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잡는’ 악랄한 추심 백태

급전 필요한 서민 ‘먹잇감’

[일요시사 취재1팀] 최윤성 기자 = 급전이 필요한 서민들을 대상으로 불법 사채업자들의 불법 추심이 급증하고 있다. 채무자가 상환기한까지 못 갚을 시 주변인에게 연락하거나 심한 경우 개인정보가 담긴 사진을 SNS에 유포하는 등 악랄한 협박을 일삼고 있다. 불법 대부 행위가 기승을 부리자 정치권에서는 불법 사금융 근절을 위한 법안을 내놓으면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최근 불법 대부업체들의 채권추심 행태가 날이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다. 부당한 방법으로 돈을 요구하거나 협박하는 등 피해자들의 고통이 늘어나고 있다. 불법 사채업자들은 대부업 등록도 하지 않은 채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을 통해 급전이 필요한 사람들을 모집한 뒤 소액의 돈을 빌려주고 상환 불능 상황에 부닥친 대출자들에게 연 수천%에 달하는 과도한 연체료를 부과하고 있다.

사채 기승
불법 추심

1·2금융권을 비롯해 서민의 마지막 급전 창구 역할을 하는 3금융권인 대부업마저 신용대출을 조이면서 급전이 필요한 서민들이 불법 사채시장으로 내몰리고 있다. 이로 인한 피해가 커지자 불법 계약을 무효화하는 방안 등이 거론되지만, 무법지대에 있는 사채꾼들의 협박까지 막을 수 있을지 의문이라는 반응이 많다.

이에 서민들의 이자 부담을 줄이겠다며 시작된 최고금리 인하가 도리어 서민들을 벼랑으로 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현행법상 불법사금융업자·대부업자가 대부 시 이자율은 연 20%를 초과할 수 없다. 빌린 액수와 상관없이 원금의 20%에 해당하는 연 이자만 상환한다면 법적으로 아무 문제가 없으나 불법 대부업체는 법정 최고이자율을 초과한 이자를 받고 있어 지켜지지 않고 있는 게 현실이다.

사채업자들은 돈을 빌려줄 때 채무자의 신분증과 가족·지인의 연락처 등을 대출 담보로 잡는다. 이들은 채무자가 대출금을 제때 갚지 못할 경우 돈을 빌려줄 때 담보로 받았던 휴대폰에 저장된 연락처, 메신저, SNS 등을 활용해 채무자의 채무 사실을 주변 지인 또는 불특정 다수에게 알리거나 심한 경우 개인정보가 담긴 사진까지 유포하는 등 협박을 일삼는다.

과거 대부업체는 명함을 돌려 홍보하거나 대면을 통해서 돈을 빌려주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나 최근에는 블랙박스나 CCTV 등이 발달하면서 돈을 빌려준 주체가 특정되는 걸 피하고자 비대면이 가능한 SNS로 대부 방법을 옮겨갔다. 

이들은 인스타그램이나 페이스북 등에 계정을 만들어 금융기관을 사칭해 마치 정상적인 업체인 것처럼 광고한다. 어려운 경제 불황 시기에 돈이 필요한 나머지, 대부업체가 SNS에 광고한 글을 보고 혹해서 전화를 걸게 되는 사람이 많다. 그러나 대부업체는 연락해 온 사람의 전화를 일부러 받지 않는다. 

특정되는 걸 피해 SNS로 옮겨
누구한테서 돈을 빌린지 몰라

돈을 빌려준 주체가 특정될 수 있어 부재중 전화로 남겨둔다. 이후 부재중으로 기록된 전화번호에 대포폰으로 전화한다. 여기서부터가 개인정보가 빠져나가게 되는 시작점이다. 대부업체는 돈을 빌려주기 전, 하나씩 신상정보를 물어보기 시작한다.

채무자가 돈을 갚지 않고 잠적하는 상황까지 고려해 직업부터 회사, 명함, 연락처, 통장 거래 내역 등을 요구한 뒤 신용 정보를 확인한다. 

