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독 개십니까?> 서대문구 댕댕이 순찰단 출범 현장

동네 지킴이로 나선 20마리 견공들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독독 개십니까?’ 국민 5명 가운데 1명이 개나 고양이 등 동물과 함께 살고 있다. 언제부터인가 인간은 이 종이 다른 개체에 ‘반려’라는 이름을 붙이기 시작했다. ‘공존’이 시대의 화두로 떠오른 현재, 인간과 동물은 서로의 반려가 될 수 있을까? 

“서대문 댕댕이 순찰단 ○○○님과 반려견 라온. 귀하를 반려동물과 함께 안전하고 건강한 지역사회 조성에 기여할 서대문 댕댕이 순찰단 단원으로 위촉합니다.” 주황색 조끼를 입은 반려인과 골든리트리버 종의 반려견은 사회자가 대독한 위촉장을 받았다. 인간과 동물이 ‘한 팀’으로 인정받은 순간이다. 

열띤 경쟁
뜨거운 호응

지난 2일 서울 서대문구 카페폭포 야외 테라스서 ‘제1기 서대문 댕댕이 순찰단’ 발대식이 열렸다. 카페폭포는 서대문구 관광명소로 알려진 곳이다. 발대식 시작 전부터 관광객과 참석자들이 몰리면서 인산인해를 이뤘다. 발대식의 주인공은 엄격한 심사를 통과한 20명의 반려인과 20두의 반려견이었다. 

위촉장을 받은 댕댕이 순찰단은 기념사진을 찍는 현장서도 늠름한 자태를 뽐냈다. 높은 점수로 심사를 통과한 사실을 증명하듯 누구 하나 대열을 이탈하지 않고 카메라 앞에서 자세를 취했다. 반려인의 ‘이리 와’ ‘기다려’ 등의 말에 맞춰 반려견이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는 모습이 눈길을 끌었다.

이날 발대식에는 이성헌 서대문구청장을 비롯해 김영호 서대문을 국회의원, 김명식 서대문소방서장, 오호관 서대문 경찰서 범죄예방대응과장 등이 참석해 순찰단 출범을 축하했다. 또 서대문 댕댕이 순찰단 사업을 주관한 사단법인 퍼피쉴드 관계자와 서대문구 주민 등도 순찰단원에게 박수를 보냈다.


순찰단은 발대식 이후 모의 활동을 통해 순찰을 체험했다. 또 순찰단의 역할을 숙지하고 단원 간 팀워크도 다졌다. 퍼피쉴드 관계자에 따르면, 순찰단은 발대식 다음 날인 3일부터 본격적으로 활동을 시작했다. 

서대문구는 반려견 산책과 방범 활동을 접목한 댕댕이 순찰단을 통해 범죄를 예방하고 주민 친화 분위기를 조성한다는 취지를 내세웠다. 순찰단은 ▲주민 안심 귀가 지원 ▲경로당 방문 산책 봉사 ▲환경 및 안전 위해 요소 발견 신고 ▲노인과 어린이를 위한 반려견 체험 교육 등 다양한 활동에 투입된다. 

심사 거쳐 선발된 20마리 반려견
지난 2일 야외에서 발대식 진행

이성헌 구청장은 발대식 기념사를 통해 “서대문구 주민 가운데 3만세대가 반려견과 함께 살고 있다. 인구수로 따지면 6만여명에 이른다. 반려동물을 좋아하는 분들, 반려동물과 거리가 있는 분들 모두 같은 서대문구 주민으로서 화합해야 하는 시대에 와있다”며 “댕댕이 순찰단 활동이 주민 체감 안전도 향상과 성숙한 반려동물 양육 문화 확산, 반려인과 비반려인의 상호 이해 증진에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번 댕댕이 순찰단으로 선발된 반려인과 반려견은 지난달 19일과 26일 서대문구 반려동물 문화센터인 ‘내품애(愛)센터’서 심사를 받았다. 윤덕은 고양시 힐링독 반려견센터 대표훈련사와 강나래 고양시 멍핏스튜디오 대표훈련사가 심사위원으로 참여했다. 이들은 반려견의 대인 반응, 타견 반응, 호출 반응, 외부 산책 등을 평가해 점수를 매겼다. 

