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세영 작심 발언 그 후…

부처-협회 싸움 선수 등 터지나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영광의 시간은 짧았다. 세계 최정상의 자리에 올라 던진 작심 발언에 도리어 상처받는 모양새다. 국민의 응원을 등에 업고 있지만 내부에서는 가시를 세우는 상황이다. 진상규명과 수습을 위해 정부가 나섰다. 하지만 갈등의 골이 너무나 깊어 보인다.

지난 8월 국내를 뜨겁게 달군 파리올림픽서 ‘배드민턴 여제’ 안세영의 금메달을 의심한 사람은 없었다. 올림픽·세계선수권·아시안게임·아시아선수권을 모두 제패하는 그랜드슬램에 올림픽 메달만 남겨둔 상태였다. 모두가 예상했고 기대했지만 실제 결과로 보는 것은 달랐다. 28년 만에 나온 배드민턴 여자 단식 부문 금메달은 국민을 전율케 했다. 

점점 고립

스물두 살의 나이에 올림픽 시상대서 가장 높은 자리에 올랐지만 반짝임은 그리 오래가지 못했다. 목표를 모두 달성한 안세영은 기자들과 만난 자리서 작심 발언을 쏟아냈다. 그의 말이 향한 곳은 대한배드민턴협회(이하 협회)였다. 협회의 선수 관리와 훈련 방식 등이 비합리하다는 지적이었다. 

금메달리스트의 말에 정부가 나섰다. 문화체육관광부(이하 문체부)는 조사단을 꾸려 협회에 대한 조사를 진행했다. 제도 개선, 국가대표 관리, 보조사업 점검, 협회 운영실태 등이 도마 위에 올랐다. 선수단 의견 청취를 통해 ▲부상 관리 ▲단·복식 맞춤 훈련 ▲후원 용품 사용 범위 ▲선수 연봉 및 국제대회 출전 제한 등의 내용이 쏟아졌다. 

문체부는 지난달 10일, 협회 조사와 관련해 중간발표를 진행했다. 먼저 유니폼, 라켓, 신발 등 경기력과 직결되는 용품을 일괄적으로 후원사의 것만 사용하도록 강제한 점을 지적했다. 또 후원사의 후원금을 배분하는 조항을 협회가 삭제한 사실도 문제 삼았다. 원래 후원금의 20%를 선수단에서 배분하던 조항이 2021년 6월 삭제된 부분이다.


또 배분금과 별도로 국제대회서 우수한 성적을 거두면 후원사가 선수 개인에게 보너스를 직접 지급했다. 하지만 협회는 이를 일괄 수령하는 것으로 규정했다. 이 과정서 선수들의 의견은 반영되지 않았다.

국가대표 선수를 선발하는 과정의 공정성도 지적받았다. 100% 경기력으로 선발하는 단식과 달리 30% 평가위원 점수가 들어가는 복식이 문제로 떠올랐다. 또 국가대표가 아닌 선수는 5년 이상 국가대표로 활동하고 남자는 만 28세, 여자는 27세 이상인 경우만 세계배드민턴연맹이 승인한 국제대회 출전이 가능하다. 이는 올림픽과 아시안게임 44개 종목 중 배드민턴에만 있는 제한이다. 

중간발표 이어 국감에서도
인사 논란에 국회의원 질타

가장 논란이 된 부분은 협회장의 후원 물품 배임 및 유용 의혹이다. 소위 말하는 ‘페이백’ 논란이다. 문체부 중간발표에 따르면 협회는 지난해 승강제 리그, 유·청소년 클럽리그 등 정부 지원 사업을 진행하는 과정서 용품 업체와 1억5000만원 상당의 구두계약을 체결했다. 이 물품은 지역 협회로 임의 배분됐는데 이 중 약 3분의 1이 회장 등의 지역으로 배분됐다. 

또 올해는 1억4000만원 상당의 후원 계약이 서면으로 체결됐는데 역시 임의로 배부하거나 보조사업 목적과 관련 없는 대의원총회 기념품 등으로 일부 사용한 사실이 드러났다. 문체부는 “현재까지 파악된 사항만으로도 보조금관리에관한법률을 위반했다”며 “횡령 및 배임의 가능성도 있다”고 강조했다. 

