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장 뇌물 선거’ 새마을금고 복마전

  • 김성민 기자 smk1@ilyosisa.co.kr
  • 등록 2025.02.13 15:13:11
  • 호수 1518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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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꾼다고 바꿨는데 말짱 도루묵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제1회 전국동시새마을금고 이사장 선거’서 부정선거 운동 정황이 노출됐다. 입후보 예정자들이 투표권을 가진 회원 다수에게 현금 등을 살포했다는 것이다. 이밖에 김인 새마을금고중앙회장이 내세운 혁신 과제들이 난항을 겪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오는 3월5일 치러지는 새마을금고 이사장 전국 동시선거가 지난달 21일 예비후보 등록을 시작으로 본격화됐다. 사상 처음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이하 선관위)에 위탁해 치러지는 데다 첫 직선제 선거인 만큼 눈길을 끈다. 새마을금고중앙회와 선관위에 따르면, 이날 오전 9시부터 새마을금고 이사장 선거 예비후보자 접수가 시작됐다. 

혁신 과제
살얼음판

후보자 등록일인 이달 18~19일 이전이라도 정해진 범위 안에서 선거운동을 할 수 있도록 마련한 절차로, 사실상 본격적인 선거가 시작된 셈이다.

이번 선거는 무엇보다 과거 간선제서 만연했던 부정선거의 오명을 벗을 수 있을지가 관심거리다. 부정선거가 금고의 운영 부실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최근 새마을금고중앙회가 회원들이 이사장을 직접 선출할 수 있게 한 직선제와 선관위 위탁 방식을 선택한 이유도 이 때문이다.

실제로 새마을금고 이사장을 간선제 방식으로 선출하면서 각종 부정선거 의혹이 끊이지 않았다. 올해 처음 도입한 이사장 직선제가 의무적으로 적용되는 곳은 자산규모 2000억원 이상의 중대형 금고다. 소규모 금고는 기존처럼 대의원들이 모여 간선제로 이사장을 뽑는 게 허용된다.

직접·위탁 선거가 치러지는데도 불구하고 여전히 부정선거가 뿌리뽑히지 않고 있다. 새마을금고법은 누구든지 자기 또는 특정인을 금고의 임원으로 당선되게 할 목적으로 회원에게 금품 및 향응 등을 제공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사장은 재임 중에 기부행위를 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다.

공공단체 등 위탁선거에 관한 법은 위탁단체의 임직원은 지위를 이용해 선거운동을 할 수 없도록 하고 있다. 이번 선거와 관련해 도내 위반 조치 건수는 고발 2건, 수사 의뢰 1건, 경고 1건 등 모두 4건으로 늘었다. 이미 전국 곳곳서 부정행위들이 적발되고 있는 것이다.

앞서 “제1회 전국동시새마을금고 이사장 선거를 공명정대하게 실시해 국민의 기대와 신뢰에 부응하자”며 혁신을 외친 김인 회장은 시작부터 험난한 길에 접어든 모양새다.

회원들에게 음식물을 제공하는 등 부정 선거운동을 한 의혹을 받는 충북지역의 한 새마을금고 이사장이 경찰 조사를 받게 됐기 때문이다. 충청북도선거관리위원회는 지난 5일, 도내 한 새마을금고 이사장인 A씨를 기부행위와 지위를 이용한 선거운동 등의 혐의로 경찰에 고발했다고 밝혔다.

A씨는 금고 회원들을 대상으로 20만원 상당의 음식물을 제공하고, 소속 직원에게 지지를 부탁하는 등 자신의 당선을 목적으로 기부행위와 지위를 이용한 혐의를 받고 있다.

중앙선관위 위탁 직선제 “의도 좋은데···”
간선제 일부 지역 ‘현역 프리미엄’ 우려

충북선관위는 지난 1월부터 이른바 ‘금권선거’가 발생하거나 발생이 우려되는 선거 과열 예상 금고 6곳을 특별관리금고로 지정·관리하고 있다. 특별관리금고로 지정된 곳에 대해서는 선거 상황에 따라 일정 기간 충북선관위 광역조사팀이 현장 방문·상주하는 등 특별단속 활동을 펼칠 예정이다.

