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두 사태 덮친 NH투자증권, 왜?

  • 김성민 기자 smk1@ilyosisa.co.kr
  • 등록 2025.01.02 09:41:56
  • 호수 1512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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튀겨도 너무 튀긴 뻥튀기 상장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지난해 ‘뻥튀기 상장’으로 논란에 휩싸인 반도체 설계기업 파두와 상장 주관사 NH투자증권 관계자들이 검찰에 넘겨졌다. 기업가치 1조원이 넘는 평가로 코스닥시장에 상장했지만, 실적 공시 이후 매출액은 수억원에 불과했다. 

금융감독원 자본시장특별사법경찰(이하 특사경)은 매출 급감을 숨기고 기업가치를 부풀려 상장한 파두와 주관사인 NH투자증권 관련자에게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를 적용, 검찰에 기소 의견으로 송치했다고 지난해 12월22일 밝혔다.

부풀린 장사

파두는 지난 2023년 8월 상장 후 주가가 오르면서 시가총액이 2조원을 넘기도 했으나, 이후 주가가 사흘간 45%나 급락했다. 파두는 매출이 급감할 것을 알면서도 이를 숨긴 채 공모가를 산정해 코스닥에 상장한 혐의를 받는다.

지난해 상장 추진 과정서 지난 2022년 매출 564억400만원, 영업이익 48억9600만원을 기록한 것을 바탕으로 2023년 연간 매출 추정치를 1202억원으로 제시했다.

막상 실적 발표 후 확인된 매출액은 2분기(4∼6월) 5900만원, 3분기(7∼9월) 3억2000만원에 불과했다. 특사경 수사 결과 파두 경영진은 지난 2022년 말부터 주요 거래처들의 발주 감소 및 중단으로 매출액 급감을 예상했다고 한다.


그러나 지난 2023년 3~6월 상장예비심사 및 자금모집을 위한 증권신고서 제출 과정서 이 사실을 숨긴 채 프리(Pre-IPO, 상장 전 지분 투자)를 유치했다.

파두 측이 제시한 공모가 희망밴드 2만6000~3만1000원 기준 시가총액은 1조2495억~1조4896억원으로, ‘국내 최초 팹리스 유니콘(기업가치 1조원 이상 기업)’이 될 것으로 기대를 모았다. 파두는 기관 투자자 대상 수요 예측서 362.9대 1의 경쟁률을 기록하며 공모가는 희망밴드 최상단인 3만1000원으로 정해졌다.

당시 이지효 파두 대표는 공모가 산정을 위한 비교 기업으로 미국 브로드컴, 마이크로 등을 제시하며 “국내에는 비교할 만한 팹리스 기업이 없다”며 자신만만한 모습을 보였다. 파두의 주가는 상장한 지난해 8월 이후 한 달간 34.84% 오르는 등 순항했다.

그러나 상장 3개월째인 지난 2023년 11월 3분기 실적발표와 함께 주가는 급락했다.

파두의 IPO 주관을 맡은 NH투자증권은 파두가 상장예비심사 시 기재한 예상 매출액보다 더 큰 금액을 증권신고서에 기재하고 이를 근거로 공모가를 산정하는 과정서 공모한 혐의를 받는다. 형사 사건과 별개로 금융감독원은 상장 주관사 등에 대한 제재를 예고한 상태다.

기업가치 1조원 상회 평가로 상장
실적 공시 이후 매출 수억원 불과

금감원은 파두 사태 관련 기업공개(IPO) 주관증권사 검사 과정서 발견된 위반사항에 대해 엄중 조치할 방침이다. 또 자본시장법상 벌칙 조항이 있으면 검찰 통보 및 고발이 기본 원칙이라는 입장이다. 특히 이번 파두 사태의 경우 특사경이 직접 수사해서 검찰에 넘기고 제도 개선까지 동시에 이뤄진 게 처음이라 금감원서도 의미를 부여하는 분위기다.


우선 파두와 NH투자증권 등 수사 건은 서울남부지검서 조만간 기소를 거쳐 법원 형사재판이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금감원 관계자는 “수사라는 게 일반적인 금감원 검사랑 절차가 워낙 다르기 때문에 시간이 걸렸다”며 “특사경이 검찰 지휘를 받아 수사해서 넘겼으니까 검찰이 기소하기까지는 그렇게 오래 걸리지 않을 것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금감원은 “이 사건은 상장을 준비하거나 상장 절차를 진행 중인 기업들에 대한 시장 신뢰를 떨어뜨리고, 기업들이 제시하는 향후 예상 매출 전망 등에 대한 투자자들의 불신을 야기했다”고 지적했다.

