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범죄자 판 깔아준 법무법인 카페 해부

지들끼리 감형 공유 ‘발바리 소굴’

[일요시사 취재1팀] 김철준 기자 = 한 법무법인서 운영하는 온라인 카페가 ‘성범죄자 소굴’로 변질됐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피의자와 피의자였던 이들이 수사나 재판 과정서의 대처법을 공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양형인자를 공유하는 것이 불법은 아니기에 제재할 수도 없다. 법조계에서는 해당 법무법인의 윤리의식에 의문점을 표하지만, 이들은 피의자들의 온전한 방어권 행사를 위해 계속 카페를 운영한다는 입장이다.

“누구에게도 말 못하는 고민, 인생이 바뀔 수 있는 사건, 여러분의 힘이 되어드리겠습니다.” 법무법인 A가 운영하는 성범죄 전문 온라인 카페에 소개돼있는 말이다. 법률상담을 위해 개설하고 운영하는 온라인 커뮤니티 일부가 이처럼 성범죄자들의 아지트로 변질됐다는 자성의 목소리가 나온다. 

피의자들
양형 꼼수

범죄자들은 해당 커뮤니티서 서로 반성문을 공유하고 서로에게 탄원서를 작성해 주며 감형을 노리고 있다. 로앤컴퍼니가 운영하는 온라인 법률 서비스 로톡에서는 ‘14만명 성범죄 전문 B 카페를 운영하는 법무법인 A의 OOO 변호사’라며 해당 법무법인 소속 변호사가 카페를 광고하며 온라인 법률 상담을 하는 모습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해당 카페는 지난 2010년 8월 개설돼 14만1800여명의 회원을 보유하고 있다. 해당 카페의 게시글은 총 47만개가 넘는다. 해당 카페의 회원 수는 정부가 몰래카메라와의 전쟁을 선포한 시점과 N번방 사건 이후 대폭 늘었다.

게시글 중 대다수는 성범죄 혐의를 받고 있다는 고백글과 감형 노하우, 경찰 및 검찰 조사 후기, 판례 등이다. 회원들은 자신이 해당하는 범죄 유형 게시판에 사건명, 사건 발생 일시, 사건 발생 장소, 사건 진행 단계 등 사건 내용을 상세하게 설명하고 감형 노하우, 재판 진행 과정을 주고받고 있다.


구체적인 카페 카테고리는 ▲나의 사건 진행사항 ▲조언 좀 해주세요 ▲날마다 반성 일기장 ▲경찰조사 받았어요 ▲어떻게 될 것 같나요 ▲진행 중 사건 이야기 ▲변호인 때문에 고민 ▲어떻게 합의하나요 ▲재판 방청 후기 ▲판결 선고를 앞두고 ▲판결 선고 받았어요 ▲사건 최종 결과·경험담 등 성범죄 사건과 관련해 글을 작성할 수 있는 곳만 14개에 달한다.

또 ▲통매음 전용 토론방 ▲N번방·소지죄 토론방 ▲토렌트 전용 토론방 ▲구글드라이브 전용 토론방 ▲성매매특별법 전용 토론방 등 성범죄를 세분화해 의견을 나누는 카테고리도 존재한다. 

14만명 회원수, 47만개 게시글
사건 관련 게시판만 14개 이상

B 카페를 운영하는 A 법무법인 대표 변호사 C씨는 해당 카페에 대해 “형사사건 중 성범죄는 자신이 대응할 방향을 어떻게 정하느냐에 따라 결과가 달라진다”며 “방향을 정하기 위해선 유사한 사건서의 대처와 결과 등을 알아둘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방향을 정할 때 어떤 어려움이 있는지, 어떤 결과가 나올지 예측해야 하는데 여기에 도움을 주는 것이 국내 최대 규모 커뮤니티인 B 카페”라고 설명했다. 성범죄에 대한 정보에 쉽게 접근해 대처 방향을 정립하기 위해 B 카페를 운영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에 시민들은 성범죄를 저지르고도 반성하지 않고 감형받기 위해 애쓰는 이들을 두고 분통을 터뜨리고 있다. 누리꾼들은 댓글을 통해 “성범죄자 14만명이 있는데 저런 카페를 폐쇄하지 않고 뭐하냐” “사이버 수사대에 신고해야겠다”는 등의 반응을 보였다.

