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산사태 위험’ 용인 실버타운 토사 반출 논란

용역 결과 다르게 내 맘대로 삽질

[일요시사 취재1팀] 김철준 기자 = 인허가 과정부터 특혜를 받았다는 의혹을 받는 용인시 고기동의 노인복지주택 공사 현장서 또 논란이 발생했다. 신원 미상의 단체에 ‘중단된 공사 현장서 산사태 위험이 있으니 토사를 반출해야 한다’는 민원을 받은 용인시가 주민들의 반대에도 해당 계획을 고수하고 있기 때문이다. 시장과 주민들이 협의해 토사 반출 외 방법을 검토했지만 그 결과는 나 몰라라 하고 있다.

용인 고기동서 건립하다 공사가 중지된 노인복지시설의 공사 현장이 다시금 논란이 되고 있다. 산사태 위험으로 공사가 중단된 가운데 토사 반출을 하고 있었지만 이보다 안정화 작업을 하는 것이 좋다는 용역 결과가 나오면서다.

인허가 과정
특혜 의혹도

지난해 <일요시사>는 용인시 고기동 산20-12번지 일대 노인복지시설 건립에 대한 인허가 특혜 의혹을 보도했다. 설립 초기 계획된 노인복지시설 건립이 아니라 실버타운을 목적으로 하는 계획안이 인허가됐다는 것이 해당 보도의 골자였다.

인허가 이후 사업자는 시에 지난 2023년 8월 착공 신고했고 시가 ‘착공신고필증’을 교부했다. 하지만 일부 학부모들은 학생 통학로로 공사 차량이 진출입하는 것에 대해 안전상 우려 목소리를 내면서 공사는 사실상 중단됐다.

공사가 중단되면서 공사 현장에는 7만5000㎥ 토사가 적치됐다. 인근 주민들은 피해를 우려하고 있다. 공사 현장은 산림청 산사태위험지도상 산사태 위험도 1~2등급에 해당하는 곳으로, 토사가 장기간 방치될 경우 산사태 위험 등이 있다.


토사 유출 우려가 계속되는 가운데 지난해 8월 마을 주민들에게는 알려지지 않은 ‘고기동실버타운비상대책위원회’라는 실체 불명의 단체가 “산사태 위험이 있으니 토사를 반출하게 해달라”는 민원을 용인시에 제출했다.

용인시 도시정비과는 민원인과 단체에 대한 기본적인 사실 확인도 없이 노인복지주택 사업자에게 토사 반출 계획서를 사전에 제출받았으며 이를 근거로 고기초학부모회 등에 토사 반출이 불가피하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이에 고기동생태안전주민대책위원회(이하 대책위)와 고기초학부모회는 안전상의 이유로 해당 계획에 대해 반대 의견을 내비쳤지만 용인시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아 토사 반출계획은 계속 진행됐다.

이에 국민의힘 이창식 용인시의회 의원은 지난해 11월29일 “현재 추정되는 공사 현장의 토사만 무려 7만5000㎥로 추정돼 하루 6시간가량을 3개월 동안 매일 반출해야 되는 규모로 다수의 주민 민원이 발생하고 있다”며 “토사를 빼내며 꼼수 공사가 이뤄지지 않는지 철저한 관리감독과 함께 사토 처리 과정에도 불법이 없도록 시가 제대로 감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시의원은 “2015년 노인복지법이 개정되기 직전 실시계획 인가와 건축허가를 받아내 개인이 분양할 수 있는 국내 마지막 분양형 실버타운이 될 이 곳에 대해 용인시는 사업자에게 법 개정 직전에 허가를 내줬고, 덕분에 사업자는 임대서 분양으로 개발이익을 극대화할 수 있는 기회를 얻었다”고 지적하면서도 “그러나 현재 고기동 실버주택은 공사조차 제대로 시작하지 못한 채 깎아내려진 산비탈과 가파른 경사면의 토사는 언제든 마을로 쏟아질 수 있는 상황서 주민들은 매일같이 고통의 시간을 보내고 있다”고 우려했다.

실체 미상 단체 민원에 반출 계획
시장·주민 협의해 안전점검 검토

계속된 반대 의견에 결국 이상일 용인시장은 대책위와 고기초학부모회와 ‘토사 반출을 전제하지 않는’ 사면 안정성에 대한 검토와 대책에 대한 용역 검토를 추진하기로 합의했다.