<일요시사> 취재진은 지난달 19일 내품애센터서 진행된 댕댕이 순찰단 선발식을 찾았다. 오전 10시부터 진행된 이날 선발식에는 총 12팀이 참가했다. 대기실서 만난 반려인들은 서로 인사를 나눴고 반려견은 코인사를 했다. ‘펫티켓(애완동물이 지켜야 할 예의범절)’을 장착한 반려견은 반려인 곁에 앉아있거나 조심스럽게 다른 개를 살피는 등 대부분 점잖은 태도를 유지했다. 

선발식에 참가한 반려인들은 자신의 반려견에 대한 자부심이 대단했다. 댕댕이 순찰단 포스터를 보고 “한번 해보고 싶어서” 참가했다는 한 반려인은 인터뷰 내내 반려견 해피를 연신 쓰다듬었다. 반려견 자랑을 요청하는 취재진에 “맹충맹충한 게 매력”이라면서 ‘코 쏙(손가락을 동그랗게 만들면 반려견이 그 안에 코를 쏙 밀어 넣는 행위)’이라는 개인기를 선보였다. 


서대문구서 발송한 문자메시지로 댕댕이 순찰단에 대해 알았다는 한 반려인은 반려견 라온을 소개하면서 “애교가 많다”고 말했다. 골든리트리버 종의 라온은 반려인의 손짓에 이리저리 몸을 움직이다가 ‘앉아’ 한마디에 몸을 낮췄다.

치열한
선발식

이 반려인은 “(라온이와 함께)하루에 네 번 산책하러 간다. 동네의 모든 사건, 사고를 포착해 다른 주민에게 도움을 드릴 수 있을 것 같다”고 각오를 다졌다. 

선발식은 내품애센터 옥상서 진행됐다. 심사는 대기 중 심사(40점)와 실기심사(60점) 등 총 100점 만점으로 구성됐다. 60점 이상의 점수를 받아야 순찰단원으로 뽑힐 수 있다. ‘대기 중 심사’ 항목은 ‘멀리서 다른 개를 봤을 때 반려인에게 집중할 수 있는가’를 살피는 ‘대기 중 반응-대견(20점)’, ‘낯선 사람이 다가올 때 반려인 옆에서 침착하게 대응할 수 있는가’를 평가하는 ‘대기 중 반응-대인(20점)’ 항목으로 구성됐다.

반려견이 반려인에게 얼마나 집중할 수 있는지, 반려견에 대한 반려인의 통제가 어느 정도인지를 평가하는 내용이다.

‘기다려’ ‘이리 와’ 등 반려인의 명령어에 반려견이 반응하는 정도도 평가했다. 돌발상황이 발생했을 때 반려인의 ‘콜’에 반려견이 어떻게 행동하는지를 살피는 항목이다. 줄을 느슨하게 당기지 않고 걷는 ‘리드 워킹’이 가능한지도 확인했다. 

반려인과 반려견이 순찰대 활동에 적합한지 확인하는 항목도 있었다. 앞서 심사한 항목이 반려견을 평가하는 내용이었다면 이 항목은 반려인의 수행 능력을 확인하는 내용으로 구성됐다.

반려견과 함께 산책할 때 주변을 잘 살피는지, 엘리베이터 등 공용공간에서 반려견에 대한 안전조치 방법(안고 타거나 목줄, 가슴줄 잡기)을 숙지하고 있는지, 반려견과 외출할 때 지켜야 할 동물보호법을 최소 2가지 이상 알고 있는지, 지속해서 순찰에 참여할 수 있는지 등을 파악했다.

