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엄 피의자들 검찰 물밑 협조 내막

다 된 수사에 영장 잿가루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12·3 비상계엄 수사를 두고 검찰과 경찰 간 갈등이 최고조에 달하는 분위기다. 경찰은 핵심 인물들의 진술을 뒷받침할 중요 증거인 비화폰 서버를 확보하지 못했다. 검찰의 영장 반려가 원인이다. 한두 번이 아니다. 경찰 내부에서는 검찰이 성과를 독차지하려는 것이라는 불만이 상당하다.

경찰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가 유기적으로 협력해 12·3 비상계엄을 수사한 지도 두 달이 지났다. 공조수사본부(이하 공조본)를 꾸렸으나 핵심 증거로 꼽히는 ‘비화폰 서버’는 들여다보지도 못했다. 검찰만이 성과를 거두고 있다. 공조본 안팎에서는 검찰과 일부 피의자 간 물밑 협조가 이뤄지고 있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비화폰 내역
처음 제출

검찰 비상계엄 특별수사본부(본부장 박세현 서울고검장)는 김성훈 대통령 경호처 차장으로부터 ‘비화폰 불출대장’과 일부 통화 내역을 제출받았다. 이는 지난 1월24일 검찰이 경호처에 ‘수사 협조 의뢰 요청(자료 제출 협조 요청)’ 공문을 보내자 건네받은 것이다.

비화폰 불출대장은 ▲비화폰 번호 ▲사용자 ▲지급 일자 ▲회수 일자 ▲현재 보관 장소 등이 적혀있는 내부 보안 자료다.

김 차장이 제출한 비화폰 불출대장에는 윤석열 대통령 부부와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 곽종근 전 육군 특수전사령관, 이진우 전 수도방위사령관의 통화 기록이 포함됐다. 이 외에도 김 차장은 검찰에 김 전 장관이 예비용으로 받아가 건넨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의 비화폰 불출대장과 통화 기록 일부도 제출했다.


경호처는 형사소송법 제110조, 제111조를 근거로 공조본의 압수수색에 응하지 않아 왔다. 군사상·직무상 비밀을 요하는 장소인 만큼 책임자 승낙 없이는 압수하거나 수색할 수 없다는 게 이유였다. 특히 경호처는 계엄 당일 국무회의에 참여한 인원을 파악하기 위한 경찰의 협조를 거부했다.

경찰 관계자는 “1월 중순쯤 국무회의 참석자의 비화폰 전화번호를 알려달라고 협조 요청을 한 적이 있고 지금까지도 경호처는 공조본의 협조에 응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당시 경찰은 서울서부지검으로부터 김 차장 등에 대한 압수수색영장을 발부받았다. 이 영장에는 윤 대통령 부부 등의 비화폰 불출대장보다 보안 수준이 낮은 박종준 전 경호처장, 김 차장, 이광우 본부장, 김신 가족부장의 비화폰 불출대장이 적시돼있었다.

검찰의 협조 요청 공문에 제출했던 자료라면 경찰도 충분히 받을 수 있었으나, 경찰은 경호처의 방해로 아무것도 확보하지 못했다. 김 차장은 현재 특수공무집행방해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고 있다. 아직 검찰에선 피의자 신분이 아닌 참고인 신분에 그친 것으로 파악됐다.

경찰 청구 수차례 반려
“성과 독차지 수작” 반발

검찰은 김 차장과 이 본부장에 대한 경찰의 구속영장을 세 차례 기각했다. 서부지검은 ‘윤 대통령 체포영장에 형소법 110조 등 예외가 부기되는 등 논란이 있어 특수공무집행방해의 범의(범죄의 고의)가 있는지 다툼이 있다’고 판단했다.

서울서부지법은 지난해 12월 윤 대통령 체포·수색영장을 발부하면서 ‘비밀을 요하는 장소를 압수수색하려면 책임자의 승낙을 받아야 한다’는 형소법 110·111조 적용을 예외로 한다고 기재했다.


윤 대통령 측은 이에 대해 강하게 문제 제기했던 바 있다. 그러나 법조계에서는 물적인 압수수색과 달리 체포영장에는 형소법 조항이 적용되지 않아 문제 될 게 없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법원도 체포영장에 대한 윤 대통령 측의 이의 신청·체포적부심 신청을 기각하며 영장에 문제가 없다고 못 박았다.