B 카페서 문제로 꼽히는 것은 피의자들이 서로 반성문을 공유하고 보완하며 서로 탄원서를 작성해 준다는 것이다.


해당 카페의 한 회원 D씨는 “억울하게 준강간으로 고소를 당하고 하소연할 곳이 없어 검색하다 B 카페를 발견했다”며 “이후 카페에 내가 처한 상황을 설명하니 댓글과 쪽지로 반성문은 이렇게 써라, 감형을 받기 위해선 어떻게 해야 할지, 어떤 변호사를 선임해야 하는지 등 많은 도움을 받았다”고 말했다.

이어 “회원 중 몇몇은 탄원서를 작성해 보내주기도 했다”며 “이후 카페서 소개받은 변호사와 다른 변호사를 선임하고 무죄를 증명할 명확한 증거를 보유하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이를 통해 불송치 처분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수사 가능?
제재 불가능

그러면서 “선임한 변호사가 해당 카페서 알려준 감형 방법은 자신의 죄를 인정하고 반성하는 모습을 보여주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며 “변호사를 선임하지 않고 카페서 알려준 방법대로 사건이 흘러갔다면 사건은 실형이 나왔을 것”이라고 회상했다.

판사 출신 한 변호사도 카페서 받는 감형요소 정보에 관해 믿지 말라고 당부했다.

그는 “성범죄의 감형은 ‘피해자와의 합의’가 제일 중요하다”며 “피해자와 합의하지 않고 오히려 사건을 신원미상의 사람에게 공유하고 대처방법을 공유하는 것은 반성하고 있지 않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라 할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또 다른 문제는 자신의 사건을 공유하며 억울함을 호소한 글의 댓글에서 고소인에 대한 악플이 달리기도 한다는 것이다.

<일요시사>가 만난 한 고소인은 “지난해 통매음으로 고소를 진행한 적이 있는데 B 카페에 해당 사건에 대한 글이 있었다”며 “가해자가 자신에게 유리하게 편집한 사진을 가지고 글을 작성하며 억울함을 호소한 글에는 ‘이게 고소가 성립된다고 생각하는 멍청한 X이네’ ‘돈 벌려고 XX하는 거 아니냐’ 등 댓글이 달렸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전체 상황을 모르는 사람이 카페에 적힌 글만 보고서 판단을 하는데 ‘끼리끼리 모여있는 곳’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어긋난
윤리의식?

C씨는 이 같은 문제에 대해 “성범죄자들이 모여서 이른바 ‘양형 꼼수’를 노리는 것으로 비쳐 안 좋게 보일 수 있다”며 “하지만 카페서 억울함을 호소하는 회원들은 아직 형이 확정이 안 된 분들이 대부분이고 무죄 주장을 해서 무혐의를 받는 분들도 많다”고 설명했다. 이어 “모든 카페 회원들을 성범죄자로 부르는 것에 대해 안타까운 마음이 있다”고 덧붙였다.

일각에선 피의자들이 서로에게 도움을 주는 카페 대한 수사나 제재가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한 검사 출신 변호사는 “법정형 범위 내에서 선고형을 결정할 때 고려되는 요소인 양형인자는 이미 오픈돼있다”며 “이들의 반성 여부를 떠나 양형인자를 공유하는 것은 불법이 아니기에 제재할 수 없다”고 털어놨다.

또 다른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구체적인 범죄 행위를 서술하지 않고 경찰 및 검찰 수사 상황을 공유하고 조언을 구하는 것 역시 불법이 아니다”라며 “댓글로 2차 가해를 당한 피해자나 명예훼손을 당한 사람이 직접 고소를 진행하는 것 외에는 방법이 없어 보인다”고 귀띔했다.

