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조7000억’짜리 낚시터 정체

배는 안 보이고 강태공만 득실

[일요시사 취재1팀] 최윤성 기자 = 지난 2012년 2조6595억원을 투입해 조성된 인천 앞바다와 서울 한강을 잇는 경인아라뱃길이 화물과 여객 운송 기능을 상실한 채 불법 낚시터로 변모하고 있다. 아라뱃길은 낚시와 더불어 불법 캠핑·야영도 성행해 여러 골치 아픈 상황에 놓여 있다. 아라뱃길 주변에 불법행위들이 기승을 부리고 있는 가운데 해결되지 못하는 모습이다. 

인천 앞바다와 서울 한강을 연결하는 물길을 만들어 여객과 화물을 운송하겠다며 만든 수로인 경인아라뱃길이 낚시터로 전락했다. 인천시는 아라뱃길의 쾌적한 생태하천 환경을 조성하고 하천 오염을 예방한다는 취지로 낚시와 야영 등을 금지하는 지역으로 지정했다. ‘인천시 낚시 등의 금지지역 지정 고시’에 따르면, 경인아라뱃길(아라천) 주운 수로와 굴포천 연결 수로 등 전체 33.8km 구간에서는 낚시가 금지돼있다. 

무법지대

그러나 일부 시민들은 낚시가 금지된 사실을 알면서도 단속반이 지날 때만 일시적으로 낚시를 중단했다가 재개하는 일을 반복하고 있다. 하천은 도심지와 인접해 있어 낚시객의 발걸음이 잦던 곳이다.

아라천서 낚시 행위가 적발될 경우 관계법에 따라 1차 100만원, 2차 200만원, 3차 이상은 300만원 이내의 과태료가 부과되지만, 금지구역 내의 불법 낚시는 여전히 끊이질 않고 있다. 

지난달 28일 <일요시사>가 찾은 인천광역시 계양구 경인아라뱃길 굴포천1교 구간에서는 금지구역임에도 불구하고 불법 낚시가 행해지고 있었다. 이날 오후 4시께 계양대교 산책로서 아라뱃길 두리생태공원 방향엔 낚싯대가 하나둘씩 눈에 들어왔다.

인근에 다다르자 울타리 너머로 낚시객 2명이 보였다. 울타리에는 ‘낚시 금지 경고 안내’라는 문구가 새겨진 표지판이 곳곳에 부착돼있었지만, 이를 보고도 넘어간 듯했다.

낚시객이 울타리를 넘어 하천으로 내려간 길은 무성한 수풀이 아닌 패어있는 흙길이었다. 

이날 만난 낚시객 A씨는 “아라뱃길 내 하천서 낚시가 금지인 건 알고는 있었다”며 “강가나 저수지 같은 곳은 다 금지돼있고 어디 갈 곳도 없어 여기라도 찾게 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방송을 틀거나 소형 배를 타고 와서 철수하라고 하지만 갈 사람은 간 뒤 시간이 지나면 다른 사람들이 찾아온다”고 설명했다. 또 “낚시하는 계절이 오면 금지구역임에도 20명 정도가 이곳에 나와 낚시한다”고 귀띔했다. 

제 기능 상실한 경인아라뱃길
강변 불법 캠핑·야영도 성행

그는 기자와 대화를 이어나가던 중 찌에 미끼를 갈아 끼웠다. 특히 A씨가 찌를 던진 곳 주위에는 가라앉은 떡밥 몇 개가 보였다. 이후 대화를 마치고 자리서 발걸음을 옮기던 찰나 낚시객은 한 명 더 늘어나 있었다. 

이처럼 아라뱃길 주변의 불법행위들이 기승을 부리고 있지만, 한국수자원공사는 불법 낚시와 취사 및 야영 등의 단속권이 인천시와 관할 경찰서에 있어 계도만 할 뿐 손쓸 방법이 없다는 입장이다. 

한국수자원공사 아라뱃길 지사의 한 관계자는 “불법 낚시나 야영하는 분들은 자회사를 통해 계도를 시행하고 있다”며 “민원 외에도 아라천 내 낚시를 자주 하는 곳을 수시로 찾아 확인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민원이 들어오면 곧바로 현장에 가서 대응하고 있지만 다른 쪽에서 민원이 들어오면 갈 수가 없어 한계점이 있다”고 설명했다. 또 “지자체서 하천을 담당하는 요원과 같이 계도하고 있지만, 과태료 부과나 단속 권한은 지자체가 갖고 있다”고 부연했다. 

