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장애인 상대로…’ 수상한 준강간 고소전

고소장 속 무서운 음모

[일요시사 취재1팀] 김철준 기자 = 경계선 지능 장애를 앓고 있는 무고한 사람들을 이용해 사적 이익을 불렸지만 법적 제재를 받지 않은 사례가 발생했다. 법적으로 보호될 사회적 약자지만 법은 외면하고 있는 셈이다. 가해자의 법정대리인이 전직 검찰 수사국장이라 아무런 피해가 없다는 피해자 측 이야기도 나오는 상황이다.

A씨 가족이 허위로 고소한 사건은 제대로 수사되지 않고 경찰서 검찰로, 검찰서 재판으로 넘어갔다. 이런 상황에 A씨는 새롭게 부동산 사기도 저질렀다. 하지만 수사기관은 A씨가 연루된 범죄(무고죄, 사기죄)에 관해서 불송치와 불기소 결정을 내렸다. A씨에게 피해를 입은 사람들은 모두 일반적인 사람들보다 지능이 낮은 경계선 지능 장애를 앓아 온 것으로 드러나 더욱 충격을 줬다.

경계선 
지능 장애

지난 2020년 2월경 인천서부경찰서에는 준강간 고소 사건이 접수됐다. <일요시사>가 확보한 공소장에 따르면, 피해자 B씨는 고소인 C씨와 C씨의 딸인 A씨의 집에서 술을 마시다가 정신을 잃은 C씨를 강간했다며 고소됐다.

C씨는 고소장에서 “사건 다음날 손녀들을 통해 영상통화했는데 사건 당일 알몸 상태였고 B씨도 벗은 상태였다는 말을 들었다”며 “이후 음부 쪽에 통증이 느껴지고 팬티에 정액으로 추정되는 것이 묻어 있는 것으로 보아 피의자로부터 강간 피해를 입은 것으로 의심된다”고 적시했다.

B씨는 고소당한 후 일관적으로 그런 사실이 없다고 부인했다.


<일요시사>가 확보한 진술서에 따르면 그는 “C씨와 함께 안방서 술을 마시다가 보이지 않아 나가봤더니 작은 방 침대에 누워있었고 그가 ‘오바이트할 것 같으니 윗도리를 벗겨 달라’고 해 반팔 상의를 벗겨 줬고 이후 C씨의 손녀가 전화를 바꿔줘 전화통화한 후 귀가했다. 그 외에는 술에 취해 기억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 같은 B씨 주장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C씨 손녀의 진술이 결정적으로 작용했기 때문이다.

C씨 손녀들은 “B씨가 술에 취한 C씨를 작은 방으로 안아 들고 갔고 B씨가 C씨의 손녀들에게 거실서 TV를 보고 있으라며 거실로 내보냈다”며 “이후 다시 작은 방으로 갔을 때 B씨가 나체 상태로 침대에 누워 있고 피의자가 바지와 팬티를 벗고 있었다”고 진술했다.

이어 “할머니 옷이 다 벗겨져 있고 피의자는 팬티와 바지를 벗은 상태인 것을 보고 엄마한테 전화를 걸어 빨리 오라고 했는데 B씨가 상의만 입고 하의를 벗을 상태로 거실로 와서 ‘전화 받지 마라’고 말했다”며 “이후 엄마한테 전화가 걸려 왔으나 무서워서 전화를 받지 못했다”고도 진술했다.

증거도 없이 성범죄 무고
교환 빌미삼은 토지 강탈

C씨가 고소 입장을 밝히고 B씨는 C씨 친언니의 사위이자 C씨가 다닌 교회 목사에게 “C씨와 원래 연인 관계로 수회 잠자리를 가져왔는데 C씨가 내가 몹쓸 짓을 했다고 하며 500만원을 요구하고 있다”며 중재를 요청했지만 이마저도 허위 사실 적시 명예훼손으로 고소됐다.