퍼피쉴드 관계자는 “댕댕이 순찰단 선발식은 반려인의 반려견 통제 능력부터 행인에 대한 반응, 실제 순찰 시 행동 등을 살피는 데 주안점을 뒀다. 총 21팀이 심사를 통과했고 합격률은 60% 정도로 나타났다. 서대문구 반려인과 반려견의 높은 수준을 확인하는 시간이었다”고 말했다. 

강용 퍼피쉴드 사무국장은 “퍼피쉴드는 반려인과 반려견을 교육하기 위해 설립된 사단법인이다. 동물이나 사람이나 교육이 제일 먼저다. 특히 동물은 배변, 짖음 등 기초 예절, 다른 반려견과 어울리는 사회성 교육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반려견 교육은 반려인이 어떻게 교육받았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반려인에 대한 교육을 선행하고 반려견에 대한 교육을 진행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고 설명했다.

범죄 예방
주민 건강

서대문구서 댕댕이 순찰단이 출범할 수 있던 배경에는 이성헌 구청장이 있다. 서대문구 주민 가운데 댕댕이 순찰단 출범을 가장 기뻐한 사람이 이 구청장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는 지난 5일 오후 서대문구청 구청장실에서 진행된 <일요시사>와의 인터뷰서 “발대식에 참석한 반려견들이 너무 귀여웠다”고 연신 이야기했다. 


이 구청장은 진돗개 5마리와 치와와 1마리 등 총 6마리의 개를 기르는 ‘찐’ 반려인이다. 진돗개 4마리는 엄마와 아들, 손자와 증손자 등 한 가계의 형태로 구성됐다. 다른 진돗개 1마리는 제주도서 입양한 ‘몽실이’다. 이 구청장이 서귀포서 진돗개를 분양한다는 광고를 본 게 만남의 계기가 됐다. 

“예전에 진도서 대전으로 팔려 간 개가 다시 돌아온 일이 있었어요. 초등학교 교과서에도 나오는 진돗개의 일화인데, 제주도서 본 분양 광고의 강아지가 그 개의 3세라고 하더라고요. 그 집을 찾아갔는데 이미 100명 이상의 분양 면접을 봤다고 했습니다. 주인 내외께서 저를 따뜻하게 환대해 주시면서 몽실이를 보내주셨어요.”

이 구청장은 몽실이와 침식을 같이한다고 말했다. 집 마루서 같이 자고 새벽 4시면 일어나 함께 안산(서대문구)을 산책한다고 했다. 어릴 때부터 꾸준히 개를 키웠다는 이 구청장은 2001년부터 한국애견협회 부회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한국애견협회는 진돗개의 혈통서를 발급하고 애견박람회 등을 진행하는 단체다. 

반려동물에 대한 이 구청장의 남다른 애정은 서대문구를 반려견 친화 자치구로 만들어가고 있다. 서대문구서 3만세대가량이 반려견, 반려묘 등 반려동물을 키우는 것으로 파악된다. 인구수로 따지면 6만명으로 전체 서대문구 인구 30만명(10월 기준) 가운데 20% 정도가 반려인인 셈이다. 

“반려인의 행복도를 높이기 위해서는 반려동물에 대한 교육이 필요하고 또 애로사항을 반영하려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또 반려인과 비반려인이 서로를 이해할 수 있게 분위기를 조성하는 작업도 수반돼야 합니다. 반려동물 문화센터가 그 일환 중 하나였고 이번에 출범한 댕댕이 순찰단도 같은 맥락입니다. 반려동물과 함께 산책하면서 동네도 지킨다면 정말 큰 역할을 하는 거죠.”

