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물 정부’ 미국 개입설 막후

전쟁 나면 트럼프 도와줄까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윤석열 대통령의 정치생명이 끝났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대내외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국내 안보 지형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치고 있다. 상황을 가장 유심히 지켜보고 있는 국가는 미국이다. 다음 정권을 누가 잡느냐에 따라 대응 방식도 달라진다. 현재까지 일궈낸 한미일 간 동맹에까지 금이 갈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미국까지 한국 정세에 대해 우려를 표하고 있다. 전혀 예기치 못한 상황이다.” 국립외교원 출신 한 교수의 말이다. 국내 외교·안보 불확실성이 커졌다는 분석으로 해석된다. 국가정보원도 비상이 걸렸다. 직원들에게 대외 접촉 금지와 업무 중단을 지시하는 등 이례적인 결정을 내렸다. 외교부가 해외 각국의 대사들과 소통에 나섰으나 역부족인 상태다. 하루 빨리 ‘윤석열 리스크’가 해결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전두환
트라우마

조태열 외교부 장관은 지난 8일 필립 골드버그 주한미국대사를 접견해 한국이 법치주의로 현재의 어려운 상황을 극복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외교부는 “조 장관은 한국 자유 민주주의의 회복력과 견고하게 지속해 온 법치주의를 토대로 현재의 어려운 상황을 극복해 나갈 것이라는 우리 정부의 확고한 의지를 강조했다”고 전했다. 이어 “양측은 한미동맹이 흔들림 없이 유지, 강화되도록 함께 노력해 나가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를 두고 미국 고위 당국자들은 ‘오판’ ‘불법’ 같은 강한 언사로 공개적으로 비판하고 있다. 윤 대통령의 시대착오적 계엄령 선포가 한미 동맹과 한미일 협력을 위기에 빠뜨렸다고 보고 있고, 국회와 선관위 등에 군을 동원하는 과정서 미국에 전혀 사전 통보를 하지 않은 것을 심각하게 보고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로이드 오스틴 미국 국방부 장관은 방문을 조율 중이던 한국 방문을 취소하고 일본만 방문하기로 하는 등 미국 내 ‘한국 패싱’도 현실화되고 있다.

조 장관이 나서 사태를 수습하려 하는 것으로 보이지만, 역부족이라는 게 외교부 내부의 관측이다. 외교부 한 관계자는 “‘한국 패싱’은 이미 시작됐고 이제 어떻게 다시 신뢰를 회복하느냐의 문제”라며 “지금 정권에서는 수습하기 힘들 거라고 보고 있다”고 말했다.

동맹국 알리지 않고 나홀로 계엄
“잘못된 판단” 숨기지 않고 비판

국내 전문가들도 한국의 외교 역량이 크게 악화될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이정민 카네기국제평화재단 선임연구원은 지난 5일(현지시각) 재단 홈페이지에 올린 글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내년 1월 취임, 북한의 핵 위협 고조, 미중 무역 전쟁 악화 가능성을 거론하면서 한국의 이번 사태가 최악의 시기에 벌어졌다”고 진단했다.

그는 “한국이 북러 군사협력과 트럼프발 관세 폭탄 등 매우 심각한 지정학적·경제적 도전에 직면한 상황서 이뤄졌다”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해 “지금의 정치 위기는 더 회복력 있는 외교정책을 수립하고 현존하는 국가안보 위협을 완화할 수 있는 한국의 능력을 약화할 뿐”이라 지적했다.

그는 “윤 대통령은 계엄을 선포하고 국회의 해제 요구 의결 이후 계엄을 철회함으로써 한국의 성장하는 긍정적인 글로벌 브랜드를 약화하고 정치 주도권을 야당에 넘겼다”고 말했다.

윌슨센터의 트로이 스탠거론 한국센터 국장은 <글로벌뉴스> 인터뷰서 “한국은 1980년대 이후 계엄령을 선포한 적이 없다”면서 “이번 계엄은 한국의 민주주의 전례를 깼다는 점에서 중대하며, 권위주의 시대로 한발짝 후퇴하는 것 같다”고 했다.

앤드루 여 브루킹스연구소 한국석좌는 엑스(X)서 “계엄령 선포 결정은 끔찍했다”며 “윤 대통령이 이 위기를 촉발했고 스스로 정치적 무덤을 팠다”고 평가했다.

