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보 없는 여의도 풍항계

지금 부는 바람이 순풍? 역풍?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여의도가 심상치 않다. 졸지에 ‘내란 수괴 옹호당’이란 꼬리표를 단 국민의힘이지만 어째서인지 더불어민주당의 뒤를 바싹 쫓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이 전광판 대신 유튜브를 택한 덕분일까? 여야 앞에 역풍과 순풍이 번갈아 들이닥치며 모두가 망망대해를 떠돌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탄핵 열차가 좀처럼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오락가락 공수처+윤석열 대통령 지지율 회복+내란죄 철회 등이 연속적으로 일어나 동력이 떨어졌다는 평이다. 민주당은 열차의 액셀을 밟을 수도, 시동을 끌 수도 없는 처지다.

넘지 못한
권력의 벽

지난해 겨울부터 시작된 탄핵 정국 내내 기세는 야당의 편이었다. 윤 대통령에 대한 체포영장이 청구됐을 때 정점을 찍나 싶더니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가 빈손으로 한남동 관저를 빠져나오면서 조금씩 꺾이기 시작했다.

앞서 지난 3일 공수처는 윤 대통령 체포영장과 대통령 관저 수색영장 집행을 시도했지만 대통령경호처 등에 막혀 약 6시간 만에 철수했다. 이날 한남동 관저 앞에 모인 탄핵 반대 시위대와 보수 단체는 공수처가 물러서자 환호하며 기뻐했다. “우리의 힘으로 대통령을 지켰다”는 생각에 결집력이 강해지는 계기가 마련된 것이다.

오동운 공수처장은 영장 집행이 무산된 데 대해 “집행 과정서 예측하지 못한 부분이 많이 발생했고 결과적으로 실패했다”며 “책임을 통감한다”고 고개를 숙였다.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한 상황서 서울서부지방법원이 발부한 1차 영장까지 만료됐고 결국 지난 7일 체포 영장을 재발부받았다.


공수처는 “2차 집행이 마지막이라는 비상한 각오”라며 신병 확보 의지를 다졌다.

윤 대통령에 대한 수사가 제대로 꼬였다. 경호처 뒤에 숨은 채 체포영장에 불응하는 윤 대통령도 문제지만, 일각에서는 공수처가 수사를 무리해서 밀어붙였기 때문에 이 사달이 났다며 비판의 목소리를 내기도 했다. 윤 대통령 체포 영장 집행을 경찰 국가수사본부(이하 국수본)에 넘기려다 반발에 부딪혀 곧바로 철회한 것 역시 불신을 키웠다는 지적이다.

이 같은 우려는 공수처가 자처한 윤 대통령에 대한 수사 초기부터 제기됐다. 수사 역량이 부족했을뿐더러 지난 4년 동안 공소 제기한 사건이 4건에 그치는 등 경험이 많지 않다. 무엇보다 차장을 포함한 검사가 15명에 불과해 현직 대통령이 연루된 대형 수사에 적합하지 않다는 지적도 나왔다.

화살은 민주당에 향했다. 문재인정부 시절 공수처가 처음 꾸려졌을 때 국민의힘은 “검찰의 힘을 빼겠다며 만든 조직”이라고 비판했다. 그런 공수처가 갈피를 못 잡자 “무능한 조직”이라는 프레임이 덧씌워졌고 아예 공수처를 폐지하라는 주장까지 나왔다.

윤 대통령에 대한 체포가 불투명해지자 국민의힘은 민주당과 공수처를 싸잡아 비판했다. 국민의힘 권영세 비상대책위원장(이하 비대위원장)은 민주당을 향해 “민주당 이재명 대표 공직선거법 위반 2심 판결 전 조기 대선을 치르겠다는 목표하에 정부·여당에 일방적 내란 프레임을 씌우고 법치 파괴행위를 불사하며 속도전을 내고 있다”고 날을 세웠다.

