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보 없는 여의도 풍항계

지금 부는 바람이 순풍? 역풍?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여의도가 심상치 않다. 졸지에 ‘내란 수괴 옹호당’이란 꼬리표를 단 국민의힘이지만 어째서인지 더불어민주당의 뒤를 바싹 쫓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이 전광판 대신 유튜브를 택한 덕분일까? 여야 앞에 역풍과 순풍이 번갈아 들이닥치며 모두가 망망대해를 떠돌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탄핵 열차가 좀처럼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오락가락 공수처+윤석열 대통령 지지율 회복+내란죄 철회 등이 연속적으로 일어나 동력이 떨어졌다는 평이다. 민주당은 열차의 액셀을 밟을 수도, 시동을 끌 수도 없는 처지다.

넘지 못한
권력의 벽

지난해 겨울부터 시작된 탄핵 정국 내내 기세는 야당의 편이었다. 윤 대통령에 대한 체포영장이 청구됐을 때 정점을 찍나 싶더니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가 빈손으로 한남동 관저를 빠져나오면서 조금씩 꺾이기 시작했다.

앞서 지난 3일 공수처는 윤 대통령 체포영장과 대통령 관저 수색영장 집행을 시도했지만 대통령경호처 등에 막혀 약 6시간 만에 철수했다. 이날 한남동 관저 앞에 모인 탄핵 반대 시위대와 보수 단체는 공수처가 물러서자 환호하며 기뻐했다. “우리의 힘으로 대통령을 지켰다”는 생각에 결집력이 강해지는 계기가 마련된 것이다.

오동운 공수처장은 영장 집행이 무산된 데 대해 “집행 과정서 예측하지 못한 부분이 많이 발생했고 결과적으로 실패했다”며 “책임을 통감한다”고 고개를 숙였다.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한 상황서 서울서부지방법원이 발부한 1차 영장까지 만료됐고 결국 지난 7일 체포 영장을 재발부받았다.


공수처는 “2차 집행이 마지막이라는 비상한 각오”라며 신병 확보 의지를 다졌다.

윤 대통령에 대한 수사가 제대로 꼬였다. 경호처 뒤에 숨은 채 체포영장에 불응하는 윤 대통령도 문제지만, 일각에서는 공수처가 수사를 무리해서 밀어붙였기 때문에 이 사달이 났다며 비판의 목소리를 내기도 했다. 윤 대통령 체포 영장 집행을 경찰 국가수사본부(이하 국수본)에 넘기려다 반발에 부딪혀 곧바로 철회한 것 역시 불신을 키웠다는 지적이다.

이 같은 우려는 공수처가 자처한 윤 대통령에 대한 수사 초기부터 제기됐다. 수사 역량이 부족했을뿐더러 지난 4년 동안 공소 제기한 사건이 4건에 그치는 등 경험이 많지 않다. 무엇보다 차장을 포함한 검사가 15명에 불과해 현직 대통령이 연루된 대형 수사에 적합하지 않다는 지적도 나왔다.

화살은 민주당에 향했다. 문재인정부 시절 공수처가 처음 꾸려졌을 때 국민의힘은 “검찰의 힘을 빼겠다며 만든 조직”이라고 비판했다. 그런 공수처가 갈피를 못 잡자 “무능한 조직”이라는 프레임이 덧씌워졌고 아예 공수처를 폐지하라는 주장까지 나왔다.

윤 대통령에 대한 체포가 불투명해지자 국민의힘은 민주당과 공수처를 싸잡아 비판했다. 국민의힘 권영세 비상대책위원장(이하 비대위원장)은 민주당을 향해 “민주당 이재명 대표 공직선거법 위반 2심 판결 전 조기 대선을 치르겠다는 목표하에 정부·여당에 일방적 내란 프레임을 씌우고 법치 파괴행위를 불사하며 속도전을 내고 있다”고 날을 세웠다.

