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코인 시세조작’ 현직 군인 가담 의혹

  • 김성민 기자 smk1@ilyosisa.co.kr
  • 등록 2024.11.04 11:50:23
  • 호수 1504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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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 상사의 은밀한 투잡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현직 직업군인들이 가상자산 투자를 권유하는 이른바 ‘암호화폐 인플루언서’로 활동하면서 물의를 일으키고 있다. 이들은 빗썸 등 암호화폐 거래소에 상장될 코인이라며 구독자들에게 투자를 권유했다. 해당 코인을 발행한 재단과 마케팅 업체는 투자자를 모은 인플루언서에게 수수료를 챙겨준 것으로 알려졌다.

코인 인플루언서로 활동하는 현직 군인 최모씨와 이모씨는 모 육군 부대의 상사 계급을 달고 겸직 중이다. 두 사람이 각각 운영하는 텔레그램 채널엔 신규 발행한 코인 관련 정보들이 실시간으로 올라온다. 이들의 행위는 200만 유튜버 ‘오킹’의 코인 사기 연루 의혹과 흡사하다.

투자 권유한 군인

현직 군인 최씨와 이씨 같은 인플루언서는 확인된 숫자만 약 260여명에 이른다. 최씨와 이씨는 다수의 구독자에게 수십만개의 코인을 팔아치웠다. 통상 암호화폐 인플루언서들은 해당 업계서 전문가로 통한다. 이들의 권장사항은 신흥 암호화폐 시장에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투자자의 견해와 전략 형성과 디지털 자산에 대한 지식 전파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최씨와 이씨는 수년 전 자신들이 운영하는 텔레그램 채널 ‘청춘의 일상 크립토스쿨’과 ‘이글크루’서 Z카지노(ZKasino)라는 불법 도박 플랫폼에 기반한 코인을 추천했다.

Z카지노는 자체 코인인 ‘Zkas’를 채굴하기 위한 조건으로 투자자가 이더리움을 ‘Zkas’의 네트워크로 옮겨 예치하도록 요구했다. 이 과정은 이더리움을 Zkas 네트워크로 ‘브릿징’(네트워크 간 자산 이동)해 예치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이어 Z카지노는 채굴이 완료되면 이더리움을 다시 돌려주겠다고 약속하면서, 최소 1만개 이상의 이더리움을 모금했다. 하지만 최종적으로 이더리움을 돌려주지 않고 입출금을 정지한 채 자취를 감췄다. 당시 이더리움 1개당 3500달러 기준으로 약 504억원 상당의 금액을 Z카지노 측이 확보하고 잠적한 셈이다. 이후 지난 5월, Z카지노 발행인은 사기 혐의로 네덜란드 재무정보조사국(FIOD)에 의해 체포됐다.

이씨와 최씨는 Z카지노 등 코인 투자를 유도한 대가로 마케팅 회사로부터 70~80만원을 받았다. 이밖에 투자 유치를 통한 수수료, 판매 수익 등을 포함해 월 1000~2000만원 정도의 추가적인 수입을 얻은 것으로 알려졌다.

Z카지노 코인이 사기로 드러나면서 최씨와 이씨는 광고 게시물을 모두 삭제한 상태다. 두 사람과 채널을 함께 운영한 지인들은 최근에서야 그들이 직업군인이라는 사실을 알게 됐다고 한다. 이는 국가공무원법과 공무원의 온라인 활동 지침을 어기며 영리 행위를 한 사례다.

암호화폐 인플루언서로 활동
“곧 상장” 구독자에 투자 권유

해당 텔레그램 채널은 수익을 창출하는 행위로 현행 국가공무원법 ‘제64조(영리 업무 및 겸직금지)’에 저촉된다. 법령에 따르면 공무원은 공무 외에 영리를 목적으로 하는 업무에 종사하지 못하며 소속 기관장의 허가 없이 다른 직무를 겸할 수 없다. 군인 또한 공무원이기 때문에 이 법조항을 침해한다는 비난을 피하기는 힘들어 보인다.

