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도 발칵’ 레고랜드 밀약 파문

  • 김성민 기자 smk1@ilyosisa.co.kr
  • 등록 2025.03.18 07:24:52
  • 호수 1523호
  • 댓글 2개

나랏돈 1840억 빨렸다?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최문순 전 강원도지사가 레고랜드 사업 추진을 위해 도의회에 거짓 정보를 제공해 1840억원의 국고 손실을 입혔다고 검찰이 공소장에 적시했다. 앞서 검찰은 최 전 지사를 특정범죄가중법상 국고 등 손실, 업무상 배임, 위계공무원집행방해 등의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강원 춘천 레고랜드 조성사업과 관련해 도의회서 사태의 책임 공방이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도의원들은 전임인 최문순 전 강원도지사보단 김진태 현 강원도지사의 책임론을 강조했다. 국민의힘 도의원들은 ‘최 전 지사가 도의회 동의 없이 보증을 확대해 도민들에게 빚을 떠안게 하고, 이로 인해 재판을 받게 됐다’고 반박했다.

혈세 쏟고···

검찰은 31페이지 분량의 공소장에 ‘최 지사는 2014년 11월28일 국내·외 주요 인사를 초청해 레고랜드 개발 기공식을 열기로 결정했지만, 정작 영국 멀린사 대표는 서신을 통해 2050억원의 자금 대출, 자본금 증자가 이뤄져야 하고 사업비를 마련하지 못하면 기공식에 불참할 것이고 레고랜드 명칭을 사용할 수 없다고 통보했다’고 적시했다.

당시 레고랜드 개발을 담당한 엘엘개발(현 강원중도개발공사·GJC)은 강원도의 지급보증으로 210억원을 대출받았으나 재정이 악화돼 2차 금융 약정이 어려웠다. 이에 레고랜드 기공식 전날 강원도가 보증책임을 담은 합의서를 작성, 엘엘개발이 1840억원의 추가 대출을 받도록 최 전 지사가 지시했다는 것이 검찰의 판단이다.

엘엘개발이 대출한 2050억원은 결국 2022년 보증을 섰던 강원도가 대신 갚았다. 검찰은 추가 대출 1840억원으로 발생한 강원도의 손해에 대한 책임이 최 전 지사에게 있다고 봤다.


앞서 레고랜드 개발 계획은 수차례 변경됐고 강원도는 총 사업비 2600억원 중 30.8%인 800억원을 직접 투자했다. 이 내용을 담은 총괄개발협약(MDA)을 추진하는 과정서 임대료 수익은 기존 협약(UA)에서 97% 삭감된 3% 수준으로 변경됐다.

강원도에 불리한 협약으로 최 전 지사는 멀린사에 서신을 보내 (MDA 체결에 대해)도의회 동의를 받는 것을 반대했다고 검찰은 적시했다.

하지만 멀린사는 자체 법률자문을 근거로 도의회 동의를 강하게 요구했다. 이에 검찰은 최 전 지사가 당시 담당 국장을 도지사실로 불러 임대수익료 등 민감한 부분을 삭제할 것을 지시했다고 봤다. 이에 따라 강원도는 도의회에 열람용 MDA 11부를 제공했고 최종 확정 임대료를 3%가 아닌 30.8%로 기재했다.

2018년 12월3일 강원도의회 경제건설위원회서 강원도는 도의원들에게 ‘수입의 30.8%에 해당하는 임대료를 받을 수 있다’는 취지로 거짓 내용을 보고했다. 같은 해 12월14일 결국 도의회 동의를 받았다. 검찰은 최 전 지사 등이 도의원들의 정당한 직무집행을 방해하고 강원도에 재산상 손해를 가했다고 판단했다.

최문순 기소장 보니···
국고 손실 내용 적시

최재민 강원특별자치도의회 의원은 지난 12일 성명을 통해 “최문순 전 도지사는 ‘춘천 레고랜드 코리아 테마파크 조성사업’과 관련해서 2014년 도의회 의결을 받지 않고 채무보증 규모를 210억원에서 2050억원으로 늘렸다”고 강조했다.