이에 B씨는 “C씨가 신고한다고 해서 해당 목사에게 중재를 요청한 것일 뿐 명예훼손의 고의가 없었고, 목사와 C씨는 가족관계이자 목사와 성도 사이기에 해당 사실을 다른 사람에게 알리지 않을 것으로 믿었다”면서 공연성이 없다는 취지로 혐의를 부인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결국 B씨는 경찰서 준강간, 아동학대, 명예훼손으로 검찰에 송치됐다. 하지만 C씨와 그 손녀들의 진술 외에는 뚜렷한 증거가 없던 검찰은 ‘B씨가 C씨의 옷을 벗겼다’는 점만 활용해 준강간추행죄로 기소했다.

진술을 종합한 재판부는 C씨가 옷을 모두 벗은 채 침대에 누워 있고 B씨가 침대 옆에 하의를 모두 탈의한 채 있는 장면을 이들이 목격한 사실은 인정되면서도 준강간추행죄에 해당하기 위해서는 객관적 구성요소로 피해자의 심신상실 또는 항거 불능의 상태가 필요하며, 주관적 구성요건요소로서 B씨에게 위와 같은 피해자의 상태에 대한 인식 및 이를 이용해 추행한다는 고의도 인정돼야 하지만 그렇지 않다고 판단했다.

재판부가 이같이 판단한 이유는 C씨의 진술이 계속 바뀌었기 때문이다.

그는 당초 수사기관서 갑자기 “아무리 술에 취했어도 제 몸에 올라와서 강간하는 건 느꼈다. 피고인이 위에서 성관계하려고 할 때 침대 위에서 ‘안 돼, 안 돼’ 그랬다. 정신이 없어도 아무리 필름이 끊겼더라도 저를 누르고 하면 안다. 느낌을 다 알고 있었다”고 이전과 달리 진술했다.

그날 밤
무슨 일이…

그러면서 술에 취해 잠들었다가 깬 시점을 여러 번 번복해 진술하면서 수사기관서도 이 같은 상황을 기억하고 있었으나 정신이 없어 말하지 못했고 딸에게도 창피해서 말을 못 했다고 진술하기도 했다.

1심 재판부는 ▲C씨의 계속되는 진술 번복으로 진술을 믿을 수 없는 점 ▲B씨와 C씨가 사건 직후 같이 살던 딸의 집에서 나와 다시 돌아가기 전까지 여러 차례 만났던 점 ▲어린 외손녀들과 딸, 아들이 사건 관련 장면을 목격했다는 것 자체로 강한 죄책감과 수치심을 느낄 수밖에 없는 난처한 입장에 있어 진술에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이 있는 점 등을 들어 무죄를 선고했다.

검사가 항고했지만 2심 재판부도 ▲피해자의 옷이 벗겨진 경위에 대해서는 목격한 사실이 없는 점 ▲C씨가 수사기관서 당시 심신상실 상태에 있었다는 취지로 진술하다가 원심 법정에서는 B씨가 관계를 시도하려고 했고 올라타는 과정에 밖에 있는 아이들의 소리를 들었다는 취지로 진술했는데, 이에 따르면 피해자는 당시 심신상실 상태에 있지 않았던 것으로 보이는 점 ▲피해자의 진술이 일관되지 않고, 이 사건 고소에 이르게 된 경위, 피해자가 사건 이후 피고인과 연락하며 만났던 점 등에 비춰 피해자가 죄책감과 수치심을 느껴 진술에 영향을 미쳤을 수도 있는 점 등을 종합해 검사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B씨가 술에 취해 심신상실 상태에 있는 피해자를 추행한 사실을 인정하기 부족하다는 이유를 들며 기각했다.

A씨 가족의 기망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A씨는 B씨와의 재판 시기에 부동산 사기도 벌였다. A씨는 자신이 소유하고 있는 춘천의 임야 토지에 대한 절반의 지분과 부동산 사기 피해자 D씨와 그의 소유 토지 150평의 교환계약을 맺고 소유권이전청구권가등기(이하 가등기)를 설정했다.

법적 보호? 
법적 외면!

가등기 이후 A씨는 해당 토지에 관한 소유권을 D씨에게 주장했다. 

