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도 발칵’ 레고랜드 밀약 파문

  • 김성민 기자 smk1@ilyosisa.co.kr
  • 등록 2025.03.18 07:24:52
  • 호수 1523호
  • 댓글 2개

나랏돈 1840억 빨렸다?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최문순 전 강원도지사가 레고랜드 사업 추진을 위해 도의회에 거짓 정보를 제공해 1840억원의 국고 손실을 입혔다고 검찰이 공소장에 적시했다. 앞서 검찰은 최 전 지사를 특정범죄가중법상 국고 등 손실, 업무상 배임, 위계공무원집행방해 등의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강원 춘천 레고랜드 조성사업과 관련해 도의회서 사태의 책임 공방이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도의원들은 전임인 최문순 전 강원도지사보단 김진태 현 강원도지사의 책임론을 강조했다. 국민의힘 도의원들은 ‘최 전 지사가 도의회 동의 없이 보증을 확대해 도민들에게 빚을 떠안게 하고, 이로 인해 재판을 받게 됐다’고 반박했다.

혈세 쏟고···

검찰은 31페이지 분량의 공소장에 ‘최 지사는 2014년 11월28일 국내·외 주요 인사를 초청해 레고랜드 개발 기공식을 열기로 결정했지만, 정작 영국 멀린사 대표는 서신을 통해 2050억원의 자금 대출, 자본금 증자가 이뤄져야 하고 사업비를 마련하지 못하면 기공식에 불참할 것이고 레고랜드 명칭을 사용할 수 없다고 통보했다’고 적시했다.

당시 레고랜드 개발을 담당한 엘엘개발(현 강원중도개발공사·GJC)은 강원도의 지급보증으로 210억원을 대출받았으나 재정이 악화돼 2차 금융 약정이 어려웠다. 이에 레고랜드 기공식 전날 강원도가 보증책임을 담은 합의서를 작성, 엘엘개발이 1840억원의 추가 대출을 받도록 최 전 지사가 지시했다는 것이 검찰의 판단이다.

엘엘개발이 대출한 2050억원은 결국 2022년 보증을 섰던 강원도가 대신 갚았다. 검찰은 추가 대출 1840억원으로 발생한 강원도의 손해에 대한 책임이 최 전 지사에게 있다고 봤다.


앞서 레고랜드 개발 계획은 수차례 변경됐고 강원도는 총 사업비 2600억원 중 30.8%인 800억원을 직접 투자했다. 이 내용을 담은 총괄개발협약(MDA)을 추진하는 과정서 임대료 수익은 기존 협약(UA)에서 97% 삭감된 3% 수준으로 변경됐다.

강원도에 불리한 협약으로 최 전 지사는 멀린사에 서신을 보내 (MDA 체결에 대해)도의회 동의를 받는 것을 반대했다고 검찰은 적시했다.

하지만 멀린사는 자체 법률자문을 근거로 도의회 동의를 강하게 요구했다. 이에 검찰은 최 전 지사가 당시 담당 국장을 도지사실로 불러 임대수익료 등 민감한 부분을 삭제할 것을 지시했다고 봤다. 이에 따라 강원도는 도의회에 열람용 MDA 11부를 제공했고 최종 확정 임대료를 3%가 아닌 30.8%로 기재했다.

2018년 12월3일 강원도의회 경제건설위원회서 강원도는 도의원들에게 ‘수입의 30.8%에 해당하는 임대료를 받을 수 있다’는 취지로 거짓 내용을 보고했다. 같은 해 12월14일 결국 도의회 동의를 받았다. 검찰은 최 전 지사 등이 도의원들의 정당한 직무집행을 방해하고 강원도에 재산상 손해를 가했다고 판단했다.

최문순 기소장 보니···
국고 손실 내용 적시

최재민 강원특별자치도의회 의원은 지난 12일 성명을 통해 “최문순 전 도지사는 ‘춘천 레고랜드 코리아 테마파크 조성사업’과 관련해서 2014년 도의회 의결을 받지 않고 채무보증 규모를 210억원에서 2050억원으로 늘렸다”고 강조했다.

2018년 도의회에 제출한 레고랜드 MDA 편집본을 MDA 원본이라고 주장했으나 원본에는 강원도의 임대수익이 3%이고 도의회에 제출한 편집본에는 30.8%로 거짓 내용을 보고했다는 주장도 더했다.


