에도 참석도 못했다는 말을 했다”며 사과의 뜻을 건넸다. 송 의원은 자신의 SNS를 통해 “제 발언의 요체는 노무현 대통령의 죽음 앞에 우리는 모두 지못미(지켜주지 못해 미안하다)라는 사실이다. 다시 이런 비극을 재현해서는 안 된다”면서도 “노 전 대통령께서 한미 FTA를 추진할 때 민주당 대부분 의원이 격렬하게 반대했다. 그 선봉에 (당시) 정청래 의원이 있었다”며 또다른 논란을 꺼내 들었다. 이는 친청(친 정청래)계와 친명(친 이재명)계 간의 계파 대리전으로 번졌다. 민주당 최민희 의원은 “이제는 한미 FTA 찬반까지 끌어와 당 대표 경선을 혼란스럽게 한다”며 “이런 편파적 파묘 안 하시면 안 되느냐”고 지적했다. 이어 “갈등은 필연이지만 팩트로 논쟁하자”며 “적통 논쟁도 하지 말자. 지금은 AI시대”라고 말했다. “네가 친노?” 20년 전 사건까지 파묘 거세게 몰아치는 ‘정청래 고립 작전’ 최 의원은 송 의원의 ‘사당화’ 주장에도 반박했다. 앞서 송 의원은 “대통령과 손발을 맞추려면 할 일이 많은데 우리 민주당은 운동장을 너무 좁게 쓰고 있다. 정 전 대표 측근 아니면 당무에서 거의 배제되고 최고위원도 자기들끼리만 한다”며 사당화를 도마 위로 올렸다. 이에 대해 최 의원은 “송 의원이 정 전 대표를 비난하면 기다렸다는 듯 재래식 언론이 줄줄이 보도한다. 민주당이 극복한 ‘문모닝(하루를 문 대통령 비판으로 시작한다)’의 악몽이 되살아나려 하는데 막을 사람이 바로 송 의원”이라고 주장했다. 논란의 한가운데에 선 정 전 대표는 “소모적 적통 논쟁을 하지 말자”며 싸움을 그만둘 것을 제안했다. 그는 “저는 제 입으로 적통의 적자도 꺼낸 적이 없고, 그럴 생각도 없다. 위대한 대통령 누구의 적통이라고 주장한 적도 없다”고 주장했다. 정 전 대표는 “저는 김대중 대통령을 존경했고, 노무현 대통령을 사랑했으며 문재인 대통령을 좋아했다”며 “이재명 대통령과는 동지이자 전우로 윤석열 검찰독재정권의 폭압을 함께 뚫었다. 12·3 불법 비상계엄 내란의 밤 때는 목숨 걸고 국회 담장을 넘었다”고 주장했다. 이어 “(이렇게 말한 것이) 뭐가 문제가 되냐”면서 “제 입으로 말하지도 않은 것을 상상하고 비틀어서 ‘적통이네 아니네’ 하는 언론의 프레임에 맞장구치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이달 초를 기점으로 민주당의 분위기가 한층 누그러졌다는 평이 나온다. 이 대통령과 문재인 전 대통령이 오찬 회동을 하며 지지자 간의 갈등 봉합을 시도했고, 보안수사권 폐지 역시 정부가 먼저 치고 나오면서 논란을 잠재웠다. 퇴로까지 끊었다 정 전 대표의 전당대회 필살기가 사라졌다. 여기에 친문 의원들조차 “하늘에 계신 분들이 (정 전 대표의 적통성을) 인정하겠나” 등 표현으로 거리를 두면서 고립 직전에 놓였다. 정 전 대표의 입지가 좁아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면서 송 의원의 여론전도 박차를 가하는 모양새다. 송 의원은 정 전 대표에게 힘을 싣는 여의도 밖 스피커와도 각을 세우고 있다. ‘ABC론’ ‘증축·재건축론’ 등을 주장한 유시민 작가를 향해 “간신은 주군 옆에서 권력을 독점해 똑똑하고 새로운 사람이 접근하지 못하도록 차단한다”고 지적했다. 앞서 유 작가는 “이 대통령이 대통령이 되는 과정에서 열렬히 지켜주고 응원했던 사람들이 원했던 것은 증축이었는데, 대통령은 재건축을 하려고 했던 것 같다. 대통령의 자신감이 지나쳤던 것 아닌가”라고 주장했다. 민주 진영 코어 지지층이 바란 것은 중도·보수로의 ‘증축’이지만 이 대통령은 원주민(코어 지지층)과 상의 없이 ‘재건축’에 나서 이들이 이탈하고 있다는 증축·재건축론을 제기한 것이다. 이에 송 전 대표는 YTN <장성철의 뉴스명당>에 출연해 “충신은 자기 주군의 성공을 위해서 더 똑똑한 사람, 새로운 사람을 계속 영입한다”며 유 작가의 주장을 반박했다. 연일 송 의원의 견제가 이어지고 있지만 강성 지지층의 두터운 지지를 받는 정 전 대표가 쉽게 꺾이지 않을 것이란 평가가 지배적이다. 