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한동훈·안철수 징계 요청’ 김민전 수상한 문자 포착

카메라에 잡힌 사분오열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국회 본회의장 의원석은 방청석과 기자석을 등지고 있다. 초선, 재선 상관없이 감시망을 피하기 어려운 구조다. 그럼에도 국회의원들은 회의 도중 휴대전화를 수십번씩 들었다 놨다 한다. 이 과정서 애써 숨기고 싶은 이야기까지 카메라 렌즈에 잡힐 때가 있다.

시간을 거슬러 지난 2015년에는 새누리당 김무성 전 대표의 문자 사건이 있었다. 이명박 대선 캠프 출신 인사가 김 전 대표에게 “공천권을 국민에게 반납할지 일부 세력이 행사할지에 대한 투쟁이 시작됐다”는 문자를 보낸 게 사진으로 찍힌 것. 당시 공천 파동으로 당의 갈등이 최고조이던 때라 논란은 일파만파 커졌다.

생생한 중계

현직 대통령이 위기에 놓인 지금도 별반 달라진 게 없다는 평이다. 국민의힘은 전쟁통에서도 서로를 향해 총구를 겨누고 있다. 대통령은 내려올 생각도 없는데 여당은 벌써부터 미래 권력을 위해 힘겨루기를 하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지난 10일 <일요시사>는 국민의힘 김민전 최고위원이 한 보수 유튜버와 나눈 대화 내용을 단독으로 포착했다.

이 유튜버는 김 최고위원에게 “한동훈·안철수·김예지·김상욱에 대한 징계요청서를 당사에 넣으려고 하는데 1층서부터 보안 팀장과 경찰이 막아 세웠다”며 “혹시 (징계안을) 넣는 방법이 있을까 해서 여쭤봅니다”라고 메시지를 보냈다.


유튜버가 언급한 국민의힘 안철수·김예지·김상욱 의원은 지난 7일 진행한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 표결에 참여한 이들이다. 

이 유튜버는 징계 촉구 서명을 통해 “한 대표는 야당보다 대통령의 국정 운영을 견제하고 방해하는 자”라며 “아무 권한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현재 시국이 자신에게 기회가 된 것마냥 날뛰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국민의힘 당헌 제2장8조 1항에 따르면 당은 대통령의 국정 운영을 적극적으로 뒷받침해야 하는데 현재 당대표는 이를 어겼다”며 징계 제출 사유를 설명했다. 아울러 세 의원이 당론에 반대하고 투표에 참여한 것 역시 당명에 따를 의무를 위반했으므로 징계·출당이 마땅하다고도 주장했다. 

메시지를 받은 김 최고위원은 “본회의 중이어서... 끝나고 알아보겠습니다”라고 짧게 답장했다.

대표 친한(친 한동훈)계로 꼽히는 국민의힘 신지호 전략기획부총장은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문자 내용이 발각됐으니 문제 있는 행위라는 걸 느끼는 사람은 알 것”이라며 “징계가 실제 접수됐는지는 들은 바가 없다”고 말했다. 

보수 유튜버 요구에 “알아보겠다”
같은 당인데…한-김 2라운드 돌입

김 최고위원과 한 대표의 갈등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두 사람은 12·3 내란 사태가 불거지기 직전까지도 이른바 ‘당원 게시판 논란’으로 3주 동안 감정싸움을 이어갔다. 지난달 25일 최고위원회의에서는 두 사람이 대놓고 설전을 벌이는 낯부끄러운 모습이 생중계되기도 했다. 


그동안 쌓아온 앙금이 남았던 탓인지 친한계와 친윤(친 윤석열)계는 퇴진 로드맵을 놓고 좀처럼 갈피를 못 잡는 모양새다. 갈등의 중심에는 ‘하야’와 ‘임기 단축 개헌’이 있다.

친한계는 “탄핵 속도보다 빠르게 하야해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중진을 비롯한 친윤계에서는 임기 단축 개헌을 밀어붙이고 있다. 이들은 윤 대통령의 조기 퇴진에는 공감하고 있으나 개헌을 통해 2026년 지방선거와 대선을 함께 치르는 안정적인 쪽으로 의견을 모았다.

