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독 개십니까?> 서대문구 댕댕이 순찰단 출범 현장

동네 지킴이로 나선 20마리 견공들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독독 개십니까?’ 국민 5명 가운데 1명이 개나 고양이 등 동물과 함께 살고 있다. 언제부터인가 인간은 이 종이 다른 개체에 ‘반려’라는 이름을 붙이기 시작했다. ‘공존’이 시대의 화두로 떠오른 현재, 인간과 동물은 서로의 반려가 될 수 있을까? 

“서대문 댕댕이 순찰단 ○○○님과 반려견 라온. 귀하를 반려동물과 함께 안전하고 건강한 지역사회 조성에 기여할 서대문 댕댕이 순찰단 단원으로 위촉합니다.” 주황색 조끼를 입은 반려인과 골든리트리버 종의 반려견은 사회자가 대독한 위촉장을 받았다. 인간과 동물이 ‘한 팀’으로 인정받은 순간이다. 

열띤 경쟁
뜨거운 호응

지난 2일 서울 서대문구 카페폭포 야외 테라스서 ‘제1기 서대문 댕댕이 순찰단’ 발대식이 열렸다. 카페폭포는 서대문구 관광명소로 알려진 곳이다. 발대식 시작 전부터 관광객과 참석자들이 몰리면서 인산인해를 이뤘다. 발대식의 주인공은 엄격한 심사를 통과한 20명의 반려인과 20두의 반려견이었다. 

위촉장을 받은 댕댕이 순찰단은 기념사진을 찍는 현장서도 늠름한 자태를 뽐냈다. 높은 점수로 심사를 통과한 사실을 증명하듯 누구 하나 대열을 이탈하지 않고 카메라 앞에서 자세를 취했다. 반려인의 ‘이리 와’ ‘기다려’ 등의 말에 맞춰 반려견이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는 모습이 눈길을 끌었다.

이날 발대식에는 이성헌 서대문구청장을 비롯해 김영호 서대문을 국회의원, 김명식 서대문소방서장, 오호관 서대문 경찰서 범죄예방대응과장 등이 참석해 순찰단 출범을 축하했다. 또 서대문 댕댕이 순찰단 사업을 주관한 사단법인 퍼피쉴드 관계자와 서대문구 주민 등도 순찰단원에게 박수를 보냈다.


순찰단은 발대식 이후 모의 활동을 통해 순찰을 체험했다. 또 순찰단의 역할을 숙지하고 단원 간 팀워크도 다졌다. 퍼피쉴드 관계자에 따르면, 순찰단은 발대식 다음 날인 3일부터 본격적으로 활동을 시작했다. 

서대문구는 반려견 산책과 방범 활동을 접목한 댕댕이 순찰단을 통해 범죄를 예방하고 주민 친화 분위기를 조성한다는 취지를 내세웠다. 순찰단은 ▲주민 안심 귀가 지원 ▲경로당 방문 산책 봉사 ▲환경 및 안전 위해 요소 발견 신고 ▲노인과 어린이를 위한 반려견 체험 교육 등 다양한 활동에 투입된다. 

심사 거쳐 선발된 20마리 반려견
지난 2일 야외에서 발대식 진행

이성헌 구청장은 발대식 기념사를 통해 “서대문구 주민 가운데 3만세대가 반려견과 함께 살고 있다. 인구수로 따지면 6만여명에 이른다. 반려동물을 좋아하는 분들, 반려동물과 거리가 있는 분들 모두 같은 서대문구 주민으로서 화합해야 하는 시대에 와있다”며 “댕댕이 순찰단 활동이 주민 체감 안전도 향상과 성숙한 반려동물 양육 문화 확산, 반려인과 비반려인의 상호 이해 증진에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번 댕댕이 순찰단으로 선발된 반려인과 반려견은 지난달 19일과 26일 서대문구 반려동물 문화센터인 ‘내품애(愛)센터’서 심사를 받았다. 윤덕은 고양시 힐링독 반려견센터 대표훈련사와 강나래 고양시 멍핏스튜디오 대표훈련사가 심사위원으로 참여했다. 이들은 반려견의 대인 반응, 타견 반응, 호출 반응, 외부 산책 등을 평가해 점수를 매겼다. 