“욕심내다 결국…” 공수처 헛발질
지켜보던 보수 환호…지지율 급등

공수처를 향해서는 “내란죄 수사에 대한 법적 근거가 없는데도, 무리하게 영장을 발부받아 집행을 강행하려고 한다”며 “현재 정국을 자신들 지위를 공고하게 하기 위한 수단으로 활용하며 사법체계 공정성을 크게 흔들고 있다”고 비판했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이하 민변)’도 실망감을 내비쳤다. 민변은 입장문을 통해 “공수처는 체포영장 집행 과정서 너무나 무책임하고 무능하며 기회주의적인 모습을 보였다. 실제 수사 역량이 부족했다면 법치주의 실현을 위한 강한 의지와 결기라도 보여줬어야 하지만 그러지 못했다”며 “공수처는 이제라도 좌고우면하지 말고 국민의 뜻을 받들어 조직의 명운을 걸고 신병 확보에 매진하라”고 밝혔다.

윤 대통령 체포가 무산으로 돌아간 건 물리적 한계로 이해할 수 있다지만, 여당 지지율이 비상계엄 선포 이전만큼 회복한 건 이례적이라는 평이다. 여기에 윤 대통령에 대한 국정운영 지지율이 40%까지 올랐다는 보도가 나오면서 보수 지지자들이 더욱 결집하는 양상을 띠었다.

리얼미터가 <에너지경제신문> 의뢰로 지난 2~3일 이틀간 전국 18세 이상 유권자 1001명을 대상으로 한 정당 지지도 조사에 따르면 ▲국민의힘 34.4% ▲민주당 45.2%로 집계됐다.

같은 업체서 조사한 결과 비상계엄 발생 직전 국민의힘 지지율은 32.3%였다. 이후 지난해 12월1주차에 26.2%로 급격히 떨어졌다가 차례대로 ▲25.7% ▲29.7% ▲30.6% 등을 나타냈다. 비상계엄 해제 이후 더디지만 점차 회복세에 오른 것이다.

해당 여론조사에 대한 표본 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3.1%p다. 조사는 무선(97%)·유선(3%) 자동응답 방식, 무작위 생성 표집틀을 통한 임의 전화걸기 방식으로 진행됐으며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의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윤 대통령 탄핵안 가결 이후 야당의 주도로 한덕수 전 권한대행에 대한 탄핵이 잇달아 일어났다. 다음 타자인 최상목 권한대행을 향해서도 으름장을 놓자 보수 지지자들은 “야당이 국정 혼란을 야기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지지율
왜 올라?

“‘그래도’ 이재명은 안 된다”는 현수막이 동네 곳곳에 걸린 것도 비슷한 시점이다. 지난 2일 윤 대통령은 관저 앞에 모인 지지자들을 향해 “여러분과 함께 이 나라를 지키기 위해 끝까지 싸울 것”이라는 서면 메시지를 발표했다. 포기하지 않겠다는 윤 대통령의 자신감과 야당의 연쇄 탄핵안이 결합해 여당 지지율이 오르는 원인이 됐다는 해석이다.

윤 대통령의 지지율이 40%까지 급등한 것에 대해서는 여당도 고개를 갸웃했다. <아시아투데이>가 한국여론평판연구소(KOPRA)에 의뢰해 지난 3~4일 이틀 간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조사에서 윤 대통령에 대한 지지율은 40%(‘매우 지지한다’ 31%, ‘지지하는 편이다’ 9%)로 집계됐다.

해당 여론조사는 무선 RDD를 이용한 ARS 조사 방식으로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p다. 응답률은 4.7%이며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비상계엄 선포 이후 10%대로 추락한 지지율이 한 달 새 회복한 것도 모자라 임기 초반에 가까운 숫자로 나타난 것이다. 지지율이 눈에 띄게 오르자 야당은 “편향된 조사”라며 의혹을 제기했다. 국민의힘은 예상치 못한 수치에 당황스러운 눈치다. 구태여 말을 얹지 않았지만 먼저 나서서 이야기를 꺼내지도 않고 있다.