대통령실은 “윤 대통령의 임기 문제는 당에 일임했다”는 입장만 반복하고 있다.

지난 10일 국민의힘은 비상 의원총회를 열고 조기 대선 등을 포함한 정국 안정화 방안을 논의했지만 끝내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이날 의총에서는 ‘정국 안정화 태스크포스(TF)’가 마련한 ‘2월 퇴진, 4월 대선’ ‘3월 퇴진, 5월 대선’ 두 가지 안을 놓고 장기간 토론이 이어졌지만 의견을 하나로 모으지 못했다.

윤 대통령을 향한 야당의 칼날이 턱 끝까지 다다랐지만 두 계파가 단합하지 못하는 이유는 윤석열정부 퇴진 후 차기 권력에 대비하기 위함이라는 주장에 무게가 실린다.

친한계가 퇴진을 서두르는 데에는 한 대표를 중심으로 빠른 정권교체를 노리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어떠한 방식으로든 윤 대통령이 자리서 내려올 경우 여당 대표의 그립감이 강해지고, 자연스레 친한계가 전반적으로 당을 장악할 것이란 설명이다.

“용산과 가까운 분 반성해야” 지지 않는 친한
끝내 보이지 않는 출구전략에 두 쪽 난 여당

다만 이 같은 시나리오에 대해 친윤계는 강한 의구심을 품고 있다. 질서가 잡히지 않는 어지러운 상황서 곧바로 대선을 치를 경우 국민의힘 재집권 가능성이 현저히 낮다는 판단에서다.

한 친윤계 인사는 지금 상황에 대해 “한 대표가 자기만 살겠다고 하는 것”이라며 “보수가 똘똘 뭉쳐 싸워도 모자랄 판인데 이대로 가다가는 분열한다. 지금 민주당의 목표는 윤 대통령이지만 다음은 한 대표 자신이라는 걸 왜 본인만 모르는가”라고 전화 너머로 울분을 토했다.

친윤이 주장하는 방안은 정국 혼란을 최소화하는 방법으로 퇴진 시기를 보다 늦추는 ‘질서 있는 퇴진’이다. 국회서 탄핵이 가결돼 헌법재판소로 넘어갈 경우 국정운영이 원활하지 못한 것은 물론 진영 간의 갈등이 커질 수 있다는 점을 들며 국정 안정에 무게를 실은 것이다.

감정의 골이 깊어지면서 온갖 구설만 도는 모양새다. 최근 정치권에서는 친윤계 주도로 윤 대통령의 탄핵소추안을 가결시킬 것이란 이야기가 돌았는데, 무기명 투표로 진행되는 만큼 탄핵안을 통과시킨 후 쏟아지는 보수층의 화살을 친한계로 돌리려 했다는 것이다.

이런 지라시가 나오는 데에는 한 대표와 한덕수 국무총리의 ‘투톱 체제’가 불씨를 댕겼다는 해석이다.


관련해서 한 여권 관계자는 “대통령이 정국의 안정을 당에게 일임했다고 했지만 한 대표 1인에게 정권을 넘긴 것은 아니다”라며 “지금 국민은 선출되지 않은 권력이 나라를 이끄는 것에 대한 불안감이 있다. 왜 갑자기 한 대표가 국무총리 옆에 나란히 섰는지 의문”이라고 전했다.

대부분 초선 위주인 친한계도 밀리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일요시사는> 국민의힘 진종오 의원의 휴대전화 화면을 통해 일부 친한계 의원으로 구성된 텔레그램 그룹 채팅 내용을 확인했다. 

문자 내용에 따르면 국민의힘 김소희 의원은 “원내대표 후보에 관련해 의견을 모아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이에 같은 당 고동진 의원은 당시 후보였던 친윤계 권성동 의원을 거론하며 “용산과 가까웠던 분들은 반성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국민의힘 우재준 의원은 “적당한 후보가 있냐”고도 물었다.

시한폭탄

그룹 채팅 참여 인원이 대부분 친한계라는 점으로 미뤄봤을 때 한 대표를 주축으로 한 ‘소장파’ 모임일 가능성이 크다. ‘한동훈 축출설’이 무성하지만 이들 역시 물밑서 의견을 모으면서 세력을 다지고 있다는 점을 유추할 수 있는 지점이다. 

