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위협하는 도미노 국제정세

정신없이 돌아가는 한반도 주변 시계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대한민국이 대내외적으로 혼란스러운 시기를 겪고 있다. 당장 미국 대선이 가져올 결과부터 북한의 핵실험, 중국과의 갈등, 일본 신임 총리까지 한반도를 둘러싼 변화가 한둘이 아니다. 모든 건 톱니바퀴처럼 맞물려 있다. 하나만 오작동해도 금세 삐걱거릴 관계다.

미국 대통령선거가 한 달여 앞으로 다가왔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 총격 사건부터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후보의 사퇴까지 급박하게 돌아가는 상황이 이어졌다. 미국 대선이라는 빅 이벤트에 세계의 눈길이 쏠린다. 대선 결과에 따른 정치·외교는 물론 경제·산업에 미치는 영향을 무시할 수 없는 만큼 한국서도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경제도
안보도

민주당 대통령 후보인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과 공화당 대통령 후보인 트럼프 전 대통령이 연일 강경 발언을 쏟아내며 본격적인 선거 모드에 돌입했다. 세간의 관심이 쏠린 경제 공약이 점차 윤곽을 드러내면서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먼저 트럼프 후보는 1기 체제와 크게 다르지 않은 ‘메이드인 USA’를 내걸었다. 관세와 법인세 등을 사용해 주요 제조업을 미국으로 끌어들이는 것이 핵심이다. 반면 해리스 후보는 지난 달 21일, 대선 완주를 포기한 바이든 전 대통령의 바통을 이어받아 중산층 감세 등 공약을 제시했다.

이번 미국 대선의 영향은 한국까지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누가 당선되느냐에 따라 경제 기조와 안보 체제에 변화가 생기기 때문이다.

앞서 트럼프 후보는 2016년 대통령으로 집권하던 당시 수입 자동차에 최고 25%의 고율 관세를 부과하는 방안을 추진해 자동차 업계가 한차례 곤욕을 치렀다. 중국에 대해서는 60~100%를, 타 국가에는 일률적으로 10%의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밝혀 수출 업계 역시 긴장을 유지하고 있다.

2020년 당선된 민주당 바이든 대통령은 인플레이션 감축법(Inflation Reduction Act, IRA)을 제시해 전기차 공급망을 보유한 국제시장에 전체적으로 영향을 끼쳤다. 최근에는 네덜란드와 일본의 반도체 장비업체를 겨냥해 무역 제재 카드를 꺼내 들 가능성을 시사해 아시아권 반도체 대장주 주가가 동시에 하락하기도 했다.

미 대선 앞두고 존재감 과시하는 북
핵실험 돌풍 일으킬까…노심초사 남

이처럼 미국의 경제 기조에 따른 영향은 전 세계에 해당하는 만큼 국내 상황도 요동칠 수밖에 없다.

경제에만 영향을 끼치는 건 아니다. 북한을 핵보유국으로 인정하느냐가 미국 대선 다음으로 가장 뜨거운 국제 이슈가 될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선거를 뛰는 두 후보 모두 대북정책에 있어 ‘한반도 비핵화’ 문구를 삭제해 상당한 변화가 있을 가능성이 높게 여겨진다.

때맞춰 북한의 움직임도 눈에 띄게 늘고 있다.

지난달 13일 북한 노동당 기관지인 <노동신문>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고농축 우라늄(HEU) 제조시설 방문 현장 사진을 공개했다. 우라늄은 핵 탄두를 만드는 데 쓰이는 주요 소재다. 국정원은 북한이 고농축 우라늄 상당량과 더불어 원자로서 추출한 플루토늄 약 70㎏을 보유하고 있다고 내다봤다. 이는 두 자릿수에 달하는 핵무기를 만들 수 있는 양이라는 분석도 덧붙였다.