“욕심내다 결국…” 공수처 헛발질
지켜보던 보수 환호…지지율 급등

공수처를 향해서는 “내란죄 수사에 대한 법적 근거가 없는데도, 무리하게 영장을 발부받아 집행을 강행하려고 한다”며 “현재 정국을 자신들 지위를 공고하게 하기 위한 수단으로 활용하며 사법체계 공정성을 크게 흔들고 있다”고 비판했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이하 민변)’도 실망감을 내비쳤다. 민변은 입장문을 통해 “공수처는 체포영장 집행 과정서 너무나 무책임하고 무능하며 기회주의적인 모습을 보였다. 실제 수사 역량이 부족했다면 법치주의 실현을 위한 강한 의지와 결기라도 보여줬어야 하지만 그러지 못했다”며 “공수처는 이제라도 좌고우면하지 말고 국민의 뜻을 받들어 조직의 명운을 걸고 신병 확보에 매진하라”고 밝혔다.

윤 대통령 체포가 무산으로 돌아간 건 물리적 한계로 이해할 수 있다지만, 여당 지지율이 비상계엄 선포 이전만큼 회복한 건 이례적이라는 평이다. 여기에 윤 대통령에 대한 국정운영 지지율이 40%까지 올랐다는 보도가 나오면서 보수 지지자들이 더욱 결집하는 양상을 띠었다.

리얼미터가 <에너지경제신문> 의뢰로 지난 2~3일 이틀간 전국 18세 이상 유권자 1001명을 대상으로 한 정당 지지도 조사에 따르면 ▲국민의힘 34.4% ▲민주당 45.2%로 집계됐다.

같은 업체서 조사한 결과 비상계엄 발생 직전 국민의힘 지지율은 32.3%였다. 이후 지난해 12월1주차에 26.2%로 급격히 떨어졌다가 차례대로 ▲25.7% ▲29.7% ▲30.6% 등을 나타냈다. 비상계엄 해제 이후 더디지만 점차 회복세에 오른 것이다.

해당 여론조사에 대한 표본 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3.1%p다. 조사는 무선(97%)·유선(3%) 자동응답 방식, 무작위 생성 표집틀을 통한 임의 전화걸기 방식으로 진행됐으며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의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윤 대통령 탄핵안 가결 이후 야당의 주도로 한덕수 전 권한대행에 대한 탄핵이 잇달아 일어났다. 다음 타자인 최상목 권한대행을 향해서도 으름장을 놓자 보수 지지자들은 “야당이 국정 혼란을 야기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지지율
왜 올라?

“‘그래도’ 이재명은 안 된다”는 현수막이 동네 곳곳에 걸린 것도 비슷한 시점이다. 지난 2일 윤 대통령은 관저 앞에 모인 지지자들을 향해 “여러분과 함께 이 나라를 지키기 위해 끝까지 싸울 것”이라는 서면 메시지를 발표했다. 포기하지 않겠다는 윤 대통령의 자신감과 야당의 연쇄 탄핵안이 결합해 여당 지지율이 오르는 원인이 됐다는 해석이다.

윤 대통령의 지지율이 40%까지 급등한 것에 대해서는 여당도 고개를 갸웃했다. <아시아투데이>가 한국여론평판연구소(KOPRA)에 의뢰해 지난 3~4일 이틀 간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조사에서 윤 대통령에 대한 지지율은 40%(‘매우 지지한다’ 31%, ‘지지하는 편이다’ 9%)로 집계됐다.

해당 여론조사는 무선 RDD를 이용한 ARS 조사 방식으로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p다. 응답률은 4.7%이며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비상계엄 선포 이후 10%대로 추락한 지지율이 한 달 새 회복한 것도 모자라 임기 초반에 가까운 숫자로 나타난 것이다. 지지율이 눈에 띄게 오르자 야당은 “편향된 조사”라며 의혹을 제기했다. 국민의힘은 예상치 못한 수치에 당황스러운 눈치다. 구태여 말을 얹지 않았지만 먼저 나서서 이야기를 꺼내지도 않고 있다.