충북선관위 관계자는 “금품 제공자는 강력 조치하고, 제공받은 자에게는 최고 50배의 과태료를 부과할 예정”이라며 “입후보 예정자 및 금고 회원 모두 관행적 금품수수 행위 역시 불법임을 엄중히 인식해 깨끗한 선거문화 정착을 위해 적극적인 신고와 제보 등 관심과 노력을 기울여 주시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대구에서는 입후보 예정자 매수 행위가 적발됐다. 대구시 선관위는 지난해 10월 입후보 예정자에게 상근이사 자리를 제안하며 출마를 포기하도록 요구한 모 금고 이사장 B씨를 경찰에 고발했다.

비슷한 시기 부산에서는 회원과 대의원 등에게 상품권을 제공한 모 금고 이사장 C씨가 고발당했다. 부산시선관위는 C씨가 지난해 설 명절 즈음, 회원·대의원 등에게 5만원권 상품권 26장을, 추석 명절 즈음에는 대의원 7명에게 5만원권 상품권을 제공한 사실을 적발했다.

C씨는 정기총회에 참석하지 않은 대의원 5명의 여비 명세서에 대리 서명하고 여비를 수령해 제공한 혐의도 받고 있다.

또 전북특별자치도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입후보 예정자 D씨는 자신이 활동하고 있는 단체의 청년회장과 공모해 회원 10명에게 지지를 호소하면서 약 30만원 상당의 식사를 제공했다.

청년회장은 이사장 선거 당선을 위해 회원 10여명을 해당 금고 회원으로 가입하게 하기도 했다. 전북선관위는 D씨와 청년회장을 경찰에 고발하는 한편, 단속 역량 강화에 좀 더 집중하겠다는 방침이다. 최근 경기 남부권 일대서도 회원 약 1만여명에게 각각 현금 9만원가량을 건넸다는 신고가 접수돼 경찰 조사가 진행되고 있다.

시작부터
비리 얼룩

이처럼 부정·불법 행위가 근절되지 않자 수사당국이 집중단속에 나섰다.

경찰청은 지난 1월21일 예비후보자 등록 신청일을 기해 전국 경찰관서에 선거사범 수사전담반을 편성해 불법 행위 첩보 수집과 단속을 강화하라고 지시했다. 경찰은 금품 수수, 허위 사실 유포, 임직원 불법 선거 개입 등을 3대 선거범죄로 규정하고 엄정하게 단속할 방침이다.

지난 2일 기준 도내 새마을금고 이사장 선거가 열리는 지역 총 51곳(직선제 28곳·간선제 31곳) 가운데 11곳에서 15명만 출마 의사를 공식화했다. 현 이사장 출신은 단 한 명도 없다. 현직 이사장들은 입을 닫고 서로 쉬쉬하는 분위기다.

관계자는 “누가 준비한다느니, 나오느니 하는 소문들조차 안 들리다 보니 많은 이사장이 좌불안석인 상황”이라고 귀띔했다. 이번 새마을금고 이사장 선거도 ‘현역 프리미엄’이 발휘될 것으로 예상된다. 신인들보다 선거인에 대한 정보력이 우위에 있는 데다 각종 인맥과 현재 지닌 지위 등 다방면서 유리한 측면이 있기 때문이다.

이에 출마 예정자들은 일찌감치 출마 선언을 하고 얼굴 알리기에 나서고 있지만, 한 달 남짓한 예비후보자 등록 기간은 도전자에게는 절대적으로 불리할 수 있다는 게 중론이다. 특히, 첫 직선제인 데다 그간 낮았던 새마을금고 투표율 특성상 별다른 고민 없이 선거인들이 현역에 대한 관성적인 투표를 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한 현역 이사장은 “새마을금고는 투표에 참여하지 않는 선거인이 많고 투표율도 지역이나 금고 사정에 따라 천차만별”이라며, “평소 친분이나 정보력 등의 이유로 현 이사장들이 유리한 것은 사실이지만 무조건 선전하리란 보장도 없다”고 일축했다.