이 시의원은 합의 이후 시에 ▲용인시는 왜 진작 사업시행자에 안정성 검사를 주문하지 않았는지 ▲한 달 뒤에 나올 안정성 검토 결과에 따른 계획을 세우고 있는지 ▲용역 결과에 따라 공사 차량의 운행이 재개되더라도 안전을 위한 보수·보강 공사 외에 본공사는 절대 진행하지 않겠다는 약속을 사업자에 받아낼 것 등의 대책을 요구하기도 했다.

시는 지난해 11월 주민 추천으로 안전점검 관련 전문업체를 선정했고 용역은 지난해 12월13일 최종보고를 실시했다.

용역은 ‘노인복지주택 비탈면 안정성검토 용역 보고서’를 통해 “압성토 및 소일네일링(Soilnailing) 공법을 통한 보수·보강 방안으로 토사의 반출 없이 장·단기 비탈면의 안정성 확보가 가능하다”고 결론 내렸다.

소일네일링 공법은 비교적 연약한 지반의 옹벽이나 절토 사면을 보강하기 위해 사용하는 공법이다. 흙막이 벽체를 설치하지 않고, 굴착면에 긴 강봉(네일)을 삽입해 이를 접착제로 고정한 후 굴착면을 보강해 보강 구조체를 형성하는 것이 특징이다.

소일네일링은 네일이 주변 지반과 일체화돼 전단 저항을 높이는 방식으로 지반의 안정성을 확보하는 것이기 때문에 주로 영구적인 지반 보강에 사용되며, 장기적인 안정성 확보가 가능하게 된다.

하지만 용인시는 보고서에 나온 검토의 전제조건인 ‘비다짐 성토재 및 일부 표토(붕적층)의 현장 외 반출과 경사 완화를 통해 근본적인 위험요소를 제거하는 것이 장기적 안정성 확보 차원서 가장 바람직하다’는 문구에 집중해 토사 반출계획서를 다시 주민들에게 배포했다.

뭐하러
맡겼나

이에 용역을 진행한 업체 책임자는 “본 용역의 결론은 토사 반출 없이 사면 안정화 보강공사가 가능하다는 것”이라며 “검토 방향에 나오는 토사 반출에 대한 내용은 토사 반출이 가장 바람직하다는 것이 아니라 이를 포함한 보수 보강을 검토하는 것에 목적이 있다는 검토 방향을 설명하기 위해 쓴 표현”이라고 말했다.

이어 “당초 토사 반출 이외의 방법으로 사면 안정화 가능 여부에 대해 검토를 요청했고 이외의 방법이 불가능할 때 토사 반출을 검토할 수 있다는 전제가 처음부터 깔려있었는데 해당 부분만 보고 이를 진행하는 것은 오독”이라고 덧붙였다.

대책위 한 관계자는 “용인시 도시정비과는 용역 결과에 대한 주민설명회를 개최하기도 전에 이미 ‘토사 반출’이라는 결론을 정하고 일정이나 방법까지 계획해 일방적으로 밀어붙이고 있다”며 “주민과 합의 없이 사전에 결과를 확정한 채 진행하는 주민설명회는 요식행위에 불과할 뿐 설명회로서의 의미가 없고 효력도 없다”고 일침했다.

그는 “용인시가 노인복지주택공사에 ‘공사 차량 운행 제한 조치’를 내려놓고 토사 반출을 위해 덤프트럭 약 1만대를 공사 현장으로 보내며 스스로 조치를 위반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용역 결과를 왜곡하고 주민과의 협의도 없이 사전에 일방적으로 결정해 보전산지에 대한 불가역적 훼손을 초래했으며 고기동 주민의 생명권과 행복추구권을 심각하게 침해하는 것으로 이는 형법 제123조 ‘공무원의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에 해당하는 중대한 범죄행위에 해당할 수 있다”며 “지금이라도 토사 반출을 즉각 중단하고 용역의 결과인 토사 반출 없는 안정화 조치를 확정하는 것이 마땅하다”고 강조했다.


용역업체와 주민들의 의견에도 시 도시정비과는 지난달 27일 주민설명회를 개최하고 사업자가 작성한 ‘토사 반출계획서’를 주민과 학부모에게 나눠주고 “이번 용역 결과는 침사지가 없어져 실행이 불가능하니 토사 반출할 수 밖에 없으며 이게 가장 합리적인 방법”이라고 말했다.

