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독 개십니까?> 서대문구 댕댕이 순찰단 출범 현장

동네 지킴이로 나선 20마리 견공들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독독 개십니까?’ 국민 5명 가운데 1명이 개나 고양이 등 동물과 함께 살고 있다. 언제부터인가 인간은 이 종이 다른 개체에 ‘반려’라는 이름을 붙이기 시작했다. ‘공존’이 시대의 화두로 떠오른 현재, 인간과 동물은 서로의 반려가 될 수 있을까? 

“서대문 댕댕이 순찰단 ○○○님과 반려견 라온. 귀하를 반려동물과 함께 안전하고 건강한 지역사회 조성에 기여할 서대문 댕댕이 순찰단 단원으로 위촉합니다.” 주황색 조끼를 입은 반려인과 골든리트리버 종의 반려견은 사회자가 대독한 위촉장을 받았다. 인간과 동물이 ‘한 팀’으로 인정받은 순간이다. 

열띤 경쟁
뜨거운 호응

지난 2일 서울 서대문구 카페폭포 야외 테라스서 ‘제1기 서대문 댕댕이 순찰단’ 발대식이 열렸다. 카페폭포는 서대문구 관광명소로 알려진 곳이다. 발대식 시작 전부터 관광객과 참석자들이 몰리면서 인산인해를 이뤘다. 발대식의 주인공은 엄격한 심사를 통과한 20명의 반려인과 20두의 반려견이었다. 

위촉장을 받은 댕댕이 순찰단은 기념사진을 찍는 현장서도 늠름한 자태를 뽐냈다. 높은 점수로 심사를 통과한 사실을 증명하듯 누구 하나 대열을 이탈하지 않고 카메라 앞에서 자세를 취했다. 반려인의 ‘이리 와’ ‘기다려’ 등의 말에 맞춰 반려견이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는 모습이 눈길을 끌었다.

이날 발대식에는 이성헌 서대문구청장을 비롯해 김영호 서대문을 국회의원, 김명식 서대문소방서장, 오호관 서대문 경찰서 범죄예방대응과장 등이 참석해 순찰단 출범을 축하했다. 또 서대문 댕댕이 순찰단 사업을 주관한 사단법인 퍼피쉴드 관계자와 서대문구 주민 등도 순찰단원에게 박수를 보냈다.


순찰단은 발대식 이후 모의 활동을 통해 순찰을 체험했다. 또 순찰단의 역할을 숙지하고 단원 간 팀워크도 다졌다. 퍼피쉴드 관계자에 따르면, 순찰단은 발대식 다음 날인 3일부터 본격적으로 활동을 시작했다. 

서대문구는 반려견 산책과 방범 활동을 접목한 댕댕이 순찰단을 통해 범죄를 예방하고 주민 친화 분위기를 조성한다는 취지를 내세웠다. 순찰단은 ▲주민 안심 귀가 지원 ▲경로당 방문 산책 봉사 ▲환경 및 안전 위해 요소 발견 신고 ▲노인과 어린이를 위한 반려견 체험 교육 등 다양한 활동에 투입된다. 

심사 거쳐 선발된 20마리 반려견
지난 2일 야외에서 발대식 진행

이성헌 구청장은 발대식 기념사를 통해 “서대문구 주민 가운데 3만세대가 반려견과 함께 살고 있다. 인구수로 따지면 6만여명에 이른다. 반려동물을 좋아하는 분들, 반려동물과 거리가 있는 분들 모두 같은 서대문구 주민으로서 화합해야 하는 시대에 와있다”며 “댕댕이 순찰단 활동이 주민 체감 안전도 향상과 성숙한 반려동물 양육 문화 확산, 반려인과 비반려인의 상호 이해 증진에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번 댕댕이 순찰단으로 선발된 반려인과 반려견은 지난달 19일과 26일 서대문구 반려동물 문화센터인 ‘내품애(愛)센터’서 심사를 받았다. 윤덕은 고양시 힐링독 반려견센터 대표훈련사와 강나래 고양시 멍핏스튜디오 대표훈련사가 심사위원으로 참여했다. 이들은 반려견의 대인 반응, 타견 반응, 호출 반응, 외부 산책 등을 평가해 점수를 매겼다. 