새누리당 김무성 전 대표의 문자 사건 때도 휴대전화 노출이 의도적이냐, 아니냐를 놓고 갑론을박이 이어졌다. 지금처럼 당이 위태로운 상황에서는 사소한 민낯도 치명타로 이어질 수 있다. 수면 아래 꾹꾹 눌러 담은 갈등이 언제 터질지 모르는 일촉즉발의 상황인 것은 분명해 보인다.

<hypak28@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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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여발 사법 전쟁 ‘끝까지 간다’

거여발 사법 전쟁 ‘끝까지 간다’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회 문턱을 넘은 내란 전담재판부 설치법이 사법부를 강타했다. 검찰은 1999년 특별검사제 도입 이후 권한을 조금씩 잃다가 올해 해체가 결정됐다. 검찰이 26년 전 느끼다가 현실이 된 불안을 이젠 사법부가 느낄 차례일지도 모른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등 범여권이 지난 24일 내란 전담재판부 설치법을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시켰다. 대법원은 지난 18일 “내란 사건만 맡는 전담재판부를 만들어 운영한다”는 취지의 예규 제정 방침을 밝혔다. 특별재판부 영장전담 법관 하지만 민주당 박수현 수석대변인은 같은 날 논평을 통해 ‘24일 처리 방침’을 밝혔다. 이날 법안 처리는 이미 예고된 결과였다. 박 대변인은 지난 21일 오전 기자 간담회에서도 “민주당은 국회 본회의에서 내란 전담재판부 설치법을 예정대로 처리할 것”이라고 밝혔다. 민주당이 원래 처리하려던 법안은 ‘내란 특별재판부 설치법’이었다. 이 법안이 통과됐다면, 12·3 비상계엄 관련 재판을 맡을 특별재판부가 설치되고, 영장 심사를 맡을 특별영장 전담 법관이 따로 배정됐을 것이다. 이들은 국회·판사회의·대한변호사협회가 3명씩 추천한 위원으로 구성되는 9인 규모의 추천위원회의 2배수 추천과 대법원장의 임명을 거칠 예정이었다. 아울러 상고심에선 윤석열 전 대통령이 임명했던 대법관은 모두 제척될 예정이었다. 하지만 내란 특별재판부 설치에 대해선 각계에서 위헌 논란을 제기했다. 그러자 민주당은 지난 16일 내용을 대폭 수정했다. 명칭도 특별재판부에서 전담재판부로 바뀌었다. 전담재판부 후보추천위원회는 법무부 장관·헌법재판소 사무처장 등 외부 인사를 제외한 후 법관으로만 구성될 예정이다. 추천위원회에 들어갈 법관 중엔 각급 판사회의·전국법관대표자회의가 포함된다. 전담재판부에 소속될 법관은 추천위원회·대법관회의를 거쳐 대법원장이 임명한다. 윤석열 전 대통령 등 12·3 비상계엄 주요 연루자들은 이미 형사재판 제1심을 받고 있다. 전담재판부는 항소심부터 맡을 예정이다. 대법원은 민주당의 공세에 맞서 반격에 나섰다. 대법원은 지난 18일 대법관 행정회의를 열어 ‘국가적 중요 사건에 대한 전담재판부 설치 및 심리 절차에 관한 예규’를 제정하기로 했다. 여기엔 “형법상 내란·외환죄와 군형법상 반란죄 사건을 전담해 집중 심리하는 전담재판부를 설치할 수 있다”는 내용이 포함된다. 대법원이 규정하는 전담재판부는 무작위 배당을 거쳐 사건을 배당받을 재판부가 지정되는 방식이다. 전담재판부로 지정된 재판부가 원래 맡던 재판은 다른 재판부로 재배당된다. 예규엔 “해당 재판부는 이후 내란·외환과 관련 없는 새로운 사건은 맡지 않는다”는 규정이 포함됐다. 하지만 민주당의 반응은 시큰둥했다. 