현역들의
눈치게임

그러면서 “대부분 현 이사장들은 예비후보 등록을 최대한 늦추거나 본 후보 등록 기간인 18∼19일에 진행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덧붙였다. 광주·전남지역 금고 86곳의 이사장은 직·간선제로 선출된다. 지난달 30일 광주시·전남도선관위에 따르면 예비후보 등록은 지난달 21일 시작돼 오는 17일까지 진행된다.

중앙선관위 동시 이사장 선거 통계 시스템 집계 결과 현재 광주지역서 등록을 마친 예비후보는 동구 4명, 남구 2명, 북구 1명 등 7명이다. 전남지역은 광양 2명, 보성 1명, 해남 1명, 무안 2명, 영광 2명 등 8명으로 양 지역 모두 설 연휴를 앞둔 데다 초반이라 등록률이 저조했다.

광주와 전남에선 86개 금고(전남 51개·광주 35개)서 이사장을 직·간선제로 뽑는다. 이번 선거는 지난달 21일 기준 이사장 임기가 남아있는 일부 금고를 제외한 전국 1116개 금고서 진행된다.

경기도선거관리위원회는 이사장 선거와 함께 4월 실시하는 ‘상반기 재보궐선거’ 등을 앞두고 중점 대책 논의에 나섰다. 도 선관위는 지난달 22일 구·시·군 선관위 사무국·과장 등이 참석한 가운데 ‘2025년도 주요업무계획 회의’를 진행했다.

이날 회의에서는 올해 주요 목표를 ‘국민에게 신뢰받는 공정한 선거관리’와 ‘민주정치 발전을 위한 기반 공고화’ ‘미래지향적 조직역량 강화’로 정했다. 이를 기반으로 빈틈 없는 선거관리를 위해 ▲법과 원칙에 따른 완벽한 선거 사무 관리 ▲자유와 공정이 조화되는 준법선거 실현 ▲국민 신뢰도 제고를 위한 조직 쇄신 등을 중점 추진 사항으로 정하고 모든 역량을 집중해 나가기로 했다.

명절 맞물려 금품과 음식 살포
5만원짜리 1구좌 만들어도 투표

또 최근 사회 일각에서 무분별하게 제기되고 있는 부정선거 논란에 종지부를 찍기 위해 도내 모든 직원이 각자의 업무에 더욱 최선을 다해 올 상반기 선거를 공정하게 관리할 방침이다.

도선관위는 “공정한 선거관리라는 헌법적 책무를 더욱 깊이 새겨, 모든 선거를 법과 원칙에 따라 정확하고 투명하게 관리함으로써 국민의 확고한 신뢰를 받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

한편, 김인 회장의 경영 책임론은 지속적으로 거론될 전망이다. 지난해 새마을금고 이사장들의 위탁선거를 위해 중앙선관위에 내는 돈이 49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확인되면서 논란에 휩싸이기도 했다. 소규모 단위 금고까지 선거 위탁에 수천만원에서 수억원의 비용을 의무적으로 지출하는 것은 불합리하다는 지적이다.

<시사저널>이 중앙선관위와 새마을금고중앙회로부터 입수한 자료에 따르면, 선관위는 전국 동시 새마을금고 이사장 선거 관리 경비로 총 490억원을 산출했다. 이는 단위 금고가 관할 지역 선관위에 위탁선거를 위해 내야 할 비용을 모두 합한 금액이다. 각 금고들은 비용의 절반가량을 중도금으로 집행한 상태다.

또 선관위 자료에 따르면, 직선제 선거를 하는 금고의 경우 선거인당 평균 7990원을 부담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자체적으로 직선제를 진행할 때 3250원인 것에 비해 비용이 2배 이상으로 뛴다. 간선제인 대의원회 방식도 선거인당 7만5330원에서 20만4190원, 총회 선출 방식은 1470원에서 9780원으로 늘어난다.

이에 따라 1개 금고 평균 부담액은 직선제 5940만원, 대의원회 2450만원, 총회 3305만원이다.

