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마약왕 사라김’ 김형렬 공소장 막전막후

역대급 40년 구형 그래도 허점투성이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검찰이 ‘동남아 3대 마약왕’ 김형렬에게 징역 40년을 구형했다. 마약범이 받은 구형 중에서는 역대급이다. 그가 국내를 포함해 유통하거나 조달한 마약은 수백 kg으로 추정된다. 마약왕 전세계 박왕열의 상선으로 알려진 김형렬은 자신의 범행 일부를 부인 중이다. 자신은 박왕열의 상선이 아니라는 게 핵심이다.

‘동남아 마약왕’ 김형렬은 ‘사라김’이라는 닉네임을 사용했다. 그는 사탕수수밭 살인사건 주범으로 체포된 박왕열을 필리핀 감옥서 처음 만났다. 둘은 서로에게 마약을 공급하는 협력자였다. 상·하선 관계보다는 마약 사업을 논의하던 파트너였다는 것이다. <일요시사>는 이른바 검찰의 ‘김형렬 공소장’을 입수해 사건의 전반을 살펴봤다.

베트남 출국
거물로 성장

김형렬이 베트남으로 출국한 건 지난 2018년 10월11일이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텀블러와 트위터를 통해 마약류 판매 광고를 진행하고 보안성이 높은 텔레그램 메신저를 이용했다. 그는 총 4개의 닉네임을 사용했다. 마약상들에게 가장 많이 알려진 닉네임은 사라김과 염라대왕이다.

김형렬은 필로폰 등 마약류 판매를 위해 운반책(속칭 드라퍼)들에게 마약류가 숨겨져 있는 좌표를 제공하고 베트남서 구매한 마약류를 국제우편, 여행객 등을 통해 국내로 밀반입했다. 드라퍼들은 김형렬의 지시를 받고 수도권 지역 주택가 우편함, 전기단자함, 상가 화장실 등에 마약류를 은닉했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김형렬의 공소장을 보면 김형렬은 같은 해 12월29일 필로폰 매수자 A씨로부터 필로폰 대금 35만원원을 B씨를 통해 관리하고 있던 계좌로 송금받았다. 이후 서울 서초구 반포동의 한 우편함에 숨겨놓은 필로폰 사진과 주소를 A씨에게 보내 필로폰을 수거해 가는 방법으로 지난 2019년 4월 초까지 26회에 걸쳐 필로폰 대금 1219만5500원을 송금받았다.


김형렬은 마약류 판매 범행에 대한 수사 및 불법 수익의 몰수를 피하려 대포통장을 여러 차례 개설하고 마약류 매수자들에게 제3자의 주민등록번호를 제공했다. 그는 지난 2018년 10월12일부터 2019년 3월24일까지 마약류 매수자들에게 제3자의 주민등록번호를 제공한 후 약 8150만원을 받고 그중 4097만원을 현금으로 인출해 B씨에게 총 7회에 걸쳐 전달하도록 했다.

김형렬은 지난 2019년 2월23일 베트남 호치민시 푸미욘 코리아타운의 한 술집서 케타민을 투약하고 아파트에서는 필로폰을 투약했다.

김형렬은 과거 <뉴스타파>와의 인터뷰서 “베트남 호치민시에 살고 있고 박왕열의 상선이 맞다”며 “필리핀 감옥서 박왕열을 처음 만났고 탈옥한 박왕열에게 마약을 대량으로 공급해 줬다. 코로나19 문제가 해결되면 한 달 최대 50kg의 필로폰을 공급할 능력이 있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얼마 가지 않아 박왕열에게 마약을 공급했다는 의혹, 텔레그램 마약방서 필로폰을 판매한 사실을 모두 부인했다.

검, 김·아들 마약 사업 동업자 판단
이례적 강경 구형…사실 박왕열 범죄?

김형렬의 마약 사업은 지난 2022년 7월17일 그가 베트남 현지서 검거되면서 마침표를 찍었다. 앞서 경찰은 지난 2019년 6월 베트남 공안과의 공조 수사를 시작해 인터폴 적색수배서를 발부받았다. 경찰청은 김형렬과 관련된 첩보를 입수하고 조사팀을 베트남에 파견하기도 했다.

