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성 없는’ 내란 수사 전쟁

조직 명운 걸고 윤 수갑 채우기

[일요시사 취재1팀] 김철준 기자 = 12·3 비상계엄 사태가 벌어지고 10여일이 지났다. 국가 수사기관은 모두 해당 사건에 조직의 명운을 건 듯하다. 검찰이 가장 발 빠르게 핵심 인물을 구속하고 수사하고 있지만 경찰, 공수처, 국방부가 함께 출범시킨 공조본이 이제는 수사 우위를 가져갈 것이라는 의견도 나온다. 게다가 국회에선 상설특검이 통과되고 일반특검도 준비 중이다. 비상계엄 사태가 중요한 만큼 중심의 컨트롤타워가 필요하다는 지적에 수사기관이 어떻게 대응할지 지켜봐야 한다.

12월3일 오후 10시, 윤석열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한 이후 수사기관들은 내란죄에 대한 수사에 몰두해 있다. 이런 상황에 검찰과 경찰, 그리고 공수처가 각각 수사에 돌입하면서 수사 경쟁을 벌이고 있으며 국회에서는 내란 상설특검이 통과되고 국정조사권이 발동돼 혼란이 예상된다.

내란죄
주체는?

수사기관 중 가장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는 곳은 검찰이다. 검찰은 지난 6일, 검사 60명을 투입한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 사태를 수사하는 특별수사본부(이하 특수본)를 서울동부지검에 설치했다. 특수본은 박세현 본부장(서울고검장)을 포함한 검사 20여명과 검찰수사관 30여명 군검찰 파견 인원 10여명으로 구성됐다. 지난 12일 대검은 특수본에 30여명의 검사를 추가 파견하기도 했다.

특수본은 출범 직후 비상계엄 관계자들의 엇갈린 진술이 쏟아지는 가운데 핵심 인물인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의 진술 확보가 우선이라고 판단하고 출석을 요구했다. 김 전 장관 측은 같은 날 자진 출석하겠다고 입장을 밝힌 뒤 지난 8일 새벽 출석했다. 

특수본은 출석 후 6시간 동안 조사하고 김 전 장관을 긴급체포했으며 소지하고 있던 휴대전화도 압수했다. 이어 9시간 뒤인 지난 9일 오후 5시 김 전 장관을 다시 불러  2차 조사를 7시간가량 진행했다. 


특수본은 같은 날 오후 세 번째 조사를 마치고 김 전 장관에 대해 ‘내란중요임무종사 및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특수본은 김 전 장관에 대한 세 번째 조사를 진행하면서 내란에 가담한 군대에 대한 수사도 진행했다. 특수본은 지난 9일, 곽종근 전 특수전사령관과 박안수 전 계엄사령관, 정진팔 합동참모차장 등을 참고인 신분으로 불러 조사했으며, 방첩사령부를 압수수색하기도 했다.

다만 계엄 당시 병력을 동원한 부대인 수도방위사령부, 육군 특수전사령부, 특수전 사령부 예하 707특수임무단 등은 당시 압수수색 대상서 제외됐다.

결국 김 전 장관은 지난 11일 구속됐다. 서울중앙지법 남천규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이날 “증거를 인멸할 염려가 있다”며 김 전 장관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실제로 김 전 장관은 지난 5일 휴대전화를 교체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에도 계엄 직후 유심을 바꾸면서 사용한 휴대전화만 3대인 것으로 파악됐다.

김 전 장관의 신병을 확보한 특수본은 윤 대통령과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을 피의자로 입건했다. 특수본은 비상계엄이 선포된 지 8일 만에 핵심 피의자를 구속하고 윗선인 윤 대통령까지 입건하는 등 계속해서 윗선에 대한 수사에 속도를 낸다는 방침이다.

검, 김용현 구속으로 법적 정당성 얻어
경, 내부자들 인원 조사·체포 속도전

하지만 당초 검찰이 내란죄에 대한 수사 권한이 없다는 것이 문제로 꼽힌다. 현직 대통령은 헌법에 따라 ‘내란 또는 외환의 죄를 범한 경우’를 제외하면 재직 중 불소추특권이 있기 때문에, 내란 혐의를 수사할 수 없다면 계엄 선포의 정점인 윤 대통령을 직접 수사할 수 없다.