덤프트럭
1만대 투입

참석한 주민과 학부모들은 “이럴 거면 시 예산을 들여가며 용역할 필요가 무엇인가” “답정너로 용인시가 결과를 정해 놓은 것 아닌가” “전문가가 토사 반출 없이 공사가 가능하다고 하는데 공무원이 왜 불가능하다고 하느냐” 등 분노에 찬 의견을 표출했다.

사업자가 작성한 토사 반출계획서에 따르면 현재 공사 현장의 토사 현황은 하루 평균 42대의 덤프트럭을 이용해 세 개의 구간서 적게는 2개월 동안, 많게는 2.5개월 동안 토사 반출을 진행해야 한다. 구체적으로는 각 구간에 굴삭기 1대씩 투입해 평균 550㎥의 토사를 반출한다고 적혀있다.

사업자는 해당 사토를 반출하기 위해 하루 평균 95대 덤프트럭(왕복 2.5분마다 1대)를 운영해 하루 평균 1200㎥를 반출하거나 65대의 덤프트럭(왕복 4분마다 1대) 꼴로 하루 평균 850㎥를 각각 3개월 동안 반출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하지만 고기동 노인복지주택 부지는 공사 차량 경로를 확보하지 못해 현재 공사가 중단된 상황이다. 당초 사업자는 고기동 고기초 앞 왕복 2차선 도로를 통해 공사 차량을 통행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학생 안전을 이유로 주민들이 문제를 제기해 용인시로부터 착공 허가를 받지 못한 상태였다.


이에 사업자는 고기초 방향이 아닌 반대편의 성남시 분당구 석운동으로 이어지는 소도로를 이용하는 공사용 도로 변경 계획안을 내놨다. 해당 계획안에는 편도 1차선 도로 800m 구간을 2차선으로 확장하겠다는 것도 포함됐다.

하지만 석운동 주민들과 성남시가 “서판교 대한송유관공사 판교저유소가 위치해 있는 석운동은 개발제한지역으로 공사 차량이 이용하려 하는 도로(석운로)의 폭이 7m도 안 되고 인도도 없다”며 반대했다.

용인시는 착공 허가만 내주고 대책을 세우기 전까지 공사 차량 운행을 제한했다. 이에 사업사업자 측은 지난해 11월 행정심판을 제기했다.

사업자는 행정심판서 “고기초를 지나지 않는 도로를 이용한 우회도로를 제시하고, 주민 불편을 최소화할 수 있는 운행계획을 제출함으로써, 이미 공사용 도로 관련 인가 조건을 모두 충족했다”며 “피청구인(용인시)의 이 사건 처분은 위법한 부관에 의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소일네일링 공법 제안 무시
안전 계획도 신호수 배치만

하지만 도행정심판위원회는 용인시의 운행제한이 정당한 행정 절차라고 판단했다.

도행정심판위원회는 “건축 심의 및 실시계획인가 단계서 청구인에게 부여된 사항으로, 청구인에게 새로운 의무를 부과하거나 권익을 제한한다고 보기 어렵다”며 “시의 통보가 지역주민의 공사 차량 운행 반대 문제 해결 방안을 수립해 재협의하도록 요청하는 것인 만큼, 사업시행자의 권리·의무에 어떤 변동을 초래하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행정심판이 각하되자 이번에는 고기초 앞 동막천 건너편 성남시 대장동 벌장투리마을을 통한 임시도로를 개설하기로 계획을 변경했다. 해당 도로는 용인-서울고속도로(용서고속도로)의 회차로를 사용해 벌장투리마을을 지나 공사 현장으로 이어진다.

그러나 현재는 이마저도 이용할 수 없게 됐다. 회차로를 지나 나오는 벌장투리마을 주민들도 공사 차량이 지나는 걸 반대하면서다.

시는 옹벽 설치 중 안전사고 및 재해 위험이 있다며 공사 차량 운행을 일시 허용한 적 있다. 시 관계자는 “지난해 4월 옹벽 설치 중인 현 시점서 공사 중지 시 옹벽 전도 및 절취사면 붕괴 우려로 인근지역 안전사고 및 재해 위험이 상존해 일시 허용이 부득이했다”며 “다만 당시에는 25t 트럭 대신 5t 이하의 차량으로 제한하고 새벽 시간을 이용해 운행하도록 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번에는 이렇게 최소한으로 통제하는 방안은 나오지 않았다. 오히려 공사 차량에 의한 위험 가능성이 높다고 꼽히는 초등학생들의 방학 기간을 노리고 최대한의 효율로 용량이 큰 차량으로 빠른 시일 내에 해결하려는 듯한 교통처리계획안을 내세운 것으로 보인다.

