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대통령실 따로 노는 내막

계엄 후…“용산, 윤석열 살리기만”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정부와 대통령실 간 파열음이 커질 전망이다. 12·3 불법 계엄 사태 이후 정책 및 정치적 대응 노선을 두고 엇박자인 모양새다. 대표적으로 ‘대왕고래’ 사업이 꼽힌다. 정부는 사실상 사업 실패를 인정했다. 대통령실은 정부의 공식 입장을 노골적으로 비판하는 스탠스를 취했다. 문제는 두 기관 사이의 갈등이 이제 시작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라는 점이다.

“확실한 근거도 없이 정치적 판단이 작용한 게 너무 많다.” 한 정부 부처 관계자의 말이다. 정부 부처 안팎에서는 동해 심해 유전 탐사 ‘대왕고래’ 프로젝트에 대한 대통령실과 일부 여당의 비판이 정치적이라는 여론이 상당하다. 활화산이던 정부와 대통령실의 갈등이 폭발하기 시작한 모양새다.

나라는 뒷전
일손 놨다

대통령실은 지난 9일 산업통상자원부 고위 관계자가 진행한 ‘대왕고래’ 프로젝트 브리핑에 대해 강하게 비판했다. 앞서 산업부는 1차 탐사 시추 결과 “경제성을 확보할 수 있는 수준은 아니었다”고 밝혔다.

대통령실은 공식 입장을 내고 “이번 잠정 결과는 대왕고래에 대한 단정적 결론이 아니며 나머지 6개 유망 구조에 대한 탐사 시추도 해봐야 한다”고 반박했다. 야권의 비판으로 대왕고래가 정치적 논란을 야기한 상황서, 발표 내용을 다듬어 밝혔어야 했다는 불만도 깔려 있다. 국민의힘도 대통령실의 입장과 큰 차이가 없었다.

정부 부처 안팎에서는 산업부를 향한 대통령실과 여당의 비판이 내부 총질과 다를 바 없다고 지적한다.

한 부처 간부는 “경제성이 있는지 없는지 확정되지도 않은 상황서 발표해버린 대통령의 잘못이다. 윤석열 대통령의 갑작스러운 브리핑은 산업부서도 몰랐던 사안이다. 비판하려면 누가 먼저 사안을 ‘정치화’했는지 깊이 있게 고민하고 지적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실제로 윤 대통령은 지난해 6월3일 첫 국정 브리핑을 통해 “최대 140억배럴의 석유와 가스가 동해에 매장돼있을 가능성이 높다는 결과가 나왔고, 유수의 연구기관과 전문가들의 검증도 거쳤다”며 예고 없이 직접 대왕고래를 발표했다.

천연가스는 최대 29년, 석유는 최대 4년을 넘게 쓸 수 있는 양이라며 구체적 수치도 거론했다.

윤 대통령의 브리핑 직후 기자들의 질문을 받았던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도 “현재 가치로 따져보면 최대 매장량은 삼성전자 시가총액의 5배에 달한다”고 밝혔다.

통상 석유 시추사업과 같이 실패 가능성이 큰 사업은 대통령이 직접 발표하는 경우가 없다. 윤 대통령이 대왕고래를 직접 발표한 날은 여당의 22대 총선 참패 두 달 뒤였다. 실제로 정치적 위기가 닥치자 국면 전환을 시도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기도 했다.

총선 참패 뒤 ‘대왕고래 프로젝트’ 과장 발표
산업부, 사실상 사업 실패 인정 “경제성 없다”

윤 대통령의 참모 일부는 대왕고래가 지지율 상승에 긍정적일 것이라는 의견을 냈던 것으로 알려졌다. 윤 대통령 측은 이후 야권의 대왕고래 관련 예산 삭감이 12·3 불법 계엄 명분 중 하나라고 주장한다.

대왕고래는 시작부터 많은 의심을 받았다. 경북 포항시 인근 바다에 다량의 가스와 석유가 매장돼있을 가능성을 주장한 분석업체 ‘액트지오(Act-Geo)’의 전문성을 두고 의구심이 커졌다.

대왕고래는 지난 2023년 2월 한국석유공사가 액트지오에 대왕고래 유망 구조 데이터에 대한 분석을 의뢰하면서 시작됐다. 액트지오는 “대왕고래 유망 구조서 최대 140억배럴의 석유와 가스가 매장돼있을 가능성이 있다”는 결과를 석유공사에 보냈다.