이날 북한이 우라늄 제조시설을 공개한 것을 두고 정치권에서는 미국 대선을 앞두고 존재감을 과시하기 위함이라고 분석했다.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간사인 국민의힘 김건 의원은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에서 “북한이 미국을 향해 ‘나를 잊지 말아달라’고 말하고 싶은 것”이라며 “미국 대선 레이스가 벌어지고 있는 가운데 자신들의 존재감을 알리려는 연기”라고 설명했다.

이미 전문가들은 북한이 미국 대선 이후 7차 핵실험을 감행할 가능성이 크다고 이야기해 왔다. 국정원 역시 지난달 26일 국회 정보위 전체회의서 “미국 대선을 앞두고 할 가능성이 있지만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이나 인공위성 발사 등 다양한 군사적 도발 수단이 있어서 미국 대선 이전보다는 이후가 될 수 있다”고 보고한 것으로 전해진다.

핵실험
후폭풍

국제원자력기구(IAEA) 측의 발언도 논란의 중심에 섰다. 국제사회가 북한의 핵 보유를 인정하고 대화에 임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면서 파장이 겉잡을 수 없이 커진 것이다.

지난달 26일 라파엘 그로시 국제원자력기구 사무총장은 <AP>와의 인터뷰서 이같이 밝히며 “북한은 사실상 핵무기 보유국이 된 2006년 뒤로 국제사회 관여가 없었다”며 “그 뒤로 북한의 핵 프로그램은 크게 확장됐다”고 말했다.

이어 “북한은 방대한 핵시설을 갖고도 국제 핵 안전기준에 의한 감시를 받지 않는 거의 유일한 국가”라며 “이것은 어떤 식으로든 해결해야 할 심대한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로시 총장은 “북한이 핵 활동을 중단해야 한다고 계속 강조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동시에 엇갈린 대화를 멈출 방법을 진지하게 고민해야 한다”며 “다년간 나의 신조는 항상 개입하고 대화를 시도하자는 것이었다. 우리는 항상 상황을 앞서 주도하고 대화를 위한 문을 열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내외를 막론하고 해당 문제를 크게 보는 이유는 만일 북한이 핵보유국으로 인정된다면 아시아 전반에 걸쳐 ‘핵실험 도미노’가 이어질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북한에 맞선다는 명분으로 한국도 핵실험을 하게 되고, 이 같은 기류는 일본까지 영향을 끼칠 것이란 관측이다.

IAEA의 주장에 대해 트럼프 후보의 외교 안보 참모 로버트 오브라이언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부정적인 견해를 밝혔다.

지난달 30일 미국 워싱턴DC서 트라이포럼이 개최한 한미일 3국 협력 관련 심포지엄서 오브라이언 보좌관은 그로시 사무총장의 ‘사실상 핵 보유국’ 발언에 “위험한 질문”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그로시 사무총장의 발언대로 북한을 핵보유국으로 인정한다면 북한 핵무기 숫자를 줄이는 등의 군축 협상이 필요하게 될 것”이라며 “나는 우리가 거기에 있어야 하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같은 듯
다른 듯

윤석열 대통령 역시 핵무장에 대해 자체 핵무장 없이도 북핵 위협을 실질적으로 억제·대응할 수 있는 체제가 구축됐다고 설명한 바 있다. 지난 1일 국군의날 행사에서는 “북한 정권은 지금이라도 핵무기가 자신을 지켜준다는 망상서 벗어나야 할 것”이라며 압박 수위를 높이기도 했다.

이날 윤 대통령은 “북한이 핵무기 사용을 기도한다면, 우리 군과 한미동맹의 결연하고 압도적인 대응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며 “그날이 바로 북한 정권 종말의 날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쓰레기 풍선, GPS 교란 공격 등 저열한 도발을 자행하더니 급기야 ‘적대적 두 국가론’을 주장하며 통일마저 부정하고 있다. 더욱이 러시아와의 불법 무기 거래로 국제사회의 규범에 역행하며 한반도와 세계 평화를 위협하고 있다”며 “우리 군은 강력한 전투역량과 확고한 대비 태세를 바탕으로 북한의 도발을 즉각 응징할 것”이라고 말했다.