검찰 공소장에 최 전 지사가 강원도에 1840억 이상의 손실을 입혔다는 점이 적시됐다는 언론 보도를 인용해 “도민의 대의기구인 도의회에 거짓 내용을 보고하면서까지 레고랜드 사업을 추진하면서 도민에게 계속적인 고통을 주고 있다”며 “최문순 전 도지사와 민주당은 도민 앞에 진정으로 사과하고 모든 책임을 져야 한다”고 밝혔다.

민주당 도의원들은 김진태 도정서 중도개발공사의 회생 신청 계획 발언으로 인해 ‘레고랜드 발 금융위기’가 발생해 국가적으로 큰 손실이 있었음을 강조했다. 이날 제3차 본회의 도정 질문서 정재웅 의원(민주당·춘천)은 “2022년 김 지사의 GJC 회생 신청 계획 발언 파문으로 GJC는 BNK투자증권으로부터 빌린 2050억원을 강원도가 대위변제를 진행하게 됐다”며 “김 지사의 발언이 GJC의 중도개발사업에 많은 영향을 끼쳤다”고 주장했다.

이어 “결국 김 지사의 발언 파문 이후 기 매각 부지에 대한 계약해지와 계약 부지 일방 해지에 따른 소송 패소 등 때문에 중도금 반환, 계약금 반환소송 등으로 유동성 위기가 발생하게 됐다”고 덧붙였다. 

앞서 박기영 의원(국민의힘·춘천)은 전날 제2차 본회의 도정 질문서 “강원개발공사와 중도개발공사의 통합 논의에 앞서, 중도개발공사 부실의 결정적 이유인 레고랜드 사태에 대한 책임 규명이 반드시 필요하다”며 “의회 동의 없이 2050억원으로 보증을 확대했던 것으로 인해 결국 강원도는 그 빚을 떠안게 됐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 사태를 악화시킨 원인으로 최 전 지사가 사업 추진 당시 의회 동의 없이 보증채무 2050억원 확대, MDA체결, 멀린사에 투자금 800억원 송금, 컨벤션 부지 염가(105억원) 매도 후 고가(477억원) 재매입 행위 등을 꼽았다. 

영국 멀린사 “2050억원 내놔야”
무리한 사업 강행···고개 숙인 도

같은 날 이지영 도의원(민주당)은 춘천 레고랜드 사태 관련 성명서를 내고 “레고랜드 사태는 김진태 지사가 2022년 9월 개발 시행사인 GJC의 회생 절차를 신청하겠다고 밝히며 시작됐다”며 “김진태 도정 4년 차에 접어든 이 시점에도 전임 도정 탓만 하고 있는 무책임한 김 지사의 모습은 애처롭기까지 하다”고 지적했다.

검찰은 레고랜드 개발 사업서 ▲도의회 동의 없이 보증채무를 2050억원으로 늘린 행위 ▲도의회에 허위 정보를 제공해 동의를 얻은 후 총괄개발협약을 체결하고 그 협약에 따라 시행사가 레고랜드 코리아에 800억원을 지급하도록 한 행위 등을 집중적으로 조사했다.

한편, 올해로 개장 4년 차를 맞은 레고랜드는 지난해까지 3년 연속 적자를 기록한 것으로 추정된다. 개장 첫해 622억원이었던 매출은 2023년 494억원으로 쪼그라들었다. 서울서 먼 거리, 휴식 공간 부족, 식음료 부족, 스릴형 어트랙션 부족 등이 부진의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겨울철에는 운영일을 줄이고 운영시설도 축소하는 등 고정비 줄이기에 나섰지만, 수익 개선이 쉽진 않은 상황이다. 레고랜드는 파격적인 세일 행사를 벌이면서 모객에 발벗고 나섰다. 그동안 입장료가 다소 비싸다는 비판을 인식한 듯, 파격적인 연간회원권 가격을 들고 나왔다. 전 세계 레고랜드 연간회원권 가운데 가장 저렴한 가격이다.

레고랜드는 기존의 연간회원권 판매를 일시 중지하고 ‘엘리트 패밀리 패스’와 ‘엘리트 패스’ 2종의 연간회원권을 지난 14일까지 판매했다. 엘리트 패밀리 패스는 3인 이상 구매 가능한 연간회원권으로 1인당 9만9000원을 내고 1년간 날짜 제한 없이 입장이 가능하다.

