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값만 1억5000만원’ 건진법사 조력자들 텐프로 대선 모의 의혹

대선 앞두고 수상한 억대 술판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오혁진 기자 = 무속인 ‘건진법사’ 전성배의 처남 김모씨가 강남구 신사동 H 유흥업소서 대선 준비를 도모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전씨는 윤석열 선거대책본부 업무 전반에 관여했고, 지방선거 예비 후보자에게 억대의 돈을 받은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상태다. 처남 김씨도 대선에 개입했다는 의혹이 새롭게 드러난 것이다.

전성배씨는 대선 당시 권영세 국민의힘 의원이 본부장으로 역임한 선거대책본부 산하 ‘네트워크본부’의 고문이었다. 전씨의 딸과 처남 등 가족도 네트워크본부에 몸담아 활동했다. 지난 2022년 선대본부 관계자들은 전씨가 비공식 통로로 가족을 동원해 윤석열 대통령의 주요 의사결정에 개입하면서 ‘비선 실세’로 활동했다는 의구심을 드러냈다.

신사동 소재
H 룸살롱 확인

일명 ‘찰리’로 불리는 전씨의 처남 김씨는 지난 대선 기간인 2020~2021년경 강남구 신사동 소재에 H 룸살롱에 출입했다. 코로나19 팬데믹 여파 속 사회적 거리두기가 지속돼 유흥주점 등은 정상적인 영업을 할 수 없었다. 이로 인해 감염병 예방 수칙을 어겼다가 적발된 업소들이 줄줄이 문을 닫던 시기였다.

H 업소 사장 등 다수의 증언에 따르면, 김씨는 팬데믹 시기에 기업인 최모씨, 국회의원, 윤석열 대선캠프 경호팀장 고모씨 등과 함께 해당 업소 등 텐프로를 방문했다. 텐프로는 상위 10% 연예인급 외모의 여성 종업원이 접대하는 곳으로 알려져 있다. 그만큼 높은 가격으로 유명하다.

김씨는 수천만원에 달하는 술값을 쓰며 지인들과 함께 대선 준비를 도모한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이 과정서 김씨가 단골로 다니던 텐프로가 경찰 단속을 두 차례나 당했음에도 기소유예 처분을 받았다는 것이다. 당시 김씨는 ‘김건희 여사 측근’임을 주장하며 경찰로부터 부당한 혜택을 봤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H 업소 마담 A씨에 따르면 “김씨가 힘을 써서 막대한 벌금 처분을 받지 않게 만들었다”고 한다. 김씨는 직접 룸살롱을 차리기도 했는데, 해당 업소는 단 한 번도 없었다고 덧붙였다.

A씨는 김씨의 힘이 김 여사로부터 나왔다고 주장했다. 그는 김씨의 입을 빌려 “김건희가 건진법사의 말을 잘 듣고 윤석열은 무릎을 꿇을 정도로 김건희 말만 듣는다”며 “윤석열이랑 친하진 않지만 우리는 건희 누나가 있으니까”라고 말했다.

김씨는 H 업소 이외에도 강남의 여러 룸살롱을 전전했다. 억대 술값 대부분은 외상인 것으로 드러나 ‘마담’들의 공분을 샀다. 이들이 15차례 H 업소서 마신 외상 술값 1억5000만원은 최씨가 갚은 것으로 알려졌다.

윤 캠프 당시 수행비서
건진 처남 ‘찰리’ 주축

재력가인 최씨의 아버지는 모 제약회사를 인수해 부를 쌓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후 경상도서 국가 위임 사업을 운영해 돈을 번 것으로 추정된다. 윤석열 대선캠프 경호팀장 고씨는 언론과 인터뷰서 “김씨 등과 룸살롱서 한차례 만난 정도의 관계”라며 깊은 관계임을 부정했다.

고씨는 국가안전경호협회 소속으로 알려졌다. 국가안전경호협회는 비영리 기관 단체로 사회 안전 활동 및 경호원들의 복지, 경호 산업 발전을 위해 지난 2001년 설립된 단체다. 고씨는 아동·청소년 사회 안전 자문위원, 행정안전부 안전보안관 등을 역임한 바 있다.