특히 군인의 경우 타 공무원보다 더 엄격한 영리 업무 및 겸직금지 의무를 적용받는다. 군인복무규율 ‘제30조(영리행위 및 겸직금지)’에는 “군인은 군무 외에 영리를 목적으로 하는 업무에 종사하지 못하며 국방부 장관의 허가를 받지 않고는 다른 직무를 겸할 수 없다”고 명시돼있다.

최씨와 이씨의 행위에 대해 국방부는 “모 부대 소속 간부의 텔레그램 채널을 확인 중”이라며 “확인되면 관련 법규 위반 여부를 확인해 필요한 조치를 취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인플루언서들이 자신의 영향력을 이용해 투자를 권유한 사례는 최근 유튜버들 사이서도 등장했다. 구독자 200만명을 보유한 유튜버 오킹은 지난 5월 ‘스캠(사기) 코인’ 의혹을 받는 위너즈의 이사로 등재됐다는 사실이 알려져 활동을 중단한 상태다. 스캠 코인이란 투자자들을 속여 부당한 이득을 취하는 사기성 암호화폐를 뜻한다. 

위너즈는 블록체인 기술을 기반으로 MMA 리그와 스포츠센터 등을 운영하는 회사다. 지난해 글로벌 디지털 자산 거래소에 상장된 것으로 알려지기도 했다. 온라인 커뮤니티,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중심으로 이 회사가 자체 암호화폐인 ‘위너즈 코인’을 발행하는 과정서 불법자금 모집 등 위법행위가 있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결국 경찰은 스캠 코인 의혹을 받는 가상화폐 ‘위너즈 코인’ 발행사 위너즈 최승정 전 대표의 신병을 확보해 조사 중이다.

10~20%씩 수수료 챙겨
공무원 겸직금지 해당

경찰에 따르면 서울경찰청 형사기동대는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상 사기 등 혐의로 지난 6월24일 최 전 대표를 비롯한 업체 관계자 3명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경찰은 이어 지난 4월1일 위너즈의 강남구 사무실과 최 전 대표의 자택을 압수수색해 최 전 대표의 휴대전화 등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씨 등은 스캠 코인이 아니라고 주장하고 있지만 경찰은 범죄 사실이 소명되고 구속 사유가 있다고 판단했다.

위너즈는 블록체인 기술을 기반으로 하는 스포츠 플랫폼 회사다. 플랫폼 내에서 위너즈 코인을 선수 대체불가 토큰(NFT) 카드 구매, 후원 선수 투표 등 다양한 용도로 사용할 수 있다고 안내했으나 경기 결과를 예측해 선수를 후원하는 것이 불법 스포츠 도박과 유사하다는 비판에 직면했다.

설상가상으로 스캠 코인 의혹도 제기되면서 지난 2월 금융위원회가 민원을 접수해 경찰에 사건을 넘겼다. 경찰은 이 사건 연루 여부를 둘러싸고 위너즈와 공방을 벌인 유튜버 오킹과 투자금을 돌려받지 못했다는 피해자의 고소장도 함께 접수해 수사 중이다.

논란이 불거지자 넷플릭스 예능 <더 인플루언서>에 출연 예정이었던 오킹의 모습은 볼 수 없었다. 해당 방송은 22인의 인플루언서들이 출연해 최고의 영향력을 가진 1인을 뽑는다는 콘셉트의 프로그램으로, 올해 하반기에 공개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출연자인 오킹에 대한 코인 사기 연루 의혹과 프로그램과 관련된 스포일러를 담은 주장이 나오면서 타격을 입게 된 상황이다.

유튜버 시세조작

앞서 위너즈는 오킹을 비롯한 코인 인플루언서들을 대거 앞세워 투자금을 유치한 것으로 알려졌다. 위너즈 코인이 스캠 의혹에 휩싸이자 오킹은 자신도 피해자라고 해명하면서 위너즈 측을 사기 혐의 등으로 고소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최 전 대표는 오킹이 지인들까지 동원해 투자했고 고소하지 않겠다는 취지로 말했다며, 오킹과 통화한 녹취록 등을 공개하며 갈등을 빚었다.