검거 전날인 16일에는 베트남에 경찰청 인터폴 계장과 베트남 담당, 인천경찰청 국제공조팀원, 경기남부경찰청 수사관 등으로 구성된 검거 지원팀을 보냈다.


김형렬은 현지서 일반 교민처럼 평범하게 사는 모습을 보이며 신분을 숨겨왔다. 실제 그는 수시기관의 추적을 피하려 위조 여권을 만들어 신분 세탁까지 시도했다. 그러나 검찰은 그에게 업무방해 및 공문서위조 혐의를 적용하지 않았다.

김형렬 사건을 수년간 수사한 한 경찰 간부는 “김형렬이 위조 여권으로 밀항했다거나 이득을 봤다는 물증을 수사기관서 확인하지 못했을 뿐”이라며 “부실하게 수사하진 않았다”고 강조했다.

수사기관은 김형렬이 박왕열의 상선이라고 보고 있다. 검찰이 그에게 징역 40년을 구형한 걸 보면 알 수 있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수원지법 제13형사부(부장판사 박정호)는 지난달 30일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향정) 등 혐의로 구속 기소된 김형렬과 공범인 그의 아들 김모씨에 대한 결심공판을 열고 변론을 종결했다.

이날 검찰은 김형렬에게 징역 40년, 김형렬의 아들이자 공범인 김씨에게 징역 15년을 각각 선고해 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박왕열 상선?
“아니다” 주장

앞서 검찰은 김형렬과 공범 김씨에게 징역 17년, 징역 3년을 각각 구형한 바 있다. 하지만 새로운 마약 사건이 추가로 기소되면서 총 7개 사건이 병합돼 김형렬과 김씨에 대한 검찰 구형이 이날 다시 이뤄졌다.

김형렬 측 변호인은 최후변론서 “김형렬은 대체로 마약 투약 등에 대한 범행을 인정하는 상황”이라면서도 “다만 박왕열과 친분이 있어 그에게 자신의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알려준 것 때문에 박왕열의 범행까지 다 오해를 받고 있다”고 밝혔다.

변호인은 공범 김씨에 대해서도 “아버지의 부탁으로 이 사건에 연루된 점과 아직 나이가 젊고 마약을 투약한 사실이 없는 점 등을 참작해 달라”며 ‘무죄’를 선고해 줄 것을 호소했다.

김형렬은 최후 진술서 재판부에 제출할 한 장 분량의 미리 준비한 자필 진술서를 꺼내 읽었다. 김형렬은 “재판을 받는 지난 2년 동안 단 하루도 반성하지 않은 날이 없다”면서 “너무 큰 죄를 지었다. 입이 열개라도 할 말이 없다”고 말했다.

그의 아들 김씨도 최후 진술서 “유년 시절 아버지와 살지 못해 그리움이 컸는데 20살에 아버지와 연락이 되고 아버지 부탁을 안 들어줄 수 없었다”며 “아버지가 부탁하더라도 잘 판단했어야 했는데 당시 나이가 어려 생각을 잘 못했다. 평범하게만 살 수 있도록 선처해 주시면 감사하겠다”고 호소했다.

일각에서는 검찰이 추가한 새로운 마약 사건이 김형렬이 아닌 박왕열의 범죄라고 주장한다. 박왕열과 김형렬이 국내로 유통한 마약 규모의 차이가 크기 때문이다. 수사기관이 확인한 김형렬의 마약 유통 규모는 약 70억원이다. 박왕열이 국내에 유통시킨 마약 규모는 한 달에 60kg, 시가로 300억원이 넘는다.


검찰 기소
잘못됐다?

그러나 박왕열이 국내로 송환되지 않으면 김형렬의 정확한 범죄 내용을 확인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박왕열의 국내 송환 가능성은 0%에 가깝다.

한국과 필리핀은 형사사법공조조약과 범죄인 인도조약이 체결돼있다. 필리핀서 장기간 수용 생활을 하는 한국인을 한국으로 이송하면 좋으나 현재 수용자 이송조약은 체결돼있지 않다.