하지만 검찰은 ‘인지한 범죄와 직접 관련성이 있는 범죄’에 대해선 직접 수사할 수 있다는 검찰청법 규정을 들어, 직권남용 혐의로 수사를 개시한 뒤 관련 범죄로 윤 대통령 내란 혐의에 대해서도 직접 수사가 가능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게다가 김 전 장관의 구속영장 심사 당시 법원서 수사의 정당성을 인정받기도 했다. 법원은 조지호 경찰청장의 내란·직권남용 혐의에 대해서는 경찰공무원 범죄로 봐 검찰이 수사할 수 있고, 이에 따라 조 청장과 공모 관계에 있는 김 전 장관의 내란 등 혐의에 대해서도 경찰의 범죄와 관련된 범죄로서 수사가 가능하다고 판단했다.

당시 법원은 검찰이 일반적으로 내란죄 자체를 직접 수사할 수 있는지, 이른바 ‘검수원복(검찰수사 원상복구)’ 시행령에 의해 검찰이 수사할 수 있게 된 직권남용 혐의를 기본 범죄로 보고, 그와 관련된 혐의로 내란죄 수사를 할 수 있는지는 판단하지 않기도 했다.

법원의 이 같은 판단으로 경찰과 공수처가 검찰의 수사 권한을 문제 삼을 명분이 다소 퇴색할 것으로 보인다.

경찰도 12·3 비상계엄 사건이 발생하자 150명 규모의 경찰 국가수사본부 산하에 비상계엄 특별수사단(이하 특수단)을 꾸렸다. 우종수 특수단장(국가수사본부장)은 지난 9일 경찰청 브리핑서 ‘비상계엄을 선포한 윤 대통령을 수사하라는 국민 여론이 높다. 행정부 최고 책임자인 대통령에 대한 수사가 가능하냐’는 질문에 “이번 사건에 대한 수사 대상에는 인적·물적 제한이 없다.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하게 수사하겠다”고 밝혔다.

우 단장은 “국가수사본부는 내란죄 수사 주체로서 책임감을 무겁게 느끼고 있다”면서 “비상계엄 특별수사단을 중심으로 가용할 수 있는 자원을 동원해 오직 법과 원칙에 따라 한줌의 의혹이 없이 철저하게 수사할 것을 국민 여러분께 약속드린다”고 말했다.

그는 검찰·공수처와 수사권 갈등을 벌이는 것에 대해 “검찰청법상 검찰총장은 개별 사건에 대한 구체적 지휘감독권이 없다”며 “지금까지 국수본부장인 저를 중심으로 고발장 접수 이후 신속하게 피의자들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받아 집행하고 엄정한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검찰이 김 전 장관의 신병을 먼저 확보하면서 특수단은 조지호 경찰청장, 김봉식 서울경찰청장, 김준영 경기남부청장 등 내부 인사에 대한 수사를 시작했다. 

특수단은 지난 11일 새벽 3시49분께 조 청장, 김봉식 청장을 내란 혐의로 체포했다고 밝혔다. 전날 조 청장은 오후 4시부터 서울경찰청 마포청사에서, 김 청장은 오후 5시30분부터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 국가수사본부에 출석해 조사를 받았다. 특수단은 이들에 대한 추가 조사를 진행한 뒤 구속영장 신청 여부를 결정할 계획이다.

이들은 지난 12·3 내란 사태 당시 경력을 동원해 국회를 통제한 혐의를 받는다. 앞서 경찰은 비상계엄 선포 직후인 3일 오후 10시46분부터 돌발 사태 발생에 대응하겠다며 국회를 일시 통제했다가 20분 만에 국회 관계자에 한해 출입을 허가했다.

이제 와서
법과 원칙?

하지만 다시 31분 만에 포고령에 따라 국회 출입을 전면 차단한 바 있다. 경찰은 포고령이 발동된 뒤인 같은 날 오후 11시37분부터 약 2시간8분 동안 국회를 전면 봉쇄했다.


특수단은 김준영 청장을 참고인으로 소환해 이번 내란 사태 당시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이하 선관위)에 경찰을 투입한 경위를 캐물은 것으로 전해졌다. 