실제로 C씨가 운영하는 블로그에 따르면 B 카페에서 활동해 입건된 사람은 없다. 

법무법인이 카페를 통해 양형인자를 공유하고 변호사 선임을 유도하는 것이 직업적 윤리에 어긋난다는 지적도 나온다. 법무법인이 성범죄 전문 카페를 운영하는 것, 이를 통해 변호사 수임을 하게 만드는 것은 변호사 광고에 관한 규정 위반은 아니지만 변호사윤리장전에 적시된 윤리강령을 어긴 것으로 볼 수 있다는 것이다.

한 대한변호사협회 관계자는 “만약 ‘성범죄 전문 변호사가 운영하는 성범죄 전문 카페’라면 변호사 광고에 관한 규정을 위반한 것으로 볼 수 있다”면서도 “하지만 해당 케이스는 ‘성범죄등 형사범죄 전문 카페’로 이와 다르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서로 서로 탄원서 작성도”
조언 후엔 변호사 추천까지 


그러면서도 “다만 카페의 게시글이나 댓글을 살펴보면 변호사 선임을 유도하는 것으로 보이는 경우가 있어 보인다”고 덧붙였다.

한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도 “카페 회원들은 재판이나 수사 등에 필요한 정보를 얻기 위해서 카페에 가입했다”며 “가입 후 원하는 정보를 얻게 되면 흔쾌히 카페를 운영하거나 카페서 활동하는 변호사를 선임하는 것까지 나아갈 수 있다. 이 같은 점을 노리고 카페를 운영한다면 운영 주체인 법무법인 소속 변호사들의 윤리관이 정상이라고 볼 수 없다”고 지적했다.

C씨는 카페 운영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그는 “카페에선 스태프들이 밤낮으로 활동하며 질문에 대한 답변과 안내를 드리고 있다”며 “카페서 무조건 우리 법무법인서 변호사를 선임하라고 광고하진 않는다”고 반박했다.

이어 “성범죄 변호사는 피의자 편만 들면서 그 잘못을 없애거나 축소하기 위해 변호하는 것이 아니다”라며 “성범죄 변호사는 대한민국의 법과 절차, 대법원 양형기준 등을 기반으로 개개인의 사정과 사건 경위, 범죄 수위 등에 맞는 처벌을 받을 수 있도록 조력을 드리고, 수사 및 공판 과정서 불합리한 처분이나 대우를 받지 않고 온전한 방어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변호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카페에선 자신의 사건에 관해 명확히 파악하고 피해자에게 용서를 구하는 과정서 적절하게 도움을 받을 수 있도록 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고 강조했다.

또 “카페를 운영하면서 사건 수임이 많아진 것은 사실이지만 카페를 운영하는 것은 사실 ‘양날의 검’이라고 할 수 있다”며 “14만명이나 되는 카페를 운영하면서 수사 과정이나 재판 과정에 문제가 생기면 우리 법무법인에 대한 부정적인 게시글을 올릴 수 있고 카페 회원 수가 많은 만큼 법무법인의 이미지에 큰 타격을 줄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이런 위험을 안고 있으면서 이렇게 공연히 운영하는 것은 누구보다 소통을 중요시하며 의뢰인, 회원님들과 같은 위치서 더 깊게 이해하고 더 나은 결과로 이끌어가기 위함이니 이해를 해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누군가엔
안식처로”

B 카페서 조언을 받아 억울함을 해소했다는 한 회원도 해당 커뮤니티를 그저 성범죄자 소굴로 보면 안 된다고 지적했다. 그는 “B 카페에 있는 모든 이들을 성범죄자이자 양형을 위한 정보 공유 소굴로 표현하는 것에 분노를 느낀다”며 “무고로 인한 맘고생에 인생하직 직전까지 갔던 입장서 B 카페가 없었다면 정말로 힘들었을 것이다. 이곳은 누군가에게는 안식처”라고 호소했다. 