문체부는 ▲협회의 일방적인 상임심판 해고 ▲협회 임원이 운영하는 업체에 대한 수수료 지급 등을 지적했다. 그러면서 일부 임원들이 ‘임원은 보수를 받을 수 없다’는 규정을 위반하고 성공보수를 수령한 점, 2021년부터 지난 8월까지 40명에 달하는 배드민턴 임원의 후원액이 회장의 후원금 2300만원에 불과한 점, 그마저도 인센티브를 수령한 임원의 개인 계좌서 회장의 이름으로 대납한 점 등을 지적했다. 

협회는 문체부의 중간발표에 강하게 반발했다.


이들은 “명확한 근거 없이 한 개인을 횡령, 배임으로 모는 것은 명백한 명예훼손”이라며 “향후 반드시 법적인 책임을 따지겠다”고 밝혔다. 후원 물품은 대부분 셔틀콕으로 생활체육대회와 승강제 참여율을 토대로 배분했다면서 회장의 불법 리베이트 의혹은 사실이 아니라는 뜻을 내놨다. 

또 후원 용품을 강제하고 있다는 지적에 대해서도 후원사 용품을 사용하는 대가로 정부 보조금 외 수입금을 받아 선수단의 대회 파견과 훈련에 사용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후원금 배분 규정이 삭제된 부분은 “당시 코로나19로 스포츠계가 전반적으로 정체 상태였고 후원사 계약금도 이전보다 50% 가까이 줄어든 상황이었다”고 설명했다. 

잃은 것 얻은 것
흔들리는 경기력

협회와 문체부의 기싸움은 국회 국정감사로까지 이어졌다. 문제는 이날 불거진 뜻밖의 ‘인사 논란’이다. 안세영이 문제를 제기한 부분이나 협회 운영 실태에 대해 공방이 오갔어야 할 자리가 선수의 인성 논란으로 변질됐다. 김택규 협회장이 꺼낸 말 한마디가 불씨가 됐다. 안세영이 선배와 코치진에게 인사를 안 한다는 내용의 발언이었다. 

지난 22일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국정감사에 증인으로 출석한 김 회장은 해당 발언을 지적하는 문체위원들의 질타에 “저만 그렇게 느끼나 보죠” “제가 뭐를 왕따시켰나”라고 받아치는 등 논란을 부추겼다. 이들은 안세영에 대한 사과를 요구했고 김 회장은 “사과한다”고 말했다. 

이날 논란은 안세영이 한국 배드민턴계에 처한 현실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는 의견이 나왔다. 특히 파리올림픽 이후 두 달 만에 복귀한 국제대회서 포착된 코치진과의 불편한 기류가 기름을 부었다. 

안세영은 지난 20일 덴마크 오덴세서 열린 세계배드민턴연맹 덴마크 오픈(수퍼750) 여자 단식 결승서 은메달을 땄다. 이날 경기서 관심을 끈 부분은 안세영과 코치진의 태도였다. 김학균 감독은 안세영과 멀찌감치 떨어져 아무 말도 하지 않았고 안세영 역시 물을 마시거나 아예 등을 돌리고 있었다. 

성지현 코치가 짤막하게 몇 가지 지시를 전달한 게 대화의 전부였다. 해설진이 “또 반복된다. 성지현 코치가 아주 간단하게 작전을 전달한다. 피드백이 없다. 대부분의 작전 시간엔 안세영 혼자”라고 말할 정도였다. 

앞서 안세영은 지난 9일 경남 밀양서 열린 전국체육대회 여자 일반부 단체전 예선을 마친 이후 취재진과의 인터뷰서 눈물을 흘렸다. “배드민턴을 사랑하는 마음이 커졌느냐” 질문에 대한 안세영의 답이었다. 안세영은 “저의 배드민턴을 많이 사랑해 주신 분들께 정말 감사하다는 말씀드리고 싶고요. 앞으로도 좋은 모습 많이 보여드릴 테니까 많이 응원해주세요”라고 말했다. 