<일요시사> 취재진은 지난달 19일 내품애센터서 진행된 댕댕이 순찰단 선발식을 찾았다. 오전 10시부터 진행된 이날 선발식에는 총 12팀이 참가했다. 대기실서 만난 반려인들은 서로 인사를 나눴고 반려견은 코인사를 했다. ‘펫티켓(애완동물이 지켜야 할 예의범절)’을 장착한 반려견은 반려인 곁에 앉아있거나 조심스럽게 다른 개를 살피는 등 대부분 점잖은 태도를 유지했다. 

선발식에 참가한 반려인들은 자신의 반려견에 대한 자부심이 대단했다. 댕댕이 순찰단 포스터를 보고 “한번 해보고 싶어서” 참가했다는 한 반려인은 인터뷰 내내 반려견 해피를 연신 쓰다듬었다. 반려견 자랑을 요청하는 취재진에 “맹충맹충한 게 매력”이라면서 ‘코 쏙(손가락을 동그랗게 만들면 반려견이 그 안에 코를 쏙 밀어 넣는 행위)’이라는 개인기를 선보였다. 


서대문구서 발송한 문자메시지로 댕댕이 순찰단에 대해 알았다는 한 반려인은 반려견 라온을 소개하면서 “애교가 많다”고 말했다. 골든리트리버 종의 라온은 반려인의 손짓에 이리저리 몸을 움직이다가 ‘앉아’ 한마디에 몸을 낮췄다.

치열한
선발식

이 반려인은 “(라온이와 함께)하루에 네 번 산책하러 간다. 동네의 모든 사건, 사고를 포착해 다른 주민에게 도움을 드릴 수 있을 것 같다”고 각오를 다졌다. 

선발식은 내품애센터 옥상서 진행됐다. 심사는 대기 중 심사(40점)와 실기심사(60점) 등 총 100점 만점으로 구성됐다. 60점 이상의 점수를 받아야 순찰단원으로 뽑힐 수 있다. ‘대기 중 심사’ 항목은 ‘멀리서 다른 개를 봤을 때 반려인에게 집중할 수 있는가’를 살피는 ‘대기 중 반응-대견(20점)’, ‘낯선 사람이 다가올 때 반려인 옆에서 침착하게 대응할 수 있는가’를 평가하는 ‘대기 중 반응-대인(20점)’ 항목으로 구성됐다.

반려견이 반려인에게 얼마나 집중할 수 있는지, 반려견에 대한 반려인의 통제가 어느 정도인지를 평가하는 내용이다.

‘기다려’ ‘이리 와’ 등 반려인의 명령어에 반려견이 반응하는 정도도 평가했다. 돌발상황이 발생했을 때 반려인의 ‘콜’에 반려견이 어떻게 행동하는지를 살피는 항목이다. 줄을 느슨하게 당기지 않고 걷는 ‘리드 워킹’이 가능한지도 확인했다. 

반려인과 반려견이 순찰대 활동에 적합한지 확인하는 항목도 있었다. 앞서 심사한 항목이 반려견을 평가하는 내용이었다면 이 항목은 반려인의 수행 능력을 확인하는 내용으로 구성됐다.

반려견과 함께 산책할 때 주변을 잘 살피는지, 엘리베이터 등 공용공간에서 반려견에 대한 안전조치 방법(안고 타거나 목줄, 가슴줄 잡기)을 숙지하고 있는지, 반려견과 외출할 때 지켜야 할 동물보호법을 최소 2가지 이상 알고 있는지, 지속해서 순찰에 참여할 수 있는지 등을 파악했다.

