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값만 1억5000만원’ 건진법사 조력자들 텐프로 대선 모의 의혹

대선 앞두고 수상한 억대 술판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오혁진 기자 = 무속인 ‘건진법사’ 전성배의 처남 김모씨가 강남구 신사동 H 유흥업소서 대선 준비를 도모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전씨는 윤석열 선거대책본부 업무 전반에 관여했고, 지방선거 예비 후보자에게 억대의 돈을 받은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상태다. 처남 김씨도 대선에 개입했다는 의혹이 새롭게 드러난 것이다.

전성배씨는 대선 당시 권영세 국민의힘 의원이 본부장으로 역임한 선거대책본부 산하 ‘네트워크본부’의 고문이었다. 전씨의 딸과 처남 등 가족도 네트워크본부에 몸담아 활동했다. 지난 2022년 선대본부 관계자들은 전씨가 비공식 통로로 가족을 동원해 윤석열 대통령의 주요 의사결정에 개입하면서 ‘비선 실세’로 활동했다는 의구심을 드러냈다.

신사동 소재
H 룸살롱 확인

일명 ‘찰리’로 불리는 전씨의 처남 김씨는 지난 대선 기간인 2020~2021년경 강남구 신사동 소재에 H 룸살롱에 출입했다. 코로나19 팬데믹 여파 속 사회적 거리두기가 지속돼 유흥주점 등은 정상적인 영업을 할 수 없었다. 이로 인해 감염병 예방 수칙을 어겼다가 적발된 업소들이 줄줄이 문을 닫던 시기였다.

H 업소 사장 등 다수의 증언에 따르면, 김씨는 팬데믹 시기에 기업인 최모씨, 국회의원, 윤석열 대선캠프 경호팀장 고모씨 등과 함께 해당 업소 등 텐프로를 방문했다. 텐프로는 상위 10% 연예인급 외모의 여성 종업원이 접대하는 곳으로 알려져 있다. 그만큼 높은 가격으로 유명하다.

김씨는 수천만원에 달하는 술값을 쓰며 지인들과 함께 대선 준비를 도모한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이 과정서 김씨가 단골로 다니던 텐프로가 경찰 단속을 두 차례나 당했음에도 기소유예 처분을 받았다는 것이다. 당시 김씨는 ‘김건희 여사 측근’임을 주장하며 경찰로부터 부당한 혜택을 봤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H 업소 마담 A씨에 따르면 “김씨가 힘을 써서 막대한 벌금 처분을 받지 않게 만들었다”고 한다. 김씨는 직접 룸살롱을 차리기도 했는데, 해당 업소는 단 한 번도 없었다고 덧붙였다.

A씨는 김씨의 힘이 김 여사로부터 나왔다고 주장했다. 그는 김씨의 입을 빌려 “김건희가 건진법사의 말을 잘 듣고 윤석열은 무릎을 꿇을 정도로 김건희 말만 듣는다”며 “윤석열이랑 친하진 않지만 우리는 건희 누나가 있으니까”라고 말했다.

김씨는 H 업소 이외에도 강남의 여러 룸살롱을 전전했다. 억대 술값 대부분은 외상인 것으로 드러나 ‘마담’들의 공분을 샀다. 이들이 15차례 H 업소서 마신 외상 술값 1억5000만원은 최씨가 갚은 것으로 알려졌다.

윤 캠프 당시 수행비서
건진 처남 ‘찰리’ 주축

재력가인 최씨의 아버지는 모 제약회사를 인수해 부를 쌓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후 경상도서 국가 위임 사업을 운영해 돈을 번 것으로 추정된다. 윤석열 대선캠프 경호팀장 고씨는 언론과 인터뷰서 “김씨 등과 룸살롱서 한차례 만난 정도의 관계”라며 깊은 관계임을 부정했다.

고씨는 국가안전경호협회 소속으로 알려졌다. 국가안전경호협회는 비영리 기관 단체로 사회 안전 활동 및 경호원들의 복지, 경호 산업 발전을 위해 지난 2001년 설립된 단체다. 고씨는 아동·청소년 사회 안전 자문위원, 행정안전부 안전보안관 등을 역임한 바 있다.