아라뱃길은 불법 낚시와 더불어 불법 캠핑·야영도 성행해 골머리를 앓고 있다. 경인아라뱃길(아라천) 청운교∼계양대교 24km 구간에서는 야영과 취사가 금지돼있다. 흔히 캠핑이나 야영은 일대 오염은 물론, 화재 위험마저 있는 만큼 주변 주민들의 민원이 쏟아지고 있다. 

더욱이 시와 구의 경고 및 철거를 유도하는 형태의 계도 위주 단속이 이뤄졌지만, 캠핑족은 좀처럼 줄지 않았다.

야영 또는 취사할 경우 하천법에 의해 300만원 이하의 과태료 처분을 지자체가 할 수 있으나 캠핑족들은 늦은 밤에 일시적으로 텐트를 친 뒤 다음날 아침 일찍 철수하는 방식으로 단속을 피하고 있다. 

아라뱃길은 지난 2012년 2조6595억원을 들여 개장한 지 12년이 지났지만, 각종 문제가 드러나면서 제 기능을 못 하고 있다. 특히 아라뱃길의 조성 목적이던 ‘화물과 여객 운송’ 기능은 사실상 상실된 것으로 나타났다. 

과태료·단속 권한 지자체에
초기 예측했던 물동량 밑돌아

지난달 20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더불어민주당 이용우 의원(인천서구을)이 한국수자원공사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아라뱃길 유지·관리 등 사업비로 매년 290억원이 투입되고 있다.

지난 2014~2023년까지 10년 동안 아라뱃길을 오간 화물 수송 실적은 한국개발연구원(KDI) 예측치의 7.7%에 불과했다. 여객 실적도 예측치의 12.2%에 그쳤고, 코로나19 사태 기간인 2020~2022년 사이에는 여객 운송이 거의 없었다.

실제로 <일요시사>가 아라뱃길을 찾은 당일 해당 지역 주민에게 “최근 유람선이나 화물선을 본 적 있느냐”고 물었으나 유람선 외에는 본 적이 없다고 답했다. 

환경부는 지난 2018년 6월 물관리 일원화 이후 ‘경인 아라뱃길 공론화위원회’를 구성해 물류와 하천환경, 관광 및 레저 등을 포함한 기능개선 방안을 검토했다. 이후 2020년 12월 공론화위원회는 주운 기능을 축소하고, 실적이 저조할 경우 주운 기능을 폐지하는 것을 골자로 한 ‘경인 아라뱃길 기능 개선을 위한 정책’을 마련해 환경부 장관에게 권고했다. 

2021년 1월 권고문을 바탕으로 환경부 주관의 협의체가 구성돼 6차례에 걸쳐 회의를 벌였지만, 당사자 간 입장이 엇갈리며 실행되지 못했다. 이에 이 의원은 “경인아라뱃길의 핵심 기능인 여객·화물의 수송 경쟁력이 거의 없는 것을 인지하고도 시정할 의지가 없는 전형적인 탁상행정만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문제점 투성이

한국수자원공사 아라뱃길 지사의 다른 관계자는 “현재 아라뱃길을 이용하는 화물 선박이 빈번하지 않다 보니 여객선에 비하면 김포 물동량이 미미한 건 사실”이라며 “KDI서 처음 예측했던 당시 물동량은 아라뱃길 현실 여건하고는 괴리감이 크다”고 해명했다. 

이 관계자는 “제4차 항만 기본 계획의 물동량 전망치를 보면 2030년에 93만2000t을 처리하는 것으로 전망하고 있는데, 지난해 인천터미널과 김포서 처리한 물동량은 95만t으로, 현실 여건을 반영한 전망치 목표 물동량을 이미 초과했다”며 “한국수자원공사는 아라뱃길의 물동량 증대를 위해 계속 노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yuncastle@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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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마불사’ 국힘 생존 방정식