퍼피쉴드 관계자는 “댕댕이 순찰단 선발식은 반려인의 반려견 통제 능력부터 행인에 대한 반응, 실제 순찰 시 행동 등을 살피는 데 주안점을 뒀다. 총 21팀이 심사를 통과했고 합격률은 60% 정도로 나타났다. 서대문구 반려인과 반려견의 높은 수준을 확인하는 시간이었다”고 말했다. 

강용 퍼피쉴드 사무국장은 “퍼피쉴드는 반려인과 반려견을 교육하기 위해 설립된 사단법인이다. 동물이나 사람이나 교육이 제일 먼저다. 특히 동물은 배변, 짖음 등 기초 예절, 다른 반려견과 어울리는 사회성 교육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반려견 교육은 반려인이 어떻게 교육받았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반려인에 대한 교육을 선행하고 반려견에 대한 교육을 진행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고 설명했다.

범죄 예방
주민 건강

서대문구서 댕댕이 순찰단이 출범할 수 있던 배경에는 이성헌 구청장이 있다. 서대문구 주민 가운데 댕댕이 순찰단 출범을 가장 기뻐한 사람이 이 구청장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는 지난 5일 오후 서대문구청 구청장실에서 진행된 <일요시사>와의 인터뷰서 “발대식에 참석한 반려견들이 너무 귀여웠다”고 연신 이야기했다. 


이 구청장은 진돗개 5마리와 치와와 1마리 등 총 6마리의 개를 기르는 ‘찐’ 반려인이다. 진돗개 4마리는 엄마와 아들, 손자와 증손자 등 한 가계의 형태로 구성됐다. 다른 진돗개 1마리는 제주도서 입양한 ‘몽실이’다. 이 구청장이 서귀포서 진돗개를 분양한다는 광고를 본 게 만남의 계기가 됐다. 

“예전에 진도서 대전으로 팔려 간 개가 다시 돌아온 일이 있었어요. 초등학교 교과서에도 나오는 진돗개의 일화인데, 제주도서 본 분양 광고의 강아지가 그 개의 3세라고 하더라고요. 그 집을 찾아갔는데 이미 100명 이상의 분양 면접을 봤다고 했습니다. 주인 내외께서 저를 따뜻하게 환대해 주시면서 몽실이를 보내주셨어요.”

이 구청장은 몽실이와 침식을 같이한다고 말했다. 집 마루서 같이 자고 새벽 4시면 일어나 함께 안산(서대문구)을 산책한다고 했다. 어릴 때부터 꾸준히 개를 키웠다는 이 구청장은 2001년부터 한국애견협회 부회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한국애견협회는 진돗개의 혈통서를 발급하고 애견박람회 등을 진행하는 단체다. 

반려동물에 대한 이 구청장의 남다른 애정은 서대문구를 반려견 친화 자치구로 만들어가고 있다. 서대문구서 3만세대가량이 반려견, 반려묘 등 반려동물을 키우는 것으로 파악된다. 인구수로 따지면 6만명으로 전체 서대문구 인구 30만명(10월 기준) 가운데 20% 정도가 반려인인 셈이다. 

“반려인의 행복도를 높이기 위해서는 반려동물에 대한 교육이 필요하고 또 애로사항을 반영하려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또 반려인과 비반려인이 서로를 이해할 수 있게 분위기를 조성하는 작업도 수반돼야 합니다. 반려동물 문화센터가 그 일환 중 하나였고 이번에 출범한 댕댕이 순찰단도 같은 맥락입니다. 반려동물과 함께 산책하면서 동네도 지킨다면 정말 큰 역할을 하는 거죠.”

이 구청장은 댕댕이 순찰단의 목표를 두 가지로 정의했다. 주민 친화적인 반려동물의 생활 습성을 같이 만들어가는 것과 반려인의 건강을 관리하고 이웃 주민을 사귈 수 있는 교제 기회를 확대하는 것 등이다. 범죄 예방을 기본 배경으로 두고 서대문구 주민이 더불어 살아가는 환경을 만들겠다는 취지다. 이 구청장은 “일거양득”이라고 표현했다.