이후 채무자로부터 받은 연락처를 통해 주변인들에게 연락해 사실을 확인한다. 이때 대부업체라고 밝히지 않고 채무자에 대한 정보를 물어본 뒤 정확하게 채무자 정보를 인지한 후 돈을 빌려주는 구조다. 

대부업체는 타인 명의의 전화기로 광고를 하거나 타인 명의의 통장으로 돈을 수금해 채무자 대부분은 누구한테서 돈을 빌렸는지 모른다. 경찰이 수사에 들어갔을 경우 꼬리를 잡히지 않기 위한 하나의 수단인 셈이다. 채무자가 불법 추심에 견디지 못해 경찰에 신고해도 돈을 빌려준 주체가 특정되지 않아 수사기관서 해결하기 어렵다. 

지난 7월 급전이 필요한 A씨는 불법 대부업체를 통해 100만원을 빌리게 됐다. 대부업체는 일주일 뒤 원금 100만원과 이자 80만원 등 180만원을 상환하는 것으로 조건을 내걸었다. 그러나 A씨가 돈을 갚지 못하자 대부업체는 연체비를 요구했다.

원금과 이자 전액을 한꺼번에 상환하지 못할 시 별도로 하루마다 30만원을 내라는 것이었다. 

A씨가 연체비를 감당하지 못하게 되자 대부업체는 불법추심을 시작했다. A씨의 아내와 주변 지인들에게 연락해 돈을 갚으라고 하거나 아내의 얼굴을 음란물에 합성해 SNS 등에 공개하겠다며 협박했다. 

A씨의 빚은 두 달 만에 2000만원 가까이 불어났다. 불법추심을 일삼은 대부업체를 더이상 참지 못한 A씨는 경찰에 신고했지만, 담당 수사관으로부터 불법 사채업자의 연락처도 없고 추적이 쉽지 않은 SNS를 사용했기 때문에 검거가 어렵다는 답변을 받았다. 

살인적 이자
악랄한 협박

돈을 갚지 못하자 SNS에 사진과 영상을 게시해 이른바 박제까지 당한 피해자도 있었다. 지난해 B씨는 인터넷을 통해 알게 된 한 대부업체서 10여차례에 걸쳐 총 300만원을 빌렸다. 신용도가 낮은 B씨는 일반 금융권서 대출이 어려워 대부업체까지 손을 대게 됐다. B씨가 처음 빌린 돈은 20만원이다. 

대부업체는 B씨에게 20만원을 빌려줄 테니 일주일 뒤 40만원을 갚으라고 했다. 이후 B씨가 상환기한에 맞춰 갚지 못하자 대부업체는 10분 늦을 때마다 연체료 50만원, 30분 늦으면 100만원을 요구했다. B씨가 요구받은 연체료의 연이율을 계산하면 무려 5000%가 넘는다. B씨가 갚아야 할 액수는 하루하루 눈덩이처럼 불어나기 시작했다. 

그사이 대부업체는 B씨의 가족과 지인들에게 메시지를 보내 채무 사실을 폭로하거나, 자녀의 학교에 전단지를 뿌리겠다면서 협박했다. 대부업체는 B씨에게 돈을 빌려주기 전 특이한 영상을 찍으라고도 했다. 해당 영상에는 “제가 아버지 OOO, 누나 OOO, 친구 OOO 등 개인정보를 팔아서 이렇게 돈을 빌리게 됐습니다”라는 내용이었다. 

대부업체서 대본을 작성해 B씨에게 직접 읽으라고 지시한 것이다. B씨가 제때 돈을 갚지 않자 대부업체는 SNS에 이 영상을 그대로 게시했다. B씨는 살인적인 이자율과 협박에 시달리면서 극단적인 선택까지 고심했다.

실제 불법 대부업체의 불법추심에 극단적 선택을 한 피해자도 있다. 지난 9월 초 C씨는 인터넷 광고를 통해 한 대부업체로부터 40만~180만원가량 여러 차례 돈을 빌렸다. C씨가 돈을 빌린 이유는 딸과 생활하는 데 필요해서였다. C씨는 지방서 서울로 올라와 일하면서, 유치원에 다니는 딸을 홀로 키웠다. 

