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푼도…’ 김건희표 예산 난타전

막 오른 여의도 쩐의 전쟁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내년도 예산안을 놓고 여야의 샅바 싸움이 치열하다. 야당은 나라 곳곳에 드리워진 김건희 여사의 그림자를 걷어내겠다며 으름장을 놨다. 현 정부가 아닌 현직 대통령의 아내로 인해 예산이 칼질 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진 것이다.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이하 예결위)가 내년도 정부 예산안 심사에 돌입했다. 내년 예산은 올해 본 예산보다 3.2% 증가한 677조4000억원으로 책정됐다.

야당은 윤석열정부, 그중에서도 김건희 여사와 연관되는 사업에 대한 대대적인 예산 삭감을 예고했다. 국민의힘은 야당이 의석수를 휘두르며 멋대로 예산안을 깎고 있다며 역공세에 나섰다. 예산안 심사 마감일은 내달 2일이지만 늘 그래왔듯 시한을 한참 넘긴 후에야 합의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돋보기 검증

우선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전 국민 마음투자 사업(이하 마음투자 사업)’을 집중적으로 파헤쳤다. 이는 자살·우울증 예방을 목적으로 보건복지부가 추진하는 사업이며 오는 2027년까지 총사업비 7892억원이 투입될 예정이다.

예산안 심사가 이뤄지기 전부터 해당 사업은 김 여사의 주력 사업으로 알려졌다. 자살 예방에 관심이 높은 김 여사는 지난해 9월 ‘괜찮아, 걱정마 마음건강을 위한 대화’에 참여했다. 역시나 지난 9월에는 ‘세계 자살 예방의 날’을 맞아 마포대교를 순찰하는 등 꾸준한 관심을 보였다.


마음투자 사업에 대한 내년도 예산은 올해보다 35억원 늘어난 508억원으로 편성됐다. 야당은 해당 사업이 예비 타당성 조사를 거치지도 않았을뿐더러 올해 집행률이 12%밖에 되지 않는 부진한 성적이었다고 지적했다. 자살을 예방하기 위한 예산은 필요하다고 보지만 과도하게 예산을 책정하는 게 문제라는 설명이다.

결국 보건복지위원회는 마음투자 사업에 대한 예산을 기존에서 74억원 삭감한 434억원으로 예결소위에 넘겼다.

문화체육관광부(이하 문체부) 산하인 한국정책방송원(이하 KTV)도 도마 위에 올랐다. 얼마 전 김 여사의 ‘황제 관람’ 논란이 일파만파 커졌던 만큼 유사한 일을 방지하기 위해 예산을 칼질하겠다는 것이다.

앞서 KTV는 한 유튜버가 윤석열 대통령과 김 여사의 자료 영상을 사용해 풍자했다는 이유로 영상 삭제를 요청하고 형사고소를 진행했다. 지난 10월에는 ‘무관중’ 국악 공연을 기획했는데 이날 김 여사가 자리한 사실이 밝혀지면서 논란이 되기도 했다.

문화체육관광위원회(이하 문체위)는 내년도 KTV 예산서 전체 예산의 약 20%에 달하는 74억7500만원을 삭감했다. 구체적으로는 운영비 예산을 64억3800만원 삭감했으며 내역 사업인 ‘방송운영지원’ 중 ‘방송체험관 운영’은 10억 전액을 삭감했다. KTV의 설립 취지와 적합하지 않다는 이유에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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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울러 문체위는 “KTV는 정책방송의 역할을 위배했으므로 2025년도 기본경비 예산의 10%에 해당하는 3700만원을 감액하겠다”고도 밝혔다.


문체위 소속 민주당 양문석 의원은 “민간인에 대한 형사고소 취하와 이은우 KTV 원장·유병채 문체부 국민소통실장에 대한 인사조치를 하지 않으면 KTV 예산 삭감 폭을 다시 고민하겠다”고 말했다. 이에 유인촌 문체부 장관은 “정책방송으로서 역할을 잘 할 수 있도록 관리·감독을 잘하겠다”면서도 인사조치를 비롯한 형사고소 취하에 대해서는 말을 아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정통부)서도 김 여사 관련 의혹이 제기된 사업은 줄줄이 삭감됐다. 과기정통부는 용산 어린이정원에 체험관 신설과 ‘초거대AI 심리케어 서비스’ 사업을 계획했는데 야당에선 이 두 가지 사업 모두 대통령 부부와 연관됐다고 본 것이다.