반려동물 문화센터 ‘내품애센터’
유기견 구조해 재입양 추진 중

이 구청장은 댕댕이 순찰단에 대한 서대문구 주민의 호응도가 높았던 부분에 대해 “반려동물은 반려인의 가족이다. 그 가족이 콘테스트서 좋은 점수를 받는 것은 굉장히 즐거운 일이다. 특히 댕댕이 순찰단 심사는 혈통이나 체형 등을 평가하는 애견전람회와 달리 반려동물이 반려인과 얼마나 교감하는지를 보지 않나. 그래서 호응이 높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서대문구는 다양한 반려동물 관련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치매 노인이나 정신적으로 불안정한 사람을 대상으로 삽살개 두 마리와 함께 진행하는 매개 치료를 하는 중이다. 반려동물을 통해 정서적 안정을 찾도록 하는 일이다. 또 반려동물의 훈련과 교육을 꾸준히 지원하고 있다. 반려동물이 먹을 간식을 제작하는 일도 한다. 

무엇보다 길거리에 버려진 동물을 구조하고 관리해 재입양하는 일에 공을 들이고 있다. 서대문구는 인왕산, 백년산, 안산 등 주변에 산이 많아 야생들개 등이 많다고 한다. 현재 내품애센터서 관리하는 개는 13마리로, 며칠 전에도 4개월 된 강아지 3마리를 구조해 1차 진단을 마쳤다. 입양을 원하는 주민에게 분양을 계획하고 있다. 

이 구청장은 내품애센터에 있는 개들을 이야기할 때 가장 환히 웃었다. 거의 매일 내품애센터를 찾아 개들을 보면서 힐링한다고 했다. 특히 구조 당시 슬개골 탈구 4기로 뒷발을 사용하지 못하다가 수술 후 회복된 치치에 대해 말할 때는 목소리까지 높아졌다.

처음에는 세 발로밖에 걷지 못했는데 이제는 네 발로 걷게 됐다는 말을 반복하면서 ‘아주 예뻐졌다’고 여러 차례 강조했다. 수의사도 수술에 회의적이었는데 이 구청장이 ‘한번 (수술)해 보자’고 추진해 일어난 기적이다. 

지난 1월 영하 12도의 날씨에 배수로에서 발견된 강아지 2마리는 구청장실서 3개월을 살았다.

이 구청장은 “행복이와 행순이는 젖도 못 뗀 상태로 발견됐다. 구청장실에 지내는 동안 사무집기를 온통 물어뜯었다”며 너덜너덜해진 발 받침대를 보여주기도 했다. 행복이와 행순이는 서대문구 마스코트 견으로 늠름하게 성장했다. 댕댕이 순찰단 포스터에 등장하는 개가 바로 행복이다.

“존재의 다름
인정하길”

“반려동물과 함께 살아가는 분도 계시고 동물을 싫어하는 분도 계시죠. 어릴 때 개 물림 사고를 당했거나 동물에 대해 유쾌하지 못한 기억을 가지신 분도 계실 거고요. 그런데 지금 사회는 과거와 달리 변화하면서 외로운 분들이 많아졌어요. 외로운 분들에게 위안을 주는 데 있어서 반려동물의 역할은 아주 크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만큼 서로가 각각의 삶에 크게 방해되지 않는 범위에서 존재를 인정했으면 좋겠습니다. 반려인과 비반려인이 공존할 수 있는 자치구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겠습니다.”