대표적인 반윤(반 윤석열)인 국민의힘 중진 유승민 전 의원만이 한 라디오를 통해 “국민의힘이 착각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유 전 의원은 “저 여론조사가 진실이라면 계엄 한 번 더 하면 지지율이 올라가냐”며 “윤 대통령의 잘못을 엄호하고 윤 대통령을 지지하는 국민들만 보고 정치를 하면 앞으로 모든 선거서 판판이 질 것”이라고 질책했다


40%라는 숫자가 나온 데에는 여론조사 문항이 편파적이었기 때문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총 10개 문항으로 이루어진 해당 여론조사에서는 윤 대통령의 지지도와 정당 지지도를 물은 뒤 3번 문항부터 “윤 대통령 체포영장에 대한 불법 논란에도 불구하고 공수처가 현직 대통령을 강제 연행하는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중앙선관위서 부정선거 의혹을 제기하는 행위에 대해 처벌하는 법안을 발의하는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등의 질문이 이어졌다.

한 야당 관계자는 “응답 도중 중도·진보층은 중간에 대거 이탈 했을 것이다. 윤 대통령을 지지하는 극우 세력만 끝까지 남아 성실하게 답변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치권에서는 다소 신뢰가 떨어지는 여론조사로 보고 있지만 윤 대통령을 지지하는 이들에게는 좋은 동기 부여가 됐다.

민주당
자충수?

민주당이 쏘아 올린 ‘내란죄 철회’ 수습도 갈 길이 멀어 보인다. 윤 대통령의 탄핵소추 사유서 내란 행위를 형법 대신 헌법 위반으로 재구성해 심판대에 올리겠다는 민주당과 이에 맞선 윤 대통령 측의 공방이 장기화하고 있다.

국민의힘은 탄핵소추안을 재의결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윤 대통령의 법률대리인단 역시 “탄핵소추 사유서 내란죄를 철회한다는 것은 단순히 2가지 소추 사유 중 1가지가 철회되는 것이 아니라 무려 80%에 해당하는 탄핵소추서의 내용이 철회되는 것”이라며 각하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민주당은 기존 탄핵소추안에 명시된 내란죄 중 형사법적 위반 부분을 빼고 헌법 심판에 맞게 ‘재구성’하겠다는 방침이다. 따라서 탄핵소추의결서에 나오는 내란 행위는 조사 대상에 포함되고, 이에 따라 민주당이 주장하는 “내란 사유를 단 한 줄도 빼지 않았다”는 주장도 들어맞는다.

민주당의 설명에도 불구하고 “내란죄가 성립이 안 되니 이제와서 탄핵 사유를 고친 게 아니냐” 등의 의구심은 여전히 전파되고 있다.

탄핵 심판 변론일이 다가오면서 국회와 윤 대통령 측도 내란죄 철회를 놓고 치열한 논쟁을 벌이고 있다. 종국에는 야당이 여론전서 밀릴 수 있는 불리한 구도에 몰렸다. 이를 깨트리기 위해서는 탄핵안서 내란죄를 ‘삭제’한 것이 아닌 재구성했다는 부분을 여러 차례 부각하는 수밖에 없다.

여당의 강경 대응이 이어지는 모습을 보자니 7년 전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당시와 다르게 흘러가는 듯하다. 당시 여당이던 새누리당은 속수무책 끌려다녔지만 두 번째 탄핵 정국을 맞닥트린 국민의힘은 “당하고만 있지 않겠다”며 맞서 싸우는 편을 택했다.

탄핵소추안 표결 때도 국민의힘은 부결을 당론으로 택했다. 분열하기는커녕 가결파를 ‘배신자’로 낙인찍고 이른바 ‘쌍권(권영세·권성동)’ 체제로 빠르게 단일대오를 이뤘다.