국정원도 비상이 걸린 건 마찬가지다. 2급 이하 인사 조치를 중단하고 직원들에게 대외 접촉 금지까지 지시했다. 통상 1급과 2급, 3급 인사 등 국정원 고위 간부는 윤 대통령과 국정원장이 상의해 임명한다.

앞서 계엄 선포 1주일 전 1급 인사를 단행한 국정원은 2급 인사를 진행했고, 대통령실에선 검증을 이어가고 있었다. 그러나 계엄 선포로 인해 해당 검증 또한 중단되면서 국정원 내 모든 인사 절차도 멈춰 섰다.

이번 인사로 과거 인사 파동의 후유증을 떨어내려던 국정원은 2급 이하 인사가 중단되면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분위기다. 지난해까지 국정원 내에선 매파와 비둘기파 간 갈등이 고위직 인사 파동으로 변질됐었고, 조태용 국정원장 취임 이후 이를 정리하는 과정이었지만 1급 인사 이후 브레이크가 걸렸다.

외교부
초비상

국정원은 내부 직원들에게 업무 중단 지시도 내렸다. 산업스파이를 잡아내는 경제 방첩은 물론 대테러, 사이버테러 방지 등 국정원 내 주요 업무 차원서 대외 접촉 금지 지시를 내린 것이다. 업무 중단은 대선과 총선 등 정치적 민감성이 큰 시기에 이뤄지는 통상적 지시일 수 있으나 비상계엄 사태를 의식한 조치라는 해석에 무게가 실린다.

국정원 출신 한 교수는 “정치적으로 민감한 사안이 있을 때마다 있었던 일이다. 계엄 사태로 인해 갑자기 발동됐다고 보기엔 무리가 있다. ‘이럴 때일수록 조심하자’는 성격의 조치”라며 “국정원이 현 상황을 엄중하게 인식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북한 역시 조심스럽게 반응하고 있다. 계엄령에 따라 한국이 은밀한 공격을 감행하거나 북방한계선(NLL) 인근서 제한적 교전이 벌어질 가능성이 커졌다고 판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 관영매체 <조선중앙통신(KCNA)>은 지난 11일 윤석열 대통령의 계엄령 시도 이후 한국서 벌어지고 있는 정치적 혼란에 대해 처음으로 보도했다고 <로이터통신>이 보도했다.

<KCNA>는 계엄령 사태로 남측의 사회적 불안이 커지고 있다면서 윤 대통령의 탄핵을 요구하는 100만명 이상의 대규모 시위가 벌어지고 있다고 소개했다.

그러면서 “이미 심각한 국정 위기와 탄핵 위기에 직면했던 괴뢰 윤석열이 느닷없이 계엄령을 선포해 파쇼 독재의 총칼을 민중에게 겨눴다”면서 “수십년 전 군사 독재 시절의 쿠데타를 연상케 하는 그의 미친 행위는 야당을 포함한 모든 계층의 강한 규탄을 받았으며, 대중의 탄핵 열기를 더욱 폭발시켰다”고 전했다.

안보도
빨간불

<로이터>는 이는 북한이 남측의 정세를 바라보는 입장을 간접적으로 드러낸 것으로, 남북 간 긴장감을 다시 한번 고조시키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미 싱크탱크 스팀슨센터의 북한 전문가 마이클 매든은 지난 10일(한국시각) 미국 북한 전문 매체 <38노스>에 기고한 글에서 “한국의 비상계엄 사태는 시리아 바샤르 알아사드정권의 붕괴와 결합해 북한에 이중의 지정학적 도전을 제기했다”며 “이는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정권의 메시지를 재조정하고 러시아와의 군사 협력을 우선시하도록 만들 수 있다”고 전망했다.

매든은 비상계엄 사태와 시리아 내전 종식이 북한에는 ‘이중의 전략적 충격’이었을 것이라며 “북한은 시리아 정권의 붕괴를 예상하고 컨틴전시(비상대응) 플랜을 세워뒀을 수 있지만 그 속도까지는 예측하지 못했을 것이고, 윤 대통령의 계엄 선포는 완전히 예상 밖이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커트 캠벨 미국 국무부 부장관은 지난 4일(현지시각) 비상계엄 선포에 대해 “심한 오판이었다(Badly Misjudged)”고 혹평했다. 캠펠 부장관은 “나는 윤 대통령이 심한 오판을 했다고 생각한다”며 “계엄법의 과거 경험에 대한 기억이 한국서 깊고 부정적인 울림이 있다”고 말했다.