2018년 도의회에 제출한 레고랜드 MDA 편집본을 MDA 원본이라고 주장했으나 원본에는 강원도의 임대수익이 3%이고 도의회에 제출한 편집본에는 30.8%로 거짓 내용을 보고했다는 주장도 더했다.


검찰 공소장에 최 전 지사가 강원도에 1840억 이상의 손실을 입혔다는 점이 적시됐다는 언론 보도를 인용해 “도민의 대의기구인 도의회에 거짓 내용을 보고하면서까지 레고랜드 사업을 추진하면서 도민에게 계속적인 고통을 주고 있다”며 “최문순 전 도지사와 민주당은 도민 앞에 진정으로 사과하고 모든 책임을 져야 한다”고 밝혔다.

민주당 도의원들은 김진태 도정서 중도개발공사의 회생 신청 계획 발언으로 인해 ‘레고랜드 발 금융위기’가 발생해 국가적으로 큰 손실이 있었음을 강조했다. 이날 제3차 본회의 도정 질문서 정재웅 의원(민주당·춘천)은 “2022년 김 지사의 GJC 회생 신청 계획 발언 파문으로 GJC는 BNK투자증권으로부터 빌린 2050억원을 강원도가 대위변제를 진행하게 됐다”며 “김 지사의 발언이 GJC의 중도개발사업에 많은 영향을 끼쳤다”고 주장했다.

이어 “결국 김 지사의 발언 파문 이후 기 매각 부지에 대한 계약해지와 계약 부지 일방 해지에 따른 소송 패소 등 때문에 중도금 반환, 계약금 반환소송 등으로 유동성 위기가 발생하게 됐다”고 덧붙였다. 

앞서 박기영 의원(국민의힘·춘천)은 전날 제2차 본회의 도정 질문서 “강원개발공사와 중도개발공사의 통합 논의에 앞서, 중도개발공사 부실의 결정적 이유인 레고랜드 사태에 대한 책임 규명이 반드시 필요하다”며 “의회 동의 없이 2050억원으로 보증을 확대했던 것으로 인해 결국 강원도는 그 빚을 떠안게 됐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 사태를 악화시킨 원인으로 최 전 지사가 사업 추진 당시 의회 동의 없이 보증채무 2050억원 확대, MDA체결, 멀린사에 투자금 800억원 송금, 컨벤션 부지 염가(105억원) 매도 후 고가(477억원) 재매입 행위 등을 꼽았다. 

영국 멀린사 “2050억원 내놔야”
무리한 사업 강행···고개 숙인 도

같은 날 이지영 도의원(민주당)은 춘천 레고랜드 사태 관련 성명서를 내고 “레고랜드 사태는 김진태 지사가 2022년 9월 개발 시행사인 GJC의 회생 절차를 신청하겠다고 밝히며 시작됐다”며 “김진태 도정 4년 차에 접어든 이 시점에도 전임 도정 탓만 하고 있는 무책임한 김 지사의 모습은 애처롭기까지 하다”고 지적했다.

검찰은 레고랜드 개발 사업서 ▲도의회 동의 없이 보증채무를 2050억원으로 늘린 행위 ▲도의회에 허위 정보를 제공해 동의를 얻은 후 총괄개발협약을 체결하고 그 협약에 따라 시행사가 레고랜드 코리아에 800억원을 지급하도록 한 행위 등을 집중적으로 조사했다.

한편, 올해로 개장 4년 차를 맞은 레고랜드는 지난해까지 3년 연속 적자를 기록한 것으로 추정된다. 개장 첫해 622억원이었던 매출은 2023년 494억원으로 쪼그라들었다. 서울서 먼 거리, 휴식 공간 부족, 식음료 부족, 스릴형 어트랙션 부족 등이 부진의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겨울철에는 운영일을 줄이고 운영시설도 축소하는 등 고정비 줄이기에 나섰지만, 수익 개선이 쉽진 않은 상황이다. 레고랜드는 파격적인 세일 행사를 벌이면서 모객에 발벗고 나섰다. 그동안 입장료가 다소 비싸다는 비판을 인식한 듯, 파격적인 연간회원권 가격을 들고 나왔다. 전 세계 레고랜드 연간회원권 가운데 가장 저렴한 가격이다.

