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우왕좌왕 707특임단 ‘계엄의 밤’ 추적

TV 보고 알았다더니… 통신 기록 발견됐다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김현태 제707특수임무단 단장의 오락가락 태도가 결국 제 발목을 잡았다. 두 달 만에 핵심 증언을 손바닥 뒤집듯 엎으면서 혼란만 키우는 모양새다. 지난해 12월3일, 그날 밤을 <일요시사>가 되짚어봤다.

707특수임무단(이하 707특임단)은 대한민국 육군특수전사령부의 직할 특수부대다. 평상시에는 대테러 임무를, 전시 상황에는 극비 임무를 비롯해 각종 특수작전을 수행하는 최정예 특수부대다. 이런 특수부대가 12·3 내란 사태 당시 무장한 채 국회의사당 창문을 깨고 내부로 진입, 점거하는 임무를 수행하려던 것으로 추정된다.

꼬이는 진실

707특임단은 비상계엄이 선포되던 당일 제1공수특전여단과 함께 국회에 투입돼 국회 본청을 봉쇄하라는 지시를 받았다. 부대를 이끄는 김현태 제707특수임무단 단장은 지난해 12월3일 오후, 곽종근 특수전사령관으로부터 “특수작전 항공단 UH-60 12대가 전개하면 탑승을 해보라”는 지시를 받고 테이저건과 공포탄 등 비살상무기를 휴대해 출동하는 훈련을 계획했다고 밝혔다.

이날 오후 7시 50분경 김 단장은 “비상소집 훈련을 실시하겠다”는 예령을 걸고 비상소집 훈련을 실시했다. 오후 9시쯤 자체 소집 훈련은 완료됐고 김 단장은 지휘통제실에서 40여 분간 사후검토를 실시했다. 그러던 중 사령관으로부터 헬기를 대기시키라는 지시를 받았고 오후 10시경 훈련이 제한될 것 같다는 생각에 부대원의 복귀를 지시했다고 한다.

김 단장은 윤석열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한 사실을 TV 뉴스를 통해 처음 알게 됐다고 주장했다. 당시 상황을 복기하던 김 단장은 “나와 부대원들 모두 계엄법에 대해서 잘 알지 못했고, 출동 지시를 거부한다는 판단을 내릴 경황이 없었다”고도 토로했다.


하지만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이날 707특임대가 첫 통신을 시행한 시간은 오후 8시20분이다. 윤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한 오후 10시23분보다 약 두 시간 앞선 시점이다.

이는 특전사령관과 계엄사령관, 그리고 707특임단 간의 통신인 것으로 파악된다. 단순 기기 작동을 확인하기 위한 통신으로 보기는 어려운 만큼 사전에 계엄 정황을 알았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단장 진술 번복에 기기 오작동까지?
6개 부대 중 5개만 확인된 이유는?

윤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발표하고 약 10분 뒤 곽 사령관의 출동 지시를 받았다는 게 김 단장의 설명이다. 헬기 이륙 직전인 오후 10시43분, 김 단장은 티맵 지도를 이용해 국회 일대를 확인한 뒤 각 부대원에게 건물 차단 구역을 설명하고 11시22분 헬기를 타고 국회로 향했다.

오후 11시50분경 김 단장이 탑승한 헬기가 국회 운동장에 도착했다. 이때도 국회의원들은 비상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을 통과시키기 위해 계속해서 국회로 모여들었다. 4일 오전 0시30분쯤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은 “국회의원이 모이고 있다는데 150명을 넘으면 안 된다. 막아라. 안 되면 들어가서 끌어낼 수 있겠느냐”라는 지시를 김 단장에게 하달했고 707특임단 부대원은 창문을 깨고 국회 본청 안으로 진입했다.

<일요시사> 취재에 따르면 이날 국회에 도착한 707특임단 부대는 6개다. 그러나 이 중 하나의 부대가 위치추적 장치의 수신자 주소를 잘못 설정해 원활한 보고가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의심된다.

비상계엄 당일 계엄군은 위치추적 장치를 부착한 채 임무를 수행했다. 부대의 이동 경로는 특전사령관과 계엄사령관의 공통작전상황도(COP)에 실시간으로 표시되는데, 비상계엄 당일 707특임단 6개의 부대 중 5개만 위치가 확인된 것이다.