이 같은 소유권 분쟁은 결국 재판으로 넘어가게 됐다. 1심 당시 A씨는 재판부에 허위 사실확인서 및 위조 계약서 등을 제출함은 물론, 알콜중독상태인 D씨와의 여러 대화와 통화 녹취 중 자신들에게 유리한 부분만을 편집하고 날짜까지 조작한 허위의 녹취록을 제출해 승소했다.


이후 D씨는 갑작스럽게 사망했으며 그의 아들이 성년후견심판청구를 진행해 2심이 진행됐다.

2심서 D씨 아들은 ▲D씨의 진정한 의사에 의하지 않고 피고가 임의로 작성한 매매예약증서 등에 따라 마쳐진 원인무효인 등기며 ▲설령 매매예약이 유효하게 체결됐더라도 A씨가 매매대금 지급의무를 다하지 않아 해제됐으며 ▲교환계약에 교환목적물 등 계약의 주요 내용에 대한 합의가 없으며 ▲교환계약이 유효하게 체결됐더라도 A씨가 춘천 임야의 가치를 기망해 사기에 의한 의사표시로서 취소돼야 하며 ▲D씨의 낮은 사리분별력을 이용해 체결한 불공정한 불법행위라고 주장했다.

반면 A씨는 “D씨와 교환계약이 제대로 체결됐지만 다만 당시 해당 사건의 토지에 근저당권과 지상권이 설정돼 있어 D씨가 이를 해소할 때까지 가등기한 것”이라며 “계약의 목적물인 토지 부분이 특정돼있고 계약의 주요 내용에 대해 합의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D씨의 진의에 따라 체결된 계약이고 그를 기망한 적 없으며 불공정한 불법행위도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무죄에도 무고죄 불송치
전직 검찰 수사국장 덕?

재판부는 “A씨와 D씨는 A씨가 취득하게 될 토지 면적이 150평인 것은 명시하고 있으나 그 구체적인 위치나 형상 등에 관해 특정했다고 볼 만한 사정은 확인되지 않는다”며 “특약사항에는 ‘D씨가 이 사건 각 토지 두 필지서 도로를 접한 면으로 150평을 경계측량하고 이를 필지 분할한다’고 기재됐지만 두 필지의 형상 및 개별공시지가의 차이를 고려해 볼 때 A씨가 소유권을 취득하게 될 150평 중 각 필지 별 비중이 어느 정도인지 알 수 없고 두 필지 모두 도로에 접한 면적이 상대적으로 넓지 않아 필지 분할 형태에 따라 특정 필지가 맹지가 되어 버리거나 각 토지 사용 가능성이 상당히 제한되어 버릴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하며 교환계약은 성립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해당 사건은 A씨의 상고로 대법원에 올라간 후 교환계약서 체결 전에 컨테이너를 설치한 것을 교환계약 이후 체결한 것으로 보는 오류를 범하면서 다시 인천지법으로 환송됐다.

A씨의 기망 행위는 금전적인 것에서 비롯됐다. 피해자들의 신뢰관계인인 정모씨는 “B씨의 사건에서는 합의금을, D씨의 사건에서는 토지를 노렸다”며 “B씨와 D씨 모두 경계선 지능 장애를 앓고 있는 사람으로 사회적 약자를 이용한 것”이라고 일침을 놨다.

하지만 A씨의 가족은 아무런 법적제재를 받지 않았다. B씨가 무죄가 나온 후 무고죄로 고소한 건도 경찰서 불송치됐다. 또 민사재판 이전에 접수된 D씨 토지 교환계약에 대한 사기건도 불송치됐다.

이 때문에 정씨는 A씨와 경찰, 검찰과의 유착관계를 의심하고 있다. 정씨는 “A씨의 법정 대리인인 이모 변호사는 전직 검찰 수사국장이었다”며 “증거없는 B씨 사건을 C씨의 부탁으로 벗긴 옷을 꼬투리 잡아 준강간추행으로 기소하고 허위 계약서 등을 내세워 기망한 D씨의 토지 관련 사기 사건도 불송치한 것을 보면 유착관계가 있을 것이라 의심이 든다”고 주장했다.

