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건희 면죄부’ 역풍 맞은 중앙지검 막전막후

승진 파티? 일단 칼바람 분다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도이치모터스 사건이 사실상 종결됐다. 항고가 남았으나 기소가 어렵다는 분석이 우세하다. 김건희 여사에게 면죄부를 던져준 꼴이다. 심우정 검찰총장은 특수통이 아닌 기획통 중심의 연말 인사를 단행할 전망이다. 검찰 내부에서는 갑작스러운 물갈이가 검사 ‘줄사직’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브리핑도 그렇고 결론 자체가 참담하다.” 서울중앙지검 한 검사의 말이다. 검찰이 도이치모터스 사건에 연루된 김건희 여사를 무혐의 처분한 것에 대해 비판한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김 여사의 핸드폰과 주거지 압수수색을 시도조차 하지 않았으나 법원이 기각했다며 거짓말 논란을 자초했다.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는 수사 결론을 내놓은 데 이어 내부에 균열이 생기는 분위기다.

4년 넘게
맹탕 수사

검찰이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 사건에 연루된 김 여사를 수사한 건 4년6개월이 넘는다. 증거와 법리를 따져 불기소 처분했다는 입장이지만 면죄부를 던져줬다는 비판은 현재진행형이다.

검찰은 김 여사가 권오수 전 도이치모터스 회장의 주가조작 범행을 간접적으로도 인식하지 못했다고 봤다. 그러나 관련자들을 조사하는 과정서 증거 확보 타이밍을 놓치고 엇갈리는 진술 등으로 인해 판단이 어려워졌던 게 아니냐는 지적이 거세다.

이번 수사에 관여한 서울중앙지검 전·현직 검사장은 4명이다. 또 수사 실무를 총괄하며 일선 수사팀을 지휘한 부장검사도 4명이다. 이 사건은 문재인정부 시절인 지난 2020년 4월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범행에 김 여사 등이 가담했다’는 고발장이 접수되면서 시작됐다.


김 여사는 현직 검찰총장의 부인이었다. 같은 해 9월 황희석 전 법무부 인권국장이 검찰에 출석해 고발인 조사를 받았고, 이후 사건은 서울중앙지검 형사6부에서 반부패수사2부로 재배당됐다.

이듬해 8월, 수사팀이 재정비되면서 수사에 속도가 붙기 시작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검찰총장직을 내놓고 대선 출마를 공식 선언한 것이 그해 6월, 국민의힘 대선후보로 확정된 것은 11월이다. 검찰은 2021년 12월 권 전 회장 등 일당을 무더기로 재판에 넘기며 사건을 일단락했다.

처분 대상서 빠진 유력 대선후보의 배우자 김 여사에 대해 검찰은 “주가조작 가담 여부를 계속 수사하고 있다”고 여지를 남겼다.

지난 4월 총선서 야권이 압승하고 김 여사에 대한 소환조사 필요성이 연일 거론되면서 수사가 진척을 보이기 시작했다. 결국 지난 7월20일 김 여사에 대한 대면 조사가 이뤄졌지만, 최종 처분은 권 전 회장 등에 대한 항소심 재판 선고 이후로 또다시 밀렸다.

앞서 김 여사는 검찰청사가 아닌 서울 종로구에 위치한 대통령 경호처 부속청사서 비공개 방문 조사를 받았다.

이 과정서 서울중앙지검이 이원석 전 검찰총장에게 사후 보고한 점이 알려져 ‘패싱 논란’이 일기도 했다. 수사팀은 경호와 보안상 문제로 제3의 장소서 조사를 진행하게 됐다고 해명했으나 여타 사건의 피의자들과 다른 기준을 적용했다는 점을 비판하는 목소리도 있었다.

4년6개월 수사하고 김건희 성역 인정한 꼴
“압수수색영장 법원 기각” 대놓고 거짓말


당시 검찰 안팎에서는 “사법부의 판단을 두고 보면서 기소 여부를 결정하는 건 정권 눈치 보기”라는 비판이 나왔다.