이 구청장은 댕댕이 순찰단의 목표를 두 가지로 정의했다. 주민 친화적인 반려동물의 생활 습성을 같이 만들어가는 것과 반려인의 건강을 관리하고 이웃 주민을 사귈 수 있는 교제 기회를 확대하는 것 등이다. 범죄 예방을 기본 배경으로 두고 서대문구 주민이 더불어 살아가는 환경을 만들겠다는 취지다. 이 구청장은 “일거양득”이라고 표현했다.


반려동물 문화센터 ‘내품애센터’
유기견 구조해 재입양 추진 중

이 구청장은 댕댕이 순찰단에 대한 서대문구 주민의 호응도가 높았던 부분에 대해 “반려동물은 반려인의 가족이다. 그 가족이 콘테스트서 좋은 점수를 받는 것은 굉장히 즐거운 일이다. 특히 댕댕이 순찰단 심사는 혈통이나 체형 등을 평가하는 애견전람회와 달리 반려동물이 반려인과 얼마나 교감하는지를 보지 않나. 그래서 호응이 높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서대문구는 다양한 반려동물 관련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치매 노인이나 정신적으로 불안정한 사람을 대상으로 삽살개 두 마리와 함께 진행하는 매개 치료를 하는 중이다. 반려동물을 통해 정서적 안정을 찾도록 하는 일이다. 또 반려동물의 훈련과 교육을 꾸준히 지원하고 있다. 반려동물이 먹을 간식을 제작하는 일도 한다. 

무엇보다 길거리에 버려진 동물을 구조하고 관리해 재입양하는 일에 공을 들이고 있다. 서대문구는 인왕산, 백년산, 안산 등 주변에 산이 많아 야생들개 등이 많다고 한다. 현재 내품애센터서 관리하는 개는 13마리로, 며칠 전에도 4개월 된 강아지 3마리를 구조해 1차 진단을 마쳤다. 입양을 원하는 주민에게 분양을 계획하고 있다. 

이 구청장은 내품애센터에 있는 개들을 이야기할 때 가장 환히 웃었다. 거의 매일 내품애센터를 찾아 개들을 보면서 힐링한다고 했다. 특히 구조 당시 슬개골 탈구 4기로 뒷발을 사용하지 못하다가 수술 후 회복된 치치에 대해 말할 때는 목소리까지 높아졌다.

처음에는 세 발로밖에 걷지 못했는데 이제는 네 발로 걷게 됐다는 말을 반복하면서 ‘아주 예뻐졌다’고 여러 차례 강조했다. 수의사도 수술에 회의적이었는데 이 구청장이 ‘한번 (수술)해 보자’고 추진해 일어난 기적이다. 

지난 1월 영하 12도의 날씨에 배수로에서 발견된 강아지 2마리는 구청장실서 3개월을 살았다.

이 구청장은 “행복이와 행순이는 젖도 못 뗀 상태로 발견됐다. 구청장실에 지내는 동안 사무집기를 온통 물어뜯었다”며 너덜너덜해진 발 받침대를 보여주기도 했다. 행복이와 행순이는 서대문구 마스코트 견으로 늠름하게 성장했다. 댕댕이 순찰단 포스터에 등장하는 개가 바로 행복이다.

“존재의 다름
인정하길”

“반려동물과 함께 살아가는 분도 계시고 동물을 싫어하는 분도 계시죠. 어릴 때 개 물림 사고를 당했거나 동물에 대해 유쾌하지 못한 기억을 가지신 분도 계실 거고요. 그런데 지금 사회는 과거와 달리 변화하면서 외로운 분들이 많아졌어요. 외로운 분들에게 위안을 주는 데 있어서 반려동물의 역할은 아주 크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만큼 서로가 각각의 삶에 크게 방해되지 않는 범위에서 존재를 인정했으면 좋겠습니다. 반려인과 비반려인이 공존할 수 있는 자치구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겠습니다.”