석유공사는 액트지오 분석 결과를 교차 검증하기 위해 국내외 자문단을 꾸렸고 해당 자문단에서는 ‘액트지오의 분석 방법론과 이를 바탕으로 결론에 이르는 과정은 합리적’이라는 의견을 냈다.

이를 근거로 석유공사는 지난해 4월 시추선 용역 계약을 체결했다. 비슷한 시기 산업부는 내부 검토를 마무리하고 장관 보고까지 진행한 뒤 최종적으로 대왕고래 유망 구조에 대한 시추가 필요하다고 판단, 대통령실에도 진행 상황을 알렸다.

그러나 액트지오는 글로벌 자원개발회사가 아닌 소규모 분석업체였다. 액트지오 미국 본사 주소지가 일반 주택가인 점도 드러나면서 액트지오 분석 결과에는 의문부호가 따라붙었다. 이 분석을 진두지휘한 비토르 아브레우 박사가 윤 대통령 발표 이틀 만에 한국으로 들어와 기자회견을 여는 등 여론전을 펼쳤으나 의구심을 없애기에는 역부족이었다.

특히 유명 글로벌 자원개발기업 ‘우드사이드’가 이미 대왕고래 유망 구조를 검토했다가 철수했다는 소식까지 알려졌다.

폭발 직전
활화산

산업부는 우드사이드가 검토한 유망 구조 지역과 액트지오가 분석한 대왕고래 유망 구조 지역이 다르다고 해명했으나 여론은 액트지오의 손을 들어주지 않았다.

산업부는 액트지오 분석 결과를 신뢰한다며 1차 시추를 밀어붙였다. 지난해 7월에는 사실상 매장 가능성이 큰 곳으로 첫 탐사 위치를 정했다. 이후 시추 관련 용역업체를 고른 뒤 지난해 12월 시추선이 1차 시추 지점으로 이동, 한 달 전인 1월 탐사 시추를 시작했다.

탐사 시추 이후에는 1차 지점서 얻은 ‘시료’ 분석에 들어갔다. 유망 구조 내에 가스나 원유 성질의 물질이 얼마나 묻혀 있는지, 경제성이 확보될 정도의 규모 인지를 조금이라도 파악하기 위함이었다. 하지만 현장 물리 검층·이수 검층 결과 가스, 석유 매장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산업부는 “대왕고래 시추 작업 과정서 가스 징후가 잠정적이나마 일부 있었음을 확인했지만 그 규모가 경제성을 확보할 수 있는 수준은 아니었다”고 발표했다.

1차 탐사 시추 실패 가능성이 제기되지 않았던 건 아니다. 애초에 밝힌 시추 성공률이 20%였기에 최소 다섯 번은 뚫어야 한다는 게 정부 계획이었다. 그러나 윤 대통령이 프로젝트를 성급하게 발표하면서, 사업에 의구심과 정치적인 논란만 키웠다는 비판이 거세다.

산업부도 “정무적인 영향이 많이 개입” “첫 시추서 성공 확률은 로또보다 작은 데 많은 부담을 안고 있었다” 등의 해명을 내왔다. 사실상 대통령실 등 정치권의 책임론을 언급한 것으로 해석된다.

최근 윤 대통령의 헌법재판소 탄핵 심판 변론에 증인으로 출석한 박춘섭 대통령실 경제수석도 윤 대통령 측으로부터 야당의 대왕고래 예산 삭감 관련 질문을 받자 “중국이나 일본은 근해서 해저자원 개발을 많이 하고 있다”며 “두 나라를 따라가려면 바다서 많이 시추해야 한다”고 말했다.

파열음
정면 충돌

나머지 유망 구조 6개가 있는 만큼 전체 프로젝트의 성공 가능성을 예단하긴 이르다는 평가도 나온다. 석유공사는 이번 시추서 얻은 시료 등을 전문 분석 기업으로 보내 약 6개월간 정밀 분석과 실험을 진행한다. 오는 5~6월께에는 중간 결과를 발표할 계획이다.