법무부는 “송환이 필요하다고 판단되는 인물에 한해 이송 요청을 지속하고 있다”며 “필리핀 이민국과 논의를 이어가는 중”이라고 밝혔다. 법무부의 이 같은 입장은 2년 전과 다르지 않다. 시간이 가는 동안 이송조약조차 체결하지 못한 점은 한국 정부의 소극 행정이라는 지적이다.

실제 법무부는 일부 한국인 범죄자들에 관해 송환신청서도 보내지 않은 바 있다. 범죄인 인도는 국제형사사법 공조 활동 가운데 가장 고전적 수단이다. 이는 관할권으로부터 도주한 범죄인은 범죄인 소재지국보다는 범죄 행위지국서 유효·적절하게 재판 또는 처벌할 수 있다는 인식에 근거한다.

다만 범죄인 인도는 국제법상 확립된 제도가 아니다. 국제법상 의무가 아니므로 조약상 의무가 없는 한 타국의 인도 요구를 수용하지 않아도 국제법 위반은 아니기에 각국은 인도 여부를 각 국가 재량으로 결정할 수 있다.


한국 범죄인 인도법은 조약을 체결하지 않은 국가와도 상호주의를 적용해 인도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인도 대상이 되는 범죄는 원칙적으로 청구국 영역서 발생한 범죄다. 영해나 영공서 저지른 범죄는 물론 공해상 청구국의 선박이나 항공기서 벌인 범죄도 포함한다.

여권 위조로 수사기관 추적 피해
업무방해·공문서위조 적용 빠져

범죄인은 수사 또는 재판을 받고 있거나 유죄 판결을 받고 피청구국으로 도주한 자를 말한다. 인도 대상 범죄인은 주로 청구국 국민과 제3국인이다. 인도가 허용되는 범죄는 청구국과 피청구국의 법률로 모두 처벌 가능한 범죄여야 한다.

인도 요청을 거절하는 사유는 의무적 거절 사유와 재량적 거절 사유로 나눌 수 있다. 피청구국서 청구 범죄에 대해 이미 확정 판결을 받은 경우도 의무적 거절 사유다. 박왕열의 경우 2016년 10월 필리핀 한 사탕수수밭서 한국인 3명을 총으로 쏴 살해한 혐의로 필리핀 대법원서 ‘다량 살인’ 혐의로 단기 57년4개월, 장기 60년의 징역형을 확정받아 의무적 거절 사유에 해당한다.

김형렬을 비롯한 동남아 마약왕급 사건을 수년간 수사한 경찰들은 김형렬이 유통한 규모 70억원은 확인된 양일 뿐 확인하지 못한 양은 몇 배가 될지 알 수 없다고 지적한다.

한 경찰 간부는 <일요시사>와의 인터뷰서 “김형렬이 마약을 판매한 금액으로 100억원대 비트코인을 구매했다는 정보도 있었다. 그 돈을 불려서 도박사이트에 이용했을지 더 많은 마약을 유통했을지 알 수 없다”며 “확실한 건 박왕열보다 유통한 마약의 양이 훨씬 많았다는 게 주된 얘기였다”고 강조했다.

이 간부는 “분명 동남아에 숨겨둔 자금이 있을 것이다. 김형렬의 목적은 최대한 형량을 낮게 받아 동남아로 돌아가려는 것이다. 과거에 저질렀던 행위를 다시 키우려는 게 그의 최종 목표”라고 말했다.

정보기관 관계자도 “첩보를 수사기관에 넘긴 후 확인된 내용만 공소장에 담긴다. 동남아 마약왕 사건 관련 내용 중 유통량이 300kg 이하인 경우는 없었다. 300kg은 동시 투약량으로 따지면 600만~700만명이 맞을 수 있다. 김형렬은 명백한 마약왕급 거물이고 그의 아들은 자금을 관리하던 동업자”라고 단언했다.

그러나 김형렬을 잘 아는 측근들은 그가 박왕열의 상선일 리가 없다고 주장한다.

김형렬과 마약을 함께 판매했던 한 마약상은 “박왕열에게 마약계 큰손을 알려준 중개인이었던 것뿐 박왕열에게 마약을 공급하면서 거물이 된 건 아니다. 과장된 사실”이라고 말했다.