<smk1@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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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여발 사법 전쟁 ‘끝까지 간다’

거여발 사법 전쟁 ‘끝까지 간다’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회 문턱을 넘은 내란 전담재판부 설치법이 사법부를 강타했다. 검찰은 1999년 특별검사제 도입 이후 권한을 조금씩 잃다가 올해 해체가 결정됐다. 검찰이 26년 전 느끼다가 현실이 된 불안을 이젠 사법부가 느낄 차례일지도 모른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등 범여권이 지난 24일 내란 전담재판부 설치법을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시켰다. 대법원은 지난 18일 “내란 사건만 맡는 전담재판부를 만들어 운영한다”는 취지의 예규 제정 방침을 밝혔다. 특별재판부 영장전담 법관 하지만 민주당 박수현 수석대변인은 같은 날 논평을 통해 ‘24일 처리 방침’을 밝혔다. 이날 법안 처리는 이미 예고된 결과였다. 박 대변인은 지난 21일 오전 기자 간담회에서도 “민주당은 국회 본회의에서 내란 전담재판부 설치법을 예정대로 처리할 것”이라고 밝혔다. 민주당이 원래 처리하려던 법안은 ‘내란 특별재판부 설치법’이었다. 이 법안이 통과됐다면, 12·3 비상계엄 관련 재판을 맡을 특별재판부가 설치되고, 영장 심사를 맡을 특별영장 전담 법관이 따로 배정됐을 것이다. 이들은 국회·판사회의·대한변호사협회가 3명씩 추천한 위원으로 구성되는 9인 규모의 추천위원회의 2배수 추천과 대법원장의 임명을 거칠 예정이었다. 아울러 상고심에선 윤석열 전 대통령이 임명했던 대법관은 모두 제척될 예정이었다. 하지만 내란 특별재판부 설치에 대해선 각계에서 위헌 논란을 제기했다. 그러자 민주당은 지난 16일 내용을 대폭 수정했다. 명칭도 특별재판부에서 전담재판부로 바뀌었다. 전담재판부 후보추천위원회는 법무부 장관·헌법재판소 사무처장 등 외부 인사를 제외한 후 법관으로만 구성될 예정이다. 추천위원회에 들어갈 법관 중엔 각급 판사회의·전국법관대표자회의가 포함된다. 전담재판부에 소속될 법관은 추천위원회·대법관회의를 거쳐 대법원장이 임명한다. 윤석열 전 대통령 등 12·3 비상계엄 주요 연루자들은 이미 형사재판 제1심을 받고 있다. 전담재판부는 항소심부터 맡을 예정이다. 대법원은 민주당의 공세에 맞서 반격에 나섰다. 대법원은 지난 18일 대법관 행정회의를 열어 ‘국가적 중요 사건에 대한 전담재판부 설치 및 심리 절차에 관한 예규’를 제정하기로 했다. 여기엔 “형법상 내란·외환죄와 군형법상 반란죄 사건을 전담해 집중 심리하는 전담재판부를 설치할 수 있다”는 내용이 포함된다. 대법원이 규정하는 전담재판부는 무작위 배당을 거쳐 사건을 배당받을 재판부가 지정되는 방식이다. 전담재판부로 지정된 재판부가 원래 맡던 재판은 다른 재판부로 재배당된다. 예규엔 “해당 재판부는 이후 내란·외환과 관련 없는 새로운 사건은 맡지 않는다”는 규정이 포함됐다. 하지만 민주당의 반응은 시큰둥했다. 박 대변인은 “사법부가 충분히 할 수 있는 일을 왜 이렇게 늦게 했느냐”며 “왜 그동안 국민을 불안과 혼란에 빠뜨렸느냐”고 비판했다. 