김씨와 동석한 국회의원은 국민의힘 소속으로 이름은 알려지지 않았다. 한 여권 관계자는 <일요시사>와 인터뷰서 “지역구가 지방인 다선 의원”이라며 “해당 의원은 김씨가 룸살롱을 다니면서 대선을 모의했다는 내용을 언론사들이 취재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고 말했다.


김 여사가 유흥주점서 일했다는 의혹도 또다시 불거졌다. 마담 A씨에 따르면 “김씨는 ‘지난 대선 기간에 룸살롱 접대부 등이 윤석열 대선 지지를 명목으로 대선캠프 임명장을 받았다’고 내게 말했다”며 “김씨의 일행인 윤석열 대선캠프 경호팀장에게 경호원 배지도 받아 집에 보관 중”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재력가 최씨가 김 여사를 ‘친한 누나’라고 지칭했다”며 “최씨는 과거 김 여사를 ‘술집 화류계 출신’이라고 표현했다”면서 “(김건희가)윤석열을 위해 술을 따르면서 대통령을 만들었다”는 불미스러운 내용까지 최씨가 자신에게 말했다고 전했다. 현재 김씨 측은 어떠한 입장 표명도 없이 잠적한 상태다.

윤 후보 선대본부에는 김씨를 비롯한 전씨의 가족이 관여한 정황도 드러났다. 김씨는 네트워크본부서 꾸린 ‘현장지원팀’ 소속으로 윤 후보를 밀착 수행한 바 있다. 지난 2021년 7월6일 윤 대통령이 대전 현충원과 카이스트를 방문할 당시 김씨가 수행한 것으로 확인됐다.

국민 소속
다선 누구?

전씨의 딸도 국민의힘 당내 경선 때부터 2022년 초까지 윤 대통령 관련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사진 촬영 등 업무를 맡은 것으로 전해졌다. 선대본부는 “김씨는 자원봉사자로 활동했고 딸은 아마추어 사진작가로서 행사를 촬영한 적이 있지만, 지금은 활동하고 있지 않다”고 했다.

비공식적으로 대선 모의를 도모한 김씨와 달리 전씨는 정치권에 깊게 개입한 것으로 추정된다. 검찰은 지방선거 예비 후보자에게 억대의 돈을 받은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전씨에 대한 출국금지 기간을 연장했다.

지난달 31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남부지검 가상자산범죄합동수사단(단장 박건욱)은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를 받는 전씨에 대해 이달 초 출국금지 기간 연장을 신청해 법무부로부터 승인받았다. 검찰은 전씨로부터 확보한 휴대전화에 대해 통신영장을 발부받아 내역 일부를 확보한 것으로 파악됐다.

앞서 검찰은 지난 10일 전씨를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전씨는 2018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경북 영천시장 자유한국당 후보 경선에 출마한 한 예비후보로부터 공천을 받게 해주겠다는 등의 명목으로 불법 정치자금 약 1억원을 수수한 혐의를 받는다.

전씨는 정·재계서 ‘건진법사’로 알려졌다. 전씨가 윤 대통령의 검찰총장 시절부터 대권 도전을 결심하도록 도왔다는 주장과 함께 자신은 ‘국사’가 될 사람이라고 소개했다는 증언도 나왔다. 국사는 신라와 고려시대 왕의 자문 역할을 하는 고승에게 내린 칭호다.

전씨는 윤 후보의 선대본부 하부 조직인 ‘네트워크본부’서 고문으로 인재 영입에 관여했다. 네트워크본부는 당시 권영세 선대본부장직속인 ‘조직본부(본부장 박성민)’ 산하 조직이다. 네트워크본부는 ‘윤핵관(윤석열 핵심 관계자)’인 권성동 전 사무총장(현 국민의힘 원내대표)이 이끈 바 있다.

수상한 
접대 자리

선대본부 관계자는 “주요 인재는 전씨가 면접 보고 난 뒤 합류가 결정된다”며 “(전씨에게)고문이라고 호칭하지만 (전씨가)윤 후보와 각별해 보이는 데다 위세가 본부장 이상이어서 ‘실세’로 불린다”고 전했다.