빛바랜 금

하지만 안세영의 시련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문체부는 협회 조사에 대한 최종 결과 발표를 앞두고 있고 지금까지의 모습으로 짐작컨대 협회 역시 가만히 있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또 최근 문체부와 대한체육회는 주요 국제대회서 좋은 성과를 낸 국가대표 지도자의 경우 공개채용 없이 재임용하라는 취지의 공문을 산하 단체에 내렸다. 이 기준에 따르면 김 감독을 비롯한 코치진은 2026년 나고야 아시안게임까지 유임될 수 있다. 배드민턴계 안팎의 상황이 안세영을 고립시키는 형국이다. 

<jsjang@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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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읽기 들어간 이재명 운명

초읽기 들어간 이재명 운명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탄핵 심판 선고기일이 기약 없이 미뤄지고 있다. 여의도발 지라시만 난무하는 가운데 헌재는 여전히 묵묵부답이다. 이제 정국은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사법 리스크와 맞물려 걷잡을 수 없는 혼돈으로 빠져들고 있다. 그야말로 ‘피 말리는 3월’ 마지막 주에 이 대표의 운명이 달렸다. 헌법재판소(이하 헌재)가 지난 21일에 이어 선고의 분수령이었던 지난 19일에도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 심판 선고일을 발표하지 않으면서 예상보다 기일 발표가 늦춰지고 있다. 헌재는 지난달 25일 변론종결 후 거의 매일 평의를 열고 사건을 심리하고 있지만, 어째서인지 좀처럼 답을 내놓지 못하는 상황이다. 굳게 닫힌 헌재의 입 국민의 모든 시선이 헌재에 쏠리면서 여야 정치인들은 아전인수식 해석을 내놓고 있다. ‘탄핵 인용’과 ‘탄핵 각하’ 집회도 각각 힘을 받아 목소리를 키우는 형국이다. 특히 국민의힘은 선고가 늦춰지는 데에는 이유가 있다는 점을 강조하며 “탄핵 인용 가능성이 낮아지고 있다는 증거”라고 주장하고 있다. 국민의힘 의원의 절반에 달하는 의원들은 지난 11일부터 헌재 앞에서 탄핵 심판 각하를 요구하는 릴레이 시위를 벌이고 있다. 주말이었던 지난 15일 열린 대규모 탄핵 반대 집회에도 국민의힘 의원 다수가 모습을 드러냈다. 이날 집회에는 나경원·강명구·구자근·장동혁·윤상현 의원 등이 윤 대통령 탄핵소추 각하를 외쳤다. 이날 나 의원은 “박정희 전 대통령이 1969년 대만을 방문했을 때 ‘대한민국이 자유의 방파제’라고 했다”며 “자유의 파도를 더 거세게 만들어보자. 그 시작은 윤 대통령이 탄핵 무효·각하로 직무 복귀하는 그날”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마이크를 잡은 윤 의원은 “우리는 7∼8년 전 우리의 박근혜 전 대통령을 어리석게 탄핵하는 잘못을 저질렀다”며 “두 번 다시 이런 과오를 되풀이해서는 안 된다. 윤 대통령 탄핵을 반드시 각하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근 탄핵 반대 측은 탄핵 ‘기각’에서 ‘각하’로 문구를 바꾸기도 했다. 당초 이들은 비상계엄은 내란죄에 해당할 만큼 중대한 헌법·법률 위반이 아닌 만큼 탄핵 심판 절차를 거쳐 청구인 측 패소로 판결해야 한다는 기각 여론에 힘을 실었다. 그러나 윤 대통령이 석방된 이후 극우 세력이 강하게 결집하고 스피커를 키우면서 국회의 탄핵소추 의결 절차가 위법이었기 때문에 심판이 불성립한다는 ‘각하론’을 주장하는 이들이 늘어났다. 국민의힘 법률자문위원장인 주진우 의원은 “여러 가지 절차적 위반과 합쳐진다고 하면 각하 가능성이 종전보다 훨씬 더 커졌다”고 밝혔다. 