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대통령 제자로 둔 '커피 교수님’ 정체

달달한 인연으로 달콤한 승진?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천공·건진법사 등 ‘법사 게이트’가 열린 가운데 대통령의 스승을 자처하는 또다른 인물이 나타났다. 커피 사랑이 지극하기로 소문난 김성헌 국립세계문자박물관 관장이다. 대학서 커피를 가르치던 그는 윤석열 대통령이 자신의 제자라고 주장했다. 그는 대체 어떻게 대통령의 스승이 될 수 있었을까?

김건희 여사가 문화예술에 관심이 많다는 것은 공공연한 사실이다. 문제는 영부인이 된 이후에도 문화계 곳곳에 손을 뻗으면서 영향력을 행사했다는 것이다. ‘영부인 화이트리스트’에 오른 이들이 하나둘 기관장으로 임명되자 야당이 따가운 질책이 이어졌다. 지난해 11월 국립세계문자박물관(이하 문자박물관) 관장으로 취임한 자칭 ‘윤 대통령의 스승’ 김성헌 단국대 영미인문학과 교수 역시 영부인 화이트리스트 중 한 명으로 지목됐다.

어떤 관계?

<일요시사>가 단독으로 입수한 녹취에 따르면 김 관장은 지난 2022년 지인과의 통화에서 “내 제자 중에 연락이 온 사람이 있다. 이번 대선에 당선된 윤석열 대통령”이라며 “내일 취임식이 있는데 취임식에 오라고 (윤 대통령이 말해서)참 고마웠다. 이제 자기가 올 수 없으니까”라고 밝혔다.

대화의 맥락을 살펴보면 그동안 윤 대통령이 김 관장을 직접 찾아간 것으로 유추할 수 있다. 과거 김 관장과 친분이 있다고 밝힌 한 제보자는 이들 사이를 연결해준 매개체가 커피라고 주장했다.

커피 애호가로 알려진 김 관장은 2017년 단국대 영미인문학부 교수이던 당시 문화예술대학원에 커피학과 과정을 직접 개설하고 스스로를 ‘커피스터’라고 칭했다. 이는 대한민국 최초의 커피학과로, 김 관장은 각종 언론 인터뷰를 통해 커피를 단순한 식음료가 아닌 인문학과 예술의 융합이라고 설명했다.


‘스페셜티 커피 아로마·플레이버를 위한 센서리 렉시콘 체계화 연구(2020)’ ‘웰니스를 위한 미니멀리즘 기반 플레이버 센서리 렉시콘 연구(2022)’ 등 커피와 정신 건강을 결합한 논문도 여럿 작성했다.

제보자에 따르면 2019년 김 관장은 주말마다 단국대 소프트웨어 ICT관서 커피 강좌를 열었다. 문제는 이 수업이 당시 중앙지검장이었던 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를 위한 수업이었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시작됐다.

“취임식 오라고 제자한테서 연락 왔어” 주장
꺼지지 않는 ‘영부인 화이트리스트’논란

비슷한 의혹을 제기한 또 다른 제보자는 “김 교수는 자신과 연이 닿거나 커피를 가르쳤던 모두를 제자라고 부른다. 아마 윤 대통령과 김 여사를 제자로 칭한 것 역시 비슷한 맥락일 것”이라며 “김 관장은 ‘커피는 문학과 예술의 정점’이라고 말했다. 문화예술에 조예가 깊은 김 여사와 이런 점이 통한 모양”이라고 주장했다.

당시 단국대 교수였던 그가 대통령 취임식에 참석할 수 있었던 것 역시 대선 이후 윤 대통령이 아내와 함께 김 관장을 찾아갈 수 없으니, 직접 전화를 걸어 초청했다는 설명이다.

대통령 취임식에 참석한 김 관장은 이로부터 1년 뒤 문자박물관장으로 취임하게 된다. 이 밖에도 김 여사와 친분이 있거나 영부인 이름으로 초대된 문화 예술인들이 한자리씩 꿰차면서 ‘기관장 낙하산’ 의혹이 꾸준히 제기됐다.

