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제 운영’ 지방 산후조리원 현실

‘더러워서’ 서울로 원정 몸조리

[일요시사 취재1팀] 김철준 기자 = 출산을 하게 되면 부부들은 산후조리원(이하 조리원)을 찾게 된다. 전문가에게 신생아를 다루는 법을 배울 수 있고 산모의 컨디션 회복을 위한 프로그램이 마련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방 조리원은 점차 사라지고 있다. 몇 개 없는 조리원에서는 산모와 아이를 위한다기보다 갑질을 행하는 경우도 많다.

출산 예정일에 맞춰 산후조리원을 예약했지만 입소조차 불가능했다. 심지어 예정된 프로그램이 갑자기 사라지기도 했다. 산모와 아기는 감염의 위험에 시달리고 있다. 이 모든 게 지방 조리원서 벌어지는 일이다.

입소 거부

경상남도 김해시의 한 부부는 출산 예정일에 맞춰 한 조리원을 예약했다. 이들은 예약 당시 계약서를 작성하지 않았다. 최근 지방에 산모가 없어 조리원이 가득찰 가능성이 없다며 산모의 심경 변화가 아닌 이상 예약을 취소하는 경우도 없으니 계약서를 쓸 필요가 없다는 이유를 들었다.

하지만 이들은 출산을 하고 바로 조리원에 입소할 수 없었다. 조리원서 방이 없다며 입소가 불가능하다고 통보했기 때문이다. 조리원에 가지 못해 병원에 입원해서 입소일을 기다려야 하는 상황에 놓인 것이다.

이에 이들은 급하게 다른 조리원으로 바꾸려 했지만 이마저도 쉽지 않았다. 주변에 갈 수 있는 다른 조리원이 없었고 조리원 측에서 산모의 심경 변화로 인한 예약 취소라 예약금(400만원)을 줄 수 없다고 했기 때문이다. 결국 이들은 울며 겨자 먹기로 병원 산부인과서 3일간 입원한 후 조리원에 입소할 수 있었다.


남편인 A씨는 “출산 예정일에 제왕절개한 상황이라 예정일보다 늦게 출산을 한 것도 아닌데 예약할 때와 다르게 방이 없다며 입소를 거부했다”며 “갑자기 말을 바꾸는 조리원을 믿을 수 없어 다른 조리원에 가려 했지만 예약금 환불이 안 된다고 해 어쩔 수 없이 병원에 입원한 후 입소했다”고 토로했다.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입소 전 사업자의 귀책사유로 인해 계약이 해제된다면 계약금 환급 및 계약금의 100% 배상을 받아야 한다. 하지만 해당 부부는 환급은커녕 오히려 병원 입원비를 추가로 지출하게 된 셈이다.

또 다른 지방의 한 부부는 산후조리사의 방치로 아이가 코로나에 걸렸다고 토로하기도 했다. 이들은 조리원에 입소한 지 3일이 지나고 아이에게 미열이 느껴져서 조리사에게 아이의 상태를 말했다. 그랬더니 조리사가 “신생아들은 땀샘이 다 열리지 않아 간헐적으로 미열이 날 수 있다”며 체온조차 재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아이가 계속 울고 열이 내리지 않아 조리원에 상주하는 의사에게 말하니 그제서야 체온을 재고 다른 검사도 진행하고서야 결국 코로나로 파악됐다. 

조리원 줄어들고 가격 올라
감염은 늘고 서비스는 줄어

코로나가 다 나은 후 이들은 무책임한 조리원을 질책하며 퇴소했다. 조리원에서는 본인들 책임은 없다며 남은 기간의 금액을 환불해주지 않았다.

이들 부부는 “해당 조리원에서는 가족 면회도 불가능했다. 하지만 아이는 태어나자마자 코로나에 걸렸다”며 “우리 부부는 코로나에 걸리지 않아 아기를 돌본 조리사로 인해 감염된 것으로 보이지만, 책임을 회피하는 무책임한 모습으로 환불을 받지 못하더라도 퇴소할 수 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이처럼 조리원 내 감염 사례가 끊이지 않지만 관련 인력에 대한 교육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모자보건법 시행규칙에 따르면 간호사, 간호조무사 등 건강관리 인력은 1년마다 최소 네 시간의 법정 교육을 받게 돼있는데, 최근 5년간 진행된 감염교육은 비대면 네 시간 교육이 전부였다.

