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위협하는 도미노 국제정세

정신없이 돌아가는 한반도 주변 시계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대한민국이 대내외적으로 혼란스러운 시기를 겪고 있다. 당장 미국 대선이 가져올 결과부터 북한의 핵실험, 중국과의 갈등, 일본 신임 총리까지 한반도를 둘러싼 변화가 한둘이 아니다. 모든 건 톱니바퀴처럼 맞물려 있다. 하나만 오작동해도 금세 삐걱거릴 관계다.

미국 대통령선거가 한 달여 앞으로 다가왔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 총격 사건부터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후보의 사퇴까지 급박하게 돌아가는 상황이 이어졌다. 미국 대선이라는 빅 이벤트에 세계의 눈길이 쏠린다. 대선 결과에 따른 정치·외교는 물론 경제·산업에 미치는 영향을 무시할 수 없는 만큼 한국서도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경제도
안보도

민주당 대통령 후보인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과 공화당 대통령 후보인 트럼프 전 대통령이 연일 강경 발언을 쏟아내며 본격적인 선거 모드에 돌입했다. 세간의 관심이 쏠린 경제 공약이 점차 윤곽을 드러내면서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먼저 트럼프 후보는 1기 체제와 크게 다르지 않은 ‘메이드인 USA’를 내걸었다. 관세와 법인세 등을 사용해 주요 제조업을 미국으로 끌어들이는 것이 핵심이다. 반면 해리스 후보는 지난 달 21일, 대선 완주를 포기한 바이든 전 대통령의 바통을 이어받아 중산층 감세 등 공약을 제시했다.

이번 미국 대선의 영향은 한국까지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누가 당선되느냐에 따라 경제 기조와 안보 체제에 변화가 생기기 때문이다.


앞서 트럼프 후보는 2016년 대통령으로 집권하던 당시 수입 자동차에 최고 25%의 고율 관세를 부과하는 방안을 추진해 자동차 업계가 한차례 곤욕을 치렀다. 중국에 대해서는 60~100%를, 타 국가에는 일률적으로 10%의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밝혀 수출 업계 역시 긴장을 유지하고 있다.

2020년 당선된 민주당 바이든 대통령은 인플레이션 감축법(Inflation Reduction Act, IRA)을 제시해 전기차 공급망을 보유한 국제시장에 전체적으로 영향을 끼쳤다. 최근에는 네덜란드와 일본의 반도체 장비업체를 겨냥해 무역 제재 카드를 꺼내 들 가능성을 시사해 아시아권 반도체 대장주 주가가 동시에 하락하기도 했다.

미 대선 앞두고 존재감 과시하는 북
핵실험 돌풍 일으킬까…노심초사 남

이처럼 미국의 경제 기조에 따른 영향은 전 세계에 해당하는 만큼 국내 상황도 요동칠 수밖에 없다.

경제에만 영향을 끼치는 건 아니다. 북한을 핵보유국으로 인정하느냐가 미국 대선 다음으로 가장 뜨거운 국제 이슈가 될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선거를 뛰는 두 후보 모두 대북정책에 있어 ‘한반도 비핵화’ 문구를 삭제해 상당한 변화가 있을 가능성이 높게 여겨진다.

때맞춰 북한의 움직임도 눈에 띄게 늘고 있다.

지난달 13일 북한 노동당 기관지인 <노동신문>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고농축 우라늄(HEU) 제조시설 방문 현장 사진을 공개했다. 우라늄은 핵 탄두를 만드는 데 쓰이는 주요 소재다. 국정원은 북한이 고농축 우라늄 상당량과 더불어 원자로서 추출한 플루토늄 약 70㎏을 보유하고 있다고 내다봤다. 이는 두 자릿수에 달하는 핵무기를 만들 수 있는 양이라는 분석도 덧붙였다.