707특임단과 함께 국회로 이동한 김 단장은 부대의 움직임을 알 수 있지만 원격으로 지켜보던 상황실에선 사태를 파악하기 어려웠을 가능성이 크다. 국회를 장악하기 위한 계엄이 아닌, 실제 전시 사태였다면 임무 수행에 큰 차질이 생겼을 것이란 우려가 제기되는 부분이다.

계엄 사태 이후 김 단장이 진술을 번복하는 점 역시 혼란을 가중시킨다는 비판이 나온다. 김 단장은 계엄 해제 후 일주일도 안된 시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그는 “707부대원들은 김 전 국방부 장관에게 이용당한 피해자”라며 “무능한 지휘관의 지시를 따른 죄밖에 없다. 나는 무능하고 무책임한 지휘관으로, 부대원들을 사지로 몰아넣었다. 전투 상황이었다면 대원 전원이 사망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의원 포박’ ‘케이블타이’ 미궁
결국 직무 정지…보직 해임 수순

이날 기자회견에서는 “김 전 국방부 장관이 곽 전 사령관에게 ‘국회의원을 끌어내라’는 지시를 한 것을 들었다” “낮에 이미 현장 훈련 검사에서 방패라든지 인원을 포박할 수 있는 케이블타이 이런 걸 잘 챙기라고 강조했다” 등 내란을 입증할 핵심 진술도 나왔다.

하지만 김 단장은 지난달 17일 국회 국방위원회 현안 질의에 출석해 입장을 번복했다. 김 단장은 국민의힘 한기호 의원으로부터 ‘국회의원을 끌어내거나 체포하라는 지시가 있었느냐’는 질의에 “그런 지시가 없었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지난해 첫)기자회견 때 모든 질문이 ‘국회의원을 끌어내라고 해서 본회의장 창문을 깨고 들어간 것이 아니냐’는 질문으로 매몰됐다”며 “그러다 보니 기자에게 해명하는 차원서 중간에 들었던 뉴스를 종합해 표현했는데 잘못 전달됐다”고 거듭 해명했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소속 국방위원들은 이날 회의가 끝난 뒤 입장문을 통해 “국민의힘은 증언의 일관성을 지키고 있는 곽 전 사령관을 집요하게 공격하고 180도 말을 바꾼 김현태 단장은 보이지 않느냐”고 지적했다.

이들은 “김 단장은 12월9일 ‘케이블타이는 인원 포박용이었다’고 했다가, 2월6일에서는 ‘문을 잠그는 용도였다’고 말을 바꿨다. 또 같은 날 ‘김용현 장관이 국회의원을 끌어내야 한다고 명확하게 말했다’고 했지만 2월6일에는 ‘그런 지시는 없었다’고 증언을 번복했다”며 “정작 증언이 180도 바뀐 건 김현태 707특임단장”이라고 밝혔다.

결국 검찰은 지난달 28일 김 단장을 비롯한 군·경 책임자 9명을 내란중요임무종사 및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계엄 당시 국회를 봉쇄하고 체포조 운영 등에 가담했다는 의혹이다.

자승자박

이후 지난 4일에는 김 전 단장과 국방부 조사본부장 육군 소장 박헌수, 제1공수특전여단장 육군 준장 이상현 등을 대상으로 직무 정지를 위한 분리 파견을 조치했다. 매번 진술이 달라지는 만큼 직을 유지할 경우, 타 진술에도 영향을 끼칠 것이란 우려가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국방부는 추가로 보직해임까지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하규 국방부 대변인은 정례 브리핑서 “이전에 여러 직책에 있던 분들에 대한 직무 정지나 보직해임 등의 인사 조처가 진행됐던 과정을 잘 알고 계실 것”이라며 “아마 동일한 절차를 밟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hypak28@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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벼랑 끝 국민의힘 뒤집기와 자충수