대표적인 반윤(반 윤석열)인 국민의힘 중진 유승민 전 의원만이 한 라디오를 통해 “국민의힘이 착각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유 전 의원은 “저 여론조사가 진실이라면 계엄 한 번 더 하면 지지율이 올라가냐”며 “윤 대통령의 잘못을 엄호하고 윤 대통령을 지지하는 국민들만 보고 정치를 하면 앞으로 모든 선거서 판판이 질 것”이라고 질책했다


40%라는 숫자가 나온 데에는 여론조사 문항이 편파적이었기 때문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총 10개 문항으로 이루어진 해당 여론조사에서는 윤 대통령의 지지도와 정당 지지도를 물은 뒤 3번 문항부터 “윤 대통령 체포영장에 대한 불법 논란에도 불구하고 공수처가 현직 대통령을 강제 연행하는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중앙선관위서 부정선거 의혹을 제기하는 행위에 대해 처벌하는 법안을 발의하는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등의 질문이 이어졌다.

한 야당 관계자는 “응답 도중 중도·진보층은 중간에 대거 이탈 했을 것이다. 윤 대통령을 지지하는 극우 세력만 끝까지 남아 성실하게 답변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치권에서는 다소 신뢰가 떨어지는 여론조사로 보고 있지만 윤 대통령을 지지하는 이들에게는 좋은 동기 부여가 됐다.

민주당
자충수?

민주당이 쏘아 올린 ‘내란죄 철회’ 수습도 갈 길이 멀어 보인다. 윤 대통령의 탄핵소추 사유서 내란 행위를 형법 대신 헌법 위반으로 재구성해 심판대에 올리겠다는 민주당과 이에 맞선 윤 대통령 측의 공방이 장기화하고 있다.

국민의힘은 탄핵소추안을 재의결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윤 대통령의 법률대리인단 역시 “탄핵소추 사유서 내란죄를 철회한다는 것은 단순히 2가지 소추 사유 중 1가지가 철회되는 것이 아니라 무려 80%에 해당하는 탄핵소추서의 내용이 철회되는 것”이라며 각하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민주당은 기존 탄핵소추안에 명시된 내란죄 중 형사법적 위반 부분을 빼고 헌법 심판에 맞게 ‘재구성’하겠다는 방침이다. 따라서 탄핵소추의결서에 나오는 내란 행위는 조사 대상에 포함되고, 이에 따라 민주당이 주장하는 “내란 사유를 단 한 줄도 빼지 않았다”는 주장도 들어맞는다.

민주당의 설명에도 불구하고 “내란죄가 성립이 안 되니 이제와서 탄핵 사유를 고친 게 아니냐” 등의 의구심은 여전히 전파되고 있다.

탄핵 심판 변론일이 다가오면서 국회와 윤 대통령 측도 내란죄 철회를 놓고 치열한 논쟁을 벌이고 있다. 종국에는 야당이 여론전서 밀릴 수 있는 불리한 구도에 몰렸다. 이를 깨트리기 위해서는 탄핵안서 내란죄를 ‘삭제’한 것이 아닌 재구성했다는 부분을 여러 차례 부각하는 수밖에 없다.

여당의 강경 대응이 이어지는 모습을 보자니 7년 전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당시와 다르게 흘러가는 듯하다. 당시 여당이던 새누리당은 속수무책 끌려다녔지만 두 번째 탄핵 정국을 맞닥트린 국민의힘은 “당하고만 있지 않겠다”며 맞서 싸우는 편을 택했다.

탄핵소추안 표결 때도 국민의힘은 부결을 당론으로 택했다. 분열하기는커녕 가결파를 ‘배신자’로 낙인찍고 이른바 ‘쌍권(권영세·권성동)’ 체제로 빠르게 단일대오를 이뤘다.