이날 북한이 우라늄 제조시설을 공개한 것을 두고 정치권에서는 미국 대선을 앞두고 존재감을 과시하기 위함이라고 분석했다.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간사인 국민의힘 김건 의원은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에서 “북한이 미국을 향해 ‘나를 잊지 말아달라’고 말하고 싶은 것”이라며 “미국 대선 레이스가 벌어지고 있는 가운데 자신들의 존재감을 알리려는 연기”라고 설명했다.

이미 전문가들은 북한이 미국 대선 이후 7차 핵실험을 감행할 가능성이 크다고 이야기해 왔다. 국정원 역시 지난달 26일 국회 정보위 전체회의서 “미국 대선을 앞두고 할 가능성이 있지만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이나 인공위성 발사 등 다양한 군사적 도발 수단이 있어서 미국 대선 이전보다는 이후가 될 수 있다”고 보고한 것으로 전해진다.

핵실험
후폭풍

국제원자력기구(IAEA) 측의 발언도 논란의 중심에 섰다. 국제사회가 북한의 핵 보유를 인정하고 대화에 임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면서 파장이 겉잡을 수 없이 커진 것이다.

지난달 26일 라파엘 그로시 국제원자력기구 사무총장은 <AP>와의 인터뷰서 이같이 밝히며 “북한은 사실상 핵무기 보유국이 된 2006년 뒤로 국제사회 관여가 없었다”며 “그 뒤로 북한의 핵 프로그램은 크게 확장됐다”고 말했다.

이어 “북한은 방대한 핵시설을 갖고도 국제 핵 안전기준에 의한 감시를 받지 않는 거의 유일한 국가”라며 “이것은 어떤 식으로든 해결해야 할 심대한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로시 총장은 “북한이 핵 활동을 중단해야 한다고 계속 강조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동시에 엇갈린 대화를 멈출 방법을 진지하게 고민해야 한다”며 “다년간 나의 신조는 항상 개입하고 대화를 시도하자는 것이었다. 우리는 항상 상황을 앞서 주도하고 대화를 위한 문을 열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내외를 막론하고 해당 문제를 크게 보는 이유는 만일 북한이 핵보유국으로 인정된다면 아시아 전반에 걸쳐 ‘핵실험 도미노’가 이어질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북한에 맞선다는 명분으로 한국도 핵실험을 하게 되고, 이 같은 기류는 일본까지 영향을 끼칠 것이란 관측이다.

IAEA의 주장에 대해 트럼프 후보의 외교 안보 참모 로버트 오브라이언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부정적인 견해를 밝혔다.

지난달 30일 미국 워싱턴DC서 트라이포럼이 개최한 한미일 3국 협력 관련 심포지엄서 오브라이언 보좌관은 그로시 사무총장의 ‘사실상 핵 보유국’ 발언에 “위험한 질문”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그로시 사무총장의 발언대로 북한을 핵보유국으로 인정한다면 북한 핵무기 숫자를 줄이는 등의 군축 협상이 필요하게 될 것”이라며 “나는 우리가 거기에 있어야 하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같은 듯
다른 듯


윤석열 대통령 역시 핵무장에 대해 자체 핵무장 없이도 북핵 위협을 실질적으로 억제·대응할 수 있는 체제가 구축됐다고 설명한 바 있다. 지난 1일 국군의날 행사에서는 “북한 정권은 지금이라도 핵무기가 자신을 지켜준다는 망상서 벗어나야 할 것”이라며 압박 수위를 높이기도 했다.

이날 윤 대통령은 “북한이 핵무기 사용을 기도한다면, 우리 군과 한미동맹의 결연하고 압도적인 대응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며 “그날이 바로 북한 정권 종말의 날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쓰레기 풍선, GPS 교란 공격 등 저열한 도발을 자행하더니 급기야 ‘적대적 두 국가론’을 주장하며 통일마저 부정하고 있다. 더욱이 러시아와의 불법 무기 거래로 국제사회의 규범에 역행하며 한반도와 세계 평화를 위협하고 있다”며 “우리 군은 강력한 전투역량과 확고한 대비 태세를 바탕으로 북한의 도발을 즉각 응징할 것”이라고 말했다.