전씨는 선대본부에 합류하기 전 서울 역삼동 지하철 9호선 언주역 인근의 한 단독주택 2층에 ‘일광사’라는 법당을 차리고 신점, 누름굿(신내림을 막는 굿) 등 무속 활동을 한 것으로 파악됐다. 그는 대한불교 조계종과 무관한 ‘일광조계종’ 총무원장 등의 직함으로 대외활동을 하기도 했다.

윤 대통령은 김 여사의 소개로 전씨를 알게 된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 2022년 1월 윤 대통령 선대본부 내에는 전씨의 개입에 대해 상당한 불만이 드러났다. 전씨가 캠프 고문으로 있을 당시, 윤 후보의 일정과 메시지 관리, 인사 등이 결정되는 과정에 개입하면서 조율이 끝난 후보의 동선과 메시지가 뒤집히는 일이 잦았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대체 누가 이런 일을 벌이는 것이냐”는 불만이 속출했고, 원인을 추적한 끝에 ‘전 고문’이 지목됐다고 한다.

당시 선대본부 대변인실은 전씨가 고문으로 활동하게 된 배경을 묻자 “공개된 직책 이외에 선대본부 구성원 현황에 대해 확인해줄 수 없다”고 밝혔다. 이후 선대본부 공보단은 “전씨는 네트워크본부 고문으로 일한 적이 없다. 무속인이란 것도 사실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국민의힘 선대본부 관계자에 따르면, 전씨가 김종인의 방출에도 깊이 연루돼있고, 이준석을 공격할 때도 네트워크본부가 나섰다고 한다. 네트워크본부 산하 ‘뉴미디어팀’의 일부 카카오톡 단체 대화방에는 ‘네이버 댓글 부대를 모집한다’는 게시글이 존재하는 등 여론조작 정황이 포착됐다.


기업인, 국회의원, 경호팀장 등 참석
모두 15차례 모여 하루 수천만원씩

주로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의원의 윤 대통령 비판 기사에 ‘상위 댓글 좋아요’와 ‘공격 댓글을 써 달라’는 지시가 있었다.

특히, ‘윤석열 후보의 유튜브 구독자 수를 오늘 밤 11시까지 23만명으로 만들어달라’는 지시도 있었다. 정치 뉴스에는 ‘1일 1댓글, 1좋아요’를 달라는 지시도 있었다. 네트워크본부는 윤 후보의 경호와 관련해서도 공식수행팀과 별도로 ‘현장지원팀’이란 사설경호팀을 꾸렸다. 이들이 사람들을 거칠게 밀치는 등 물의를 빚어도 선대위가 제어하지 못한 것으로 전해진다.

전씨는 지난 2020년 여름부터 측근들에게 “윤석열 검사가 대통령을 준비하고 있다”며 “내가 윤 검사의 멘토 역할을 하고 있다. 뭔가 결정하거나 결심해야 할 때 윤 검사가 물어오면 답을 내려준다”고 말했다. 당시 윤 대통령은 검찰총장으로 재직하며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과의 갈등이 최고조에 달한 때다.

전씨는 또 “윤 총장이 수사 사안에 대해서도 조언을 구했다”는 말을 하고 다닌 것으로 알려졌다. 전씨의 지인은 “(전씨가)윤 검사가 이만희 신천지예수교증거장막성전 총회장을 어떻게 처리하면 좋겠는지, (국민들께 윤석열을)각인시키려면 수사해야 하지 않겠는지를 물어온 적 있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이에 전씨는 “이 총회장도 ‘하나의 영매’라며 당신이 대통령이 되는 데 걸림돌이 될 수 있으니, 손에 피 묻히지 말고 부드럽게 가라고 다독여줬다”고 조언한 사실을 언급했다고 한다.

이와 관련해 실제로 윤 대통령은 “신천지에 대한 압수수색을 하라는 법무부 장관 공개 지시를 제가 불가하다고 했다. 압수수색은 방역과 역학조사에 도움이 안 되기 때문”이라고 밝힌 바 있어 전씨 주장에 힘이 실렸다.

댓글부대
상의했나?