검찰이 참고하겠다고 밝힌 서울고법 항소심 재판부는 김 여사와 유사한 ‘전주(錢主)’ 역할을 한 인물에게 주가조작 방조 혐의로 유죄를 선고했다. 특히 김 여사가 주식거래로 인한 손실 금액 상당인 4000여만원을 1차 주포에게 입금받은 내역, 2차 주포인 김모씨가 도피 중에 또 다른 사건 관계자에게 보낸 편지서 김 여사를 언급한 정황 등이 알려진 바 있다.

이 같은 상황서 일각에서는 수사 결과의 공정성 논란을 불식시키기 위해 처분 전 수심위를 열어 외부 의견을 들어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다. 하지만 수사팀은 수심위 없이 차·부장급 검사, 일부 평검사 15명으로 구성된 레드팀의 검토를 거쳐 결론을 내렸다.

수사팀과 서울중앙지검의 지휘라인 모두 이 사건은 수심위를 열기에 적절치 않다는 일치된 의견을 낸 것으로 파악됐다. 최종적으로 김 여사에게 면죄부를 던져준 셈이다.

사건 처분 지연 이유를 묻자 수사팀은 “수사 종결을 위해 김 여사에 대한 대면조사가 반드시 필요했다”며 “여러 차례 출석을 요구했지만, 지난 7월 가까스로 대면조사가 이뤄졌다”고 해명했다.

부장검사 출신 한 변호사는 “권오수 전 회장을 비롯한 핵심 관련자들은 일사천리로 기소했는데 유일하게 김 여사에 대해서만 소극적으로 일관했다. 수십명의 검사들이 투입돼 4년이 넘는 시간 동안 했다는 게 겨우 대면조사”라며 “과연 최선을 다한 수사였다고 평가받을 수 있을지 의문이다. 검찰이 시간을 끌어온 게 제일 문제”라고 비판했다.

검찰이 시간을 끈 것보다도 언론 브리핑을 진행하면서 거짓말을 한 사실도 문제로 떠올랐다. 서울중앙지검 수사팀 관계자는 지난 17일 브리핑서 “코바나컨텐츠와 도이치모터스 수사가 같이 진행돼 압수수색영장 같은 것에도 함께 범죄사실을 적었는데, 2020년 11월 김 여사 주거지, 사무실, 휴대전화에 대한 압수수색영장 청구가 기각됐다”고 설명했다.

모르고?
알고도?

기각된 영장 혐의를 묻자 “코바나 사건이 주되긴 했지만 결국 코바나와 도이치는 같이 수사 중이었다. 압색영장에도 범죄 혐의가 같이 들어갔다”고 말했다. 도이치 사건으로도 영장 청구가 있었던 것으로 해석됐다.

하지만 지난 18일 이창수 서울중앙지검장은 국회 국정감사에 출석해 “김 여사 영장이 청구됐다가 기각된 건 코바나 사건”이라고 설명했다. 검찰은 논란이 일자 “전달 과정의 오해였을 뿐 거짓 내용을 브리핑한 적 없다”고 해명했다.

브리핑서 ‘김 여사는 기본적으로 계좌주’라고 전제한 후 “계좌주 중 압색영장을 청구한 사람이 없다”고 설명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기각된 영장에 도이치 사건 혐의는 없었다’고 명확히 설명하지 않았던 만큼 브리핑이 부정확했던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결과적으로 검찰은 김 여사의 자본시장법 혐의에는 한 차례도 강제수사를 시도하지 않은 것이라 수사 의지가 부족했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수사팀은 “10년 지난 사건이고 실효성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었다”고 강조했다.


재경지검 한 부장검사는 “수사팀 입장서 ‘거짓말 논란’은 억울했을 수 있다. 그러나 도이치모터스 사건과 관련해 김 여사에 대한 압수수색이 이뤄지지 않은 건 수사가 적극적이지 않았다고 볼 수 있다. 소극적 수사로 꼽힐 수 있는 뼈아픈 대목”이라고 지적했다.

서울중앙지검 한 검사도 “수사팀 내에서도 기소해야 한다는 견해가 있었다. 코바나컨텐츠 영장이 기각되지 않았으면 도이치모터스 관련 추가 물증을 확보할 수 있었을 거라는데 말도 안 되는 얘기”라며 “애초 정치적 부담을 고려해 소극적으로 수사한 것으로밖에 안 보인다”고 말했다.