금감원은 이날 파두 사태 방지를 위해 마련한 주관증권사 책임 강화, 증권신고서 공시 서식 개정 등 공시제도를 개선하고, 상장 전·후 회계심사를 강화하는 등 건전한 IPO 시장 관행 조성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파두 측은 “아직 당사에 대한 사법절차는 진행 중인 상황으로 이해하고 있으며 남은 절차도 최선을 다해 응해 오해가 있는 부분은 충분히 소명하고 사실관계를 바로 잡도록 노력하겠다”며 “이와 별도로 당사는 회사 매출을 정상화해 시장의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다만 지난해 전방위적으로 진행된 검사로 대기 중인 사건이 많아 언제 해당 제재심위원회(제재심)가 열릴지는 미지수다. 최근 금감원 국장 75명 중 74명을 재배치하는 대규모 인사를 진행해 이들이 새로운 업무 적응에도 시간이 걸리는 상황이다.

공모가 가담 관계자 송치
주관사 대대적 제재 예고

이 가운데 금감원은 중간검사 결과 발표를 이전보다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사건 발생 후 사후 제재까지 장시간이 소요돼 잊히기 쉬워 시장에 보내는 경고 메시지가 유효할 때 즉각적으로 대응하겠다는 구상이다.

금감원 측은 “상장 주관 업무를 담당하는 증권사는 상장 대상 법인의 재무 상황과 미래 영업 전망이 합리적인 추정하에 작성됐는지 여부를 면밀히 실사해야 한다”며 “증권신고서 등 서류에 거짓 기재가 있거나 허위 표시 등이 있는 경우 자본시장법 위반에 해당할 수 있다”고 짚었다.

한편, 지난해 NH투자증권이 증권사 중 가장 많은 상장 철회를 기록한 것에 관해 업계에서는 “몸 사리는 분위기”라고 꼬집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해 스펙 종목을 제외한 상장 철회는 총 50건으로 집계됐다. 이 중 NH투자증권이 주관사로 참여한 사례는 13건으로 가장 많은 수를 차지하면서, 특별한 변동사항이 없다면 NH투자증권은 올해 가장 많은 IPO를 철회한 주관사가 될 전망이다.

일각에서는 NH투자증권이 주관한 기업의 낮은 IPO 성적이 당초 기업가치를 과도하게 책정했기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일례로 케이뱅크는 상장 추진 당시 기업가치 산정 비교 그룹으로 ▲카카오뱅크 ▲미국 뱅코프 ▲일본 SBI 스미신 넷뱅크 등을 선정했고, 주요 평가지표로 주가순자산비율(PBR)을 제시했다.

당시 NH투자증권이 케이뱅크의 PBR을 세 기업의 평균치인 2.56배로 산정하자, 기업 규모에 적합하지 않다는 지적을 받기도 했다. 특히 지난해 상반기 케이뱅크의 ▲당기순이익 ▲총자산, 여신, 수신 ▲자본 총계 등 주요 경영지표는 카카오뱅크의 40% 수준에 불과했다.


얼어붙은 IPO

그 결과 케이뱅크는 지난 10월 진행된 기관투자자 수요 예측서 공모가 하단을 조정하는 등 우여곡절을 겪었다. 당시 NH투자증권은 케이뱅크의 희망공모가액를 9500원에서 1만2000원으로 제시했는데, 수요 예측이 부진하자, 공모가 하단을 8500원까지 낮춰달라고 요청했다는 후문이다.