사업자와 더불어 용인시에서도 ‘안전에 만전을 기하겠다’ ‘방학 기간에 하겠다’ ‘신호수를 배치한다’는 말만 되풀이 할 뿐이었다.

하지만 초등생의 방학 기간은 사업자의 토사 반출계획보다 짧다. 게다가 토사 반출계획서에 안전과 관련한 계획은 그저 차량 운행 교차로마다 교통관리인을 배치한다는 내용뿐이다.

앞서 이 시장은 토사 반출 외 방법 검토를 위한 용역 협의 당시 “위험성에 대해서는 소홀히 할 수 없기 때문에 우려를 제기하는 고기초 학부모들과 소통하며 사면 안정성 여부를 확인하기 위한 용역에 들어갔다”면서 “실시계획인가가 이뤄졌을 때 ‘별도의 진출입 계획을 수립하라’는 조건이 부여된 만큼 사업자는 이 조건을 그대로 이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앞뒤 다른
시의 입장

이어 “토사 문제와 관련해서 안정성 확인이 필요하기 때문 결과를 보고 깊이 검토해서 사면 안정화 공사 여부에 대한 시 입장을 정할 방침”이라며 “사면 안정성은 반드시 기해야 하고, 그 이후 문제는 원래 실시계획인가 기준에 맞도록 하겠다”고 답했다.

하지만 결국 원래 진행하던 토사 반출계획으로 진행되고 있다. 시장과 공무원의 입장이 다른 것인지, 아니면 이 시장이 주민들 앞과 뒤에서 다르게 행동하는 것인지 의문이 생기는 시점이다.

<kcj5121@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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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당 최대 변수 송영길, 왜?

