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김용현 부정선거 믿는 이유

“극우가 유일한 돌파구였다”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과 윤석열 대통령의 공통점은 ‘부정선거 음모론’을 믿었다는 것이다. 군과 대통령실 안팎에서는 이들이 정치적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극우 세력의 지지가 필요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잇단 정책 드라이브가 야권에 막히면서 극단적 기로에 놓일 수밖에 없었다는 분석이다.

“임기 초부터 여소야대 상황서 야권과 대화보다는 강경 대응을 하다 보니 ‘자기 말이 무조건 옳다’는 인의 장막에 갇혔다.” 한 여권 중진 인사의 말이다. 이 인사를 포함해 많은 보수 인사들이 ‘부정선거 음모론’은 “정신 나간 소리”라고 강조한다. <일요시사>가 접촉한 정보기관 관계자들도 “근거 없는 헛소리”라고 일축했다.

처음엔…

윤석열 대통령은 12·3 불법 계엄 사태에 대한 탄핵 심판 변론 전략으로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이하 선관위)에 대한 국가정보원 보안 점검과 대통령실 검토 문건을 준비 중이다. 부정선거 음모론이 불법 계엄 선포 결정을 정당화시킬 수 있다는 판단이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대통령실은 지난 2023년 10월 선관위에 대한 국정원 보안 점검 관련 대면 보고에 대한 문건을 작성했다. 윤 대통령은 김규현 전 국정원장에게 보고받은 이후 선관위에 대한 전면적·공개적 조사가 필요하다고 생각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국정원은 일부 내용은 언론에 브리핑했지만, 이후 추가 사항을 2차례 이상 대통령실에 서면으로 보고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대통령실이 작성한 문건은 크게 ▲선관위 투·개표 시스템 해킹 취약점 ▲선관위에 대한 북한 해킹 사례 ▲선관위 보안 점검 비협조 등으로 구성된다. 선관위에 대한 엄정한 수사가 필요하다고 생각한 윤 대통령은 극우 세력이 주장하는 부정선거 가능성이 적지 않다고 판단했다고 한다.

<문화일보>가 단독 보도한 부정선거 관련 대통령실 문건에도 “국정원 조사 결과 투·개표 시스템을 해킹하면서 득표수를 변경하는 경우 등 선거 결과에 영향을 미치는 방법이 존재한다”며 “선거 결과의 변경에 이르지 않더라도 그런 시도 또는 관련 정보의 사전 유출로 인한 혼선 등 위험성이 있다”고 결론 내렸다.

선관위는 보도자료를 통해 “국정원의 점검 당시 서버를 포함해 보유 중인 모든 전산장비 6400여대에 대한 접근 권한을 국정원에 부여했었다. 국정원이 선거 시스템 관련 중요 전산장비를 선정해 310여대의 보안 점검을 했고, 실시되지 않은 장비는 선거 시스템과 관련이 적은 일상 업무 PC가 대부분이었다”고 반박했다.

임기 초부터 극우 유튜버와 어울려 음모론에 매몰
김규현 보고 듣고 ‘선관위 조사 필요’ 인식

검찰도 선관위를 수사한 바 있다. 서울중앙지검 정보기술범죄수사부는 2023년 시민단체의 고발로 배당돼 수원지검 안양지청으로 이송된 노태악 선관위원장에 대한 사건은 ‘혐의 없음’으로 종결했다. 당시 적용된 혐의는 업무상 배임 및 직무유기였는데, 검찰은 선관위 서버 및 노 위원장과 관련한 압수수색을 벌일 근거가 부족하다고 판단해 사건을 마무리했다.

