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각종 의혹에 이중고를 겪고 있는 김건희 여사가 또다시 논란에 휩싸일 전망이다. 이번에는 ‘황제 관람 의혹’이다. 대통령실은 ‘깜짝 방문’이라는 입장을 내놨지만 ‘무관중 무대’에 의전 지원을 요청한 까닭은 무엇이었을까?
지난 3일 <JTBC>는 문화체육관광부(이하 문체부) 산하 KTV국민방송(이하 KTV)이 준비한 국악 녹화 공연에 김건희 여사가 참석했다고 보도했다. 대통령실과 문체부 등은 “김 여사가 국악인을 격려하기 위해 갑자기 들렀다”고 해명했지만 <일요시사>가 조국혁신당 김재원 의원실을 통해 입수한 자료에 따르면, KTV 측은 방송 녹화 날짜 이전부터 용역업체에 의전 지원을 요청한 것으로 파악됐다.
뒤죽박죽
해당 행사의 정식 명칭은 ‘얼쑤! 신명나는 우리 소리’로 2023 부산세계박람회 유치를 기원하기 위해 지난해 10월31일 청와대 관저 뜰에서 진행한 국악 공연이다.
여기에 책정된 예산은 8600만원이다. 2023년 결산서 기준 KTV가 자체적으로 제작한 방송프로그램 제작비는 약 230만원으로 그동안 송출한 1894편을 다 합해도 43억5600만원에 그친다. 자체 프로그램 제작비가 평균 200여만원에 불과하다는 점에서 봤을 때 이번 녹화 방송에는 예산이 과하게 투입됐다는 지적이 제기되는 부분이다.
보도에 따르면 당시 방송국 측은 녹화를 위한 공연이었던 만큼 관중 없이 진행했다는 취지의 발언을 한 것으로 전해진다. 무대에 서는 국악인과 행사 관계자를 제외하고는 별도의 관객이 없던 셈이다. 그러나 김 여사가 행사에 참여했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김 여사가 공연을 단독 관람한 것과 마찬가지”라는 비판이 나왔다.
문체부는 곧바로 설명 자료를 내고 반박에 나섰다. 문체부는 “영부인은 녹화 현장 중간에 국악인 신영희 선생과 인사를 나누기 위해 들렀다가 끝까지 남아 출연자를 격려했다”며 “영부인 관련 사적 지인은 없었다”고 해명했다. 대통령실 역시 비슷한 취지로 보도 내용을 부인했다.
하지만 <일요시사>가 입수한 행사 견적서 따르면 공연 녹화가 예정된 날짜보다 보름 정도 앞선 지난해 10월18일 KTV 측이 용역업체에 8명의 의전 인력을 요청한 것으로 밝혀졌다. 당초 무관중 공연을 기획했다면서도 의전을 요청해 “이미 VIP의 방문이 예정돼있던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다.
의전 계약 내용은 녹화 당일인 31일에 발급된 준공내역서에도 동일하게 찾아볼 수 있었다.
‘김건희 1인 공연’ 의혹에 선 그었지만...
“무관중에 의전 인력 8명 배치” 커지는 의혹
무관중 공연을 기획한 시점 역시 앞뒤가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온다.
문체부와 한국방송정책원 관계자의 해명에 따르면 행사 기획 당시 KTV는 각국의 주한대사 등을 초청하려고 했으나 이스라엘-하마스 사태로 인한 긴장감이 국내외로 번지면서 부득이하게 무관중으로 녹화 방송을 추진한 것으로 전해진다. 그러나 이스라엘-하마스 사태는 그해 10월7일 시작됐으며 녹화 방송 기획은 11일 이뤄졌다.
KTV가 무관중 공연을 추진했다면 10월23일 의전을 포함한 채 용역업체와 계약할 필요가 없다는 게 핵심이다.
또 사업 계획서에 첨부된 공연 배치도에 따르면 무대와 마주 보는 자리에 천이 깔린 원형 테이블 다섯개가 놓였다. 김 여사가 공연을 관람한 자리와 같다. 무관중임에도 불구하고 행사용 테이블을 설치했다는 점에서 의구심이 남는다.
녹화 방송에 기관 원장과 임원 등이 행사장을 직접 방문했다는 점 역시 이례적이라는 게 업계 관계자의 설명이다.
마찬가지로 <일요시사>가 입수한 당시 하종대 KTV 원장 출장 내역에 따르면, 하 원장은 지난해 10월30일부터 31일까지 출장을 위해 자리를 비운 것으로 나타났다. 출장 목적은 ‘2023부산세계박람회 유치 기원 국악공연(청와대)’으로 행사와 관련해 직접 움직인 것으로 추정된다.
업무추진비 내역서도 그의 행적을 찾아볼 수 있었다. 하 원장은 10월30일 오후 7시55분 청와대 인근의 한 식당서 14만2000원을 결제했다. 약 30분 뒤인 오후 8시21분에는 11만2000원을 사용했다. 목적은 모두 ‘업무 협의 간담회 실시’로 원장, 주무관 등 10명이 자리했다.
여기서 또?
‘또다시’ 김 여사 리스크가 불거질지 이목이 쏠린다.
문체부는 “일반적으로 방송사의 의미 있는 프로그램 녹화 현장에 방송사 고위 관계자 또는 외부 인사가 격려차 방문하는 것은 흔히 있는 일”이라고 진화에 나섰지만, 행사에 참여한 다수의 관계자 발언이 잇따라 보도되면서 논란은 쉽게 가라앉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