<일요시사> 취재진은 지난달 19일 내품애센터서 진행된 댕댕이 순찰단 선발식을 찾았다. 오전 10시부터 진행된 이날 선발식에는 총 12팀이 참가했다. 대기실서 만난 반려인들은 서로 인사를 나눴고 반려견은 코인사를 했다. ‘펫티켓(애완동물이 지켜야 할 예의범절)’을 장착한 반려견은 반려인 곁에 앉아있거나 조심스럽게 다른 개를 살피는 등 대부분 점잖은 태도를 유지했다. 

선발식에 참가한 반려인들은 자신의 반려견에 대한 자부심이 대단했다. 댕댕이 순찰단 포스터를 보고 “한번 해보고 싶어서” 참가했다는 한 반려인은 인터뷰 내내 반려견 해피를 연신 쓰다듬었다. 반려견 자랑을 요청하는 취재진에 “맹충맹충한 게 매력”이라면서 ‘코 쏙(손가락을 동그랗게 만들면 반려견이 그 안에 코를 쏙 밀어 넣는 행위)’이라는 개인기를 선보였다. 


서대문구서 발송한 문자메시지로 댕댕이 순찰단에 대해 알았다는 한 반려인은 반려견 라온을 소개하면서 “애교가 많다”고 말했다. 골든리트리버 종의 라온은 반려인의 손짓에 이리저리 몸을 움직이다가 ‘앉아’ 한마디에 몸을 낮췄다.

치열한
선발식

이 반려인은 “(라온이와 함께)하루에 네 번 산책하러 간다. 동네의 모든 사건, 사고를 포착해 다른 주민에게 도움을 드릴 수 있을 것 같다”고 각오를 다졌다. 

선발식은 내품애센터 옥상서 진행됐다. 심사는 대기 중 심사(40점)와 실기심사(60점) 등 총 100점 만점으로 구성됐다. 60점 이상의 점수를 받아야 순찰단원으로 뽑힐 수 있다. ‘대기 중 심사’ 항목은 ‘멀리서 다른 개를 봤을 때 반려인에게 집중할 수 있는가’를 살피는 ‘대기 중 반응-대견(20점)’, ‘낯선 사람이 다가올 때 반려인 옆에서 침착하게 대응할 수 있는가’를 평가하는 ‘대기 중 반응-대인(20점)’ 항목으로 구성됐다.

반려견이 반려인에게 얼마나 집중할 수 있는지, 반려견에 대한 반려인의 통제가 어느 정도인지를 평가하는 내용이다.

‘기다려’ ‘이리 와’ 등 반려인의 명령어에 반려견이 반응하는 정도도 평가했다. 돌발상황이 발생했을 때 반려인의 ‘콜’에 반려견이 어떻게 행동하는지를 살피는 항목이다. 줄을 느슨하게 당기지 않고 걷는 ‘리드 워킹’이 가능한지도 확인했다. 

반려인과 반려견이 순찰대 활동에 적합한지 확인하는 항목도 있었다. 앞서 심사한 항목이 반려견을 평가하는 내용이었다면 이 항목은 반려인의 수행 능력을 확인하는 내용으로 구성됐다.

반려견과 함께 산책할 때 주변을 잘 살피는지, 엘리베이터 등 공용공간에서 반려견에 대한 안전조치 방법(안고 타거나 목줄, 가슴줄 잡기)을 숙지하고 있는지, 반려견과 외출할 때 지켜야 할 동물보호법을 최소 2가지 이상 알고 있는지, 지속해서 순찰에 참여할 수 있는지 등을 파악했다.

퍼피쉴드 관계자는 “댕댕이 순찰단 선발식은 반려인의 반려견 통제 능력부터 행인에 대한 반응, 실제 순찰 시 행동 등을 살피는 데 주안점을 뒀다. 총 21팀이 심사를 통과했고 합격률은 60% 정도로 나타났다. 서대문구 반려인과 반려견의 높은 수준을 확인하는 시간이었다”고 말했다. 