남북간의 심상치 않은 기류가 흐르면서 일각에서는 국지전이 현실화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야권은 국지전 대응책으로 정부서 계엄령을 선포하지 않겠냐는 주장도 펼쳤다.

한 야권 관계자는 <일요시사> 취재진과 만난 자리서 “민주당이 계엄설을 띄웠지만 윤 대통령 입장에서는 탄핵을 대비하기 위해 계엄을 선포하는 건 너무나도 위험성이 크다”며 “북한과의 대치 상황을 명분으로 계엄을 선포하는 게 더 모양새가 맞지 않은가. 북한 도발이 이어지고 국민의 불안이 커지면 이를 해결하기 위한 명분으로 계엄 카드를 꺼내드는 것도 예측 가능하지 않겠는가”라고 설명했다.

일본서도 지각변동이 일어났다. 지난 1일, 일본의 제102대 행정부인 이시바 시게루 총리 내각 체제가 출범하면서다. 이시바 신임 총리는 일본 집권여당인 자민당 총재선거서 승리한 인물로 대표적인 온건파로 분류되지만 한·중·미 관계를 흔들 수 있는 발언을 다수 내놔 그의 차기 행보에 눈길이 쏠린다.

아시아판 나토 꺼내든 일 총리
중 자극? “현실적으로 어려워”

우선 이시바 신임 총리 체제 하에 한일 관계가 다소 개선될 것이란 긍정적인 반응이 따른다. 그는 야스쿠니신사를 참배하지 않는 인물로 유명할뿐더러 과거사 문제를 두고 일본의 반성을 언급하는 등의 행적을 보여왔다.

북한에 대해서도 문제 해결 의지를 적극적으로 보이며 우호적인 관계로 거듭날 가능성이 점쳐진다. 이시바 신임 총리는 선거 과정서 평양과 도쿄에 상호 연락사무소를 개설하겠다며 납북 피해자 문제 해결을 공약으로 제시했다.

하지만 국가안보 부분에 있어서는 우려가 나온다. 미국을 자극할 수 있는 ‘아시아판 나토(북대서양 조약 기구)’를 강력히 주장해 온 인물이기 때문이다.

이시바 총재는 미국 보수 성향 싱크탱크 허드슨연구소에 ‘일본 외교정책의 장래’라는 제목의 글을 기고했다. 기고문에 따르면 이시바 신임 총리는 “아시아판 나토의 창설이 불가피하다”며 “억지력 확보를 위해 이 틀에서 미국 핵무기의 공유나 반입을 검토해야 한다”고 말해왔다.

그러면서 일본과 미국의 핵 공유, 더 나아가 일본 내 핵 반입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덧붙였다.

이시바 신임 총리는 북·중·러의 핵연합을 예시로 들며 “군사협력을 심화하는 러시아와 북한이 핵기술 이전을 진행 중”이라고 우려를 표했다. 급속히 핵전력을 강화하는 중국으로 인해 미국의 핵전력으로 동맹국을 지키는 ‘확장억제’가 기능하지 않겠냐는 점에서다.

이는 아시아에 나토와 같은 집단이나 체제가 존재하지 않고 상위 방호의 의무가 없어 언제든지 전쟁에 노출될 수 있다는 점을 꼬집은 것으로 풀이된다.

꼬이고
꼬였다

김 의원은 이시바 신임 총리가 가져올 변화에 대해 “한일 관계에 대해 상당히 전향적인 입장을 보여왔던 인물로 양국의 관계를 발전시키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면서도 “일본에도 계파가 있고 정치적 제약이 존재해 빠른 시일 내에 크게 개선될 것으로 기대하긴 어렵다”고 말했다.