경찰 내부에서는 계엄 사태 연루자들이 유독 검찰에만 협조적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한 경찰 간부는 “김 차장 외에도 검찰에는 순순히 진술하거나 자료 요청에 적극적으로 응하는 이들이 있다. 압수수색이나 강제수사를 진행하지 않아도 검찰이 확보한 자료가 많은데, 물밑 협조가 이뤄지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강한 의구심이 든다”고 주장했다.

실제 김 전 장관은 지난해 12월 검찰에 자진 출석하기 직전 노 전 사령관에게 전달했던 비화폰으로 검찰 수뇌부와 접촉했다. 해당 비화폰은 김 차장이 김 전 장관에게 지급하고, 김 전 장관이 노 전 사령관에게 전달했다. 노 전 사령관은 계엄이 해제된 날 김 전 장관에 돌려줬지만, 김 전 장관은 같은 날 사의를 표명하면서도 비화폰을 경호처에 반납하지 않았다.

공수처 압색
오, 소환 검토

김 전 장관은 이 비화폰으로 ‘검찰 넘버2’격인 이진동 대검찰청 차장검사와 검찰 출석 전인 지난해 12월6일 오후 통화를 나눴다. 김 전 장관은 이후 비화폰을 반납한 뒤 같은 달 8일 검찰에 출석했다가 긴급 체포됐고, 19일 뒤인 12월27일 구속 기소됐다.

이날 국회 ‘윤석열정부의 비상계엄 선포를 통한 내란 혐의 진상규명 국정조사 특별위원회’ 3차 청문회에 증인으로 출석한 이 차장검사도 통화 사실을 시인했다.

이 차장검사는 “김 전 장관의 신병확보가 가장 중요한데, 김 전 장관이 있는 곳이 군사 보호시설 안에 있어서 사실상 영장을 받아도 집행이 어렵다”며 “수사팀서(김 전 장관 출석) 설득이 어렵다고 해서 제가 직접 통화해서 설득해보겠다고 한 과정이었다”고 설명했다.

김 전 장관이 당시 있던 공관이 군사상 비밀을 요하는 곳이어서 형사소송법상 책임자 승낙 없이 압수수색을 할 수 없는 장소인 만큼 자진 출석을 유도했단 취지다.

경찰은 수사 초기 김 차장의 방해를 받기도 했다. 지난해 12월8일, 김 전 장관의 공관과 집무실에 대한 압수수색을 진행하는 과정서 국방부 장관 직무대행인 김선호 차관의 승인을 받았다.

경찰 관계자는 “집무실은 문제없이 압수수색했는데 공관을 압수수색하려 할 때 난데없이 경호처가 막아섰다. 윤 대통령 관저가 근처에 있었기에 막았던 것으로 기억한다”고 전했다.

경찰은 경호처와 협의를 거쳐 김 전 장관 공관 압수수색은 임의제출 방식으로 진행했던 것으로 파악됐다. 대신 경찰은 경찰관 1명을 김 전 장관의 공관에 들여보내 압수 대상 확인 등을 할 수 있도록 박 전 처장과 합의했다.


검에만
순순히…

김 차장은 박 전 처장을 ‘패싱’하고 이 사실을 윤 대통령에게 직보했다. 윤 대통령은 김 차장의 보고를 받은 뒤 박 전 처장을 크게 질책했고, 당시 공관촌 안내실서 압수 조서 등을 작성하던 경찰들은 밖으로 쫓겨나야 했다. 압수수색 절차는 압수 조서를 작성하고 압수 목록을 교부해야 종료된다.

이와 관련해 경찰은 윤 대통령이 경호처 주요 간부에게 ‘수사기관·외부인을 한 발자국도 들어오게 하지 말라’라고 지시한 내용을 적은 메모를 확보했다. 또 경호처 관계자에게서 윤 대통령이 “수사기관을 한 발자국도 공관으로 들어오게 하지 말라”라고 지시했다는 진술도 확보했다.

경찰은 윤 대통령 체포영장 저지 혐의 등으로 김 차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신청했지만, 검찰은 세 차례나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결국 경찰은 서울고검에 영장심의위원회 개최를 요구했다.