강용 퍼피쉴드 사무국장은 “퍼피쉴드는 반려인과 반려견을 교육하기 위해 설립된 사단법인이다. 동물이나 사람이나 교육이 제일 먼저다. 특히 동물은 배변, 짖음 등 기초 예절, 다른 반려견과 어울리는 사회성 교육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반려견 교육은 반려인이 어떻게 교육받았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반려인에 대한 교육을 선행하고 반려견에 대한 교육을 진행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고 설명했다.

범죄 예방
주민 건강

서대문구서 댕댕이 순찰단이 출범할 수 있던 배경에는 이성헌 구청장이 있다. 서대문구 주민 가운데 댕댕이 순찰단 출범을 가장 기뻐한 사람이 이 구청장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는 지난 5일 오후 서대문구청 구청장실에서 진행된 <일요시사>와의 인터뷰서 “발대식에 참석한 반려견들이 너무 귀여웠다”고 연신 이야기했다. 


이 구청장은 진돗개 5마리와 치와와 1마리 등 총 6마리의 개를 기르는 ‘찐’ 반려인이다. 진돗개 4마리는 엄마와 아들, 손자와 증손자 등 한 가계의 형태로 구성됐다. 다른 진돗개 1마리는 제주도서 입양한 ‘몽실이’다. 이 구청장이 서귀포서 진돗개를 분양한다는 광고를 본 게 만남의 계기가 됐다. 

“예전에 진도서 대전으로 팔려 간 개가 다시 돌아온 일이 있었어요. 초등학교 교과서에도 나오는 진돗개의 일화인데, 제주도서 본 분양 광고의 강아지가 그 개의 3세라고 하더라고요. 그 집을 찾아갔는데 이미 100명 이상의 분양 면접을 봤다고 했습니다. 주인 내외께서 저를 따뜻하게 환대해 주시면서 몽실이를 보내주셨어요.”

이 구청장은 몽실이와 침식을 같이한다고 말했다. 집 마루서 같이 자고 새벽 4시면 일어나 함께 안산(서대문구)을 산책한다고 했다. 어릴 때부터 꾸준히 개를 키웠다는 이 구청장은 2001년부터 한국애견협회 부회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한국애견협회는 진돗개의 혈통서를 발급하고 애견박람회 등을 진행하는 단체다. 

반려동물에 대한 이 구청장의 남다른 애정은 서대문구를 반려견 친화 자치구로 만들어가고 있다. 서대문구서 3만세대가량이 반려견, 반려묘 등 반려동물을 키우는 것으로 파악된다. 인구수로 따지면 6만명으로 전체 서대문구 인구 30만명(10월 기준) 가운데 20% 정도가 반려인인 셈이다. 

“반려인의 행복도를 높이기 위해서는 반려동물에 대한 교육이 필요하고 또 애로사항을 반영하려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또 반려인과 비반려인이 서로를 이해할 수 있게 분위기를 조성하는 작업도 수반돼야 합니다. 반려동물 문화센터가 그 일환 중 하나였고 이번에 출범한 댕댕이 순찰단도 같은 맥락입니다. 반려동물과 함께 산책하면서 동네도 지킨다면 정말 큰 역할을 하는 거죠.”

이 구청장은 댕댕이 순찰단의 목표를 두 가지로 정의했다. 주민 친화적인 반려동물의 생활 습성을 같이 만들어가는 것과 반려인의 건강을 관리하고 이웃 주민을 사귈 수 있는 교제 기회를 확대하는 것 등이다. 범죄 예방을 기본 배경으로 두고 서대문구 주민이 더불어 살아가는 환경을 만들겠다는 취지다. 이 구청장은 “일거양득”이라고 표현했다.


반려동물 문화센터 ‘내품애센터’
유기견 구조해 재입양 추진 중

이 구청장은 댕댕이 순찰단에 대한 서대문구 주민의 호응도가 높았던 부분에 대해 “반려동물은 반려인의 가족이다. 그 가족이 콘테스트서 좋은 점수를 받는 것은 굉장히 즐거운 일이다. 특히 댕댕이 순찰단 심사는 혈통이나 체형 등을 평가하는 애견전람회와 달리 반려동물이 반려인과 얼마나 교감하는지를 보지 않나. 그래서 호응이 높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서대문구는 다양한 반려동물 관련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치매 노인이나 정신적으로 불안정한 사람을 대상으로 삽살개 두 마리와 함께 진행하는 매개 치료를 하는 중이다. 반려동물을 통해 정서적 안정을 찾도록 하는 일이다. 또 반려동물의 훈련과 교육을 꾸준히 지원하고 있다. 반려동물이 먹을 간식을 제작하는 일도 한다. 