남북간의 심상치 않은 기류가 흐르면서 일각에서는 국지전이 현실화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야권은 국지전 대응책으로 정부서 계엄령을 선포하지 않겠냐는 주장도 펼쳤다.

한 야권 관계자는 <일요시사> 취재진과 만난 자리서 “민주당이 계엄설을 띄웠지만 윤 대통령 입장에서는 탄핵을 대비하기 위해 계엄을 선포하는 건 너무나도 위험성이 크다”며 “북한과의 대치 상황을 명분으로 계엄을 선포하는 게 더 모양새가 맞지 않은가. 북한 도발이 이어지고 국민의 불안이 커지면 이를 해결하기 위한 명분으로 계엄 카드를 꺼내드는 것도 예측 가능하지 않겠는가”라고 설명했다.

일본서도 지각변동이 일어났다. 지난 1일, 일본의 제102대 행정부인 이시바 시게루 총리 내각 체제가 출범하면서다. 이시바 신임 총리는 일본 집권여당인 자민당 총재선거서 승리한 인물로 대표적인 온건파로 분류되지만 한·중·미 관계를 흔들 수 있는 발언을 다수 내놔 그의 차기 행보에 눈길이 쏠린다.


아시아판 나토 꺼내든 일 총리
중 자극? “현실적으로 어려워”

우선 이시바 신임 총리 체제 하에 한일 관계가 다소 개선될 것이란 긍정적인 반응이 따른다. 그는 야스쿠니신사를 참배하지 않는 인물로 유명할뿐더러 과거사 문제를 두고 일본의 반성을 언급하는 등의 행적을 보여왔다.

북한에 대해서도 문제 해결 의지를 적극적으로 보이며 우호적인 관계로 거듭날 가능성이 점쳐진다. 이시바 신임 총리는 선거 과정서 평양과 도쿄에 상호 연락사무소를 개설하겠다며 납북 피해자 문제 해결을 공약으로 제시했다.

하지만 국가안보 부분에 있어서는 우려가 나온다. 미국을 자극할 수 있는 ‘아시아판 나토(북대서양 조약 기구)’를 강력히 주장해 온 인물이기 때문이다.

이시바 총재는 미국 보수 성향 싱크탱크 허드슨연구소에 ‘일본 외교정책의 장래’라는 제목의 글을 기고했다. 기고문에 따르면 이시바 신임 총리는 “아시아판 나토의 창설이 불가피하다”며 “억지력 확보를 위해 이 틀에서 미국 핵무기의 공유나 반입을 검토해야 한다”고 말해왔다.

그러면서 일본과 미국의 핵 공유, 더 나아가 일본 내 핵 반입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덧붙였다.

이시바 신임 총리는 북·중·러의 핵연합을 예시로 들며 “군사협력을 심화하는 러시아와 북한이 핵기술 이전을 진행 중”이라고 우려를 표했다. 급속히 핵전력을 강화하는 중국으로 인해 미국의 핵전력으로 동맹국을 지키는 ‘확장억제’가 기능하지 않겠냐는 점에서다.

이는 아시아에 나토와 같은 집단이나 체제가 존재하지 않고 상위 방호의 의무가 없어 언제든지 전쟁에 노출될 수 있다는 점을 꼬집은 것으로 풀이된다.

꼬이고
꼬였다

김 의원은 이시바 신임 총리가 가져올 변화에 대해 “한일 관계에 대해 상당히 전향적인 입장을 보여왔던 인물로 양국의 관계를 발전시키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면서도 “일본에도 계파가 있고 정치적 제약이 존재해 빠른 시일 내에 크게 개선될 것으로 기대하긴 어렵다”고 말했다.