벼랑 끝 국민의힘 뒤집기와 자충수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는 비상계엄 1주년을 맞아 페이스북에 사과 입장을 밝혔다. 국민의힘 원내 지도부도 기자회견을 열고 고개를 숙였다. 사과는 짧았지만, 더불어민주당에 대한 비난은 길었다. 사과 의견을 통해 확인되는 국면 전환 노림수는 ‘한동훈을 제외한 빅텐트’인 걸까? 국민의힘 공보실은 지난 2일 오후 10시54분 출입기자들에게 지난 3일 지도부 일정을 공지했다. 공보실에 따르면, 지도부의 일정은 ‘통상 일정’이었다. 공개 외부 일정이 없단 의미다. 지난 3일은 윤석열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1주년이었다. 통상의 의미는? 지도부의 공개 외부 일정이 없단 것은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의 비상계엄 관련 공개 사과 및 기자회견 일정이 없었단 의미로 해석될 수 있었다. 장 대표는 지난 3일 오전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사과 의견을 밝혔다. 장 대표는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은 의회 폭거에 맞서기 위한 계엄이었다”는 등 “정당화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을 받을 소지가 있는 주장부터 제시했다. 윤 전 대통령 파면에 대해서도 “한국 정치의 연속된 비극을 낳았고, 국민과 당원들께 실망과 혼란을 드렸다”는 등 ‘탄핵 반대’ 의견을 유지했다. 장 대표에 따르면, 국민의힘의 잘못은 하나로 뭉쳐 제대로 싸우지 못했다는 부분이었다. 자신에 대해서도 “당 대표로서 책임을 통감한다”고 강조했다. “장 대표가 사과하지 않을 것”이란 예상은 같은 날 오전 4시50분경 이정재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 부장판사가 국민의힘 추경호 의원의 구속영장을 기각하면서 확실시됐다. 장 대표는 페이스북 게시글에서도 “추 의원 구속영장 기각은 어둠의 1년이 지나고 두터운 장막이 걷히고, 새로운 희망의 길이 열리는 신호탄”이라면서 대정부 투쟁에 의미를 부여했다. 장 대표는 “이재명정권의 대한민국 해체 시도를 국민과 함께 막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장 대표가 사과 불가는 지난달 28일 대구에서 진행된 국민의힘 장외집회에서 어느 정도 예고된 것이었다. 당시 그는 “비상계엄에 대한 책임을 무겁게 통감한다”면서도 “우리가 흩어지고 분열한 결과, 이재명정권이 탄생했단 것을 기억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책임을 무겁게 통감한다”면서도 이재명 대통령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을 비난하는 내용으로 연설 대부분을 채웠다. 5일 간격으로 같은 얘기를 반복한 것이었다. 당시 장 대표가 주장한 민주당에 대한 비난의 핵심 내용은 ▲의회 폭거·국정 방해 ▲무모한 적폐 몰이에 따른 공무원 사찰 위협 ▲폭거로 인한 민생 파탄·국가 시스템 붕괴 ▲내란 몰이 등이었다. 비상계엄 1주년에 강조된 “민주당 폭거” 국면 전환·결집 노리는 선 사과·후 비난? 국민의힘의 비상계엄 관련 사과는 ▲송언석 원내대표 ▲유상범·김은혜 원내부대표 ▲최수진·최은석 원내대변인 등 원내 지도부 차원에서 나왔다. 송 원내대표 등은 지난 3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국민께 큰 충격을 드린 비상계엄 발생을 막지 못한 데 대해 국민의힘 국회의원 모두는 무거운 책임을 통감하고 있다”며 “국민 여러분께 다시 한번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이어 군인·공직자·의료인·자영업자 등 비상계엄 선포 피해자들에게 “깊은 위로와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고 고개 숙였다. 