탄핵 정국 초기 ‘탄핵 찬성파’로 분류됐던 오세훈 서울시장은 “선고가 늦어지는 것은 이상징후다. 각하나 기각 가능성이 높아지는 것 같다는 게 일반적인 관측”이라고 힘을 실었다. ‘탄핵 찬성파 아니냐’는 질문에는 “오해”라며 “탄핵소추를 하되 당론으로 하는 말이었다. 이를 탄핵 찬성으로 분류하는 것은 아무래도 무리가 있다”고 해명했다. 행진, 삭발, 단식 총동원했는데… 안갯속 헌재 점점 힘 빠지는 야 민주당은 거리로 나가 맞불을 놨다. 이들은 윤 대통령이 석방된 다음날인 지난 12일 “윤 대통령의 석방이 헌법재판소서의 탄핵 기각은 아니다”라며 여당의 들뜬 분위기를 누르면서 헌재의 조속한 선고를 촉구했다. 최근에는 국회서 광화문까지 걷는 ‘윤석열 파면 촉구 도보 행진’을 비롯해 단식농성, 삭발 등으로 헌재 압박에 나섰다. 민주당 박지원 의원은 지난 20일, 헌법재판소의 윤 대통령의 탄핵 심판기일이 길어지는 것에 대해 “이번 주를 넘기면 국민의 원망이 헌재로 간다”고 주장했다. 박 의원은 KBS라디오 <전격시사>와의 인터뷰를 통해 이같이 밝히면서 ‘선고가 늦어지면서 여당 내에서 각하 결정이 나올 것’이라는 주장에 “헌재가 심리를 11번을 했으니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기각'을 넘어 각하를 주장하는 것은 그만큼 정치적 공세”라며 “자기들 세력을 묶고 단결하려 하는 일종의 공작 발언”이라고 비판하면서 “각하도 있을 수 없고 기각도 있을 수 없다”고 거듭 강조했다. 민주당 조승래 수석대변인은 기자 간담회를 통해 “지난해 12월3일 있었던 친위 쿠데타의 위헌·위법적 행위는 분명하고, 우리는 당연히 탄핵 인용을 확신한다”며 “지금 헌법재판소에 대해 이런저런 이야기 나오는 것은 다 근거 없는 이야기”라고 선을 그었다. 예상 날짜보다 심판 선고기일이 2주가량 늦어지면서 민주당에서는 플랜 B를 모색하고 있다. 민주당은 김건희 여사 리스크를 재조준하면서 흩어진 광장 민심을 다시 끌고 오는 데 집중했다. 지난 19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는 전체회의를 열고 ‘김건희 여사 의혹 상설특검안’과 ‘마약수사 외압 의혹 상설특검안’을 야당 주도로 의결했다. 김 여사 의혹 상설특검안은 김 여사의 ▲도이치모터스·삼부토건 주가조작 ▲명품가방 수수 ▲임성근 전 해병대 제1사단장 구명 로비 ▲대통령 집무실 이전 ▲서울-양평고속도로 노선 변경 의혹 등을 담고 있다. 마약 수사 외압 의혹 상설특검안은 경찰이 마약 밀반입을 도운 혐의로 세관 직원들을 수사하려 하자 대통령실이 나서 외압을 행사했다는 의혹을 골자로 한다. 두 안건은 국민의힘 의원들이 퇴장한 가운데 야당 단독으로 소위를 통과했고, 이튿날인 20일 역시나 야당의 주도로 본회의 문턱을 넘었다. 코너 몰린 야 꺼낸 카드는? 한동안 접어뒀던 최상목 탄핵 카드도 다시 꺼내면서 민주당은 윤석열-최상목 투트랙 압박에 나섰다. 이 대표는 서울 광화문서 열린 민주당 최고위원회의서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겸 국무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마은혁 헌법재판관 후보를 임명하지 않은 것을 두고 ‘직무유기 현행범’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누구든 현행범으로 체포할 수 있으니 몸조심하라”라는 경고성 메시지를 냈다. 여권에선 즉각 반발이 터져나왔지만 민주당은 “과격한 표현”이라면서도 국민의 분노를 대신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민주당은 최 대행을 겨냥한 압박 수위를 단숨에 높였다. 이날 오후 민주당은 심야 비상 의원총회를 열고 최 대행에 대한 탄핵소추 추진을 당 지도부에 위임하기로 했고, 이튿날인 20일 탄핵 절차를 개시하기로 했다. 