아시아판 나토에 관해서는 “유럽에 있는 나토를 다자적인 성격으로 만들겠다는 것인데 사실 현실적으로 많은 어려움이 있다”며 “물론 나토 같은 형식이 아니더라도 안보협력을 강화하는 노력은 당연히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hypak28@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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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계 스캔들과 정치권 음모론

연예계 스캔들과 정치권 음모론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한때 연예계를 떨게 했던 ‘마의 11월’이 다시 온 걸까? 매년 11월마다 연예계와 방송가에서 각종 이슈가 터진다는 말에서 비롯된 표현이다. 아슬아슬하게 11월은 넘기는가 싶더니 12월이 되자마자 연예계 이슈가 온 세상을 뒤덮었다. 동시다발로 터져 나온 연예계 사건·사고에 정작 중요한 이슈들이 가라앉고 있다. SNS에서 의혹이 제기되고, 이는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게재된다. 얼마 가지 않아 기사로 보도된다. 유튜브 쇼츠로 제작돼 확산한다. 다시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온다. 방송으로 퍼진다. 방송분이 편집돼 다시 유튜브 영상으로 제작된다. 이 모든 과정에서 생산된 콘텐츠는 SNS를 통해 재생산된다. 다른 이슈가 불거진다. 반복된다. 하루 사이 연달아서 최근 이슈가 퍼지는 방식이다. 기사 등을 통해 정보가 대중에게 전달되던 시기는 이제 끝났다. 이제는 오히려 언론이 온라인 커뮤니티 글을 소스로 기사를 작성하는 판이다. 동시에 레거시 미디어를 통해 정보가 확산하던 시기도 지나간 지 오래다. 이제 모두가 유튜브로 이슈를 확인하고 댓글을 통해 의견을 표출한다. 문제는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레거시 미디어로, 또다시 유튜브로 대표되는 뉴미디어로 정보가 전달되는 과정에서 자극도가 높아진다는 점이다. 동시에 확인되지 않은, 왜곡된 내용이 처음 올라온 정보에 덕지덕지 달라붙는다. 확산 속도 또한 어마어마하게 빠르다. 몇 시간이면 대형 온라인 커뮤니티 사이트를 비롯해 유튜브까지 퍼진다. 이 사이클은 무한정 돌아간다. 시간이 가면서 대중은 짧은 영상에 목말라 하고 있다. 분 단위의 영상보다는 초 단위 쇼츠에 더 열광한다. 영상 제작자는 조회수가 곧 돈이기에 대중의 입맛에 콘텐츠를 맞출 수밖에 없다. 도파민을 바라는 대중의 눈에 들기 위해선 흡인력 있는 영상을 만들어야 한다. 사실이든 아니든 그것은 중요하지 않다. 불과 일주일 새 연예계에서 동시다발로 이슈가 터졌다. 과거, 약물, 갑질, 조폭 의혹 등 언급되는 단어만으로 충격이 일었다. 여기에 의혹에 연루된 연예인의 면면이 전부 각 분야에서 잘 알려진 사람이라는 점은 이슈 확산에 기름을 부었다. 순식간에 커뮤니티와 유튜브 등이 불타올랐다. 배우 조진웅이 과거에 소년범이었다는 보도가 나왔다. 올해 광복절 경축식을 비롯해 정부 행사에 자주 얼굴을 드러냈던 터라 처음에는 반신반의하는 반응이 많았다. 비상계엄 사태 때에도 SNS에 글을 올리는 등 말할 때는 하는 이른바 ‘개념 연예인’으로 알려져 있어 대중은 조진웅의 반응을 기다렸다. 기사, SNS로 한꺼번에 유튜브 타고 빠른 확산 하지만 소년범이었던 과거가 사실로 드러나고 그가 은퇴를 선언하면서 상황은 걷잡을 수 없이 커졌다. 동시에 조진웅의 은퇴를 두고 ‘과거의 일’이라는 의견과 ‘피해자를 생각하라’는 의견이 대립하기 시작했다. 