커피에 대한 열정은 김 관장이 문자박물관에 취임하고 나서도 이어졌다. 문제는 이 열정이 ‘갑질’ 논란으로 번지면서 도마 위에 오르게 된 것이다.


복수의 문자박물관 직원은 김 관장이 업무 시간 외 커피 원두를 갈게 시키거나 선물 받은 커피나무를 돌보게 했다고 증언했다. 이 밖에도 커피콩을 통째로 먹게 하거나 박물관 기념품과 답례품 등을 지인 업체의 것으로 바꾸라는 부당한 지시를 내렸다고 호소했다. 김 관장으로부터 성희롱을 당했다는 내부 폭로도 이어졌다.

결국 김 관장은 지난 10월 국회 국정감사장에 증인으로 출석했다. 국회 문화체육위원회 소속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 김재원 의원은 “‘너는 결혼 못할 것 같다’ ‘여우 같은 여자가 좋다’ 등 성희롱 발언을 인정하냐”고 질의했고 김 관장은 “어떤 상황과 맥락에서든 부적절 발언에 진심으로 사과한다”고 말했다.

관장 1년 만에 갑질·성희롱·특혜 ‘3종 세트’
사직서 제출하자 “해임 피하려는 꼼수” 지적

김 의원은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이하 문체부) 장관을 향해 “가해자와 피해자를 즉시 격리 조치해달라”고 건의했다.

이로부터 약 두 달 뒤인 지난 5일 김재원 의원실로부터 입수한 ‘문자박물관 국정감사 지적사항 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용역업체는 김 관장이 지인이 운영하는 커피업체와 지속적으로 거래했다고 지적했다. 대학 시절 조교였던 박씨를 박물관 소속이 아닌데도 직원 명찰을 수여하고 전시 및 합창단 기획 등 업무에 개입하게 한 정황도 드러났다.

용역업체는 특정인과의 계약을 통한 특혜 제공 시비가 발생하는 이유에 대해 ‘관장 등 담당자의 법률 및 내부 규정에 대한 이해 부족 및 사적 이익 추구’를 주요 원인으로 꼽았다. 아울러 국가계약법, 공정거래법 등을 비롯해 임직원 행동강령에 대한 내부 교육을 강화할 것을 권고했다.

<일요시사>는 ▲대통령 부부와의 친분 ▲단국대서 커피 강의를 진행한 사실 ▲누구의 초청으로 취임식에 참석했는지 등을 확인하기 위해 며칠에 걸쳐 김 관장과 접촉을 시도했으나 답변을 들을 수 없었다. 그를 직접 찾아가자 김 관장 측이 “문자와 전화를 전혀 확인하지 않았으므로 답변 역시 할 수 없다”고 대신 전했다.

결국 지난 16일 김 관장은 사임서를 제출했고 사흘 뒤인 19일 문체부는 ‘일신상의 사유’로 의원면직을 통보했다.