산후조리업자(대표자)가 매해 8시간의 집합교육을 받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감염교육을 실시하지 않는 조리원도 늘고 있다. 교육 미실시로 행정처분을 받은 건수는 2019년과 2020년엔 없었다가, 2021년과 2022년 각각 2건을 기록했고, 지난해에는 4건으로 증가했다.

이 같은 사례들을 근거로 저출생 관련 대책은 나오고 있지만 정작 당사자인 산모에게 실질적으로 필요한 정책은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줄어든 조리원 수와 높은 가격, 부족한 서비스 등 불만은 늘어나지만 정부에서는 마땅한 대책을 내놓지 못하는 실정이다.

더불어민주당 박희승 의원이 보건복지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전국에 운영 중인 조리원은 모두 456개소다. 지난 2019년 541곳서 15.7%나 감소했다. 

현재 운영 중인 조리원은 경기가 145곳(31.8%)으로 가장 많았고 서울이 112곳(24.6%)으로, 경기와 서울에 절반이 넘는 56.4%가 집중된 것으로 나타났다. 가장 적은 곳은 세종으로 6곳(1.3%)에 불과했으며, 광주·울산·제주가 각각 7곳(1.5%), 대전·전북·충북은 9곳(2%)이었다.

조리원이 없는 기초지방자치단체도 전국 99개 시군구나 됐다. 충북의 경우 가장 심해, 충북 11개 시군 중 9개 시군(제천시, 괴산군, 단양군, 보은군, 영동군, 옥천군, 음성군, 증평군, 진천군)에 조리원이 아예 없었다. 전북은 14개 시군 중 11개에, 전남과 경북은 각각 22개 시군 중 14개에 조리원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수도권 쏠림 현상…경기·서울에 절반 집중
갈 곳 없는 산모·신생아 상대 갑질 일삼아

게다가 전국 조리원의 2주일 이용 평균 가격도 5년 새 지난 2019년 263만원서 지난해 335만원까지 27.3% 올랐다. 조리원 수는 줄어들었고 가격은 올랐지만 산모들은 조리원에 만족하지 못하는 눈치다.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조리원과 관련된 피해구제 신청 건수는 해가 지날수록 증가하고 있다. 연도별로 분석하면 지난 2021년에 20건, 2022년에 26건, 지난해에는 45건이 접수됐다. 

구제 신청 내용은 ‘조리원 계약 해지에 따른 계약금 환급 요구’가 다수였으며 계약 시 약관을 안내하지 않거나 계약을 당일 취소하고, 입실 기간 리모델링 공사로 피해를 준 사례도 있었다.

특히 지방 조리원서 계약 해지에 따른 계약금 환급으로 인한 피해구제 신청이 많았다. 이에 기존 조리원을 대체할 수단이 없는 지방서 조리원의 갑질이 늘어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번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국정감사에서도 조리원에 대한 정부의 관리감독이 있어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국민의힘 서명옥 의원은 “조리원은 비싼 가격에 비해 관리감독이 전혀 되지 않고 있으며 특히 감염관리교육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며 “면역에 사실상 무방비한 신생아 감염관리를 위해 현재 비대면으로 이뤄지고 있는 종사자의 교육을 보다 강화하고 감염교육 유예조항을 삭제할 필요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현 조리원을 살펴보면 신생아의 건강과 안전관리는 뒷전이고 오직 산모의 마사지, 몸매 관리 등에 집중하고 있는데 이 부분도 관리감독 기능을 강화해주길 바란다”고 요구했다.

비싼 가격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은 “수요가 늘어나는 것에 비해 관리감독이 철저히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데 동의한다”며 “보건소를 통해 감독을 철저히 하고 조리원 평가 도입 시 감염관리 수준도 엄밀히 평가해 전체 수준을 끌어올리겠다”고 답변했다.