대통령의 태도도 다르다. 박 전 대통령과 윤 대통령 모두 관저에 숨었다는 점은 같지만 소극적인 태도를 보인 박 전 대통령과 달리 윤 대통령은 주변 사람들의 입을 통해 자신의 입장을 확고히 하고 있다.

야당 내란죄 철회·최 탄핵 딜레마
액셀에 발 올리고 잠시 숨 고르기

예상을 빗나간 모습에 민주당도 완급 조절에 나섰다. 먼저 민주당은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에 대한 탄핵이 아닌 고발을 택하면서 숨 고르기에 나섰다.

지난 7일 민주당은 최 권한대행을 직무유기 혐의로 경찰청 국가수사본부에 고발했다. 민주당은 ▲내란 상설특검 후보자 추천 의뢰 미시행 ▲마은혁 헌법재판관 후보자·마용주 대법관 후보자 임명 연기 ▲대통령경호처를 통한 윤 대통령 체포 영장 집행 방해·방관 등을 직무유기 사유로 제시했다.

민주당이 한 단계 수위를 낮춰 고발을 택한 배경에는 한 전 권한대행에 이어 최 권한대행까지 탄핵 절차를 밟으면 국정 혼란이 초래될 수 있다는 우려를 의식한 것으로 풀이된다. 비상계엄 선포로 정치·외교·안보·경제를 불안에 몰아넣은 것은 윤 대통령이지만, 민주당이 수습 대신 혼란을 가중한다면 역시나 책임이 따를 것이란 점에서다.

민주당은 국무위원 추가 탄핵에 대해 말을 아끼고 있다.

민주당 박지원 의원은 “최 권한대행이 헌법재판관 2명을 임명해 8인 체제로 만들어준 것은 인정해야 한다”며 “최 권한대행에게 굉장한 불만을 갖고 있고, 나도 SNS를 통해 비열한 태도를 비난했지만, 민주당서 최 권한대행의 탄핵을 얘기하는 건 성급하다”고 평가했다.

다만 언제든지 탄핵을 추진할 여지는 남겨뒀다.

민주당 추미애 의원은 지난 6일 중진 의원 간담회서 “주권자인 국민은 내란범이 침탈한 주권 회복을 위해 눈비를 맞으며 밤을 새우고 있는데, 수습해야 할 최종 책임자인 최 권한대행은 대통령 놀이만 해서 되겠나”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국회는 국정 정상화를 위해 최 권한대행에 대해서 형사고발뿐만 아니라 탄핵이라는 국회가 가진 국정 정상화를 위한 마지막 수단까지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대로 당하지 않겠다는 여당과 내란 수괴 혐의자를 심판하기 위한 야당의 힘겨루기가 이어지면서 여의도 정가도 하루에 몇 번씩 뒤집히는 추세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국민의힘이 저렇게 자신 있는 이유는 국민 10명 중 3명만 윤 대통령을 지지해도 승산이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탄핵됐을 때 보수가 완전히 무너졌다고 생각했지만 결국 또 정권을 잡지 않았나”라고 말했다.

입으로 흥해
입으로 망해

이 모든 사태의 장본인인 윤 대통령의 입이 주목받고 있다. 그의 말 한마디에 보수는 환호하고 야당은 분노했다.

여론이 윤 대통령 쪽으로 기운다고 하더라도 결국 7:3이다. 분노의 파도가 걷잡을 수 없이 커진다면 종국에는 남은 세 명의 목소리 정도는 거뜬히 집어삼킬 것이란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야권발 대통령 도주설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체포영장이 재발부되던 날 느닷없이 ‘윤석열 도주설’이 일파만파 퍼졌다.

해당 의혹은 윤 대통령이 한남동 관저에 칩거하던 초기부터 꾸준히 제기됐지만 오동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장이 대통령 도주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 “여러 가능성에 대해 생각하고 있다”고 답해 논란이 커졌다.