조사 결과 조 청장은 지난 3일 오후 10시41분 김 청장에게 선관위 청사와 선거연수원에 대한 안전 조치와 우발 대비를 지시했다.

이에 김준영 청장은 오후 10시44분쯤 경비과장에게 경력 배치를 지시했고, 경비과장은 곧바로 과천경찰서와 수원서부경찰서에 이를 전달했다. 과천경찰서는 오후 11시48분쯤 경찰관 13여명을 동원해 현장에 도착했다. 수원서부서도 오후 11시25분쯤 현장에 경찰관 10여명을 배치했다.

당일 오후 11시50분쯤에는 기동대 1개 제대가 선관위에 도착했으며, 이튿날 오전 12시55분쯤에는 2기동대가 선거연수원에 배치됐다. 7기동대는 오전 1시20분쯤 선관위에 도착했으며, 기동대 경력은 오전 6시40분쯤 철수 지시를 받았다.

특수본은 지난 10일 문진영 과천경찰서장도 조사한 것으로 전해졌으며, 김재광 수원서부경찰서장도 참고인 자격으로 조사할 예정이다.

내란에 가담한 것으로 의심되는 내부 인원에 대한 조사를 마친 특수단은 곧바로 윤 대통령을 향해 수사 방향을 틀었다. 특수단은 지난 11일 대통령실에 18명의 수사관을 보내 계엄 당시 열린 국무회의 관련 기록 등을 확보하려 했지만 경호처가 진입을 허락하지 않으면서 일부 자료만 임의제출 방식으로 넘겨받았다.


이날 특수단과 경호처는 8시간 가까이 대립했다. 압수수색영장에 적시된 피의자는 윤 대통령으로, 대통령 집무실과 국무회의실, 경호처 등이 압수 대상이었다.

경찰 국가수사본부 특별수사단 관계자는 이날 대통령실 앞에서 기자들과 만나 “직접 대통령실 청사 등에 들어가 압수수색을 하겠다고 강력히 요청했으나 (경호처가)공무·군사상 비밀 등 이유로 직접 들어가지 못한다고 거부했다”고 말했다.

검찰과 경찰 외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에서도 비상계엄 수사에 열을 내고 있다. 공수처는 지난 4일 순직 해병 등 모든 사건 수사를 일시 중단한 채 ‘비상계엄수사 태스크포스(TF)’를 가동 중이다. 이대환 수사3부장검사를 팀장으로, 오동운 처장과 이재승 차장, 그리고 휴직이나 사직 의사를 밝힌 검사를 제외한 공수처 검사 11명과 수사관 36명 등 공수처 인원 전원이 투입됐다.

이 차장은 이날 “현재 비상계엄 관련한 국가 중대사가 더 우선이라 순직해병 사건 조사 등은 미룰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공수처는 지난 11일 홍장원 전 국가정보원 1차장을 참고인 조사했다. 공수처 비상계엄 수사팀(팀장 이대환 수사3부장)은 이날 오전 서울 모처로 출장을 나가 홍 전 차장에 대한 조사를 실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호처
임무는?

홍 전 차장은 지난 6일 신성범 국회 정보위원장과의 면담서 “계엄 선포 직후 윤 대통령으로부터 (정치인들을)싹 다 잡아들여 정리하라. 국정원에도 대공 수사권을 줄 테니 방첩사령부를 도와서 지원하라”는 지시를 받았다고 밝힌 인물이다.

홍 전 차장은 또 “윤 대통령과 통화 이후 여 전 방첩사령관에게 전화를 걸어 윤 대통령의 지시사항을 전달했고, 여 전 방첩사령관으로부터 구체적인 체포 대상자 명단을 들었다”고 주장해 왔다. 홍 전 차장이 밝힌 체포 대상자는 우원식 국회의장,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등 13명이다.

공수처는 이날 홍 전 차장을 상대로 윤 대통령에게 직접 전화를 받았는지, 여 전 방첩사령관으로부터 구체적인 체포 명단을 들은 것이 맞는지 등을 확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공수처는 검찰 및 경찰이 공수처와 중복된 수사를 할 때 처장이 수사 진행 정도와 공정성 논란 등에 비춰 공수처가 수사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판단해 이첩을 요구하는 경우 검·경은 이에 응해야 한다는 공수처법을 근거로 들며 검찰과 경찰에 비상계엄 사건을 이첩하라고 요구하기도 했다.