확인 못한
‘수백 kg’

필리핀 비쿠탄에 수감된 한 재소자도 “텔레그램 서버가 달랐다. 김형렬이 박왕열보다 유통 규모 자체가 적었다. 그가 박왕열의 상선이라는 한국 언론 보도를 보면서 경찰과 검찰이 사건의 진상을 잘못 파악한 것 아니냐고 생각하는 사람이 한둘이 아니다”고 주장했다.

이 재소자는 “김형렬이 박왕열의 상선이라기보다는 박왕열이 김형렬의 아이디를 쓰면서 유통망을 키운 것이라고 보는 게 정확하다”고 했다.

<hounder@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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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계 스캔들과 정치권 음모론

연예계 스캔들과 정치권 음모론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한때 연예계를 떨게 했던 ‘마의 11월’이 다시 온 걸까? 매년 11월마다 연예계와 방송가에서 각종 이슈가 터진다는 말에서 비롯된 표현이다. 아슬아슬하게 11월은 넘기는가 싶더니 12월이 되자마자 연예계 이슈가 온 세상을 뒤덮었다. 동시다발로 터져 나온 연예계 사건·사고에 정작 중요한 이슈들이 가라앉고 있다. SNS에서 의혹이 제기되고, 이는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게재된다. 얼마 가지 않아 기사로 보도된다. 유튜브 쇼츠로 제작돼 확산한다. 다시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온다. 방송으로 퍼진다. 방송분이 편집돼 다시 유튜브 영상으로 제작된다. 이 모든 과정에서 생산된 콘텐츠는 SNS를 통해 재생산된다. 다른 이슈가 불거진다. 반복된다. 하루 사이 연달아서 최근 이슈가 퍼지는 방식이다. 기사 등을 통해 정보가 대중에게 전달되던 시기는 이제 끝났다. 이제는 오히려 언론이 온라인 커뮤니티 글을 소스로 기사를 작성하는 판이다. 동시에 레거시 미디어를 통해 정보가 확산하던 시기도 지나간 지 오래다. 이제 모두가 유튜브로 이슈를 확인하고 댓글을 통해 의견을 표출한다. 문제는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레거시 미디어로, 또다시 유튜브로 대표되는 뉴미디어로 정보가 전달되는 과정에서 자극도가 높아진다는 점이다. 동시에 확인되지 않은, 왜곡된 내용이 처음 올라온 정보에 덕지덕지 달라붙는다. 확산 속도 또한 어마어마하게 빠르다. 몇 시간이면 대형 온라인 커뮤니티 사이트를 비롯해 유튜브까지 퍼진다. 이 사이클은 무한정 돌아간다. 시간이 가면서 대중은 짧은 영상에 목말라 하고 있다. 분 단위의 영상보다는 초 단위 쇼츠에 더 열광한다. 영상 제작자는 조회수가 곧 돈이기에 대중의 입맛에 콘텐츠를 맞출 수밖에 없다. 도파민을 바라는 대중의 눈에 들기 위해선 흡인력 있는 영상을 만들어야 한다. 사실이든 아니든 그것은 중요하지 않다. 불과 일주일 새 연예계에서 동시다발로 이슈가 터졌다. 과거, 약물, 갑질, 조폭 의혹 등 언급되는 단어만으로 충격이 일었다. 여기에 의혹에 연루된 연예인의 면면이 전부 각 분야에서 잘 알려진 사람이라는 점은 이슈 확산에 기름을 부었다. 순식간에 커뮤니티와 유튜브 등이 불타올랐다. 배우 조진웅이 과거에 소년범이었다는 보도가 나왔다. 올해 광복절 경축식을 비롯해 정부 행사에 자주 얼굴을 드러냈던 터라 처음에는 반신반의하는 반응이 많았다. 비상계엄 사태 때에도 SNS에 글을 올리는 등 말할 때는 하는 이른바 ‘개념 연예인’으로 알려져 있어 대중은 조진웅의 반응을 기다렸다. 기사, SNS로 한꺼번에 유튜브 타고 빠른 확산 하지만 소년범이었던 과거가 사실로 드러나고 그가 은퇴를 선언하면서 상황은 걷잡을 수 없이 커졌다. 