일부 계엄 연루자들의 협조를 얻는 데 실패한 경찰은 지난 4일 윤 대통령, 김 전 국방부 장관, 노 전 사령관의 외환 혐의 관련 사건을 서울중앙지검과 공수처에 이첩했다. 경찰은 현재까지 비상계엄 사태와 관련해 피의자 11명을 입건했고, 검찰에 8명을 송치하고, 공수처 등에 18명을 이첩한 상태다.

공수처는 김 차장에 대한 구속영장 반려 의혹과 관련해 심우정 검찰총장과 이 차장검사에 대한 수사에 들어갔다. 동시에 검찰은 국회 허위 답변 의혹을 받는 오동운 공수처장에 대한 강제수사를 마치고 조만간 소환조사도 검토 중이다.


앞서 한 시민단체는 지난달 27일, 심 총장과 이 차장검사를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및 직무유기 혐의로 공수처에 고발했다. 이 시민단체는 “심 총장과 이 차장검사가 검찰의 비상계엄 사태 개입 의혹을 은폐하기 위해 수사지휘권을 남용해 김 차장에 대한 경찰의 구속영장 신청을 납득하기 어려운 사유로 반려했다”고 밝혔다.

김용현·김성훈 선택적 협력…사실상 수사기관 쇼핑
자진 출석 전 수뇌부와 통화 ‘플리바게닝’ 약속?

반면 검찰은 윤석열 대통령 영장 청구 여부에 허위 답변 의혹을 밝히기 위해 지난달 28일 공수처장실 등 공수처 청사를 압수수색하고 관련 자료를 분석하고 있다. 오 처장과 차정현 부장검사, 수사기획관 등은 허위공문서 작성 등 혐의를 받는다.

국민의힘 주진우 의원은 지난 1월 공수처에 ‘윤 대통령 사건 관련 체포영장 외 압수수색영장·통신영장 등을 중앙지법에 청구했는지’ 질의서를 공수처에 보냈다. 이에 공수처는 ‘그런 사실이 없다’고 답했다.

하지만 윤 대통령 측 변호인단은 “공수처가 서울중앙지법에 청구했다가 기각된 영장이 4건이 있다는 사실을 윤 대통령 수사기록을 통해 확인했다”고 밝히며 오 처장에 대한 수사가 시작됐다. 공수처는 이에 대해 “파견 직원이 작성해 국회에 제출한 것으로 안다”며 답변 과정에 미흡한 점이 있었음을 인정했다.

공수처 관계자는 최근 오전 기자들과 만나 “금요일 압수수색으로 윤 대통령 변호인단 측의 정치권 영장 관련 의혹은 다 해소됐다고 말씀드릴 수 있다”며 “(의혹은)사실이 아니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당연히 저희가 협조를 안 할 수 없는 내용이기에 당연히(압수수색에 협조했다)”고 덧붙였다.

윤 대통령 측이 공수처에서 수사기록을 제공하지 않았다고 주장한 데 대해선 “우리에게 (기록을)청구할 이유가 없다”며 “이미 원본을 검찰에 넘겼고 법원이 갖고 있다”고 말했다.

오 처장 소환 여부와 시점, 검찰 압수수색 범위에 대해선 “검찰에 물어봐 달라”고 말을 아꼈다. 비상계엄 수사 상황에 대해선 “아직 수사 중인 사건이 있고, 수사가 진행되고 있다”고 전했다.

다른 공수처 관계자는 “고발이 들어온 건에 대해서 정해진 절차에 따라 진행하겠다”며 “전날 고발 내용이 접수된 것으로 파악돼 현 단계서 수사 진행 상황이 어떻다고 말하긴 이르다”고 말을 아꼈다.

주도권
갈등 과열

공수처의 수사 권한과 검찰, 경찰의 수사 권한은 각기 달라 비상계엄 수사 초기부터 논란이 일었다. 대표적으로 내란죄에 대한 수사 가능 여부, 윤 대통령에 대한 조사와 기소 등을 두고 검찰과 공수처 사이에 잡음이 이어졌다.

공수처 출신 한 관계자는 “공수처 내부서 불만이 상당하다. 외부서 봐도 검찰이 ‘어디 덤벼봐라’식의 압력을 행사하는 걸로 보인다. 결과적으로 특검이 진즉에 출범했다면 없었을 갈등”이라고 지적했다.