점점 더 격해지는 수사 경쟁에 검찰은 경찰과 공수처에 수사 협의를 진행하자며 회동을 제안했다.

대검찰청 관계자는 “지난 9일 오후, 경찰청 국가수사본부 비상계엄 특별수사단과 공수처에 각각 공문을 보내 수사 관련 협의를 제안했다”고 10일 밝혔다. 이에 경찰 국수본은 “3개 기관이 모두 참석한다면 안 갈 이유는 없다”는 입장을 밝혔고, 공수처 역시 “대검찰청과 국수본이 참여하는 협의에 참석할 예정”이라는 뜻을 밝혔다.

하지만 실제로 만들어진 협의체에는 검찰만 쏙 빠졌다. 경찰청 국가수사본부는 지난 11일 “12·3 비상계엄 사태를 보다 신속하고 효율적으로 수사하기 위해 공수처, 국방부 조사본부와 함께 공조수사본부(이하 공조본)를 운영하기로 했다”며 공수처, 그리고 국방부와 함께 공조본를 출범했다.

공조본은 국수본의 수사 경험과 역량, 공수처의 법리적 전문성과 영장 청구권, 국방부 조사본부의 군사적 전문성 등 각 기관의 강점을 살려 상호 유기적으로 협력한다는 방침이다.

검찰만 빼고 공조수사본부 구성
국회에선 특검과 국정조사권 발동

검찰 주도로 군검찰이 합류한 ‘검찰 비상계엄 특별수사본부’에 대응해 경찰 주도로 공수처, 국방부가 힘을 합쳐 윤 대통령 등 내란 혐의자에 대한 수사를 신속하고 효율적으로 하겠다는 취지로 해석된다.

검찰은 공조본에 대해 아무런 연락도 받지 못한 것으로 드러났다. 대검찰청 한 관계자는 “공조본 출범에 관해 전화 한 통 받지 못했다. 언론을 통해 알게 됐다”고 말했다.

검찰이 제안한 수사 협의에 경찰과 공수처도 응하겠다고 한 후 협의 일정을 조율하는 중에 공조본이 출범하면서 3파전이던 비상계엄 수사는 2파전으로 바뀌었다. 이에 법조계에서는 “신속한 수사가 필요한 상황에 수사 혼선이 계속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국회서도 검찰이 비상계엄 사건을 수사하는 것을 못마땅하게 보고 있다.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 조국 전 대표는 검찰이 윤 대통령의 계엄 사태 관련 수사에서 손을 떼야 한다고 거듭 경고했다.

조 전 대표는 지난 11일 국회서 열린 ‘3년은너무길다 특별위원회(탄추위)’ 회의에 참석해 “(검찰이)내란 수괴 윤석열 대신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을 중심 인물로 만들려고 한 정황이 포착됐다”며 이같이 말했다.

조 전 대표는 검찰에 내란죄 수사 권한이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확보된 신병과 수사 자료를 경찰 국가수사본부에 넘기고, 나중에 영장청구와 기소 준비나 하라”고 촉구했다.

혁신당 황운하 원내대표는 “대통령을 건너뛰고 일개 장관에 불과한 김용현에게 계엄 사태에 대한 전체 책임을 뒤집어 씌우겠다는 것”이냐며 “증언과 증거를 조작하는 범죄집단 검찰이 제 버릇 개 못 주는 짓을 또 했다”고 꼬집었다. 그는 “검찰의 특수본 자체를 해제시켜야 한다”며 “검찰은 공수처와 국가수사본부에 즉시 사건을 이첩하라”고 촉구했다.

이들이 검찰의 수사를 믿지 못하는 이유는 곽 전 특전사령관이 지난 10일 열린 국방위원회 긴급 현안 질의서 검찰이 이번 내란 음모와 내란 실행 등과 관련해 윤 대통령이 아닌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을 중심으로 이뤄진 것처럼 질문했냐는 조 대표의 질의에 “그렇습니다”라고 답했기 때문이다.