대통령의 태도도 다르다. 박 전 대통령과 윤 대통령 모두 관저에 숨었다는 점은 같지만 소극적인 태도를 보인 박 전 대통령과 달리 윤 대통령은 주변 사람들의 입을 통해 자신의 입장을 확고히 하고 있다.

야당 내란죄 철회·최 탄핵 딜레마
액셀에 발 올리고 잠시 숨 고르기

예상을 빗나간 모습에 민주당도 완급 조절에 나섰다. 먼저 민주당은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에 대한 탄핵이 아닌 고발을 택하면서 숨 고르기에 나섰다.

지난 7일 민주당은 최 권한대행을 직무유기 혐의로 경찰청 국가수사본부에 고발했다. 민주당은 ▲내란 상설특검 후보자 추천 의뢰 미시행 ▲마은혁 헌법재판관 후보자·마용주 대법관 후보자 임명 연기 ▲대통령경호처를 통한 윤 대통령 체포 영장 집행 방해·방관 등을 직무유기 사유로 제시했다.

민주당이 한 단계 수위를 낮춰 고발을 택한 배경에는 한 전 권한대행에 이어 최 권한대행까지 탄핵 절차를 밟으면 국정 혼란이 초래될 수 있다는 우려를 의식한 것으로 풀이된다. 비상계엄 선포로 정치·외교·안보·경제를 불안에 몰아넣은 것은 윤 대통령이지만, 민주당이 수습 대신 혼란을 가중한다면 역시나 책임이 따를 것이란 점에서다.

민주당은 국무위원 추가 탄핵에 대해 말을 아끼고 있다.

민주당 박지원 의원은 “최 권한대행이 헌법재판관 2명을 임명해 8인 체제로 만들어준 것은 인정해야 한다”며 “최 권한대행에게 굉장한 불만을 갖고 있고, 나도 SNS를 통해 비열한 태도를 비난했지만, 민주당서 최 권한대행의 탄핵을 얘기하는 건 성급하다”고 평가했다.

다만 언제든지 탄핵을 추진할 여지는 남겨뒀다.

민주당 추미애 의원은 지난 6일 중진 의원 간담회서 “주권자인 국민은 내란범이 침탈한 주권 회복을 위해 눈비를 맞으며 밤을 새우고 있는데, 수습해야 할 최종 책임자인 최 권한대행은 대통령 놀이만 해서 되겠나”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국회는 국정 정상화를 위해 최 권한대행에 대해서 형사고발뿐만 아니라 탄핵이라는 국회가 가진 국정 정상화를 위한 마지막 수단까지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대로 당하지 않겠다는 여당과 내란 수괴 혐의자를 심판하기 위한 야당의 힘겨루기가 이어지면서 여의도 정가도 하루에 몇 번씩 뒤집히는 추세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국민의힘이 저렇게 자신 있는 이유는 국민 10명 중 3명만 윤 대통령을 지지해도 승산이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탄핵됐을 때 보수가 완전히 무너졌다고 생각했지만 결국 또 정권을 잡지 않았나”라고 말했다.

입으로 흥해
입으로 망해

이 모든 사태의 장본인인 윤 대통령의 입이 주목받고 있다. 그의 말 한마디에 보수는 환호하고 야당은 분노했다.

여론이 윤 대통령 쪽으로 기운다고 하더라도 결국 7:3이다. 분노의 파도가 걷잡을 수 없이 커진다면 종국에는 남은 세 명의 목소리 정도는 거뜬히 집어삼킬 것이란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야권발 대통령 도주설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체포영장이 재발부되던 날 느닷없이 ‘윤석열 도주설’이 일파만파 퍼졌다.

해당 의혹은 윤 대통령이 한남동 관저에 칩거하던 초기부터 꾸준히 제기됐지만 오동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장이 대통령 도주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 “여러 가능성에 대해 생각하고 있다”고 답해 논란이 커졌다.

관저 앞을 에워싼 탄핵 찬성 지지자는 물론 보수 단체까지 분노를 드러냈다.