무엇보다 길거리에 버려진 동물을 구조하고 관리해 재입양하는 일에 공을 들이고 있다. 서대문구는 인왕산, 백년산, 안산 등 주변에 산이 많아 야생들개 등이 많다고 한다. 현재 내품애센터서 관리하는 개는 13마리로, 며칠 전에도 4개월 된 강아지 3마리를 구조해 1차 진단을 마쳤다. 입양을 원하는 주민에게 분양을 계획하고 있다. 

이 구청장은 내품애센터에 있는 개들을 이야기할 때 가장 환히 웃었다. 거의 매일 내품애센터를 찾아 개들을 보면서 힐링한다고 했다. 특히 구조 당시 슬개골 탈구 4기로 뒷발을 사용하지 못하다가 수술 후 회복된 치치에 대해 말할 때는 목소리까지 높아졌다.

처음에는 세 발로밖에 걷지 못했는데 이제는 네 발로 걷게 됐다는 말을 반복하면서 ‘아주 예뻐졌다’고 여러 차례 강조했다. 수의사도 수술에 회의적이었는데 이 구청장이 ‘한번 (수술)해 보자’고 추진해 일어난 기적이다. 

지난 1월 영하 12도의 날씨에 배수로에서 발견된 강아지 2마리는 구청장실서 3개월을 살았다.

이 구청장은 “행복이와 행순이는 젖도 못 뗀 상태로 발견됐다. 구청장실에 지내는 동안 사무집기를 온통 물어뜯었다”며 너덜너덜해진 발 받침대를 보여주기도 했다. 행복이와 행순이는 서대문구 마스코트 견으로 늠름하게 성장했다. 댕댕이 순찰단 포스터에 등장하는 개가 바로 행복이다.

“존재의 다름
인정하길”

“반려동물과 함께 살아가는 분도 계시고 동물을 싫어하는 분도 계시죠. 어릴 때 개 물림 사고를 당했거나 동물에 대해 유쾌하지 못한 기억을 가지신 분도 계실 거고요. 그런데 지금 사회는 과거와 달리 변화하면서 외로운 분들이 많아졌어요. 외로운 분들에게 위안을 주는 데 있어서 반려동물의 역할은 아주 크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만큼 서로가 각각의 삶에 크게 방해되지 않는 범위에서 존재를 인정했으면 좋겠습니다. 반려인과 비반려인이 공존할 수 있는 자치구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겠습니다.”

<jsjang@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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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머외 쿠팡’ 막가는 싸가지 행보