게다가 12·3 비상계엄 사태에 대한 상설특검 수사요구안이 지난 10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위헌적 비상계엄 선포를 통한 내란 행위의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검사의 수사요구안’은 이날 국회 본회의서 재석 287명 중 찬성 210명, 반대 63명, 기권 14명으로 가결됐다.

상설특검안은 우선 헌법이 국회에 부여한 계엄 통제 권한을 무력화하는 등 내란을 총지휘한 혐의로 윤 대통령을 수사 대상에 올렸다. 비상계엄 선포를 윤 대통령에게 건의하고 계엄사령관을 추천하는 등 윤 대통령의 내란 모의에 적극적으로 가담한 혐의로 김 전 장관도 수사 대상에 포함됐다.

이와 함께 박안수 전 계엄사령관과 비상계엄 선포 전 국무회의에 참석한 국무위원, 한덕수 국무총리와 국민의힘 추경호 전 원내대표, 여인형 국군방첩사령관도 수사 대상으로 적시했다. 이에 검찰 특수본과 공조본, 그리고 상설특검까지 다시 수사가 3파전으로 돌아갈지 관심이 쏠리는 형국이다.

수사 권한
어디까지?

게다가 우원식 국회의장이 비상계엄 사태에 대한 국정조사까지 추진한다고 밝히며 조사·수사는 더 복잡해지는 양상이다.

우 의장은 “계엄은 국민 기본권을 제한하는 비상한 조치로, 헌법과 법률에 따라 엄격히 시행돼야 하며 계엄이 선포되더라도 국회는 통제 대상이 아니다”라며 이같이 밝혔다. 우 의장은 “헌법이 부여한 국회의 권한은 국민으로부터 위임받은 것”이라며 “12·3 비상계엄 사태에 대한 국민의 압도적 판단에 비춰볼 때, 이 사안에 대한 국정조사는 국회의 책무라는 게 국회의장의 판단”이라고 말했다.

<kcj5121@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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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아웃’ 김병기 수난 시대