검찰이 김 여사에게 지난해 7월 2차 서면 질의서를 보내고 지난 7월 답변을 받기까지 1년이 걸린 점도 의구심을 키웠다. 수사팀 관계자는 “서면 답변을 안 주면 (검찰이)어떻게 하느냐”고 했지만 대응이 미온적이었던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용산 갈등 후
이원석 배제

검찰의 판단으로 논란이 완전히 사라졌다고 보기는 힘들다는 것이 현재의 상황이다. 명품백 사건의 경우 고발인인 백은종 <서울의소리> 대표 등이 검찰 불기소 결정에 불복하는 항고 의사를 밝혔다. 도이치모터스 사건의 경우도 고발인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최강욱 전 의원이 항고장을 접수한다는 계획이다.

또 공수처 수사와 야당 측의 김 여사 특검 발의 등은 아직 진행 중이다. 공수처는 지난달 ‘국민의힘 공천 개입’ 의혹과 ‘명태균씨 여론조사 비용 부담’ 의혹을 수사4부(이대환 부장검사)에 배당했다. 아울러 민주당은 도이치모터스 사건과 명품백 사건, 명씨 여론조작 등 총 13개 의혹에 대한 특검법을 발의했다.


다만 검찰 항고가 통계적으로 인용되는 비율이 10%로 매우 낮다는 점 등으로 볼 때 명품백 사건과 도이치모터스 사건의 불기소 결론이 서울고검 등 이후 단계서 뒤집힐 가능성은 희박할 것으로 법조계는 내다보고 있다.

공수처가 인력 부족 등의 문제를 겪고 있는 점도 고려해 봐야 한다. 또 약 15년 전 벌어진 도이치모터스 사건을 새롭게 들여다봐야 한다는 물리적인 한계도 안고 있다.

심우정 검찰총장이 연말 검찰 고위 간부 인사를 단행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어그러진 조직 내부를 점검하고 분위기 전환에 나서겠다는 의도로 해석된다. 현재 공석인 광주고검장과 부산고검 차장검사 등 지휘부 재편이 목적일 수도 있지만 특수통이 아닌 기획·관리에 능한 검사 위주로 조직을 꾸릴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앞서 심 총장은 취임 직후 이뤄진 인사에서 신봉수 고검장이 광주고검장서 대구고검장으로, 임승철 검사장이 부산고검 차장서 광주고검 차장으로 각각 이동시켰다.

검찰 내부에서는 고위 간부보다 중간 간부 인사가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지난 5월 단행된 인사에서 사법연수원 38기 검사들의 부장검사 승진이 보류됐다. 올해를 넘기면 38기부터 1년씩 승진이 유예되는 탓에 인사 적체를 우려하는 검사들이 많다.

연말 고위 간부 인사 정권 수사 힘 빼기?
특수 지고 기획통 주류로…녹슨 칼 되나

명품백 사건과 도이치모터스 사건 수사팀 소속 검사들은 지난 인사에서 잔류해 이들의 승진·전보 인사 요인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최근 단행된 검찰 인사 기조를 보면 특수통은 좌천되거나 주류서 제외됐다. 지난 5월 검찰 인사에서 특수통으로 꼽히는 송경호 당시 서울중앙지검장이 부산고검장으로 전보됐고, 기획통에 가까운 이창수 검사장이 서울중앙지검장으로 발탁됐다.

심 총장 취임식 당일 발표된 인사에서는 전국 특수수사를 지휘하는 대검찰청 반부패부장에 기획통으로 불리는 구승모 검사장이 임명됐다. 향후 인사에서도 이런 ‘관리형 인사’ 기조가 반영될 것이라는 예상이 나오는 이유다.

검찰 안팎에서는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나 이 전 검찰총장과 가까웠던 정통 특수통들이 인사에서 밀려나고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이에 심 총장의 연말 인사 전후로 사직서를 던지는 중간 간부들이 적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가 크다.