관저 앞을 에워싼 탄핵 찬성 지지자는 물론 보수 단체까지 분노를 드러냈다.

탄핵 반대 시위의 경우 “이 추운 날 이제까지 아무도 없는 텅 빈 관저를 지키고 있던 거냐” 등 실망감이 컸던 것으로 보인다.

다만 다수의 언론 보도를 통해 관저 입구 쪽에서 윤 대통령으로 추정되는 인물이 포착돼 대통령 도피설은 일단락 됐다. <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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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우로 열린 윤영호 게이트

좌우로 열린 윤영호 게이트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통일교(세계평화통일가정연합)를 둘러싼 정치권 로비·금품 제공 의혹을 규명하기 위한 이른바 ‘통일교 특검’이 본궤도에 올랐다. 여야는 통일교의 정치권 금품 지원 의혹 수사를 위한 특별검사법을 각자 발의한 뒤 협의를 이어가기로 했다. 더불어민주당 김병기 원내대표·문진석 원내운영수석부대표와 국민의힘 송언석 원내대표·김은혜 원내정책수석부대표는 지난 22일 국회에서 만나 이같이 합의했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31일 “2차 종합특검, 통일교·신천지 특검(법의 국회 통과)을 설(내년 2월17일) 연휴 전에 반드시 마무리짓겠다”고 밝혔다. 정치인 줄줄이 특검 수사의 초점은 정치인 개개인의 비위 여부를 넘어, 통일교가 어떻게 조직적으로 정치권에 접근해 정책·인사·사업에 영향력을 행사했는지를 살펴볼 예정이다. 그 과정에서 불법 정치자금이나 뇌물 제공이 있었는지 여부도 핵심이다. 수사선상에는 통일교 지도부와 핵심 실무 라인은 물론, 여야를 가리지 않고 실명이 거론된 정치권 인사들이 포진해 있다. ‘종교의 이름’으로 포장된 정치 로비의 실체가 드러날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특검은 출범과 동시에 통일교 내부 자금 흐름과 의사결정 구조를 정밀 추적하고 있다. 수사의 출발점은 통일교 고위 간부였던 윤영호 전 세계본부장의 진술과 관련된 자료다. 윤 전 본부장은 검찰·경찰 조사 과정에서 “정치권 인사들에게 현금과 고가 물품이 전달됐다”는 취지의 진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검은 이 진술의 신빙성을 가리기 위해 통일교 본부 및 산하 단체 회계, 자금 집행 내역, 내부 문건을 대거 확보해 분석 중이다. 통일교 측은 “조직 차원의 불법 지시는 없었다”며 일부 인사의 개인적 일탈 가능성을 시사하고 있으나, 특검은 지도부 보고·승인이 있었는지 여부를 핵심 쟁점으로 보고 있다. 이번 특검이 주목받는 이유는 수사의 외연이 정치권 전반으로 확장되고 있기 때문이다. 언론 보도와 수사 과정에서 민주당과 국민의힘 소속 전·현직 의원, 광역단체장, 정부 인사들의 이름이 잇따라 등장했다. 민주당에서는 전재수 전 해양수산부 장관, 임종성 전 의원, 강선우 의원, 노영민 전 대통령비서실장 등의 이름이 언론 보도에서 거론됐다. 국민의힘 계열에서는 권성동 의원, 김규환 전 의원 등이 수사 관련 기사에 등장했다. 이들 대부분은 “금품을 받은 사실이 없다”거나 “통일교와의 접촉은 공식 행사 차원이었다”며 의혹을 부인하고 있다. 특검은 진술과 물증을 대조해 사실관계를 가려내겠다는 입장이다. 