아시아판 나토에 관해서는 “유럽에 있는 나토를 다자적인 성격으로 만들겠다는 것인데 사실 현실적으로 많은 어려움이 있다”며 “물론 나토 같은 형식이 아니더라도 안보협력을 강화하는 노력은 당연히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hypak28@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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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독해진 송영길 역할론

더 독해진 송영길 역할론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더불어민주당 송영길 의원이 목소리를 키우고 있다. 이미 명심(이재명 대통령의 의중)은 김민석 전 국무총리에게 쏠렸다는 평가가 지배적이지만 그는 누구보다도 ‘정청래 고립 작전’에 힘을 쏟고 있다. 친정청래계의 십자포화를 견디면서까지 존재감을 키우는 그의 의도는 무엇일까? 오는 8월 치러지는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전당대회가 다가올수록 당의 내홍도 거세지는 분위기다. 지난달 대표직 사퇴 이후 사실상 연임을 선언한 정청래 전 대표는 ‘민주당 전통성’을 부각시키며 지지층 결집에 나섰다. ‘노사모(노무현 전 대통령을 사랑하는 모임)’ 출신인 점 등을 강조하면서 친문(친 문재인) 진영의 표심을 흡수하려는 시도로 해석된다. 타깃은 한 명뿐 그런 정 전 대표를 향해 날을 세우는 건 또다른 후보군인 송영길 의원이다. 송 의원은 초반부터 매섭게 정 전 대표를 몰아세우며 그의 적통성 행보를 차단하고 나섰다. 송 의원은 KBS 라디오 인터뷰에서 “정 전 대표가 친노(친 노무현)·친문 등 정체성을 부각한다”는 진행자의 말에 “그는 완전히 노무현 대통령과 등을 져서 장례식에도 참석하지 못했다”며 “다른 분이면 몰라도 정 전 대표는 (친노의) 적통성을 따질 수 없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정 전 대표는 2002년 노사모를 기반으로 한 인터넷 정당 ‘정정당당 추진위원회’을 꾸리면서 정치에 입문했지만, 2007년 노무현정부와 대립각을 세운 열린우리당 정동영 당시 의장(현 통일부 장관)과 더 가깝다는 평이 나오면서 적통성을 의심받고 있는 것이다. 그러자 정 전 대표는 “이렇게까지 하느냐. 100% 허위 사실”이라며 불쾌감을 숨기지 않았고, 송 의원은 “당일 정 전 대표를 본 기억이 없어서 (노 전 대통령) 장례식에도 참석도 못했다는 말을 했다”며 사과의 뜻을 건넸다. 송 의원은 자신의 SNS를 통해 “제 발언의 요체는 노무현 대통령의 죽음 앞에 우리는 모두 지못미(지켜주지 못해 미안하다)라는 사실이다. 다시 이런 비극을 재현해서는 안 된다”면서도 “노 전 대통령께서 한미 FTA를 추진할 때 민주당 대부분 의원이 격렬하게 반대했다. 그 선봉에 (당시) 정청래 의원이 있었다”며 또다른 논란을 꺼내 들었다. 이는 친청(친 정청래)계와 친명(친 이재명)계 간의 계파 대리전으로 번졌다. 민주당 최민희 의원은 “이제는 한미 FTA 찬반까지 끌어와 당 대표 경선을 혼란스럽게 한다”며 “이런 편파적 파묘 안 하시면 안 되느냐”고 지적했다. 이어 “갈등은 필연이지만 팩트로 논쟁하자”며 “적통 논쟁도 하지 말자. 지금은 AI시대”라고 말했다. “네가 친노?” 20년 전 사건까지 파묘 거세게 몰아치는 ‘정청래 고립 작전’ 최 의원은 송 의원의 ‘사당화’ 주장에도 반박했다. 