이어 “국회의 입법권을 대법원의 예규 제정에 맞춰야 한다는 의견에 동의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내란 전담재판부 신설이 갖는 ‘진짜 함의’ 대법원 예규 제정…반격 혹은 타협안 제시 민주당 정청래 대표도 같은 날 최고위원회의 중 “대법원이 헐레벌떡 자체 안이라고 내놨다”며 “더 일찍 해야 하지 않았느냐. ‘조희대 사법부’답다는 생각이 든다”고 비판했다. 국내 헌정사에서 특별재판부는 단 2회만 설치됐다. 제헌헌법 부칙엔 “이 헌법을 제정한 국회는 단기 4278년 8월15일 이전의 악질적인 반민족 행위를 처벌하는 특별법을 제정할 수 있다”는 내용이 포함돼있었다. 이후 국회는 반민족행위처벌법 등을 제정하고, 반민족행위특별조사위원회(이하 반민특위)를 설치했다. 반민특위엔 특별검찰부와 특별재판부가 설치됐다. 특별검찰부는 검찰총장 등 9명으로 구성됐고, 특별재판부는 ▲국회의원 5명 ▲법조인 6명 ▲사회 저명 인사 5명 등 총 16명으로 구성됐다. 이들은 국회가 선출했다. 두 번째 특별재판부는 1960년 4·19 혁명 이후 개정된 제4차 개정 헌법을 근거로 설치됐다. 당시 개정 헌법엔 “3·15 부정선거 및 4·19 혁명 관련자들과 관련된 형사사건을 처리하기 위해 특별재판소와 특별검찰부를 둘 수 있다”는 취지의 부칙이 포함돼있었다. 이후 설치된 특별재판부는 부정선거관련자처벌법 제정을 거쳐 설치됐다. 민주당조차 ‘특별재판부’를 ‘전담재판부’로 수위를 낮춰 처리했다는 이유로 내란 특별재판부에 대해 불거진 위헌 시비를 거론한다. 법원은 ‘무작위 전산 재판 배당’ 원칙을 유지하고 있다. 따라서 “특정 재판부에 특정 재판을 배당한다”는 취지의 특별재판부에 대해선 기본적으로 위헌 시비가 불거질 가능성이 높다. 아직 헌법재판소가 관련 합헌·위헌 여부를 가린 적도 없다. 하지만 헌법 제27조는 “모든 국민은 헌법·법률이 정한 법관에 의해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가진다”고, 제103조는 “법관은 헌법·법률에 의해 양심에 따라 독립해 재판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재판 배당의 무작위성은 재판에 대한 외부의 부당한 압력·영향력으로부터 법관을 보호해 재판의 공정성을 유지하기 위해 세운 원칙이다. 이는 위헌 시비가 불거진 핵심 이유였다. 그래서 과거엔 특별재판부를 설치하기 전에 개헌 과정 중 헌법 부칙에 그 근거를 규정했다. 헌법 부칙은 헌법 본문과 똑같은 효력을 가진다. 그래서 위헌 시비가 불거질 일은 없었다. 피해 가는 위헌 시비 하지만 위헌 시비를 피하려고 제시한 ‘내란 전담재판부’에 대해서도 논란이 이어졌다. 역설적으로 “기존 재판부 배당과 큰 차이가 없다”는 취지의 비판이 제기된 것이다. 사법부는 이미 무작위 배당의 예외를 운용하고 있다. ▲특허법원 ▲서울행정법원 ▲지역별 가정법원 등 특정 분야를 전문적으로 취급하는 법원이 따로 설치돼있는 것도 무작위 배당의 예외다. 또 각급 법원은 이미 지식 재산·환경·의료 등 특정 전문 분야를 전담할 재판부를 분류한다. 법원장 재량에 따라, 재판장들과의 협의를 거쳐 특정 사건은 ‘적시 처리 필요 중요 사건’으로 분류해 특정 재판부에 배당해서 신속한 재판 진행을 추진한다. 기소된 사건이 이미 진행 중인 재판과 사실 관계·쟁점·피고인이 같으면, 이미 진행 중인 재판을 담당하는 재판에 배당한다. 물론 민주당이 거둘 수 있는 실익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다. 정 대표는 민주당이 ‘특별’을 ‘전담’으로 바꿔가면서도 서둘러 개정안을 추진하는 이유를 분명히 짚었다. 