<jsjang@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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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의 100일 결정적 장면들

이재명의 100일 결정적 장면들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체감상 1년은 된 것 같다.” 어느 덧 이재명정부가 출범 100일째를 맞았다. 이재명 대통령에겐 숨 가쁜 3개월이었다. 12·3 비상계엄 선포, 탄핵 정국, 조기 대선 등 대형 정치 이슈는 지나갔다. 이제 본격적으로 국정 운영의 청사진을 실현해야 하는 시기다. 지지율은 이미 요동치고 있다. 어떤 이슈가 이정부를 뒤흔들었던 걸까? 지난 6월3일 21대 대통령선거가 열렸다. 지난해 12월3일 윤석열 전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한 지 6개월 만에 대선이 치러졌다. ‘어대명(어차피 대통령은 이재명)’이라는 말이 대선 전부터 파다했고 실제로 이변은 없었다. 재수 끝에 대통령에 당선된 이재명 대통령은 역대 최다 득표수를 기록했다. 다만, 과반 득표율에는 미치지 못했다. 무정부 상태 산적한 이슈 이번 대선은 대통령 탄핵으로 치러진 보궐선거여서 인수위원회 기간 없이 바로 임기가 시작됐다. 이 대통령 앞에는 비상계엄 사태 수습, 민생 회복, 국민 통합 등 국내 문제는 물론 미국발 통상 전쟁 등 국외 문제까지 이슈가 산적한 상태였다. 비상계엄 사태 이후 ‘무정부’나 다름없는 상태로 6개월 동안 이어진 국정 공백을 메워야 했다. 이 대통령은 당선이 확정된 후 소감 연설에서 “이 나라의 민주주의를 회복하고 민주공화정 공동체 안에서 국민이 주권자로 존중받고 협력하면서 함께 살아가는 세상을 만드는 것, 반드시 그 사명을 지키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내란 극복 ▲민생 회복 ▲국민 안전 ▲한반도 평화 ▲국민 통합 등을 언급했다. 실제 이 대통령은 국회의 과반 의석을 등에 업고 ‘윤석열정부 지우기’에 드라이브를 걸었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이재명 정부 1호 법안으로 ‘내란 특검법’ ‘김건희 여사 특검법’ ‘채 해병 특검법’ 등을 통과시켰다. 김건희 특검법, 채 해병 특검법 등은 윤정부에서 대통령의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로 번번이 폐기됐던 법안이다. 이 대통령은 취임 엿새 만인 6월10일 국무회의에서 3대 특검법을 의결했다. 그는 국무회의 이후 SNS를 통해 “이재명 정부 1호 법안인 3대 특검법은 내란 심판과 헌정 질서 회복을 열망하는 국민의 뜻을 받들기 위한 결정”이라고 밝혔다. 특검은 윤석열 전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를 구속 기소하는 등 수사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비상계엄 사태 이후 침체된 내수를 회복하기 위한 소비쿠폰도 지급했다. 비상계엄과 탄핵 정국을 거치면서 사회 분위기가 흉흉해졌고 이는 곧 경기 부진으로 이어졌다. 정치 상황이 좋지 않다 보니 사람들이 소비를 줄이기 시작한 것이다. 특히 연말 연초 대목 장사를 망친 자영업자는 폐업을 걱정해야 할 지경에 몰렸다. 민생 회복 소비쿠폰 지급은 이 대통령이 대선후보 때부터 내세운 공약이다. 지난 7월21일부터 전 국민을 상대로 1차 소비쿠폰이 지급됐다. 기본 15만원에 인구 감소 지역 등에 일정 금액을 더했다. 2차 소비쿠폰은 상위 10%를 제외한 국민 90%가 오는 22일부터 신청할 수 있다. 13조원의 재정이 투입됐다. 윤정부 때부터 이어진 의료계와 정부의 갈등은 이재명정부 들어서도 쉽게 출구 전략을 찾지 못하는 모양새다. 