초거대AI 심리케어 서비스 사업의 연구 책임자는 김형숙 한양대학교 교수다. 김 교수는 고등학교 때 무용을 전공하고 대학서는 체육교육학과를 졸업했다.

그런 김 교수가 돌연 한양대 데이터사이언스학부 심리뇌과학전공 교수로 임용된 것을 두고 뒷말이 나왔다. 민주당에 따르면 김 교수는 초대 대통령실 과학기술 수석 후보로 거론된 바 있다. 이런 정황 속에서 김 여사가 ‘정신 건강’ 등을 강조하자 관련 사업 예산이 1조원 가까이 늘어난 것을 연결고리 삼아 민주당에서는 “꺼림칙하다”며 해당 사업의 예산을 54억원서 36억원으로 감액했다.

용산 어린이공원 과학기술체험관 역시 “최고 권력자 김건희 예산”이라며 운영 및 설립 예산 42억원을 전액 삭감했다.

국토교통위서도 난타전이 벌어졌다. 이른바 ‘김 여사 처가 카르텔’ 의혹을 받았던 서울-양평고속도로 사업이 주요 쟁점이었다. 민주당은 김 여사 일가에 주어질 특혜 의혹이 없는 구간부터 사업을 진행하고, 나머지는 의혹이 해소됐을 때 추진하는 게 옳다는 입장이다.

이재명표 공약은 0원서 2조로
“마감 코앞인데” 지역화폐 격돌

반면 국민의힘은 1년 동안 의혹만 제기됐을 뿐 증거가 없다고 반박했다.

민주당은 지난해 미집행된 기본·실시설계 예산 61억원을 한국도로공사에 출자하고 노선 변화가 없는 45% 구간에 해당 출자액을 집행하는 방안을 거론하며 내년도 예산인 62억400만원을 전액 삭감했다.

상임위마다 예산이 반 토막으로 줄자 국민의힘은 “예산안 심사가 정략의 도구로 활용되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일단 ‘김건희 예산’ 딱지가 붙으면 무조건 반대부터 하고 본다는 것이다.

국민의힘은 개 식용 금지법 예산안에 대한 민주당의 모순을 지적했다. 정부는 지난 1월 여야 합의로 개 식용 금지법이 통과됨에 따라 정부는 개 사육 농장 등의 전·폐업을 돕기 위해 예산 544억원을 편성했다.

막상 예산안 심사에 돌입하자 민주당은 해당 예산을 “평소 반려동물에 관심이 많은 김 여사의 의중이 들어간 사업”이라며 삭감을 예고했다. 그러나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는 사업 지원 예산을 당초 정부안보다 397억원 증액하기로 합의했다.


여야 합의로 이루어진 법안인 만큼 예산의 필요성을 알고 있음에도 야당이 ‘김건희 사업’이라는 프레임을 씌워 정쟁으로 몰아갔다는 게 여권 관계자의 설명이다.

정부는 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공약인 지역사랑상품권(지역화폐)은 2년 연속으로 예산안에 반영하지 않았다. 대신 온누리상품권 발행을 올해 대비 5000억원 늘리고 관련 예산을 3900억원 편성하기로 했지만 민주당은 지역화폐 예산을 2조원으로 늘리면서 여야 간의 충돌은 불가피해 보인다.

늘리고 줄이고

한 야권 관계자는 “국민의힘에서는 ‘현금 살포’ ‘표퓰리즘’이라고 비판하는데 지금은 돈을 풀어야 할 때”라며 “(정부·여당은)대안도 없이 반대만 하는데 너무나도 힘든 국민의 삶과 동떨어진 발언이라 생각한다. 민심의 무서움을 알아야 한다”고 꼬집었다.