탄핵 반대 시위의 경우 “이 추운 날 이제까지 아무도 없는 텅 빈 관저를 지키고 있던 거냐” 등 실망감이 컸던 것으로 보인다.

다만 다수의 언론 보도를 통해 관저 입구 쪽에서 윤 대통령으로 추정되는 인물이 포착돼 대통령 도피설은 일단락 됐다. <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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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당 최대 변수 송영길, 왜?

여당 최대 변수 송영길, 왜?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더불어민주당 송영길 전 대표가 돌아왔다. 3년의 옥살이 끝에 무죄를 선고받은 만큼 명분과 서사를 모두 거머쥐었다. 두 팔 벌려 환영했지만 송 전 대표를 바라보는 정청래 지도부의 고심이 깊은 모양새다. 앞으로 치러질 각종 선거의 변수가 된 송 전 대표의 쓰임새는 무엇일까? 지난달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송영길 전 대표의 무죄가 확정됐다. ‘돈봉투 사건’을 주도하고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으나 검찰이 상고를 포기하면서다. 송 전 대표는 “돈봉투 의혹 사건, 2심 무죄에 이어 최종 무죄가 확정됐다”며 “긴 시간 함께 걱정해 주시고, 흔들림 없이 믿어주시며 끝까지 곁을 지켜주신 많은 분의 성원에 다시 한번 깊이 감사드린다”고 밝혔다. 이어 “진실은 결국 가려지지 않았다. 이제 더 단단해진 마음으로, 책임 있게 앞으로 나아가겠다”고 강조했다. 돌아온 큰형님 송 전 대표는 지난 2021년 민주당 전당대회 경선을 앞두고 6000만원의 상당의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지역 본부장에게 현금이 든 돈봉투를 건네고, 민주당 윤관석 의원을 통해 국회의원에게 나눠줄 돈봉투 6000만원을 제공하는 데 개입한 혐의 등을 받았다. 아울러 그의 외곽 후원 조직인 ‘사단법인 먹고사는문제 연구소(이하 먹사연)’를 통해 기업인 7명으로부터 후원금 명목의 불법 정치자금 총 7억6300만원을 챙긴 혐의 등도 있다. 당초 1심 재판부는 송 전 대표에게 징역 2년을 선고했으나 서울고법 형사1부(부장판사 윤성식)는 이를 뒤집고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원심 판단이 돈봉투 사건과 먹사연 사건 범죄 사실의 관련성을 인정한 것은 받아들이기 어렵다”며 “먹사연 사건 관련 공소 사실의 경우 압수물이 영장 없이 증거로 사용됐다”고 판단했다. 송 전 원내대표의 복귀는 화려했다. 무죄가 선고된 날 서울고등법원 현장에는 민주당 강득구·김교흥·김상욱·박선원·부승찬·전현희 의원 등 10여명이 모였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 역시 자신의 SNS에 “송 대표의 무죄 판결을 축하한다. 그동안 고생 많으셨다”며 “검찰 전횡을 바로잡는 검찰개혁에 더 매진하겠다”고 작성했다. 이 판결로 송 전 대표는 ‘정치 검찰의 희생양’이라는 강력한 명분을 얻었다. 민주당 박수현 수석대변인도 논평을 통해 “정치 검찰의 서슬 퍼런 칼날을 이겨내고 돌아오신 송 전 대표를 환영한다”며 “이재명정부 성공을 향해 연대와 통합을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송 전 대표는 이날 민주당 인천시당을 찾아 복당 신청서를 제출했고, 그달 27일 최종 의결됐다. 