‘투아웃’ 김병기 수난 시대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지난 6월 김병기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후보가 서영교 의원을 누르고 22대 더불어민주당 2기 원내대표로 당선됐다. 김 원내대표는 내란 종식과 헌정 질서 회복, 권력기관 개혁을 외쳤다. 이로부터 두 달 뒤인 8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정청래 신임 당 대표가 선출됐다. 이재명정부 첫 여당 지도부가 제모습을 갖추면서 안정 궤도에 접어드는 듯했다. 약 한 달도 지나지 않아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김병기 원내대표와 정청래 대표의 첫 갈등이 불거졌다. 정 대표가 지난 9월11일 여야 원내 지도부가 합의한 3대 특검법 합의안에 대해 “협상안을 수용할 수 없고, 지도부 뜻과 달라 재협상을 지시했다”고 밝히면서다. 불안불안 이인삼각 특검법 개정안의 핵심인 기간 연장을 제외한 채 합의해 특검법의 취지와 정면으로 배치된다는 게 정 대표의 입장이다. 김 원내대표는 곧바로 반박했다. 원내 지도부와의 긴급회의를 거듭하던 그는 밖에서 기다리던 취재진을 향해 “정청래한테 공개 사과하라고 그래!”라며 소리쳤다. 이후 당 안팎에서 원성이 쏟아지자 김 원내대표는 오히려 취재진을 향해 “왜 자꾸 합의라고 그러느냐”고 물었다. 그는 “(합의가 아니라) 1차로 논의한 것이고, 무엇보다도 의원총회에서 추인을 받아야 한다”며 “수사 기간과 규모에 다른 의견에 있으면 그 의견을 따라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어제 총론만 (발표)하고 나갔는데 원내수석들이 각론에서 너무 많이 나갔다. 마치 합의가 된 것처럼 보도됐다”며 합의문이 아니라는 점을 재차 강조했다. 두 사람 간의 갈등은 사흘 만인 13일 봉합됐다. 김 원내대표는 자신의 SNS에 “심려 끼쳐서 죄송하다. 심기일전해 내란 종식과 이재명정부의 성공을 위해 분골쇄신하겠다”고 게시글을 작성했다. 이렇게 냉전은 끝났지만 지지층의 비난은 거셌다. 김 원내대표를 향해 ‘수박’ ‘변절자’ 등 원색적인 비판을 쏟아내며 의심의 눈길을 보냈다. 문재인정부 당시 민주당 대표를 지냈지만 지난 대선에서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의 손을 들어준 이낙연 전 국무총리의 행보와 비교하는가 하면 ‘역시 서영교 의원을 뽑아야 했다’는 자조 섞인 목소리도 나왔다. 지지층의 미묘한 기류가 이어지는 가운데 이번에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이하 법사위) 검사 징계안을 놓고 두 번째 갈등이 터졌다. 법사위 소속 범여권 의원들이 대장동 항소 포기에 반발한 검사장 18명을 고발한다고 밝힌 데 대해 “협의가 없었다”고 선을 그으면서 개혁 의지가 부족하다는 비판이 나온 것이다. 지난달 19일 법사위 소속 민주당·조국혁신당·무소속 등 범여권 의원들은 검찰의 대장동 사건 항소 포기에 이의를 제기한 검사장 18명을 국가공무원법 위반으로 경찰에 고발했다. 여당 간사인 민주당 김용민 의원은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검찰 조직 기강과 헌정 질서를 무너뜨린 검사장 18명의 집단 항명 행위에 대해서 국가공무원법 위반 혐의로 고발한다”고 밝혔다. ‘당심’이 뽑은 정, ‘의심’이 뽑은 김 연일 삐거덕…벌써 이재명 리더십 부재? 김 원내대표는 고발 소식이 알려진 뒤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지금 봤다”며 “그렇게 민감한 것은 정교하고 일사불란하게 해야 한다. 협의를 좀 해야 했다”고 당혹한 기색을 보였다. 이어 “뒷감당은 거기서 해야 할 것”이라며 고발장을 제출한 법사위 쪽에 책임을 물었다. 법사위의 검사장 고발은 원내 지도부뿐 아니라 당 지도부와도 사전 논의가 없었다는 게 김 원내대표의 설명이다. 하지만 김용민 의원은 검사장 고발 문제에 대해 “당의 기조와 흐름이 잡혀 있는 상태에서 저희가 고발장을 그날 제출하는 기자회견을 한 것뿐, (원내 지도부와) 소통이 없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김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원내(지도부)와 소통할 때 이 문제를 법사위는 고발할 예정이라는 걸 얘기했다”며 “원내가 많은 사안을 다루다 보니까 (고발 문제를) 진지하게 듣거나 기억하지 못하셨을 가능성은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저희가 더 적극적으로 설명을 해야 했지 않았느냐는 지적을 한다면 겸허하게 받아들이겠다”면서도 “소통이 아예 없지는 않았다”고 덧붙였다. 