따라서 김민석 전 총리와 송 의원 둘 중 누구든 결선에 진출해 ‘반 정청래’ 전선을 꾸리는 것이 1차 목표라는 설명에 힘이 실린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현 상황에 대해 “지금으로서는 송 의원은 당 대표를 하겠다는 열망보다 정 전 대표를 막겠다는 열망이 더 강해 보인다”고 봤다. 이처럼 정치권에서는 송 의원을 개별 후보가 아닌 김 총리의 페이스메이커로 보는 분위기다. 명심을 등에 업은 김 총리가 거칠게 나올 경우 국정 운영에 차질이 생길 것이란 우려가 나오는 만큼 상대적으로 리스크가 적은 송 의원이 ‘정청래 저격수’ 역할을 자처했다는 해석이 나온다. 오래전 큰 그림 송 의원의 의중과 상관없이 두 사람의 단일화가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이번 전당대회서 정 전 대표에게 유리한 것으로 알려진 1인1표제가 적용되는 만큼 김 전 총리와 송 의원이 손을 잡는 것이 안전하다는 이유에서다. ‘김민석+송영길 대 정청래’ 구도로 선거를 치른다면 압승도 가능하다는 판단이 깔린 것으로 해석된다. 정치권에서는 전당대회에 출마한 송 의원이 가장 주목을 받는 시점에 김 전 총리와의 단일화를 선언한 후 사퇴하는 시나리오도 점치고 있다. 자신의 지지층 결집이 최고조에 달했을 때 김 전 총리에게 힘을 실어준 뒤 물러서는 방식으로, 이럴 경우 확실한 1 대 1 구도가 만들어지게 된다. 정치권에서는 송 의원이 전당대회를 통해 체급을 키운 뒤 청와대에 외교부 장관 등 자신이 희망하던 자리를 요구하지 않겠냐는 해석도 나온다. 국회 입성 이후 송 의원의 외교부 장관 입각설 등이 꾸준히 나오는 것 역시 이 같은 해석을 뒷받침한다. 그동안 송 의원은 자칭타칭 ‘외교 전문가’로 이름을 알려왔다. 그는 문재인정부 당시 러시아 특사를 지냈으며 대통령 직속 북방경제협력위원회 위원장과 민주당 동북아평화협력특별위원회 초기 위원장을 지냈다. 21대 국회 전반기에는 외교통일위원회 위원장을 맡아 꾸준히 외교·통일 정책 비전을 밝혀왔다. 지난 2월 복당을 앞둔 때에는 향후 외교 분야에서 역할을 맡고 싶다는 의지를 피력하기도 했다. 송 의원은 부산 벡스코에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종결과 북극 항로의 미래’를 주제로 열린 민주당 부산시당 주최 특강에서 “러시아와 미국 등 외교 현안에서 역할을 감당하겠다”고 밝혔다. 이날 송 의원은 러시아와의 협력 필요성을 강조하면서도 “현재 한국은 러시아보다 우크라이나에 더 가까운 입장”이라며 “전쟁 중이라는 특수성이 있지만 아쉬운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북극 항로를 열기 위해서는 실용주의 외교가 필요하다”며 이정부의 실용주의 노선과 궤를 같이 했다. 그는 최근까지도 활발한 외교 행보를 보였다. 지난달 24일 조정식 국회의장 특사 자격으로 미국 출국길에 올라 전방위 외교 활동에 나서기도 했다. 송 전 의원은 미국 워싱턴에서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관계자와 미 의회 지도부와 연쇄 면담을 갖고, 북핵 문제와 경제 제재 예외 조치 등 한미 간 주요 현안을 논의한 것으로 전해진다. “복당 후 역할은…” 마음은 다른 곳에? ‘미주민주참여포럼(KAPAC)’이 워싱턴DC의 한 호텔에서 개최한 콘퍼런스에서 송 의원이 이 대통령의 서면 축사를 대독에 눈길을 끌기도 했다. 이에 국민의힘 신지호 전 의원은 송 의원이 “양손에 떡을 다 쥘 수 있는 상황이 됐다”고 평가했다. 그는 채널A 라디오쇼 <정치시그널>에 출연해 이같이 주장하며 “누군가 송 의원에게 ‘너 외교부 장관 할래, 당 대표 할래?’라고 묻는다면 바보가 아닌 이상 당 대표라고 답한다. 이번에 당 대표가 되면 공천권을 쥘 수 있기 때문”이라며 “(선거를) 하다가 여의치 않을 경우 외교부 장관으로 가는 것이고, 지금의 이런 것들이 또 외교부 장관으로 가기 위한 과정이 될 수 있다. 