서울중앙지검 관계자는 “이미 사직서를 쓰겠다고 말한 부장급 간부도 있다. 특수통 외면은 이미 6개월 전부터 시작됐다. 특수통이 외면받게 된 이면에는 대통령실 및 김 여사 관련 수사에서 힘을 빼려는 의도라는 해석도 있다. 한마디로 정권에 위협이 될 만한 칼을 미리 부러뜨리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윤 대통령이 이 전 총장과의 갈등 직후 특수통과 거리를 두기 시작했다는 게 복수의 검찰 관계자의 말이다.

구권력
신권력

윤 대통령과 같이 근무한 인연이 있는 한 변호사는 “여권이 친한(친 한동훈)과 친윤(친 윤석열)으로 나뉜 것처럼 검찰 내부도 구권력과 신권력 간의 충돌이 시도 때도 없이 일어난다. 중앙지검이 김 여사를 불기소하면서 불만이 쌓인 검사들이 상당히 많다”며 “지금 상황서 특수통을 중용하는 건 당연히 좋은 선택이 아니다. 심 총장이 고위 간부와 중간 간부 대부분을 기획과 정무 감각이 뛰어난 이들로 꾸릴 것으로 본다. 그렇다고 차후 있을 인사에서 내치면 반골 기질이 있는 특수통들이 가만히 있겠나. 특수통들은 항시 정권의 심장을 겨눠왔다. 지금 용산이라고 다르지 않다”고 강조했다.

<hounder@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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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 흔든 트럼프 1년 풀 스토리