하지만 이후의 메시지는 이재명정부·민주당 비판 등 장 대표의 주장과 크게 차이가 없는 내용이었다. 송 원내대표는 “국민의힘 의원들은 패배의 아픔을 딛고 분열과 혼란의 과거를 넘어서 다시 거듭나겠다”며 “소수당이지만 처절하게 다수 여당과 정권에 맞서 싸우겠다”고 강조했다. 이전까지 국민의힘에서 장 대표에게 공개적으로 대국민 사과를 요구한 정치인은 오세훈 서울시장과 김용태·김재섭·권영진·엄태영·이성권·조은희 의원 등이었다. 국민의힘 양향자 최고위원은 지난달 29일 대전에서 진행된 장외집회 중 “국민의힘은 불법 계엄을 방치했으니, 반성해야 한다”고 주장했다가 일부 지지자들의 강한 항의를 받았다. 김재섭 의원은 지난달 28일 YTN 라디오 <더 인터뷰>에 출연해 “당 지도부의 사과가 없으면 제 나름의 사과를 해야 할 것 같다”며 “같이 메시지를 낼 국민의힘 의원들이 약 20명은 된다”고 주장했다. 이는 곧 “연판장을 돌리거나 기자회견을 할 수도 있다”는 압박으로 해석될 가능성이 있었다. 오 시장도 같은 날 채널A <김진의 돌직구 쇼>에 출연해 “중도층의 마음을 얻기 위해서라도 당 차원의 사과가 필요하다”며 “공당이라면 반성문을 쓰는 게 도리”라고 주장했다. 결국 이들은 당과 무관하게 대국민 사과를 했다. 오 시장은 지난 3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국민의힘 소속 중진 정치인이자, 서울시민의 일상을 책임지는 시장으로서 그 책임을 무겁게 받아들인다”며 “그날의 충격과 실망을 기억하는 모든 국민께 거듭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고 밝혔다. 국민의힘 의원 25명은 지난 3일 국회에서 “비상계엄 선포 당시 집권여당의 일원으로서 비상계엄을 미리 막지 못하고 국민께 커다란 고통과 혼란을 드린 점에 대해 거듭 국민 앞에 고개 숙여 사죄드린다”면서 ▲헌법재판소의 윤 전 대통령 파면 결정 존중 ▲윤 전 대통령과의 정치적 단절 ▲국민의힘 체질 개선·재창당 수준의 혁신 등을 약속했다. 이어지는 각자 플레이 장 대표에게 대국민 사과를 요구한 후 자체적으로 대국민 사과 성명을 발표한 국민의힘 정치인들은 대체로 수도권에 기반을 둔 소장파다. 이들 중 국민의힘이 강경 보수 정당으로 자리매김하면 가장 큰 손해를 볼 정치인으로는 오 시장과 김재섭·김용태 의원이 거론된다. 오 시장은 높은 개인 인기를 바탕으로 민주당의 서울시장 탈환 공세에 맞서고 있다. 김재섭 의원의 지역구 서울 도봉갑은 원래 민주당 텃밭이었다. 김 의원은 지난해 총선 당시 민주당 후보로 출마한 안귀령 대통령실 부대변인을 1094표 앞서 어렵게 이겼다. 지난해 12월7일 국민의힘의 윤 전 대통령 탄핵소추 표결 집단 이탈에 동참했을 때도 지역구에서 규탄 집회가 개최되는 등 홍역을 치렀다. 김용태 의원도 경기 가평·포천에서 민주당 후보로 출마한 박윤국 한국도자재단 이사장에 2774표 앞서 어렵게 금배지를 다는 데 성공했다. 국민의힘에 대해선 “강경 보수화가 진행된다”는 지적이 각계에서 이어지고 있다. 이 우려는 장 대표가 지난달 16일 유튜브 채널 ‘이영풍 TV’에 출연해 ▲자유통일당 ▲우리공화당 ▲자유민주당 ▲자유와혁신 등 원외 강경 보수 4당과의 지방선거 연대 가능성을 언급하면서 깊어졌다. 장 대표는 지난달 28일 개혁신당과의 연대 가능성에 대해선 “지금은 연대를 논의할 때가 아니”라면서 선을 그었다. 최근 국민의힘에선 “한동훈 전 대표를 축출하려는 것 아니냐”는 의문을 제기할 만한 밑그림을 계속 그리고 있다. 국민의힘 여상원 윤리위원장은 지난달 17일 사의를 표명했다. 