당시 한 여권 관계자는 “당 대표가 당 전체를 이끄는 일이라면 원내대표는 말 그대로 원내 상황을 조율하고 총괄하는 위치인데, 오히려 갈등을 키우고 있으니 (민주당) 의원들도 혼란스러운 것”이라며 “이런 상황이 조금씩 노출되면서 지지층까지 불안함을 느끼는 것 같다”고 진단했다. 당과 원내, 강경파와 온건파로 나뉜 민주당의 배경에는 정 대표와 김 원내대표의 선출 방식이 거론된다. 강경 지지층이 밀어 올린 정 대표와 달리 김 원내대표는 당내 의원 선거를 통해 당선됐다. 당시 원내에 친명(친 이재명)계가 다수 포진했던 만큼 김 원내대표 의중은 ‘명심(이재명 대통령의 의중)’에 가깝다. 더 강하고 더 빠르게 개혁을 외치는 정 대표의 지지층과 사사건건 부딪칠 수밖에 없는 이유다. 그런 강성 지지층에게 김 원내대표는 이미 ‘투아웃’이다. 여기에 정 대표의 공약이었던 대의원과 권리당원 간 표 반영 비율을 ‘1대 1’로 변경하는 당헌·당규 개정이 부결되면서 지지층의 반발이 거세질 것으로 전망된다. 밑서 치솟고 위서 누르고 그동안 민주당은 당 대표나 최고위원 등 선출 시 대의원과 권리당원 투표 반영 비율을 20:1 미만으로 규정해 왔다. ‘동등한 1인1표제’는 정 대표가 당 대표 경선 당시 공약으로 내건 정책 중 하나로 “나라의 선거에서 국민 누구나 1인1표를 행사하듯 당의 선거에서도 누구나 1인1표를 행사해야 한다”고 추진 배경을 설명했다. 일부 의원들 사이에서조차 ‘졸속 추진’이라는 비판이 나오면서 정 대표와 김 원내대표 두 사람 모두 시험대에 올랐다. 정 대표 쪽에선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는 ‘이재명 대통령이 당 대표였던 때부터 추진됐던 개혁의 실현’이라고 주장하고 있으나 일각에서 ‘시기’와 ‘방법’을 문제 삼는 등 반대 의견에 부딪혔다. 권리당원의 힘으로 대표직에 오른 지 3개월이 조금 지난 상황에서 1인1표제를 추진하자 친명계 조직인 ‘더민주혁신회의’와 일부 당원 등을 중심으로 비판이 제기된 것이다.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1인1표제를 공개적으로 비판했다. 이 최고위원은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 논란이 커지고 있는데 이는 찬반의 문제라기보다 절차의 정당성·민주성 확보, 그리고 취약 지역(영남 등)에 대한 전략적 규제와 과소 대표성이 핵심”이라고 분석했다. 친명계인 윤종군 의원도 SNS를 통해 “당원주권 강화 방향에 동의한다”면서도 “전 지역 권리당원 표를 1인1표로 하는 것에는 이견이 있다. TK(대구·경북) 등 영남지역 당원 자긍심 저하, 당세 확장 장애 조성이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현 상황과 관련해서 한 정치권 관계자는 “당 대표는 당 컨트롤이 안 되고, 원내대표는 의원들 컨트롤이 안 되는 상황”이라며 “지난 지도부(이재명 당 대표, 박찬대 원내대표)가 워낙 합이 좋았고 당 대표 리더십도 강했기 때문에 더욱 비교된다. 중심축이 없으니 엎치락뒤치락하면서 반 발자국만 앞서도 자기 정치라는 뒷말이 나오는 것”이라고 봤다. 결국 정 대표의 1인1표제는 중앙위원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지난 5일 치러진 투표 결과 중앙위원 총 593명 중 373명이 투표에 참여해 찬성 277표, 반대 102표로 과반이 찬성하지 않아 부결된 것이다. 남은 고비 얼마나? 원내 일각에서는 무리하게 밀어붙인 ‘정청래발 개혁’에 우려를 표하고 있다. 김 원내대표의 고충 역시 이와 궤를 같이한다는 해석이 나온다. 대통령실에서조차 몇 차례 속도 조절을 주문했지만, 지지층을 등에 업은 정 대표는 ‘개혁 골든 타임’을 필두로 숨 가쁘게 달리고 있다. 그런 김 원내대표가 내란전담재판부 추진을 못 박으면서 ‘쓰리아웃’은 겨우 면했다는 분석이다. 그는 지난달 24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내란전담재판부는 국민의 명령이기 때문에 당연히 설치한다”며 “여기에 대해 더는 설왕설래하지 않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내란 사범에 대한 ‘사면권 제한’ 조치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김 원내대표는 “시간이 지나면 내란 사범이 사면돼 거리를 활보하지 못하도록 내란 사범에 대한 사면권을 제한하는 법안도 적극 관철하겠다”며 “내란 사범을 사면하려면 국회 동의를 받도록 하겠다”고 설명했다. 