<hypak28@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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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승자박’ 정청래 리더십 위기

‘자승자박’ 정청래 리더십 위기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리더십이 위기다. 1인1표제가 통과된 이후 힘을 받나 싶더니, 조국혁신당과의 합당 문제와 2차 종합특검 후보 논란 등 악재가 겹치면서 연임에 적신호가 켜졌다. 이재명 대통령도 시시각각 리더십 시험대에 올랐지만 결국 대권가도의 길을 걸었다. 정 대표도 무사히 ‘이재명의 길’을 걸을 수 있을까? 지난 10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과의 합당 논의를 ‘일시 중지’하기로 결론지었다. 늦은 시간까지 이어진 의원총회서 민주당 의원들은 대체로 지방선거 전 합당 추진을 중단하자는 의견을 낸 것으로 전해진다. 충분한 논의 없이 합당을 띄워 당을 혼란스럽게 하고, 당·청 관계까지 어색해진 만큼 ‘정청래 책임론’이 불거지면서 리더십은 타격을 입게 됐다. 더 좁아진 운신의 폭 이날 정 대표는 국회에서 비공개 최고위원회의를 연 뒤 브리핑에서 “오늘 민주당 긴급 최고위와 함께 지방선거 전에 합당 논의를 중단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대신 지방선거 후 통합을 추진하기 위한 ‘연대와 통합을 위한 추진준비위원회(이하 통합추진준비위)’ 구성을 결정하고, 혁신당에도 준비위를 구성할 것을 제안했다. 정 대표는 “당 대표로서 혁신당과 통합을 제안한 것은 오직 지방선거 승리와 이재명정부의 성공을 위한 충정이었다”며 “그러나 통합 제안이 당 안팎에서 많은 우려와 걱정을 가져왔고, 통합을 통한 상승 작용 또한 어려움에 처한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여러 자리에서 의원들의 말씀을 경청했고 민주당 지지층 여론조사 지표도 꼼꼼히 살피는 과정에서 더 이상 혼란을 막아야 한다는 당 안팎의 여론을 무겁게 받아들이지 않을 수 없었다”고 설명했다. 당을 혼란케 한 점에 대해서도 사과했다. 정 대표는 “그동안 통합 과정에서 있었던 모든 일들은 저의 부족함 때문”이라며 “국민 여러분과 민주당 당원들, 혁신당 당원들께 사과드린다”고 고개를 숙였다. 당초 이달 13일 입장을 밝히겠다던 혁신당은 날짜를 앞당겨 지난 11일 긴급 최고위원회를 열고 사안에 대해 입을 열었다. 혁신당 조국 대표는 통합추진준비위 구성에 동의하며 6월 지방선거 연대 가능성을 열어뒀다. 민주당을 향한 뼈있는 말도 이어졌다. 조 대표가 “선거 후에는 통합의 의미가 무엇인지 확인하고 내용과 방식에 대한 논의를 책임감 있게 이어가야 할 것”이라고 강조한 것이다. 그동안 혁신당은 민주당에 흡수되는 방법을 피하고자 했던 만큼 합치는 방식에 대한 합의점을 찾는 것이 합당의 최대 과제로 남아있다. 조 대표는 “양당 간 회동이 이뤄지면 먼저 민주당이 제안한 연대가 지방선거에서의 연대인지 아니면 추상적 구호로서의 연대인지 확인해야 한다”며 “지방선거 연대가 맞다면 추진준비위에서 그 원칙과 방법을 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 모든 과정에서 양당은 상호 신뢰와 존중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진행해야 한다”며 “특정 정치인 개인과 계파의 이익이라는 관점에서 접근하면 반드시 역효과가 난다. 국민과 양당 당원께 또다시 실망을 드리고 말 것”이라고 경고했다. 