신천지 교회는 전씨가 기획실장으로 재직한 일광조계종 관계 사찰에 사무실을 차려놓고 종교대통합 행사 등을 함께 진행한 인연이 있다. 전씨가 선대본부서 ‘실세’로 불리며 캠프 일에 관여한 것은 윤 대통령 부부와의 친분을 빼고는 설명하기 어렵다는 분석이 나온다. 다만, 윤 대통령은 전씨와의 친분에 대해 “지인을 통해 1∼2차례 만난 게 전부”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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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틈 공략’ 이재명표 동진 정책 막전막후

‘틈 공략’ 이재명표 동진 정책 막전막후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새누리당 이혜훈 전 의원을 기획예산처 장관 후보자로 지명했다. 여야는 저마다 큰 충격을 받았다. 장동혁·한동훈·이준석 연대 등 위기 앞에서 다양한 경우의 수를 내던 국민의힘은 이 대통령의 동진 정책을 어떻게 이겨낼 것인가?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해 12월28일 새누리당 이혜훈 전 의원을 기획예산처 장관 후보자로 지명했다. 기획재정부는 지난해 9월 발표된 정부 조직 개편 방안에 따라, 지난 2일 재정경제부·기획예산처로 분리됐다. 이 지명자가 초대 장관으로 임명된 기획예산처는 예산 편성·재정 기획 기능을 담당한다. 연말 휴일 깜짝 발표 한나라당·새누리당 소속으로 서울 서초갑에서 3선 의원을 지냈던 이 후보자는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을 지낸 경제통이다. 수려한 언변을 바탕으로 높은 대중적 인지도를 누리고 있다. 그는 지명 다음날 인사청문회 준비 사무실이 마련된 서울 예금보험공사로 출근하면서 장관 후보자 지명 소감을 밝혔다. 이 후보자는 “불필요한 지출은 사전에 없애고, 민생과 성장엔 과감하게 투자하는 방식이 필요하다”며 “기획과 예산을 연동한 중장기 재정 운영을 통해 구조적 위기에 대응하겠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이 이 후보자를 임명하자, 정치권은 발칵 뒤집혔다. 일요일에 이 지명자 임명을 밝힌 것에 대해서도 “다음 날 조간 신문 톱을 노린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국민의힘 기획조정국은 같은 날 이 후보자를 제명하기로 한 서면 최고의원회의 의결 사항을 발표했다. 기획조정국은 “이 후보자는 국민의힘 서울 중·성동 당협위원장인데도 이재명정부 국무위원 임명에 동의해 현 정권에 부역하는 행위를 자처했다”며 “지방선거를 불과 6개월 남기고 국민·당원을 배신하는 사상 최악의 해당행위를 했다”고 비판했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겉으론 이 대통령의 이 후보자 임명을 환영했다. 민주당 김현정 원내대변인은 같은 날 “여야를 가리지 않고 전문성을 인정받은 인사를 적재적소에 배치한 탕평인사”라면서 환영하는 논평을 발표했다. 그런데 이 후보자는 지난해 3월22일 손현보 세계로교회 목사가 주도한 집회에서 이 대통령을 강하게 비판하는 연설을 했다. 이 때문에 민주당에선 충격을 받은 듯한 반응이 나오고 있다.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이날 “윤 어게인을 외쳤던 사람도 통합 대상이 돼야 하느냐”며 “솔직히 쉽사리 동의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같은 당 윤준병 의원도 같은 날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이 대통령을 향해 내란 수괴라고 외치고, 윤석열 전 대통령의 내란을 지지했던 이 전 의원에게 정부 곳간 열쇠를 맡기는 행위는 포용이 아니라 국정 원칙 파기”라고 주장했다. 