정 대표는 “송 전 대표의 복당을 진심으로 환영한다”며 “앞으로 민주당 발전과 이정부의 성공을 위해 큰 역할을 해줄 것으로 기대하고 요청드린다”고 말했다. 또한 정 대표는 “탈당 후 당의 요청이 아니면 다른 경선에서 20% 감산되는 불이익을 받는데, 당 대표인 제가 요청해 (감산이 없도록) 처리하는 것이 맞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인천시당에 복당을 신청한 것이 서울시당으로 이첩됐던 것을 중앙당 당원자격심사위원회로 보내라고 지시해 복당했다”고 말했다. “정치 검찰 피해자” “이재명의 은인” 정점 찍은 서사…‘송 사용법’ 고심 송 전 대표는 2021년 전당대회서 당의 주류였던 친문(친 문재인)계를 꺾으며 비주류에서 주류로 거듭났다. 그런 그에게는 이재명 대통령과 끈끈한 연결고리가 있다. 같은 해 치러진 민주당 대선 경선 과정서 두 사람의 관계가 본격화됐고, 송 전 대표가 당시 이재명 경기도지사를 밀어줬다는 이른바 ‘이심송심’ 논란이 불거지기도 했다. 대선에서 패배한 이재명 후보를 국회로 이끈 인물 역시 송 전 대표다. 그는 2022년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출마하기 위해 인천 계양을 지역구에서 사퇴했고, 그때 이 후보가 보궐선거를 통해 당내에 입성했다. 당시 그는 이 후보의 전략공천을 환영하는 입장을 밝히며 “당의 단단한 결정과 이재명 (당시) 상임고문의 결단이 당원과 지지자들에게 희망의 메시지가 됐다. 이 상임고문은 우리 민주당과 현재 한국 정치에 큰 자산”이라고 치켜세우며 “이번 지방선거 승리의 큰 구심점이 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 후보가 국회 입성에 성공하고 당 대표직을 따내는 등 정치인으로서 성공가도를 걸었던 반면, 송 전 대표는 서울시장 선거에서 패배하며 정치적 치명상을 입게 됐다. 이때부터 민주당 지지자 사이에서는 송 전 대표가 ‘자신을 희생하고 후배에게 지역구를 물려준 정치인’이라는 인식으로 남았다. 2023년 두 사람에게 본격적인 위기가 찾아왔다. 돈봉투 의혹 수사가 송 전 대표를 덮쳤고, 이재명 대표는 거리를 두는 전략을 택했다. 민주당은 당 전체의 타격을 최소화하기 위해 송 전 대표의 자진 탈당을 압박했고, 송 전 대표 역시 당에 부담을 주지 않겠다며 당의 요구를 받아들였다. 3년 만에 무죄를 선고받은 송 전 대표가 자신의 서사를 어떻게 활용할지 이목이 쏠린다. 과거의 영광을 누렸던 그가 복귀하자 현 수장인 정 대표의 셈법만 복잡해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지방선거, 전당대회, 나아가 다음 대선까지 송 전 대표가 차후 진행될 모든 선거의 변수가 됐다. 6월 치러지는 지방선거 및 재보궐선거가 첫 번째 관문이다. 복당 이후 송 전 대표는 자신의 지역구였던 계양을로 이사오면서 이곳에서 치러질 보선에 출사표를 던질 것이란 해석이 나왔다. 계양구는 송 대표의 정치적 고향으로, 지난 2000년 해당 지역에서 당선돼 16대 국회에 입성한 뒤 17·18·20·21대 총선까지 내리 승리했다. 이때 쌓은 조직력을 기반으로 2010 민선 5기 인천시장에도 당선됐다. 굴리는 주판알 인천 계양에 출마가 유력한 김남준 청와대 대변인과의 교통정리 여부가 변수다. 송 전 대표는 YTN과의 인터뷰서 김 전 대변인도 계양을 출마 의사를 밝힌 것에 대해 “당 지도부가 잘 판단하고 결정할 것”이라며 “지역구라는 게 정치인들이 마음대로 정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니고, 국민과 당원의 뜻이 중요하다. 당 지도부가 여러 가지를 검토해서 판단할 것”이라고 말했다. 