넉넉하지 못한 생활에 점차 힘들어진 C씨는 대부업체에 돈을 빌리게 됐다. 상환기한을 일주일로 잡고 C씨는 가족관계증명서, 휴대전화에 저장된 지인들의 연락처, 사진 등을 담보로 넘겼다. 짧은 상환기한에 C씨가 돈을 갚지 못하자 대부업체는 상환이 늦을 때마다 1분에 10만원씩 붙이는 등 불법추심은 날이 갈수록 심해져 갔다. 

그사이 대부업체는 C씨에게 모진 협박을 하며 지인들에게 문자메시지를 보냈다. “C씨는 지인들의 개인정보를 팔고, 대부업체서 돈을 빌리고 잠수를 탔다”는 내용이었다. 비슷한 내용의 문자가 100통 가까이 날아온 지인도 있었다. 이 문자는 C씨의 딸이 다니고 있는 유치원의 교사에게도 갔다. 팔뚝을 문신으로 채운 남자들이 유치원에 찾아가기도 했다. 

대부업체의 만행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C씨의 개인정보와 사진을 편집한 동영상을 SNS에 올리기도 했다. 동영상 속 C씨가 들고 있는 종이엔 ‘50만원을 빌렸으며, 돈을 갚지 않을 시 가족, 지인, 회사 동료에게 연락해 채무독촉을 해도 무방함’이란 내용이 자필로 적혀 있었다.

해당 SNS 계정에는 다른 피해자들의 동영상도 함께 있었다. 

이후 C씨는 감당할 수 없이 불어난 연체료와 지속적인 불법추심에 지난 9월 중순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 C씨의 안타까운 소식을 접하게 된 지인 D씨는 곧바로 경찰에 신고했지만, 돌아온 말은 “해당 계정의 국적이 해외로 설정돼있어 범인을 잡기 어렵고, 해당 SNS 운영자가 외국 회사라 협조를 구하는 데 시간이 걸려 수사가 오래 걸린다”고 듣게 됐다.

늘어난 피해
미미한 처벌

현재까지도 C씨를 죽음으로 내몬 범인은 잡히지 않은 채 유치원에 다니는 딸은 홀로 남았다.

2024년 현재, 금융감독원의 자료에 따르면 약 82만명이 불법대출로 인해 고통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상반기 금감원 불법 사금융 피해신고센터에 접수된 피해 상담·신고 건수는 6784건이었다. 2022년 한 해 동안 1만913건이 접수된 점을 고려하면 피해 건수가 늘어난 것으로 볼 수 있다. 접수 건수는 2019년 5468건, 2020년 8043건, 2021년 9918건 등으로 매년 증가하는 추세다.

불법 사채 범죄에 대한 국내 처벌 수위는 낮다. 미등록 대부업의 형량은 5년 이하 징역 혹은 5000만원 이하 벌금에 그친다. 그나마 실형을 받는 경우도 드물다. 대법원이 공개한 대부업법 위반 형사사건 판결문에 따르면, 최근 2년 동안 14건의 유죄 판결이 내려졌고, 무죄는 단 한 건도 없었다.

게다가 실형이 선고된 것은 3건뿐이었고, 이 중 2건은 항소심서 감형돼 징역형 집행유예가 선고됐다. 

또 지난 2019∼2022년 대부업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사람 가운데 1심서 징역형의 실형을 선고받은 경우는 9.1%에 불과했다. 91회에 걸쳐 최고금리 이상의 이자를 받고 채무자들에게 협박을 일삼았던 E씨는 징역 10개월에 집행유예 3년, 지속적 협박을 통해 연 이자 437%를 받아낸 F씨에게는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이 각각 선고됐다.

이들은 불법 대부업체를 운영해 처벌받은 전력이 있음에도 반성하고 있다는 점을 들어 항소심서 감형됐다.

대부업체 설립 요건이 너무 간단하다는 것도 문제다. 대부업 등록은 최초 1000만원을 보유한 사실과 사무실 계약서, 18시간의 교육 이수증만 있으면 가능하다. 이렇듯 낮은 요건과 쉬운 절차로 인해 대부업 시장에는 최초 등록 시에만 요건을 맞추는 꼼수가 성행한다. 