<hounder@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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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춤 추는 이정현 마이웨이

칼춤 추는 이정현 마이웨이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 이정현 공천관리위원장이 거침없이 칼을 휘두르고 있다. 주호영 국회부의장·김영환 충북도지사가 이 공관위원장의 칼에 희생됐다. 변방의 이방인이어서 휘둘러야 했던 칼의 운명은 반복되고 있다. 그는 왜 칼을 휘두르는 걸까? 국민의힘 이정현 공천관리위원장(이하 공관위원장)이 지난 13일 “여러 의견을 존중하는 과정에서 제가 생각했던 방향을 더는 추진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면서 사퇴했다가 이틀 후 번복했다. 이 공관위원장은 사퇴했던 이유를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이틀 후 또 번복 정치권 안팎에선 대체로 이 공관위원장의 갑작스러운 사퇴의 주요 원인으로 오세훈 서울시장과의 갈등을 주된 원인으로 거론했다. 오 시장은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절연에 소극적인 지도부 혁신 ▲혁신적인 선거대책위원회 조기 출범 등을 요구하면서 지방선거 공천 기간 내 후보 등록을 하지 않았다. 이 공관위원장의 사퇴 번복에는 장 대표가 큰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사퇴 번복 후 “장 대표가 지난 14일 공천 혁신을 완수해 달라면서 공천 관련 전권을 맡긴다는 뜻을 전해왔다”고 밝혔다. 따라서 이 공관위원장의 사퇴는 대체로 ‘무력 시위’로 해석되고 있다. 결국 오 시장은 지난 17일 국민의힘 서울시장 경선 후보로 등록했다. 복귀한 이 공관위원장은 ‘장 대표가 부여한 공천 관련 전권’을 거침없이 휘둘렀다. 지난 16일에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회(이하 공관위)는 박형준 부산시장 공천 컷오프를 검토하고 있다”는 소식을 전했다. “박 시장을 컷오프하고, 국민의힘 주진우 의원을 단수공천하자”고 주장한 핵심은 이 공관위원장이었다. 그러자 부산에 지역구를 둔 국민의힘 의원들이 장 대표를 방문해 항의했고, 장 대표는 박 시장·주 의원 간 경선을 결정했다. 같은 날 공천이 날아간 현역 광역자치단체장은 김영환 충북도지사였다. 공관위는 김 지사를 컷오프한 이유를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그저 “김 지사의 공적·업적을 부정·평가절하 하기 위한 게 결코 아니”라면서 시대 교체·세대 교체를 언급했다. 정치권에선 ▲만 70세 고령 ▲수뢰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는 등 사법 리스크 ▲재임 중 각종 발언 논란 등 대체로 김 지사의 약점이 컷오프의 실제 이유 아니겠느냐는 추측이 돌고 있다. 김 지사는 곧바로 “특정인을 두고 면접을 진행하다니 기가 막힌다”면서 일각에서 거론됐던 ‘국민의당 김수민 전 의원 충북도지사 후보 내정설’을 암시했다. 김 전 의원은 지난 2024년부터 1년 동안 충북 정무부지사를 지냈다. 김 지사는 지난 18일엔 서울남부지법에 공천 배제 효력 정지 가처분을 신청했다. 이어 다음 날 진행된 심문에서 “이 공관위원장이 김 전 의원에게 개인적으로 연락해서 출마 여부를 타진했다”며 “절차적 정당성이 파기됐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공관위는 이와 상관없이 지난 20일 김 지사를 제외한 경선 구도를 확정했다. 이 공관위원장은 국민의힘 대구시장 후보 공천과 관련해서도 존재감을 드러냈다. 