여당 최대 변수 송영길, 왜?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더불어민주당 송영길 전 대표가 돌아왔다. 3년의 옥살이 끝에 무죄를 선고받은 만큼 명분과 서사를 모두 거머쥐었다. 두 팔 벌려 환영했지만 송 전 대표를 바라보는 정청래 지도부의 고심이 깊은 모양새다. 앞으로 치러질 각종 선거의 변수가 된 송 전 대표의 쓰임새는 무엇일까? 지난달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송영길 전 대표의 무죄가 확정됐다. ‘돈봉투 사건’을 주도하고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으나 검찰이 상고를 포기하면서다. 송 전 대표는 “돈봉투 의혹 사건, 2심 무죄에 이어 최종 무죄가 확정됐다”며 “긴 시간 함께 걱정해 주시고, 흔들림 없이 믿어주시며 끝까지 곁을 지켜주신 많은 분의 성원에 다시 한번 깊이 감사드린다”고 밝혔다. 이어 “진실은 결국 가려지지 않았다. 이제 더 단단해진 마음으로, 책임 있게 앞으로 나아가겠다”고 강조했다. 돌아온 큰형님 송 전 대표는 지난 2021년 민주당 전당대회 경선을 앞두고 6000만원의 상당의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지역 본부장에게 현금이 든 돈봉투를 건네고, 민주당 윤관석 의원을 통해 국회의원에게 나눠줄 돈봉투 6000만원을 제공하는 데 개입한 혐의 등을 받았다. 아울러 그의 외곽 후원 조직인 ‘사단법인 먹고사는문제 연구소(이하 먹사연)’를 통해 기업인 7명으로부터 후원금 명목의 불법 정치자금 총 7억6300만원을 챙긴 혐의 등도 있다. 당초 1심 재판부는 송 전 대표에게 징역 2년을 선고했으나 서울고법 형사1부(부장판사 윤성식)는 이를 뒤집고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원심 판단이 돈봉투 사건과 먹사연 사건 범죄 사실의 관련성을 인정한 것은 받아들이기 어렵다”며 “먹사연 사건 관련 공소 사실의 경우 압수물이 영장 없이 증거로 사용됐다”고 판단했다. 송 전 원내대표의 복귀는 화려했다. 무죄가 선고된 날 서울고등법원 현장에는 민주당 강득구·김교흥·김상욱·박선원·부승찬·전현희 의원 등 10여명이 모였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 역시 자신의 SNS에 “송 대표의 무죄 판결을 축하한다. 그동안 고생 많으셨다”며 “검찰 전횡을 바로잡는 검찰개혁에 더 매진하겠다”고 작성했다. 이 판결로 송 전 대표는 ‘정치 검찰의 희생양’이라는 강력한 명분을 얻었다. 민주당 박수현 수석대변인도 논평을 통해 “정치 검찰의 서슬 퍼런 칼날을 이겨내고 돌아오신 송 전 대표를 환영한다”며 “이재명정부 성공을 향해 연대와 통합을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송 전 대표는 이날 민주당 인천시당을 찾아 복당 신청서를 제출했고, 그달 27일 최종 의결됐다. 정 대표는 “송 전 대표의 복당을 진심으로 환영한다”며 “앞으로 민주당 발전과 이정부의 성공을 위해 큰 역할을 해줄 것으로 기대하고 요청드린다”고 말했다. 또한 정 대표는 “탈당 후 당의 요청이 아니면 다른 경선에서 20% 감산되는 불이익을 받는데, 당 대표인 제가 요청해 (감산이 없도록) 처리하는 것이 맞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인천시당에 복당을 신청한 것이 서울시당으로 이첩됐던 것을 중앙당 당원자격심사위원회로 보내라고 지시해 복당했다”고 말했다. “정치 검찰 피해자” “이재명의 은인” 정점 찍은 서사…‘송 사용법’ 고심 송 전 대표는 2021년 전당대회서 당의 주류였던 친문(친 문재인)계를 꺾으며 비주류에서 주류로 거듭났다. 그런 그에게는 이재명 대통령과 끈끈한 연결고리가 있다. 같은 해 치러진 민주당 대선 경선 과정서 두 사람의 관계가 본격화됐고, 송 전 대표가 당시 이재명 경기도지사를 밀어줬다는 이른바 ‘이심송심’ 논란이 불거지기도 했다. 대선에서 패배한 이재명 후보를 국회로 이끈 인물 역시 송 전 대표다. 그는 2022년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출마하기 위해 인천 계양을 지역구에서 사퇴했고, 그때 이 후보가 보궐선거를 통해 당내에 입성했다. 당시 그는 이 후보의 전략공천을 환영하는 입장을 밝히며 “당의 단단한 결정과 이재명 (당시) 상임고문의 결단이 당원과 지지자들에게 희망의 메시지가 됐다. 