<kcj5121@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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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발’ 검찰·법원 피바람 플랜

‘이재명발’ 검찰·법원 피바람 플랜

[일요시사 취재1팀] 김철준 기자 = 윤석열정부 당시 ‘정적 죽이기’로 가장 많은 피해를 봤던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3일 당선됐다. 이 대통령은 대선 기간 내내 검찰개혁과 사법개혁을 공약으로 내놨다. 이 대통령이 당선되자 검찰 내부는 ‘어쩔 수 없다’는 분위기가 나오고 있다. 다만 법조계와 학계에서는 검찰개혁과 사법개혁을 신중하게 진행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시된다. 이재명 대통령이 임기를 시작하면서 검찰 내에는 긴장감이 돌고 있다. 이 대통령이 후보 시절까지 포함해 취임 전 법원·검찰과 여러 차례 대립각을 세웠고 선거 과정서 사법개혁과 검찰개혁을 주요 공약으로 내세운 만큼 빠른 시일 내에 개혁에 착수할 것이라는 예측이 나온다. 수차례 대립각 이재명정부서 문재인정부 시절 ‘미완’으로 끝난 이른바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이 완성될지 관심이 모이고 있다. 이 대통령은 선거 기간부터 “검찰개혁을 완성하겠다”며 “수사와 기소를 분리하고 수사기관의 전문성을 확보하겠다”고 공약했다. 이는 문정부 때부터 줄곧 추진해 온 검찰개혁 방안과 유사하다. 문정부 당시 부패·경제 범죄 등에 대한 수사권만을 검찰에 남겨두고 다른 범죄에 대한 수사권은 경찰로 옮겼다. 하지만 윤정부 들어 이른바 ‘검수원복(검찰 수사권 원상복구)’ 시행령과 수사준칙 개정 등으로 여타 범죄에 대한 수사권도 일부 복구됐다. 이 대통령의 수사와 기소 분리는 문정부와는 궤를 달리할 것으로 예상된다. 검찰청을 기소와 공소 유지를 담당하는 ‘기소청’으로 전환하고 중대범죄수사청과 같은 새로운 수사기관을 신설한다는 것이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의 구상이다. 이를 통해 검찰의 기소권 남용에 대한 사법 통제가 강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 여기에 검사를 일반 공무원처럼 자체 징계만으로도 파면할 수 있도록 하는 ‘검사 징계 제도’까지 도입한다는 구상이다. 또 ▲압수·수색영장 사전심문제 도입 ▲대통령령인 수사 준칙 상향 입법화 ▲피의사실공표죄 강화 ▲수사기관의 증거 조작 등에 대한 처벌 강화 및 공소시효 특례 규정 내용이 담긴 수사 절차법도 제정할 계획이다. 이와 함께 이 대통령은 개헌을 통해 검찰총장 임명 시 국회 동의가 필요하도록 하고, 검사의 영장 청구권 독점도 폐지하겠다고 공약했다. 사실상 무소불위였던 검찰 권력을 수술대에 올리겠다는 취지다. 이에 대해 한 법조인은 “이 대통령이 현재 12개 혐의로 5건의 재판을 받고 있는데 이 가운데 상당수는 지난 정부서 검찰이 수사·기소한 것”이라며 “이 대통령으로서는 검찰에 대해 부정적 시각을 가질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검사 출신인 다른 법조인은 “앞서 민주당의 검사 탄핵이 모두 헌법재판소서 기각 결정을 받았는데, 이 대통령 공약대로 기소권 남용 통제, 검사 징계 파면 등이 도입된다면 검찰에 대한 견제가 매우 강화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또 다른 법조인은 “이 대통령이 공수처와 국가수사본부에 힘을 실어준 뒤 두 기관을 적극 활용해 이른바 ‘적폐 청산’을 하려는 것 아니냐”고 전망했다. 수사청과 기소·공소청 분리 원칙 줄사표 신호탄…내부는 ‘초긴장’ 검찰 내부에서는 착잡한 기류가 팽배하다. 