모두 불송치
“유착 의혹”

정씨는 “경찰과 검찰은 수사 과정서 상호 잘못된 점을 밝히고 보완하기 위해서 명분상으로나마 수사권 조정이 된 것”이라며 “하지만 경찰과 검찰은 서로의 비리를 ‘상호 보완해 은폐하기 딱 좋은 시스템’으로 바뀌어 복잡하게 얽혀 있는 형사사법시스템서 억울한 ‘피해자가 된 국민은 절대적으로 배제’될 수밖에 없는 현실을 여실히 드러내고 있는 사실이 개탄스럽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kcj5121@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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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한신학원 이사의 수상한 영전

[단독] 한신학원 이사의 수상한 영전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한신학원 이사였던 A씨가 한신대학교 총장과 이사장을 상대로 고소장을 제출했다가 취하했다. 공교롭게도 고소를 취하하기 직전에 열린 이사회에서 그는 교육인사위원장으로 임명됐다. 그동안 무슨 일이 벌어진 걸까? 고소가 이뤄진 배경은 지난 5월22일 열린 한신대학교 이사회에서 비롯됐다. 이날 회의에는 총장을 비롯해 이사 17명이 참석했다. 당시 학교법인 한신학원의 감사가 “그동안 한신대에서 사내 공사를 한 금액이 70억원이 넘는데 모두 입찰을 피하기 위한 쪼개기 공사로, 수의계약으로 공사를 했다”고 보고하면서다. 학원 감사 내부 폭로 당시 감사의 충격적인 발언으로, 한신학원 이사 A씨는 고민 끝에 업무상 배임 및 횡령으로 한신대 총장과 이사장을 상대로 고소를 진행했다. A씨가 지적하는 부분은 세 가지다. 첫 번째로 한신학원 재산인 거제도 땅과 관련한 배임을 주장했다. 고소장에 따르면 한신학원은 거제시에 임야 약 55만평을 보유하고 있었고, 도로가 연결되지 않은 ‘맹지’로 분류된 해당 부지에 대해 논의 중이었다. 그 곳은 수익용 기본재산임에도 장기간 활용이 어려운 상태였다. 한신학원 측은 이 토지를 단순 보유할 경우 관리비만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가치 상승도 제한적이라고 판단해 활용 방안을 모색 중이었다. 당시 M 건설은 2016년부터 경남 거제시 아주동 일원에서 ‘공공지원 민간임대주택사업’을 추진하고 있었다. 그런데 사업 대상 부지 중 일부가 학교법인 한신학원 소유의 임야로 포함돼있었고, 한신학원 역시 해당 지역 임야를 공동개발 방식으로 참여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M 건설은 경상남도로부터 지구 지정에 대한 조건부 허가를 받았다. 그러나 사업 추진 과정에서 한신학원 이사들은 당시 이사장이 학원 소유 토지를 공공임대주택 개발에 제공하는 대가로 20억원을 받기로 했다는 사실을 용역업체 대표의 제보를 통해 알게 됐다. 이사회는 즉시 M 건설 측에 협상단을 파견해 토지에 대한 정당한 보상을 요구했지만, 협상은 결렬됐다. 이 사실을 뒤늦게 파악한 한신학원의 상급기관인 한국기독교장로회 총회(이하 기장총회)는 사업 자체를 중단시켰다. 이로 인해 M 건설은 한신학원 측의 토지 사용 승낙을 얻지 못하게 됐고, 결국 조건부 지구 지정이 취소될 위기에 놓이면서 개발사업은 사실상 좌초됐다. 이후, 한신학원 법인 산하 ‘한신영림운영위원회’는 열린 회의에서 해당 부지를 공공지원 민간임대주택 사업에 참여하는 형태로 개발하는 방안을 보고했다. 