만일 윤석열 전 대통령 등 내란 주요 피의자에 대한 내란죄가 확정될 경우 사면 가능성을 원천 차단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이로부터 약 일주일 뒤인 지난 4일 범여권의 주도로 ‘내란전담재판부(내란특별재판부)’ 설치법이 법사위 전체회의를 통과했다. 법사위는 해당 법안을 이달 중 본회의에서 처리하겠다며 속도를 냈다. 해당 재판부는 12·3 내란 사태와 관련해 윤 전 대통령 등이 연루된 내란 사건 전담을 골자로 한다. 내란전담재판부 판사 및 영장전담법관 추천위원회는 헌법재판소장을 비롯한 법무부 장관과 판사회의에서 추천한 총 9명으로 구성된다. 내란전담재판부로 성난 지지층 달래도… 위헌 폭탄 껴안고 걸어가는 ‘불’꽃길 구성을 마친 추천위원회는 2주 안에 영장전담법관과 전담재판부를 맡을 판사 후보자를 각각 정원의 2배수로 추천해야 하며 최종 임명은 대법원장의 몫이다. 또 형사소송법상 피고인의 구속기간은 최대 6개월이지만 특별법에서는 내란·외환 관련 범죄에 대해 구속기간을 1년까지 연장할 수 있도록 했다. 국민의힘은 위헌 소지가 있다며 반발했다.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은 “한마디로 판사가 마음에 안 든다고 골라 쓰겠다는 ‘지귀연 판사 바꾸자는 법’”이라며 “사법부의 무작위 배당 원칙을 위반하는 것일 뿐 아니라 이미 재판하는 사건도 뺏어서 다른 판사한테 맡기겠다는 삼권분립의 침해”라고 지적했다. 이날 법사위에 출석한 천대엽 법원행정처장 역시 “1987년 헌법 아래 누렸던 삼권분립, 사법부 독립이 역사의 뒤안으로 사라질 수 있다”며 “내란특별재판부법에 여러 가지 위헌 요소가 있다”고 반대했다. 천 처장은 “헌법재판소가 결국 이 법안에 대해 위헌 심판을 맡게 될 텐데 헌재소장이 추천권에 관여한다면 심판이 선수 역할을 하게 돼 룰에 근본적으로 모순이 생긴다”며 “헌법재판소장과 직·간접적 관계에 있는 헌법재판관들이 재판(위헌심판)을 맡을 수 없게 된다면 ‘내란특별헌법재판부’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 이 법이 예정하고 있는 바”라고 설명했다. 내란전담재판부 추진으로 개혁 동력을 얻었지만 후폭풍까지 감당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위헌 가능성을 지닌 사법개혁을 진행하는 건 위험요소가 다분할뿐더러 원내대표로서 지방선거를 6개월 앞두고 중도층 민심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는 점에서다. 한 민주당 출신 의원은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에서 “지금 민주당은 집단 의존 증상이 있다. 지난 총선에서 이재명 당시 대표에게 충성하는 정치인만 대거 유입되다 보니 여당이 된 지금 제대로 갈피를 못 잡는 것”이라며 “2차 종합 특검 문제를 어떻게 할 것인지, 내란전담재판부를 어떻게 꾸릴 것인지, 조희대 대법원장을 어떻게 할 것인지 등에서 국민의 피로도를 높이지 않으면서도 종합적인 전략을 짤 사람이 없다”고 지적했다. 175석 버거웠나 그러면서 “내란전담재판부가 설치되면 국민의힘이 위헌을 걸 것이고, 법원에서 위헌 소지가 있다고 보는 만큼 위험성도 크다. 하지만 헌재에서 위헌 판결을 내리지 못하게 하려면 민심을 우리 편으로 끌고 와야 하는, 법률 싸움이 아닌 고도의 민심 싸움에서 이겨야 한다”고 덧붙였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원팀’ 원내대표단?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단에 때아닌 ‘내 편 봐주기’ 논란이 일었다. 민주당 문진석 당 원내운영 수석 부대표가 인사청탁 의혹에 휩싸였지만 ‘엄중 경고’에 그치면서 팔이 안으로 굽은 게 아니냐는 지적이다. 앞서 지난 2일 문 수석이 본회의장에서 김남국 대통령실 디지털소통비서관에게 문자로 특정 인물을 거론하며 “내가 추천하면 강훈식 실장이 반대할 거니까 아우가 추천해줘”라고 보냈고, 이에 김 비서관이 “제가 (강)훈식이 형이랑 (김)현지 누나한테 추천할게요”라고 답한 것이 언론에 포착됐다. 인사 청탁 논란이 불거지자 문 수석은 “부적절한 처신에 송구하다”고 고개를 숙였지만 국민의힘은 ‘김현지 실세’ 프레임을 다시 띄우며 이재명정부를 압박했다. 김 원내대표의 엄중 경고로 논란을 수습하려는 분위기가 이어지자 강성 지지층은 “과감히 내쳐야 한다”며 더 강한 징계를 요구하고 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