<jsjang@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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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발’ 검찰·법원 피바람 플랜

‘이재명발’ 검찰·법원 피바람 플랜

[일요시사 취재1팀] 김철준 기자 = 윤석열정부 당시 ‘정적 죽이기’로 가장 많은 피해를 봤던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3일 당선됐다. 이 대통령은 대선 기간 내내 검찰개혁과 사법개혁을 공약으로 내놨다. 이 대통령이 당선되자 검찰 내부는 ‘어쩔 수 없다’는 분위기가 나오고 있다. 다만 법조계와 학계에서는 검찰개혁과 사법개혁을 신중하게 진행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시된다. 이재명 대통령이 임기를 시작하면서 검찰 내에는 긴장감이 돌고 있다. 이 대통령이 후보 시절까지 포함해 취임 전 법원·검찰과 여러 차례 대립각을 세웠고 선거 과정서 사법개혁과 검찰개혁을 주요 공약으로 내세운 만큼 빠른 시일 내에 개혁에 착수할 것이라는 예측이 나온다. 수차례 대립각 이재명정부서 문재인정부 시절 ‘미완’으로 끝난 이른바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이 완성될지 관심이 모이고 있다. 이 대통령은 선거 기간부터 “검찰개혁을 완성하겠다”며 “수사와 기소를 분리하고 수사기관의 전문성을 확보하겠다”고 공약했다. 이는 문정부 때부터 줄곧 추진해 온 검찰개혁 방안과 유사하다. 문정부 당시 부패·경제 범죄 등에 대한 수사권만을 검찰에 남겨두고 다른 범죄에 대한 수사권은 경찰로 옮겼다. 하지만 윤정부 들어 이른바 ‘검수원복(검찰 수사권 원상복구)’ 시행령과 수사준칙 개정 등으로 여타 범죄에 대한 수사권도 일부 복구됐다. 이 대통령의 수사와 기소 분리는 문정부와는 궤를 달리할 것으로 예상된다. 검찰청을 기소와 공소 유지를 담당하는 ‘기소청’으로 전환하고 중대범죄수사청과 같은 새로운 수사기관을 신설한다는 것이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의 구상이다. 이를 통해 검찰의 기소권 남용에 대한 사법 통제가 강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 여기에 검사를 일반 공무원처럼 자체 징계만으로도 파면할 수 있도록 하는 ‘검사 징계 제도’까지 도입한다는 구상이다. 또 ▲압수·수색영장 사전심문제 도입 ▲대통령령인 수사 준칙 상향 입법화 ▲피의사실공표죄 강화 ▲수사기관의 증거 조작 등에 대한 처벌 강화 및 공소시효 특례 규정 내용이 담긴 수사 절차법도 제정할 계획이다. 이와 함께 이 대통령은 개헌을 통해 검찰총장 임명 시 국회 동의가 필요하도록 하고, 검사의 영장 청구권 독점도 폐지하겠다고 공약했다. 사실상 무소불위였던 검찰 권력을 수술대에 올리겠다는 취지다. 이에 대해 한 법조인은 “이 대통령이 현재 12개 혐의로 5건의 재판을 받고 있는데 이 가운데 상당수는 지난 정부서 검찰이 수사·기소한 것”이라며 “이 대통령으로서는 검찰에 대해 부정적 시각을 가질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검사 출신인 다른 법조인은 “앞서 민주당의 검사 탄핵이 모두 헌법재판소서 기각 결정을 받았는데, 이 대통령 공약대로 기소권 남용 통제, 검사 징계 파면 등이 도입된다면 검찰에 대한 견제가 매우 강화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또 다른 법조인은 “이 대통령이 공수처와 국가수사본부에 힘을 실어준 뒤 두 기관을 적극 활용해 이른바 ‘적폐 청산’을 하려는 것 아니냐”고 전망했다. 수사청과 기소·공소청 분리 원칙 줄사표 신호탄…내부는 ‘초긴장’ 검찰 내부에서는 착잡한 기류가 팽배하다. 