산업부 외에도 대통령실과의 갈등 조짐을 보이는 정부 부처는 기획재정부다. 추경 편성 자체를 반대하는 데 이어 여당의 협조를 얻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최근 중국 딥시크로 인해 AI에 대한 관심이 커진 만큼 산하 분과들이 경쟁적으로 여러 제안들을 내놨다. 그러나 예산 벽에 부딪혀 추경 편성에 희망을 걸고 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부)도 추경을 통해 AI 관련 예산을 추가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유상임 과기부 장관은 지난 4일 정부서울청사 브리핑서 국가AI컴퓨팅센터에 쓰일 GPU(그래픽처리장치) 조기 확보 필요성을 강조하며 “추경을 하면 AI 분야에선 반드시 GPU 구입이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달 내에 국가AI위원회의를 주재할 계획이다. 국가AI위는 이 자리서 지난해 12월부터 진행해 온 워크숍과 내부회의를 통해 마련한 시그니처 프로젝트를 보고할 예정인 만큼, 추경을 통한 예산 확보 건의도 이뤄질 계획이다.

대통령실과 국민의힘은 회의적이다. 국민의힘은 추경 논의 가능성을 열어두면서도, 전액 삭감된 동해 심해 가스전 개발사업(대왕고래 프로젝트) 예산 등을 복구하는 게 우선이라는 입장이다. 권영세 비상대책위원장은 최근 “향후 추경을 통해 대왕고래 프로젝트 예산을 복구하는 데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딥시크 대응 AI 예산 필요한데…
대화도 안 하고 당국과 거리두기

국정협의체 본회담이 삐거덕거리면서 추경 편성이 무산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여야 모두 반도체특별법과 국민연금 개혁안을 둘러싼 안팎의 의견 차이를 좁히지 못한 탓이다. 구체적으로 반도체법상 주52시간 근로제 예외와 국민연금 구조·모수개혁 병행 여부를 두고서다. 여당은 삭감예산 복구에, 야당은 AI와 R&D 예산 추가 편성에 방점을 찍었다.

한 정부 부처 관계자는 “계엄 이후 대통령실과 정부 부처 간 소통이 확연히 줄었다. 추경과 관련해서도 야당과 입장이 비슷하다. 대화를 해야 의견이 모이거나 좁혀지는데 양보도 하지 않는다”고 토로했다.

대통령실과 국무위원의 주장이 충돌하는 사례도 이어지고 있다.

한덕수 국무총리와 최 권한대행은 지난 6일 국회 ‘윤석열정부의 비상계엄 선포를 통한 내란 혐의 진상규명 국정조사 특별위원회’ 청문회에 출석해, 지난해 불법 계엄 당시 국무회의를 “국무회의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같은 자리서 정진석 대통령비서실장은 “국무회의의 본질이 부정당하는 시간은 아니었다”며 다른 주장을 폈다. 윤 대통령은 계엄 당일 최 권한대행에게 전달된 ‘비상입법기구’ 쪽지를 부인하고 있지만, 최 권한대행은 당시 윤 대통령이 직접 자신을 부른 뒤 옆에 있던 참모가 자신에게 ‘비상입법기구’ 쪽지를 전달했다고 재차 주장했다.

각 정부 부처는 지난해 말 올해 업무계획 추진을 위한 보고서 작성을 끝마쳤다. 그러나 윤 대통령이 구속되면서 모든 업무계획이 늦어졌다. 통상 정부와 각 부처는 12~1월쯤 다음 연도 업무계획을 위해 부처별, 국·과별로 업무보고를 받는다.

정부는 출범 이래 교육개혁 3대 정책인 ▲국가 책임 교육·돌봄(유보통합 등) ▲디지털 교육혁신 ▲대학 개혁과 국정과제로 추진한 의과대학 정원 증원 등 추진 계획 등을 밝혔다. 행정안전부 산하서도 ▲지방행정체제 개편 ▲인구전략기획부 신설 등 조직개편과 관련한 굵직한 정책들이 예고된 바 있다.