잠적

조국혁신당 김재원 의원은 “김 관장은 국정감사와 언론서 제기된 모든 의혹을 사실상 부정하고 버티기로 일관하다가 문체부의 강도 높은 조사를 받아왔다. 의원면직 역시 대외적인 압박과 징계 및 이사회 해임을 피하기 위한 꼼수”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대통령 부부와 사적관계가 드러났다”며 “향후 임용 과정부터 윤석열정부 국정 농단 차원의 추가 조사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hypak28@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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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전국 한의과대학교에는 ‘졸업준비위원회’가 존재한다. 말 그대로 졸업 준비를 위해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만든 조직이다. 하지만 내부에서는 “명목상 자발적인 가입을 독려하는 듯하지만 실질적으로는 강제로 가입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졸업준비위원회(이하 졸준위)는 졸업앨범 촬영, 실습 준비, 학번 일정 조율, 학사 일정과 실습 공지, 단체 일정뿐 아니라 국가시험(이하 국시) 대비를 위한 각종 자료 배포를 하고 있다. 매 대학 한의대마다 졸준위는 거의 필수적인 조직이 됐다. 졸준위는 ‘전국한의과대학졸업준비협의체(이하 전졸협)’라는 상위 조직이 존재한다. 자료 독점 전졸협은 각 한의대 졸업준비위원장(이하 졸장)의 연합체로 구성돼있으며, 매년 국시 대비 자료집을 제작해 졸준위에 제공한다. 대표적으로 ‘의텐’ ‘의지’ ‘의맥’ ‘의련’ 등으로 불리는 자료집들이다. 실제 한의대 학생들에게는 ‘국시 준비의 필수 자료’로 통한다. 국시 100일 전에는 ‘의텐’만 보는 사람도 있을 정도다. 학생들 사이에서는 “졸준위가 없으면 국시 준비 자체가 어려워진다”는 말이 정설이다. 한의계 국시는 직전 1개년의 시험 문제만 공개되기 때문에 시험 대비가 어렵기 때문이다. 국시 문제는 오직 졸준위를 통해서만 5개년분 열람이 가능할뿐더러, 이 자료집은 공개자료가 아니라서 학생이 직접 구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사실상 전졸협이 자료들을 독점하고 있는 셈이다. 이 자료집을 얻을 수 있는 경로는 단 하나, 졸준위를 결성하는 것이다. 졸준위가 학생들의 투표로 결성되면 전졸협이 졸준위에 문제집을 제공한다. 이 체계는 오랫동안 유지돼왔고, 학생들도 졸준위를 통해 시험 자료를 제공 받는 것이 ‘관행’처럼 받아들여왔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반드시 결성돼야만 한다는 기조가 강하다. 학생들의 반대로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시 전졸협은 해당 학교에 문제를 제공하지 않기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은 모든 학생들의 가입 동의를 얻어야 가능하다. 졸준위 가입 여부는 실질적으로 선택이 아니다. 자료집은 전졸협을 통해서만 제공되기 때문에, 졸준위에 가입하지 않으면 불이익을 받는다는 인식이 학생들 사이에서 강하게 자리 잡았다. 학생들은 “문제를 얻기 위한 목적이 가장 크다”고 말한다.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경우 현실적으로 문제집을 받아볼 수 있는 마땅한 대안이 없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학생들의 해당 학년 학생들을 모두 가입시키는 것이 목적이다. 실제 한 대학교에서는 졸준위 결성을 위한 투표를 진행했는데 익명도 아닌 실명 투표로 진행됐다. 처음에는 익명으로 진행했지만 반대자가 나오자 실명 투표로 전환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는 반대 의견이 나오기 어렵다. 실명으로 투표가 진행되는 데다, 반대표를 던질 경우 이후 자료 배포·학년 일정에 불이익이 있을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 실명 투표로 진행 가입시 200만원 이상 납부 필수 문제는 이 졸준위 가입이 무료가 아니라는 점이다. 졸준위에 가입하면 졸업 준비 비용(이하 졸비) 명목으로 학생들에게 돈을 걷는데, 그 비용이 상당하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한 대학교의 졸비는 3차에 걸쳐 납부하도록 했는데 1차에 75만원, 2차에 80만원, 3차에 77만원 등 총 232만원 수준이었다. 