박 대변인은 “사법부가 충분히 할 수 있는 일을 왜 이렇게 늦게 했느냐”며 “왜 그동안 국민을 불안과 혼란에 빠뜨렸느냐”고 비판했다. 이어 “국회의 입법권을 대법원의 예규 제정에 맞춰야 한다는 의견에 동의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내란 전담재판부 신설이 갖는 ‘진짜 함의’ 대법원 예규 제정…반격 혹은 타협안 제시 민주당 정청래 대표도 같은 날 최고위원회의 중 “대법원이 헐레벌떡 자체 안이라고 내놨다”며 “더 일찍 해야 하지 않았느냐. ‘조희대 사법부’답다는 생각이 든다”고 비판했다. 국내 헌정사에서 특별재판부는 단 2회만 설치됐다. 제헌헌법 부칙엔 “이 헌법을 제정한 국회는 단기 4278년 8월15일 이전의 악질적인 반민족 행위를 처벌하는 특별법을 제정할 수 있다”는 내용이 포함돼있었다. 이후 국회는 반민족행위처벌법 등을 제정하고, 반민족행위특별조사위원회(이하 반민특위)를 설치했다. 반민특위엔 특별검찰부와 특별재판부가 설치됐다. 특별검찰부는 검찰총장 등 9명으로 구성됐고, 특별재판부는 ▲국회의원 5명 ▲법조인 6명 ▲사회 저명 인사 5명 등 총 16명으로 구성됐다. 이들은 국회가 선출했다. 두 번째 특별재판부는 1960년 4·19 혁명 이후 개정된 제4차 개정 헌법을 근거로 설치됐다. 당시 개정 헌법엔 “3·15 부정선거 및 4·19 혁명 관련자들과 관련된 형사사건을 처리하기 위해 특별재판소와 특별검찰부를 둘 수 있다”는 취지의 부칙이 포함돼있었다. 이후 설치된 특별재판부는 부정선거관련자처벌법 제정을 거쳐 설치됐다. 민주당조차 ‘특별재판부’를 ‘전담재판부’로 수위를 낮춰 처리했다는 이유로 내란 특별재판부에 대해 불거진 위헌 시비를 거론한다. 법원은 ‘무작위 전산 재판 배당’ 원칙을 유지하고 있다. 따라서 “특정 재판부에 특정 재판을 배당한다”는 취지의 특별재판부에 대해선 기본적으로 위헌 시비가 불거질 가능성이 높다. 아직 헌법재판소가 관련 합헌·위헌 여부를 가린 적도 없다. 하지만 헌법 제27조는 “모든 국민은 헌법·법률이 정한 법관에 의해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가진다”고, 제103조는 “법관은 헌법·법률에 의해 양심에 따라 독립해 재판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재판 배당의 무작위성은 재판에 대한 외부의 부당한 압력·영향력으로부터 법관을 보호해 재판의 공정성을 유지하기 위해 세운 원칙이다. 이는 위헌 시비가 불거진 핵심 이유였다. 그래서 과거엔 특별재판부를 설치하기 전에 개헌 과정 중 헌법 부칙에 그 근거를 규정했다. 헌법 부칙은 헌법 본문과 똑같은 효력을 가진다. 그래서 위헌 시비가 불거질 일은 없었다. 피해 가는 위헌 시비 하지만 위헌 시비를 피하려고 제시한 ‘내란 전담재판부’에 대해서도 논란이 이어졌다. 역설적으로 “기존 재판부 배당과 큰 차이가 없다”는 취지의 비판이 제기된 것이다. 사법부는 이미 무작위 배당의 예외를 운용하고 있다. ▲특허법원 ▲서울행정법원 ▲지역별 가정법원 등 특정 분야를 전문적으로 취급하는 법원이 따로 설치돼있는 것도 무작위 배당의 예외다. 또 각급 법원은 이미 지식 재산·환경·의료 등 특정 전문 분야를 전담할 재판부를 분류한다. 법원장 재량에 따라, 재판장들과의 협의를 거쳐 특정 사건은 ‘적시 처리 필요 중요 사건’으로 분류해 특정 재판부에 배당해서 신속한 재판 진행을 추진한다. 기소된 사건이 이미 진행 중인 재판과 사실 관계·쟁점·피고인이 같으면, 이미 진행 중인 재판을 담당하는 재판에 배당한다. 물론 민주당이 거둘 수 있는 실익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다. 