‘검머외 쿠팡’ 막가는 싸가지 행보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고객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쿠팡의 태도가 도마 위에 올랐다. 현재까지 대응만 봐서는 국민은 물론, 정부와도 전면전을 벌일 기세다. 새어나간 정보의 범위와 규모가 ‘역대급’이라는 말이 나올 만큼 최악의 사태임에도 불구하고 쿠팡의 고개는 꺾일 줄 모르고 있다. 일각에서는 ‘뭘 믿고 저러나’ 소리가 나오는 중이다. 쿠팡의 고객 개인정보 유출 사건, 이른바 쿠팡 사태가 점입가경이다. 사태가 일어난 지 한 달이 지났지만 수습은커녕 국민의 화만 돋우고 있다. 쿠팡의 대응 태도가 미지근한 수준을 넘어 뻔뻔한 지경에 이르렀기 때문. 김범석 의장은 모습을 비추지 않고 보상안은 꼼수로 가득하다. 국민을 조롱하는 게 아니냐는 말이 나올 정도다. 한 달 만에 고개 숙여 지난해 11월 말 3370만명에 이르는 쿠팡 고객의 개인정보가 ‘탈탈’ 털렸다. 앞서 쿠팡은 4500여건의 고객 정보가 유출됐다고 정부 당국에 신고했지만 2주 만에 그 수치는 7500배까지 늘어났다. 전 국민의 65% 수준이며 지난해 4월 SKT 개인정보 유출 사태 범위(2300만명)를 훌쩍 넘는 사태였다. 쿠팡은 이커머스 시장에서 독점적 지위를 갖고 있다. 대형마트 등이 규제에 막혀 뒷걸음질 칠 때 쿠팡은 로켓배송으로 시장을 싹쓸이했다. 전날 저녁에 주문해도 새벽이면 물건이 문 앞에 와 있는 총알 배송에 소비자는 쿠팡으로 몰렸다.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라는 비판을 받던 물류센터는 거점 역할을 하고 있다. 이번 사태는 아이러니하게도 쿠팡이 국민의 실생활에 얼마나 스며들어있는지를 바로 보여줬다. 쿠팡 사태가 터지고 얼마 지나지 않아 글로벌 투자은행 JP모건은 “쿠팡이 경쟁자가 없는 시장 지위를 누리고 있고 한국 고객이 데이터 유출에 덜 민감해 보인다”며 “잠재적 고객의 이탈은 제한적일 것”이라는 내용의 보고서를 내놨다. 그래서일까? 쿠팡은 역대 최악의 정보 유출 사태라는 오명을 뒤집어쓰고도 제대로 된 대응을 하지 않고 있다. 심지어 대통령이 언급하고 정부 차원의 TF가 꾸려졌는데도 불구하고 오히려 ‘힘겨루기’를 하는 태도를 보이는 중이다. 최근에는 정부의 반박에도 자체 조사 결과를 고집하는 등 이해할 수 없는 행보로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쿠팡은 지난달 25일 ‘정보 유출자는 3300만개 계정에 접근했으나 실제 저장한 정보는 3000여개에 불과하며 제3자 유출 정황은 없는 등 피해가 미미하다’는 내용의 자체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그러면서 “(유출자는)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언론 보도를 접한 이후 저장했던 정보를 모두 삭제하고 범죄에 사용한 노트북을 파손해 하천에 던졌다”고 주장했다. 쿠팡은 “잠수부들이 벽돌에 담긴 쿠팡 가방에 든 노트북을 하천에서 회수했고 유출자가 클라우드 계정에 등록한 일련번호와 해당 노트북의 일련번호가 일치하는 것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어 “범행에 사용된 PC 와 노트북 등 모든 장치를 회수해 안전하게 확보했고 글로벌 보안업체들의 조사 결과도 진술 내용과 같았다”고 설명했다. 국내에서 매출 90% 나오는데 정보 유출 태도·대응 낙제점 쿠팡이 발표한 대로라면 고객 정보 유출 피해 규모는 기하급수적으로 줄어든다. 또 유출자와 접촉해 장치를 확보했으니 추가 피해는 없다. 전체적으로 사건이 축소되는 것이다. 쿠팡의 발표에 정부는 강하게 반발했다. 쿠팡의 조사 내용은 사전에 정부와 어떤 논의도 없이 일방적으로 진행됐다는 설명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부)는 “정보 유출 종류와 규모, 경위 등은 민관합동조사단이 조사 중인 사안”이라며 “쿠팡이 발표한 내용은 조사단에 의해 확인된 바 없다”고 밝혔다. 서울경찰청 사이버수사과도 “쿠팡 측이 제출한 진술서와 노트북 등 증거물을 분석 중”이라며 “사실관계를 면밀하게 확인하겠다”고 했다. 