여 위원장은 “당에서 ‘물러나면 좋겠다’는 연락이 왔다”며 “굳이 능욕당하면서 자리를 지킬 필요가 없다고 판단돼 원하는 대로 하겠다고 답했다”고 주장했다. 일각에선 이를 두고 “윤리위원회가 ‘계파 갈등 조장’을 이유로 윤리위에 넘겨진 국민의힘 김종혁 전 최고위원에 대해 주의 조치만 내린 것 때문 아니냐”고 의심하고 있다. 국민의힘 우재준 청년 최고위원은 지난달 30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원하는 결론을 내리지 않았다고 윤리위원장을 사퇴시키는 게 정당한 일이냐”며 “내란 특별재판부를 만드는 민주당과 뭐가 다르냐”고 정면 비판했다. 이어 국민의힘 당무감사위원회는 지난달 28일 “당원 게시판 의혹에 대한 조사 절차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당원 게시판 의혹은 “국민의힘 당원 게시판에 올라온 윤 전 대통령 부부 비방글 작성에 한 전 대표 가족이 연루된 게 아니냐”는 의혹이다. 장 대표는 취임 직후 “사실관계를 명확하게 밝혀 당원에게 알릴 것”이라는 방침을 밝혔던 바 있다. 윤 전 대통령 부부는 정치적으로 몰락해 서울구치소에 갇혔고, 형사재판을 받고 있다. 국민의힘이 당원 게시판 의혹을 밝혀낸 후 거둘 수 있는 실익으로는 “한 전 대표를 국민의힘에서 쫓아내고, 친한(친 한동훈)계를 무력화시킬 수 있다”는 것이 거론된다. 구 친윤(친 윤석열)계가 거둘 수 있는 이익이다. 한 전 대표에 대해선 보수 성향 유권자 사이에서도 호불호가 명확하게 나뉜다. 하지만 한 전 대표는 윤 전 대통령과 정치적으로 갈등하면서 비상계엄 해제에 동참했던 이력이 있다. 이 때문에 한 전 대표는 “국민의힘이 강경 보수 일색이 되는 걸 막는 방파제·상징”이란 분석이 오랫동안 있어왔다. 친한계로 거론되는 국민의힘 의원 중 상당수는 수도권에 지역구를 둔 소장파라는 분석이 나온다. 윤리위원장 쫓아낸 이유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에 대해선 “윤 전 대통령이 정치에서 폭력을 동원하는 것에 무슨 의미가 있는지 잘 몰랐던 것 아니냐”는 의문이 제기됐다. 정치의 본질은 대화·토론·협상이다. 영국 하원에선 20세기 초까지 의원이 총칼을 이용해 결투·난투를 했다. 물리적 폭력이 아닌 ‘언어폭력’ 선에서 공방을 이어가는 정치 문화는 제2차 세계 대전 이후 정착됐다.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가 전 세계에 줬던 충격은 민주주의가 충분히 성숙했다고 믿었던 대한민국에서 군을 동원해 정적을 제거하려던 사태가 발생했다는 것이었다. 장 대표·송 원내대표는 사과 메시지를 먼저 짧게 발표하면서 이재명정부·민주당 비판은 길게 이어가는 형식의 사과 의견을 밝혔다. 사과엔 ▲직접적인 반성 ▲분명한 잘못 인정 ▲재발 방지 약속 ▲보상 약속 등 4개의 원칙이 제기됐는데 “상대방 비판에 더 중점을 둔 사과는 역설적으로 ‘반성을 하는 게 맞느냐’는 비판으로 이어질 소지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지난 2008년 광우병 촛불시위 당시 대국민 사과를 했고, 박근혜 전 대통령은 지난 2016년 최순실 게이트가 불거진 후 대국민 사과를 했다. 이 전 대통령은 “모든 것이 제 불찰이고, 국민께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며 “미국산 쇠고기 수입 협상·후속 조치 중 국민의 마음을 헤아리는 데 미흡했고, 우려를 덜어드리지 못한 점에 대해 깊이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박 전 대통령은 “국정을 꼼꼼하게 챙겨보고자 하는 순수한 마음으로 한 일”이라며 “이유 여하를 막론하고 국민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 놀라고 마음 아프게 해드린 점에 대해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면서 “국민께 깊이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 전 대통령은 당시 크게 불거졌던 각종 우려를 ‘괴담’으로 규정지었다. 