‘대마불사’ 국힘 생존 방정식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법원이 주호영 국회부의장의 대구시장 경선 컷오프 관련 가처분 신청을 기각했다. 그러자 주 부의장은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를 강하게 비판하면서 항고할 뜻을 내비쳤다. 주 부의장의 강경 대응은 저조한 국민의힘 지지율과 맞물려 혼란상을 더욱 극적으로 비추고 있다. 과연 국민의힘이란 ‘대마’는 ‘불사’의 존재일까? 주호영 국회부의장이 국민의힘 대구시장 경선에서 컷오프된 것에 반발해 지난달 26일 법원에 가처분을 신청했다. 서울남부지법 민사합의51부(수석부장판사 권성수)는 지난 3일 이를 기각했다. 그러자 주 부의장은 곧바로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법원 결정에 반발했다. 법원 결정 바로 반발 주 부의장은 “저는 그동안 이번 컷오프가 절차·내용 모두 중대한 문제가 있다고 지적해 왔다”며 “법원의 판단과 별개로 이번 공천 과정이 과연 당원·시민의 눈높이에 맞는 공정하고 민주적인 절차였는지는 여전히 엄중하게 따져 물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결국 주 부의장은 지난 6일 항고를 제기했다. 이어 지난 8일엔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항고심 판단을 끝까지 지켜본 후 제 거취에 대한 최종 판단을 내리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선 일각에서 제기했던 무소속 출마설을 일단 유보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이어 주 부의장은 “항고심 판단을 기다린다고 해서 이번 공천 난맥상과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 체제의 책임을 덮고 가겠단 뜻은 결코 아니”라며 “이런 공천 구조를 만든 세력과 절대로 타협하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공천은 충성의 대가나 숙청의 도구가 아닌, 오직 국민 앞에 가장 경쟁력 있고 책임 있는 후보를 세우는 과정”이라고 주장하는 등 자신을 컷오프한 것을 ‘숙청’이라고 암시했다. 주 부의장이 대구시장 출마에 강한 의지를 드러낸 것에 대해선 여러 해석이 나오고 있다. 6선인 주 부의장은 대구 수성에서만 국회의원을 지냈다. 대구 수성을에서는 4선을 지냈고, 수성갑에선 재선에 성공했다. 이 중 4선을 했던 지난 2016년 총선 수성을 선거에선 친박(친 박근혜)계 주도로 공천을 받지 못해 무소속 출마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여유 있게 이겼다. 문제는 주 부의장이 당내 최다선인 6선 의원 겸 국회부의장이라는 것으로부터 비롯된다. 명예가 곧 실권을 보장하진 않는다. 아울러 주 부의장이 차기 총선에서도 같은 지역구에 출마해 7선에 도전하면, 이에 대한 비판이 제기될 수도 있다. 같은 6선인 국민의힘 조경태 의원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조정식 의원은 각각 부산 사하을·경기 시흥을을 지역구로 두고 있다. 부산은 이미 격전지가 된 데다 조 의원은 민주당계 정당과 국민의힘 소속으로 각각 3선 했고, 경기 시흥을은 수도권이다. 국민의힘의 안정된 텃밭으로 분류되는 대구 수성을에서 7선에 도전하는 것과는 상황이 다르다. 설령 7선에 성공한다고 하더라도, 오는 6월 지방선거에서도 참패 가능성이 제기되는 국민의힘이 2년 후 총선에서 다수당이 된다는 보장도, 국회의장이 되리라는 보장도 하기 어렵다. 오는 2028년 총선까지 연일 떠들썩하게 이어지는 계파 갈등을 어느 정도 안정시킨 후 대안 야당으로 발돋움하면서 이재명정부가 실정으로 지지율이 폭락하는 상황이 겹쳐야 승리를 노려볼 수 있다. 주 부의장이 국회의장에 도전하는 것도 현실적으로는 가능성이 희박하다. 불확실한 국회의장…‘텃밭 7선’ 대신 대구? 