김씨와 동석한 국회의원은 국민의힘 소속으로 이름은 알려지지 않았다. 한 여권 관계자는 <일요시사>와 인터뷰서 “지역구가 지방인 다선 의원”이라며 “해당 의원은 김씨가 룸살롱을 다니면서 대선을 모의했다는 내용을 언론사들이 취재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고 말했다.


김 여사가 유흥주점서 일했다는 의혹도 또다시 불거졌다. 마담 A씨에 따르면 “김씨는 ‘지난 대선 기간에 룸살롱 접대부 등이 윤석열 대선 지지를 명목으로 대선캠프 임명장을 받았다’고 내게 말했다”며 “김씨의 일행인 윤석열 대선캠프 경호팀장에게 경호원 배지도 받아 집에 보관 중”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재력가 최씨가 김 여사를 ‘친한 누나’라고 지칭했다”며 “최씨는 과거 김 여사를 ‘술집 화류계 출신’이라고 표현했다”면서 “(김건희가)윤석열을 위해 술을 따르면서 대통령을 만들었다”는 불미스러운 내용까지 최씨가 자신에게 말했다고 전했다. 현재 김씨 측은 어떠한 입장 표명도 없이 잠적한 상태다.

윤 후보 선대본부에는 김씨를 비롯한 전씨의 가족이 관여한 정황도 드러났다. 김씨는 네트워크본부서 꾸린 ‘현장지원팀’ 소속으로 윤 후보를 밀착 수행한 바 있다. 지난 2021년 7월6일 윤 대통령이 대전 현충원과 카이스트를 방문할 당시 김씨가 수행한 것으로 확인됐다.

국민 소속
다선 누구?

전씨의 딸도 국민의힘 당내 경선 때부터 2022년 초까지 윤 대통령 관련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사진 촬영 등 업무를 맡은 것으로 전해졌다. 선대본부는 “김씨는 자원봉사자로 활동했고 딸은 아마추어 사진작가로서 행사를 촬영한 적이 있지만, 지금은 활동하고 있지 않다”고 했다.

비공식적으로 대선 모의를 도모한 김씨와 달리 전씨는 정치권에 깊게 개입한 것으로 추정된다. 검찰은 지방선거 예비 후보자에게 억대의 돈을 받은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전씨에 대한 출국금지 기간을 연장했다.

지난달 31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남부지검 가상자산범죄합동수사단(단장 박건욱)은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를 받는 전씨에 대해 이달 초 출국금지 기간 연장을 신청해 법무부로부터 승인받았다. 검찰은 전씨로부터 확보한 휴대전화에 대해 통신영장을 발부받아 내역 일부를 확보한 것으로 파악됐다.

앞서 검찰은 지난 10일 전씨를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전씨는 2018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경북 영천시장 자유한국당 후보 경선에 출마한 한 예비후보로부터 공천을 받게 해주겠다는 등의 명목으로 불법 정치자금 약 1억원을 수수한 혐의를 받는다.

전씨는 정·재계서 ‘건진법사’로 알려졌다. 전씨가 윤 대통령의 검찰총장 시절부터 대권 도전을 결심하도록 도왔다는 주장과 함께 자신은 ‘국사’가 될 사람이라고 소개했다는 증언도 나왔다. 국사는 신라와 고려시대 왕의 자문 역할을 하는 고승에게 내린 칭호다.

전씨는 윤 후보의 선대본부 하부 조직인 ‘네트워크본부’서 고문으로 인재 영입에 관여했다. 네트워크본부는 당시 권영세 선대본부장직속인 ‘조직본부(본부장 박성민)’ 산하 조직이다. 네트워크본부는 ‘윤핵관(윤석열 핵심 관계자)’인 권성동 전 사무총장(현 국민의힘 원내대표)이 이끈 바 있다.

수상한 
접대 자리

선대본부 관계자는 “주요 인재는 전씨가 면접 보고 난 뒤 합류가 결정된다”며 “(전씨에게)고문이라고 호칭하지만 (전씨가)윤 후보와 각별해 보이는 데다 위세가 본부장 이상이어서 ‘실세’로 불린다”고 전했다.