북러 협력 강화, 트럼프 행정부 출범 등 대외 불확실성이 커진 상황서 비상계엄 파장이 대외신인도 악화를 야기했다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예정됐던 울프 크리스테르손 스웨덴 총리의 방한은 전격 취소됐다. 일본 언론 보도에 따르면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의 내년 1월 방한 일정도 불투명해진 상태다.

이대로 보고만? 미 역할 어디까지?
국정원 전 직원에 “대외접촉 금지”

빅터 차 미국 싱크탱크 전략국제문제연구소(CISI) 한국 석좌는 최근 <파이낸셜타임스(FT)> 기고문서 “윤석열 대통령의 행동은 중국과 북한, 러시아의 위협이 고조되는 가장 부적절한 시점서 한국에 장기적인 정치적 불안정을 초래했다”고 말했다.

그는 “현 시점서 식별 가능한 유일한 결과는 현직 대통령이 물러나는 것이지만, 시점과 과정이 어떻게 되느냐에 따라 한국과 미국, 전 세계가 큰 경제·정치적 비용을 치르게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특히 “이 상황이 어떻게 끝날지는 모르지만 악몽 같은 시나리오는 군이 다시 거리로 나오는 것”이라면서 “윤 대통령의 분노와 좌절이 정치적 혼란 속에 2차 계엄 선언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고 우려했다.

차 교수는 “미국은 지금까지 신중한 입장을 유지해 왔으며 어느 쪽에도 동조하지 않고 한국인이 위기를 해결하려는 동안 법치주의와 헌법적 절차를 존중해야 할 필요성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면서도 “하지만 두 번째 계엄령 선포는 워싱턴이 아시아, 경제 안보, 유럽 전쟁에 대한 바이든과 동맹국의 전반적인 외교 정책을 확고히 지지해 온 한국 대통령에 맞서도록 강요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윤 대통령이 선택하는 극단적 시나리오에는 2차 비상계엄 선언도 존재한다. 전문가들은 2차 비상계엄이 현실화될 경우 미국이 직접 개입할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현재 미국 바이든 행정부는 병력 동원이 결부되는 계엄 선포에 있어 동맹국인 미국에 발표 직전 사전 통보도 없었다는 점에 불만이 쌓인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한미 NCG회의 무기 연기나 오스틴 국방부 장관의 방한 보류 등에서 보듯 한미 공조에 단기적 악영향을 미치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시각도 없지 않다. 자칫 내년 1월 공식 출범하는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와의 새로운 관계 설정에도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도 거세지고 있다.

순식간에
불편한 관계

윤석열정부가 북한을 향해 군사 도발을 감행하기라도 하면,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퇴임을 앞두고 미군의 희생을 감수해야 하는 상황을 맞는다. 바이든 행정부가 가장 피하고 싶은 시나리오다. 일례로 미국은 전두환 신군부의 12·12를 사주했다는 의혹에 시달린 바 있다. 하지만 관련 연구 성과를 종합하면 미국이 12·12를 사주했다기보다 전두환 신군부가 미국에도 알리지 않고 정권찬탈을 기정사실로 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hounder@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트럼프 2기 행정부 대응은?

도널드 트럼프 2기 미국 행정부 출범을 앞두고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사태 후폭풍이 커질 전망이다.

대외 정책 우려도 커진 상황서 트럼프 당선인이 주한미군 분담금 비용 대폭 인상을 요구하거나 관세 폭탄을 부과할 가능성도 적지 않다.

트럼프 당선인은 지난 8일(현지시각) 공개된 미 NBC 방송과의 인터뷰서 유럽의 방위비와 무역 불균형 문제를 지적하면서 러시아 위협에 대응한 안보동맹체인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서 미국의 탈퇴를 시사하는 등 초강경 입장을 재확인했다.

그는 인터뷰서 “나토는 우리를 이용하고 있다. 무역서 유럽 국가들은 우리를 끔찍하게 이용하고 있다. 그들은 우리 자동차와 식료품 등 아무것도 가져가지 않는다”면서 “그것에 더해 우리가 그들을 방어하고 있다. 그것은 이중고(Double Whammy)”라고 말했다.