제동 걸린 민주당-혁신당 합당…다음 복안은? ‘쌍방울 변호인’까지…제대로 꽂힌 ‘2연타’ 조 대표는 정 대표의 사과를 수용하겠다는 입장도 밝혔다. 조 대표는 “정 대표께서 혁신당 당원에게 표명한 사과를 받아들인다”며 “혁신당 당원은 당으로 향해지는 비방과 모욕에 큰 상처를 입었다. 다시는 이런 일이 없어야 한다”고 밝혔다. 혁신당 박병언 선임대변인도 회견 후 기자들과 만나 “(민주당이) 단순히 연대라고만 표현했는데 우당 간 레토릭적 연대를 의미하는지, 실질적으로 두 당이 지선을 치러낸다는 선거 연대인지 분명히 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며 민주당의 답변을 요구했다. 앞서 민주당은 합당이 아닌 ‘지선 이후 통합’이라는 단어를 썼는데, 민주당의 답변에 따라 향후 당의 대응이 달라질 것으로 풀이된다. 합당 논의가 중지되면서 당이 숨 고르기에 들어가나 싶더니 2차 종합특검으로 추천된 전준철 변호사가 새로운 불씨가 됐다. 민주당이 추천한 전 변호사는 2023년 ‘불법 대북 송금 사건’으로 구속 기소된 김성태 전 쌍방울 회장 등의 변호인으로 선임된 인물이다. 1심 이후 사임했지만, 친명(친 이재명)계에서는 “이재명 죽이기” “제2의 체포동의안 사태” 등 격하게 반발했다. 친청(친 정청래)계로 분류되는 이성윤 최고위원이 전 변호사를 추천하면서 반발이 더욱 거세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전 변호사는 검사 시절 김건희 주가조작 사건, 한동훈 채널A 사건 등을 담당했다. 이 최고위원은 “(전 변호사가) 윤석열·김건희 수사를 할 때 서슬 퍼런 윤 총장하에서도 결코 소신을 굽히지 않고 강직하게 수사했다”며 “이번 2차 종합특검의 중요성에 비춰 적임자로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정확한 팩트 확인 없이 전 변호사가 김성태 대북 송금 조작 의혹 사건을 변호했고, 그런 변호사를 추천함으로써 마치 정치적 음모가 있는 것처럼 의혹이 확산하는 것을 매우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정·이 차이는? ‘윤정부에서 탄압을 받은 변호사’를 강조했지만, 민주당을 설득시킬 명분이 부족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그러자 이 최고위원은 “이번 2차 종합특검 추천 과정에서 조금 더 세밀하게 살피지 못한 것을 유감스럽게 생각하고, 앞으로는 더 세심히 살피겠다”고 사과했다. 정 대표도 거듭 고개를 숙였다. 정 대표는 해당 사태를 인사 검증 실패에 따른 ‘사고’로 규정하고 “당에서 벌어지고 있는 모든 일의 책임은 당 대표인 저에게 있다. 대단히 죄송하다”며 사과의 뜻을 밝혔다. 지도부가 진화에 나섰지만 사태는 이 최고위원을 향한 사퇴 압박으로 이어졌다. 이번 사태가 단순한 인사 사고가 아닌 정청래 체제를 향한 불만이 표면화된 결과라는 해석이 나온다. 합당 무산과 후보자 논란으로 정 대표의 리더십이 2연타를 맞으며 8월 전당대회를 앞두고 연임 가능성도 불투명해졌다. 정 대표는 직접 연임 여부를 밝히지 않았지만 1인1표제 등 당원의 힘을 강화하는 작업에 공을 들이며 대권주자로 나서기 위한 입지를 다지고 있다는 해석이 우세했다. 혁신당과의 합당 이후 지방선거를 승리로 이끈다면 공은 정 대표에게 돌아간다. 그 성과를 토대로 대표 연임에 성공한 뒤 차기 대권까지 밟는 이른바 ‘이재명의 길’을 염두에 뒀다는 것이다. 여의도가 바라본 이재명의 길은 순탄치만은 않았다. 친문(친 문재인)계가 민주당을 꽉 쥐던, 시절 그는 한 줌의 계파도 없이 고군분투하며 기득권에 맞섰다. 온건파 사이에서 파격적인 개혁을 앞세워 당원들의 갈증을 해소했고, 이들을 ‘개딸(개혁의 딸)’로 묶어 본격적인 팬덤 정치에 나섰다. 