여기에 식음료 할인 10%, 상품 할인 10%, 호텔 할인 20% 혜택까지 제공한다. 이는 국내 테마파크 연간회원 가격 중 가장 저렴한 수준이다. 정가 이용권 가격을 기준으로 2번만 방문해도 연간회원권 가격을 넘긴다.


눈물의 호객

레고랜드가 벌이는 할인 혜택은 업계서도 파격적인 수준으로 꼽힌다. 그만큼 레고랜드가 모객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문제는 레고랜드가 연간회원권을 할인한다고 실적이 개선되느냐다. 연회원이 자주 방문하더라도 레고랜드 내 식음료와 상품 등을 적극 구매해야 매출에 도움이 된다. 

하지만 레고랜드는 식음료가 전반적으로 부진하다는 비판을 아직까지 피하기 어려운 수준이다. 또 레고랜드는 오는 22일 스릴형 어트랙션을 추가하면서 손님을 끌어들이겠다는 계획이다. ‘닌자고’ 구역에 스릴라이드인 스핀형 롤러코스터 ‘스핀짓주 마스터’를 오픈한다. 드래곤 코스터에 이어 롤러코스터가 1개 더 추가되는 셈이다.

<smk1@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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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발’ 검찰·법원 피바람 플랜

‘이재명발’ 검찰·법원 피바람 플랜

[일요시사 취재1팀] 김철준 기자 = 윤석열정부 당시 ‘정적 죽이기’로 가장 많은 피해를 봤던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3일 당선됐다. 이 대통령은 대선 기간 내내 검찰개혁과 사법개혁을 공약으로 내놨다. 이 대통령이 당선되자 검찰 내부는 ‘어쩔 수 없다’는 분위기가 나오고 있다. 다만 법조계와 학계에서는 검찰개혁과 사법개혁을 신중하게 진행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시된다. 이재명 대통령이 임기를 시작하면서 검찰 내에는 긴장감이 돌고 있다. 이 대통령이 후보 시절까지 포함해 취임 전 법원·검찰과 여러 차례 대립각을 세웠고 선거 과정서 사법개혁과 검찰개혁을 주요 공약으로 내세운 만큼 빠른 시일 내에 개혁에 착수할 것이라는 예측이 나온다. 수차례 대립각 이재명정부서 문재인정부 시절 ‘미완’으로 끝난 이른바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이 완성될지 관심이 모이고 있다. 이 대통령은 선거 기간부터 “검찰개혁을 완성하겠다”며 “수사와 기소를 분리하고 수사기관의 전문성을 확보하겠다”고 공약했다. 이는 문정부 때부터 줄곧 추진해 온 검찰개혁 방안과 유사하다. 문정부 당시 부패·경제 범죄 등에 대한 수사권만을 검찰에 남겨두고 다른 범죄에 대한 수사권은 경찰로 옮겼다. 하지만 윤정부 들어 이른바 ‘검수원복(검찰 수사권 원상복구)’ 시행령과 수사준칙 개정 등으로 여타 범죄에 대한 수사권도 일부 복구됐다. 이 대통령의 수사와 기소 분리는 문정부와는 궤를 달리할 것으로 예상된다. 검찰청을 기소와 공소 유지를 담당하는 ‘기소청’으로 전환하고 중대범죄수사청과 같은 새로운 수사기관을 신설한다는 것이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의 구상이다. 이를 통해 검찰의 기소권 남용에 대한 사법 통제가 강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 여기에 검사를 일반 공무원처럼 자체 징계만으로도 파면할 수 있도록 하는 ‘검사 징계 제도’까지 도입한다는 구상이다. 또 ▲압수·수색영장 사전심문제 도입 ▲대통령령인 수사 준칙 상향 입법화 ▲피의사실공표죄 강화 ▲수사기관의 증거 조작 등에 대한 처벌 강화 및 공소시효 특례 규정 내용이 담긴 수사 절차법도 제정할 계획이다. 이와 함께 이 대통령은 개헌을 통해 검찰총장 임명 시 국회 동의가 필요하도록 하고, 검사의 영장 청구권 독점도 폐지하겠다고 공약했다. 사실상 무소불위였던 검찰 권력을 수술대에 올리겠다는 취지다. 