이 때문에 촛불 시위 세력이 제시한 재협상 시한과 맞물린 시점에서 사과가 나온 점을 감안할 때 국면 전환을 위한 명분 쌓기 아니냐는 비판을 받았다. 박 전 대통령은 이미 각종 의혹이 광범위하게 제기돼 근거 자료들까지 제시되는 시점에서 “취임 후 일정 기간 일부 자료들에 대해 최순실씨의 의견을 들은 적은 있지만, 청와대 보좌 체계가 완비된 이후에는 그만뒀다”고 주장했다. 이로써 박 전 대통령의 해명은 신뢰를 잃었다. 장 대표·송 원내대표의 사과도 두 전직 대통령의 사과처럼 자신의 주장을 뒤에 배치한 후 더 큰 비중을 부여하는 형식을 유지했다. 비상계엄 1주년에 강조된 “민주당 폭거” 국면 전환·결집 노리는 선 사과·후 비난? 이런 사과 형식은 국면 전환·지지층 결집 목적을 가진 이들이 활용한 사례가 많다. 대표적인 예로, 고대 로마에서 율리우스 카이사르가 암살된 후 있었던 마르쿠스 브루투스·마르쿠스 안토니우스의 연설이 꼽힌다. 카이사르 살해를 주동한 브루투스는 “카이사르에 대한 내 사랑은 카이사르를 사랑하는 다른 분보다 절대 뒤떨어지지 않는다고 단언한다”고 선언한 후 “로마를 더 사랑해서 카이사르를 죽였다”고 주장했다. 이어 “나라를 위해 눈물을 머금고 가장 사랑하는 친구를 죽였다”고 강조했다. 안토니우스는 “카이사르 암살에 가담한 사람들은 모두 존경할 만한 분들”이라고 선언한 후 카이사르를 찬양하면서 그의 유언장을 공개했다. 유언의 핵심 내용은 “내 재산을 로마 시민에게 기증한다”는 것이었다. 또 카이사르가 살해당할 당시 입었던 칼자국과 피로 얼룩진 옷도 공개했다. 흥분한 로마 시민은 암살자들의 집을 습격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안토니우스·아우구스투스는 로마 정국을 장악했다. 불리한 내용을 먼저 짧게 거론한 후 유리한 내용을 장황하게 거론하는 형식은 정치적 목적을 위해 즐겨 이용된다. 장 대표·송 원내대표가 짧은 사과 의견을 밝힌 후 이재명정부·민주당을 비중 있게 비판한 것도 강경 보수 세력에겐 강한 인상을 줄 가능성이 있다. 특히 장 대표는 비상계엄의 원인을 ‘의회 폭거’라고 규정했다. 이에 따르면, 윤 전 대통령은 카이사르가 된다. 비상계엄 해제에 찬성해 사실상 윤 전 대통령 몰락에 가담한 한 전 대표와 친한계는 브루투스 일당이 되는 구도가 그려질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그렇다면 강경 보수 세력은 당원 게시판 의혹에 대해 어떤 의견을 제시할지 어렵지 않게 예상할 수 있다. 공나형 전남대 학술연구교수는 지난 2022년 발표한 논문 <대통령의 공적 사과 담화에서 드러나는 ‘개입’ 양상>에서 김영삼 전 대통령이 지난 1993년 쌀 시장 개방을 수용하면서 밝힌 대국민 사과와 박 전 대통령의 최순실 게이트 관련 대국민 사과를 분석했다. 공 교수는 김 전 대통령의 사과문에 대해선 “선의로 행한 행위가 어쩔 수 없는 부정적인 결과로 이어졌다고 강조하면서 결과의 부정성에 관여하는 자신의 의도의 비중을 제거했다”고 분석했다. 박 전 대통령의 사과문에 대해선 “자기 고백이 많은 분량을 차지하지만, 그 고백의 원인이 되는 행위에 대해선 소극적”이라고 분석했다. 12월3일 조용히 장 대표·송 원내대표의 사과도 “어쩔 수 없었다”는 항변과 상대방 비판을 내용으로 채웠다. 그러면서 민주당 심판·보수 재건·대여 투쟁을 강조했다. 결국 두 사람의 답은 ‘한 전 대표를 제외한 빅텐트’ 방침 재확인으로 보인다. 국민의힘의 12월3일은 이렇게 조용히 지나갔다.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