레고랜드는 기존의 연간회원권 판매를 일시 중지하고 ‘엘리트 패밀리 패스’와 ‘엘리트 패스’ 2종의 연간회원권을 지난 14일까지 판매했다. 엘리트 패밀리 패스는 3인 이상 구매 가능한 연간회원권으로 1인당 9만9000원을 내고 1년간 날짜 제한 없이 입장이 가능하다.

여기에 식음료 할인 10%, 상품 할인 10%, 호텔 할인 20% 혜택까지 제공한다. 이는 국내 테마파크 연간회원 가격 중 가장 저렴한 수준이다. 정가 이용권 가격을 기준으로 2번만 방문해도 연간회원권 가격을 넘긴다.


눈물의 호객

레고랜드가 벌이는 할인 혜택은 업계서도 파격적인 수준으로 꼽힌다. 그만큼 레고랜드가 모객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문제는 레고랜드가 연간회원권을 할인한다고 실적이 개선되느냐다. 연회원이 자주 방문하더라도 레고랜드 내 식음료와 상품 등을 적극 구매해야 매출에 도움이 된다. 

하지만 레고랜드는 식음료가 전반적으로 부진하다는 비판을 아직까지 피하기 어려운 수준이다. 또 레고랜드는 오는 22일 스릴형 어트랙션을 추가하면서 손님을 끌어들이겠다는 계획이다. ‘닌자고’ 구역에 스릴라이드인 스핀형 롤러코스터 ‘스핀짓주 마스터’를 오픈한다. 드래곤 코스터에 이어 롤러코스터가 1개 더 추가되는 셈이다.

<smk1@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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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동발’ 한국 경제 파장 막전막후