다만 한덕수 국무총리 탄핵소추 이후 지지율이 소폭 하락한 데 이어 최근 최재해 감사원장·검사 3인 탄핵안이 줄줄이 기각된 만큼 민주당이 짊어질 부담이 적지만은 않다. 한 민주당 의원은 <일요시사>와 만난 자리서 “지금은 탄핵 심판에 집중해야 할 때인데 추가 탄핵안을 발의하면 한곳에 모여야 할 에너지가 흐트러질 가능성이 있다”며 “힘의 분배가 어느 때보다도 중요한 만큼 지도부서도 고심이 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반면 또 다른 민주당 의원은 “단일대오를 형성해 최 대행과 심우정 검찰총장을 모두 내려야 한다”며 “물론 역풍이라는 이야기도 나오지만 최 대행의 거부권 남발은 도가 지나쳤다”고 말했다. 여권에서는 이 대표의 “몸조심하라” 발언을 화제 삼으며 연일 맹공에 나섰다. 민주당이 현 상황에 대한 부담감을 느끼고 무리수를 뒀다는 주장을 선두로 “탄핵 각하의 명백한 증거”라고 해석했다. 국민의힘 윤상현 의원은 이 대표의 발언을 언급하며 “이재명 대표, 윤석열 대통령 탄핵 심판 각하를 돕는 X맨(?)” 이라는 글을 작성했다. 윤 의원은 “대한민국 제1야당 대표의 발언이라고는 상상조차 할 수 없다”며 “이 대표의 정치생명이 저물고 있다”고 주장했다. 운명 가를 단 하루 이어 “이 대표가 정부의 수장을 얼마나 경시하고 억압하고 있는지 그 실상이 구체적으로 드러났다. 헌법재판관들도 이 대표의 실체를 똑똑히 봤을 것”이라며 “12·3 비상계엄은 국가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윤석열 대통령의 필요한 조치였다는 것이 증명됐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 같은 이유로 이 대표의 협박은 윤 대통령 탄핵 심판 각하와 기각의 정당성을 더욱 높여 줬다고 할 수 있다”며 “이 대표에게 고마운 부분”이라고 비꼬았다. 민주당이 마 후보자의 추가 임명을 재차 촉구하는 것 역시 궤를 같이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국민의힘 주진우 의원은 헌재가 윤 대통령 선고일을 좀처럼 잡지 못하는 것과 민주당이 최 권한대행의 탄핵을 언급하는 것을 두고 “탄핵 각하·기각 의견인 재판관이 적어도 3명 이상이라는 정보를 입수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탄핵 인용 가능성이 적어지니 진보 성향을 띠는 마 후보를 넣어서 ‘꼼수’를 부리고 있다는 설명이다. 국민의힘은 “탄핵 각하”를 외치면서도 이와 관계없이 윤 대통령의 선고기일이 늦춰지는 것 자체에 집중하고 있다. 차기 대권주자 1위를 달리는 이 대표의 공직선거법 위반 2심 선고일이 오는 26일로 예정돼있기 때문이다. 앞서 이 대표는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1심에선 징역 1년, 집행유예 2년으로 피선거권 박탈형이 선고됐다. 만일 2심과 대법원 판결서 동일한 형이 확정될 경우 조기 대선이 치러진다고 하더라도 이 대표는 출마할 수 없게 된다. 이 대표를 앞세워 조기 대선을 준비했던 민주당에 있어서는 최악의 시나리오인 셈이다.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은 “윤 대통령 탄핵 심판 결론은 이 대표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2심 선고 이후에 내야 한다”고 주장했다. 나 의원은 자신의 SNS를 통해 이 대표의 2심 선고가 윤 대통령 탄핵 심판 선고보다 빨리 나올 가능성이 높다는 점을 강조하며 “그간 우려됐던 것은 헌재서 대통령 탄핵 심판 결론을 내린 후 법원이 이 대표와 민주당 권력의 눈치를 볼 수 있다는 점이었다. 그러나 정상적 재판 운영이 전제된다면, 대통령 탄핵 심판 선고가 이 대표의 선고와 같거나 늦어질 전망이니 법원은 사법부 독립의 원칙에 따라 외부 압력 없이 공정한 판결을 내릴 환경이 조성되는 셈”이라고 말했다. 24일 한, 26일 이, 28일 윤? 