앞서 민주당이 추진했던 검사 탄핵이나 특활비 전액 삭감과는 비교가 안 될 정도로 강도 높은 개혁이 이뤄질 것으로 보고 있기 때문이다. 대검찰청 한 관계자는 “검찰의 운명은 민주당에 달려있는 것 아니겠느냐”며 “이재명정부와 여당이 된 민주당이 몰아칠 텐데 검찰의 협상력은 사실상 없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재경지검의 한 부장검사도 “개혁을 하든, 무엇을 하든 담담하게 운명을 받아들여야지 별 수 있냐”며 “다들 숨죽이고 지켜보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서울중앙지검의 한 부장검사는 “대개 검찰을 지원하는 이유가 국가에 대한 사명감 때문인데, 검찰개혁에 포함된 검사징계법에 파면을 명문화하게 되면 리스크를 감수하고 공익을 위해 일할 사람이 몇이나 되겠냐”며 “4~5명의 평검사가 각 부서에 있어야 수사가 원활하게 진행되는데 지금도 2~3명의 평검사만으로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검찰개혁 이후에는 부장 검사 밑에 직접 수사를 할 평검사가 전혀 없을 수 있다는 예상도 나오고 있다”고 토로했다. 특수부 검사들 사이에서는 인사보복에 대한 우려가 강하게 나오고 있다. 특히 이 대통령을 수사했던 특수부 검사들은 ‘검찰개혁 이전에 인사보복을 당할 것’이라고 사석에 이야기하고 다닌다고 한다. 반면, 일선 형사 사건을 수사했던 검사들은 “우리에겐 직접적인 피해는 없을 것”이라며 선을 긋는 분위기다. 다만, 형사부·특수부 검사들이 공감대를 이루며 우려하는 부분도 있다. 과거 문정부 시절 검경수사권 조정으로 경찰의 권한이 비대해진 바 있는데, 이번 검찰개혁으로 경찰이 영장 청구권을 확보하는 경우가 대표적이다. 검찰 단계서 경찰의 영장청구를 판단하지 않아 문제가 생길 것이라는 분석이다. 검찰 내부서 특수부와 형사부가 갈리는 상황에 이들을 모을 구심점도 없다. 과거 문정서 검찰개혁이 추진될 때 검사들이 단일대오로 뭉쳐 저항했던 것처럼 먼저 움직일 사람이 없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결국 수사로 검찰의 존재 의의를 보여야 하지만 ▲12·3 비상계엄 사태 ▲도이치 주가조작 의혹 ▲명태균·건진법사 선거개입 의혹 등 굵직한 주요 사건 관련 특검법이 국회 본회의에 부의돼있다. 특검이 시작되면 검찰의 역할은 줄어들 수밖에 없다. 새 정부의 법무부 장관 인선 직후 대규모 인사도 예상된다. 당장 고검장·지검장 물갈이에 이 대통령 관련 사건을 맡았던 검사들의 줄퇴사도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 실제 지난달 20일 사의를 표했던 이창수 서울중앙지검장의 사직서는 지난 3일 수리됐다. 검 운명은 민주당에 이 지검장은 수원지검 성남지청장 재직 당시엔 성남FC 및 선거법 위반 등으로 이 대통령을 기소했다. 이미 2022년부터 업무 과부하 등을 이유로 매년 100명 이상의 검사들이 퇴직했는데 이번엔 이보다 더 큰 규모로 검찰 대탈출이 벌어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실제 윤정부가 들어섰던 해인 2022년엔 직전 해(79명)보다 2배쯤 많은 검사 142명이 퇴직한 바 있다. 다만 퇴사를 희망하는 검사가 많더라도 대형 로펌에 이들을 다 수용할 수 있는 자리가 없어 실제 퇴사 규모는 예상보다 적을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일각에서는 검찰개혁 신중론도 나오고 있다. 검찰 내부에선 피할 수 없는 문제지만 속도전이 아닌 과거 수사권 조정에 따른 부작용에 대한 반추와 함께 구조적인 문제를 해결하는 차원의 정책 설계가 우선돼야 한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문정부 시절 검찰개혁으로 인한 수사권 조정 등으로 인한 영향을 복기해봐야 한다는 것이다. 