‘중동발’ 한국 경제 파장 막전막후

[일요시사 취재1팀] 한상진 기자 = 미국이 이스라엘과 함께 이란을 공격하기로 결정하고, 지난달 28일 실행에 옮겼다. 이 같은 결정 배경에는 여러 가지 이유가 복합적으로 작용했다. ‘이란 핵 보유 가능성 차단’ ‘이란 정권교체’ ‘중동지역 미국 영향력 강화’ ‘석유 패권 우위’ 등이다. 아울러 이란 석유의 상당 부분을 수입하는 중국 견제 효과까지 노린 것으로 보인다. 미국은 지난해부터 이란과 8차례에 걸쳐 핵 협상을 진행했다. 이란 측에서 트럼프정부에 큰 사업적 이익을 제안하기도 하면서 상당한 진전을 봤다는 평가도 나왔다. 하지만 이란이 핵 능력에 대한 완전한 포기를 약속하지 않으면서, 미국은 이란 수뇌부 제거 없이는 이를 달성하기 어렵다고 판단한 것으로 해석된다. 이란 공습 이틀 후인 지난 2일(현지시각) 37년간 이란 최고 지도자로 군림해 온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가 사망했다. 공습 결정 여러 요인 하메네이는 지난 1979년 이슬람 혁명 이후 혁명수비대 및 국방 관련 요직을 거치며 권력기반을 다졌다. 이후 국회의원과 이슬람공화당 지도부를 역임했고, 지난 1981년 대통령에 선출돼 두 차례 연임하며 정치적 입지를 강화했다. 그는 엄격한 이슬람 율법에 따라 대내적으로 여성, 종교적 소수자를 탄압하며 억압적인 정책을 펼쳤다. 이란 내에서 발생하는 시위에 대해서도 잇달아 강경하게 진압했다. 지난 2009년 강경파인 마무드 아마디네자드가 대통령으로 당선되자 반발하는 시위를 비롯해, 지난 2022년 히잡을 제대로 쓰지 않았다는 이유로 붙잡힌 22세 쿠르드족 여성 마흐사 아미니가 의문사하며 촉발된 대규모 반정부 시위 등을 강경하게 진압했다. 특히 올해 초 대규모 반정부 시위에서는 이슬람혁명수비대(IRGC)와 바시즈민병대를 동원해 무차별적 유혈 진압을 밀어붙였다. 이 시위는 이란 핵개발에 따른 서방의 제재가 수년간 이어지며 경제난이 누적됐고, 테헤란 상인들의 항의가 대규모 반정부시위로 번진 것이었다. 이란 당국은 이 사태로 인한 사망자를 3117명으로 집계했지만, 외부에서는 3만명 이상이 사망한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하메네이의 사망으로 이란 내 정치 지형은 크게 변할 것으로 보인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군사행동이 끝난 후 이란인들에게 “여러분의 정부를 장악하라”고 촉구했다. 미국이 직접 나서 정권교체를 하는 것은 아니지만, 올해 초 있었던 대대적인 반정부 시위의 불길이 다시 붙으면 친미 정권 수립으로 이어질 것이라 기대하는 분위기다. 트럼프정부는 글로벌 에너지 패권을 추구하고 있다. 이번 공습으로 이란산 원유에 대한 일정한 영향력을 갖게 될 가능성이 있다. 베네수엘라산 원유처럼 직접 모든 것을 통제하지는 않더라도, 향후 이란의 정치적 주도권을 잡는 세력이 원유 문제에서 미국의 영향력을 받아들이는 방식으로 타협할 가능성이 크다. 미·이 전쟁 여파 국내 강타 금융, 산업 등 전방위 요동 이렇게 되면 이미 세계 최대 산유국인 미국은, 세계 최대 석유 매장량을 보유하고 있는 베네수엘라에 이어 중동지역 원유 생산에도 관여하게 된다. 석유수출국기구(OPEC)를 훨씬 넘어서는 시장 영향력을 갖게 되는 것이다. 미국·이스라엘과 이란 간 전쟁은 우리 경제 전반에 큰 영향을 끼쳤다. 우선 증시가 크게 출렁였다. 지난 3일 코스피가 역대 최대 낙폭(452.22포인트)을 기록했고, 상장사 전체 시가총액은 하루 사이 377조원 넘게 줄었다. 주요 코피스 종목도 일제히 하락세를 보였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유가증권시장 시가총액은 이날 종가 기준 4769조4000억원으로 전 거래일인 지난달 27일 대비 376조9396억원 감소했다. 삼성전자는 시가총액이 전 거래일 대비 약 126조6803억원 감소했다. 주가는 이날 9.88% 급락하며 5거래일 만에 20만원 선을 내줬다. SK하이닉스도 100만원 선이 깨지며, 시총이 86조9497억원(11.50%) 줄었다. 이 밖에 현대차(-11.72%), LG에너지솔루션(-7.96%), 삼성바이오로직스(-5.46%) 등 주요 기업들의 시총 감소분이 상대적으로 컸다. 반면 방산주는 급등하는 모습을 보였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주가가 19.83% 오른 143만2000원, 한화시스템은 29.14% 오른 14만6700원을 기록하며 사상 최고가를 경신했다. LIG넥스원은 11.15% 오른 68만8000원을 기록하며 상한가에 거래를 마쳤다. 