<kcj5121@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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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뒤통수로 다시 꼬인 한·미·일

트럼프 뒤통수로 다시 꼬인 한·미·일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불확실성의 시대에 가장 확실하다고 굳게 믿었던 관계에서 파열음이 나오고 있다. 새 정부 초기부터 보이기 시작한 적신호가 이제 눈 돌릴 수 없을 정도로 커진 모습이다. 어디서부터 균열이 시작된 걸까? 우리나라 외교는 한미동맹을 배경으로 진행됐다.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중립 외교를 꾀한 때도 있지만 대체로 한·미 혹은 한·미·일 관계가 우선시됐다. 하지만 최근 들어 우리나라와 미국이 삐걱거리는 모습이 자주 포착되고 있다. 상수였는데 변수됐나 지난 12일 미국 이민 당국에 체포·구금됐던 한국인 근로자 316명이 귀국했다. 이번에 구금된 한국인은 총 317명으로 남성 307명, 여성 10명이다. 이 가운데 1명은 잔류를 택했다. 지난 4일, 미국 이민 당국의 불법체류 및 고용 전격 단속에서 체포돼 포크스턴 구금시설 등에 억류된 지 8일 만이다. 이들은 미국 조지아주 엘러벨의 현대차그룹-LG에너지솔루션 합작 배터리 공장 건설 현장에서 일하던 중에 체포·구금됐다. 문제 해결을 위해 조현 외교부 장관이 미국을 급히 방문했다. 당초 이들은 지난 10일(현지시각)에 전세기를 타고 출국할 예정이었지만 ‘미국 측 사정’으로 지연됐다. 외교부는 이번에 체포·구금된 한국인이 향후 불이익을 받지 않도록 미국에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외교부에 따르면, 조현 외교부 장관은 마코 루비오 미 국무부 장관에게 이들이 신체적 속박 없이 신속히 귀국하고 향후 미국에 재입국하는 데 불이익이 없게 해달라고 요청했고 미국 측으로부터 긍정적인 답을 받았다고 한다. 체포·구금된 한국인이 미국을 떠나는 방식을 두고 우리나라와 미국 간의 이견이 있었다. 우리나라는 ‘자진 출국’을, 미국은 ‘추방’을 언급한 것이다. 자진 출국 방식으로 귀국하면 향후 ‘5년 입국 제한’ 등의 불이익이 없다. 반면 추방 명령으로 미국을 떠나면 영구적으로 기록이 남아 최대 10년간 미국에 들어갈 수 없다. 지난 8일 크리스티 놈 미국 국토안보부 장관이 이번 사안과 관련해 “법대로 하고 있다. 그들은 추방될 것”이라고 말하면서 출국 형태에 대한 논란이 불거졌다. 다행히 미국 측과 조율이 이뤄지면서 자진 출국 형태로 귀국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외교부에 따르면 루비오 장관은 “트럼프 대통령도 이재명 대통령과 도출한 한미 정상회담의 성과를 높이 평가하고 있고, 이 사안에 대한 한국인의 민감성을 이해하고 있다. 특히 미국 경제·제조업 부흥을 위한 한국의 투자와 역할에 대해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인 체포·구금 사태 야 “700조원 줬는데도?” 그러면서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 측이 원하는 바대로 가능한 한 이뤄질 수 있도록 신속히 협의하고 조치할 것을 지시했다”고 설명했다. 우리 정부의 노력으로 상황이 봉합되는 모양새지만 한국인 체포·구금 사태의 후폭풍이 상당할 것이라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무엇보다 한국인 체포·구금 과정에서 드러난 미국 이민 당국의 모습을 두고 동맹을 고려하지 않은 처사라는 말이 나왔다. 실제로 미국 측은 한국인 체포 과정에서 수갑을 채웠고, 이들을 환경이 열악한 수용소에 구금했다. 야권에서 ‘외교 참사’가 일어났다고 목소리를 높이는 이유이기도 하다. 