업계에서는 NH투자증권이 과도한 기업가치 책정 문제로 사법 처리까지 간 사례가 있는 만큼 향후 기업가치 책정에 좀 더 신중을 기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smk1@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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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전국 한의과대학교에는 ‘졸업준비위원회’가 존재한다. 말 그대로 졸업 준비를 위해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만든 조직이다. 하지만 내부에서는 “명목상 자발적인 가입을 독려하는 듯하지만 실질적으로는 강제로 가입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졸업준비위원회(이하 졸준위)는 졸업앨범 촬영, 실습 준비, 학번 일정 조율, 학사 일정과 실습 공지, 단체 일정뿐 아니라 국가시험(이하 국시) 대비를 위한 각종 자료 배포를 하고 있다. 매 대학 한의대마다 졸준위는 거의 필수적인 조직이 됐다. 졸준위는 ‘전국한의과대학졸업준비협의체(이하 전졸협)’라는 상위 조직이 존재한다. 자료 독점 전졸협은 각 한의대 졸업준비위원장(이하 졸장)의 연합체로 구성돼있으며, 매년 국시 대비 자료집을 제작해 졸준위에 제공한다. 대표적으로 ‘의텐’ ‘의지’ ‘의맥’ ‘의련’ 등으로 불리는 자료집들이다. 실제 한의대 학생들에게는 ‘국시 준비의 필수 자료’로 통한다. 국시 100일 전에는 ‘의텐’만 보는 사람도 있을 정도다. 학생들 사이에서는 “졸준위가 없으면 국시 준비 자체가 어려워진다”는 말이 정설이다. 한의계 국시는 직전 1개년의 시험 문제만 공개되기 때문에 시험 대비가 어렵기 때문이다. 국시 문제는 오직 졸준위를 통해서만 5개년분 열람이 가능할뿐더러, 이 자료집은 공개자료가 아니라서 학생이 직접 구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사실상 전졸협이 자료들을 독점하고 있는 셈이다. 이 자료집을 얻을 수 있는 경로는 단 하나, 졸준위를 결성하는 것이다. 졸준위가 학생들의 투표로 결성되면 전졸협이 졸준위에 문제집을 제공한다. 이 체계는 오랫동안 유지돼왔고, 학생들도 졸준위를 통해 시험 자료를 제공 받는 것이 ‘관행’처럼 받아들여왔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반드시 결성돼야만 한다는 기조가 강하다. 학생들의 반대로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시 전졸협은 해당 학교에 문제를 제공하지 않기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은 모든 학생들의 가입 동의를 얻어야 가능하다. 졸준위 가입 여부는 실질적으로 선택이 아니다. 자료집은 전졸협을 통해서만 제공되기 때문에, 졸준위에 가입하지 않으면 불이익을 받는다는 인식이 학생들 사이에서 강하게 자리 잡았다. 학생들은 “문제를 얻기 위한 목적이 가장 크다”고 말한다.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경우 현실적으로 문제집을 받아볼 수 있는 마땅한 대안이 없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학생들의 해당 학년 학생들을 모두 가입시키는 것이 목적이다. 실제 한 대학교에서는 졸준위 결성을 위한 투표를 진행했는데 익명도 아닌 실명 투표로 진행됐다. 처음에는 익명으로 진행했지만 반대자가 나오자 실명 투표로 전환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는 반대 의견이 나오기 어렵다. 실명으로 투표가 진행되는 데다, 반대표를 던질 경우 이후 자료 배포·학년 일정에 불이익이 있을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 실명 투표로 진행 가입시 200만원 이상 납부 필수 문제는 이 졸준위 가입이 무료가 아니라는 점이다. 졸준위에 가입하면 졸업 준비 비용(이하 졸비) 명목으로 학생들에게 돈을 걷는데, 그 비용이 상당하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한 대학교의 졸비는 3차에 걸쳐 납부하도록 했는데 1차에 75만원, 2차에 80만원, 3차에 77만원 등 총 232만원 수준이었다. 이는 한 학기 등록금에 맞먹는 금액이다. 