이 회의에는 삼부토건 관계자라고 주장하는 B씨와 C씨가 직접 참석해 사업 구조와 예상 수익, 한신학원의 참여 방식 등을 설명했다. 이들은 명함까지 주며 자신들을 “삼부토건 고문”과 “부사장”이라고 소개하며 접근했다. 한신대 상대로 업무상 배임·횡령 혐의 고소 불법 매각·쪼개기 공사·교비 횡령 의혹 제기 두 사람이 제안한 내용은 “삼부토건이 M 건설로부터 사업권을 인수해 시행하며, 한신학원은 부동산투자회사(REITs)에 현물출자하고 주식 지분을 배당받는 방식으로 수익을 창출한다”는 계획이었다. 이때 M 건설에도 B씨와 C씨가 접근했다. 이들은 “한신학원과 협의를 주선해 사업을 재개시키겠다”고 제안했다. M 건설은 이 제안을 믿고 2023년 8월 ‘사업시행대행 용역계약’을 체결했다. 계약조건은 B씨 측이 같은 해 9월20일까지 한신학원으로부터 토지 사용 승낙서를 받아오면 용역비를 지급한다는 내용이었다. M 건설은 계약금 명목으로 1억원을 지급했다. 같은 해 이사회는 한신영림운영위원회의 보고를 바탕으로 관련 헌의안을 기장총회에 제출하기로 했다. 한신학원은 기장총회가 한신대 운영을 위해 설립한 법인으로, 모든 사업은 기장총회의 허가가 필요하다. 보고서에는 구체적인 사업 예측치도 포함됐다. “지구 단위 승인을 거쳐 2종 일반주거지역으로 변경될 경우 평당 100만~150만원의 감정가가 예상되며, 현물출자 후 10년 임대 기간이 끝나 분양 전환 시 내부수익률(IRR)은 약 6.77% 이상”이라는 계산이었다. 하지만 기장총회는 “한신학원 소유 토지는 공공개발 참여 대신 현금 매매로 전환한다”는 결의를 내렸다. 한편, 약속된 기한이 지나도 M 건설에 토지 사용 승낙서는 발급되지 않았다. M 건설이 계약 해지를 통보하자 B씨 측은 “승낙서가 곧 발급된다”며 시간을 연장해달라고 요청했다. 그러나, 승낙서는 끝내 발급되지 않았다. M 건설은 곧바로 계약을 해지하고, 실제 B씨가 대표로 있는 S사를 상대로 계약금 1억원 반환소송을 제기했다. 이 시기 한신학원은 삼부토건에 이들의 신원을 확인했다. 삼부토건은 “B씨와 C씨는 우리 회사와 아무 관계가 없다”고 답변했다. 즉, 자신들을 삼부토건 관계자라고 밝힌 B씨와 C씨가 실제로는 삼부토건 관계자가 아니었다는 것이다. 삼부토건 본사는 “이들과 별도의 위임이나 계약관계를 맺은 사실이 없다”고 확인했다. 대형 건설사인 삼부토건의 이름을 내세워 사업을 추진하려 한 것이다. 실체 없는 부동산 리츠 이후 B씨는 자신의 배우자 명의의 P사로 이름을 바꿔 사업을 계속 추진했다. B씨 일행의 만행을 알게 된 M 건설은 지난해 3월, 한신학원에 ‘토지 매수의향서’를 보내 “거제 아주동 임야를 평당 50만원에 매수할 의사가 있다”고 전달했다. M 건설은 인근 토지를 이미 평당 44만원에 매입했다고 밝히며, 한신학원 토지는 “13% 이상 높은 가격으로 정당하게 매입하겠다”고 제안했다. 그러면서 “B씨는 신뢰할 수 없는 인물”이라고 경고했다. 그럼에도 한신학원은 같은 해 5월30일, B씨의 부인이 대표로 있는 P사와 ‘부동산 매매계약’을 체결했다. A씨는 “총장과 이사장이 이 제안을 알고도 이사회나 총회에 보고하지 않았다”면서 “M 건설의 제안이 있었음에도 총장과 이사장이 P사와 불공정한 계약을 맺었다”고 주장했다. 문제로 지적한 점은 계약 내용이었다. 부동산 매매계약서에 따르면 계약금 총액은 10억5000만원으로 명시됐지만, 실제 한신학원이 받은 금액은 1억원뿐이었다. 잔금 9억5000만원은 “4년 이내 부동산투자회사(REITs)와의 매매계약 재체결 시 지급한다”는 조건이 붙어 있었고, 심지어 한신학원은 받은 계약금 1억원을 매수인에게 반환하기로 명시돼있었다. 