일부 진보 진영 정치인이 한두 마디씩 말을 보태면서 의견 대립은 정치권으로까지 번졌다. 여기에 소년범 의혹을 최초로 기사화한 언론의 보도 윤리도 도마 위에 올랐다. 개그우먼 박나래는 매니저 갑질 의혹과 불법 의료 시술 의혹이 동시에 불거졌다. 매니저들이 박나래를 상대로 고소했다는 보도가 나온 이후 줄줄이 이어진 후속 보도에서 드러난 의혹들이다. 박나래가 매니저들과 진실 공방을 벌이는 내용이 거듭해서 언론 보도, 유튜브 쇼츠 등으로 이어지면서 불씨가 꺼지지 않고 있다. 특히 불법 의료 시술 의혹은 ‘주사 이모’라는 존재가 등장하면서 판이 커질 기미를 보이고 있다. 주사 이모는 박나래에게 주사 등을 통해 투약한 인물로 추정된다. 해당 인물의 SNS가 공개되면서 몇몇 연예인이 연루 의혹을 받고 있다. 경찰 조사가 예정돼있어 장기전이 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 개그맨 조세호는 조폭 연루설에 휘말렸다. 조세호 의혹은 SNS를 통해 사진이 공개되면서 확산했다. 폭로자가 조세호와 조폭으로 추정되는 인물이 함께 찍은 사진을 올리고 글을 쓰면서 논란이 불거졌다. 그 여파로 조세호는 고정 출연하고 있던 <유 퀴즈 온 더 블럭>과 <1박 2일>에서 하차했다. 유명 연예인 도마 위에 아이돌 그룹 BTS의 정국과 에스파 윈터의 열애설도 비슷한 시기에 터졌다.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두 사람이 비슷한 위치에 ‘커플 타투’를 했다는 의혹이 나왔다. 두 멤버의 소속사인 하이브와 SM엔터테인먼트는 ‘노코멘트’라고 입장을 밝혔다. 두 그룹이 높은 인기를 누리고 있는 만큼 계속 언급되는 중이다. 한 건만으로도 상당한 파급력을 지닐 사건이 연이어 터지면서 일각에서는 누군가가 민감한 이슈를 덮기 위해 연예계 사건·사고를 일부러 수면 위로 끌어올린 게 아니냐는 이른바 ‘음모론’이 제기되고 있다. 앞서 매년 11월마다 연예인 관련 사건이 일어나는 것을 두고 나왔던 이야기가 이번에 다시 나온 것이다. 정치나 사회 이슈와 비교해 연예계 관련 사건·사고 소식은 대중에게 직관적으로 다가가는 편이라 몰입도가 높다. 동시에 휘발성도 크다. 또 대중에게 잘 알려진 연예인일수록 사건의 파급력이 크다. 물론 연말연시를 앞두고 머리 아픈 이슈에 질린 대중에게 연예계 문제는 더할 나위 없이 흥미로운 소재라 말이 나오는 것일 뿐 확인된 바는 없다. 말 그대로 ‘도시괴담’에 가깝다는 뜻이다. 그럼에도 이번에는 상황이 묘하게 돌아가고 있다는 말이 심심찮게 보인다. 실제 여야가 한데 얽힌 것으로 추정되는 통일교 문제, 야당에서 강하게 반발 중인 국가보안법 폐지 논란 등이 연예계 이슈에 묻혀 대중의 관심에서 멀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3300만명이 넘는 고객의 개인정보가 유출된 쿠팡 사태도 그 사건 규모에 비해 관심도가 떨어지고 있다. 마의 11월 12월로? 통일교 관련 논란은 당초 야당인 국민의힘에 포커스가 집중됐다. 국민의힘 의원들이 통일교로부터 정치자금을 받았다는 의혹이다. 그러다 최근 그 범위가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으로까지 확대됐다. 윤영호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이 통일교에서 금품을 제공한 정치인을 진술하면서 민주당 인사들도 입길에 올랐다. 민중기 특별검사팀은 지난 8월 윤 전 본부장으로부터 ‘통일교가 국민의힘 외에 민주당 소속 정치인들도 지원했다’는 취지의 진술을 확보했다. 윤 전 본부장이 언급한 인물 가운데 1명이 전재수 전 해양수산부 장관(당시 민주당 의원)이었다고 한다. 명품 시계 2개와 함께 수천만원을 한일 해저터널 추진 등 교단 숙원사업을 위해 줬다는 것이다. 