앞서 송 의원은 “대통령과 손발을 맞추려면 할 일이 많은데 우리 민주당은 운동장을 너무 좁게 쓰고 있다. 정 전 대표 측근 아니면 당무에서 거의 배제되고 최고위원도 자기들끼리만 한다”며 사당화를 도마 위로 올렸다. 이에 대해 최 의원은 “송 의원이 정 전 대표를 비난하면 기다렸다는 듯 재래식 언론이 줄줄이 보도한다. 민주당이 극복한 ‘문모닝(하루를 문 대통령 비판으로 시작한다)’의 악몽이 되살아나려 하는데 막을 사람이 바로 송 의원”이라고 주장했다. 논란의 한가운데에 선 정 전 대표는 “소모적 적통 논쟁을 하지 말자”며 싸움을 그만둘 것을 제안했다. 그는 “저는 제 입으로 적통의 적자도 꺼낸 적이 없고, 그럴 생각도 없다. 위대한 대통령 누구의 적통이라고 주장한 적도 없다”고 주장했다. 정 전 대표는 “저는 김대중 대통령을 존경했고, 노무현 대통령을 사랑했으며 문재인 대통령을 좋아했다”며 “이재명 대통령과는 동지이자 전우로 윤석열 검찰독재정권의 폭압을 함께 뚫었다. 12·3 불법 비상계엄 내란의 밤 때는 목숨 걸고 국회 담장을 넘었다”고 주장했다. 이어 “(이렇게 말한 것이) 뭐가 문제가 되냐”면서 “제 입으로 말하지도 않은 것을 상상하고 비틀어서 ‘적통이네 아니네’ 하는 언론의 프레임에 맞장구치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이달 초를 기점으로 민주당의 분위기가 한층 누그러졌다는 평이 나온다. 이 대통령과 문재인 전 대통령이 오찬 회동을 하며 지지자 간의 갈등 봉합을 시도했고, 보안수사권 폐지 역시 정부가 먼저 치고 나오면서 논란을 잠재웠다. 퇴로까지 끊었다 정 전 대표의 전당대회 필살기가 사라졌다. 여기에 친문 의원들조차 “하늘에 계신 분들이 (정 전 대표의 적통성을) 인정하겠나” 등 표현으로 거리를 두면서 고립 직전에 놓였다. 정 전 대표의 입지가 좁아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면서 송 의원의 여론전도 박차를 가하는 모양새다. 송 의원은 정 전 대표에게 힘을 싣는 여의도 밖 스피커와도 각을 세우고 있다. ‘ABC론’ ‘증축·재건축론’ 등을 주장한 유시민 작가를 향해 “간신은 주군 옆에서 권력을 독점해 똑똑하고 새로운 사람이 접근하지 못하도록 차단한다”고 지적했다. 앞서 유 작가는 “이 대통령이 대통령이 되는 과정에서 열렬히 지켜주고 응원했던 사람들이 원했던 것은 증축이었는데, 대통령은 재건축을 하려고 했던 것 같다. 대통령의 자신감이 지나쳤던 것 아닌가”라고 주장했다. 민주 진영 코어 지지층이 바란 것은 중도·보수로의 ‘증축’이지만 이 대통령은 원주민(코어 지지층)과 상의 없이 ‘재건축’에 나서 이들이 이탈하고 있다는 증축·재건축론을 제기한 것이다. 이에 송 전 대표는 YTN <장성철의 뉴스명당>에 출연해 “충신은 자기 주군의 성공을 위해서 더 똑똑한 사람, 새로운 사람을 계속 영입한다”며 유 작가의 주장을 반박했다. 연일 송 의원의 견제가 이어지고 있지만 강성 지지층의 두터운 지지를 받는 정 전 대표가 쉽게 꺾이지 않을 것이란 평가가 지배적이다. 따라서 김민석 전 총리와 송 의원 둘 중 누구든 결선에 진출해 ‘반 정청래’ 전선을 꾸리는 것이 1차 목표라는 설명에 힘이 실린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현 상황에 대해 “지금으로서는 송 의원은 당 대표를 하겠다는 열망보다 정 전 대표를 막겠다는 열망이 더 강해 보인다”고 봤다. 이처럼 정치권에서는 송 의원을 개별 후보가 아닌 김 총리의 페이스메이커로 보는 분위기다. 명심을 등에 업은 김 총리가 거칠게 나올 경우 국정 운영에 차질이 생길 것이란 우려가 나오는 만큼 상대적으로 리스크가 적은 송 의원이 ‘정청래 저격수’ 역할을 자처했다는 해석이 나온다. 