이에 대해 한 법조인은 “이 대통령이 현재 12개 혐의로 5건의 재판을 받고 있는데 이 가운데 상당수는 지난 정부서 검찰이 수사·기소한 것”이라며 “이 대통령으로서는 검찰에 대해 부정적 시각을 가질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검사 출신인 다른 법조인은 “앞서 민주당의 검사 탄핵이 모두 헌법재판소서 기각 결정을 받았는데, 이 대통령 공약대로 기소권 남용 통제, 검사 징계 파면 등이 도입된다면 검찰에 대한 견제가 매우 강화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또 다른 법조인은 “이 대통령이 공수처와 국가수사본부에 힘을 실어준 뒤 두 기관을 적극 활용해 이른바 ‘적폐 청산’을 하려는 것 아니냐”고 전망했다. 수사청과 기소·공소청 분리 원칙 줄사표 신호탄…내부는 ‘초긴장’ 검찰 내부에서는 착잡한 기류가 팽배하다. 앞서 민주당이 추진했던 검사 탄핵이나 특활비 전액 삭감과는 비교가 안 될 정도로 강도 높은 개혁이 이뤄질 것으로 보고 있기 때문이다. 대검찰청 한 관계자는 “검찰의 운명은 민주당에 달려있는 것 아니겠느냐”며 “이재명정부와 여당이 된 민주당이 몰아칠 텐데 검찰의 협상력은 사실상 없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재경지검의 한 부장검사도 “개혁을 하든, 무엇을 하든 담담하게 운명을 받아들여야지 별 수 있냐”며 “다들 숨죽이고 지켜보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서울중앙지검의 한 부장검사는 “대개 검찰을 지원하는 이유가 국가에 대한 사명감 때문인데, 검찰개혁에 포함된 검사징계법에 파면을 명문화하게 되면 리스크를 감수하고 공익을 위해 일할 사람이 몇이나 되겠냐”며 “4~5명의 평검사가 각 부서에 있어야 수사가 원활하게 진행되는데 지금도 2~3명의 평검사만으로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검찰개혁 이후에는 부장 검사 밑에 직접 수사를 할 평검사가 전혀 없을 수 있다는 예상도 나오고 있다”고 토로했다. 특수부 검사들 사이에서는 인사보복에 대한 우려가 강하게 나오고 있다. 특히 이 대통령을 수사했던 특수부 검사들은 ‘검찰개혁 이전에 인사보복을 당할 것’이라고 사석에 이야기하고 다닌다고 한다. 반면, 일선 형사 사건을 수사했던 검사들은 “우리에겐 직접적인 피해는 없을 것”이라며 선을 긋는 분위기다. 다만, 형사부·특수부 검사들이 공감대를 이루며 우려하는 부분도 있다. 과거 문정부 시절 검경수사권 조정으로 경찰의 권한이 비대해진 바 있는데, 이번 검찰개혁으로 경찰이 영장 청구권을 확보하는 경우가 대표적이다. 검찰 단계서 경찰의 영장청구를 판단하지 않아 문제가 생길 것이라는 분석이다. 검찰 내부서 특수부와 형사부가 갈리는 상황에 이들을 모을 구심점도 없다. 과거 문정서 검찰개혁이 추진될 때 검사들이 단일대오로 뭉쳐 저항했던 것처럼 먼저 움직일 사람이 없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결국 수사로 검찰의 존재 의의를 보여야 하지만 ▲12·3 비상계엄 사태 ▲도이치 주가조작 의혹 ▲명태균·건진법사 선거개입 의혹 등 굵직한 주요 사건 관련 특검법이 국회 본회의에 부의돼있다. 특검이 시작되면 검찰의 역할은 줄어들 수밖에 없다. 새 정부의 법무부 장관 인선 직후 대규모 인사도 예상된다. 당장 고검장·지검장 물갈이에 이 대통령 관련 사건을 맡았던 검사들의 줄퇴사도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 실제 지난달 20일 사의를 표했던 이창수 서울중앙지검장의 사직서는 지난 3일 수리됐다. 검 운명은 민주당에 이 지검장은 수원지검 성남지청장 재직 당시엔 성남FC 및 선거법 위반 등으로 이 대통령을 기소했다. 이미 2022년부터 업무 과부하 등을 이유로 매년 100명 이상의 검사들이 퇴직했는데 이번엔 이보다 더 큰 규모로 검찰 대탈출이 벌어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실제 윤정부가 들어섰던 해인 2022년엔 직전 해(79명)보다 2배쯤 많은 검사 142명이 퇴직한 바 있다. 다만 퇴사를 희망하는 검사가 많더라도 대형 로펌에 이들을 다 수용할 수 있는 자리가 없어 실제 퇴사 규모는 예상보다 적을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일각에서는 검찰개혁 신중론도 나오고 있다. 