그는 인터뷰서 한국을 직접 거명하지는 않았지만, 선거 기간 한국의 방위비 분담금에 대해서도 유럽 동맹국들을 바라보는 것과 유사한 인식을 여러 차례 내비친 바 있다.

심지어 한국을 ‘머니 머신(Money Machine)’이라고 부르면서 연 100억달러(약 14조원)의 방위비를 요구하기도 했다.

미국 신행정부 출범 직전, 권력 이양기에 중요한 대미 외교 공백은 불가피하게 됐다.

윤 대통령이 취임 후 최대 치적으로 한·미 동맹 강화를 내세운 만큼 더욱 그렇다.

실제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국면이던 지난 2016년 12월은 오바마 행정부서 트럼프 1기 행정부로 이행하는 시기였다.

당시 최고위급의 실질적인 외교는 사실상 마비였다.

트럼프 당선인은 분담금, 관세 문제뿐만 아니라 한·미 동맹에 그다지 긍정적이지 않다.

분담금과 주한미군 철수 문제를 연계시킬 가능성도 제기된다.

북한과 직접 대화에 대한 의지도 수차례 언급했다. 이 과정서 한국 패싱도 우려도 있다.

한·미 동맹과 북핵·대북 정책 등과 관련해 트럼프 2기 행정부와의 사전 조율이 필수적이지만 윤 대통령이 사실상 국정운영서 멀어진 탓에 효과적인 물밑 조율도 어렵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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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POP 1위 하이브, 수사 리스크 타개책 있나?

K-POP 1위 하이브, 수사 리스크 타개책 있나?