꼬인 선고 4월로 미뤄질까 조기 대선 출사표를 던진 개혁신당 이준석 의원 역시 “헌재가 통상 금요일에 탄핵 심판을 선고한 것을 고려하면 이달 21일 또는 28일 중 하나가 될 가능성이 높은데, 28일이 더 가능성이 높다”며 “국민 갈등이 심각한 상황서 사회적 안정을 고려한다면 헌재가 26일 예정된 이 대표의 2심 판결 결과를 지켜본 뒤 결정을 내릴 것”이라고 내다봤다. 만일 이 대표의 2심서 1심과 마찬가지로 피선거권 박탈형이 선고된다면 이를 기점으로 여권은 물론 비명(비 이재명)계 대권 잠룡까지 이 대표를 사정없이 흔들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은 “진행 중인 5개 재판 결과가 다 나온 다음 무죄를 다 받으면 그때 출마하라”고 직격했다. 안 의원은 SBS 유튜브 ‘정치컨설팅 스토브리그’에 출연해 “(이 대표가)오는 26일 공직선거법 2심 선고를 받는다. 만약 그때 선거법 위반이 나오면 대법원 판결이 나오기도 전인 이번 대선에 출마하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안 의원은 “선거제도라는 게 무엇인가. 유권자들이 여러 후보자에 대해 알 수 있는 모든 정보를 다 취합해 그중에서 자기가 원하는 후보를 선택하는 것”이라며 “그런데 지금 그 후보자 중 한 분이 대법원 판결이 유죄가 나올지 무죄가 나올지 모르는 상태서 어떻게 선택할 수 있겠느냐”고 비판했다. 민주당은 장기전에 대비해 완급 조절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거대 야당으로서 각종 탄핵 카드를 쥐고 있지만 혼란스러운 탄핵 정국에 염증을 느끼는 국민의 의견을 수렴하며 양쪽 균형을 적절하게 맞추는 전략을 택하겠단 것이다. 일각에서는 4월18일 문형배·마은혁 헌재 재판관의 임기 종료 직전 탄핵 심판 결과를 선고하고 헌재가 문을 닫아버린다는 ‘3말4초 판결설’도 고개를 들고 있다. 헌재가 결정문 작성을 신중히 하는 것과 더불어 새로운 헌법재판관 임명으로 선고가 길어질 수 있다는 설명이다. 4월까지 질질∼? 또 다른 일각에선 24일, 한덕수 총리에 대한 탄핵 심판 결과가 선고된 만큼 윤 대통령의 선고도 멀지 않았다는 분석이 우세하다. 한 야권 관계자는 “선고 발표가 길어질수록 굉장한 혼란이 예상되기 때문에 빠른 결정을 내리는 게 국가를 위한 도움”이라며 “24일 한 총리 선고에 이어 26일 이 대표 선고, 그리고 같은 주에 윤 대통령 선고까지 이뤄질 가능성이 크지 않겠냐”고 내다봤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이재명 친기업 광폭 행보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과 만나 “삼성이 잘 돼야 투자가 잘 된다”고 격려의 말을 건넸다. 이 대표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2심 선고가 채 일주일도 남지 않은 시점이지만 친기업적 행보를 부각시키며 대권주자로서의 면모를 다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지난 20일 이 대표는 ‘삼성 청년 SW 아카데미(SSFY)’에서 열린 현장 간담회에 참석해 “경제 상황이 매우 어렵긴 한데 결국 우리 역량으로 잘 이겨낼 것”이라며 “모두를 위한 삼성이 될 수 있고, 경제 성장서 지금까지 해왔던 것처럼 역할을 잘해주시라”고 당부했다. 이에 이 회장은 “바쁜 와중에 이 대표님과 민주당 의원님들 삼성을 방문해주셔서 진심으로 환영한다”고 화답했다. 이어 “SSFY는 동행이라는 이름으로 대한민국의 미래인 청년 미래를 위해서 단순한 사회 공헌을 떠나서 미래에 투자한다는 목표로 지금까지 끌고 왔다”며 “대한민국 AI(인공지능)의 미래를 짊어질 청년들이 정말 감사하게 여기고, 기를 많이 받을 것 같다”고 말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