무엇보다 의대생 수업 복귀에 대한 이정부의 행보에 민주당 지지자 사이에서도 불만이 제기됐다. 의료 정상화를 이유로 조건 없이 의대생 복귀를 추진하는 모습에 공정과 원칙이 깨졌다며 실망감을 표출한 것이다. 두 번의 도전 끝에 당선 내란 종식, 민생 첫 손에 의정 갈등은 윤정부 시기인 지난해 2월 의대 정원을 2000명 늘리겠다는 보건복지부의 발표로 시작됐다. 이 과정에서 전공의는 집단 사직하며 병원을 떠났고 의대생은 집단 휴학을 강행했다. 응급실 뺑뺑이 사건 등 의료 공백이 가시화되고 의료 붕괴까지 우려되다가 비상계엄 사태 이후 핵심 이슈에서 멀어졌다. 새 정부의 현안으로 넘어간 것이다. 이 대통령이 정은경 전 질병관리청장을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하면서 의정 갈등 해소에 대한 기대가 커졌다. 정 장관 지명 이후 의료계에서 일제히 환영 입장을 내놨기 때문이다. 하지만 의대생 복귀와 관련해 특혜 논란이 나왔고 국민 여론은 최악으로 치달았다. 의료계와 국민 여론의 괴리가 큰 상황이라 해결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산재와의 전쟁’은 임기 초 이정부의 ‘트레이드 마크’가 되는 모양새다. 이 대통령은 산재 사망사고가 발생한 SPC 공장을 현장 방문하는가 하면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 ‘반복 공시로 주가 폭락’ 등 수위 높은 발언으로 건설업계를 겨냥했다. 이 대통령이 산업재해 근절을 외치자 건설업계가 납작 엎드렸다. 산재 사고가 발생하면 사용주에게도 책임을 물을 수 있다는 내용의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되고도 일터에서 근로자가 죽는 사례가 거듭 일어나자 대통령이 직접 칼을 빼든 것이다. 연이어 산재 사고가 발생한 포스코이앤씨는 대표이사가 바뀌었고 DL건설은 임직원 전원이 사의를 표명했다. 일각에서는 이정부가 지나치게 기업을 ‘잡도리’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코스피 5000’을 외치며 주가 부양을 공언한 것과 실제 행보는 정반대라는 의견이다. 지금까지의 주가 상승은 이정부에 대한 기대감에서 비롯됐다면 앞으로의 상승분은 실물 경제에서 끌어 올려야 하는데 이를 이끌 기업을 너무 옥죄는 게 아니냐는 주장이 나온다. 경제 정책의 방향도 엇박자를 내고 있다는 의견이 꾸준히 제기된다. 지난달 1일 코스피 지수가 126.03포인트(3.88%)나 하락했다. 주가 3200선이 깨졌고 하락률은 미국발 상호 관세 부과로 충격을 받았던 지난 4월7일(-5.57%) 이후 4개월 만에 가장 컸다. 이른바 ‘검은 금요일’의 배경은 전날 이재명 정부가 발표한 세제 개편안이라는 게 중론이었다. 침체된 경기 소비쿠폰으로 이정부는 주식 양도소득세 과세 대상인 대주주 기준을 50억원에서 10억원으로 낮추고 최고 35% 배당소득 분리과세 도입 등을 담은 세제 개편안을 공개했다. 금융투자소득세 도입 조건부로 인하된 증권거래세율도 현재의 0.15%에서 2023년 수준인 0.2%로 환원됐다. 또 법인세 세율을 모든 과세표준 구간에 걸쳐 1%포인트씩 일괄 인상한다고 발표했다. ‘검은 금요일’의 후폭풍은 상당했다. 무엇보다 국내 주식시장에 대한 투자 심리가 위축됐다는 게 문제였다. 주가가 폭락한 지난달 1일 이후 열흘 사이에 거래 대금이 20%가량 줄었다. 이른바 ‘국장’에서 빠져나간 개인 투자자들이 ‘미장(미국 주식시장)’으로 몰려가면서 나스닥은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가뜩이나 관세 협상으로 전 세계 경제의 불확실성이 확산되고 있는 상황에서 국내 증시 부양책에 대한 의구심이 커졌다는 방증이었다. 일명 ‘노란봉투법’으로 불리는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 제2·3조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한 점도 우려를 더하고 있다. 