[일요시사 취재1팀 ] 장지선 기자 = 국내 최대 연예기획사가 사면초가 상태에 빠졌다. 업계에서는 부동의 1위를 달리고 있지만 내부는 엉망진창이라는 풍문이 돌고 있다. 레이블 간의 갈등이 법정 공방으로 번졌고 주력 IP는 과거와 비교해 힘을 못 쓰는 모양새다. 연예계 ‘미다스의 손’으로 불리는 수장은 이 위기를 어떻게 타개하려는 걸까? 2024년 5월 엔터테인먼트 기업 하이브가 대기업집단으로 지정됐다. 공정거래위원회는 계열사 자산 총액과 자본 총액을 더한 자산이 5조원을 넘긴 곳을 대기업집단으로 지정한다. 2024년 3월 공개한 사업보고서 기준으로 하이브 자산 총계는 5조원을 넘었다. 당시 기준으로 재계 순위 85위에 올랐다. 빛 좋은 개살구? 대기업집단으로 지정되면 공정거래법상 기업의 의무가 늘어난다. 엄격한 법의 테두리 안으로 들어가게 되는 것이다. 동시에 상징성도 얻는다. 실제 하이브는 국내 엔터테인먼트 업계에서 최초로 대기업집단에 지정됐다. 국가 차원에서 하이브가 ‘업계 1위’로 인정받은 셈이다. 공정거래위원회는 “K팝의 세계화로 앨범, 공연, 콘텐츠 등이 주요 수익원인 엔터테인먼트 업계가 급격히 성장한 것이 반영됐다”고 지정 배경을 밝혔다. 하이브의 대기업집단 지정은 민희진 전 어도어 대표와의 갈등이 한창 불거질 무렵에 이뤄졌다. 앞서 2024년 4월 하이브는 그룹 뉴진스 등이 소속된 레이블 어도어를 이끌고 있던 민 전 대표가 경영권을 탈취하려 했다는 의혹을 제기하며 감사를 진행했다. 민 전 대표와 하이브 간 이른바 ‘민-하 대전’의 시작이었다. 이후 뉴진스, 다른 레이블까지 싸움에 뛰어들었다. 뉴진스는 자신들의 프로듀서는 민 전 대표라고 주장하면서 계약 해지를 요구했고 다른 레이블은 민 전 대표가 제기한 표절 의혹 등에 반발해 소를 제기했다. 민 전 대표와 하이브 간의 계약 문제도 송사로 번졌다. 그 사이 뉴진스는 쪼개졌고 멤버 1명은 계약 해지 후 피소됐다. 내부 문제 외에도 SM엔터테인먼트(이하 SM)의 경영권을 인수하는 과정에서 불거진 카카오와의 갈등도 현재 진행형이다. 카카오와 하이브는 ‘아이돌 명가’로 불리는 SM을 인수하기 위해 엄청난 출혈 경쟁을 벌였다. 인수전이 과열되면서 카카오가 주가를 조작했다는 의혹이 제기됐고 김범수 의장이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기소돼 구속됐다가 보석 석방되기도 했다. 1900억원대 부당이득 혐의 경찰 영장 청구, 검찰 반려 이 모든 과정이 진행되는 동안 방시혁 하이브 의장은 두문불출 상태였다. 미국에 머물다가 인터넷 방송 BJ ‘과즙세연(본명 인세연)’과 거리를 걷는 사진이 찍혀 입길에 오른 것을 제외하면 행보를 알기 어려웠다. 방 의장이 프로듀싱을 도맡아 온 방탄소년단(BTS)도 ‘군백기(군대+공백기)’ 상태였다. 하지만 BTS의 광화문 공연 이후 방 의장에 대한 언급이 늘었다. BTS는 멤버 전원이 군대에 다녀온 뒤 ‘완전체’ 첫 행보로 광화문 공연을 선택했다. 정부와 서울시가 하이브의 제안을 받아들이면서 성사된 공연은 각종 논란으로 이어졌다. 정부가 하이브에 특혜를 주고 있는 게 아니냐는 의심이 제기된 시점도 이때다. 지난달 21일 광화문 일대는 경찰 등에서 동원된 경비 인원으로 삼엄했다. 광화문 인근을 지나가는 사람들에 대한 대대적인 검문이 이뤄졌고 그 수위는 살벌했다. 공연과는 전혀 관계가 없어 보이는 이들도 검문 대상으로 지목됐고 결혼식 등 행사에 참석하기 위해 모인 사람도 어김없었다. 정부와 전폭적인 지원에도 BTS 공연을 위해 광화문에 모인 인파는 예상에 크게 미치지 못했다. 앞서 26만명이 몰릴 것으로 예상했지만 공연 직후 경찰은 4만명으로 추산했고 하이브는 10만여명으로 발표했다. 어떤 기준을 갖다 대도 예상치보다 적은 인원이 모이면서 공연 자체를 비판하는 목소리와 모두의 광장인 광화문을 사기업이 특정 시간대에 독점하는 게 맞느냐는 지적이 이어졌다. 회사 뒤에 숨어 있나 실제 BTS의 광화문 공연은 ‘관급 행사’를 방불케 하는 모습을 보였다. 공연 전 국무총리가 하이브를 방문했고 서울시는 공연 당일 경비를 위한 회의를 여러 번 진행했다. 물 샐 틈 하나 없는 경비 체제를 구축한다는 명분으로 안전 관리에만 경찰 6700여명 등 모두 1만5000명에 이르는 인력이 동원됐다. 이재명 대통령도 가세했다. 이 대통령은 공연 전에는 안전 관리를 당부하는 목소리를 냈고 공연 이후에도 호평을 남겼다. 이 대통령은 공연 이후인 지난달 24일 열린 국무회의에서 “이번 공연은 광화문 홍보를 넘어 대한민국 홍보에 결정적이었다”며 “기획을 잘 해서 잘 진행했다”고 평했다. 대통령까지 언급한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은 공교롭게도 방 의장에 대한 비판으로 튀었다. 방의장이 현재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경찰 조사를 받는 점, 그 내용이 주식과 관련된 것이라 정부 정책에 반한다는 점 등이 화두가 됐다. 