좌불안석
혁신 불똥

새마을금고의 경우 선거권은 있지만 투표에 참여하지 않는 회원도 많다. 금고가 대도시에도 널리 퍼져 있는 특성상 투표율도 금고 사정에 따라 천차만별인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평균 5만원 수준의 출자금 1좌 이상을 6개월만 유지하면 되기 때문에 선거권을 갖기 위한 문턱도 상대적으로 낮다. 이 같은 ‘허수’를 고려하지 않고 단순히 조합원 전체를 근거로 비용을 정하다 보니 비효율이 발생했다는 것이다. 창립 이래 최악의 경영난에 시달리고 있다는 새마을금고의 비용 부담은 한층 커지고 있다. 

<smk1@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통합 슈퍼앱 ‘MG더뱅킹’ 첫날부터 먹통

통합 슈퍼앱 ‘MG더뱅킹’이 개통 첫날부터 접속 장애를 겪으면서 새마을금고 경영진이 진땀을 뺐다. 

지난 1월 금융권에 따르면 디지털 혁신 전략에 차질이 생겼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왔다.

MG더뱅킹은 기존 간편거래 중심의 ‘MG상상뱅크’와 ‘MG스마트알림’ 앱을 통합한 새마을금고의 슈퍼앱이다.

새마을금고는 앞서 MG더뱅킹의 경쟁력을 은행권 수준으로 단숨에 끌어올리겠다는 전략을 세우고 앱 출시를 준비했다.

시중은행을 중심으로 금융사들이 슈퍼앱 경쟁을 펼치며 고객 확보에 힘을 싣는 상황서 새마을금고도 그에 못지않은 수준의 슈퍼앱을 구축해 은행권과 나란히 경쟁하겠다는 포부를 내놓은 셈이다.

하지만 MG더뱅킹이 첫날부터 약점을 드러낸 만큼 기대치에 맞는 경쟁력을 확보하려면 예상보다 더 많은 시일이 필요할 수 있다는 것이다.

MG더뱅킹은 지난달 13일 앱 출시를 위해 새벽 0~6시 고객 접속을 차단하고 업데이트 준비를 마쳤다.

그러나 앱을 개시한 뒤 오전 8시부터 오후 4시까지 약 8시간 동안 접속 지연 등 현상이 나타났다. 

김인 회장은 “접속 지연 등의 문제로 회원 여러분들께 불편을 드린 점 양해 바란다”고 말했다. <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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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경찰 압수 비트코인 ‘1400억’ 털린 내막