실제 지난해 말 기준 등록 대부업체수는 총 8597개에 달한다. 지방자치단체나 금융감독원이 관리·감독할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선다. 이 중 5874개(68.3%) 대부업체가 개인사업자다. 또 부실 개인 대부업체가 경영난에 빠져 금융소비자가 불법추심 등의 위협에 노출되는 사례가 매해 잇따른다.

(사)한국사이버보안협회 김현결 대표는 “사금융에 대한 제한 조치나 제재가 많이 필요할 것 같다”며 “고금리 같은 규제가 많이 풀어져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불법대부업체로부터 피해가 발생하면 증거물을 수집해 놓는 게 좋다”며 “데이터가 쌓이면 증거물이 되고 단서가 명확해져 범인을 검거할 수 있는 방법이 많아지게 된다”고 우려했다.

이어 “대부업체에 당한 피해가 기존에 있던 협박에 금융을 붙인 사이버 피싱에 가깝다”며 “금융 범죄 쪽에서는 피해 형태가 같아 소재만 바뀐 것뿐”이라고 말했다.

불법 사금융 제한·제재 필요
“대포폰·대포통장 근절이 먼저”

이기동 한국금융범죄예방연구센터 소장은 “모든 금융 범죄의 착발신으로 사용되는 대포폰이나 인출 도구로 사용되는 대포통장이 근절되지 않고는 막을 수 없다”며 “이를 개통한 사람이나 만들어준 사람을 특정할 수 없어 수사기관에서는 범인을 밝혀내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불법 사금융은 개인정보를 받아놓고 돈을 편취하기 때문에 보이스피싱 같은 형태라고 볼 수 있다”며 “단순히 돈을 빌려주고 이자를 받는 개념이 아니라 자신을 숨기기 때문에 계획적인 범죄”라고 지적했다. 

불법 대부 행위가 기승을 부리자 정치권서도 불법 사금융 근절을 위한 법안을 잇따라 내놨다. 지난 8월 국민의힘 최형두 의원은 대부업자로 등록하기 위해 필요한 자기자본 요건을 현행 1000만원서 3억원으로 상향하는 내용의 법안을 발의했다. 자기자본 요건이 너무 낮아 대부업을 수행할 만한 충분한 자격이 없는 곳도 대부업을 영위하기 때문에 금융 소비자의 피해 우려가 크다는 이유다. 

더불어민주당 천준호 의원도 미등록 대부업의 경우 금전대차에 관한 계약 전부를 무효화하고 지급된 원금과 이자에 대해 반환 청구할 수 있도록 명시해야 한다는 법안을 발의했다. 현재 5000만 원 이하 과태료를 물게 돼있는 대부업법 처벌 규정을 5억원 이하로 상향하는 내용도 담겼다. 

또 불법 대부업체와 등록 대부업체 간 명의를 사고 파는 문제를 막자는 취지의 법안도 발의됐다. 현재 대부업자 등록을 위한 문턱이 지나치게 낮아, 불법 대부업체들이 등록 대부업체 명의를 돈을 주고 거래한 후 범죄에 악용하는 사례가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기 때문이다. 

금융 소비자들은 등록 대부업체라고 믿고 방문했다가 불법 대부업체에 피해를 당할 수도 있는 상황이다. 쉽게 명의를 사고팔지 못하도록 자기자본 요건을 상향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금융권에선 정부가 불법 사금융 처단에 강력한 의지를 밝힌 만큼 이번 국회서 해당 법안들이 통과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현재 20%로 묶여 있는 법정 최고금리 규제를 손봐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정치권 시동
대부업 척결

금융위원회도 여야의 생각과 다르지 않았다. 금융위는 지난 9월 관계부처와 합동해 대부업 제도를 대대적으로 개편하겠다고 발표했다. 영세 대부업의 난립과 불법영업 등에 따른 금융 소비자들의 피해를 방지하기 위해 지자체 대부업자에 대한 등록요건 강화를 추진하겠다고 밝힌 것이다. 