앞서 민주당이 추진했던 검사 탄핵이나 특활비 전액 삭감과는 비교가 안 될 정도로 강도 높은 개혁이 이뤄질 것으로 보고 있기 때문이다. 대검찰청 한 관계자는 “검찰의 운명은 민주당에 달려있는 것 아니겠느냐”며 “이재명정부와 여당이 된 민주당이 몰아칠 텐데 검찰의 협상력은 사실상 없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재경지검의 한 부장검사도 “개혁을 하든, 무엇을 하든 담담하게 운명을 받아들여야지 별 수 있냐”며 “다들 숨죽이고 지켜보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서울중앙지검의 한 부장검사는 “대개 검찰을 지원하는 이유가 국가에 대한 사명감 때문인데, 검찰개혁에 포함된 검사징계법에 파면을 명문화하게 되면 리스크를 감수하고 공익을 위해 일할 사람이 몇이나 되겠냐”며 “4~5명의 평검사가 각 부서에 있어야 수사가 원활하게 진행되는데 지금도 2~3명의 평검사만으로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검찰개혁 이후에는 부장 검사 밑에 직접 수사를 할 평검사가 전혀 없을 수 있다는 예상도 나오고 있다”고 토로했다. 특수부 검사들 사이에서는 인사보복에 대한 우려가 강하게 나오고 있다. 특히 이 대통령을 수사했던 특수부 검사들은 ‘검찰개혁 이전에 인사보복을 당할 것’이라고 사석에 이야기하고 다닌다고 한다. 반면, 일선 형사 사건을 수사했던 검사들은 “우리에겐 직접적인 피해는 없을 것”이라며 선을 긋는 분위기다. 다만, 형사부·특수부 검사들이 공감대를 이루며 우려하는 부분도 있다. 과거 문정부 시절 검경수사권 조정으로 경찰의 권한이 비대해진 바 있는데, 이번 검찰개혁으로 경찰이 영장 청구권을 확보하는 경우가 대표적이다. 검찰 단계서 경찰의 영장청구를 판단하지 않아 문제가 생길 것이라는 분석이다. 검찰 내부서 특수부와 형사부가 갈리는 상황에 이들을 모을 구심점도 없다. 과거 문정서 검찰개혁이 추진될 때 검사들이 단일대오로 뭉쳐 저항했던 것처럼 먼저 움직일 사람이 없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결국 수사로 검찰의 존재 의의를 보여야 하지만 ▲12·3 비상계엄 사태 ▲도이치 주가조작 의혹 ▲명태균·건진법사 선거개입 의혹 등 굵직한 주요 사건 관련 특검법이 국회 본회의에 부의돼있다. 특검이 시작되면 검찰의 역할은 줄어들 수밖에 없다. 새 정부의 법무부 장관 인선 직후 대규모 인사도 예상된다. 당장 고검장·지검장 물갈이에 이 대통령 관련 사건을 맡았던 검사들의 줄퇴사도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 실제 지난달 20일 사의를 표했던 이창수 서울중앙지검장의 사직서는 지난 3일 수리됐다. 검 운명은 민주당에 이 지검장은 수원지검 성남지청장 재직 당시엔 성남FC 및 선거법 위반 등으로 이 대통령을 기소했다. 이미 2022년부터 업무 과부하 등을 이유로 매년 100명 이상의 검사들이 퇴직했는데 이번엔 이보다 더 큰 규모로 검찰 대탈출이 벌어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실제 윤정부가 들어섰던 해인 2022년엔 직전 해(79명)보다 2배쯤 많은 검사 142명이 퇴직한 바 있다. 다만 퇴사를 희망하는 검사가 많더라도 대형 로펌에 이들을 다 수용할 수 있는 자리가 없어 실제 퇴사 규모는 예상보다 적을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일각에서는 검찰개혁 신중론도 나오고 있다. 검찰 내부에선 피할 수 없는 문제지만 속도전이 아닌 과거 수사권 조정에 따른 부작용에 대한 반추와 함께 구조적인 문제를 해결하는 차원의 정책 설계가 우선돼야 한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문정부 시절 검찰개혁으로 인한 수사권 조정 등으로 인한 영향을 복기해봐야 한다는 것이다. 