전 세계 흔든 트럼프 1년 풀 스토리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처음에는 ‘설마, 그렇게까지?’라는 반응이었다. 하지만 불과 1년여 만에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모두가 ‘미친 짓’이라고 말하지만 당사자는 거칠 게 없다는 태도다. 문제는 그 여파가 전 세계로 확산하고 있다는 점이다. ‘지구 대통령’ 도널드 트럼프가 ‘천조국’ 미국을 어디로 끌고 가는 걸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행보가 충격과 경악으로 물들고 있다. ‘이보다 더 놀랄 일이 있을까?’라는 반응이 거듭되는 모양새다. 되짚어 보면 이제 와 말이 안 된다고 하기엔 등장부터 파격적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이 처음 대선 출마를 선언할 당시에는 조롱과 웃음이 난무했다. 하지만 미국은 그를 선택했다. 그것도 두 번이나. 예상보다 더 파격 사실 트럼프 대통령은 첫 임기 때나 지금이나 크게 다르지 않다. 선거 기간 동안 공약으로 내세운 내용은 임기 중에 어떤 식으로든 진행했다. 그 공약이 ‘미치광이’ ‘사이코’ 등의 원색적인 비난으로 이어져도 요지부동이었다. 되레 외부 자극이 커질수록 트럼프 대통령의 행보는 더욱 거칠어졌다. 문제는 그 행보에 전 세계가 영향을 받는다는 점이다. 과거 미국이 ‘유일한’ 패권국으로 군림하던 시기와 비견될 정도라는 말이 나온다. ‘세계의 경찰’로 각국 상황에 관여했던 때보다도 영향력이 크다는 분석도 있다. 그 배경으로 지목되는 게 바로 트럼프 대통령의 행보다. 실제로 트럼프 대통령의 말 한마디에 세계 질서를 유지했던 틀이 무너져 내리고 있다. 대표적인 게 관세 부과에서 비롯된 통상 전쟁과 국제 질서 유지를 내세운 타국에 대한 물리적 개입이다. 두 사안 모두 ‘평범한’ 미국 대통령이라면 생각은 해도 실제로 행하기는 어려운 내용이다. 당장 전 세계의 지도자가 반발할 테고 각국의 이해관계도 복잡하게 얽혀있다. 무엇보다 대통령 자신이 겪어야 할 정치적 리스크가 매우 크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했고 또 하려 하고 있다. 모두가 ‘설마’라고 손사래 치던 일이 실제로 벌어지는 데 걸린 시간은 1년 남짓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재선에 도전하면서 ‘미국 우선주의’를 앞세우며 관세 부과를 예고했다. 캐나다, 그린란드, 파나마 운하 등을 미국 소유로 하겠다는 야욕을 드러냈다. 영토 확장이라는 제국주의 시기에나 빈번하게 일어났던 일을 공언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에게 관세는 ‘무기’나 다름없다. 원하는 것을 얻어내기 위해 상대국에 관세를 부과하는 방법으로 압박을 가하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직후부터 전 세계와 통상 전쟁을 벌이기 시작했다. 특히 미국의 자리를 노리는 중국과는 서로 수천%의 관세를 부과하면서 세계 경제를 흔들었다. 관세 부과로 흔들더니 그린란드로 공포 조장 과거 FTA 체결로 미국과의 무역에서 관세 0%를 유지했던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었다. 우리나라보다 앞서 협상한 일본의 관세 부과율을 기본으로 깔고 조율이 이뤄졌다. 줄다리기 끝에 협상이 타결됐지만 관세 문제는 현재진행형이다. 국가 간 외교에서 불확실성이 해소되지 않은 상황인 셈이다. 전 세계가 통상 전쟁의 여파를 겪고 있는 상황에서 이번에는 영토 확장 문제가 불거졌다. 최근 미국은 베네수엘라에서 군사 작전을 진행해 전 세계를 경악에 빠뜨렸다.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 부부를 미국으로 데려와 법정에 세운 것이다. 표면상으로는 베네수엘라 내부 상황을 언급했지만 속내는 석유라는 말이 나왔다. 베네수엘라는 제1의 석유 매장국이다. 미국이 베네수엘라의 석유 사업을 지배하겠다는 의지를 실행으로 옮겼다는 것이다. 미국이 베네수엘라 석유를 차지하게 되면 세계시장이 요동칠 가능성이 크다. 베네수엘라 석유를 등에 업은 미국이 세계 석유시장 개편에 나설 길이 생긴다. 이렇게 되면 주변국은 물론 산유국은 크든 작든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더 나아가 미국은 베네수엘라 자체를 통치하려는 모습도 보인다. 미국에 적대적인 정권을 몰아내고 권력 지형을 ‘친미’ 또는 친미 우호 세력으로 개편할 것으로 예상된다. 전 세계는 미국의 베네수엘라 군사 작전을 시작으로 보는 시각이 존재한다. 정가에서는 공산 정권을 유지 중인 쿠바가 다음 표적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비판에도 마이웨이 베네수엘라 충격이 가시기도 전에 ‘그린란드’가 화두로 떠올랐다. 그린란드는 덴마크 자치령의 섬으로 한반도보다 9배나 큰 섬이다. 인구가 6만여명에 불과하고 두꺼운 얼음으로 뒤덮인 땅이라 가치 평가가 낮았다. 하지만 최근 들어 온난화로 얼음이 녹으면서 아래에 묻힌 광물을 채취할 수 있는 길이 열렸고 지정학적으로도 좋은 위치라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관심이 커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임기 초부터 그린란드를 미국에 편입시키겠다는 뜻을 감추지 않았다. 사실 트럼프정부 이전에도 그린란드를 미국령으로 하려는 시도는 있었다. 과거 미국정부는 그린란드를 사기 위해 돈을 제시한 적도 있고, 세계 2차대전 기간에는 점거하기도 했다. 하지만 덴마크의 반발, 무엇보다 그린란드 주민의 반대로 이뤄지지 못했다. 