지자체 대부업자의 자기자본 요건을 개인 사업자는 기존 1000만원서 1억원으로, 법인 사업자는 5000만원서 3억원으로 대폭 상향하겠다는 방침을 담았다. 이미 금융위 등록 대부업자는 총자산을 자기자본의 10배 이내로 제한 중이지만, 지자체 등록 대부업자는 제한이 없기 때문에 규제 형평성 제고 필요성이 꾸준히 대두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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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점’ 더 깊은 늪에 빠진 국민의힘

‘점점’ 더 깊은 늪에 빠진 국민의힘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 지방선거 공천에선 인물난 속에서도 조직표를 놓지 못하는 흔적들이 감지된다. 서울시장 경선 참여자들은 장동혁 대표의 지원 유세에 난감해하고 있다. 조직표에 기반한 정당이 집권하지 못했던 과거 사례들은 국민의힘을 더 깊은 늪으로 몰고 있다. 리얼미터·한국갤럽이 지난달 각각 진행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이재명 대통령·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의 지지율은 높지만, 국민의힘의 지지율은 저조한 것으로 나타났다. 리얼미터가 발표한 이 대통령의 지지율은 62.2%로 확인됐다. 이 조사는 지난달 23일부터 27일까지 5일 동안 전국 만 18세 이상 유권자 2513명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가면 갈수록 지지율 격차 민주당 지지율은 51.1%로 집계됐고, 국민의힘 지지율은 30.6%로 집계됐다. 이 조사는 지난달 26일부터 27일까지 이틀 동안 전국 18세 이상 유권자 1006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다. 두 조사 모두 무선 자동응답 방식을 활용해 무작위 생성 표집틀을 통한 임의 전화걸기 방법으로 실시했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한국갤럽도 비슷한 기간 동안 유사한 조사를 진행했다. 한국갤럽이 발표한 이 대통령 지지율은 65%였다. 정당 지지율은 민주당 46%로 집계됐고, 국민의힘은 19%로 집계됐다. 이 조사는 지난달 24일부터 26일까지 3일 동안 전국 만 18세 이상 유권자 1000명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두 조사 모두 무작위로 추출된 무선전화 가상번호에 전화 조사원이 인터뷰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이 조사 결과들을 놓고 “민주당과 국민의힘 간 지지율 격차가 상당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는 지방선거에서 언제나 중요한 승부처로 거론되는 서울시장·경기도지사 선거와 관련해 국민의힘이 인물난을 겪고 있는 현 상황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국민의힘에선 양향자 최고위원·새누리당 함진규 전 의원 등 2명이 경기도지사 선거 출마를 선언했다. 민주당에서 김동연 경기도지사·추미애 의원·한준호 의원이 치열한 경쟁을 하는 것과 대비된다. 이 때문에 국민의힘에선 유승민 전 의원에게 지속해서 출마를 권유했다. 국민의힘으로선 “중도 성향 유권자에게도 설득력이 있다”는 평가를 받는 유 전 의원이 경기도지사 후보로 적임이란 판단을 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유 전 의원은 “국민의힘 의원들이 지난달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절연을 선언한 이후에도 당의 강경 노선에 큰 변화가 없다”는 인식을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지난달 27일 서해수호의 날 기념식에서 만났던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의 출마 권유에도 “불출마한다는 생각엔 변화가 없다”면서 끝내 거절했다. 