대통령에게 지역구를 물려준 중진과 대통령의 최측근인 신인 정치인의 대결구도가 예상되는 만큼 시선은 지도부의 교통정리에 쏠렸다. 정 대표와의 신경전도 예상된다. 정 대표가 당 대표 연임에 도전할 것이란 관측이 우세한 가운데 송 전 대표가 국회에 입성하면 차기 당권을 노릴 것이란 관측이 나오면서다. 송 전 대표가 실제 당권에 도전할 경우 정 대표를 비롯해 ‘차출설’이 제기되는 김민석 총리와 함께 3파전 구도를 형성할 것으로 전망된다. 여론조사에서는 벌써 송 전 대표의 이름이 거론된다. 지난달 26일 <뉴스토마토>가 23일부터 24일까지 이틀간 만 18세 이상 전국 성인남녀 1034명을 대상으로 ‘민주당 8월 전당대회에서 다음 세 사람이 맞붙는다면, 누가 민주당을 이끌 차기 당대표로 적합하다고 보는지’를 묻는 말에 답변은 ▲정청래 대표 21.6% ▲송영길 전 대표 19.4% ▲김민석 국무총리 18.8%로 집계됐다.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0%이며 ARS(RDD) 무선전화 방식으로 진행됐다. 응답률은 1.8%로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그동안 정 대표는 강경 개혁파로서 외연 확장성이 부족하다는 게 단점으로 지적돼 왔다. 정 대표의 강경 노선이 지지층 결집에는 효과적이지만, 중도층과 무당층을 포섭해야 하는 전국 단위 선거에서는 한계를 보일 수밖에 없다는 우려가 제기된 것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 이 대통령과 비슷한 중도·실용주의적 성향인 송 전 대표는 민주 당원의 또다른 선택지가 될 수 있다. 이미 온라인 공간에서는 ‘뉴이재명’ 그룹이 송영길 역할론에 불을 지피면서 그의 존재감을 키워주는 상황이다. 거침없는 저격수 따라서 송 전 대표 본인이 나서지 않더라도 정 대표의 리더십에 불만을 가진 세력이 정청래 VS 송영길 구도를 만드는 등 당내 경선을 앞두고 판이 깔릴 가능성이 제기된다. 결국 모든 권력투쟁의 종착지가 그렇듯 그가 2027년 치러질 대통령 선거에까지 영향을 미칠지 이목이 쏠린다. 송 전 대표는 복귀와 동시에 활발한 활동을 이어갔다. 최근 친청(친 정청래)·친문으로 분류되는 김어준씨의 유튜브 채널 ‘뉴스공장’을 정면으로 비판하는가 하면, 코로나바이러스 백신을 두고 ‘대국민 사기’라며 문재인 전 대통령의 책임을 거론하기도 했다. 그는 한 라디오를 통해 ‘이재명 대통령 공소 취소 거래설’의 근원지인 ‘뉴스공장’을 향해 “괴물과 싸우다가 괴물이 되고 있는 건 아닌지 돌아보라”고 충고했다. 송 전 대표는 “(‘뉴스공장’에) 섭외를 받아도 안 나가고 싶다”며 “특정 언론 유튜브에 국회의원들이 줄 서서 알현하듯이 있는 모습이 좋은 건 아니다. 우리가 국민의힘에 대해서 고성국이나 전한길 비판하듯이 우리 스스로도 돌이켜볼 면이 있다”고 꼬집었다. 여기에 친명인 강득구 의원도 김씨의 방송에 출연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밝히면서 그에게 힘을 실었다. 강 의원은 “큰 틀에서 송 전 대표의 문제 제기에 뜻을 같이 한다”며 “(최근) 김씨는 김 총리의 미국 출장을 두고 ‘차기 주자 육성 프로그램처럼 보인다’고 해석했다. 해석은 자유이지만 다소 자의적인 판단이라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고 비판했다. 8월 전대 ‘정·송·김’ 3파전? 6월 지선·재보선 첫 번째 관문 코로나 백신 논란에 대해서는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 조국 대표가 참전하면서 사태를 키웠다. 