금액 산정 방식은 졸준위 가입 학생 수에 따라 결정되는데, 한 명이라도 빠지게 되면 나머지 인원의 비용 부담이 커지게 된다. 심지어 2명 이상 탈퇴하게 된다면 졸준위가 무산될 수도 있다. 이 모든 사안은 ‘졸장’의 주도 하에 움직인다. 졸장은 학년 전체를 대변하며 전졸협과 직접 소통하는 역할을 맡는다. 실제 졸장을 선발하는 과정에서 “한 명이라도 탈퇴하면 안 된다”는 취지의 발언이 오갔을 정도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졸준위가 결성되면 가입한 모든 학생들은 졸준위의 통제를 받는다.<일요시사>가 입수한 한 학교의 규칙문에 따르면 졸준위는 다음과 같은 규정을 두고 있었다. ▲출석 시간(8시49분59초까지 착석 등) ▲교수·레지던트에게 개인 연락 금지 ▲지각·결석 시 벌금 ▲회의·행사 참여 의무 ▲병결·생리 결 확인 절차 ▲전자기기 사용 제한 ▲비대면 수업 접속 규칙 ▲시험 기간 행동 규칙 ▲기출·족보 자료 관리 규정 등이다. 학생들이 이 규정을 어길 시 졸준위는 ‘벌금’을 부과해 통제하고 있었다. 금액도 적지 않았다. 규정 위반 시 벌금 2만원에서 50만원까지 부과할 수 있도록 정해져 있었다. 가장 논란이 되는 부분은 병결이다. 졸준위는 병결을 인정하기 위해 학생에게 진단서 제출을 요구하고, 그 내용(질병명·진료 소견·감염 여부 등)을 직접 열람해 판단했다. 제출 병원에 따라 병결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공지도 있었다. 한 병원의 진단서가 획일적이라는 이유에서였다. 단체가 학생의 개인 의료 정보를 열람해 병결 여부를 자체적으로 결정하는 방식은 학생들 사이에서 부담과 압박으로 작용했다. 질병이 있어도 벌금이 부과될 수 있고, 병결을 얻기 위한 절차가 학습보다 더 어렵다는 말도 나왔다. 규정에 대해 문제 제기를 하면 졸준위는 대면 면담을 하는 방식으로 대응했다. 이 과정에서 3:1로 면담을 진행하는 등 학생이 위축될 수 있는 방식을 행하기도 했다. 전자기기 사용 불가 규칙 어기면 벌금도 이 같은 문제로 탈퇴자가 발생하기도 했다. 실제 A 대학 졸준위 전체 학번 회의에서 밝혀진 내용에 따르면 한 학생은 규정에 문제를 느껴 졸준위 측에 탈퇴를 의사를 밝혀왔다. 이 회의에서는 그간 탈퇴 의사를 밝힌 학생과의 카톡 대화 전문이 학생들에게 공개됐다. 공개된 카톡 내용에는 탈퇴 과정이 담겨있었는데 순탄하지 않았다. 졸준위 측은 탈퇴 의사를 즉각적으로 승인하지 않았고, 재고를 요청하거나 면담하는 방식으로 요청을 지연했다. 해당 학생이 다시 한번 탈퇴 의사를 명확히 밝힌 뒤에도, 졸장은 “만나서 얘기하자”며 받아주지 않았다. 심지어는 이 대화를 공개한 뒤 학우들에게 ‘졸준위에서 이탈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서약서를 받아내기도 했다. 졸준위 운영이 조직 이탈 자체를 문제로 판단하고, 이를 최소화하기 위해 압박을 가한 정황이 확인되는 대목이다. 해당 학우는 탈퇴 확인 및 권리 포기 동의서에 서명한 뒤에야 졸준위를 탈퇴할 수 있었다. 탈퇴 이후에도 갈등은 지속됐다. 목격자에 따르면 시험 기간 중, 강의실 앞을 지나던 탈퇴 학생은 졸준위 임원 두 명에게 “제보가 들어왔다”며 불려 세워졌다. 임원들은 이 학생이 학습 플랫폼 ‘퀴즐렛’을 사용한 점을 언급하며, 그 자료 안에 졸준위에서 배포한 기출문제가 포함돼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후, 졸준위에서는 퀴즐렛에 학교 시험 내용이 있다며 탈퇴자가 보지 못하도록 사용자를 색출하기도 했다. 한편, 전졸협은 10년 전 자체 제작한 문제집으로 논란된 적이 있다. 당시 한의사 국가고시 시험문제가 학생들 사이에서 사용되는 예상 문제집과 지나치게 유사하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다. 시험이 끝난 직후 시험장 앞에서 수험생 60여명을 상대로 참고서와 문제집을 압수했고, 국가시험원까지 압수수색해 기출문제와 대조 작업에 들어갔다. 기형적 구조 문제가 된 교재는 ‘의맥’ ‘의련’ 등 졸준위 연합체인 전졸협이 제작·배포해 온 자료들이다. 학생들은 교재에 일련번호를 붙이고 신분증을 확인한 후 배포하는 등 통제된 방식으로 유통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제보자는 “학생들이 전졸협을 통해서만 기출문제를 구할 수 있는 구조는 기형적”이라며 “국가고시를 위해 몇백만원씩 돈을 받고 문제를 제공하는 건 문제를 사고파는 것”이라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