그러자 양 최고위원은 같은날 KBS 라디오 <세상의 모든 정보 윤인구입니다>에 출연해 “정당·국가 운영과 공천은 원칙·절차적 정당성 확보가 중요하다”며 “어떤 분이 제게 ‘절대로 떠밀려서 나오는 선거는 하면 안 된다’고 말했는데, 확실한 소명 의식을 가진 사람이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이정현 전 공천관리위원장은 지난달 30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공천이 마무리되는 대로 당이 필요로 하는 가장 어려운 곳에서 제 역할을 다할 준비를 하겠다”며 “아무도 가지 않으려는 곳에서 또 다른 역할을 할 것”이라고 썼다. 이는 전남·광주통합특별시장 출마 암시로 해석됐고, “유 전 의원에게도 출마를 간접 압박하는 것”이란 해석도 나왔다. 겹치는 악재에 강경 보수 조직표 의존? 장동혁 지원 유세? 각지 후보들 ‘난색’ 하지만 유 전 의원은 불출마 의사를 바꾸지 않았다. 이 전 위원장은 지난달 31일 “유 전 의원의 뜻을 존중하기로 했다”며 “현재 신청하신 훌륭한 두 분을 포함해 여러 방안을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지방선거 공천이 사실상 완료됐다”며 전남·광주통합특별시장 출마를 선언한 후 사퇴했다. 부산에선 국민의힘 주진우 의원과 부산시장 후보 경선을 치러야 하는 박형준 부산시장이 손영광 울산대 교수를 공동선대본부장으로 임명했다. 손 교수는 윤 전 대통령 탄핵 반대 집회를 주도한 손현보 목사의 아들이다. 이는 박 시장이 직접 지난달 24일 CBS 라디오 <박성태의 뉴스쇼>에 출연해 “손 교수는 역량이 뛰어난 사람이고, 누구의 아들이라고 매도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고 해명해야 할 정도로 큰 논란이 됐다. 박 시장은 국민의힘 내에서 합리적 보수 이미지가 강한 인물로 평가된다. 손 교수 영입에 대해선 “경선을 앞두고, 부산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가진 대형 교회 조직표를 의식한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대구시장 후보 경선에서 공천 배제된 이진숙 전 방송통신위원장에 대해서도 여러 해석이 나오고 있다. 이 전 위원장은 지난달 29일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진행된 2026 KBO리그 개막전을 방문해 ‘대구시장 예비후보 이진숙’이란 어깨띠를 두르고 시민들에게 인사했다. 이에 대해선 “이 전 위원장이 대구시장 선거에 무소속 출마할 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반대로 “국민의힘이 이 전 위원장의 공천 자체를 배제한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는 분석도 있다.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은 지난달 24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이 전 위원장은 정권의 무도함에 맞선 최전선 투사”라며 “대구시장 후보에 현역 의원이 공천되면, 그 지역구 재보궐선거에 이 전 위원장을 공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전 위원장을 경기도지사 후보로 공천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국민의힘 조광한 최고위원은 지난달 26일 기자들을 만나 “이 전 위원장이 경기도지사 후보로도 추천되고 있다”며 “이 전 의원장의 결심 여하에 따라 선택지가 굉장히 다양하다고 본다”고 주장했다. 이 전 위원장은 경기도지사 공천 가능성은 강하게 부정하고 있다. 이 전 위원장은 지난달 25일 <조선일보> 유튜브 채널에 출연해 “경기도지사 출마는 사실상 불가능하다”며 “제 인지도 하나만 달랑 갖고 경기도지사를 하겠다는 건 경기도민에 대한 우롱”이라고 주장했다. 그러자 <경기일보>는 지난달 27일 ‘국힘, 경기지사가 경선 탈락자 처리장이냐’는 제목의 사설을 공개했다. 