국민의힘 박성훈 수석대변인은 지난 6일, 한국인 체포·구금 사태 이후 내놓은 논평에서 “이재명정부는 700조원 선물 보따리를 미국에 안겼지만 회담은 공동성명조차 발표하지 못한 채 끝났다”며 “그 결과가 고스란히 현대차-LG 합작 공장 단속 사태로 돌아왔다”고 맹공을 퍼부었다. 그러면서 “국민 사이에서는 실컷 투자해 주고 뒤통수 맞은 것 아니냐는 분노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며 “700조원에 달하는 투자를 약속해 놓고도 국민의 안전도, 기업 경쟁력 확보도 실패한 것이 이재명정부의 실용 외교 현실”이라고 비판했다. 우리나라는 관세 협상, 한미 정상회담 등을 통해 미국에 5000억달러(약 700조원)를 투자하겠다고 했다.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도 지난 6일 페이스북에 글을 썼다. 수갑 채우고 수용소 넣고 장 대표는 “이번 사태는 단순한 불법체류자 단속을 넘어 앞으로 미국 내 한국 기업 현장과 교민 사회 전반으로 피해가 확산할 수 있다는 점에서 매우 심각한 사안”이라고 우려했다. 이어 “수많은 한국 기업이 미국 전역에서 공장을 건설하고 투자를 확대하는 상황에서 근로자들이 무더기로 체포되는 일이 되풀이된다면 국가적 차원의 리스크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우리 정부는 이 같은 사태가 되풀이되지 않도록 미국 측과 방지책을 마련하겠다는 입장이다. 조 장관은 루비오 장관 등과 만난 자리에서 이번 사태의 재발 방지책과 대미 투자 한국 기업 관계자들의 비자 문제 등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외교부에 따르면 조 장관은 유사 사례 재발 방지를 위해 새로운 비자 카테고리를 만드는 등 다양한 방안 논의를 위한 ‘한미 외교부-국무부 워킹그룹’ 신설을 제의했다. 일각에서는 이번 사태를 한미 관계 차원에서 봐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한미 관계가 순탄하게 흘러가고 있지 않다는 신호로 봐야 한다는 설명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당선 직후부터 관세 등을 무기로 전 세계를 흔들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이 과정에서 우리나라가 동맹 취급을 받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은 끊임없이 제기된 바 있다. ‘삐걱거림’은 이정부 출범 초기부터 감지됐다. 미국 백악관은 이재명 대통령 당선과 관련해 처음 내놓은 메시지에서 중국을 언급해 ‘이례적’이라는 말을 들었다. 백악관은 지난 6월3일 한국 대선 결과에 대한 언론의 질문에 “한미동맹은 철통같이 유지된다”면서도 “한국은 자유롭고 공정한 선거를 진행했지만 미국은 전 세계 민주주의 국가들에 대한 중국의 개입과 영향력 행사에 대해서는 여전히 우려하며 반대한다”고 말했다. 백악관의 메시지를 두고 이정부에 대한 중국의 영향력 행사 견제, 실용 외교를 표방하는 이 대통령이 중국과 거리두기를 해야 한다는 압박 등 다양한 해석이 이어졌다. 당시 미국은 중국과 관세를 두고 이른바 ‘치킨게임’을 벌이고 있었다. 시간이 가면서 다소 소강상태가 되긴 했지만 갈등의 골은 여전히 남아 있다. 분위기만 화기애애? 관세 협상이나 한미 정상회담을 두고도 여전히 후폭풍이 계속되고 있다. 우리나라는 트럼프 대통령이 관세 협상 시한으로 정한 날짜를 하루 앞두고 미국과 타결을 이뤄냈다. 당초 한미FTA로 우리나라와 미국 사이의 관세는 일부 품목을 제외하고 ‘0’이었기에 타격은 불가피한 상황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이 서한을 통해 언급한 상호 관세 25%를 15%로 낮추는 데는 합의했지만 과정은 난항을 거듭했다. 루비오 장관의 방한이 취소되는가 하면 ‘한미 2+2 통상 협의’를 앞두고 미국 측의 취소로 구윤철 기획재정부 장관이 발길을 돌리는 일도 벌어졌다. 