오래전 큰 그림 송 의원의 의중과 상관없이 두 사람의 단일화가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이번 전당대회서 정 전 대표에게 유리한 것으로 알려진 1인1표제가 적용되는 만큼 김 전 총리와 송 의원이 손을 잡는 것이 안전하다는 이유에서다. ‘김민석+송영길 대 정청래’ 구도로 선거를 치른다면 압승도 가능하다는 판단이 깔린 것으로 해석된다. 정치권에서는 전당대회에 출마한 송 의원이 가장 주목을 받는 시점에 김 전 총리와의 단일화를 선언한 후 사퇴하는 시나리오도 점치고 있다. 자신의 지지층 결집이 최고조에 달했을 때 김 전 총리에게 힘을 실어준 뒤 물러서는 방식으로, 이럴 경우 확실한 1 대 1 구도가 만들어지게 된다. 정치권에서는 송 의원이 전당대회를 통해 체급을 키운 뒤 청와대에 외교부 장관 등 자신이 희망하던 자리를 요구하지 않겠냐는 해석도 나온다. 국회 입성 이후 송 의원의 외교부 장관 입각설 등이 꾸준히 나오는 것 역시 이 같은 해석을 뒷받침한다. 그동안 송 의원은 자칭타칭 ‘외교 전문가’로 이름을 알려왔다. 그는 문재인정부 당시 러시아 특사를 지냈으며 대통령 직속 북방경제협력위원회 위원장과 민주당 동북아평화협력특별위원회 초기 위원장을 지냈다. 21대 국회 전반기에는 외교통일위원회 위원장을 맡아 꾸준히 외교·통일 정책 비전을 밝혀왔다. 지난 2월 복당을 앞둔 때에는 향후 외교 분야에서 역할을 맡고 싶다는 의지를 피력하기도 했다. 송 의원은 부산 벡스코에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종결과 북극 항로의 미래’를 주제로 열린 민주당 부산시당 주최 특강에서 “러시아와 미국 등 외교 현안에서 역할을 감당하겠다”고 밝혔다. 이날 송 의원은 러시아와의 협력 필요성을 강조하면서도 “현재 한국은 러시아보다 우크라이나에 더 가까운 입장”이라며 “전쟁 중이라는 특수성이 있지만 아쉬운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북극 항로를 열기 위해서는 실용주의 외교가 필요하다”며 이정부의 실용주의 노선과 궤를 같이 했다. 그는 최근까지도 활발한 외교 행보를 보였다. 지난달 24일 조정식 국회의장 특사 자격으로 미국 출국길에 올라 전방위 외교 활동에 나서기도 했다. 송 전 의원은 미국 워싱턴에서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관계자와 미 의회 지도부와 연쇄 면담을 갖고, 북핵 문제와 경제 제재 예외 조치 등 한미 간 주요 현안을 논의한 것으로 전해진다. “복당 후 역할은…” 마음은 다른 곳에? ‘미주민주참여포럼(KAPAC)’이 워싱턴DC의 한 호텔에서 개최한 콘퍼런스에서 송 의원이 이 대통령의 서면 축사를 대독에 눈길을 끌기도 했다. 이에 국민의힘 신지호 전 의원은 송 의원이 “양손에 떡을 다 쥘 수 있는 상황이 됐다”고 평가했다. 그는 채널A 라디오쇼 <정치시그널>에 출연해 이같이 주장하며 “누군가 송 의원에게 ‘너 외교부 장관 할래, 당 대표 할래?’라고 묻는다면 바보가 아닌 이상 당 대표라고 답한다. 이번에 당 대표가 되면 공천권을 쥘 수 있기 때문”이라며 “(선거를) 하다가 여의치 않을 경우 외교부 장관으로 가는 것이고, 지금의 이런 것들이 또 외교부 장관으로 가기 위한 과정이 될 수 있다. 지금 양쪽 접근을 다 하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유리한 지점에 서 있는 만큼 송 의원의 당권 레이스 완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2021년 치러진 전당대회서 당선된 경험이 있는 만큼 이미 민주당에 조직 기반이 있다는 점에서다. 