연이은 공천 가처분 세례 속 서울 지지율 13% 따라서 주 부의장이 대구시장 출마에 집념을 불태우는 것은 필연이다. 대선 패배 후 대구시장에 출마해 당선됐던 홍준표 전 대구시장의 전례도 있다. 주 부의장으로선 “나라고 출마 하지 말라는 법이 어디에 있느냐”고 판단해도 무리가 아니란 분석이 있다. 대구시장으로서 임기를 마친 후 대권에 도전하거나 당내에서 영향력을 행사하는 그림을 그리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이 가능성은 일명 ‘주한 연대설’로 통하는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와의 연대설 때문에 불거졌다. 이는 국민의힘 이정현 전 공천관리위원장이 주 부의장을 컷오프한 직후 불거졌다. “주 부의장이 무소속으로 대구시장에 출마해 대구 수성갑에서 재보궐선거가 진행되면, 한 전 대표가 여기에 출마하는 형식으로 연대한다”는 설이다. 한 전 대표 측으로선 손해 볼 게 없다. 한 전 대표는 지난달 25일 채널A <정치시그널>에 출연해 “주 부의장은 보수 재건이 필요하다고 공감하면서 나서겠다고 했다”며 “우린 이미 연대하고 있는 게 아니냐”고 주장했다. 반면 주 부의장은 신중한 반응을 내비쳤다. 그는 지난달 26일 기자들을 만나던 중 주한 연대설 관련 질문을 받자 “제 코가 석 자인데 딴 생각할 여지가 있겠느냐”고 답변했다. 다만 무소속 대구시장 출마 가능성에 대해선 “모든 경우의 수에 대해 준비하고 있다”고 답변했다. 따라서 주한 연대설 성립 가능성 자체를 배제한 것은 아니라는 해석이 나왔다. 주 부의장의 항고 제기는 국민의힘의 치명적 문제 하나를 외부로 노출했다. 국민의힘에선 당내 처분에 대해 연이어 법원으로 달려가는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가깝게는 주 부의장과 김영환 충북도지사가 컷오프에 대한 가처분을 신청했다. 김 지사는 주 부의장과 달리 가처분이 인용돼 경선에 참여할 수 있게 됐다. 멀게는 국민의힘 김종혁 전 최고위원·배현진 의원에 대해 각각 결정했던 제명·당원권 정지 1년 징계의 효력도 법원에서 정지됐다. 4건의 가처분 모두 서울남부지법 민사합의51부에서 판단했다. 재판부는 주 부의장 건에 대해서만 국민의힘의 손을 들어줬다. 장 대표는 김 지사가 신청한 가처분이 인용된 다음 날인 지난 1일 기자들과 만나 “법원이 정치에 너무 깊숙이 개입하고 있다”며 “재판장이 국민의힘에 와서 공천관리위원장과 윤리위원장을 하면 될 것 같다”고 비판했다. 국민의힘의 현 상황에 대해선 “정치의 사법화가 심각할 정도로 진행된 것 같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공천 관련 갈등이 이어지는 가운데, 국민의힘의 지방선거 승리 가능성을 어둡게 하는 신호들은 계속 이어지고 있다. 한국갤럽은 지난달 31일부터 지난 2일까지 전국 만 18세 이상 1001명을 상대로 이동통신 3사가 제공한 무선전화 가상번호를 무작위로 추출해 전화 조사원이 직접 인터뷰하는 방식으로 진행한 여론조사 결과를 공개했다. 이에 따르면, 민주당 지지율은 48%로, 국민의힘 지지율은 18%로 집계됐다. 제 코가 석 잔데… 서울에선 민주당 지지율이 51%로, 국민의힘 지지율은 13%로 집계됐다. 부산·울산·경남에서도 민주당 지지율은 42%로, 국민의힘의 지지율은 27%로 집계됐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에서 확인 바람). 영원한 격전지 서울에서도 양당의 지지율 격차가 크게 벌어지는 여론조사 결과 수치가 공개되자, 국민의힘의 현 상황에 대한 지적이 날로 거세게 일어나고 있다. <조선일보>는 지난 4일 자 사설을 통해 “국민의힘은 지금 수도권에서 후보를 찾기가 쉽지 않다고 한다”며 “현행법상 15% 이상 득표해야 선거 비용을 전액 보전받을 수 있는데 그에 미치지 못할까 걱정한다는 것”이라며 현실을 짚었다. 이어 “말로만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절연’을 선언했을 뿐 실제로는 반대로 하고 있다”며 “공천 혼란에 대해서도 가처분을 인용한 법원 탓만 할 뿐, 어떻게 수습하고 책임질지 방향을 제시하지 않고 있다”는 등 장 대표를 강하게 비판했다. <조선일보>의 주장대로라면, 수습·책임을 맡을 당 대표는 보이지 않는 셈이다. 