그러다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하면서 노골적인 요구가 시작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안보상 이유를 들었다. 그린란드를 지킬 수 있는 건 미국뿐이라고 주장하는 것이다. 하지만 베네수엘라 군사 작전 때와 마찬가지로 트럼프 대통령의 ‘속내’는 그린란드에 묻혀 있는 자원일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외신들은 베네수엘라 군사 작전으로 마두로 대통령 부부를 미국으로 압송하면서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감이 붙은 상태라고 보도했다. 베네수엘라 군사 작전이 국제법 위반이라는 비판이 쏟아졌지만 트럼프 대통령 본인은 ‘승리’라고 평가한다는 것이다. 이는 트럼프 대통령이 그린란드에 무력을 사용할 수 있다는 뜻을 비치면서 극대화됐다. 협상의 기술 자유자재로 트럼프 대통령의 행보에 북대서양조약기구(이하 나토)에 참여 중인 국가들은 일제히 반기를 들었다. 미국과 유럽 간 오랜 시간 유지돼 온 ‘대서양 질서’가 뿌리째 흔들릴 수 있는 상황이 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한발 더 나아가 그린란드에 병력을 파견한 덴마크·노르웨이·스웨덴·프랑스·독일·영국·네덜란드·핀란드 등 8개국에 대해 대미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밝혔다. 관세 부과, 무력 충돌 가능성 등으로 전운이 감돌던 미국과 유럽의 관계는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리고 있는 세계경제포럼 연차총회, 이른바 다보스 포럼에서 출구를 찾는 듯한 모습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1일 자신의 SNS 트루스소셜에 “마르크 뤼터 나토 사무총장과의 매우 생산적인 회담을 바탕으로, 그린란드와 사실상 전체 북극 지역에 관한 미래 합의의 틀을 만들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유럽 8개국을 상대로 다음 달 1일부터 부과하기로 한 관세를 “부과하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적었다. 미국이 그린란드 병합을 위한 무력 사용 가능성을 철폐하면서 상황 반전의 여지가 생겼다. 실제 그의 발언 이후 미국 증시 등은 오름세를 보였다. 전문가들은 유럽의 집단 반발, 금융시장 동요 등이 트럼프 대통령의 한발 후퇴를 이끌었다고 진단했다. 계속 가다간 나토의 내부 분열은 물론 유럽의 실력행사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계산이 선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극단적인 방법으로 전 세계를 공포로 몰아넣고 원하는 것을 취하는 ‘협상의 기술’을 또 사용했다는 말이 나오기도 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다른 나라로부터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 각종 협상 기술을 사용해 왔다. 과도한 관세 부과, SNS 사용 등이 그 예다. 베네수엘라 군사 작전 이어 광물 자원 노리고 장악 시도 그러면서도 전문가들은 아직 갈등의 불씨가 꺼지지 않았다고 분석했다. 무력 사용 가능성을 배제했을 뿐 그린란드에 대한 병합 의지 자체가 꺾인 건 아니라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다보스 포럼에서 진행한 연설을 통해 그린란드 병합의 당위성을 긴 시간을 할애해 설명했다. 그는 그린란드를 ‘전략 요충지’이며 ‘북미 대륙의 일부, 서반구 최북단에 있는 우리의 영토’라고 주장했다. 우리나라는 트럼프 대통령이 만든 ‘불확실성’의 토대 위에서 실리를 찾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좌충우돌’이라는 말로는 부족할 만큼 예측불가의 행보가 계속될 때마다 우리나라 또한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외교에서 가장 중요한 게 미국과의 관계인 만큼 안정화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최근 트럼프 대통령은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전후 관리를 위해 만든 ‘평화위원회’ 가입 초청장을 60여개국에 보낸 것으로 확인됐다. 표면상으로는 가자지구의 평화지만 속내는 국제연합(UN) 등을 대체할 다자간 기구를 만들려는 게 아니냐는 의심이 일고 있다. 캐나다, 프랑스, 영국 등 서방 및 친서방 국가와 러시아, 벨라루스 등이 초청장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나라, 일본, 베트남 등 아시아 국가도 포함됐다. 우리나라 외교부는 지난 20일 “미국 측 초청에 따라 검토 중에 있다”고 밝혔다. 한 언론에서는 우리나라가 평화위원회 가입을 적극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일각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표면상으로는 가자지구 평화를 내세웠지만 실제로는 전 세계 분쟁에 개입할 명분을 만들려 한다는 우려가 나온다. 언제나 영향권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0일(현지시각) 임기 1주년을 맞았다. 불과 1년 만에 트럼프 대통령이 전 세계에 일으킨 풍파는 엄청나다. 앞으로 불어닥칠 태풍의 크기도 도무지 가늠할 수 없는 지경이다. 미국 대통령의 임기는 4년으로 트럼프 대통령은 2029년 1월20일 정오까지다. 아직 3년이나 남았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