그는 “조희대 대법원장의 사법부와 지귀연 서울중앙지법 부장판사의 재판부는 내란·외환 사건의 심리를 의도적으로 침대 축구하듯 질질 끌었다”며 “조 대법원장은 경고·조치를 해야 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보다 못한 입법부가 나서기 전에 사법부가 진작 내란 전담재판부를 설치했다면, 지난 1년 동안 허송세월하는 것을 보면서 국민이 분통 터지는 상황은 없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 대표의 주장 중 핵심 단어는 ‘조희대’와 ‘지귀연’이다. 민주당이 내란 특별재판부 설치를 추진할 당시 민주당 전현희 최고위원은 지난 9월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지 부장판사를 지칭해 “재판의 공정성에 의구심을 갖도록 하는 인사들을 전보·징계한다면, 굳이 내란 특별재판부를 만들기 위한 입법 조치를 할 필요가 있겠느냐”고 주장했다. 정 대표는 지난 15일 최고위원회의 도중 “조희대 사법부는 특검 수사 훼방꾼이 됐다”며 “조 대법원장이 지휘하는 대법원이 지난해 12월3일 내란에 동조한 건 아닌지 강한 의구심을 갖는다”고 지적했다. 사법행정사무를 총괄하는 조 대법원장의 권한 일부를 사실상 박탈하고, 지 부장판사를 내란 관련 재판에서 손 떼게 할 수 있다면, 민주당은 상당한 실익을 거둘 수 있다. 특히 중요한 것은 재판부 배당에 전국법관대표자회의를 개입시키는 것이다. 힘 실어준 진짜 이유? 전국법관대표자회의는 양승태 전 대법원장 재임 당시 사법행정권 남용 사태 이후인 지난 2018년 4월 “권한이 집중된 제왕적 대법원장을 견제하고, 법관의 독립성을 보장해야 한다”는 취지를 갖고 설치됐다. 보수 진영 일각에선 이를 일컬어 “지나치게 민주당에 친화적”이라고 비판한다. 전국법관대표자회의 설치 직후 첫 의장으로 선출됐던 최기상 당시 서울북부지법 부장판사는 현재 민주당 의원이다. 전국법관대표자회의는 지난 9월 민주당이 주장한 의제 ‘대법관 증원론’을 포함한 상고심 제도 개선 토론회를 개최했다. 이어 “사법부는 대법관 증원안을 경청하고 자성해야 한다”는 취지로 보고서를 작성·공개했다. 이 때문에 일각에선 전국법관대표자회의를 일컬어 “민주당에 힘을 설어주기 위해 토론회를 개최한 게 아니냐”는 비판 목소리도 제기됐다. 대법원의 이재명 대통령에 대판 파기환송 판결에 대해서도, 정 대표는 지난 9월 전국법관대표자회의에 “조 대법원장 사퇴 권고 등 사법부에 대한 국민적 신뢰 회복 방안을 논의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일각에선 “대법원의 예규 제정은 반격”이라고 해석한다. 그 근거로는 “내란 전담재판부를 줄곧 반대하다가 갑자기 예규 제정을 밝힌 의도에 대한 의문이 제기된다”는 점을 들었다. 민주당은 내란 전담재판부 설치 외에도 기존 사법 체계를 모두 바꿀 만한 사법개혁안을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시킬 준비를 하고 있다. 대법원의 예규 제정에 대해선 “민주당의 공세를 적절한 선에서 수용해 더 큰 공세에 대비하려는 의도”라고 보는 시선도 있다. 하지만 ‘특별재판부’가 ‘전담재판부’로 바뀌었다고 해서 다른 사법개혁안 통과 시도가 중단되는 것은 아니다. 법원으로선 기존 사법 체계를 모두 바꾸려는 민주당의 시도를 보면서 검찰이 해체되는 과정을 되새길 가능성이 아예 없는 건 아니다. 