정 대표는 민주당이 ‘특별’을 ‘전담’으로 바꿔가면서도 서둘러 개정안을 추진하는 이유를 분명히 짚었다. 그는 “조희대 대법원장의 사법부와 지귀연 서울중앙지법 부장판사의 재판부는 내란·외환 사건의 심리를 의도적으로 침대 축구하듯 질질 끌었다”며 “조 대법원장은 경고·조치를 해야 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보다 못한 입법부가 나서기 전에 사법부가 진작 내란 전담재판부를 설치했다면, 지난 1년 동안 허송세월하는 것을 보면서 국민이 분통 터지는 상황은 없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 대표의 주장 중 핵심 단어는 ‘조희대’와 ‘지귀연’이다. 민주당이 내란 특별재판부 설치를 추진할 당시 민주당 전현희 최고위원은 지난 9월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지 부장판사를 지칭해 “재판의 공정성에 의구심을 갖도록 하는 인사들을 전보·징계한다면, 굳이 내란 특별재판부를 만들기 위한 입법 조치를 할 필요가 있겠느냐”고 주장했다. 정 대표는 지난 15일 최고위원회의 도중 “조희대 사법부는 특검 수사 훼방꾼이 됐다”며 “조 대법원장이 지휘하는 대법원이 지난해 12월3일 내란에 동조한 건 아닌지 강한 의구심을 갖는다”고 지적했다. 사법행정사무를 총괄하는 조 대법원장의 권한 일부를 사실상 박탈하고, 지 부장판사를 내란 관련 재판에서 손 떼게 할 수 있다면, 민주당은 상당한 실익을 거둘 수 있다. 특히 중요한 것은 재판부 배당에 전국법관대표자회의를 개입시키는 것이다. 힘 실어준 진짜 이유? 전국법관대표자회의는 양승태 전 대법원장 재임 당시 사법행정권 남용 사태 이후인 지난 2018년 4월 “권한이 집중된 제왕적 대법원장을 견제하고, 법관의 독립성을 보장해야 한다”는 취지를 갖고 설치됐다. 보수 진영 일각에선 이를 일컬어 “지나치게 민주당에 친화적”이라고 비판한다. 전국법관대표자회의 설치 직후 첫 의장으로 선출됐던 최기상 당시 서울북부지법 부장판사는 현재 민주당 의원이다. 전국법관대표자회의는 지난 9월 민주당이 주장한 의제 ‘대법관 증원론’을 포함한 상고심 제도 개선 토론회를 개최했다. 이어 “사법부는 대법관 증원안을 경청하고 자성해야 한다”는 취지로 보고서를 작성·공개했다. 이 때문에 일각에선 전국법관대표자회의를 일컬어 “민주당에 힘을 설어주기 위해 토론회를 개최한 게 아니냐”는 비판 목소리도 제기됐다. 대법원의 이재명 대통령에 대판 파기환송 판결에 대해서도, 정 대표는 지난 9월 전국법관대표자회의에 “조 대법원장 사퇴 권고 등 사법부에 대한 국민적 신뢰 회복 방안을 논의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일각에선 “대법원의 예규 제정은 반격”이라고 해석한다. 그 근거로는 “내란 전담재판부를 줄곧 반대하다가 갑자기 예규 제정을 밝힌 의도에 대한 의문이 제기된다”는 점을 들었다. 민주당은 내란 전담재판부 설치 외에도 기존 사법 체계를 모두 바꿀 만한 사법개혁안을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시킬 준비를 하고 있다. 대법원의 예규 제정에 대해선 “민주당의 공세를 적절한 선에서 수용해 더 큰 공세에 대비하려는 의도”라고 보는 시선도 있다. 하지만 ‘특별재판부’가 ‘전담재판부’로 바뀌었다고 해서 다른 사법개혁안 통과 시도가 중단되는 것은 아니다. 법원으로선 기존 사법 체계를 모두 바꾸려는 민주당의 시도를 보면서 검찰이 해체되는 과정을 되새길 가능성이 아예 없는 건 아니다. 