전씨는 선대본부에 합류하기 전 서울 역삼동 지하철 9호선 언주역 인근의 한 단독주택 2층에 ‘일광사’라는 법당을 차리고 신점, 누름굿(신내림을 막는 굿) 등 무속 활동을 한 것으로 파악됐다. 그는 대한불교 조계종과 무관한 ‘일광조계종’ 총무원장 등의 직함으로 대외활동을 하기도 했다.

윤 대통령은 김 여사의 소개로 전씨를 알게 된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 2022년 1월 윤 대통령 선대본부 내에는 전씨의 개입에 대해 상당한 불만이 드러났다. 전씨가 캠프 고문으로 있을 당시, 윤 후보의 일정과 메시지 관리, 인사 등이 결정되는 과정에 개입하면서 조율이 끝난 후보의 동선과 메시지가 뒤집히는 일이 잦았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대체 누가 이런 일을 벌이는 것이냐”는 불만이 속출했고, 원인을 추적한 끝에 ‘전 고문’이 지목됐다고 한다.

당시 선대본부 대변인실은 전씨가 고문으로 활동하게 된 배경을 묻자 “공개된 직책 이외에 선대본부 구성원 현황에 대해 확인해줄 수 없다”고 밝혔다. 이후 선대본부 공보단은 “전씨는 네트워크본부 고문으로 일한 적이 없다. 무속인이란 것도 사실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국민의힘 선대본부 관계자에 따르면, 전씨가 김종인의 방출에도 깊이 연루돼있고, 이준석을 공격할 때도 네트워크본부가 나섰다고 한다. 네트워크본부 산하 ‘뉴미디어팀’의 일부 카카오톡 단체 대화방에는 ‘네이버 댓글 부대를 모집한다’는 게시글이 존재하는 등 여론조작 정황이 포착됐다.


기업인, 국회의원, 경호팀장 등 참석
모두 15차례 모여 하루 수천만원씩

주로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의원의 윤 대통령 비판 기사에 ‘상위 댓글 좋아요’와 ‘공격 댓글을 써 달라’는 지시가 있었다.

특히, ‘윤석열 후보의 유튜브 구독자 수를 오늘 밤 11시까지 23만명으로 만들어달라’는 지시도 있었다. 정치 뉴스에는 ‘1일 1댓글, 1좋아요’를 달라는 지시도 있었다. 네트워크본부는 윤 후보의 경호와 관련해서도 공식수행팀과 별도로 ‘현장지원팀’이란 사설경호팀을 꾸렸다. 이들이 사람들을 거칠게 밀치는 등 물의를 빚어도 선대위가 제어하지 못한 것으로 전해진다.

전씨는 지난 2020년 여름부터 측근들에게 “윤석열 검사가 대통령을 준비하고 있다”며 “내가 윤 검사의 멘토 역할을 하고 있다. 뭔가 결정하거나 결심해야 할 때 윤 검사가 물어오면 답을 내려준다”고 말했다. 당시 윤 대통령은 검찰총장으로 재직하며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과의 갈등이 최고조에 달한 때다.

전씨는 또 “윤 총장이 수사 사안에 대해서도 조언을 구했다”는 말을 하고 다닌 것으로 알려졌다. 전씨의 지인은 “(전씨가)윤 검사가 이만희 신천지예수교증거장막성전 총회장을 어떻게 처리하면 좋겠는지, (국민들께 윤석열을)각인시키려면 수사해야 하지 않겠는지를 물어온 적 있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이에 전씨는 “이 총회장도 ‘하나의 영매’라며 당신이 대통령이 되는 데 걸림돌이 될 수 있으니, 손에 피 묻히지 말고 부드럽게 가라고 다독여줬다”고 조언한 사실을 언급했다고 한다.

이와 관련해 실제로 윤 대통령은 “신천지에 대한 압수수색을 하라는 법무부 장관 공개 지시를 제가 불가하다고 했다. 압수수색은 방역과 역학조사에 도움이 안 되기 때문”이라고 밝힌 바 있어 전씨 주장에 힘이 실렸다.

댓글부대
상의했나?