[단독] 경찰 압수 비트코인 ‘1400억’ 털린 내막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경찰이 압수한 비트코인 1700여개 중 1400개 이상이 사라졌다. 전체 피해액은 최소 1300억원에서 최대 1500억원 수준으로 추산된다. 충격적인 것은 탈취 시점과 방식, 그리고 접속 기기까지 모두 경찰 수사 과정과 맞물려 있다는 점이다. 단순 해킹으로 보기 어려운 정황이 잇따라 확인되면서 사건의 성격이 ‘내부 연루 의혹’으로 급격히 기울고 있다. 사건의 출발은 2021년 11월 광주경찰청 반부패경제범죄수사대의 불법 도박사이트 수사였다. 광주청 수사과 소속 경사 김모씨 등은 범죄수익은닉 혐의 압수수색영장을 집행하며 불법 도박장 개설 혐의 등을 받은 비트세븐 거래소 대표 이모씨의 블록체인닷컴 지갑에 접속했다. 6분 간격 연결고리 당시 경찰은 피의자 이씨의 블록체인닷컴 지갑 계정에 접속해 비트코인 1798개를 확인했다. 경찰은 같은 날 오전 11시58분부터 약 40분간 27차례에 걸쳐 135개를 이체하며 1차 압수를 진행했다. 이후 접속이 차단됐다고 주장했지만, 불과 몇 시간 뒤인 11월10일 새벽과 오후, 경찰청 사무실에서 추가로 185개를 더 이체했다. 총 320개가 ‘정식 압수’됐다. 문제는 그 다음이었다. 2021년 11월10일 오후 8시28분. 김 경사는 압수된 계정의 연동 이메일을 자신의 구글 계정으로 변경한다. 그리고 불과 12분 뒤인 8시40분부터, 지갑에 남아 있던 비트코인 1477개가 195차례에 걸쳐 외부 주소로 빠져나갔다. 압수 직후, 그것도 계정 권한이 경찰에게 완전히 넘어간 직후 벌어진 대규모 탈취였다. 블록체인닷컴이 제출한 IP 로그는 더욱 노골적이다. 11월9일부터 10일 오후 8시32분까지 모두 한국 IP를 사용한 수사관 접속 기록이다. 이후 마지막 김 경사의 접속 6분 뒤, 미국·우크라이나·캐나다 IP를 통한 접속이 연속으로 발생한다. VPN을 이용한 김 경사로 의심되는 ‘탈취자’의 접속이다. 수사관 로그인 → 6분 후 탈취 로그인 → 즉시 대량 이체로 이어진 것이다. 외부 해커의 우연한 침입이라 보기에는 타이밍이 지나치게 촘촘하고 정교하다. 결정적인 단서는 디바이스 로그다. 블록체인닷컴 측이 제공한 자료에 따르면, 해당 계정에는 단 두 종류의 기기만 기록돼있다. 하나는 윈도우 기반 데스크톱, 다른 하나는 안드로이드 모바일이다. 이 중 안드로이드 접속은 단 한 번, 우크라이나 IP를 통해 이뤄졌다. 나머지 탈취 접속은 모두 윈도우 데스크톱이다. 문제는 그 윈도우 기기다. 로그에는 수사관이 사용한 윈도우 기기 외에 다른 데스크톱 기록이 존재하지 않는다. 즉, 탈취자가 사용한 윈도우 PC가 별도 기기였다면 반드시 추가 로그가 남아야 하지만 그마저도 없다. 탈취 접속에 사용된 윈도우 기기가 수사관이 사용한 기기와 동일하다는 것이다. 수사관 접속 후 VPN 유출 시작 경찰이 사용한 기기가 쓰였다? 탈취 당시 상황도 석연치 않다. 계정 연동 이메일이 김 경사의 개인 계정으로 바뀐 직후 탈취가 시작됐다. 이 과정에서 최소 198건의 출금이 발생했다. 정상이라면 동일 수량의 알림 이메일이 수신돼야 한다. 그러나 김 경사의 이메일에는 단 7건만 남아 있다. 나머지 191건은 흔적조차 없다. 더욱이 김 경사는 당시 사무실에 남아 있었고, 탈취 시간 동안 계정 재접속을 시도했다고 진술했다. 그럼에도 본인 이메일로 전송된 출금 알림을 전혀 인지하지 못했다는 설명이다. 단순 실수로 보기엔 삭제 규모가 과도하다. 선택적 삭제 가능성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수사 협조 전문가 박모씨의 분석 자료에서도 이해하기 어려운 정황이 발견됐다. 박씨는 11월11일 저녁, 탈취 자금 흐름을 분석한 노드 자료를 김 경사에게 전달했다. 그런데 해당 자료에는 그 시점 기준 아직 발생하지 않은 미래 트랜잭션이 포함돼있었다. 