동시에 조진웅의 은퇴를 두고 ‘과거의 일’이라는 의견과 ‘피해자를 생각하라’는 의견이 대립하기 시작했다. 일부 진보 진영 정치인이 한두 마디씩 말을 보태면서 의견 대립은 정치권으로까지 번졌다. 여기에 소년범 의혹을 최초로 기사화한 언론의 보도 윤리도 도마 위에 올랐다. 개그우먼 박나래는 매니저 갑질 의혹과 불법 의료 시술 의혹이 동시에 불거졌다. 매니저들이 박나래를 상대로 고소했다는 보도가 나온 이후 줄줄이 이어진 후속 보도에서 드러난 의혹들이다. 박나래가 매니저들과 진실 공방을 벌이는 내용이 거듭해서 언론 보도, 유튜브 쇼츠 등으로 이어지면서 불씨가 꺼지지 않고 있다. 특히 불법 의료 시술 의혹은 ‘주사 이모’라는 존재가 등장하면서 판이 커질 기미를 보이고 있다. 주사 이모는 박나래에게 주사 등을 통해 투약한 인물로 추정된다. 해당 인물의 SNS가 공개되면서 몇몇 연예인이 연루 의혹을 받고 있다. 경찰 조사가 예정돼있어 장기전이 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 개그맨 조세호는 조폭 연루설에 휘말렸다. 조세호 의혹은 SNS를 통해 사진이 공개되면서 확산했다. 폭로자가 조세호와 조폭으로 추정되는 인물이 함께 찍은 사진을 올리고 글을 쓰면서 논란이 불거졌다. 그 여파로 조세호는 고정 출연하고 있던 <유 퀴즈 온 더 블럭>과 <1박 2일>에서 하차했다. 유명 연예인 도마 위에 아이돌 그룹 BTS의 정국과 에스파 윈터의 열애설도 비슷한 시기에 터졌다.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두 사람이 비슷한 위치에 ‘커플 타투’를 했다는 의혹이 나왔다. 두 멤버의 소속사인 하이브와 SM엔터테인먼트는 ‘노코멘트’라고 입장을 밝혔다. 두 그룹이 높은 인기를 누리고 있는 만큼 계속 언급되는 중이다. 한 건만으로도 상당한 파급력을 지닐 사건이 연이어 터지면서 일각에서는 누군가가 민감한 이슈를 덮기 위해 연예계 사건·사고를 일부러 수면 위로 끌어올린 게 아니냐는 이른바 ‘음모론’이 제기되고 있다. 앞서 매년 11월마다 연예인 관련 사건이 일어나는 것을 두고 나왔던 이야기가 이번에 다시 나온 것이다. 정치나 사회 이슈와 비교해 연예계 관련 사건·사고 소식은 대중에게 직관적으로 다가가는 편이라 몰입도가 높다. 동시에 휘발성도 크다. 또 대중에게 잘 알려진 연예인일수록 사건의 파급력이 크다. 물론 연말연시를 앞두고 머리 아픈 이슈에 질린 대중에게 연예계 문제는 더할 나위 없이 흥미로운 소재라 말이 나오는 것일 뿐 확인된 바는 없다. 말 그대로 ‘도시괴담’에 가깝다는 뜻이다. 그럼에도 이번에는 상황이 묘하게 돌아가고 있다는 말이 심심찮게 보인다. 실제 여야가 한데 얽힌 것으로 추정되는 통일교 문제, 야당에서 강하게 반발 중인 국가보안법 폐지 논란 등이 연예계 이슈에 묻혀 대중의 관심에서 멀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3300만명이 넘는 고객의 개인정보가 유출된 쿠팡 사태도 그 사건 규모에 비해 관심도가 떨어지고 있다. 마의 11월 12월로? 통일교 관련 논란은 당초 야당인 국민의힘에 포커스가 집중됐다. 국민의힘 의원들이 통일교로부터 정치자금을 받았다는 의혹이다. 그러다 최근 그 범위가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으로까지 확대됐다. 윤영호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이 통일교에서 금품을 제공한 정치인을 진술하면서 민주당 인사들도 입길에 올랐다. 민중기 특별검사팀은 지난 8월 윤 전 본부장으로부터 ‘통일교가 국민의힘 외에 민주당 소속 정치인들도 지원했다’는 취지의 진술을 확보했다. 윤 전 본부장이 언급한 인물 가운데 1명이 전재수 전 해양수산부 장관(당시 민주당 의원)이었다고 한다. 