신천지 교회는 전씨가 기획실장으로 재직한 일광조계종 관계 사찰에 사무실을 차려놓고 종교대통합 행사 등을 함께 진행한 인연이 있다. 전씨가 선대본부서 ‘실세’로 불리며 캠프 일에 관여한 것은 윤 대통령 부부와의 친분을 빼고는 설명하기 어렵다는 분석이 나온다. 다만, 윤 대통령은 전씨와의 친분에 대해 “지인을 통해 1∼2차례 만난 게 전부”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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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여발 사법 전쟁 ‘끝까지 간다’

거여발 사법 전쟁 ‘끝까지 간다’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회 문턱을 넘은 내란 전담재판부 설치법이 사법부를 강타했다. 검찰은 1999년 특별검사제 도입 이후 권한을 조금씩 잃다가 올해 해체가 결정됐다. 검찰이 26년 전 느끼다가 현실이 된 불안을 이젠 사법부가 느낄 차례일지도 모른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등 범여권이 지난 24일 내란 전담재판부 설치법을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시켰다. 대법원은 지난 18일 “내란 사건만 맡는 전담재판부를 만들어 운영한다”는 취지의 예규 제정 방침을 밝혔다. 특별재판부 영장전담 법관 하지만 민주당 박수현 수석대변인은 같은 날 논평을 통해 ‘24일 처리 방침’을 밝혔다. 이날 법안 처리는 이미 예고된 결과였다. 박 대변인은 지난 21일 오전 기자 간담회에서도 “민주당은 국회 본회의에서 내란 전담재판부 설치법을 예정대로 처리할 것”이라고 밝혔다. 민주당이 원래 처리하려던 법안은 ‘내란 특별재판부 설치법’이었다. 이 법안이 통과됐다면, 12·3 비상계엄 관련 재판을 맡을 특별재판부가 설치되고, 영장 심사를 맡을 특별영장 전담 법관이 따로 배정됐을 것이다. 이들은 국회·판사회의·대한변호사협회가 3명씩 추천한 위원으로 구성되는 9인 규모의 추천위원회의 2배수 추천과 대법원장의 임명을 거칠 예정이었다. 아울러 상고심에선 윤석열 전 대통령이 임명했던 대법관은 모두 제척될 예정이었다. 하지만 내란 특별재판부 설치에 대해선 각계에서 위헌 논란을 제기했다. 그러자 민주당은 지난 16일 내용을 대폭 수정했다. 명칭도 특별재판부에서 전담재판부로 바뀌었다. 전담재판부 후보추천위원회는 법무부 장관·헌법재판소 사무처장 등 외부 인사를 제외한 후 법관으로만 구성될 예정이다. 추천위원회에 들어갈 법관 중엔 각급 판사회의·전국법관대표자회의가 포함된다. 전담재판부에 소속될 법관은 추천위원회·대법관회의를 거쳐 대법원장이 임명한다. 윤석열 전 대통령 등 12·3 비상계엄 주요 연루자들은 이미 형사재판 제1심을 받고 있다. 전담재판부는 항소심부터 맡을 예정이다. 대법원은 민주당의 공세에 맞서 반격에 나섰다. 대법원은 지난 18일 대법관 행정회의를 열어 ‘국가적 중요 사건에 대한 전담재판부 설치 및 심리 절차에 관한 예규’를 제정하기로 했다. 여기엔 “형법상 내란·외환죄와 군형법상 반란죄 사건을 전담해 집중 심리하는 전담재판부를 설치할 수 있다”는 내용이 포함된다. 대법원이 규정하는 전담재판부는 무작위 배당을 거쳐 사건을 배당받을 재판부가 지정되는 방식이다. 전담재판부로 지정된 재판부가 원래 맡던 재판은 다른 재판부로 재배당된다. 예규엔 “해당 재판부는 이후 내란·외환과 관련 없는 새로운 사건은 맡지 않는다”는 규정이 포함됐다. 하지만 민주당의 반응은 시큰둥했다. 