최근에는 경남 지역 시민사회단체와 당원 등 100여명이 모여 ‘8·17 전당대회, 응답하라 송영길!’이라는 슬로건과 함께 송 의원의 출마를 촉구하기도 했다. 이들은 “지금 대한민국은 대내외적으로 복합적인 위기와 갈등을 동시에 마주하고 있다”며 “이런 시대일수록 국정을 안정적으로 뒷받침하고 당을 하나로 묶어낼 검증된 지도력이 절실하다. 송영길 의원은 ‘이재명 국민주권정부’의 성공적인 국정 운영을 가장 안정적으로 지원할 수 있는 정치적 경험과 국가 운영 능력을 갖춘 인물”이라며 평가했다. 친명 좌장으로 불리는 민주당 김영진 의원은 8월 전당대회와 관련해 “제가 아는 송영길 의원은 (김 전 총리를 위한) 페이스메이커로 나가지는 않을 것”이라고 봤다. 그는 한 라디오를 통해 “누구든지 1등을 하기 위해서 나가고, 만약에 결선투표로 간다면 1등, 2등 해서 결선에 가서 이기겠다는 생각일 것”이라며 “송 의원이 누구를 위해서 자기가 페이스메이커로 나간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했다. 양손에 쥔 꽃놀이패 송 의원 역시 본인이 김 전 총리의 페이스메이커 역할을 자처하고 있다는 분석에 대해 “후보자들은 일종의 면접시험을 보고 있는 것이고 인사권자인 당원들께서 판단하실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이어 “결선투표 제도가 없다면 단일화 논란이 일어날 수 있지만 전당대회는 제도적으로 결선투표제가 있다”며 완주 가능성을 부정하지 않았다. 만일 송 의원이 전당대회를 완주한다면 정 전 대표와 청와대라는 양강 구도에 변수가 된다. 그의 선택에 따라 이번 전당대회 판세가 갈릴 것이란 전망이 나오면서 그가 페이스메이커가 아닌 ‘게임 체인저’로 바뀔지 이목이 쏠린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여의도 복귀 김민석, 전대 신호탄 김민석 전 국무총리가 당권 경쟁자인 정청래 전 대표를 겨냥해 “지금까지 했던 방식으로 굳이 (대표를) 두 번 할 필요나 필연성은 지금 발견하기 어렵다”고 직격했다. 총리직에서 퇴임해 여의도에 복귀하자마자 이같이 밝힌 김 전 총리는 유튜브 채널 ‘오마이TV’가 공개한 영상에서 “이제는 정청래 전 대표와 다른 색깔, 역량, 스타일, 장점을 가진 리더십이 필요한 때”라고 주장했다. 이어 “(국회의원) 재보궐선거와 지방선거로 (정부 출범 후) 최초의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당의 역할 폭과 숙제 크기가 더 넓고 커지고 강해졌다. 이제 당이 더 본격적으로 움직여야 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당이 어떻게 가야 하나, 무엇을 해야 하나에 대한 제 나름의 생각이 있기 때문에 그것을 최대한 반영하고 싶다”며 “대한민국 역사의 황금시대 도래, 그 첫 장을 이재명정부가 열고 있다고 보고 그것을 실제로 만들어내는 일에 모든 걸 다 해야 한다”고도 강조했다. 올해 초 정 전 대표가 시도했다가 무산된 조국혁신당과의 합당 문제도 꺼내들었다. 김 전 총리는 “그것(합당)을 풀어가는 데 문제 제기와 과정이 잘못돼서 일을 그르쳤다고 본다”며 “같은 세력은 통합하고 다르면 연대하고, 통합과 연대와 확장이 반드시 필요하다. 통합을 할 것이냐 연대를 할 것이냐의 문제에 대해서는 혁신당이 스스로 명확하게 판단하고 (입장을) 드러내는 것이 좋다”고 제언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