그러자 윤 대통령은 검찰 수사 결과에 크게 불만을 나타낸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선관위에 영향력을 행사하려는 윤석열정부의 전방위 압박은 정권 초부터 시작됐다. 지난 2022년 감사원이 가장 먼저 움직였다. 하지만 감사 착수 1년 만에 감사원은 “선관위 자체 감사 내용이 주요 감사 초점을 대부분 반영하고 있어 추가적 감사의 필요성은 낮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이 사건 사정에 밝은 한 정보기관 관계자도 “선관위 직원들이 비협조적이었다는 것과 부정선거는 말도 안 되는 헛소리다. 소위 ‘매파’에서 강경하게 대응하다 보니 그런 얘기가 나온 것 같은데 국정원이 처음에 선관위 서버를 뚫으려고 할 때 워낙 철저하다 보니 선관위 직원들에게 ‘보안을 점검해야 하니 서버 방화벽을 잠시 오픈해 달라’고 한 이후 점검해 ‘취약한 부분이 일부 발견됐다’며 마무리됐던 사안”이라고 말했다.

부정선거 음모론에 동의하는 이들은 국정원이 점검한 기기가 전체의 5%라는 수치에 강박 관념을 가진다. 특히 4·10 총선 당시 사용한 국산 ‘전자개표기’에 문제가 있다고 주장한다. 총선 당시 제3자가 전자개표기를 해킹해 선거 집계 결과를 조작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게 음모론자들의 주장이다.

‘북한 해킹’ 사례 들며 사정기관 총동원
국정원·검찰조차 “근거나 가능성 없어”

지난 2020년 10월 키르기스스탄 총선서 벌어진 부정선거가 이들의 음모론에 더욱 힘을 실어주고 있다. 당시 잠정 개표서 여당과 친정부 성향 정당이 전체 의석의 90%를 차지했다는 게 밝혀지면서 키르기스스탄에선 부정선거 논란이 거세게 일었다.

정부 측 해커가 해킹을 통해 선거인명부를 빼거나, 유권자에게 돈을 주고 표를 사는 매표 행위를 진행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키르기스스탄 부정선거는 사실로 드러났다. 공교롭게도 키르기스스탄이 2020년 총선 때 사용한 ‘전자개표기’가 한국산이었다.

전자개표기만 해킹해선 선거 결과를 조작하는 게 불가능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전자분류기와 계수기는 말 그대로 분류와 계수의 역할만 담당하기 때문에 투표용지의 내용 자체를 조작할 수 없다. 선관위가 일일이 눈으로 확인하고 손으로 세는 수작업을 병행하기 때문이다.

한 정보보호 관련 전문가는 “분류기와 계수기는 인터넷과 분리돼있다. 실시간 해킹도 안 되고 프로그램까지 설치하려면 내부 인원이 도와야 한다”며 “참관하는 사람과 투표용지를 세는 사람까지 매수해야 하는 비용도 비용이지만 계획적으로 동시에 일어나야 한다. 해킹 가능성은 불가능에 가깝다”고 강조했다.

복수의 여권 인사들은 윤 대통령이 ‘인의 장막’에 갇혔다고 분석한다. 대통령실 내에서 ‘직언’을 하는 비서·행정관들을 제쳐두고 듣기 좋은 말만 하는 사람들로 구성한 게 그 방증이다.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 사단으로 불리는 ‘용현파’가 군 수뇌부를 채운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통제 불능

국민의힘 한 중진 인사는 “윤석열 캠프서부터 윤 대통령에게 ‘부정선거 음모론’을 주장하거나 극우에 매몰된 자들을 경계해야 한다고 직언한 사람들은 요직에 가지 못했다”며 “윤 대통령이 극우 유튜버들과 어울리면서부터 정권의 종말은 시작된 셈”이라고 평가했다.

<hounder@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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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입수> 노상원 수사 기록 ②부정선거에 꽂힌 내막