박 대변인은 “사법부가 충분히 할 수 있는 일을 왜 이렇게 늦게 했느냐”며 “왜 그동안 국민을 불안과 혼란에 빠뜨렸느냐”고 비판했다. 이어 “국회의 입법권을 대법원의 예규 제정에 맞춰야 한다는 의견에 동의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내란 전담재판부 신설이 갖는 ‘진짜 함의’ 대법원 예규 제정…반격 혹은 타협안 제시 민주당 정청래 대표도 같은 날 최고위원회의 중 “대법원이 헐레벌떡 자체 안이라고 내놨다”며 “더 일찍 해야 하지 않았느냐. ‘조희대 사법부’답다는 생각이 든다”고 비판했다. 국내 헌정사에서 특별재판부는 단 2회만 설치됐다. 제헌헌법 부칙엔 “이 헌법을 제정한 국회는 단기 4278년 8월15일 이전의 악질적인 반민족 행위를 처벌하는 특별법을 제정할 수 있다”는 내용이 포함돼있었다. 이후 국회는 반민족행위처벌법 등을 제정하고, 반민족행위특별조사위원회(이하 반민특위)를 설치했다. 반민특위엔 특별검찰부와 특별재판부가 설치됐다. 특별검찰부는 검찰총장 등 9명으로 구성됐고, 특별재판부는 ▲국회의원 5명 ▲법조인 6명 ▲사회 저명 인사 5명 등 총 16명으로 구성됐다. 이들은 국회가 선출했다. 두 번째 특별재판부는 1960년 4·19 혁명 이후 개정된 제4차 개정 헌법을 근거로 설치됐다. 당시 개정 헌법엔 “3·15 부정선거 및 4·19 혁명 관련자들과 관련된 형사사건을 처리하기 위해 특별재판소와 특별검찰부를 둘 수 있다”는 취지의 부칙이 포함돼있었다. 이후 설치된 특별재판부는 부정선거관련자처벌법 제정을 거쳐 설치됐다. 민주당조차 ‘특별재판부’를 ‘전담재판부’로 수위를 낮춰 처리했다는 이유로 내란 특별재판부에 대해 불거진 위헌 시비를 거론한다. 법원은 ‘무작위 전산 재판 배당’ 원칙을 유지하고 있다. 따라서 “특정 재판부에 특정 재판을 배당한다”는 취지의 특별재판부에 대해선 기본적으로 위헌 시비가 불거질 가능성이 높다. 아직 헌법재판소가 관련 합헌·위헌 여부를 가린 적도 없다. 하지만 헌법 제27조는 “모든 국민은 헌법·법률이 정한 법관에 의해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가진다”고, 제103조는 “법관은 헌법·법률에 의해 양심에 따라 독립해 재판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재판 배당의 무작위성은 재판에 대한 외부의 부당한 압력·영향력으로부터 법관을 보호해 재판의 공정성을 유지하기 위해 세운 원칙이다. 이는 위헌 시비가 불거진 핵심 이유였다. 그래서 과거엔 특별재판부를 설치하기 전에 개헌 과정 중 헌법 부칙에 그 근거를 규정했다. 헌법 부칙은 헌법 본문과 똑같은 효력을 가진다. 그래서 위헌 시비가 불거질 일은 없었다. 피해 가는 위헌 시비 하지만 위헌 시비를 피하려고 제시한 ‘내란 전담재판부’에 대해서도 논란이 이어졌다. 역설적으로 “기존 재판부 배당과 큰 차이가 없다”는 취지의 비판이 제기된 것이다. 사법부는 이미 무작위 배당의 예외를 운용하고 있다. ▲특허법원 ▲서울행정법원 ▲지역별 가정법원 등 특정 분야를 전문적으로 취급하는 법원이 따로 설치돼있는 것도 무작위 배당의 예외다. 또 각급 법원은 이미 지식 재산·환경·의료 등 특정 전문 분야를 전담할 재판부를 분류한다. 법원장 재량에 따라, 재판장들과의 협의를 거쳐 특정 사건은 ‘적시 처리 필요 중요 사건’으로 분류해 특정 재판부에 배당해서 신속한 재판 진행을 추진한다. 기소된 사건이 이미 진행 중인 재판과 사실 관계·쟁점·피고인이 같으면, 이미 진행 중인 재판을 담당하는 재판에 배당한다. 