지난달 29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노란봉투법은 하청 노동자에게 원청과의 교섭권을 부여하고 파업 노동자에 대한 기업의 손해배상청구를 제한하는 내용이 골자다. 법안이 통과되면 기업 활동이 위축될 것이라는 예상이 끊이지 않았다. 법안이 통과되기 전부터 한국경영자총연합회 등 경영계를 대표하는 경제단체는 물론 주한미국상공회의소(암참) 등이 노란봉투법에 반대 의사를 드러냈다. 법안이 통과되면 기업이 규제가 덜한 외국으로 나갈 것이라는 주장도 제기됐다. 경제단체 등은 법안이 통과되더라도 시행을 유예해 달라고까지 했지만 그대로 진행됐다. 대통령실은 법안 통과 이후 상황을 주시하는 모습이다. 이 대통령은 노란봉투법 통과 이후 “노란봉투법의 진정한 목적은 노사의 상호 존중과 협력 촉진”이라며 “노동계도 상생의 정신을 발휘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책임 있는 경제 주체로서 국민 경제 발전에 힘을 모아주시기를 노동계에 각별히 당부드린다”고 강조했다. 광복절을 앞두고는 사면 문제가 불거졌다. 취임한 지 2개월 밖에 되지 않았고 전임 정부에서 임기 초 정치인 사면을 한 적이 없던 터라 이정부 역시 같은 길을 갈 것이라는 의견이 우세했다. 사면 대상으로 거론되던 조국혁신당 조국 전 대표가 자녀 입시 비리 혐의 등으로 징역 2년을 선고받고 수감된 지 8개월 밖에 안된 점도 ‘사면 불가론’에 힘을 더했다. 주가 부양 공약 반대되는 정책 지난해 12월12일 대법원은 자녀 입시 비리와 청와대 감찰 무마 등의 혐의로 기소된 조 전 대표에게 징역 2년에 추징금 600만원을 선고한 원심 판결을 확정했다. 조 전 대표는 나흘 뒤인 12월16일 서울구치소에 수감됐다. 만기 출소일은 내년 12월15일이었다. 조 전 대표가 이끌던 조국혁신당은 당시 대선에서 후보를 내지 않고 이 대통령을 지지했다. 조 전 대표의 사면 관련 언급이 나올 때마다 ‘대선 청구서’라는 말이 따라붙은 것도 이 때문이다. 이후 종교계, 시민단체, 정치권 일부에서 조 전 대표를 사면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했다. 조 전 대표가 검찰의 횡포에 억울한 옥살이를 하고 있다는 주장도 일부 진영에서 제기됐다. 특히 문재인 전 대통령이 대통령실 등이 조 전 대표의 사면을 직접 요구했다는 언론 보도가 나오면서 정국의 핵으로 떠올랐다. 조 전 대표는 문재인정부 시절 민정수석, 법무부 장관 등 요직을 맡은 바 있다. 문 전 대통령은 조 전 대표에게 ‘마음의 빚이 있다’고 언급하는 등 각별히 챙긴 것으로 알려졌다. 이 대통령은 빗발치는 사면 요구에 고심을 거듭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 정치권 등에서 조 전 대표를 사면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는 것과 달리 여론이 좋지 않았기 때문. 특히 민주당 지지층 내에서도 조 전 대표의 사면을 달갑지 않게 여기는 목소리가 나왔다. 대법원에서 유죄가 확정된 입시 비리 혐의 등이 민주당 지지층이 중요하게 여기는 공정과 상식의 가치에 반한다는 것이다. 지지율이 떨어지는 등 민심 이반이 예상된다는 주장이 나왔지만 이 대통령은 장고 끝에 조 전 대표의 사면을 결정했다. 이 대통령은 지난달 11일 조 전 대표를 비롯해 윤미향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 은수미 전 성남시장, 이용구 전 법무부 차관 등 정치인과 고위공직자 27명을 포함해 총 83만6678명에 대한 대규모 특별사면을 단행했다. 정성호 법무부 장관은 ‘분열과 반목의 정치를 끝내고 국민 대화합 차원에서 이뤄지는 광복절 특사’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광복절 사면은 이 대통령의 지지율을 뒤흔들었다. 