[단독 입수] 노상원 수사 기록 ②부정선거에 꽂힌 내막

[일요시사 취재1·정치팀] 오혁진·박희영·김철준 기자 = 12·3 내란 사태가 발생한 지 6개월이 지났다. 특검이 출범하면서 관련 수사도 발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현재까지 여러 언론을 통해 핵심 인물들의 수사 기록이 일부 보도됐다. 그러나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에 대한 내용은 구체적으로 언급된 바 없다. <일요시사>는 경찰 비상계엄 특별수사단의 ‘노상원 수사 기록’을 단독으로 입수해 공개하기로 했다. “부정선거 증거가 차고 넘치고 나중에는 드러날 것이다.” 노상원 전 국군정보사령관이 수사기관에 진술한 내용이다. 그가 윤석열 전 대통령과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처럼 부정선거 음모론에 꽂혀 있다는 걸 알 수 있는 대목이다. 노 전 사령관은 윤 전 대통령의 지지자들이 주최하는 집회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했다. 사실상 수년 전부터 망상에 빠져있었다고 볼 수 있다. 같은 생각 노 전 사령관이 윤 전 대통령 지지자들이 주도하는 부정선거 음모론 집회에 참여하기 시작한 건 2년 전부터로 추정된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노 전 사령관 수사 기록에 따르면 그는 부정선거 음모론 집회와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의 집회에 여러 차례 참여했다. 노 전 사령관이 전 목사와 개인적으로 알았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다만 노 전 사령관은 김 전 장관에게 집회에 참여할 때마다 당시 분위기와 참석자들이 윤 전 대통령을 어떻게 생각하는지에 대해 텔레그램으로 자신의 의견을 전달했다. 1년간 ‘극우 집회’를 분석한 노 전 사령관은 부정선거 음모론에 집착하기 시작했다. 그는 “문상호, 정성욱, 김봉규 등과 만날 때 주로 어떤 말을 했느냐”는 경찰 측의 질문에 “선관위를 얘기했는지는 잘 모르겠는데 선관위가 부정선거의 온상이라고 김용현 전 장관이 많이 말씀하셨다. 나에게도 여러 번 선관위의 부정선거에 대해 알아보라고 지시했고 네이버로 찾아도 봤다”고 말했다. “부정선거를 주로 누구에게서 들었냐”는 경찰 측의 질문에는 “관련 집회에 여러 번 참여하면서 들었고 특정 인물이 누구인지 실명을 거명하긴 그렇다. 나도 김 전 장관에게 보고를 해야 해서 스스로 공부도 많이 했다. 여론조사 조작이나 선거 부정은 합리적인 근거가 있다”고 했다. 전 주도 윤 지지자 극우 집회 직접 참석 김과 텔레그램으로 부정선거 자료 공유 노 전 사령관은 부정선거의 근거로 “선관위 산하에 여론조사심의위원회가 있다. 여론조사기관은 여론조사심의위에 등록해야 한다. 여론조사기관의 갑이다. 여론조사심의위원회는 9명으로 위원장 이대영 사무총장과 강성봉 등이고 그 밑에 쭉 있는데 7명이 진보 계열 인물이다. 여론조사기관이 편향되어 있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고 주장했다. 노 전 사령관은 부정선거 음모론자들이 주장하는 임시선거사무소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는 “네이버에 검색하면 다 나오는데 2021년 국회의원 선거 때 동작구 선거사무소가 있는데 옆을 임대해서 임시선거사무소를 만들었었다. 언론에 나오니까 발뺌했었고 김 전 장관에게 보고하자 김 전 장관이 더 많은 자료를 보내 줬었다”고 했다. 노 전 사령관은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이하 선관위)의 부정선거가 확실하다며 “결국에는 다 까질 것이다. 전산은 한 번 까지면 되돌릴 수가 없다. 폭파하거나 고물상에 갖다 버리지 않는다면 전산은 결국 까진다. 