예산 두고
갈팡질팡

대통령실 근무 경험이 있는 한 정부 인사는 “국정 동력에 상당한 타격이 가해진 상황이고 대통령실이 모든 정책과 예산 및 계획을 정치적으로만 해석하는 게 문제”라며 “‘어떻게 하면 윤 대통령을 살릴 수 있을까’가 아니라 국익을 먼저 생각해야 한다. 외교와 경제가 파탄 나기 직전인데 대화도 하지 않으려는 건 직무유기”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hounder@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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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에 판 깔린 ‘명심’ 선발전

경기도에 판 깔린 ‘명심’ 선발전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더불어민주당이 6·3 지방선거 경기도지사 선거판을 달구고 있다. 여당 강세 지역인 만큼 민심은 물론 당심까지 한번에 훑어볼 절호의 기회다. 1차 예비경선도 ‘기승전 이재명’으로 막을 내렸다. ‘찐명’ 타이틀을 거머쥘 최후의 승자는 누가 될지, 여당의 이목이 경기도에 쏠리는 이유다. 지난 22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경기도지사 예비경선을 실시했다. ▲김동연 현 경기도지사 ▲추미애 의원 ▲한준호 의원 등으로 후보가 압축되면서 3강 체제가 굳어졌다. 권칠승·양기대 후보는 고배를 마셨다. 100% 권리당원 투표로 진행된 만큼 오직 당심으로만 결정했다는 점에서 주목을 받았다. 현역인 김동연 후보는 행정력을, 추미애 후보는 검찰개혁 선봉자와 6선의 중량감을, 한준호 후보는 친명(친 이재명)계 조직력을 바탕으로 1차 관문을 통과했다는 평을 받는다. 당심 100% 첫 관문 본경선은 다음 달 5~7일 진행되며 과반 득표자가 없을 경우 상위 2명이 15~17일 결선투표를 치른다. 본경선 투표는 권리당원 50%와 국민 여론조사 50%가 반영된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이하 법사위) 위원장으로 검찰개혁에 앞장선 추 후보는 강성 지지층의 두터운 신뢰를 받고 있다. 추 후보 역시 이를 동력 삼아 사법 3법(법 왜곡죄, 재판소원법, 대법관 증원법)과 중수청·공소청 설치 법안 강행 처리를 주도했다. 추 후보는 출마 선언을 통해 선명한 개혁과 강인한 리더십을 강조했다. 그는 “이재명 대통령이 재난지원금과 청년기본소득을 적극 추진하며 사회적 기본권을 보장하고, 수십 년간 지지부진했던 불법 계곡을 정비해 경기도가 새로운 기준을 만들었던 것처럼 경기도에도 도민을 행정 중심에 놓는 사고의 전환과 강한 결단력의 리더십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저 추미애는 개혁이 필요하면 정면으로 돌파했다. 원칙 앞에서 물러선 적이 없었고 어려운 이웃을 외면한 적이 없었다”며 “책임지는 행정, 실천하는 행정으로 경기도정을 이끌겠다”고 밝혔다. 한 후보는 “경기도가 성공해야 이재명정부가 성공한다”며 명심(이재명 대통령의 의중)을 전면에 내세웠다. 한 후보는 “이정부의 실용주의를 경기도에서 가장 먼저, 가장 분명하게 성과로 완성하겠다. 지금 경기도에 필요한 것은 망설임이 아니라 실행, 말이 아니라 결단, 계획이 아니라 책임지는 도정”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당시 한 정치권 관계자는 “추 후보는 정부를 이끌 리더십을 강조했다면 한 후보는 보조하는 조력자 역할에 방점을 찍었다. 두 사람은 공통적으로 명심을 내세웠지만 이를 활용하는 방법은 다른 셈”이라며 “민주 당원도 어떤 역할이 이정부 성공에 도움이 될지 저울질하면서 선거 과정을 지켜볼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역인 김 후보는 “일잘러(일을 잘하는 사람) 대통령에게는 일잘러 도지사가 필요하다”며 행정 경험을 강점으로 내세웠다. 