공관위는 지난 22일 국민의힘 대구시장 후보 경선과 관련해 주호영 국회부의장·이진숙 전 방송통신위원장을 공천에서 배제했다. 광주시장 출마 아닌 공관위원장 지방선거와 묶인 운명의 끝은? 대구시장 후보 경선에 대해선 한동안 “국민의힘 최은석 의원 공천이 사실상 내정된 게 아니냐”는 설이 돌아다녔다. 그러자 최 의원은 지난 21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이 공관위원장은 공천 심사 면접에서 처음 만났다”면서 이를 강하게 부인했다. 주 부의장은 공천 배제에 크게 반발했다. 그는 공천 배제 가능성이 거론되던 지난 17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대구를 공천 실험장으로 삼으면 안 된다”며 “대구시장을 더불어민주당에 상납하려는 거냐”고 비판했다. 이어 “이 공관위원장은 대구의 자존심을 더 이상 짓밟지 말라”고 요구했다. 하지만 주 부의장 공천 배제는 지난 22일 확정됐다. 그는 지난 25일 가처분 신청과 무소속 출마 가능성을 언급했다. 일각에서 의아하게 해석하는 지점은 유튜버 고성국씨 등 강경 보수 진영에서 강하게 지지했던 이 전 위원장이 공천에서 배제됐다는 것이다. 이를 두고, “추 의원이 국민의힘 대구시장 후보로 확정돼 의원직에서 물러나면, 이 전 위원장이 추 의원의 지역구 대구 달성 재보궐선거에 출마하는 게 아니냐”는 설이 나왔다. 반대로 “주 부의장이 무소속으로서 대구시장 선거에 출마하면,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가 주 부의장의 지역구인 대구 수성갑에 출마하는 것 아니냐”는 설도 나오고 있다. 국민의힘 친한(친 한동훈)계 일원으로 거론되는 국민의힘 박정하 의원은 지난 24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주 부의장의 공천 배제엔 감정이 어느 정도 반영돼있는 게 아니냐는 생각을 하지 않고선 해석이 잘 안 된다”며 “장 대표의 생각도 분명히 들어가 있다고 본다”고 주장했다. 이어 주 부의장과 한 전 대표의 연대설에 대해서도 “한 전 대표가 보수 재건 후 당에 돌아오는 길을 찾아가는 길에 있어선 주 부의장의 선택 여하에 따라 모든 가능성을 다 열어 검토할 것이라고 본다”면서 연대설을 부정하진 않았다. 장 대표는 지난 23일 국민의힘 대구시당을 방문해 “공천 관련 모든 것은 당 대표인 제 책임”이라면서 공천 내정설에 대한 간접적인 의견을 밝혔다. 이어 “시민이 납득할 수 있는 경선을 치르겠다는 말씀을 드렸고, 당 대표로서 역할을 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광역지방자치단체장 경선 상황·흐름에 대해선 “영남권 기성 중진과 반 장동혁 성향 인사를 배제하는 방향으로 가는 게 아니냐”는 의문이 나오고 있다. 일각에선 장 대표와 이 곤공관위원장이 각각 ‘굿 캅’과 ‘배드 캅’으로 역할을 분담한다고 의심하고 있다. 의외의 연대설 이 공관위원장의 활동 방향을 놓고, 일각에선 그가 “사실상 장 대표의 칼 역할을 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그의 삶과 정치 활동은 국민의힘 주류 정치인과 많이 다르다. 국민의힘은 영남을 주된 지역 기반으로 두고 있지만, 이 공관위원장은 전남 곡성 출신이다. 그가 태어나 자란 곡성에서도 특히 위치가 외진 목사동면 동암리로 알려졌다. 그는 고등학생 시절부터 정치에 관심을 둔 것으로 알려졌고, 정계 입문 계기는 그의 고향을 지역구로 두고 국회의원으로 활동했던 민주정의당 구용상 전 의원의 비서관으로 발탁된 것이었다. 구 전 의원이 지난 1988년 제13대 총선에서 낙선한 후 이 공관위원장은 민주정의당의 말단 간사로 특채됐다. 