한 검사장급 간부는 “다 예상했던 것들로 놀랍진 않지만 수사가 효율적으로 될 수 있도록 제도를 설계했으면 좋겠다”며 “과거 수사권 조정으로 대표되는 검찰개혁이 왜 실패했다고 평가를 받겠나? 수사권 조정 등 앞선 검찰개혁에 대해 복기한 다음 추진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한 차장검사는 “수사기관 간 견제는 경쟁으로 이어진다”며 “수사는 합리적이고 치밀하게 해야 하는데 다른 기관을 의식해 무리하게 하다 보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에게 돌아간다”고 우려했다. 한 부장검사는 “구조적인 문제가 없도록 꼼꼼히 설계해야 한다”며 “수사권, 수사력의 문제도 있지만 법 자체가 구조적으로 난점이 있다는 것에 더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형사소송법 등 근간이 되는 법에 속도전으로 나선다면 이번 비상계엄 사태 수사 때처럼 향후 여러 문제가 드러날 것”이라고 밝혔다. 또 다른 부장검사도 “수사기관끼리 경쟁하게 되면 결국 윤 전 대통령 내란 수사처처럼 어느 사건이든 번번이 망가질 것”이라며 “검찰 등 수사기관, 학계, 정계 등이 참여하는 공론의 장에서 시간을 갖고 충분히 논의해야 할 문제”라고 했다. 이재명정부는 검찰개혁과 더불어 수사기관 개혁과 사법개혁도 같이 추진하려고 준비 중이다. 이 대통령은 검찰의 권한은 축소하면서 경찰과 공수처의 권한은 더욱 강화하겠다는 공약을 펼쳤다. 민주당은 공수처 검사 정원을 현행 25명에서 최대 300명까지 확대하고, 고위 공직자의 모든 범죄에 대해 영장 청구 및 기소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꼼꼼히 설계해야 법조계 안팎에서는 성급한 수사기관 확대가 오히려 독이 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 공수처가 2021년 출범 이후 뚜렷한 수사 성과를 내지 못했기 때문이다. 특히 12·3 비상계엄 사건서도 윤석열 전 대통령 대면조사에 실패하는 등 수사력 한계를 노출했다. 게다가 윤 전 대통령의 내란 우두머리 혐의 수사에서 검찰과 경찰, 공수처가 각자 수사권을 주장하며 혼선을 빚기도 했다. 이창현 한국외국어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검경 수사권이 조정된 지 5년이 지난 시점서 경찰 국가수사본부, 공수처, 검찰의 수사 성과를 냉정히 평가한 뒤 수사권 분리를 논의해도 늦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 대통령이 가장 먼저 개혁할 것으로 보이는 것은 사법개혁이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지난달 1일, 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에 대한 파기환송을 결정하고, 다음날에 파기환송심 첫 공판기일을 그달 15일로 지정했다. 그러나 공판기일을 지정한 지 5일 만에 다시 공판기일을 대선 이후인 오는 18일로 변경했다. 연기 사유는 “대통령 후보인 피고인에게 균등한 선거운동의 기회를 보장하고, 재판의 공정성 논란을 없애기 위해서”였다. 일련의 과정 이후 민주당 내에서는 ‘대법관 증원’을 비롯한 사법부 개혁이 대선 국면의 핵심 의제 중 하나로 떠올랐다. 민주당 의원들은 대법관 증원 법안을 연달아 발의했고, 박범계 의원이 법조인이 아닌 사람도 대법관으로 임명할 수 있도록 하는 법원조직법 개정안을 발의했다가 논란 끝에 철회하기도 했다. 이 대통령은 대선 기간 발표한 공약집서 ‘내란 극복과 민주주의 회복’의 하위 범주로 “사법개혁을 완수하겠다”며 대법관 증원을 비롯한 여러 정책을 공약했다. 대법원 등 사법기관도 엎는다 “신중하게 진행해야” 의견도 공약집에는 실제 증원 규모가 명시되지 않았으나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인 개정안은 대법관 수를 30명으로 늘리는 방안을 담고 있다. 