김 후보는 이 대통령이 경기도지사를 지내던 당시 추진하던 기본소득과 지역화폐 등의 정책을 이어받아 발전시킨 사례를 성과로 제시했다. 김 후보는 “지금 이 대통령이 가장 강조하는 것은 ‘속도와 체감’이다. 좌충우돌, 시행착오로 낭비할 시간이 우리에겐 없다”며 자신이 이정부의 성공을 뒷받침하는 ‘국정 제1동반자’임을 거듭 강조했다. ‘강경’ 추 ‘친명’ 한 ‘비명’ 김 앞다퉈 “내가 국정 파트너 적임자” 정치권은 세 사람의 성향이 모두 다른 점에 주목했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강성 추미애’ ‘친명 한준호’ ‘비명(비 이재명)이었던 김동연’이 한자리에 모였다. 경기도지사 선거를 빙자한 ‘친명 선발 토너먼트’인 격”이라며 “최종 후보가 선정되는 과정을 따라가다 보면 민주당 권력이 어디를 향하는지 짐작할 수 있을 것”이라고 관측했다. 이어 “국민의힘이 끼어들 틈이 없다 보니 민주당만의 리그가 됐다. 민주당 최종 후보는 경기도지사직뿐만이 아니라 ‘이재명의 복심’이라는 타이틀까지 얻는 효과를 본다. 민심과 당심의 향배를 모두 주목해야 한다”고 봤다. 세 사람 모두 네거티브 경쟁을 최소화하겠다는 방침이지만, 예비경선 득표율을 놓고 신경전이 벌어지기도 했다. 한 후보 측이 “(예비경선) 2위를 확신한다”고 주장하며 불을 지핀 것. 득표율은 후보 본인에게만 공개되지만 본선 진출을 위해 각자 유리한 여론 조성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예비경선이 치러진 다음 날인 23일, 민주당 염태영 의원은 경기도의회 브리핑룸에서 ‘한준호 후보 본경선 전략 브리핑’을 갖고 “당이 후보별 전체 순위와 득표율을 공개하지 않고 있어 추정치라는 점을 전제로 한다”면서도 “한 후보가 상당히 약진했고, 권리당원 투표에서는 2위를 했다는 것을 확신한다”고 밝혔다. 이어 “이제 중요한 것은 현재 수치보다 추세와 흐름”이라며 “경기도민과 권리당원들이 경기도의 미래를 이끌 새로운 지도자의 기준을 바꾸기 시작한 결과가 이번 예비경선에 반영됐다”고 해석했다. 이에 김 후보는 “순위 발표도 안 됐는데 각자 자기주장 하는 것”이라고 받아쳤다. 이번 경기도지사 선거는 권리당원의 당심과 경기도민의 민심,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는 사람의 승리다. 김 후보는 당심이, 나머지 두 후보는 민심에 취약한 만큼 각각 절반이 부족하다는 평이다. 민심과 당심이 언제나 같은 방향으로 흐르지 않는 만큼 후보들은 전략 수정에 나섰다. 그동안 추 후보는 각종 개혁에 앞장서는 등 강성 이미지를 굳혀왔다. 하지만 강성 이미지는 양날의 검이 돼 2024년 하반기 국회의장 선거 당시 낙선 원인이 됐다는 해석이 나온다. 강성 당심은 추 후보를 밀었지만, 의원 투표 결과 온건파인 우원식 후보가 당선되면서 급제동이 걸린 것. 추 후보는 6선의 중진이지만 이번 경기도지사까지 패배하게 되면 정치적 타격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역풍 불라” 완급 조절 이를 의식한 듯 최근 추 후보는 ‘추다르크’라는 별명을 내려놓고 행정가로서의 면모와 실용성을 강조하고 있다. 추 후보는 ‘김어준의 뉴스공장’에서 “입법·사법·행정을 골고루 경험한 유일 후보”라며 “입법을 통해 큰 틀 아이디어를 냈다면 이제는 현장에 뛰어들어 성과를 내보고 싶다”고 말했다. 검찰개혁 완수를 본인의 최대 성과로 내세운 추 후보가 법사위원장을 내려놓고 선거에 뛰어든 것 역시 중도를 설득하기 위한 행보로 해석된다. 권리당원 100%로 치러진 예비경선과 달리 본경선은 일반 여론조사와 당원 조사가 각각 50%씩 반영된다. 결국 줄어든 강성 당원의 영향력 만큼 중도층을 최대한 끌어오는 것이 관건이다. 