검찰 내부에선 피할 수 없는 문제지만 속도전이 아닌 과거 수사권 조정에 따른 부작용에 대한 반추와 함께 구조적인 문제를 해결하는 차원의 정책 설계가 우선돼야 한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문정부 시절 검찰개혁으로 인한 수사권 조정 등으로 인한 영향을 복기해봐야 한다는 것이다. 한 검사장급 간부는 “다 예상했던 것들로 놀랍진 않지만 수사가 효율적으로 될 수 있도록 제도를 설계했으면 좋겠다”며 “과거 수사권 조정으로 대표되는 검찰개혁이 왜 실패했다고 평가를 받겠나? 수사권 조정 등 앞선 검찰개혁에 대해 복기한 다음 추진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한 차장검사는 “수사기관 간 견제는 경쟁으로 이어진다”며 “수사는 합리적이고 치밀하게 해야 하는데 다른 기관을 의식해 무리하게 하다 보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에게 돌아간다”고 우려했다. 한 부장검사는 “구조적인 문제가 없도록 꼼꼼히 설계해야 한다”며 “수사권, 수사력의 문제도 있지만 법 자체가 구조적으로 난점이 있다는 것에 더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형사소송법 등 근간이 되는 법에 속도전으로 나선다면 이번 비상계엄 사태 수사 때처럼 향후 여러 문제가 드러날 것”이라고 밝혔다. 또 다른 부장검사도 “수사기관끼리 경쟁하게 되면 결국 윤 전 대통령 내란 수사처처럼 어느 사건이든 번번이 망가질 것”이라며 “검찰 등 수사기관, 학계, 정계 등이 참여하는 공론의 장에서 시간을 갖고 충분히 논의해야 할 문제”라고 했다. 이재명정부는 검찰개혁과 더불어 수사기관 개혁과 사법개혁도 같이 추진하려고 준비 중이다. 이 대통령은 검찰의 권한은 축소하면서 경찰과 공수처의 권한은 더욱 강화하겠다는 공약을 펼쳤다. 민주당은 공수처 검사 정원을 현행 25명에서 최대 300명까지 확대하고, 고위 공직자의 모든 범죄에 대해 영장 청구 및 기소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꼼꼼히 설계해야 법조계 안팎에서는 성급한 수사기관 확대가 오히려 독이 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 공수처가 2021년 출범 이후 뚜렷한 수사 성과를 내지 못했기 때문이다. 특히 12·3 비상계엄 사건서도 윤석열 전 대통령 대면조사에 실패하는 등 수사력 한계를 노출했다. 게다가 윤 전 대통령의 내란 우두머리 혐의 수사에서 검찰과 경찰, 공수처가 각자 수사권을 주장하며 혼선을 빚기도 했다. 이창현 한국외국어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검경 수사권이 조정된 지 5년이 지난 시점서 경찰 국가수사본부, 공수처, 검찰의 수사 성과를 냉정히 평가한 뒤 수사권 분리를 논의해도 늦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 대통령이 가장 먼저 개혁할 것으로 보이는 것은 사법개혁이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지난달 1일, 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에 대한 파기환송을 결정하고, 다음날에 파기환송심 첫 공판기일을 그달 15일로 지정했다. 그러나 공판기일을 지정한 지 5일 만에 다시 공판기일을 대선 이후인 오는 18일로 변경했다. 연기 사유는 “대통령 후보인 피고인에게 균등한 선거운동의 기회를 보장하고, 재판의 공정성 논란을 없애기 위해서”였다. 일련의 과정 이후 민주당 내에서는 ‘대법관 증원’을 비롯한 사법부 개혁이 대선 국면의 핵심 의제 중 하나로 떠올랐다. 민주당 의원들은 대법관 증원 법안을 연달아 발의했고, 박범계 의원이 법조인이 아닌 사람도 대법관으로 임명할 수 있도록 하는 법원조직법 개정안을 발의했다가 논란 끝에 철회하기도 했다. 이 대통령은 대선 기간 발표한 공약집서 ‘내란 극복과 민주주의 회복’의 하위 범주로 “사법개혁을 완수하겠다”며 대법관 증원을 비롯한 여러 정책을 공약했다. 