일각에선 적진인 국민의힘의 유명 정치인을 핵심 보직에 발탁한 것과 관련해 “당내 영향력이 비교적 약한 이 대통령이 민주당에 견제 목적 충격을 주기 위해 이 후보자를 임명한 것 아니냐”는 반응이 나온다. 이 같은 주장의 바탕엔 예산 편성·재정 기획을 맡는 기획예산처의 특성이 있다. 기획예산처는 쉽게 말해 ‘금고지기’다. 이혜훈 기습 임명에 발칵 뒤집힌 국힘 적진 출신 곳간지기로…민주당 견제?” 일각에선 “국민의힘 내에서 영향력이 줄고 있는 이 후보자를 영입해 금고를 맡긴다는 건 민주당 의원들을 믿을 수 없다는 것 아니냐”며 “이 대통령이 민주당에 강력한 경고를 한 것”이라는 해석도 나왔다. 아울러 “각종 갑질 의혹이 불거져 정치적 입지가 매우 좁아졌던 민주당 김병기 전 원내대표를 엄호하기 위한 물타기를 강하게 한 것”이란 분석도 있다. 하지만 “당내 역학 관계만을 고려한 대응이라고 보긴 어렵다”는 해석도 존재한다. 국민의힘·개혁신당은 다양한 정치적 구도와 이슈가 뒤엉켜 있는 상황이다. 이 때문에 연이은 혼란과 어지러운 합종연횡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중심 축은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에 대해 이어지는 반발 속 ‘장동혁 체제’ 종말 가능성 ▲장 대표와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의 갈등 ▲한 전 대표와 개혁신당의 오랜 갈등 ▲한 전 대표와 김문수 전 고용노동부 장관의 지난해 12월 깜짝 회동 ▲국민의힘·개혁신당의 특검 합의 등이다. 중심축만 해도 이렇게 많다. 이 틈은 이 대통령이 국민의힘의 허를 찌르는 기습을 시도할 수 있었던 결정적인 배경이다. 국민의힘이 이 후보자 제명을 언급하더라도, “적진 출신을 주요 부처 수장 후보자로 임명했다”는 압도적인 흐름을 극복하긴 어렵다. 보수 야권 내부에선 지난해 12월26일부터 ‘장한석 연대’라는 표현이 나왔다. ▲장 대표 ▲한 전 대표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 등이 연대할 가능성이 거론된 것이다. 국민의힘·개혁신당이 통일교 특검법을 공동 발의하고, 한 전 대표가 장 대표의 24시간 필리버스터를 긍정적으로 언급한 것을 근거로 제시된 가능성이다. 장 대표는 지난해 12월22일 오전부터 다음 날 오전까지 내란 전담재판부 설치법에 반대하는 필리버스터를 24시간 동안 진행했다. 이를 두고, 한 전 대표는 지난해 12월24일 자신의 SNS에 “장 대표가 장장 24시간 동안 온 힘을 쏟아냈고, 노고가 많으셨다”며 “민주당의 폭거가 선을 넘어도 한참 넘었으니, 모두 함께 싸우고 지켜야 할 때”라면서 장 대표를 추켜세웠다. 하지만 장 대표는 같은 날 “필리버스터의 절박함·필요성에 대해선 누구도 다른 의견이 있을 수 없다고 생각한다”고 일축했다. 극복 어려운 압도적 흐름 ‘장한석 연대’는 실제로 성사되면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단 분석이 나온다. 보수 야권의 대표로 통하는 정치인 3명이 서로 물고 물리는 앙숙 관계를 형성하고 있기 때문이다. 장 대표는 강경 보수를, 한 전 대표는 중·노년 여성을 축으로 한 중도 보수를, 이 대표는 젊은 남성을 축으로 한 개혁 보수를 상징한다. 이들 사이에 연대가 성사되면 사실상의 이념적 보수 대통합이다. 이 연합이 성사되면, 영남·강원 중심 토착 보수를 대표하는 국민의힘 내 언더 찐윤과 대적해볼 수 있다. 하지만 장 대표는 이 가능성에 대해 강하게 부인했다. 