논란이 계속되자 쿠팡은 정부의 지시를 받아 조사를 진행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경찰은 사전 협의가 없었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사실관계가 엇갈리고 있는 것이다. 쿠팡은 지난달 26일 내놓은 입장문에서 “정부의 지시에 따라 수주간 진행한 조사였다”고 선을 그었다. 같은 달 9일 정부가 쿠팡 측에 유출자와 접촉할 것을 제안했고 14일 쿠팡은 유출자를 처음 만난 뒤 해당 사실을 정부에 보고했으며 16일에는 정부 지시에 따라 유출자의 데스크톱과 하드드라이브를 정부에 제공했다는 게 쿠팡 측 주장이다. 하지만 국가정보원(이하 국정원)도 “쿠팡의 입장문 형식의 보도자료에서 정부와 협력했다는 내용 중 일부 국정원으로 추정되는 부분도 사실과 다르거나 왜곡된 부분이 있다”고 반박했다. 쿠팡이 자체 조사와 관련해 정부와 사실 공방을 벌이고 있는 와중에 김범석 쿠팡 의장이 사건 발생 한 달여 만에 사과했다. 그동안 박대준 전 대표가 청문회 등에서 뭇매를 맞고 있는 동안에도 김 의장은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그랬던 그가 정부의 압박이 거세지자 처음으로 입을 연 것이다. 5만원 상당 속사정은? 김 의장은 지난달 28일 “쿠팡의 창업자이자 이사회 의장으로서, 쿠팡 전체 임직원을 대표해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이어 “저희의 책임으로 발생한 이번 데이터 유출로 인해 많은 분께서 자신의 개인정보가 안전하지 않다는 두려움과 불안을 느꼈고 사고 초기부터 명확하게 직접적으로 소통하지 못한 점으로 인해 큰 좌절감과 실망을 안겨 드렸다”며 “사고 직후 미흡했던 초기 대응과 소통 부족에 대해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김 의장은 한 달 만에야 입을 연 부분에 대해 “무엇보다 제 사과가 늦었다”면서 “모든 사실이 확인된 이후에 공개적으로 소통하고 사과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판단했다. 돌이켜보면 이는 잘못된 판단”이라고 고개를 숙였다. 비판과 질책을 겸허히 받아들인다고도 했다. 하지만 자체 조사 논란에 대해서는 기존 입장을 고수했다. 김 의장은 “쿠팡은 조사 초기부터 정부에 전면적으로 협력해 왔다”며 “일련의 과정에서 많은 오정보가 확산하는 상황에서도 정부의 ‘기밀 유지’ 요청을 엄격히 준수했다”고 주장했다. 김 의장의 사과는 국회 6개 상임위원회가 참여하는 대규모 연석 청문회를 이틀 앞두고 나왔다. 정부가 범부처 TF를 과기부 총리 산하로 확대하고 다각도로 압수수색과 조사를 진행하는 등 대응 수위를 높이는 상황에 압박을 느꼈을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그러나 사과와는 별개로 김 의장은 청문회에 불출석하겠다고 밝혔다. 김 의장뿐만 아니라 동생인 김유석 쿠팡 부사장, 강한승 전 쿠팡 대표 등이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하면서 쿠팡에 대한 부정적 여론에 기름을 부었다. 여기에 쿠팡이 내놓은 보상안도 도마 위에 올랐다. 쿠팡은 지난달 29일 고객 정보 유출 사태와 관련해 총 1조6850억원 규모의 보상안을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전체적으로 보면 1인당 5만원 상당이다. 하지만 세부적으로 뜯어보면 쿠팡의 ‘꼼수’가 보인다. 청문회는 나 몰라라 보상안은 ▲쿠팡 전 상품 구매 이용권 5000원 ▲쿠팡이츠 5000원 ▲쿠팡트래블 2만원 ▲명품 플랫폼 알럭스 2만원 등으로 구성됐다. 소비자들은 보상금의 상당 부분이 쿠팡트래블과 알럭스 등 평소 이용 빈도가 낮은 서비스 이용권 위주로 구성된 점을 지적했다. 실제 이번 보상안을 통해 쿠팡트래블과 알럭스를 처음 알게 됐다는 소비자도 있다. 시민단체도 쿠팡의 보상안에 반발했다. 참여연대는 “1인당 5만원 보상이라고 했지만 현금이 아닌 구매 이용권으로 사실상 강제 소비를 유도하는 방식”이라며 “보상이 아니라 매출 확대를 위한 마케팅에 불과하다”는 내용의 논평을 발표했다. 