한 검사장급 간부는 “다 예상했던 것들로 놀랍진 않지만 수사가 효율적으로 될 수 있도록 제도를 설계했으면 좋겠다”며 “과거 수사권 조정으로 대표되는 검찰개혁이 왜 실패했다고 평가를 받겠나? 수사권 조정 등 앞선 검찰개혁에 대해 복기한 다음 추진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한 차장검사는 “수사기관 간 견제는 경쟁으로 이어진다”며 “수사는 합리적이고 치밀하게 해야 하는데 다른 기관을 의식해 무리하게 하다 보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에게 돌아간다”고 우려했다. 한 부장검사는 “구조적인 문제가 없도록 꼼꼼히 설계해야 한다”며 “수사권, 수사력의 문제도 있지만 법 자체가 구조적으로 난점이 있다는 것에 더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형사소송법 등 근간이 되는 법에 속도전으로 나선다면 이번 비상계엄 사태 수사 때처럼 향후 여러 문제가 드러날 것”이라고 밝혔다. 또 다른 부장검사도 “수사기관끼리 경쟁하게 되면 결국 윤 전 대통령 내란 수사처처럼 어느 사건이든 번번이 망가질 것”이라며 “검찰 등 수사기관, 학계, 정계 등이 참여하는 공론의 장에서 시간을 갖고 충분히 논의해야 할 문제”라고 했다. 이재명정부는 검찰개혁과 더불어 수사기관 개혁과 사법개혁도 같이 추진하려고 준비 중이다. 이 대통령은 검찰의 권한은 축소하면서 경찰과 공수처의 권한은 더욱 강화하겠다는 공약을 펼쳤다. 민주당은 공수처 검사 정원을 현행 25명에서 최대 300명까지 확대하고, 고위 공직자의 모든 범죄에 대해 영장 청구 및 기소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꼼꼼히 설계해야 법조계 안팎에서는 성급한 수사기관 확대가 오히려 독이 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 공수처가 2021년 출범 이후 뚜렷한 수사 성과를 내지 못했기 때문이다. 특히 12·3 비상계엄 사건서도 윤석열 전 대통령 대면조사에 실패하는 등 수사력 한계를 노출했다. 게다가 윤 전 대통령의 내란 우두머리 혐의 수사에서 검찰과 경찰, 공수처가 각자 수사권을 주장하며 혼선을 빚기도 했다. 이창현 한국외국어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검경 수사권이 조정된 지 5년이 지난 시점서 경찰 국가수사본부, 공수처, 검찰의 수사 성과를 냉정히 평가한 뒤 수사권 분리를 논의해도 늦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 대통령이 가장 먼저 개혁할 것으로 보이는 것은 사법개혁이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지난달 1일, 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에 대한 파기환송을 결정하고, 다음날에 파기환송심 첫 공판기일을 그달 15일로 지정했다. 그러나 공판기일을 지정한 지 5일 만에 다시 공판기일을 대선 이후인 오는 18일로 변경했다. 연기 사유는 “대통령 후보인 피고인에게 균등한 선거운동의 기회를 보장하고, 재판의 공정성 논란을 없애기 위해서”였다. 일련의 과정 이후 민주당 내에서는 ‘대법관 증원’을 비롯한 사법부 개혁이 대선 국면의 핵심 의제 중 하나로 떠올랐다. 민주당 의원들은 대법관 증원 법안을 연달아 발의했고, 박범계 의원이 법조인이 아닌 사람도 대법관으로 임명할 수 있도록 하는 법원조직법 개정안을 발의했다가 논란 끝에 철회하기도 했다. 이 대통령은 대선 기간 발표한 공약집서 ‘내란 극복과 민주주의 회복’의 하위 범주로 “사법개혁을 완수하겠다”며 대법관 증원을 비롯한 여러 정책을 공약했다. 대법원 등 사법기관도 엎는다 “신중하게 진행해야” 의견도 공약집에는 실제 증원 규모가 명시되지 않았으나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인 개정안은 대법관 수를 30명으로 늘리는 방안을 담고 있다. 