이날 코스피 지수는 투자심리가 악화하며 7.24% 급락한 5791.91에 거래를 마쳤다. 유가증권시장에서는 외국인이 5조1708억원을 순매도하며 지수를 끌어 내렸다. 기관도 8817억원 매도 우위를 보였다. 미국과 이란의 전면전 여파로 인한 불안감이 이날 장 마감까지 이어지며 매도세를 자극한 것으로 보인다. 이날 유가증권시장에서는 외국인이 5조1708억원을 순매도하며 지수를 끌어 내렸고, 기관도 8817억원 매도 우위를 보였다. 미국과 이란 전쟁의 여파로 인한 불안감이 이날 장 마감까지 이어지며 매도세를 자극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로 인해 지난 3일과 4일 이틀 연속 매도 사이드카(프로그램 매도호가 일시중지)가 발동되기도 했다. 금융권 직격타 코스피 매도 사이드카가 발동된 건 지난달 6일 이후 한 달 만이다. 지난 4일 오전 9시25분 기준 코스피 지수는 189.43포인트(3.27%) 내린 5602.48에 거래되고 있다. 지수는 199.32포인트(3.44%) 내린 5592.59에 개장했다. 코스닥지수는 35.83포인트(3.15%) 내린 1101.87에 거래 중이다. 지수는 전날보다 25.62포인트(2.25%) 내린 1112.08에 개장했다. 환율 역시 급등했다. 미국·이스라엘의 이란 공습 이후 중동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위험 자산 회피 심리로 원·달러 환율이 한때 1500원을 돌파했다. 1500원 돌파는 지난 2009년 금융위기 이후 17년 만이다. 4일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보다 12.9원 오른 1479.0원에 개장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이날 오전 0시20분쯤 원·달러 환율이 야간 거래에서 심리적 저항선인 1500원을 넘어섰다. 환율은 1506원까지 올랐다가 다시 1500원 밑으로 하락했다. 미국·이스라엘의 이란 공습으로 시작된 중동 사태가 장기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자, 안전자산 선호 심리가 강화돼 환율이 급등한 것으로 풀이된다. 국내 산업계도 고환율에 따른 환경 변화에 촉각을 세우고 있다. 통상 원·달러 환율이 오르면 수출 단가 측면에서 이익을 줄 수 있지만, 원자재 수입 가격 상승과 결합할 경우 실질적인 부담이 커지게 된다. 반도체와 조선 업종은 단기 방어가 가능하다는 평가가 나오지만 항공과 철강은 비용 부담이 직격탄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수출 주력 품목인 반도체의 경우 현재 시장의 공급 제약 국면이 지속되고 있다. 이에 따라 원가 상승 일정 부분을 제품 가격에 반영할 수 있는 상황이다. 조선의 경우 수주 산업인 만큼 이미 3년치 이상의 일감을 확보하고 있어, 고환율 영향은 적을 것으로 보인다. 기존에 수주한 선박을 건조해 선주사에 인도하는 구조라, 이미 3~4년치의 수주 잔고를 확보한 상태다. 따라서 현재 환율 흐름에 큰 영향을 받지 않는다. 아울러 조선 업계 특성상 달러로 수주 계약을 체결하기 때문에 단기적 관점에서 환율 상승은 실적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 자동차의 경우 양날의 검이다. 미국 수출 및 매출이 늘어나고 있어 달러 강세가 수익성 개선으로 이어질 수 있는 반면, 자동차 한 대에 수백개 이상의 부품이 들어가는 만큼 원자재 부담이 상존한다. 다른 업종 대비 상대적으로 부담은 덜하지만, 역시 환율 시장의 상황을 예의주시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업종 별로 희비 교차 항공의 경우 항공기 리스료, 정비료 등 주요 비용이 달러로 결제되는 만큼 업계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특히 3~4월은 항공업계 전통적 비수기다. 개학과 함께 공휴일이 적어 여객 수요가 일시적으로 둔화되기 때문이다. 항공기 이용률이 낮은 상황에서 환율 상승은 수익성 악화로 이어질 수 있다. 아울러 소비자 부담도 확대돼 수요 위축이 나타날 수 있다. 보통 항공사들의 유류할증료는 1개월 시차를 두고 항공권 가격에 반영된다. 다음 달에 항공권을 구매할 경우 인상된 유류할증료가 적용될 가능성이 있다. 