당 대표 시절에는 대선에 출마하려는 대표의 사퇴 시한인 ‘대선 1년 전’에 예외를 두는 내용의 당헌을 바꾸면서 극심한 내홍에 시달렸다. 그럼에도 당시 이재명 대표는 자신 있게 뜻을 밀어붙였고 전당대회서 최종 득표율 85.4%로 연임에 성공했다. 리더십 심폐소생 권력의 정점에 선 이 대통령이 걸어온 길은 비주류에서 주류로 거듭나고 싶어하는 정치인들의 ‘롤모델’로 자리 잡았다. 정 대표는 그런 거친 이재명의 길 초입에 들어섰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사이다 화법’으로 지지 세력을 키우는 시도는 이 대통령과 매우 유사하다. 이 대통령도 성공하지 못했던 1인1표제를 정 대표는 해냈다”면서도 “서둘렀던 게 문제다. 합당도 시기가 적절하지 못했다”고 아쉬움을 드러냈다. 이어 “이 대통령은 당 대표이던 시절부터 모든 것이 순차적으로 맞아떨어졌다. 그때는 민주당이 야당이었고 윤석열·김건희라는 공공의 적이 있으니 친명과 비명(비 이재명)이 매일같이 싸워도 봉합할 명분이 충분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대통령과 정 대표의 차이는 측근의 유무다. 이 대통령은 성남시장일 때부터 함께해 온 이른바 ‘성남 라인’이 존재했고, 김현지 대통령비서실 제1부속실장 등 측근이라고 부를 수 있는 사람이 존재했다”며 “친청을 자처하는 의원들이 있지만 이들을 측근이라고는 볼 수 없다. 김어준·유승민 두 사람이 정 대표에게 영향을 주는 인물로 꼽히지만, 그들조차도 자기 정치에 당 대표를 쓰는 느낌이 든다. 누가 중심이고, 누가 휘둘리는지 알 수가 없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승부수를 던지지 않는 한 지방선거가 정 대표의 마지막 리더십 시험대가 될 것이란 관측에 힘이 실린다. 지방선거에 사활을 걸어 ‘압승’을 끌어낸다면 무너진 리더십을 다지는 건 물론 8월 전당대회 출마 명분까지 얻을 수 있다. 당장은 정 대표가 타격을 받았지만 선거 국면을 통과하면서 과오가 희석되는 흐름에 기대를 건 셈이다. 민주당은 오는 4월 중순까지 모든 지방선거 공천을 마무리하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다만 경선 규칙과 공천 룰 등을 두고 계파 간 갈등이 재점화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모든 권력에는 비판이 따르기 마련”이라는 한 정치권 관계자의 말처럼 반대 여론을 찬성 여론으로 바꾸는 과정에서 리더십이 판가름 난다. 시계를 돌려 2024년 4월, 이 대통령 역시 당 대표이던 시절 공천 시즌을 앞두고 ‘비명횡사’ 논란에 휩싸였다. 현역 의원 의정평가 하위 20% 통보를 박은 이는 6명으로 모두 비명계였던 만큼 의원들 대다수가 ‘친명’을 내세워 마케팅을 이어갔다. 이, 비주류서 180석 야당 대표로 지선 앞둔 대표님의 큰 그림은? 공천 갈등은 당 지지율 하락으로 이어졌고 민주당이 패배했던 2012년 총선이 되풀이될 것이란 당내 우려가 커졌다. 하루가 멀다고 나오는 사퇴 요구에 이 대표는 “툭 하면 사퇴 요구를 하는 분들이 있는데, 그런 식으로 사퇴하면 1년 내내 대표를 바꿔야 한다”며 오히려 강경한 태도를 보였다. 친명과 비명 간의 갈등은 “환골탈태 과정에서 생기는 약간의 진통”으로 진단했다. 이 대표의 리더십이 총선의 최대 걸림돌로 여겨졌지만, 180석 공룡 야당을 탄생시키면서 여론을 뒤집었다. 정 대표 역시 “비 온 뒤에 땅이 굳는다고 (합당 논란을) 전화위복의 기회로 삼아 지방선거 승리에 올인하겠다”며 반전의 기회를 모색하고 있다. 그러나 어떤 기습 행동으로 당을 흔들지 종잡을 수 없어 잃어버린 신임을 되찾는 것이 지방선거를 앞둔 첫 번째 과제로 여겨진다. 