북한이 쳐들어온 것도 아니고 서울 상공에 포를 쏜 것도 아니지만 윤석열 전 대통령께서는 선관위의 부정선거가 확실하다고 생각하시고 정국이 전시에 준하는 사태라고 민감한 상황이라고 보신 것 같다. 그런 상황이 아닌데도 그렇게 행동한 건 그만큼 절박했기 때문이라고 본다. 2시간짜리 호소였다. 만약 국회 결정을 윤 전 대통령께서 받아들이지 않았다면 유혈사태가 났을 것”이라고 윤 전 대통령을 옹호했다. 노 전 사령관은 지난해 12월 초, 선관위가 서버 교체를 검토했다가 교체하려 했던 것을 두고 “윤 전 대통령께서 어디에선가 확실하고 핵심적인 정보를 들으셨을 것 같다. 서버 조작이 있었기에 그 서버를 우리가 확보하려 할 때 선관위 측이 폭파했을 수도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의 군검찰·검찰 피의자 신문조서를 보면 윤 전 대통령은 지난해 8월 초 ‘정보사 군무원 간첩 사건 수사 결과’를 보고받는 자리에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대표였던 이재명 대통령을 포함한 정치인 등 인물들에 대해 “비상대권을 사용해 이 사람들에 대해 조치를 해야 한다”며 “현재의 사법체계, 형사소송법, 방탄국회 및 재판지연 아래에선 이런 사람들을 어떻게 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재명 조치’ ‘2시간짜리 계엄’ 겹치는 윤·노 발언 "서버 확보하려 했다면 선관위가 폭파했을 것” 주장 윤 전 대통령이 “비상대권을 사용한 조치”를 언급한 건 한두 번이 아니다. 그만큼 이 대통령과 자신의 의견을 거스르는 인물들에 대한 복수심이 극에 달했던 것으로 해석된다. 이는 노 전 사령관도 마찬가지다. 노 전 사령관은 경찰에 “김용군(대령)과 구삼회 등에게 ‘이재명은 죄가 7개인데 봐주고 지연시키고 구속도 안 되고 당 대표까지 하는데 더불어민주당이 감사원장, 중앙지검장, 판사 등을 모두 탄핵하려고 하는 게 과연 올바른 세상이냐’고 한 적이 있다”고 진술했다. 윤 전 대통령과 노 전 사령관이 언급한 말이 일치하는 건 이뿐만이 아니다. 윤 전 대통령은 지난해 12월12일 “국정원 직원이 해커로서 해킹을 시도하자 얼마든지 데이터 조작이 가능했고 비밀번호도 아주 단순해 ‘12345’ 같은 식이었다”고 주장한 바 있다. 노 전 사령관도 “선관위가 헌법기관인데 스스로 깨끗해야 하거나 아무런 문제가 없어야 하는데 황제·세자 채용 등 문제가 나왔다. 각종 할 수 있는 최악의 것은 다 저질렀다. 그리고 전산 해킹이 언급될 때 서버 본체를 보여준 것도 아니고 일부 샘플만 살짝 보여줬는데 얼마든지 전산 조작이 가능하고 해킹에 얼마나 취약하면 비밀번호가 ‘1234’냐. 이미 그런 게 다 나왔다. 그렇게 떳떳하면 왜 본체를 못 열어주나”고 말했다. 그러나 조태용 국정원장은 같은 해 12월 검찰 조사에서 “선관위 시스템에 보안상 취약점이 발견됐지만, 부정선거에 관한 단서는 전혀 포착하지 못했다”는 내용으로 보고했다고 진술했다. 일각에서는 노 전 사령관이 윤 전 대통령과 직접 비화폰으로 연락을 주고받았을 것이라는 보고 있다. 실제 노 전 사령관도 지난해 12월2일 자신의 지인에게 윤 전 대통령과의 친분을 과시했다. 노 전 사령관은 당시 “나 같은 경우는 브이(V, 윤 전 대통령 지칭)하고 이렇게 좀 도와드리고 있다. 원래 한 4~5년, 3~4년 전에 알았다뿐이고 그래서 이제 뭐 이렇게 여러 가지로 좀 도와드리고 있다. 비선으로”라고 했다. 친분 과시 노 전 사령관은 안산 ‘롯데리아 회동’에 참석했던 구삼회 전 육군 2기갑여단장에게도 “며칠 전에는 김용현과 함께 대통령도 만났다. 갈 때마다 대통령이 나한테만 거수경례를 하면서 ‘사령관님 오셨습니까’라고 한다. 내가 이런 사람이다. 대통령과 장관 같이 만난다. 나는 벌써 여러 번 만났다”고 했다. <hounder@ilyosisa.co.kr> <hypak28@ilyosisa.co.kr> <kcj512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