해당 매체는 “어렵게 나선 후보들은 국민의힘 상징색인 빨간색을 포기하고 흰색 점퍼를 입고 다닌다”며 “인구가 1300만명에 달하고 국회의원 의석수도 가장 많은 경기도에선 지사 출마자를 구하지 못해 공천을 차일피일 미루고 있다”는 현실도 짚었다. <조선일보>가 짚은 국민의힘의 현실은 신체를 통제할 두뇌 없이 거대한 군집을 이룬 채 각자의 역할을 맡은 군집 생물에 비유할 수 있다. 대표적으로 관해파리를 들 수 있다. 관해파리는 겉으로 볼 땐 덩치 큰 해파리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각각의 역할을 맡은 독립 개체들이 모인 군집이다. 이 개체들은 먹이 섭취·이동·번식 등 각각의 역할만을 담당한다. 각각의 개체들은 생존을 위해 서로 연결돼있지만, 이들을 하나로 통합하는 뇌는 없다. 개체 중 누군가가 제 역할을 못하면 모두 죽는다. 단세포생물인 점균류도 먹이를 찾을 때, 각자의 세포가 알아서 효율적인 길을 찾는다. 이를 통제할 뇌는 없지만, 화학적 신호를 주고받으면서 최적의 경로를 결정한다. 그런데 잘못된 경로를 찾으면 방향을 틀 능력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남는 것은 군집 전체가 굶어 죽는 일이다. 페로몬을 통해 신호를 주고받는 군대개미 집단도 선봉에 선 개미가 길을 잃으면 모든 개미가 원을 그리다가 지쳐 죽는다. 제 역할 못하면… 이탈리아의 정치학자 조반니 사르토리는 원심적 경쟁 이론을 주장했다. 보통의 민주주의 국가에선 정당이 중도층의 표심을 얻기 위해 노력한다. 하지만 강경한 여당과 무책임한 야당이 양립할 땐 정당이 중도층을 설득하기보다 진영 결집에 따른 조직표 구성에 몰두한다. 이런 구도에선 중도층이 정치에서 배제되고, 정치적 대화도 단절된다. 이런 상황에선 후보자들은 당의 승리와 중도 확장을 포기하고, 강성 핵심 지지층의 지지를 얻으려고 노력한다. 중도층이 정치에 냉담해지면서 설득 가능 대상으로 강성 핵심 지지층만 남기 때문이다. 가성비 높은 선택이 될 수밖에 없다. 아울러 후보자들이 지도부를 거부하면서 강성 핵심 지지층에게만 구애하는 각자도생에 몰두한다. 이는 결국 자신들만의 세계에 빠지는 악순환으로 이어진다. 국민의힘의 지방선거 준비 과정에서 서울시장·경기도지사 경선에선 구인난에 빠졌지만, 대구시장·경북도지사 경선은 열기가 과도한 것도 이와 비슷하다. 특히 대구시장 경선엔 국회부의장·경제부총리·원내대표 등 당정의 핵심을 지낸 인사들이 모두 출마했기 때문에 더욱 눈에 띄고 있다. 미국의 정치학자 리처드 카츠와 아일랜드의 정치학자 피터 메어는 정당을 카르텔·프랜차이즈 기업에 비유하는 독특한 이론을 발표했다. 카츠와 메어는 “현대 정당이 시민의 자발적 후원보다 국가의 정당 보조금·공천권 등 국가의 자원에 의존해 서로 담합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중앙당과 지역구 후보의 관계를 본사와 가맹점주 관계로 규정했다. 따라서 중앙당이 자원을 적절히 배분하지 못하거나, 시장에서 자원의 가치가 폭락하면 가맹점주의 불만이 폭발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의 주장을 매개로, 캐나다의 정치학자 켄 카티는 “정당이 실제로 프랜차이즈 시스템으로 바뀌고 있다”고 주장했다. 카티에 따르면, 정당은 브랜드로서만 기능하고, 선거에선 후보가 중앙의 브랜드를 빌려온다. 공천은 결국 이들 간 계약 관계 역할을 한다. 이는 실제 정치적 현상으로 드러나고 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 2일 서울 쌍문역 일대 쌍리단길을 방문했다. 오 시장의 현장 방문에 동행한 국민의힘 소속 서울시의원들과 도봉구의원들은 국민의힘의 상징색 빨간색이 아닌 흰색 점퍼를 입었다. 오 시장도 서울시 로고가 새겨진 흰색 점퍼를 입고 현장을 돌아다녔다. 지난달 31일 진행된 국민의힘 서울시장 본경선 후보들 대상 첫 토론회에서도 후보들은 장 대표를 비판했다. 