민주당 계열에서 가장 먼저 거론된 인물은 전 전 장관이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그는 2018년 전후 통일교 고위 인사로부터 현금 또는 고가 물품을 받았다는 취지의 진술이 수사 과정에서 나왔다. 여야 각자 특검법 발의 후 협의키로 여야 막론 정교 유착 전모 밝혀지나 해당 의혹은 윤 전 본부장의 진술을 통해 처음 알려졌고, 이후 경찰과 특검이 사실관계를 확인 중이라는 보도가 이어졌다. 핵심 쟁점은 실제 금품 전달 여부와 함께, 당시 전 전 장관의 직무와 관련된 대가성이 있었는지 여부다. 전 전 장관은 관련 보도 직후부터 “금품을 받은 사실이 없다”며 의혹을 부인해 오고 있다. 같은 당의 임 전 의원 역시 통일교 정치권 로비 의혹 명단에서 빠지지 않고 등장한다. 그의 경우 구체적인 금액이나 전달 시점이 특정되지는 않았지만, 통일교 측이 “여야 정치인 다수에게 자금을 전달했다”는 취지로 진술하는 과정에서 실명이 언급됐다는 보도가 나왔다. 일부 매체는 특검이 임 전 의원을 포함한 인사들에 대해 소환 조사 가능성을 검토 중이라고 보도했다. 쟁점은 통일교와의 관계가 단순한 접촉 수준이었는지, 아니면 정치자금법 위반에 해당하는 금품수수로 이어졌는지다. 임 전 의원 역시 불법 자금 수수 의혹을 부인하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보도됐다. 강 의원은 금품수수보다는 ‘접촉·관리 대상’ 의혹으로 이름이 거론됐다. 보도된 통일교 관계자 간 통화 녹취 또는 내부 언급에서 강 의원의 이름이 등장했다는 내용이 전해지면서다. 해당 보도들은 통일교 측이 정치권 인사들을 분류·관리하며 접근 전략을 세웠다는 의혹을 전하는 맥락에서 강 의원을 언급했다. 현재까지 강 의원과 관련해 현금이나 물품 제공 정황이 확인됐다는 보도는 없다. 그는 통일교와의 부적절한 관계를 전면 부인했다. 노 전 실장 역시 통일교 인사 간 통화 녹취 또는 내부 문건에서 이름이 언급됐다는 언론 보도로 연관 의혹이 제기됐다. 그의 경우도 금품수수 의혹보다는, 통일교가 ‘영향력 있는 정치·권력 인사’로 인식하고 접촉을 시도했는지 여부가 쟁점이다. 노 전 실장 측은 통일교와의 불법적 관계나 금품수수는 없었다는 취지로 해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국민의힘 계열에서는 권 의원이 통일교 특검 국면에서 가장 무겁게 거론된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통일교 측이 권 의원에게 정치자금 또는 현금 성격의 자금을 제공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이와 관련해 정치자금법 위반 여부를 들여다보는 수사가 진행 중이라는 보도가 나왔다. 일부 매체는 압수수색이나 계좌 추적 가능성까지 언급했다. 권력 과시 여야 통일? 쟁점은 자금이 실제로 전달됐는지, 전달됐다면 정치자금으로 신고됐는지, 그리고 대가성이 있었는지 여부다. 권 의원 측은 의혹에 대해 전면 부인하고 있다. 김 전 의원은 통일교 측이 관리·접촉 대상으로 삼았던 정치인 명단 관련 보도에서 이름이 등장했다. 그의 경우도 구체적인 금품 전달 사실이 확인됐다는 보도보다는, 통일교 내부에서 ‘정치권 접점 인사’로 분류됐다는 정황이 언론을 통해 전해졌다. 