대법관 수를 100명으로 늘리는 법안도 발의됐으나 논란이 일자 민주당은 지난달 26일 철회했다. 대법관이 증원되면 현재 1인당 연평균 약 4000건을 처리해야 하는 대법관들의 업무 부담이 줄면서 ‘재판 지연’의 주된 원인으로 꼽히는 상고심 적체 현상은 상당수 해소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대법관 전원이 참여하는 전원합의체를 통해 법적 안정성을 확보하고 사회적 갈등에 해답을 제시하는 최고 법원의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못할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된다. 30명이 모두 모여 깊이 있는 합의에 도달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쉽지 않아 보이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대법관 증원에 따라 이 대통령 임기 중 총원의 절반이 넘는 대법관이 대통령 임명을 받아 합류하면 사법부 구성이 편향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법원의 재판에 관한 헌법소원 심판을 허용하는 ‘재판 소원’이 도입될지도 관심사다. 민주당 의원들이 헌법재판소법 개정안을 발의해 국회에 계류 중이다. 재판소원이 허용되면 법원이 법률을 헌법에 어긋나게 해석·적용하거나, 재판의 절차적 측면서 국민의 기본권이 침해됐다고 판단된 경우 헌재가 결정으로 위헌임을 확인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대법원은 헌재가 법원의 재판에 관여하는 것은 ‘사법권은 법관으로 구성된 법원에 속한다’고 정한 헌법 101조에 반하고 불필요한 법적 분쟁을 초래할 수 있다는 이유로 법안에 반대해 왔다. 법조계의 의견은 엇갈린다. 재판소원 추진 논의가 이 대통령에 대한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 이후 급물살을 탔다는 점에서 대법원을 견제하려는 시도로 보는 시각도 있다. 사실상의 ‘4심제’가 돼 최고법원으로서 대법원의 기능이 약화하고 법적 안정성이 떨어질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반면 헌법기관 간 상호 견제를 강화하고 국민의 기본권을 보호할 안전망을 두텁게 만든다는 점에서 도입을 긍정하는 견해도 있다. 실제로 법조계에서는 오랜 기간 재판소원 도입의 필요성에 관한 논의가 이어져 왔다. 헌재 역시 최근 국회에 “국민의 충실한 기본권 보호를 위해 개정안의 취지에 공감한다”는 찬성 의견을 냈다. 이밖에 판결문 공개 범위 확대, 공개변론 중계 의무화 추진, 법관평가위원회 설치 등 국민의 사법 접근성을 제고하는 정책 등도 이 대통령 임기 중 추진될 전망이다. 이 대통령은 지난달 25일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는 “사법개혁 문제는 최우선 문제에 속하지 않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당시 “제도 개혁이나 특히 사법·경찰·검찰개혁은 중요하다. 수사권 조정이든 다 중요하다”면서도 “여기에 주력해서 힘을 뺄 상황은 아닌 것 같다”고 덧붙였다. 민생이 우선 일단 후순위 이후 지난 6월4일 취임사에선 “먼저 민생 회복과 경제 살리기부터 시작하겠다. 불황과 일전을 치르는 각오로 비상경제대응TF를 바로 가동하겠다”며 “국가 재정을 마중물로 삼아 경제의 선순환을 되살리겠다”고 강조했다. 검찰 및 사법개혁이 중요하지만 민생 회복이 중요하다고 재차 강조한 셈이다. 이로 인해 검찰·사법개혁은 후순위로 미뤄질 것으로 보인다. <kcj512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