이 사설엔 “국민의힘 경기도지사 후보 경선에 나선 주자는 중량감·연고성 등이 모두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는 2명”이라며 “급기야 대구시장 탈락자 차출설도 나오는데, 이쯤 되면 경기도민 모욕 아니냐”고 비판했다. 낮은 당 지지율과 공천 과정의 잡음이 이어지면서 급기야 지방선거 출마자들이 장 대표의 지원 유세에도 난감해하는 상황도 이어졌다. 유권자에게 “공개적 절윤 선언과 달리 인적 절연이 제대로 안 되고 있다”는 인상을 준 영향이라고 분석되고 있다. 7년 만에 대표 거부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달 27일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출연해 “저도 장 대표를 선거 유세에 모시고 싶다”면서도 “변신한 모습으로 와주시면 감사하겠다”고 말했다. 서울시장 선거 출마를 선언한 국민의힘 박수민 의원도 지난달 26일 같은 프로그램에 출연해 “장 대표의 지원 유세는 조금 예민한 문제”라며 “시민 눈높이에서 해결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선거는 후보가 시민이 듣고 싶어 하는 말을 잘 전하는 시민을 위한 시간”이라며 “장 대표는 노선형 정치인이 됐으므로, 정책 선거 현장이 정치 선거로 비화하면 유불리를 떠나 서울시민께 도리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다 논란이 이어지자 지난 1일엔 의견을 바꿔 채널A 라디오 <정치시그널>에 출연해 “저는 국민의힘이 확장해야 한다는 것에 공감대가 확실히 있다고 생각한다”며 “정공법을 선택하겠다”고 말했다. 주요 선거 후보들이 당 대표의 지원 유세에 난감해하는 것은 지난 2018년 지방선거 당시 주요 후보들이 자유한국당 대표였던 홍준표 전 대구시장의 지원 유세를 거부한 상황을 연상시킨다. 낮은 지지율과 혼란을 거듭하는 국민의힘의 현 상황에 대해선 “이미 예고됐던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국민의힘은 윤석열 전 대통령이 지난 2024년 12월 비상계엄을 선포한 이후 대규모 집회 개최 및 참여 등 강경 보수 행보를 유지했다. 당시 진행됐던 대규모 집회는 손 목사·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담임목사·유튜버 전한길씨 등이 주도했다. 울림이 큰 방에서 나는 소리는 메아리가 돼 돌아온다. 이는 특정 성향·신념이 일치하는 사람들이 모여 비슷한 정보·주장을 계속 접하면서 그 의견이 굳어지는 현상을 비유하는 데 활용된다. 이를 두고 에코 체임버 현상이라고 한다. 보통은 SNS에서 일어나지만, 최근엔 정치권에서도 구조화되고 있다. 정치인의 관점에서 대규모 집회에서 동원한 인파·우호적인 사이트에서 확인할 수 있는 열렬한 지지는 쉽게 눈에 띈다. 선거에선 이게 독이 되는 경우가 많다. 후보의 캠프에선 이를 유권자의 보편적 정서로 착각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기 때문이다. 아울러 최근엔 당원투표의 비중이 높아지고 있다. 당원의 뜻이 공천에 반영되면, 정당의 민주적 구조가 탄탄해진다. 하지만 조직표 동원 경선이 될 위험이 커진단 치명적인 단점도 있다. 당내 강경파·특정 조직의 관성은 중도층·무당층까지 포함하는 전체 민심과 방향이 다른 경우가 많다. 집권은 불가능 후보도 선거를 치르면서 조직표를 움직이는 지역 토착 세력·강경 지지층을 만나는 과정에서 현장 분위기를 착각한다. 설령 당선되더라도 이들의 포로가 되는 경우가 많다. 이와 같은 확증 편향 현상은 “누구나 현실을 볼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대부분 사람은 자신이 보고 싶은 현실만을 본다”던 고대 로마 정치인 율리우스 카이사르의 격언이 현재진행형임을 알 수 있게 한다. 조직표는 장단점이 명확하게 나뉜다. 일정한 득표를 보장하는 것은 분명한 장점이다. 하지만 득표 이상의 목표 달성을 불가능하게 만든다. 전형적인 사례는 일본 공명당이다. 공명당은 창가학회란 종교를 배경으로 두고 있다. 덕분에 공명당은 엄청난 조직력을 동원할 수 있다. 창가학회 회원 1명은 강력한 선거운동원이 된다. 그 1명은 주변 지인 모두에게 공명당 선거운동을 한다고 보면 된다. 정치와 종교의 결합이 흔히 발생하는 중요한 원인이다. 