이들은 “흰색 점퍼에 눈이 간다면 동그라미 푯말을, 빨간색 점퍼에 눈이 간다면 엑스 푯말을 들어달라”는 진행자의 요구에 일제히 엑스 푯말을 들었다. 오세훈 ‘흰색 점퍼’ 현장행 “빨간색 입고 싶다” 대우그룹·프랑스 사회당 등 한순간에 망한 대마들 하지만 말은 날카로웠다. 오 시장은 “빨간색 점퍼를 입고 싶은 마음을 엑스 푯말을 들어 표현해 봤다”고 말했다. 미래통합당 윤희숙 전 의원은 “흰색 옷을 입어야 하는 사람은 장 대표”라며 “이번 공천이 마무리되면 백의종군을 결심해 달라”고 요구했다. 국민의힘 박수민 의원은 “빨간 당 출신이 빨간색을 안 입는 자기모순은 이해할 수 없다”면서도 “장 대표가 확장하지 못했다면 후보들이 확장하면 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지난달엔 장 대표의 지원 유세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의견을 밝혔다. 본사에 대한 가맹점주들의 집단행동이라고 표현할 수도 있다. 서울시당위원장을 맡은 배 의원도 지난 3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국민의힘의 서울 지지율 13%의 주역 장동혁 지도부가 기초단체장 후보를 못 구한 지역의 후보를 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방선거 패배 가능성이 내·외부에서 연이어 제기되고 있지만, 국민의힘 지도부에 대해선 “변화할 의지도, 대책도 없는 것 같다”는 평이 나온다. 이 같은 상황은 카츠와 메어가 이미 이론적으로 짚었다. 이들은 “카르텔 정당은 국가 자원을 독점하기 때문에 ‘우리는 망하지 않는다’는 착각에 빠지기 쉽다”고 지적했다. 바둑으로 치면, 국민의힘은 여러 개의 돌로 넓게 자리 잡은 곤마인 ‘대마’와 비슷하다. 시사 분야에서 관용적으로 잘 쓰는 표현 중 하나는 ‘대마불사’다. “대기업이나 대형 금융기관은 국가의 지원을 받아 망하지 않는다”는 관용 표현이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1990년대 후반 IMF 금융위기는 대마불사로부터 비롯됐다. 가장 충격적이었던 상황은 당시 재계 2위였던 대우그룹의 해체였다. 김우중 당시 회장은 ‘세계 경영’이라면서 해외 업체를 공격적으로 인수했다. 그러다 IMF 금융위기를 맞아 구조조정을 거쳤지만, 삼성자동차를 받고 대우전자를 주는 빅딜 과정에서 엄청난 빚을 져 결국 워크아웃을 선언했다. 김 전 회장도 해외로 도피했다. 대우그룹은 그렇게 해체됐다. 국제 정치에서도 예외가 아니다. 1990년대 초반 캐나다의 집권당 진보보수당은 경제 실정과 내부 갈등 끝에 구심력을 잃고 연이은 당원 탈당 사태를 겪었다. 그 결과 150석을 넘게 보유했던 거대 여당이 선거 한번에 2석만 건지는 참패를 당해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프랑스에서도 프랑수아 올랑드 전 대통령의 낮은 지지율을 극복하지 못했던 사회당은 지난 2017년 대선을 앞두고 강경한 좌파 성향 브누아 아몽 대선후보를 선출했다. 그러자 사회당 소속 정치인 다수는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이 창당했던 신생 정당 앙 마르슈로 옮겼고, 당은 선거에서도 참패했다. 반대로 민주당은? 민주당은 대구시장 선거 승리를 위해 대구에서 일정한 기반을 갖추고 있고 선거 승리 경험도 있는 김부겸 전 총리를 대구시장 후보로 선출했다. 이어 지난 8일엔 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김 후보와 함께 대구 농수산물도매시장을 방문하는 등 승리 의지를 드러냈다. 구인난을 겪고 있는 국민의힘과 달리, 민주당에선 추미애 의원이 치열한 경선 끝에 경기도지사 후보로 선출돼 주목받고 있다. 대마불사는 과연 영원한 걸까. 대마불사만 믿고 배짱 영업을 해도 되는 걸까. 대우그룹 해체는 국민의힘에 어떤 의미를 줄까.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