또 특약 사항에는 ‘매도인은 계약 체결 시 토지 사용 승낙서를 발급한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즉, 계약금 실수령액이 전체의 100분의 1에 불과한 상황에서 매수인이 토지를 사용할 수 있도록 허가한 셈이었다. 고소인은 이를 “매매계약을 가장한 사실상 사용 허가서”라고 주장했다. 한신학원 정관 시행세칙 제18조에는 “기본재산의 매도·증여·교환 또는 용도 변경 시에는 재적 이사 3분의 2 이상 찬성으로 이사회 의결을 거쳐 관할 관청 허가를 득해야 한다”고 명시돼있다. 그러나 고소인은 “삼부토건으로 의결된 사업을 P사로 변경하면서 이사회가 새로이 의결을 거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교육부 토지 처분 신고도 문제점으로 꼬집었다. 한신학원은 지난해 1월 교육부에 ‘수익용기본재산 처분 신고서’를 제출하면서 “감정가 이상(16억7000만원 이상)에 토지를 처분하고 대체 부동산을 구입하겠다”고 보고했다. 이후, 교육부는 이 신고를 ‘처분 허가’로 정정해 승인했으며 “1년 내 매각 완료, 대금 완납 전 소유권 이전 불가”를 조건으로 달았다. 그러나 P사와의 계약서에는 잔금 지급 시점이 명확히 적시되지 않았다. 이에 대해 고소인은 “교육부에는 단기 매각으로 보고하고 실제로는 장기 임대 형태로 계약했다”며 기망 가능성을 제기했다. 계약서상 ‘잔금 수령일’이 없고, 2차 계약금도 부동산투자회사와의 별도 계약 체결 이후로 미뤄져 있다. 쪼개기 공사? 교비도 횡령? 가장 큰 문제점은 잔금을 받기로 한 부동산투자회사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해당 회사는 현재 설립 예정으로 실체가 없는 곳이다. 게다가 사립학교법에 따르면 토지 사용 허락서는 교육부의 허락을 받아야만 사용이 가능하다. 하지만 이 토지 사용 허락서가 교육부에 신고되지 않은 채 발급됐다는게 A씨의 주장이다. 실제 교육부는 민원 답변을 통해" 해당 토지의 사용 승낙 신청을 접수하거나 허가한 내역이 없으며, 우리부 허가가 없는 토지 사용 승낙은 효력이 없다"고 못 박았다. 두 번째로, 한신대가 진행한 각종 시설공사와 관련해 수의계약 체결 과정의 절차 위반이 있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A씨는 “학교법인 및 산하 대학이 사립학교법과 학내 재정세칙에 따라 공개경쟁입찰을 원칙으로 해야 하는 공사계약을 다수 수의계약 형태로 처리했다”고 주장했다. 한신학원 정관과 세칙에는 ‘2000만원 이상의 공사는 공고를 해서 경쟁에 부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며, 2인 이상의 견적서와 시방서, 설계서를 징수해야 한다’고 명시돼있다. 그러나 한신대학교는 2022년부터 2024년 사이 약 40억원 규모의 공사 57건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이 같은 절차를 대부분 생략했다는 게 A씨의 주장이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법인 내부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2024년도 교내 공사 57건이 40억원에 진행됐다. 동일 공사인데도 나눠서 계약을 하고, 2억원까지 수의계약이 가능하다는 명목으로 쪼개기 공사와 공사 지정 업체의 중복이 발견되는 등 부실 흔적이 많다. 