금품수수 의혹이 보도되자 전 전 장관은 지난 11일, 전격 사의를 표명했다. 그는 “불법 금품수수는 없었다”면서 “장관직을 내려놓고 당당하게 응하는 것이 공직자로서 해야 할 처신”이라고 했다. 이어 “저와 관련된 황당하지만 전혀 근거 없는 논란”이라며 “해수부가 또는 이재명정부가 흔들려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민주당 내부에서는 정권이 흔들릴 수도 있는 사안이라는 목소리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동안 통일교 관련 논란으로 국민의힘에 맹공을 퍼부었는데 역풍이 불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실제 국민의힘은 ‘통일교 특검’을 주장하면서 민주당과 이 대통령을 몰아가는 중이다. 공수가 뒤바뀐 것이다. 범여권에서 추진 중인 국가보안법(이하 국보법) 폐지를 두고 정치권이 갈등을 빚고 있다. 국민의힘이 국보법 폐지에 강하게 반발하면서 여야 간 힘겨루기로 비화했다. 정치권 이슈 묻히고 쿠팡도 잠잠해지나? 지난 7일 민주당 민형배, 조국혁신당 김준형, 진보당 윤종오 의원은 국보법 폐지 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의원들은 “국보법은 제정 당시 일본제국주의 치안유지법을 계승해 사상의 자유를 억압한 악법이라는 비판을 받아왔다”며 “국보법의 대부분 조항은 형법으로 대체 가능하며 남북교류협력법 등 관련 법률로도 충분히 규율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반면 국민의힘은 국보법 폐지를 용인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국민의힘 송언석 원내대표는 ‘국가보안법 폐지, 누구를 위한 것인가’ 토론회에서 “국가정보원에서 대공수사권을 떼어내 경찰에 이관했지만 경찰은 그만한 준비가 제대로 안 돼 사실상 대공수사가 공중에 붕 뜬 느낌”이라며 “이런 상황에서 국보법을 폐지하려는 시도가 있다는 건 굉장히 심각한 일”이라고 지적했다. 연예계 이슈에 바로 직전 가장 큰 이슈였던 쿠팡 사태도 상대적으로 잠잠해졌다. 지난달 말 문자메시지 등을 통해 알려진 쿠팡 사태는 3370만명의 개인정보가 해외로 유출된 사건이다. 사실상 모든 고객의 정보가 털린 셈이다. 올 한 해 통신사, 카드사 등에서 개인정보 유출을 겪은 이용자는 또 한 번 직격탄을 맞았다. 쿠팡 사태는 해킹 등으로 정보가 유출된 여타 업체와 달리 전 직원의 소행으로 드러나면서 이커머스 업체의 보안 실태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지고 있다. 동시에 2010년 창업 이래 이커머스 시장을 독점하다시피 한 쿠팡 생태계의 민낯이 낱낱이 알려졌다. 동시에 쿠팡에서 일어난 노동자 사망사고도 재조명받는 중이다. 지난 10일에는 박대준 쿠팡 대표가 사임했다. 쿠팡은 “최근의 개인정보 사태에 대해 국민께 실망하게 한 점에 대해 매우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며 “이번 사태의 발생과 수습 과정에서의 책임을 통감하고 모든 직위에서 물러나기로 했다”고 밝혔다. 사실상 경질이라는 의견이 많다. 당분간은 계속될 듯 일각에서는 음모론에서 한발 더 나아가 여당 쪽에서 연예계 이슈를 터트린 게 아니냐는 의심이 나오고 있다. 통일교 논란, 국보법 폐지, 쿠팡 논란 등 대형 이슈가 여당 쪽에 불리한 내용이 아니냐는 설명이다. 한편에서는 여야가 동시에 발을 걸치고 있는 사안인 만큼 특정 진영의 유불리를 따질 수 없다는 반박도 나온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