물론 민주당이 거둘 수 있는 실익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다. 정 대표는 민주당이 ‘특별’을 ‘전담’으로 바꿔가면서도 서둘러 개정안을 추진하는 이유를 분명히 짚었다. 그는 “조희대 대법원장의 사법부와 지귀연 서울중앙지법 부장판사의 재판부는 내란·외환 사건의 심리를 의도적으로 침대 축구하듯 질질 끌었다”며 “조 대법원장은 경고·조치를 해야 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보다 못한 입법부가 나서기 전에 사법부가 진작 내란 전담재판부를 설치했다면, 지난 1년 동안 허송세월하는 것을 보면서 국민이 분통 터지는 상황은 없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 대표의 주장 중 핵심 단어는 ‘조희대’와 ‘지귀연’이다. 민주당이 내란 특별재판부 설치를 추진할 당시 민주당 전현희 최고위원은 지난 9월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지 부장판사를 지칭해 “재판의 공정성에 의구심을 갖도록 하는 인사들을 전보·징계한다면, 굳이 내란 특별재판부를 만들기 위한 입법 조치를 할 필요가 있겠느냐”고 주장했다. 정 대표는 지난 15일 최고위원회의 도중 “조희대 사법부는 특검 수사 훼방꾼이 됐다”며 “조 대법원장이 지휘하는 대법원이 지난해 12월3일 내란에 동조한 건 아닌지 강한 의구심을 갖는다”고 지적했다. 사법행정사무를 총괄하는 조 대법원장의 권한 일부를 사실상 박탈하고, 지 부장판사를 내란 관련 재판에서 손 떼게 할 수 있다면, 민주당은 상당한 실익을 거둘 수 있다. 특히 중요한 것은 재판부 배당에 전국법관대표자회의를 개입시키는 것이다. 힘 실어준 진짜 이유? 전국법관대표자회의는 양승태 전 대법원장 재임 당시 사법행정권 남용 사태 이후인 지난 2018년 4월 “권한이 집중된 제왕적 대법원장을 견제하고, 법관의 독립성을 보장해야 한다”는 취지를 갖고 설치됐다. 보수 진영 일각에선 이를 일컬어 “지나치게 민주당에 친화적”이라고 비판한다. 전국법관대표자회의 설치 직후 첫 의장으로 선출됐던 최기상 당시 서울북부지법 부장판사는 현재 민주당 의원이다. 전국법관대표자회의는 지난 9월 민주당이 주장한 의제 ‘대법관 증원론’을 포함한 상고심 제도 개선 토론회를 개최했다. 이어 “사법부는 대법관 증원안을 경청하고 자성해야 한다”는 취지로 보고서를 작성·공개했다. 이 때문에 일각에선 전국법관대표자회의를 일컬어 “민주당에 힘을 설어주기 위해 토론회를 개최한 게 아니냐”는 비판 목소리도 제기됐다. 대법원의 이재명 대통령에 대판 파기환송 판결에 대해서도, 정 대표는 지난 9월 전국법관대표자회의에 “조 대법원장 사퇴 권고 등 사법부에 대한 국민적 신뢰 회복 방안을 논의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일각에선 “대법원의 예규 제정은 반격”이라고 해석한다. 그 근거로는 “내란 전담재판부를 줄곧 반대하다가 갑자기 예규 제정을 밝힌 의도에 대한 의문이 제기된다”는 점을 들었다. 민주당은 내란 전담재판부 설치 외에도 기존 사법 체계를 모두 바꿀 만한 사법개혁안을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시킬 준비를 하고 있다. 대법원의 예규 제정에 대해선 “민주당의 공세를 적절한 선에서 수용해 더 큰 공세에 대비하려는 의도”라고 보는 시선도 있다. 하지만 ‘특별재판부’가 ‘전담재판부’로 바뀌었다고 해서 다른 사법개혁안 통과 시도가 중단되는 것은 아니다. 법원으로선 기존 사법 체계를 모두 바꾸려는 민주당의 시도를 보면서 검찰이 해체되는 과정을 되새길 가능성이 아예 없는 건 아니다. 