이미 민주당이 주도하는 사법개혁안 자체가 사실상 ‘기존 법원 해체’로 해석될 소지가 있다. 조금씩 권한 잃다 해체 결정 검 종착역은 헌재 최고법원 등극? 민주당 등 범여권이 검찰을 중대범죄수사청·공소청으로 분리해 완수했던 검찰 해체에 대해선 “헌법은 검찰 조직의 존재를 전제로 검찰총장의 존재를 규정했다”면서 위헌 논란을 제기하는 반대 측 의견이 있었다. 하지만 범여권은 이를 강행했다. 큰 틀에서 보면, 검찰은 ▲특별검사제도 도입 ▲검경 수사권 조정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 설치 ▲중대범죄수사청·공소청 분리 등 과정을 거쳐 해체됐다. 최초의 특별검사(이하 특검)는 지난 1999년 김태정 전 검찰총장 부인에 대한 옷 로비 의혹과 한국조폐공사 노조 파업 유도 사건에 대해 진행됐던 최병모 특검이었다. 특검이 성립됐던 배경은 “검찰이 검찰총장의 부인이 연루된 사건을 제대로 수사할 수 있겠느냐”는 회의적인 시선이었다. 아울러 당시 국회 구도는 여소야대였다. 한나라당은 “사건을 축소·은폐했다”는 의혹이 제기되는 흐름을 타고 강하게 밀어붙여 특검법 제정을 주도했다. 이후 현재까지 개별 특검법은 총 16개가 통과됐고, 상설 특검은 6회 추진됐다. 검찰로서는 1999년 최병모 특검 설치가 수사권·기소권 독점이 무너지는 순간이었다. 현재까지 총 22회의 특검이 성립됐다는 것은 검찰에 대한 각계의 불신을 상징하는 중요 사실관계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이것이 끝은 아니었다. 검찰을 노리는 다음 단계는 검경 수사권 조정이었다. 최초의 검경 수사권 조정은 지난 2011년 진행됐다. 이명박 당시 대통령은 국무회의에서 사법경찰관이 검사의 수사 지휘에 이의를 제기하는 재지휘 건의 제도 신설 등의 내용이 담긴 안을 대통령령으로 제정해 의결했다. 지난 2016년엔 ▲진경준 게이트 ▲정운호 게이트 ▲김형준 전 부장검사의 스폰서 의혹 ▲최순실 게이트 등이 연이어 발생해 검찰의 신뢰도에 대한 강한 문제 제기가 이어졌다. 이는 문재인정부 출범 이후 장기간 논의된 검경 수사권 논의로 연결된다. 공수처도 설치됐다. 민주당 집권 후 노무현 전 대통령 사망 사건을 강하게 기억하는 지지자들의 비원을 외면하긴 어려웠던 측면도 있었다. 그렇게 검찰은 서서히 권한을 빼앗겼다. 그러다가 지난 9월에 이르러 검찰은 내년부터 중대범죄수사청과 공소청으로 갈라질 운명에 처했다. 특히 중대범죄수사청은 행정안전부로 옮겨진다. 서서히 권한을 빼앗기다가 끝내 해체를 앞둔 운명을 맞게 된 것이다. 민주당 등 범여권은 ▲법원행정처 폐지 ▲법 왜곡죄 도입 ▲대법관 증원 ▲재판소원 도입 등 사법개혁안을 시도하고 있다. 범여권이 사법개혁안을 모두 통과시킨다면, 사법부로서는 “검찰에 이어 사법부도 한순간에 와해된다”고 인식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한순간에 와해된다 법원행정처가 없어지면 대법원장의 권한이 줄어든다. 법 왜곡죄가 도입되면, 판사의 재판도 법적 처벌 범위 안에 포함될 위험에 노출된다. 대법관이 늘어나 대법관의 권위·희소 가치가 줄어든 후 재판은 헌법소원 제기 범위 안에 포함된다. 최종 종착지는 헌법재판소가 대법원을 제친 후 최상위 사법기관으로 규정될 순간임을 배제하기 어렵다. 지난 24일은 사법부가 느낄 법한 공포가 처음 피부에 와닿은 날이었을 수도 있다. 새해엔 민주당과 사법부의 전쟁이 더욱 거칠게 진행될지도 모른다.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