정 대표는 ‘억울한 컷오프를 최소화하는 것’에 방점을 찍었다. 지난 11일에는 “공천 과정 전반의 불공정·불합리한 사례를 사전에 점검해 신뢰받는 공천 시스템을 구축하고자 노력하겠다”며 공천신문고 구성 안건을 의결했다. 이날 민주당 박수현 수석대변인은 “민주당이 합당 과정에 여러 가지 내홍을 겪고 걱정을 끼쳐드렸지만 그런 와중에도 할 일은 빈틈없이 해왔다”며 “민주당은 공정한 경선을 통한 공천, 투명한 공천이 지방선거 승리의 요체임을 여러 차례 밝혀왔다. 당 대표의 이 같은 의지가 (공천신문고) 제도를 통해서 충실히 반영되고 있다는 점을 다시 한번 말한다”고 강조했다. 정 대표가 ‘이재명 모델’로 노선을 잡았지만 ‘제2의 ○○○’이라는 꼬리표가 오히려 발목을 잡을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대선을 앞두고 과감하게 오른쪽으로 핸들을 꺾은 이 대통령의 ‘중도 보수’ 전략까지 정 대표가 따라 할 수 있겠냐는 점에서다. 한 민주당 관계자는 “문재인 전 대통령에 실망한 사람들이 정권교체에 손을 들어줬다. 이 대통령이 임기를 마칠 때 즈음이면 정권 유지든 교체든 국민의 마음속에 새로운 잣대가 세워질 것”이라며 “시간이 걸리더라도 좌우 통합을 이뤄낼 지도자를 원할지, 지금보다 조금 더 강경한 지도자를 원할지는 현 정부에 달려 있다. 그 시대에 맞는, 또 국민이 원하는 사람이 차기 대권주자로 분류될 것”이라고 봤다. 신선한 뉴페이스? 이어 “이 대통령은 후임자를 키우지 않는다고 한다. 미래의 민주당은 당 대표도, 차기 대권주자도 ‘포스트 이재명’이 아닌 새로운 모델이 필요하다”며 “이 대통령의 행보가 잘못됐다는 것이 아니라 이재명 그림자에만 메어서는 민주당이 앞으로 나아갈 수 없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극단으로 치닫는 여야 갈등 지난 12일 이재명 대통령이 설을 앞두고 민생 회복과 국정 안정을 위한 초당적 협력 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여야 대표를 오찬에 초대했지만, 약속 시간을 한 시간 앞두고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불참을 통보했다. 장 대표는 “(이번 회동이) 부부 싸움하고 둘이 화해하겠다고 옆집 아저씨 불러놓는 꼴이라는 것을 충분히 알고 있었다”며 불쾌한 기색을 드러냈다. 이어 “오늘 회동에 가면 여야 합치를 위해 무슨 반찬을 내놨고, 쌀에 무슨 잡곡을 섞었고 그런 것들로 오늘 뉴스를 다 덮으려 할 것”이라며 “대한민국 사법시스템 무너지는 소리를 덮기 위해 여야 대표와 대통령이 악수하는 사진으로 모든 걸 다 덮으려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전날 밤 민주당이 추진하는 이른바 ‘재판소원법’과 ‘대법관증원법’이 국민의힘 반발 속에 여당의 주도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를 통과한 것에 대한 불만을 표현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에 정청래 대표는 SNS를 통해 “국민과 대통령에 대한 예의는 눈곱만큼도 없는 국민의힘의 작태에 경악한다”며 “본인이 요청할 때는 언제고 약속 시간 직전에 이 무슨 결례인가. 국민의힘, 정말 ‘노답(답이 없음)’”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청와대도 “이번 회동은 국정 현안에 대한 소통과 협치를 위한 자리였다. 그런 취지를 살릴 수 있는 기회를 놓쳤다는 데 깊은 아쉬움을 전했다”고 밝혔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