명품 시계 2개와 함께 수천만원을 한일 해저터널 추진 등 교단 숙원사업을 위해 줬다는 것이다. 금품수수 의혹이 보도되자 전 전 장관은 지난 11일, 전격 사의를 표명했다. 그는 “불법 금품수수는 없었다”면서 “장관직을 내려놓고 당당하게 응하는 것이 공직자로서 해야 할 처신”이라고 했다. 이어 “저와 관련된 황당하지만 전혀 근거 없는 논란”이라며 “해수부가 또는 이재명정부가 흔들려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민주당 내부에서는 정권이 흔들릴 수도 있는 사안이라는 목소리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동안 통일교 관련 논란으로 국민의힘에 맹공을 퍼부었는데 역풍이 불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실제 국민의힘은 ‘통일교 특검’을 주장하면서 민주당과 이 대통령을 몰아가는 중이다. 공수가 뒤바뀐 것이다. 범여권에서 추진 중인 국가보안법(이하 국보법) 폐지를 두고 정치권이 갈등을 빚고 있다. 국민의힘이 국보법 폐지에 강하게 반발하면서 여야 간 힘겨루기로 비화했다. 정치권 이슈 묻히고 쿠팡도 잠잠해지나? 지난 7일 민주당 민형배, 조국혁신당 김준형, 진보당 윤종오 의원은 국보법 폐지 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의원들은 “국보법은 제정 당시 일본제국주의 치안유지법을 계승해 사상의 자유를 억압한 악법이라는 비판을 받아왔다”며 “국보법의 대부분 조항은 형법으로 대체 가능하며 남북교류협력법 등 관련 법률로도 충분히 규율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반면 국민의힘은 국보법 폐지를 용인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국민의힘 송언석 원내대표는 ‘국가보안법 폐지, 누구를 위한 것인가’ 토론회에서 “국가정보원에서 대공수사권을 떼어내 경찰에 이관했지만 경찰은 그만한 준비가 제대로 안 돼 사실상 대공수사가 공중에 붕 뜬 느낌”이라며 “이런 상황에서 국보법을 폐지하려는 시도가 있다는 건 굉장히 심각한 일”이라고 지적했다. 연예계 이슈에 바로 직전 가장 큰 이슈였던 쿠팡 사태도 상대적으로 잠잠해졌다. 지난달 말 문자메시지 등을 통해 알려진 쿠팡 사태는 3370만명의 개인정보가 해외로 유출된 사건이다. 사실상 모든 고객의 정보가 털린 셈이다. 올 한 해 통신사, 카드사 등에서 개인정보 유출을 겪은 이용자는 또 한 번 직격탄을 맞았다. 쿠팡 사태는 해킹 등으로 정보가 유출된 여타 업체와 달리 전 직원의 소행으로 드러나면서 이커머스 업체의 보안 실태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지고 있다. 동시에 2010년 창업 이래 이커머스 시장을 독점하다시피 한 쿠팡 생태계의 민낯이 낱낱이 알려졌다. 동시에 쿠팡에서 일어난 노동자 사망사고도 재조명받는 중이다. 지난 10일에는 박대준 쿠팡 대표가 사임했다. 쿠팡은 “최근의 개인정보 사태에 대해 국민께 실망하게 한 점에 대해 매우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며 “이번 사태의 발생과 수습 과정에서의 책임을 통감하고 모든 직위에서 물러나기로 했다”고 밝혔다. 사실상 경질이라는 의견이 많다. 당분간은 계속될 듯 일각에서는 음모론에서 한발 더 나아가 여당 쪽에서 연예계 이슈를 터트린 게 아니냐는 의심이 나오고 있다. 통일교 논란, 국보법 폐지, 쿠팡 논란 등 대형 이슈가 여당 쪽에 불리한 내용이 아니냐는 설명이다. 한편에서는 여야가 동시에 발을 걸치고 있는 사안인 만큼 특정 진영의 유불리를 따질 수 없다는 반박도 나온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