영남 기반 정당의 호남 출신 당직자였던 그는 훗날 “늘 근본 없는 놈 취급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그로부터 26년 후 그는 고향 전남 순천·곡성에서 진행된 재보궐선거에서 새누리당 후보로 당선되는 이변을 일으켰고, 다시 2년이 지나선 새누리당 대표로 당선됐다. 당선 이후 그의 28년에 대해선 “한 편의 드라마” 혹은 “인간 승리”라는 평가도 나왔다. 이 공관위원장에겐 2명의 이 위원장이 있다. 그는 재보궐선거 당시 49.43%를 득표해 40.32%를 득표한 당시 새정치민주연합 서갑원 후보를 물리쳤다. 이 후보의 당선엔 서 후보와 노관규 전 순천시장의 갈등도 큰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있다. 하지만 정치적 흐름만을 탄 결과라고 보기 어렵다는 판단도 있다. 고향 곡성에서 이 공관위원장에 대한 지지세가 높아 70% 이상 득표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그는 새누리당이 아닌 ‘곡성 출신 이정현’을 내세워 자전거를 타고 지역구를 누볐다. 당시 그는 스스로 ‘머슴’ 혹은 ‘촌놈’을 자처했다. 그러면서 “고향을 위해 미치도록 일하고 싶다”며 “죽도록 부려먹다가 못하면 그때 쓰레기통에 다시 넣으시더라도 이번 한번만큼은 제 손을 한 번 잡아달라”고 호소하는 등 지역의 호감을 얻는 발언을 이어나간 영향도 컸던 것으로 분석됐다. 비판·조롱 낯설게하기 지난 2016년 총선에선 지역구 조정 영향으로, 이 공관위원장은 전남 순천에 출마했다. 고향이 아닌 지역구에 출마한 것은 일견 불리할 수도 있는 선택이었다. 하지만 그는 44.54%를 득표해 당선됐다. 그는 재보선 당선 이후 매주 지역구를 방문해 현장을 누빈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당시 야권이었던 더불어민주당·국민의당에서 모두 후보를 출마시킨 구도의 영향도 호재로 작용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공관위원장은 지난 2022년 지방선거에선 국민의힘 전남도지사 후보로 출마해 선거 비용 보전액 하한선 15%를 넘기는 18.81%를 득표해 “선전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런데 그는 중앙 정치에선 다른 모습을 보여준다. 그가 중앙 정치에서 큰 물의를 일으켰을 때 그 원인은 대체로 설화였다. 청와대 홍보수석비서관으로 재직했던 2014년엔 길환영 당시 KBS 사장에게 연락해 “세월호 참사 관련 해경에 대한 비판을 지금은 자제해 달라”고 요구한 게 2년여가 흐른 후 뒤늦게 알려져 물의를 일으켰다. 이는 방송 편성 관련 규제·간섭을 금지한 방송법 위반 행위가 될 위험이 있었는데 실제로 그는 벌금형을 확정받았다. 새누리당 최고위원이었던 지난 2015년엔 광주를 방문해 ‘광주 비하’로 해석될 수 있는 발언을 했다. 당시 그는 “광주 시민이 이정현이를 쓰레기통에 버렸다”며 “박근혜 대통령이 나 같은 쓰레기를 끄집어내서 탈탈 털어 청와대 정무수석·홍보수석을 시켜주는 배려를 했다”고 주장했다. 박 전 대통령에게 과잉 충성하는 이 공관위원장의 모습이나 발언은 지금도 쉽게 찾을 수 있다. 새누리당 대통령 후보였던 박 전 대통령은 지난 2012년 9월 과거사 사과 기자회견에서 회견문을 읽은 후 고개 숙여 인사했다. 당시 상황을 촬영한 사진 중에 후보 공보단장이었던 이 공관위원장이 “질의 시간을 가지면 안 된다”는 의미로 손가락으로 X 표시를 만드는 사진도 있다. 새누리당 대표였던 지난 2016년 11월엔 야권이 박 전 대통령의 임기 단축 협상을 거절하고 탄핵소추를 추진하자 “그 사람들이 탄핵을 실천하면 뜨거운 장에 손을 집어넣겠다”고 반발해 한동안 이 공관위원장을 조롱하는 합성 사진이 범람했다. 정치인은 대체로 선거 현장·당내 투쟁에선 정반대의 모습을 보여준다. 일부 정치인은 그 간극이 커서 주목받는다. 이 공관위원장의 태도는 “상대방에게 진정성 있게 몰입한다”는 장점이 될 수도 있다. 