수사기관은 통일교 자금과의 실질적 연결 여부를 들여다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으며, 김 전 의원 역시 불법 자금 수수 의혹을 부인했다. 이들 사례를 시기별로 정리하면 공통적인 흐름이 드러난다. 2018년 전후 통일교 내부에서 정치권 로비를 담당하는 실무·재정 라인이 가동됐다는 진술이 나오고, 2022년 이후 통일교 지도부 관련 사건이 불거지면서 과거 정치권 접촉 내역이 재조명됐다. 2024~2025년에는 경찰 수사와 특검 출범을 계기로 통일교 고위 인사 진술, 녹취, 내부 문건 일부가 언론에 공개되며 정치인 실명 보도가 잇따랐다. 의혹의 유형을 나누면 세 가지로 첫째, 전재수·권성동처럼 현금 또는 정치자금 성격을 띤 자금 제공 의혹이 직접 제기된 경우다. 둘째, 임종성처럼 통일교 측 진술에서 ‘자금 전달 대상’으로 언급됐으나 구체성이 아직 부족한 경우다. 셋째, 강선우·노영민·김규환처럼 통일교 내부 녹취나 문건에서 ‘접촉·관리 대상’으로 거론된 경우다. 특검은 이 세 유형을 종합해 통일교의 정치권 접근이 우발적이었는지, 아니면 계획적·조직적이었는지를 판단하려는 것으로 알려졌다. 향후 특검의 법적 판단은 몇 가지 체크 리스트에 따라 갈릴 가능성이 크다. 통일교 자금 또는 물품이 실제로 정치인 또는 그 측근에게 전달됐는지에 대한 물증(계좌 흐름, 현금 출처, 구매 내역)이 확보되는지 여부다. 줬다는데 안 받았다 또 해당 정치인의 직무와 관련된 청탁이나 편의 제공 요구가 있었는지, 즉 대가성이 입증되는지다. 이어 자금이 개인 차원의 일탈이 아니라 통일교 지도부 또는 조직의 승인·묵인 아래 이뤄졌는지 여부다. 또 정치자금으로 볼 경우 신고 누락이 있었는지, 뇌물로 볼 경우, 공소시효와 구성요건을 충족하는지 여부다. 현재까지 통일교 특검에서 거론된 정치인들과 관련한 보도는 모두 ‘의혹 제기’ 또는 ‘수사 진행 상황’에 머물러 있다. 그러나 특검이 이 사안을 개별 정치인의 문제로 보지 않고, 종교단체가 정치권을 상대로 벌인 장기적 로비 구조로 규정하고 있다는 점에서, 추가 소환과 기소 여부에 따라 파장은 더욱 커질 가능성이 크다. 통일교 특검이 향하는 끝이 어디인지, 그리고 정치권 전반의 신뢰 문제로까지 이어질지 귀추가 주목된다. 특검 수사의 또 다른 축은 대통령 배우자인 김건희씨를 둘러싼 고가 선물 수수 의혹이다. 통일교 측이 명품 가방과 귀금속 등을 전달하며 각종 편의를 기대했다는 의혹이다. 이 사안은 정치인 대상 로비와는 별도의 트랙에서 수사가 진행되고 있다. 다만 특검은 통일교 지도부가 동일한 자금·조직 라인을 활용했는지 여부를 들여다보며, 두 사건을 구조적으로 연결해 보고 있다. 특검이 들여다보는 ‘로비 방식’은 전통적인 봉투 전달에 국한되지 않는다. 통일교 및 연계 단체들은 국제회의, 평화 포럼, ‘평화대사’ 위촉 행사 등을 통해 정치인과의 접점을 넓혀 왔다. 문제는 이 같은 공식 행사 뒤편에서 현금·물품 제공이나 정치적 대가성 요구가 있었는지다. 특검은 행사 전후 일정, 면담 기록, 수행 인력 동선, 통신 기록 등을 종합 분석해 접촉의 성격을 규명하고 있다. 특히 정치자금법상 신고되지 않은 후원이거나, 직무 관련성이 인정될 경우 청탁금지법·뇌물죄 적용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정치권의 반응은 엇갈린다. 여야 모두 ‘성역 없는 수사’를 강조하면서도, 내부적으로는 파장 관리에 고심하는 기류가 역력하다. 