이 상임고문은 우리 민주당과 현재 한국 정치에 큰 자산”이라고 치켜세우며 “이번 지방선거 승리의 큰 구심점이 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 후보가 국회 입성에 성공하고 당 대표직을 따내는 등 정치인으로서 성공가도를 걸었던 반면, 송 전 대표는 서울시장 선거에서 패배하며 정치적 치명상을 입게 됐다. 이때부터 민주당 지지자 사이에서는 송 전 대표가 ‘자신을 희생하고 후배에게 지역구를 물려준 정치인’이라는 인식으로 남았다. 2023년 두 사람에게 본격적인 위기가 찾아왔다. 돈봉투 의혹 수사가 송 전 대표를 덮쳤고, 이재명 대표는 거리를 두는 전략을 택했다. 민주당은 당 전체의 타격을 최소화하기 위해 송 전 대표의 자진 탈당을 압박했고, 송 전 대표 역시 당에 부담을 주지 않겠다며 당의 요구를 받아들였다. 3년 만에 무죄를 선고받은 송 전 대표가 자신의 서사를 어떻게 활용할지 이목이 쏠린다. 과거의 영광을 누렸던 그가 복귀하자 현 수장인 정 대표의 셈법만 복잡해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지방선거, 전당대회, 나아가 다음 대선까지 송 전 대표가 차후 진행될 모든 선거의 변수가 됐다. 6월 치러지는 지방선거 및 재보궐선거가 첫 번째 관문이다. 복당 이후 송 전 대표는 자신의 지역구였던 계양을로 이사오면서 이곳에서 치러질 보선에 출사표를 던질 것이란 해석이 나왔다. 계양구는 송 대표의 정치적 고향으로, 지난 2000년 해당 지역에서 당선돼 16대 국회에 입성한 뒤 17·18·20·21대 총선까지 내리 승리했다. 이때 쌓은 조직력을 기반으로 2010 민선 5기 인천시장에도 당선됐다. 굴리는 주판알 인천 계양에 출마가 유력한 김남준 청와대 대변인과의 교통정리 여부가 변수다. 송 전 대표는 YTN과의 인터뷰서 김 전 대변인도 계양을 출마 의사를 밝힌 것에 대해 “당 지도부가 잘 판단하고 결정할 것”이라며 “지역구라는 게 정치인들이 마음대로 정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니고, 국민과 당원의 뜻이 중요하다. 당 지도부가 여러 가지를 검토해서 판단할 것”이라고 말했다. 대통령에게 지역구를 물려준 중진과 대통령의 최측근인 신인 정치인의 대결구도가 예상되는 만큼 시선은 지도부의 교통정리에 쏠렸다. 정 대표와의 신경전도 예상된다. 정 대표가 당 대표 연임에 도전할 것이란 관측이 우세한 가운데 송 전 대표가 국회에 입성하면 차기 당권을 노릴 것이란 관측이 나오면서다. 송 전 대표가 실제 당권에 도전할 경우 정 대표를 비롯해 ‘차출설’이 제기되는 김민석 총리와 함께 3파전 구도를 형성할 것으로 전망된다. 여론조사에서는 벌써 송 전 대표의 이름이 거론된다. 지난달 26일 <뉴스토마토>가 23일부터 24일까지 이틀간 만 18세 이상 전국 성인남녀 1034명을 대상으로 ‘민주당 8월 전당대회에서 다음 세 사람이 맞붙는다면, 누가 민주당을 이끌 차기 당대표로 적합하다고 보는지’를 묻는 말에 답변은 ▲정청래 대표 21.6% ▲송영길 전 대표 19.4% ▲김민석 국무총리 18.8%로 집계됐다.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0%이며 ARS(RDD) 무선전화 방식으로 진행됐다. 응답률은 1.8%로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그동안 정 대표는 강경 개혁파로서 외연 확장성이 부족하다는 게 단점으로 지적돼 왔다. 정 대표의 강경 노선이 지지층 결집에는 효과적이지만, 중도층과 무당층을 포섭해야 하는 전국 단위 선거에서는 한계를 보일 수밖에 없다는 우려가 제기된 것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 이 대통령과 비슷한 중도·실용주의적 성향인 송 전 대표는 민주 당원의 또다른 선택지가 될 수 있다. 이미 온라인 공간에서는 ‘뉴이재명’ 그룹이 송영길 역할론에 불을 지피면서 그의 존재감을 키워주는 상황이다. 거침없는 저격수 따라서 송 전 대표 본인이 나서지 않더라도 정 대표의 리더십에 불만을 가진 세력이 정청래 VS 송영길 구도를 만드는 등 당내 경선을 앞두고 판이 깔릴 가능성이 제기된다. 결국 모든 권력투쟁의 종착지가 그렇듯 그가 2027년 치러질 대통령 선거에까지 영향을 미칠지 이목이 쏠린다. 송 전 대표는 복귀와 동시에 활발한 활동을 이어갔다. 최근 친청(친 정청래)·친문으로 분류되는 김어준씨의 유튜브 채널 ‘뉴스공장’을 정면으로 비판하는가 하면, 코로나바이러스 백신을 두고 ‘대국민 사기’라며 문재인 전 대통령의 책임을 거론하기도 했다. 그는 한 라디오를 통해 ‘이재명 대통령 공소 취소 거래설’의 근원지인 ‘뉴스공장’을 향해 “괴물과 싸우다가 괴물이 되고 있는 건 아닌지 돌아보라”고 충고했다. 