지금 양쪽 접근을 다 하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유리한 지점에 서 있는 만큼 송 의원의 당권 레이스 완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2021년 치러진 전당대회서 당선된 경험이 있는 만큼 이미 민주당에 조직 기반이 있다는 점에서다. 최근에는 경남 지역 시민사회단체와 당원 등 100여명이 모여 ‘8·17 전당대회, 응답하라 송영길!’이라는 슬로건과 함께 송 의원의 출마를 촉구하기도 했다. 이들은 “지금 대한민국은 대내외적으로 복합적인 위기와 갈등을 동시에 마주하고 있다”며 “이런 시대일수록 국정을 안정적으로 뒷받침하고 당을 하나로 묶어낼 검증된 지도력이 절실하다. 송영길 의원은 ‘이재명 국민주권정부’의 성공적인 국정 운영을 가장 안정적으로 지원할 수 있는 정치적 경험과 국가 운영 능력을 갖춘 인물”이라며 평가했다. 친명 좌장으로 불리는 민주당 김영진 의원은 8월 전당대회와 관련해 “제가 아는 송영길 의원은 (김 전 총리를 위한) 페이스메이커로 나가지는 않을 것”이라고 봤다. 그는 한 라디오를 통해 “누구든지 1등을 하기 위해서 나가고, 만약에 결선투표로 간다면 1등, 2등 해서 결선에 가서 이기겠다는 생각일 것”이라며 “송 의원이 누구를 위해서 자기가 페이스메이커로 나간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했다. 양손에 쥔 꽃놀이패 송 의원 역시 본인이 김 전 총리의 페이스메이커 역할을 자처하고 있다는 분석에 대해 “후보자들은 일종의 면접시험을 보고 있는 것이고 인사권자인 당원들께서 판단하실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이어 “결선투표 제도가 없다면 단일화 논란이 일어날 수 있지만 전당대회는 제도적으로 결선투표제가 있다”며 완주 가능성을 부정하지 않았다. 만일 송 의원이 전당대회를 완주한다면 정 전 대표와 청와대라는 양강 구도에 변수가 된다. 그의 선택에 따라 이번 전당대회 판세가 갈릴 것이란 전망이 나오면서 그가 페이스메이커가 아닌 ‘게임 체인저’로 바뀔지 이목이 쏠린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여의도 복귀 김민석, 전대 신호탄 김민석 전 국무총리가 당권 경쟁자인 정청래 전 대표를 겨냥해 “지금까지 했던 방식으로 굳이 (대표를) 두 번 할 필요나 필연성은 지금 발견하기 어렵다”고 직격했다. 총리직에서 퇴임해 여의도에 복귀하자마자 이같이 밝힌 김 전 총리는 유튜브 채널 ‘오마이TV’가 공개한 영상에서 “이제는 정청래 전 대표와 다른 색깔, 역량, 스타일, 장점을 가진 리더십이 필요한 때”라고 주장했다. 이어 “(국회의원) 재보궐선거와 지방선거로 (정부 출범 후) 최초의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당의 역할 폭과 숙제 크기가 더 넓고 커지고 강해졌다. 이제 당이 더 본격적으로 움직여야 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당이 어떻게 가야 하나, 무엇을 해야 하나에 대한 제 나름의 생각이 있기 때문에 그것을 최대한 반영하고 싶다”며 “대한민국 역사의 황금시대 도래, 그 첫 장을 이재명정부가 열고 있다고 보고 그것을 실제로 만들어내는 일에 모든 걸 다 해야 한다”고도 강조했다. 올해 초 정 전 대표가 시도했다가 무산된 조국혁신당과의 합당 문제도 꺼내들었다. 김 전 총리는 “그것(합당)을 풀어가는 데 문제 제기와 과정이 잘못돼서 일을 그르쳤다고 본다”며 “같은 세력은 통합하고 다르면 연대하고, 통합과 연대와 확장이 반드시 필요하다. 통합을 할 것이냐 연대를 할 것이냐의 문제에 대해서는 혁신당이 스스로 명확하게 판단하고 (입장을) 드러내는 것이 좋다”고 제언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