이미 민주당이 주도하는 사법개혁안 자체가 사실상 ‘기존 법원 해체’로 해석될 소지가 있다. 조금씩 권한 잃다 해체 결정 검 종착역은 헌재 최고법원 등극? 민주당 등 범여권이 검찰을 중대범죄수사청·공소청으로 분리해 완수했던 검찰 해체에 대해선 “헌법은 검찰 조직의 존재를 전제로 검찰총장의 존재를 규정했다”면서 위헌 논란을 제기하는 반대 측 의견이 있었다. 하지만 범여권은 이를 강행했다. 큰 틀에서 보면, 검찰은 ▲특별검사제도 도입 ▲검경 수사권 조정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 설치 ▲중대범죄수사청·공소청 분리 등 과정을 거쳐 해체됐다. 최초의 특별검사(이하 특검)는 지난 1999년 김태정 전 검찰총장 부인에 대한 옷 로비 의혹과 한국조폐공사 노조 파업 유도 사건에 대해 진행됐던 최병모 특검이었다. 특검이 성립됐던 배경은 “검찰이 검찰총장의 부인이 연루된 사건을 제대로 수사할 수 있겠느냐”는 회의적인 시선이었다. 아울러 당시 국회 구도는 여소야대였다. 한나라당은 “사건을 축소·은폐했다”는 의혹이 제기되는 흐름을 타고 강하게 밀어붙여 특검법 제정을 주도했다. 이후 현재까지 개별 특검법은 총 16개가 통과됐고, 상설 특검은 6회 추진됐다. 검찰로서는 1999년 최병모 특검 설치가 수사권·기소권 독점이 무너지는 순간이었다. 현재까지 총 22회의 특검이 성립됐다는 것은 검찰에 대한 각계의 불신을 상징하는 중요 사실관계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이것이 끝은 아니었다. 검찰을 노리는 다음 단계는 검경 수사권 조정이었다. 최초의 검경 수사권 조정은 지난 2011년 진행됐다. 이명박 당시 대통령은 국무회의에서 사법경찰관이 검사의 수사 지휘에 이의를 제기하는 재지휘 건의 제도 신설 등의 내용이 담긴 안을 대통령령으로 제정해 의결했다. 지난 2016년엔 ▲진경준 게이트 ▲정운호 게이트 ▲김형준 전 부장검사의 스폰서 의혹 ▲최순실 게이트 등이 연이어 발생해 검찰의 신뢰도에 대한 강한 문제 제기가 이어졌다. 이는 문재인정부 출범 이후 장기간 논의된 검경 수사권 논의로 연결된다. 공수처도 설치됐다. 민주당 집권 후 노무현 전 대통령 사망 사건을 강하게 기억하는 지지자들의 비원을 외면하긴 어려웠던 측면도 있었다. 그렇게 검찰은 서서히 권한을 빼앗겼다. 그러다가 지난 9월에 이르러 검찰은 내년부터 중대범죄수사청과 공소청으로 갈라질 운명에 처했다. 특히 중대범죄수사청은 행정안전부로 옮겨진다. 서서히 권한을 빼앗기다가 끝내 해체를 앞둔 운명을 맞게 된 것이다. 민주당 등 범여권은 ▲법원행정처 폐지 ▲법 왜곡죄 도입 ▲대법관 증원 ▲재판소원 도입 등 사법개혁안을 시도하고 있다. 범여권이 사법개혁안을 모두 통과시킨다면, 사법부로서는 “검찰에 이어 사법부도 한순간에 와해된다”고 인식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한순간에 와해된다 법원행정처가 없어지면 대법원장의 권한이 줄어든다. 법 왜곡죄가 도입되면, 판사의 재판도 법적 처벌 범위 안에 포함될 위험에 노출된다. 대법관이 늘어나 대법관의 권위·희소 가치가 줄어든 후 재판은 헌법소원 제기 범위 안에 포함된다. 최종 종착지는 헌법재판소가 대법원을 제친 후 최상위 사법기관으로 규정될 순간임을 배제하기 어렵다. 지난 24일은 사법부가 느낄 법한 공포가 처음 피부에 와닿은 날이었을 수도 있다. 새해엔 민주당과 사법부의 전쟁이 더욱 거칠게 진행될지도 모른다.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