사면 논의가 시작됐을 때부터 하락세를 보이기 시작한 지지율은 발표 이후 눈에 띄게 꺾였다. 조 전 대표가 사면 이후 ‘광폭 행보’를 보이며 노출도가 높아진 것도 한몫했다는 분석이 나왔다. 세제 개편안·사면으로 지지율 흔들 한일·한미 정상회담은 긍정적 평가 조 전 대표는 이 대통령의 지지율 하락에 대해 ‘(사면이 끼친 영향은) N분의 1 정도’라고 발언한 부분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조 전 대표는 수감 한 달여 만에 정국의 핵으로 떠올랐다. 여권 내에서도 조 전 대표의 행보를 불편해하는 기류가 감지되며 야권에서는 이정부를 공격하는 소재가 된 모양새다. 특히 조 전 대표를 비롯한 조국혁신당에서 우리의 길을 가겠다는 ‘마이웨이’ 행보를 공언하면서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정계 개편이 일어나는 게 아니냐는 목소리도 나온다. 이 대통령의 임기 5년간 외교 방향을 가늠할 수 있는 정상회담도 잇따라 열렸다. 이 대통령이 취임하기 전부터 전 세계를 뒤흔들고 있던 ‘트럼프발 통상 전쟁’의 대응 방향이 윤곽을 드러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해 11월 당선 직후부터 ‘관세’를 무기로 전 세계에 싸움을 걸었다. 우리나라의 경우 ‘한미 FTA’로 쌀 등 일부 품목을 제외하고 관세가 ‘0’이었기에 타격이 불가피했다. 여기에 트럼프 대통령은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 국방비 증액 등을 언급했다. 시장을 개방하고 미국에 이른바 ‘동맹 비용’을 내라는 요구였다. 실무진이 진행한 관세 협상은 그 시발점이었고 정상회담은 미국발 청구서의 윤곽이 드러난 자리였다. 이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의 정상회담은 표면상으로는 성공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각국 정상을 불러놓고 면전에서 망신주기 하는 등 어디로 튈지 모르는 방식의 트럼프 대통령과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연출한 점 등에서 높은 점수를 받았다. 일각에서는 정작 중요한 사안은 하나도 논의하지 못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앞서 조선업 협력, 원전 문제를 비롯해 자동차 등 주력 산업에 붙는 관세까지 불확실성을 해소하지 못했다는 주장이다. 일반적으로 실무진이 틀을 만들고 정상회담에서 결정되는 방식의 외교 관행이 트럼프 대통령에게는 먹히지 않았다는 분석도 나온다. 실제 이번 한미 정상회담에서 공동성명이나 합의문 등은 나오지 않았다. 이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 앞서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와도 만났다. 이 대통령은 일본 방문 전 과거 한일 간 위안부 합의와 징용 배상 문제와 관련해 “국가 간 약속은 존중돼야 한다”며 기존 합의를 유지하겠다는 뜻을 밝힌 바 있다. 당시 한일 정상회담에서는 미국발 관세 관련 논의도 이뤄졌다. 당분간 민생 집중 취임 후 첫 외교 시험대를 넘은 이 대통령은 당분간 민생을 살피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 대통령은 지난달 31일 “당분간 국민의 어려움을 살피고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찾기 위해 민생과 경제에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이규연 대통령실 홍보소통수석은 “몇 주간 정상회담에 몰두했기 때문에 국내, 특히 민생·경제성장과 관련된 부분을 앞으로 주력해서 챙기겠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