조 대표는 “송 전 대표는 두 가지 음모론을 여전히 믿고 주장하고 있다. 첫째, 극우 변희재가 주장한 최순실 태블릿 PC 조작론. 둘째, 코로나 백신 국가적 사기론”이라고 지적했다. 앞서 송 전 대표는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최순실 태블릿PC 조작설’을 주장해 온 변희재씨와 손을 잡은 이유를 묻는 질문에 “(JTBC와 검찰, 특검이 태블릿 PC 조작을 통해 박근혜 탄핵 수사에 활용했다는 의혹이) 법률가인 제가 보기에도 일리 있는 주장이라 공감했다”고 밝힌 바 있다. 그는 ‘조 대표의 부산 출마’ 필요성을 언급한 송 전 대표를 비판했다. 조 대표는 “최근 송 전 대표께서 느닷없이 저와 혁신당을 향해 ‘호남 이삭줍기 말고 영남으로 가라’고 말씀하셨는데, 호남 출마자들이 어떻게 이삭이냐”며 “모욕과 폄훼”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혁신당 후보들은 지난 총선 시기에 송 전 대표가 손을 잡았던 극우 인사 변희재·최대집씨보다 훨씬 훌륭한 사람들”이라며 다시 한번 송 전 대표의 과거 행적을 거론했다. 광폭 행보를 보이는 송 전 대표는 ‘뉴이재명 바람’에 올라탔다. 지난 15일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이 개최한 ‘뉴이재명 토론회’ 현장에 나타나 지지자와 인사를 나눴다. 송 전 대표의 축사가 끝나자 지지자들은 연신 “송영길”을 외치기도 했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송 전 대표는 이 대통령이 쓸 수 있는 최고의 칼”이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송 전 대표와 이 대통령, 두 사람은 혁신과 쇄신을 강조하는 등 성격이 비슷하다”며 “정부·여당에 타격을 입히는 ‘당정 갈등설’을 부인하는 것도, 논란을 만드는 것도 정 대표다. 이정부의 성공을 바라는 지지층이 봤을 때 이 대통령이 어떤 의중을 전달할 때 정 대표가 아닌 송 전 대표의 입을 빌리는 편이 쉬울 수도 있다”고 예상했다. ‘쏘리재명’ ‘쏘리영길’ 그러면서 “뉴이재명은 송 전 대표에 대한 부채 의식이 있다. 3년 동안 옥살이를 하게 했다는 미안함과 이 대통령에게 지역구를 물려준 일 등, 송 전 대표의 희생정신을 높게 평가할 것”이라며 “이런 여론이 확산하면 앞으로 치러질 모든 당내 선거에서 송 전 대표가 승산이 있다고 계산해 어떤 방식이든 (출마를) 결심할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송영길 소나무당 어디로? 더불어민주당 송영길 전 대표가 지난 2024년 옥중 창당했던 소나무당이 해체했다. 송 전 대표는 무죄를 선고받자 “소나무당을 해산하고 더불어민주당으로 복당하겠다”고 말했다. 소나무당 시도당위원장 협의회(이하 협의회)는 입장문을 내고 송 전 대표의 결정을 받아들였다. 협의회는 “송영길 대표의 소나무당 해산 및 더불어민주당 복당 천명은 바로 그 위임에 따른 책임 있는 정치적 결단”이라며 “이는 개인의 정치적 유불리를 위한 선택이 아니라, 소나무당이 존재했던 이유와 역할을 다른 방식으로 완성해 나가겠다는 결정이라 우리는 이해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소나무당은 해산하지만, 이 과정에서 만들어진 정치적 신뢰와 연대의 경험은 각자의 자리에서 계속 이어질 것”이라며 “송 대표의 정치적 결단을 존중하며 그의 정치적 행보를 함께 지켜보고 응원하는 시민들과 새로운 방식의 역할을 모색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