하지만 상황에 따라 그 진정성 있는 몰입은 정반대의 이미지를 연출한다. 지역구에선 유권자들이 전통적인 지역 구도에 따른 관성을 무시하고 그를 지지하는 이변으로 이어진다. 반대로 중앙 정치에선 지지자들의 환호와 반대파의 비판·조롱으로 나뉜다. 주호영·김영환 치니 한동훈 꿈틀…나비효과? 마구 휘두르고 장동혁이 수습…굿 캅 배드 캅? 20세기 독일 철학자 마르틴 하이데거의 존재론에 따르면, 이 공관위원장은 ‘호남 출신 보수정당 소속’으로 던져졌다. 이는 그 스스로 선택한 것이지만, 주어진 운명이 그를 던진 측면도 있다. 던져진 상황을 극복하는 것은 그의 선택이 부여한 운명이었다. 이 때문에 이 공관위원장은 고향에선 ‘친근한 고향 사람’이 돼 선거에 임하면서 국회의원으로 당선됐다. 하지만 보수정당에 뿌리내릴 수 있도록 그를 발탁한 사람은 박 전 대통령이다. 박 전 대통령에 대한 충성은 그 스스로 선택해 자신의 삶을 던진 것으로 볼 수 있다. ‘영남 출신 엘리트’ 주축으로 구성된 국민의힘 기준에서 이 공관위원장은 변방의 이방인이다. <조선일보> 양상훈 주필은 지난 2016년 8월 이 공관위원장이 새누리당 대표에 당선된 후 그에 관한 칼럼을 썼다. 양 주필에 따르면, 이 공관위원장은 당직자 시절 자신보다 어린 당 출입기자로부터 반말을 들어가면서 그의 심부름을 했다. 변방의 이방인이었기 때문에 그에 대한 태도는 훨씬 ‘편하게’ 나왔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하지만 그는 지금도 국민의힘에 있다. 러시아 문예비평가 빅토르 슈클로프스키는 시 창작과 관련해 ‘낯설게하기’란 이론을 창안했다. “익숙한 대상을 생경하게 바라보면서 그 본질을 시로 표현할 수 있다”는 취지의 이론이다. 그런데 이 공관위원장은 존재 자체가 ‘낯설게하기’였다. 고향에선 보수 정당 소속이기 때문에 낯설다. 보수 정당에선 호남 출신인 그의 존재는 낯설면서도 동시에 강렬하다. 공천관리위원장으로서 시행하는 주요 정치인 컷오프도 그가 낯선 존재이기 때문에 더욱 부각된다. 박 전 대통령에 대한 그의 충성도 반대파·비판자의 관점에선 개종자의 열정·과잉 사회화로 보일 여지가 있다. 개종자의 열정은 원래 특정 집단 소속이 아니었던 사람이 집단에 들어간 이후 기존 구성원보다 더 근본주의적인 태도로 열정을 쏟아붓는 현상을 말한다. 이는 대체로 “난 원래 이 집단 사람이 아니었다”는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 진행된다. 그에게는 늘 ‘근본’과 관련된 비판을 받으면 안 된다는 불안감이 있기 때문이다. 과잉 사회화도 뒤늦은 주류 문법 학습 때문에 유연성을 발휘하기보다 집단의 규범을 그대로 집행하려는 경향으로 이어지는 측면을 일컫는다. 개종자의 열정·과잉 사회화를 상징하는 역사 속 인물로는 긍정적인 측면에선 한때 유대교 바리새파에서 촉망받았다가 예수의 가르침을 전파한 사도 바울을 언급할 수 있다. 부정적인 측면에선 20세기 소련의 공안 탄압을 상징하는 라브렌티 베리야를 언급할 수 있다. 조지아 출신인 베리야는 이오시프 스탈린에게 발탁된 후 대숙청을 진두지휘했던 니콜라이 예조프를 몰아내고 방첩기관 NKVD의 수장이 됐다. 지금도 베리야는 공안 탄압을 상징한다. 특정 집단에 기반이 없는 이방인이 그 집단에서 생존하기 위해 누군가의 ‘칼’이 되는 것은 숙명에 가깝다. 숙명적으로 묶인 운명 이 공관위원장은 원래 광주·전남통합시장 출마를 준비했다가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장으로 임명됐다. 그는 임명된 직후 군복을 연상시키는 야전상의를 입고 다시 등장했다. 사실상 장 대표의 칼로써 공천을 진두지휘하면서 그의 정치적 운명은 지방선거에 묶였다. 그의 운명은 여전히 칼인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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