대법관 수를 100명으로 늘리는 법안도 발의됐으나 논란이 일자 민주당은 지난달 26일 철회했다. 대법관이 증원되면 현재 1인당 연평균 약 4000건을 처리해야 하는 대법관들의 업무 부담이 줄면서 ‘재판 지연’의 주된 원인으로 꼽히는 상고심 적체 현상은 상당수 해소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대법관 전원이 참여하는 전원합의체를 통해 법적 안정성을 확보하고 사회적 갈등에 해답을 제시하는 최고 법원의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못할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된다. 30명이 모두 모여 깊이 있는 합의에 도달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쉽지 않아 보이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대법관 증원에 따라 이 대통령 임기 중 총원의 절반이 넘는 대법관이 대통령 임명을 받아 합류하면 사법부 구성이 편향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법원의 재판에 관한 헌법소원 심판을 허용하는 ‘재판 소원’이 도입될지도 관심사다. 민주당 의원들이 헌법재판소법 개정안을 발의해 국회에 계류 중이다. 재판소원이 허용되면 법원이 법률을 헌법에 어긋나게 해석·적용하거나, 재판의 절차적 측면서 국민의 기본권이 침해됐다고 판단된 경우 헌재가 결정으로 위헌임을 확인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대법원은 헌재가 법원의 재판에 관여하는 것은 ‘사법권은 법관으로 구성된 법원에 속한다’고 정한 헌법 101조에 반하고 불필요한 법적 분쟁을 초래할 수 있다는 이유로 법안에 반대해 왔다. 법조계의 의견은 엇갈린다. 재판소원 추진 논의가 이 대통령에 대한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 이후 급물살을 탔다는 점에서 대법원을 견제하려는 시도로 보는 시각도 있다. 사실상의 ‘4심제’가 돼 최고법원으로서 대법원의 기능이 약화하고 법적 안정성이 떨어질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반면 헌법기관 간 상호 견제를 강화하고 국민의 기본권을 보호할 안전망을 두텁게 만든다는 점에서 도입을 긍정하는 견해도 있다. 실제로 법조계에서는 오랜 기간 재판소원 도입의 필요성에 관한 논의가 이어져 왔다. 헌재 역시 최근 국회에 “국민의 충실한 기본권 보호를 위해 개정안의 취지에 공감한다”는 찬성 의견을 냈다. 이밖에 판결문 공개 범위 확대, 공개변론 중계 의무화 추진, 법관평가위원회 설치 등 국민의 사법 접근성을 제고하는 정책 등도 이 대통령 임기 중 추진될 전망이다. 이 대통령은 지난달 25일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는 “사법개혁 문제는 최우선 문제에 속하지 않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당시 “제도 개혁이나 특히 사법·경찰·검찰개혁은 중요하다. 수사권 조정이든 다 중요하다”면서도 “여기에 주력해서 힘을 뺄 상황은 아닌 것 같다”고 덧붙였다. 민생이 우선 일단 후순위 이후 지난 6월4일 취임사에선 “먼저 민생 회복과 경제 살리기부터 시작하겠다. 불황과 일전을 치르는 각오로 비상경제대응TF를 바로 가동하겠다”며 “국가 재정을 마중물로 삼아 경제의 선순환을 되살리겠다”고 강조했다. 검찰 및 사법개혁이 중요하지만 민생 회복이 중요하다고 재차 강조한 셈이다. 이로 인해 검찰·사법개혁은 후순위로 미뤄질 것으로 보인다. <kcj512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