앞으로 전자입찰이 되도록 공사 입찰 규정을 반드시 만들기 바란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A씨는 “공개경쟁입찰 방식으로 진행했다면 계약단가가 낮아져 수억원의 예산을 절감할 수 있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규정을 어긴 업무처리로 한신학원 및 한신대에 수억원의 재산상 손해를 입혔다”며 이를 업무상 배임 행위라고 주장했다. 세 번째로 한신대학교 교비 회계 자금이 학교 운영과 직접 관련 없는 법률 비용으로 사용됐다는 점도 지적했다. A씨는 “교비 회계는 학교 운영과 교육에 필요한 경비로만 사용할 수 있다고 명시돼있음에도, 교비 자금이 법적 분쟁 비용으로 전용됐다”고 강조했다. 문제가 된 것은 노무사 선임비용 약 6800만원이다. 고소장에 따르면, 한신대 총장은 2023년 고용노동부에 진정이 제기된 사건을 처리하는 과정에서 노무사 및 법률대리인 선임 비용을 교비 회계에서 지출했다. 해당 진정은 한신대 내부 인사·노무 관련 사안으로, 교직원 고용 문제 및 근로계약 분쟁에 대한 것이었다. 이사회 후 돌연 취하, 왜? 학원 교육인사위원장 임명 A씨는 이를 업무상 횡령에 해당하는 행위로 판단했다. 사립학교법에 따르면 ‘교비는 학생 교육에 직접 필요한 용도로만 집행해야 한다’고 규정한다. 따라서 법인 소송이나 노무 분쟁처럼 학교 운영 전반과 직접 관련이 없는 항목은 교비에서 부담하면 안 된다는 것이 고소인 측의 입장이다. 이 사건의 핵심 쟁점은 비용 지출의 성격이다. 즉 ‘노무사 선임이 학교 교육활동에 직접 관련된 행위인가’가 판단 기준이 된다. 실제로 올해 대법원은 노무법인 자문 비용을 교비회계 자금으로 집행한 행위를 업무상 횡령으로 판단하는 판결을 내렸다. 제주의 한 대학교 총장 A씨는 소속 교수가 자신을 상대로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을 제기하자, 이에 대응하기 위해 변호사를 선임하고 그 비용 330만원을 포함해 총 1880만원의 변호사 비용을 교비 회계에서 지출한 혐의로 기소됐다. 재판부는 1심의 판단을 그대로 유지하며 “교수 및 노조 등과 관련한 분쟁 대응을 위한 변호사 비용은 학교의 교육활동과 직접적인 관련이 없다”며 업무상횡령죄가 성립한다고 판시했다. 현재 해당 고소 건은 취하된 상태다. 지난달 <일요시사>가 이 사건을 취재하던 과정에서 한신대 비서실을 통해 A씨가 고소를 취하한 사실을 확인했다. 이후 제보자 역시 “해당 이사가 면직 압박을 받고 고소를 취하했으며, 그 직후 인사위원장 보직을 받았다”고 말했다. <일요시사> 기자가 한신학원 관계자에게 확인한 결과 지난달 10일 인사위원장으로 임명됐고, 같은 달 11일부터 공식 업무가 시작됐다. 추가로 확보한 녹취에서 A씨는 고소를 취하한 이유에 대해 “이사회에서 강제로 면직시키겠다고 해서 어쩔 수 없었다”고 언급했다. 한신학원 인사위원회는 내부 교직원의 인사와 징계 등을 담당하는 핵심 기구로, 교육인사위원장은 실질적인 권한이 큰 자리로 알려져 있다. 통상 이사장은 교육인사위원장 출신 가운데에서 선출되는 경우가 많아, 해당 보직이 사실상 이사장 자리로 가는 주요 루트인 셈이다. 대가성 보직? 이사장 루트 한편, 한신대는 해당 고소 건에 대해 전면 부인했다. 한신대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에서 “토지 매각 문제의 경우 한신학원의 문제고 한신대와 관련이 없다”고 말했다. 수의계약 문제에 대해서는 “법적으로 2억원 미만이면 가능하다”고 밝혔고, 교비 횡령 의혹은 “사건 조사 관련된 비용으로 지출된 부분이라 문제는 없다”고 설명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