대법원 등 사법기관도 엎는다 “신중하게 진행해야” 의견도 공약집에는 실제 증원 규모가 명시되지 않았으나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인 개정안은 대법관 수를 30명으로 늘리는 방안을 담고 있다. 대법관 수를 100명으로 늘리는 법안도 발의됐으나 논란이 일자 민주당은 지난달 26일 철회했다. 대법관이 증원되면 현재 1인당 연평균 약 4000건을 처리해야 하는 대법관들의 업무 부담이 줄면서 ‘재판 지연’의 주된 원인으로 꼽히는 상고심 적체 현상은 상당수 해소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대법관 전원이 참여하는 전원합의체를 통해 법적 안정성을 확보하고 사회적 갈등에 해답을 제시하는 최고 법원의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못할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된다. 30명이 모두 모여 깊이 있는 합의에 도달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쉽지 않아 보이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대법관 증원에 따라 이 대통령 임기 중 총원의 절반이 넘는 대법관이 대통령 임명을 받아 합류하면 사법부 구성이 편향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법원의 재판에 관한 헌법소원 심판을 허용하는 ‘재판 소원’이 도입될지도 관심사다. 민주당 의원들이 헌법재판소법 개정안을 발의해 국회에 계류 중이다. 재판소원이 허용되면 법원이 법률을 헌법에 어긋나게 해석·적용하거나, 재판의 절차적 측면서 국민의 기본권이 침해됐다고 판단된 경우 헌재가 결정으로 위헌임을 확인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대법원은 헌재가 법원의 재판에 관여하는 것은 ‘사법권은 법관으로 구성된 법원에 속한다’고 정한 헌법 101조에 반하고 불필요한 법적 분쟁을 초래할 수 있다는 이유로 법안에 반대해 왔다. 법조계의 의견은 엇갈린다. 재판소원 추진 논의가 이 대통령에 대한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 이후 급물살을 탔다는 점에서 대법원을 견제하려는 시도로 보는 시각도 있다. 사실상의 ‘4심제’가 돼 최고법원으로서 대법원의 기능이 약화하고 법적 안정성이 떨어질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반면 헌법기관 간 상호 견제를 강화하고 국민의 기본권을 보호할 안전망을 두텁게 만든다는 점에서 도입을 긍정하는 견해도 있다. 실제로 법조계에서는 오랜 기간 재판소원 도입의 필요성에 관한 논의가 이어져 왔다. 헌재 역시 최근 국회에 “국민의 충실한 기본권 보호를 위해 개정안의 취지에 공감한다”는 찬성 의견을 냈다. 이밖에 판결문 공개 범위 확대, 공개변론 중계 의무화 추진, 법관평가위원회 설치 등 국민의 사법 접근성을 제고하는 정책 등도 이 대통령 임기 중 추진될 전망이다. 이 대통령은 지난달 25일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는 “사법개혁 문제는 최우선 문제에 속하지 않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당시 “제도 개혁이나 특히 사법·경찰·검찰개혁은 중요하다. 수사권 조정이든 다 중요하다”면서도 “여기에 주력해서 힘을 뺄 상황은 아닌 것 같다”고 덧붙였다. 민생이 우선 일단 후순위 이후 지난 6월4일 취임사에선 “먼저 민생 회복과 경제 살리기부터 시작하겠다. 불황과 일전을 치르는 각오로 비상경제대응TF를 바로 가동하겠다”며 “국가 재정을 마중물로 삼아 경제의 선순환을 되살리겠다”고 강조했다. 검찰 및 사법개혁이 중요하지만 민생 회복이 중요하다고 재차 강조한 셈이다. 이로 인해 검찰·사법개혁은 후순위로 미뤄질 것으로 보인다. <kcj512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