추 후보는 사퇴 기자회견을 통해 “지난 7개월간 법사위원장으로서 총 682건의 개혁법안과 민생법안을 처리했다”며 “법 왜곡죄를 도입하는 ‘형법’, 재판소원을 허용하는 ‘헌법재판소법’, 대법관 증원안이 담긴 ‘법원조직법’ 개정안 등 사법개혁 3법과 검찰청 폐지, 공소청·중수청 법안까지 검찰개혁 과제를 완수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여러 어려움이 있었지만 언제나 제 중심에는 국민이 있었고, 어떠한 가시밭길도 외면하지 않았다”며 “2021년 검찰개혁을 완수하지 못한 채 법무부 장관 자리를 떠나야 했던 무거운 발걸음이 아니라 이처럼 뜻깊은 결과를 여러분께 보고드릴 수 있게 되어 영광”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힘이 되어주신 여러분께 깊이 감사드린다”며 “대한민국의 중심 경기도를 승리로 이끌고 이정부와 함께 국민주권시대를 만들어 내겠다”고 덧붙였다. 한 후보는 오히려 ‘이재명 픽’을 앞세웠다. 이정부를 흔드는 세력을 향해 각을 세우면서 전투력을 강조하는 등 기존 지지층 결집에 나섰다. 최근 한 후보는 ‘이재명 공소 취소설’의 근원지인 ‘김어준의 뉴스공장’에서 “대통령의 생각을 자꾸 언급하는 것 자체가 당을 지휘하고 있는 당 대표로서 맞냐는 생각이 있다”며 김어준씨와 정청래 대표 등을 겨냥한 듯한 발언을 했다. 여권 갈등의 뇌관이 된 유시민 작가의 ‘ABC론’을 놓고 설전이 이어지기도 했다. 유 작가는 민주당 지지층을 A(가치 중시), B(본인 이익 추구), C(A, B의 교집합) 등 세가지 그룹으로 분류했으며 특히 B그룹은 “이익과 생존을 위해 친명을 자처하는 이들”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한 후보는 “갈라쳐서 얻는 게 뭔지 모르겠다”고 반응했고 유 작가가 재반박에 나섰다. 이후 한 후보는 자신의 SNS를 통해 “작가님의 말씀, 무겁게 듣고 있다. 그래서 더 안타깝다”며 “저를 향한 비판과 비난은 기꺼이 감당하겠다. 하지만 이 대통령님과 정부는 다른 차원의 문제”라고 꼬집었다. 이어 “지금의 모습은 불안한 외줄타기 같다”며 “선은 분명하다. 그 선은 지켜달라”고 요구했다. 끊지 못한 명 꼬리표 한 후보는 “53% 싸움”을 내세우며 본경선 승리를 위한 지지층 결집을 호소했다. 오는 6월 선출되는 경기도지사의 임기는 4년으로 이 대통령의 남은 임기와 맞물린다. 따라서 이정부와 합을 잘 맞추는, 명심을 잘 꿰뚫는 후보가 경기도지사에 당선되어야 한다는 게 한 후보 측 지지층의 핵심 메시지다. 한 후보 역시 “‘이재명 지사였다면 벌써 해결했을 일들’을 한준호가 가장 스마트하고 빠르게 해결하겠다”며 “딱 세 표가 부족하다. 나의 한 표에 더해, 가장 가까운 두 분만 더 설득해 달라”고 밝혔다. 김 후보는 후보 적합도 여론조사에서 선두를 달리고 있다. 1위의 김 후보를 추 후보가 뒤쫓고, 한 후보가 마지막 뒤집기 기회를 엿보는 구도가 이어지고 있다. 지난 24일 여론조사기관 ㈜엠브레인퍼블릭이 <중부일보> 의뢰로 경기 거주 만 18세 이상 남녀 800명을 대상으로 지난 23일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오는 6월 경기도지사 선거에서 누가 가장 적합하다고 생각하는가’라고 물은 결과 김 후보는 25%, 추 후보는 22%, 한 후보는 11%로 집계됐다. 해당 조사는 전화면접조사 방식(CATI)으로 진행됐으며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5%p, 응답률은 12.7%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고하면 된다. 김 후보는 당심 100%라는 가장 어려운 관문을 뚫었지만 질긴 비명 꼬리표에 곤욕을 치르고 있다. 그의 최대 약점은 경기도지사 선거 당시 본인에게 도움을 줬던 민주당 핵심 지지층과의 관계를 소홀히 했다는 국민 인식이다. 