이미 민주당이 주도하는 사법개혁안 자체가 사실상 ‘기존 법원 해체’로 해석될 소지가 있다. 조금씩 권한 잃다 해체 결정 검 종착역은 헌재 최고법원 등극? 민주당 등 범여권이 검찰을 중대범죄수사청·공소청으로 분리해 완수했던 검찰 해체에 대해선 “헌법은 검찰 조직의 존재를 전제로 검찰총장의 존재를 규정했다”면서 위헌 논란을 제기하는 반대 측 의견이 있었다. 하지만 범여권은 이를 강행했다. 큰 틀에서 보면, 검찰은 ▲특별검사제도 도입 ▲검경 수사권 조정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 설치 ▲중대범죄수사청·공소청 분리 등 과정을 거쳐 해체됐다. 최초의 특별검사(이하 특검)는 지난 1999년 김태정 전 검찰총장 부인에 대한 옷 로비 의혹과 한국조폐공사 노조 파업 유도 사건에 대해 진행됐던 최병모 특검이었다. 특검이 성립됐던 배경은 “검찰이 검찰총장의 부인이 연루된 사건을 제대로 수사할 수 있겠느냐”는 회의적인 시선이었다. 아울러 당시 국회 구도는 여소야대였다. 한나라당은 “사건을 축소·은폐했다”는 의혹이 제기되는 흐름을 타고 강하게 밀어붙여 특검법 제정을 주도했다. 이후 현재까지 개별 특검법은 총 16개가 통과됐고, 상설 특검은 6회 추진됐다. 검찰로서는 1999년 최병모 특검 설치가 수사권·기소권 독점이 무너지는 순간이었다. 현재까지 총 22회의 특검이 성립됐다는 것은 검찰에 대한 각계의 불신을 상징하는 중요 사실관계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이것이 끝은 아니었다. 검찰을 노리는 다음 단계는 검경 수사권 조정이었다. 최초의 검경 수사권 조정은 지난 2011년 진행됐다. 이명박 당시 대통령은 국무회의에서 사법경찰관이 검사의 수사 지휘에 이의를 제기하는 재지휘 건의 제도 신설 등의 내용이 담긴 안을 대통령령으로 제정해 의결했다. 지난 2016년엔 ▲진경준 게이트 ▲정운호 게이트 ▲김형준 전 부장검사의 스폰서 의혹 ▲최순실 게이트 등이 연이어 발생해 검찰의 신뢰도에 대한 강한 문제 제기가 이어졌다. 이는 문재인정부 출범 이후 장기간 논의된 검경 수사권 논의로 연결된다. 공수처도 설치됐다. 민주당 집권 후 노무현 전 대통령 사망 사건을 강하게 기억하는 지지자들의 비원을 외면하긴 어려웠던 측면도 있었다. 그렇게 검찰은 서서히 권한을 빼앗겼다. 그러다가 지난 9월에 이르러 검찰은 내년부터 중대범죄수사청과 공소청으로 갈라질 운명에 처했다. 특히 중대범죄수사청은 행정안전부로 옮겨진다. 서서히 권한을 빼앗기다가 끝내 해체를 앞둔 운명을 맞게 된 것이다. 민주당 등 범여권은 ▲법원행정처 폐지 ▲법 왜곡죄 도입 ▲대법관 증원 ▲재판소원 도입 등 사법개혁안을 시도하고 있다. 범여권이 사법개혁안을 모두 통과시킨다면, 사법부로서는 “검찰에 이어 사법부도 한순간에 와해된다”고 인식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한순간에 와해된다 법원행정처가 없어지면 대법원장의 권한이 줄어든다. 법 왜곡죄가 도입되면, 판사의 재판도 법적 처벌 범위 안에 포함될 위험에 노출된다. 대법관이 늘어나 대법관의 권위·희소 가치가 줄어든 후 재판은 헌법소원 제기 범위 안에 포함된다. 최종 종착지는 헌법재판소가 대법원을 제친 후 최상위 사법기관으로 규정될 순간임을 배제하기 어렵다. 지난 24일은 사법부가 느낄 법한 공포가 처음 피부에 와닿은 날이었을 수도 있다. 새해엔 민주당과 사법부의 전쟁이 더욱 거칠게 진행될지도 모른다.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