이 대통령은 ‘주가조작은 패가망신’이라면서 엄하게 처벌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바 있다. 방 의장은 하이브 IPO(기업 공개) 이전인 2019년 기존 투자자들에게 상장 계획이 지연될 것처럼 설명하는 등 기망행위를 통해 주식을 매수하고 이후 자신과 관련된 사모펀드가 설립한 특수목적법인(SPC)에 지분을 넘기는 방식으로 부당이득을 취한 혐의를 받는다. 경찰이 추산한 부당이득 액수는 1900억원에 이른다. 지난해 7월 이 대통령의 ‘주가조작은 패가망신’ 경고 이후 주식시장을 교란한 혐의를 받는 인사들에 대한 금융 당국의 제재가 강해졌다. 당시 지목당한 인물 가운데 한 명이 바로 방 의장이었다. 금융위원회 증권선물위원회는 지난해 7월16일 자본시장법상 부정거래 행위 금지 위반 혐의로 방 의장을 검찰에 고발했다. 경찰도 같은 혐의로 방 의장에 대한 수사에 착수했다. 미국 압박 경찰 발끈? 검․경의 중복 수사 우려까지 불거졌던 사안은 경찰이 내사에 착수한 2024년 말 이후 1년 반이 지나도록 어떤 결론에도 이르지 못했다. 경찰은 지난해 9월 방 의장을 처음 소환한 이후 같은 해 11월까지 총 5차례 조사했다. 이후 5개월간 추가 소환이나 신병 확보가 진행되지 않으면서 ‘늑장 수사’라는 비판이 일었다. 서울경찰청 금융범죄수사대는 지난 21일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방 의장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박정보 서울경찰청장은 구속영장 청구 하루 전인 지난 20일 정례 기자간담회에서 “방 의장 수사는 거의 마무리됐다”며 “법리를 검토 중이고 머지않은 시간 내에 종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고 다음 날 방 의장에 대한 신병 확보에 나선 것이다. 방 의장 측은 즉각 유감을 표명했다. 그의 변호인단은 “장기간 성실히 수사에 협조했음에도 구속영장이 신청된 것은 유감”이라며 “향후 법적 절차에도 충실히 임해 최선을 다해 소명할 것”이라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주한미국대사관의 압박에 영향을 받은 게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주한미국대사관은 최근 방 의장의 미국 방문과 관련해 출국 협조를 요청하는 서한을 경찰에 전달한 것으로 확인됐다. 서한에는 오는 7월4일 예정된 미국 독립기념일 250주년 행사 참석과 BTS의 월드투어 지원 필요성 등이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 방 의장은 출국금지 상태다. BTS 광화문 공연부터 특혜 의혹 솔솔 나와 주한미국대사관의 행보에 경찰 내부는 격앙된 상태인 것으로 전해졌다. BTS 콘서트나 독립 250주년 기념행사 등을 고리로 미국 측을 움직여 수사 편의를 우회 압박한 게 아니냐는 의혹이 나왔다. 이번 사건의 공범으로 의심되는 인물이 지난해 미국으로 출국한 뒤 귀국하지 않는 상황이라 방 의장이 입을 맞추거나 도주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왔고, 경찰의 신병 확보 결정에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하이브는 국민 정서를 자극할 수 있는 ‘무리수’를 둘 이유가 없다는 입장이다. 오히려 주한미국대사관의 서한 발송이 당혹스럽다는 분위기다. 하이브 관계자는 “공식적으로 행사 참석을 요청받은 적도 없고 출국금지를 해제해 달라고 요청할 수도 없다”고 전했다. 구속 갈림길에 서 있던 방 의장은 검찰의 구속영장 반려로 한숨 돌리게 됐다. 서울남부지검 금융.증권범죄합동수사부는 지난 24일 방 의장에게 신청된 구속영장을 돌려보냈다. 검찰은 “현 단계에서 구속을 필요로 하는 사유 등에 대한 소명이 부족하다고 판단해 보완수사를 요구했다”고 밝혔다. 일단 구속 위기는 피했지만 방 의장의 사법 리스크가 다시 수면 위로 올라오면서 하이브의 최대 변수가 되는 모양새다. 하이브는 핵심 IP인 BTS 컴백으로 최대한 분위기를 띄워야 하는 상황에서 광화문 공연이 한 차례 논란이 된 데 이어 오너 리스크까지 덮쳤다. 무엇보다 방 의장이 하이브에 끼치는 영향이 절대적인 만큼 향후 상황에 따라 발생할 예측 불가능한 수준의 후폭풍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오너 리스크 K-팝도 영향 연예계 관계자 사이에서는 방 의장의 사법 리스크가 하이브를 넘어 K-팝 업계에 미칠 영향이 상당할 것이라는 분석도 제기된다. 우리나라 문화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는 K-팝의 이미지가 업계 1위 수장의 오너 리스크로 얼룩질 수 있다는 걱정이다. 방 의장은 이 위기를 어떻게 타개할까?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