유 작가는 한 유튜브 방송을 통해 “(당시 이재명) 대표한테 붙어 지사가 된 사람이지 않나. 배은망덕”이라며 원색적으로 비난하기도 했다. 2024년 임기 후반기 접어들자 본격적으로 비명 프레임이 굳어졌다. 당시 김 후보는 민주당 전해철 전 의원 등 대표 친문(친 문재인)계 인사를 영입했고, 친명계에서는 “유력 대권후보 주자인 이재명 당 대표에 맞서기 위한 결집 시도” 등 견제가 이어졌다. 김 후보는 표를 분산시키는 친비명 프레임을 깨고 인물론에 승부를 걸었지만 민주당 여론이 심상치 않다. 일부 친민주당 성향 커뮤니티에서 “친명계와 개딸(개혁의 딸)이 벼르고 있다”는 여론이 형성되자 김 후보는 자세를 낮추고 당원에게 호소하는 메시지를 냈다. 2% 부족한 후보들…해법은? 이제 와서 고개 숙인 김동연 김 후보는 예비경선이 시작된 지난 21일 자신의 SNS에 “‘나는 동지들의 헌신에 보답했는가’ 되묻는다. 많이 부족했다”는 장문의 글을 올렸다. 김 후보는 “경기도의 저력도, 제가 여기에 서 있는 것 자체도, 당원 동지들이 없었으면 불가능한 일이었다”며 “갚을 길은 하나라고 믿는다. 이재명 대통령의 성공을 위해 제가 가진 모든 것을 쏟아붓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제 저는 선택의 시간 앞에, 당원동지들 앞에 서 있다. 감히 청한다. ‘이재명정부의 성공을 위해 죽을 힘을 다해 뛰어라, 당원의 마음을 명심하고 다시 한번 일하라.’ 저 김동연에게 그 기회를 주십시오. 당원 동지들의 뜻을 간절히 기다린다”고 호소했다. 김 후보는 친비명 논란에 거듭 선을 그었다. 그는 “이 대통령 중심으로 성공한 나라를 만드는 게 중요하기 때문에 당의 친명(친 이재명)·비명은 의미가 없다”며 “경기도는 이재명정부의 성공을 위해서 국정 제1파트너로서 충분히 뒷받침하면서, 필요하다면 앞에서 끌면서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김 후보는 한 후보와 마찬가지로 유 작가의 ABC론을 꼬집었다. 김 후보는 JTBC 유튜브 방송에 출연해 ‘가나다’론을 제시하며 “ABC 때문에 논쟁이 벌어진 거 같은데 저는 ‘가나다’로 얘기하면 어떨까 싶다”고 말했다. 김 후보는 “‘가’는 김대중 대통령을 좋아하는 민주당의 토대다. ‘나’는 그 뒤를 이은 노무현 대통령과 문재인 대통령과 함께하고 지지했던 분들, ‘다’는 이재명 대통령의 실용과 성과로 보여주는 리더십을 좋아하는 분들”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ABC론이 조선시대 노론이나 소론도 아니고 가나다로 한데 뭉치고 더하는 민주당이 됐으면 좋겠다”고 부연했다. 민주당은 이번 경기도지사 선거가 계파 분열의 초입이 될까 노심초사하는 모양새다. 이에 민주당 원조 친명 핵심으로 꼽히는 김영진 의원은 김 후보를 향한 ‘반명 공세’에 “이 대통령과 어려움을 함께했던 소중한 민주당의 멤버”라며 직접 엄호에 나섰다. 또 김 의원은 2022년 대선 당시 김동연 대선후보(새로운 물결)와의 단일화 과정을 회상하며 “안철수 후보는 윤석열 후보에게 갔지만 김 후보는 이재명 후보 지지를 선언하고 어려운 선거를 함께 뛰었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분열은 ‘독’ 친명 지원전 한 민주당 관계자는 김 지사의 화합 메시지와 호소력에 주목했다. 이 관계자는 “골수 친명은 김 후보에 대한 반감이 크다. 김 후보에게 친문 표가 약 30% 정도 있다고 본다”며 “김 지사가 막판에 승리하려면 이 30%를 유지하면서 당원에게 호소하는 전략을 써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친명을 적으로 돌리면 답이 없다. 등 돌린 사람이 있는 곳에 가서 그 사람이 원하는 메시지를 내야 한다”고 덧붙였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