철강업계는 중동 정세 불안으로 인해 에너지 가격이 크게 상승하는 가운데, 고환율 부담까지 겹치며 이중고를 겪고 있다. 철강은 업종 특성상 환율 상승으로 수입 원자재 가격이 올라도 이를 철강 제품 가격에 즉시 반영하기 구조다. 그만큼 수익성이 악화할 수 있다. 정유업계에는 환율 상승이 단기적으로는 긍정적이다. 달러 상승에 따라 비용이 증가하지만, 수출할 때에도 높아진 달러가 적용돼 비용 부담이 상쇄된다. 특히 이전에 저렴하게 사들인 원유에 대한 재고 평가이익 인식은 재무적 개선으로 이어진다. 원유 재고 평가이익은 정유사가 보유한 원유(재고) 가치가 시세 변동으로 장부상에 이익으로 올라가 실적에 반영되는 현상을 뜻한다. 유가 상승 시 저가로 산 원유 가치가 올라가는 것이다. 기름값도 급등세를 보였다. 지난 4일 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시스템 오피넷 자료에 따르면 이날 오후 7시 기준 서울 지역 휘발유 평균 판매가격은 전날보다 L당 56.9원 오른 1845.4원으로 집계됐다. 서울 휘발유 평균 가격이 1800원을 넘어선 것은 지난해 12월18일(1802.7원) 이후 약 2개월 반 만이다. 주가·환율·유가 변동 산업계 직결 모건스탠리 “수출지향 한국 더 민감” 같은 기간 전국 평균 휘발유 가격 역시 L당 61.6원 상승한 1784.6원을 기록했다. 경유 가격 상승 폭은 더 컸다. 서울 지역 경유 평균 판매가는 1811.2원으로 전날보다 103.8원 뛰었다. 전국 평균 경유 가격도 1741.8원으로 하루 만에 1700원을 돌파했다. 싱가포르 석유 제품 시장가에 연동된 국내 주유소 가격은 통상 2∼3주 차이를 두고 국제 유가 변동이 반영된다. 다만 전쟁 확산 우려 등에 따라 주유 수요가 늘고 환율 변수까지 겹치면서 가격 상승 압력이 더욱 커지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달 28일 미국·이스라엘이 이란과의 전쟁을 시작한 이후 국제 유가는 빠르게 상승하고 있다. 지난 2일 이란혁명수비대(IRGC)가 호르무즈 해협 통과를 시도하는 선박을 공격하겠다고 공식 경고하면서 호르무즈 해협이 사실상 봉쇄됐기 때문이다. 호르무즈 해협은 전 세계 원유 물동량의 약 20%를 차지하고 있다. 정부도 미국·이스라엘과 이란 간 전쟁을 틈타 기름값을 과도하게 올리는 주유소들을 제재하기 위해 ‘최고가격 지정’ 작업에 착수했다. 주유소 담합 조사 등 시간이 필요한 조치에 앞서, 즉각적인 가격 통제에 나선 것이다. 또 주유소 담합 적발 시 ‘가격 재결정 명령’을 내리기로 하는 등 유가 잡기 총력전에 나섰다. 구윤철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지난 5일 민생물가 특별관리 관계 장관 태스크포스(TF)를 주재하고 ‘중동 사태에 편승한 시장교란 행위 근절 방안’ 등을 논의했다. 구 부총리는 이날 “현재 국내 석유류 수급 상황은 안정적이며 국제 가격의 국내 반영 시차 등을 고려할 때 아직 국내 가격에 실질적 영향을 줄 시점은 결코 아니다”며 “석유류 최고 가격의 지정 등을 포함해 가능한 모든 행정 조치를 활용해 철저히 대응하겠다”고 강조했다. 이는 앞서 이재명 대통령이 임시 국무회의에서 석유 판매가격의 최고 가격 지정을 지시한 데 따른 후속조치다.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한 가운데, 미국 투자은행 모건스탠리는 수입산 석유·가스 의존도가 높은 아시아 국가들이 전쟁에 따른 경제적 여파가 심각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특히 한국 경제가 중국보다 원유·천연가스 가격 상승에 따른 하방 위험에 노출돼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지난 2일(현지시각) 모건스탠리의 아시아 수석 이코노미스트 체탄 아야 등은 전날 보고서를 통해 이같이 전망했다. 보고서는 “아시아 국가들은 제조업 비중이 높고 수출 지향 경제인 만큼 유럽이나 미국에 비해 유가 변동에 더 민감하다”고 설명했다. 이러다 진짜 대전 터지면… 이어 석유·가스 무역적자 수준을 근거로 한국을 포함해 태국·대만·인도 등이 상대적으로 성장 측면에서 하방 위험에 노출돼있다고 지적했다. 다만 “이번 전쟁에 따른 아시아의 전체적 여파는 유가 상승 수준과 고유가 지속 기간에 달려있다”면서 “현재까지는 관리할 수 있는 수준”이라고 진단했다. <jins.h@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