하나같이 “접촉은 공식 행사 차원” 레퍼토리 반복···한 입서 나온 증언 민주당 윤건영 의원은 “불법이 있다면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책임을 물어야 한다”며 원칙론을 내세웠다. 여권과 야권 일각에서는 “특검이 정치적 의도를 갖고 있는 것 아니냐”는 경계론도 제기된다. 그러나 특검 수사 대상이 여야를 가리지 않고 확대되면서, ‘편파 수사’ 논란은 힘을 잃는 분위기다. 법조계에서는 이번 특검의 성패가 ‘대가성 입증’에 달렸다는 분석이 나온다. 단순한 친분 관계나 종교 행사 참석만으로는 처벌이 어렵고, 금품 제공과 구체적 직무 행위 사이의 인과관계가 입증돼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정치자금법 위반의 경우 공소시효 문제도 변수로 작용한다. 특검이 초기부터 강제수사에 나선 배경에는 이 같은 시간적 제약이 깔려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통일교 특검은 한국 정치사에서 반복돼온 ‘종교-정치 유착’ 문제를 다시 수면 위로 끌어올렸다. 종교의 자유와 정치의 독립성이라는 헌법적 가치가 어디에서 충돌하는지, 그 경계선을 명확히 그을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수사가 개인 처벌에 그칠지, 아니면 제도 개선으로 이어질지는 아직 미지수다. 다만 통일교 특검이 던진 질문은 “정치가 누구의 돈과 조직에 의해 움직였느냐?”다. 특검의 칼끝이 어디까지 향할지, 그 결과가 한국 정치의 신뢰회복으로 이어질 수 있을지 주목된다. 한편, 핵심 피고인·피의자로는 통일교 지도부(한학자 총재)와 통일교 고위 간부(윤영호 전 세계본부장) 등이 거론된다. 한 언론은 특별검사팀 발표를 인용해 한 총재가 통일교 자금의 유용 및 증거인멸 지시, 정치자금법 위반·뇌물 등 혐의로 기소됐고, 김건희(전 영부인)씨 및 권 의원(국민의힘) 등에게 전달된 것으로 의심되는 금품·자금이 수사의 초점이라고 전했다. 특히 보도에 따르면, 통일교 측은 2022년 1월 권 의원에게 1억원을 제공했다는 의혹, 2022년 7월 김씨에게 명품 등을 제공했다는 의혹 등이 ‘수사기관 주장’으로 적시돼있으며, 당사자들은 부인 취지 입장을 밝혀왔다. 로비 자금의 ‘규모’ 논란을 키운 장면은 통일교 핵심 시설(가평 천정궁) 압수수색 과정에서 거액 현금이 발견됐다는 보도였다. <MBC>는 특검 압수수색 당시 한학자 총재 개인 금고에서 외화 포함 약 280억원 상당 현금이 확인됐다며, 이 돈이 통일교 회계와 별개로 관리된 자금이라는 점 때문에 ‘정치권 로비 자금’ 의심이 제기된다고 보도했다. 여기에 2022년 지방선거 전후 ‘정치 후원금’ 형태의 지원 의혹으로는, 법정 진술을 인용해 유상범 의원(국민의힘), 백경현(경기 구리시장), 김진태(강원도지사) 등의 이름과 액수가 거론됐다고 알려졌다. 또 나온 김건희 통일교 로비 의혹의 ‘작동 방식’으로 자주 지목되는 것은 산하·연계 조직의 외피를 통한 접점 확보다. 예컨대 UPF(천주평화연합) 같은 NGO 성격 단체가 각종 국제 행사(월드서밋 등)를 주최하고, ‘평화대사’ 위촉 등으로 정치인·지자체 관계자·지역 인사들과의 네트워크를 확장해 왔다는 설명이 반복된다. UPF가 권역을 나눠 주요 인사를 접촉·관리하는 구조였다는 의혹을 전하며, 자금 집행과 조직적 접촉이 실제 정치자금 제공이나 청탁과 연결됐는지가 수사의 핵심이라고 짚는다. <smk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