실제 해당 거래는 다음 날 새벽에야 블록체인에 기록된 것으로 확인된다. 블록체인 구조상 발생하지 않은 거래를 사전에 확인하는 것은 원칙적으로 불가능하다. 이 때문에 해당 자료가 사후 수정됐거나, 탈취 경로를 사전에 알고 있었던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다. 이씨는 사건 발생 한 달 뒤 탈취 사실을 인지하고 검찰에 진정을 제기했다. 이후 추가 진정까지 제출했지만, 수사는 2024년까지 사실상 진행되지 않았다. 그러다 뒤늦게 수사가 이뤄졌고, 결과는 반전이었다. 탈취 의혹은 규명되지 않은 채, 오히려 피해자가 허위 고발을 했다며 무고 혐의로 기소된 것이다. 국가 수사기관이 압수한 비트코인이 경찰 손을 거친 직후 대량으로 사라졌으나, 코인의 주인은 구속되고 경찰은 의심에서 벗어났다. 단순 해킹이라 보기에는 시점과 방식, 그리고 이후 수사 흐름까지 모든 것이 비정상적이다. 법원도 이미 “누군가 계정에 접근해 비트코인을 이체했다”고 판단했고, 검찰은 수사 정보 유출 의혹까지 제기하고 경찰을 상대로 압수수색을 벌였다. 정작 탈취 의혹을 제기한 당사자는 무고 혐의로 법정에 서 있는 상황이다. ‘누가 훔쳤는가’라는 본질적 질문은 여전히 답을 얻지 못한 채 사건은 미궁으로 빠졌다. 알림 191건 흔적 없이… 경찰은 1일 전송 한도 때문에 압수가 며칠에 걸쳐 이뤄지는 사이, 이씨 측이 이를 빼돌렸다고 판단했다. 반면 이씨 측은 정반대 주장을 펼쳤다. 계정 접근권한을 사실상 장악한 수사기관 내부에서 탈취가 이뤄졌을 가능성을 제기한 것이다. 사건은 단순 범죄수익 환수 문제를 넘어 ‘압수된 국가 관리 자산이 어떻게 사라졌는가’라는 근본적 의문으로 확장됐다. 광주지법 항소심은 도박공간 개설과 범죄수익은닉 혐의 자체는 유죄로 인정하면서도, 사라진 1476개 비트코인에 대해서는 이씨의 책임을 인정하지 않았다. 재판부는 “누군가 이씨의 블록체인 계정에 접근해 당시까지 남아있던 비트코인 대부분을 다른 지갑으로 이체해 갔다”고 판시했다. 이는 곧 해당 비트코인의 이동 주체가 이씨로 특정되지 않았음을 의미한다. 그 결과 1심에서 600억원대에 달했던 불법 도박장 개설 혐의 등에 대한 추징금은 항소심에서 15억원 수준으로 대폭 줄어들었다. 이 판결은 중요한 함의를 갖는다. 법원이 최소한 “외부 혹은 제3자의 개입 가능성”을 인정했다는 점에서다. 즉, 단순히 피고인이 숨기거나 빼돌린 사건이 아니라, 압수된 계정에 대한 추가 접근이 있었고 실제 자산 이동이 발생했다는 사실 자체는 부정되지 않았다. 검찰 역시 이 사건을 단순히 피고인 책임으로만 보지 않았다. 2023년 11월 검찰은 광주경찰청과 서부경찰서를 상대로 압수수색을 실시했다. 수사 정보가 외부로 유출됐을 가능성과 압수 과정의 적법성을 확인하기 위한 조치였다. 이 과정에서 사건 브로커와 거액 자금 흐름까지 거론되며 사건은 더욱 복잡한 양상으로 번졌다. 단순한 도박사이트 수사가 아니라 수사 기밀, 로비, 가상자산 이동이 뒤엉킨 구조적 사건으로 확장된 것이다. 최근 공판에서는 또 다른 쟁점이 드러났다. 증인으로 출석한 전문가 박씨 측 인물은 사라진 비트코인의 이동 경로를 분석한 결과 특정 거래소 계열 지갑으로 이어지는 흐름이 확인된다며, 도박사이트 운영 세력이 직접 자금을 이동시켰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의심받는 수사관 반면 이씨 측은 사건 직후 오히려 검찰에 진정을 제기하며 탈취 의혹을 먼저 제기한 점을 강조하며, 스스로 범행을 저질렀다면 그런 행동을 할 이유가 없다고 반박했다. 또 블록체인닷컴 측 자료에 따르면 ‘탈취자’는 VPN을 이용해 해외 IP로 접속했으며, 일부 접속은 데스크톱 환경에서 이뤄진 것으로 분석됐다. 만약 이 분석이 사실이라면, 압수 과정에서 사용된 기기와 탈취에 사용된 기기가 동일하거나 밀접하게 연관됐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다만 이 같은 기술적 분석은 현재까지 법원에서 확정된 사실이 아니라는 점에서 추가적인 검증이 필요한 상황이다. 