쿠팡의 행보는 사사건건 비판의 대상이 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국민을 조롱하고 정부를 기만하는 게 아니냐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쿠팡이 미국 시장에 상장한 기업이지만 매출 대부분을 우리나라에서 벌어들이는 상황인데도 이 같은 태도를 보이는 것에 분노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회원 탈퇴, 보상안 거부, 집단소송 참여 움직임이 거세지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심지어 이재명 대통령도 쿠팡 사태에 대해 여러 차례 언급했다. 이 대통령은 쿠팡 사태가 일어나고 사흘 뒤인 지난달 2일 “쿠팡 때문에 국민의 걱정이 많다”면서 “사고 원인을 규명하고 엄중하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주문했다. 그러면서 “관계부처는 해외 사례를 참고해 과징금을 강화하고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도 현실화하는 등 실질적인 실효적 대책에 나서주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뒤늦은 사과·꼼수 보상안 도마 위에 이래서 정치권 인사 영입했나? 의혹 12일에도 개인정보 유출 사고가 반복되는 것에 대해 “경제 제재가 너무 약해서 규정 위반을 밥 먹듯이 한다”며 “앞으로는 규정을 위반해 국민에게 피해를 주면 엄청난 경제 제재를 당해서 ‘회사가 망한다’는 생각이 들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규정을 위반하면 난리가 나야 하는 것 아니냐”며 “그런데 위반해도 태도를 보면 ‘그래서 어쩔 건데’ 이런 느낌이 든다”고 지적했다. 정부도 쿠팡에 강력하게 경고하며 전방위 대응을 예고했다. 실제로 같은 달 29일, 배경훈 부총리 겸 과기부 장관 주재로 ‘쿠팡 사태 범정부TF’ 회의를 개최했다. 이 자리에서 과기부와 경찰청, 개인정보위원회, 금융위원회 등은 역할을 분담해 신속한 조사를 진행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배 부총리는 “쿠팡이 국내 고객 정보 3000만건 이상을 유출한 것은 명백한 국내법 위반 사항으로 정부는 쿠팡이 관련 법령을 위반한 사실이 확인될 경우, 다른 기업과 동일하게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하게 조치할 것”이라고 말했다. 상황에 따라서는 영업정지 여부도 판단할 것으로 보인다. 사방에서 몰아치는 압박에도 쿠팡이 연달아 이상한 행보를 보이자 ‘믿는 구석’이 있는 게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됐다. 그 정도로 쿠팡의 현재 대응 방식을 이해할 수 없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일각에서는 쿠팡이 미국 기업인 것에 주목하고 있다. 미국 증시가 쿠팡의 모든 결정에 가장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요소라는 것이다. 실제 쿠팡이 자체 조사 결과를 발표한 다음 날 미국 뉴욕 증시에서 쿠팡의 주가는 6% 급등했다. 국내에서는 쿠팡의 ‘셀프 조사’에 분통을 터트리고 있는데 미국 시장에는 호재로 작용한 것이다. 쿠팡이 정치·국회 인사를 대거 영입한 게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게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정치권 인사를 영입해 쿠팡 관련 각종 논란을 틀어막고 있다는 의혹이다. 해당 의혹은 ‘강력 경고’ ‘전방위적 대응’ 등의 수사를 사용하고 있지만 실제 조사는 흐지부지될 것이라는 관측이 조심스럽게 나오는 배경으로도 꼽힌다. 변죽 울리다 무사통과? 실제 최근 원내대표직에서 사퇴한 더불어민주당 김병기 의원이 국정감사를 한 달여 앞둔 시점에 박대준 전 쿠팡 대표 및 대관 총괄과 오찬을 한 사실이 드러났다. 당시 쿠팡이 일용직 퇴직금 미지급 사건에서 검찰 외압 의혹, 물류센터·배송 기사의 과로 및 산재 사망 문제가 제기된 상황이었던 만큼 적절성 논란이 불거졌다. 김 의원은 그달 16일 자신의 SNS에 “공개 일정이고 적어도 5명이 (함께) 식사했다”고 적었다. 그러면서 “만남보다 대화의 내용이 중요한 것 아니냐? 참고로 지난해 7월16일 쿠팡 물류센터도 방문했었다”고 적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