장 대표는 지난해 12월28일 국회서 진행된 기자간담회 중 “왜 ‘장한석’이란 말이 붙는지 잘 모르겠다”며 “당내 인사와 연대라는 것이 정치적으로 무슨 의미를 갖는 것인지, 당내 인사와 연대한다는 표현이 언제부터 사용됐는지 동의·이해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이어 “연대는 국민께서 수긍할 수 있는 명분을 갖고 감동을 줘야 한다”며 “지방선거를 5개월여 앞둔 상황에서 국민의힘은 변화와 쇄신을 위해 더 노력하는 시간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 전 대표와 연대할 가능성을 일축하면서도 이 대표와의 연대 가능성에 대해선 “당내 쇄신 후”라는 전제만 남겨놨다. 장 대표와 이 대표는 통일교 특검 추진이란 특정 이슈를 토대로 제한적 연대를 진행하고 있다. 근본적인 연대 가능성은 장 대표와 이 대표가 바라보는 지지층이 달라서 “실제로 가능하겠느냐”는 의문을 남긴다. 장 대표는 강경보수 결집을 위해 당 차원의 장외집회를 추진·주도했다. 하지만 이 대표는 특유의 합리성을 토대로 보수 성향 청년을 결집해 개혁신당의 정치적 공간을 일궜다. 정치적 공간 자체가 다르고, 그 공간 사이에 벽도 크게 세워져 있다. 현실적으로 벽을 허물고 손을 잡을 수 있을지 근본적인 회의를 품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이 집단 사이에 세워진 벽은 윤석열 전 대통령이다. 국민의힘이 12·3 비상계엄에 대한 당 차원 공식 사과와 윤 전 대통령과의 절연을 공식화해 추진하면, 개혁신당은 근본적인 혼란에 처할 수 있다. 국민의힘과의 연대를 통해 정치적 공간을 더 넓힐 수 있지만, 근본적인 차별화가 어려워진다. 이 경우 개혁신당은 “국민의힘과 별개로 왜 따로 존재해야 하느냐”는 의문에 그대로 노출된다. 장 대표에게도 깊은 딜레마를 안긴다. 강경 보수는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를 추앙하고 있다. 사과·절연은 강경 보수가 정치적 영역화를 시도하던 장 대표에게 크게 반발하면서 선을 그을 것이다. 하지만 5개월 후 예정된 지방선거는 장 대표에게 외연 확장이란 숙제를 남긴다. 선거는 손 하나라도 더 있어야 수월하다. 그래서 사과나 절연을 하지 않으면, 개혁신당과의 선거 연대는 근본적으로 불가능하다. 경우의 수 윤 딜레마 한 전 대표에 대해선 당원 게시판 의혹과 관련된 조사 절차가 진행되고 있다. 친한(친 한동훈)계로 분류되는 국민의힘 김종혁 전 최고위원에 대해선 국민의힘 당무감사위원회가 당원권 정지 2년을 권고했다. 당원 게시판 의혹 조사 결과가 최종 발표되고, 한 전 대표에 대한 징계 권고에 이은 국민의힘 윤리위원회의 확정까지 이어지면, 한 전 대표는 국민의힘에서 사실상 축출된다. 그렇다고 신당 창당이란 모험을 하기도 어렵다. 신당 창당이란 실험은 이 대표가 이미 치렀다. 이 대표는 지난 2023년 12월 국민의힘을 탈당했고, 다음 달 창당해 그로부터 석 달 후 총선을 치러 국회 의석 3석을 확보했다. 이 대표는 경기 화성을에서 사실상 개인기로 선거를 치러 창당 직후 지역구에서 당선되는 기염을 토했다. 하지만 오는 6월엔 지방선거와 몇몇 지역구에 대한 재보궐선거만 진행된다. 정치의 중심지 국회에서 세를 확보하기 위한 선거가 아니다. 게다가 이 대표는 지난 2022년 국민의힘 대표로서 대통령·지방선거 승리를 주도했다. 반면 한 전 대표가 지휘했던 전국 단위 선거는 지난 2024년 총선이다. 당시 국민의힘은 108석만 확보하는 대형 참패를 당했다. 한 전 대표는 곧바로 비상대책위원장직을 사퇴했다. 한 전 대표가 ‘24시간 필리버스터’를 마친 장 대표를 위로한 한 이유로는 이 같은 현실적 상황이 거론된다. 하지만 장 대표의 반응은 차가웠다. 그는 한 전 대표를 콕 집어서 “당내 인사와 연대라는 표현이 언제부터 사용됐는지 동의하거나 이해하기 어렵다”고 저격했다. 이 발언은 사실상 한 전 대표의 항복을 요구하는 메시지로 해석되고 있다. 이 대표 입장에서도 창당된 지 불과 2년이 안 되는 개혁신당만으로는 지방선거를 치르기 어렵다. 