이메일 기록 역시 의문을 키운다. 탈취 과정에서 수백건에 달하는 출금이 발생했다면 이에 상응하는 알림 메일이 존재해야 정상이다. 그러나 일부 기록만 남아 있고 상당수는 확인되지 않는다는 주장도 나온다. 만약 실제로 알림이 발송됐음에도 기록이 남아 있지 않다면, 이는 단순 오류가 아니라 의도적 삭제 가능성까지 의심할 수 있는 대목이다. 결국 이 사건은 세 가지 축으로 압축된다. 첫째, 경찰이 압수한 가상자산이 왜 완전히 확보되지 못했는가. 둘째, 압수 이후 누가 해당 계정에 접근해 자산을 이동시켰는가. 셋째, 그 과정에서 수사기관 내부 혹은 외부 세력의 개입이 있었는가다. 상식적으로 국가가 압수한 자산은 그 어떤 개인소유보다도 안전하게 보호돼야 한다. 그러나 이 사건에서는 정반대 결과가 나타났다. 압수 직후 대규모 자산이 사라졌고, 책임 소재는 규명되지 않았으며, 의혹을 제기한 당사자는 오히려 피고인 신분이 됐다. 계정 변경 직후 사라져 이메일 변경 직후 작업 이 사건이 단순한 형사사건을 넘어서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만약 압수된 자산조차 안전하게 관리되지 못한다면, 국가 형사사법 시스템에 대한 신뢰 자체가 흔들릴 수밖에 없다. 특히 가상자산과 같이 추적과 관리가 기술적으로 가능한 자산에서 이런 일이 발생했다는 점은 더욱 심각하다. 현재까지 드러난 정황만 놓고 보면, 이 사건은 ‘탈취’가 아니라 ‘내부 유출’ 가능성을 강하게 의심케 한다. 한편, 지난달 15일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한 인물은 범행 주체가 경찰이 아니라 탈취범으로 지목된 이씨와 그의 아버지일 가능성이 크다는 취지로 증언했다. 광주지방법원 형사10단독 유형웅 판사는 범죄수익은닉의 규제 및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 등을 받고 있는 이씨 부녀에 대한 속행 공판기일 재판을 열었다. 이씨 부녀는 2021년 11월 경찰 압수수색이 진행되던 중 자신의 블록체인 지갑에 있던 비트코인 1476개를 빼돌린 혐의로 기소됐다. 검사는 이날 A씨를 증인으로 신청해 신문했다. A씨는 과거 이씨 측 부탁을 받고 비트코인 환전에 도움 준 인물이다. 현재는 코인 관련 별도 사기 혐의로 보석 상태에서 재판을 받고 있다. A씨는 이날 검사의 질문을 받고 “이씨 지갑에서 사라진 비트코인 1400여개의 행방을 쫓기 위해 거래 내역을 분석한 결과, 비트세븐 거래소와 연결된 지갑이 다수 등장했다”고 말했다. 이어 “당시 경찰은 일일 전송 제한량이 걸려 있어 이씨 지갑에 있던 비트코인을 여러 날에 걸쳐 경찰 지갑으로 옮겨 압수했는데, 같은 시기 탈취범은 순식간에 이씨 지갑에 있던 비트코인 1400여개를 빼간 것으로 나타났다”고 증언했다. 그러면서 “경찰과 달리 이씨 지갑에서 순식간에 다량의 비트코인을 탈취해 간 점, 탈취된 비트코인 이동 경로에 비트세븐 거래소 지갑이 활용된 점을 고려할 때 탈취범은 비트세븐 거래소를 통제할 수 있는 사람들”이라며 사실상 이씨 부녀를 겨냥했다. 구속된 코인 주인 A씨가 언급한 비트세븐 거래소는 정상적인 가상자산 거래소가 아니라, 이씨 부녀가 해외에 서버를 두고 운영했던 도박사이트라는 주장이다. 비트세븐 거래소와 관련해 이씨는 도박공간 개설 혐의 등으로 대법원에서 유죄 판결을 확정받았다. 다만 해당 재판에서 사라진 비트코인 1476개에 관한 추징(현 시세 기준 약 1620억원) 책임은 인정되지 않아, 검찰은 범죄수익은닉 혐의를 적용해 이씨를 부친과 함께 추가 기소했다. A씨의 증언에 대해 이씨 부녀 측은 즉각 반박하는 대신 별도 의견서를 재판부에 제출하겠다고 밝혔다. <smk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