송 전 대표는 “(‘뉴스공장’에) 섭외를 받아도 안 나가고 싶다”며 “특정 언론 유튜브에 국회의원들이 줄 서서 알현하듯이 있는 모습이 좋은 건 아니다. 우리가 국민의힘에 대해서 고성국이나 전한길 비판하듯이 우리 스스로도 돌이켜볼 면이 있다”고 꼬집었다. 여기에 친명인 강득구 의원도 김씨의 방송에 출연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밝히면서 그에게 힘을 실었다. 강 의원은 “큰 틀에서 송 전 대표의 문제 제기에 뜻을 같이 한다”며 “(최근) 김씨는 김 총리의 미국 출장을 두고 ‘차기 주자 육성 프로그램처럼 보인다’고 해석했다. 해석은 자유이지만 다소 자의적인 판단이라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고 비판했다. 8월 전대 ‘정·송·김’ 3파전? 6월 지선·재보선 첫 번째 관문 코로나 백신 논란에 대해서는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 조국 대표가 참전하면서 사태를 키웠다. 조 대표는 “송 전 대표는 두 가지 음모론을 여전히 믿고 주장하고 있다. 첫째, 극우 변희재가 주장한 최순실 태블릿 PC 조작론. 둘째, 코로나 백신 국가적 사기론”이라고 지적했다. 앞서 송 전 대표는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최순실 태블릿PC 조작설’을 주장해 온 변희재씨와 손을 잡은 이유를 묻는 질문에 “(JTBC와 검찰, 특검이 태블릿 PC 조작을 통해 박근혜 탄핵 수사에 활용했다는 의혹이) 법률가인 제가 보기에도 일리 있는 주장이라 공감했다”고 밝힌 바 있다. 그는 ‘조 대표의 부산 출마’ 필요성을 언급한 송 전 대표를 비판했다. 조 대표는 “최근 송 전 대표께서 느닷없이 저와 혁신당을 향해 ‘호남 이삭줍기 말고 영남으로 가라’고 말씀하셨는데, 호남 출마자들이 어떻게 이삭이냐”며 “모욕과 폄훼”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혁신당 후보들은 지난 총선 시기에 송 전 대표가 손을 잡았던 극우 인사 변희재·최대집씨보다 훨씬 훌륭한 사람들”이라며 다시 한번 송 전 대표의 과거 행적을 거론했다. 광폭 행보를 보이는 송 전 대표는 ‘뉴이재명 바람’에 올라탔다. 지난 15일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이 개최한 ‘뉴이재명 토론회’ 현장에 나타나 지지자와 인사를 나눴다. 송 전 대표의 축사가 끝나자 지지자들은 연신 “송영길”을 외치기도 했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송 전 대표는 이 대통령이 쓸 수 있는 최고의 칼”이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송 전 대표와 이 대통령, 두 사람은 혁신과 쇄신을 강조하는 등 성격이 비슷하다”며 “정부·여당에 타격을 입히는 ‘당정 갈등설’을 부인하는 것도, 논란을 만드는 것도 정 대표다. 이정부의 성공을 바라는 지지층이 봤을 때 이 대통령이 어떤 의중을 전달할 때 정 대표가 아닌 송 전 대표의 입을 빌리는 편이 쉬울 수도 있다”고 예상했다. ‘쏘리재명’ ‘쏘리영길’ 그러면서 “뉴이재명은 송 전 대표에 대한 부채 의식이 있다. 3년 동안 옥살이를 하게 했다는 미안함과 이 대통령에게 지역구를 물려준 일 등, 송 전 대표의 희생정신을 높게 평가할 것”이라며 “이런 여론이 확산하면 앞으로 치러질 모든 당내 선거에서 송 전 대표가 승산이 있다고 계산해 어떤 방식이든 (출마를) 결심할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송영길 소나무당 어디로? 더불어민주당 송영길 전 대표가 지난 2024년 옥중 창당했던 소나무당이 해체했다. 송 전 대표는 무죄를 선고받자 “소나무당을 해산하고 더불어민주당으로 복당하겠다”고 말했다. 소나무당 시도당위원장 협의회(이하 협의회)는 입장문을 내고 송 전 대표의 결정을 받아들였다. 협의회는 “송영길 대표의 소나무당 해산 및 더불어민주당 복당 천명은 바로 그 위임에 따른 책임 있는 정치적 결단”이라며 “이는 개인의 정치적 유불리를 위한 선택이 아니라, 소나무당이 존재했던 이유와 역할을 다른 방식으로 완성해 나가겠다는 결정이라 우리는 이해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소나무당은 해산하지만, 이 과정에서 만들어진 정치적 신뢰와 연대의 경험은 각자의 자리에서 계속 이어질 것”이라며 “송 대표의 정치적 결단을 존중하며 그의 정치적 행보를 함께 지켜보고 응원하는 시민들과 새로운 방식의 역할을 모색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