일본 자유민주당(이하 자민당)은 공명당과 연정을 하면서 창가학회·공명당의 조직력을 토대로 많은 정치적 이익을 얻었다. 공명당 후보가 출마하지 않는 지역구에선 그 조직력이 고스란히 자민당 후보의 선거 조직이 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공명당은 종교 기반 정당이기 때문에 그 틀을 벗어나긴 어려웠다. 그래서 공명당이 정치적으로 확장할 수 있는 최대치는 집권당의 연정 파트너였다. 공명당과 손을 잡았다고 무조건 선거에서 좋은 결과를 얻는다고 보긴 어렵다. 이는 지난 2월 진행된 제51회 일본 중의원 의원 총선거(이하 중원선)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 제1야당 입헌민주당(이하 입민당)은 자민당과 결별한 공명당과 손잡고 ‘중도개혁연합’이란 선거 연대를 구성했다. 하지만 선거 결과는 참혹했다. 입민당·공명당은 원래 총 169석을 보유했지만, 선거 결과 49석만 확보하는 대참패를 당했다. 이 중 입민당이 확보한 의석수는 21석에 불과했다. 중도개혁연합이 해체되면 각각 28석을 확보한 공명당·국민민주당이 제1야당 반열에 오를 수 있을 정도의 대참패였다. 조직력보다 더 중요한 것은 민심이란 걸 보여준 선거였다. 경기도지사 후보 인물난…유승민은 거듭 고사 손현보 아들 등장·컷오프 이진숙 못 놓는 이유? 절대로 몰락하지 않는 안정적인 하한선을 보유했지만, 상한선·기대치도 낮은 사례로 일본 공명당만 있는 것은 아니다. 성향이 강한 특정 집단을 기반으로 유지되는 정당은 그에 대한 다른 유권자의 거부감 때문에 집권이 불가능하다. 대표적인 사례로는 ▲독일 좌파당 ▲영국 민주연합당 ▲이스라엘의 샤스·유대교 토라 연합 등을 거론할 수 있다. 독일 좌파당은 독일 통일 이후 구동독 지역 사회주의 통합당 후신이 모여 조직됐다. 따라서 구동독 지역의 고령 유권자·옛 공산당 관료·강성 노동계급 등이 핵심 지지층을 이루고 있다. 이런 연유로 구동독 지역에선 큰 영향력을 행사하지만, 전체 민심과 조화를 이루긴 어렵고, 주요 정당의 연정 파트너로 주로 거론된다. 영국 민주연합당은 북아일랜드 강성 개신교·연합주의자 조직에 기반한다. 이들의 강경한 종교 성향은 잉글랜드·스코틀랜드 등의 정서와 많이 멀다. 따라서 이들도 북아일랜드 지역 정당 겸 주요 정당의 연정 파트너로 거론된다. 지난 2017년엔 영국 보수당이 과반 확보에 실패하자 민주당과 신임 공급 협약을 맺고 정부를 구성할 수 있었다. 이스라엘의 샤스·유대교 토라 연합은 이스라엘 내 극단적인 유대교 원칙주의자들로서 사회적 민폐라고 거론되는 하레디를 기반으로 구성된 정당이다. 이들은 사회적인 활동보다 경전 공부에 몰두한다. 극단적인 일부 하레디는 19세기 생활 양식을 고집하고, 일체 생산 활동을 하지 않면서 정부 보조금에 의존한다. 이들은 출산율이 높아 이스라엘 재정에 부담을 주지만, 이스라엘 내 유대인 인구 비율 유지를 고려하면, 정부가 이들을 지원하지 않을 수 없는 측면도 있다. 이들은 랍비의 지시에 따라 절대적인 투표 성향을 유지한다. 이스라엘의 보수 정당 리쿠드당은 이들과의 연정을 통해 조직표를 동원한다. 일본 자민당은 원래 다양한 성향의 여러 파벌이 모여 구성된 특성을 역설적으로 정권 유지 비결로 활용했다. 총리를 배출하는 회파만 바뀌어도 국정 기조가 바뀌어 유권자에게 정권교체 체감을 주는 유사 정권교체 효과가 발생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난 2월 중의원 의원 선거 대승은 자민당으로서도 기존과 다른 형태였다. ▲다카이치 사나에 총리의 기민한 유튜브·SNS 활용 ▲실용적 포퓰리즘으로 통하는 사나에노믹스 등 다카이치 총리의 개인 팬덤이 강력하게 형성된 것이 승리로 연결됐다. 공명당 등 해외 사례 표면적으로는 국민의힘은 이미 지난 2월에 입증된 자민당의 승리 비결을 외면하고, 공명당의 길을 선택한 것으로 보인다. 주요 후보들이 당 대표 지원 유세에 신중한 반응을 보이는 것 자체가 국민의힘이 ‘더 깊은 늪’에 들어가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는 일면일 수도 있다. 국민의힘은 늪에서 나올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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