이는 한 학기 등록금에 맞먹는 금액이다. 금액 산정 방식은 졸준위 가입 학생 수에 따라 결정되는데, 한 명이라도 빠지게 되면 나머지 인원의 비용 부담이 커지게 된다. 심지어 2명 이상 탈퇴하게 된다면 졸준위가 무산될 수도 있다. 이 모든 사안은 ‘졸장’의 주도 하에 움직인다. 졸장은 학년 전체를 대변하며 전졸협과 직접 소통하는 역할을 맡는다. 실제 졸장을 선발하는 과정에서 “한 명이라도 탈퇴하면 안 된다”는 취지의 발언이 오갔을 정도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졸준위가 결성되면 가입한 모든 학생들은 졸준위의 통제를 받는다.<일요시사>가 입수한 한 학교의 규칙문에 따르면 졸준위는 다음과 같은 규정을 두고 있었다. ▲출석 시간(8시49분59초까지 착석 등) ▲교수·레지던트에게 개인 연락 금지 ▲지각·결석 시 벌금 ▲회의·행사 참여 의무 ▲병결·생리 결 확인 절차 ▲전자기기 사용 제한 ▲비대면 수업 접속 규칙 ▲시험 기간 행동 규칙 ▲기출·족보 자료 관리 규정 등이다. 학생들이 이 규정을 어길 시 졸준위는 ‘벌금’을 부과해 통제하고 있었다. 금액도 적지 않았다. 규정 위반 시 벌금 2만원에서 50만원까지 부과할 수 있도록 정해져 있었다. 가장 논란이 되는 부분은 병결이다. 졸준위는 병결을 인정하기 위해 학생에게 진단서 제출을 요구하고, 그 내용(질병명·진료 소견·감염 여부 등)을 직접 열람해 판단했다. 제출 병원에 따라 병결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공지도 있었다. 한 병원의 진단서가 획일적이라는 이유에서였다. 단체가 학생의 개인 의료 정보를 열람해 병결 여부를 자체적으로 결정하는 방식은 학생들 사이에서 부담과 압박으로 작용했다. 질병이 있어도 벌금이 부과될 수 있고, 병결을 얻기 위한 절차가 학습보다 더 어렵다는 말도 나왔다. 규정에 대해 문제 제기를 하면 졸준위는 대면 면담을 하는 방식으로 대응했다. 이 과정에서 3:1로 면담을 진행하는 등 학생이 위축될 수 있는 방식을 행하기도 했다. 전자기기 사용 불가 규칙 어기면 벌금도 이 같은 문제로 탈퇴자가 발생하기도 했다. 실제 A 대학 졸준위 전체 학번 회의에서 밝혀진 내용에 따르면 한 학생은 규정에 문제를 느껴 졸준위 측에 탈퇴를 의사를 밝혀왔다. 이 회의에서는 그간 탈퇴 의사를 밝힌 학생과의 카톡 대화 전문이 학생들에게 공개됐다. 공개된 카톡 내용에는 탈퇴 과정이 담겨있었는데 순탄하지 않았다. 졸준위 측은 탈퇴 의사를 즉각적으로 승인하지 않았고, 재고를 요청하거나 면담하는 방식으로 요청을 지연했다. 해당 학생이 다시 한번 탈퇴 의사를 명확히 밝힌 뒤에도, 졸장은 “만나서 얘기하자”며 받아주지 않았다. 심지어는 이 대화를 공개한 뒤 학우들에게 ‘졸준위에서 이탈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서약서를 받아내기도 했다. 졸준위 운영이 조직 이탈 자체를 문제로 판단하고, 이를 최소화하기 위해 압박을 가한 정황이 확인되는 대목이다. 해당 학우는 탈퇴 확인 및 권리 포기 동의서에 서명한 뒤에야 졸준위를 탈퇴할 수 있었다. 탈퇴 이후에도 갈등은 지속됐다. 목격자에 따르면 시험 기간 중, 강의실 앞을 지나던 탈퇴 학생은 졸준위 임원 두 명에게 “제보가 들어왔다”며 불려 세워졌다. 임원들은 이 학생이 학습 플랫폼 ‘퀴즐렛’을 사용한 점을 언급하며, 그 자료 안에 졸준위에서 배포한 기출문제가 포함돼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후, 졸준위에서는 퀴즐렛에 학교 시험 내용이 있다며 탈퇴자가 보지 못하도록 사용자를 색출하기도 했다. 한편, 전졸협은 10년 전 자체 제작한 문제집으로 논란된 적이 있다. 당시 한의사 국가고시 시험문제가 학생들 사이에서 사용되는 예상 문제집과 지나치게 유사하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다. 시험이 끝난 직후 시험장 앞에서 수험생 60여명을 상대로 참고서와 문제집을 압수했고, 국가시험원까지 압수수색해 기출문제와 대조 작업에 들어갔다. 기형적 구조 문제가 된 교재는 ‘의맥’ ‘의련’ 등 졸준위 연합체인 전졸협이 제작·배포해 온 자료들이다. 학생들은 교재에 일련번호를 붙이고 신분증을 확인한 후 배포하는 등 통제된 방식으로 유통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제보자는 “학생들이 전졸협을 통해서만 기출문제를 구할 수 있는 구조는 기형적”이라며 “국가고시를 위해 몇백만원씩 돈을 받고 문제를 제공하는 건 문제를 사고파는 것”이라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