일본이 먼저 관세 협상을 마무리하면서 기준이 생기고 시간에 쫓기는 등 여의치 않은 상황이 지속됐다. 결국 미국과의 관세 협상은 일본과 비슷한 수준에서 정리됐고 동시에 천문학적인 수준의 대미 투자를 약속했다. 이때도 관세 협상 결과를 두고 이견이 나타났다. 우리 정부 측은 쌀, 소고기 등 농산물 개방은 없다고 주장했던 반면, 트럼프 대통령은 전면 개방을 말했다. 또 대미 투자의 방식에서도 서로 다른 생각을 보였다. 이견은 한미 정상회담을 거치고도 조율되지 않은 모양새다. 미국 측은 관세 협상 타결 결과를 발표하면서 이 대통령의 방미를 언급했고 실제 한미 정상회담이 열렸다. 정상회담은 화기애애한 분위기에서 치러졌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이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을 앞에 두고 면박을 주는 등의 돌발 행동을 보인 바 있어 우려가 제기됐지만 무난하게 마무리됐다는 평을 받았다. 문제는 명문화된 결과가 없다는 점이다. 지난달 25일 이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은 워싱턴 D.C. 백악관에서 정상회담을 진행했지만 공동합의문은 발표하지 않았다. 역대 우리나라 대통령들은 정상회담 이후 공동성명을 통해 동맹의 성과와 협력 의제를 문서화해 왔다. 당선 메시지에 중국 언급 정상회담 합의문도 없어 당시 공동합의문이 나오지 않은 데 대해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제기될 정도였다. 정상회담에서 각종 현안을 폭넓게 논의했지만 구체적 합의에 이르지 못한 결과였다. 특히 자동차 관세가 확정되지 않으면서 업계는 ‘불확실성’을 해소하지 못했다. 관세 협상에서 자동차 관세를 25%에서 15%로 낮추는 내용으로 타결했지만 문서로 명시되지 않은 것이다. 안보 문제 역시 마찬가지였다.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은 한미 정상회담 이후인 지난달 28일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공동발표문이 항상 있는 것은 아니”라며 “정상 간 논의 내용은 상당 부분 생중계됐고 나머지는 언론 브리핑을 통해 양국 국민에게 효과적으로 설명했다”고 말했다. 위 안보실장은 “문건을 만들어내기까지에 이르지는 못했지만 많은 공감대가 있었다. 그런 공감대를 바탕으로 추가 협의를 하면 마무리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난 8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나온 조 장관의 발언은 조금 더 구체적이었다. 그는 “투자 부문에서 국민에게 큰 부담이 될 수 있어 수용하지 않았다”며 공동합의문이 발표되지 않은 이유에 대해 말했다. 이어 “미일 간 합의문 내용을 보면 왜 우리가 협상을 지연해 가면서까지 안을 만들고 있는지 이해될 것”이라고 부연했다. 일본은 관세 협상에서 제조업·항공우주·농업·에너지·자동차 등 분야에서 미국에 시장을 개방하고 5500억달러 규모의 대미 투자를 약속하는 내용의 합의를 진행했다. 또 합의 불이행 시 미국이 관세를 재조정할 수 있다는 조항이 담긴 것으로 알려지면서 ‘굴욕 협상’이라는 말도 나왔다. 조 장관은 “일본의 타결 협상안을 보면 우리가 비슷한 협상안을 받아들인다고 할 때 여러 문제점이 많다”며 “받아들일 수 없는 것을 분명히 하며 협상을 강하게 하다 보니 합의가 지연되고 있다”고 말했다. 반도체 품목 관세가 부과될 때 최혜국 대우가 불확실하다는 지적에 대해서도 “현재로서는 그렇다”고 인정했다. 불확실성 해소될까? 우리나라와 미국 사이에 자리한 불확실성이 여전히 해소되지 않고 있는 셈이다. 여기에 트럼프 대통령이 타국을 대하는 방식은 이제 변수를 넘어 상수가 되는 모양새다. 어디로 튈지 모르는 트럼프 대통령의 행보가 한미 관계를 더 흔들 가능성도 있는 상황이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