그는 지난해 8월 국회에서 연찬회를 열어 “지방선거 후보자들이 300만원대 비용만으로 선거를 치를 수 있도록 하겠다”며 “재보궐선거에서도 최소 2~3석을 확보할 수 있도록 조기 선거 구상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개혁신당은 현실적으로 국민의힘과의 연대가 필요하다. 민주당의 세가 막강하므로 최소한 제한적·전략적 빅텐트를 쳐야 제한된 여건에서 최대한 많은 당선자를 배출할 수 있는 탓이다. 연대하지 않은 상황에서 민주당이 지방선거에서 압승하면, 국민의힘이 개혁신당에도 일정 부분 책임론을 전가해 공격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장·한·석 연대 좌충우돌 보수 대표 3인 각양각색 그런데 개혁신당은 이 대표와 국민의힘을 주도하는 친윤(친 윤석열)계와의 갈등 끝에 창당됐다. 친한(친 한동훈)계와도 언론을 통한 상호 공방을 거치면서 “보수의 적자는 누구냐”는 갈등을 이어가고 있다. 이 정서는 규모는 적지만 당과의 밀착도가 높은 개혁신당 지지자들에게도 고스란히 전해졌다. 뚜렷한 명분을 제시하지 않고선 당원·지지자의 비난을 이겨내기는 사실상 어렵다. 소규모 정당 특성상 사비를 모아 유세차를 마련해 선거운동을 할 정도로 열성적인 당원·지지자의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없다. 이 대표는 이미 개혁신당 창당 도중 이낙연 전 국무총리와 연대하려다가 당원·지지자의 거센 반발에 직면한 후 이를 취소하는 홍역을 치렀다. 국민의힘과 연대를 추진하려면, 당원·지지자를 설득할 수 있는 명분도 제시해야 한다. 이 대통령의 이 후보자 임명은 이런 상황에서 나온 강수다. 이 대통령은 민주당 대표였던 지난 2월 “민주당은 진보가 아닌 중도보수”라면서 보수 공략 의지를 밝혔다. 이어 ▲권오을 국가보훈부 장관 ▲허은아 대통령비서실 국민소통비서관 ▲새누리당 김용남 전 의원 등이 이 대통령의 권한으로 임명되거나 민주당에 입당했다. 이혜훈 후보자는 이 대통령이 받아들인 보수 출신 인사 중 가장 중량급이다. 그의 임명은 이 대통령이 민주당 대표 시절 추진했던 이념적 동진 정책을 계속 이어가고 있단 상징적 정치 행위라고 할 수 있다. 최근 민주당과 관련해선 강력한 부산시장 후보자로 여겨지던 전재수 전 해양수산부 장관도 휩쓸려 사퇴하는 등 사건이 발생하자 “통일교 관련 의혹이 민주당에도 스며든 것 아니냐”는 의심이 강하게 제기됐다. 민주당 김병기 전 원내대표 관련 의혹도 크게 불거지고 있다. 민주당도 크게 흔들려 정치적 아노미 상태에 놓을 수도 있었다. 이 대통령의 이 후보자 임명은 이런 상황에서 발표됐다. 이 대통령의 강수는 ▲보수 포용 이미지 형성 ▲보수 분열 시도 ▲민주당에 대한 부정적 시선 분산 등 효과를 노린 것으로 보인다. 지지부진한 상황을 거듭하는 국민의힘이 이에 제대로 대응할 수 있을지 장담하긴 어렵다. 그러던 중 국민의힘에 충격적인 여론조사 결과가 발표됐다. 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가 지난해 12월22일부터 3일 동안 전국 성인남녀 1003명을 대상으로 실시해 발표한 전국 지표 조사에 따르면, 민주당 지지율은 41%로, 국민의힘 지지율은 20%로 집계됐다. 특히 대구·경북 지역 내 국민의힘 지지율도 19%에 불과한 것으로 확인됐다. 텃밭서도 고작 19% 현재 국민의힘에 대해선 온갖 혼란·가설이 난무하는 상황에 이어 이 대통령의 강수를 접한 후 충격적인 여론조사 결과가 나온 것이다. 따라서 “지방선거 승리를 위한 중도 확정은커녕 전통적인 텃밭이나 제대로 사수할 수 있을지 의문”이란 분석이 나오고 있다. 다수의 홍이포를 보유한 대군은 성을 포위하고 있다. <남한산성>을 집필한 김훈 작가는 “안에서 무너지는 것이 더 두렵다”고 강조했다. 보수는 밖에서 무너질 것인가, 안에서 무너질 것인가. 아니면 되살아날 것인가?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