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장애인 상대로…’ 수상한 준강간 고소전

고소장 속 무서운 음모

[일요시사 취재1팀] 김철준 기자 = 경계선 지능 장애를 앓고 있는 무고한 사람들을 이용해 사적 이익을 불렸지만 법적 제재를 받지 않은 사례가 발생했다. 법적으로 보호될 사회적 약자지만 법은 외면하고 있는 셈이다. 가해자의 법정대리인이 전직 검찰 수사국장이라 아무런 피해가 없다는 피해자 측 이야기도 나오는 상황이다.

A씨 가족이 허위로 고소한 사건은 제대로 수사되지 않고 경찰서 검찰로, 검찰서 재판으로 넘어갔다. 이런 상황에 A씨는 새롭게 부동산 사기도 저질렀다. 하지만 수사기관은 A씨가 연루된 범죄(무고죄, 사기죄)에 관해서 불송치와 불기소 결정을 내렸다. A씨에게 피해를 입은 사람들은 모두 일반적인 사람들보다 지능이 낮은 경계선 지능 장애를 앓아 온 것으로 드러나 더욱 충격을 줬다.

경계선 
지능 장애

지난 2020년 2월경 인천서부경찰서에는 준강간 고소 사건이 접수됐다. <일요시사>가 확보한 공소장에 따르면, 피해자 B씨는 고소인 C씨와 C씨의 딸인 A씨의 집에서 술을 마시다가 정신을 잃은 C씨를 강간했다며 고소됐다.

C씨는 고소장에서 “사건 다음날 손녀들을 통해 영상통화했는데 사건 당일 알몸 상태였고 B씨도 벗은 상태였다는 말을 들었다”며 “이후 음부 쪽에 통증이 느껴지고 팬티에 정액으로 추정되는 것이 묻어 있는 것으로 보아 피의자로부터 강간 피해를 입은 것으로 의심된다”고 적시했다.

B씨는 고소당한 후 일관적으로 그런 사실이 없다고 부인했다.


<일요시사>가 확보한 진술서에 따르면 그는 “C씨와 함께 안방서 술을 마시다가 보이지 않아 나가봤더니 작은 방 침대에 누워있었고 그가 ‘오바이트할 것 같으니 윗도리를 벗겨 달라’고 해 반팔 상의를 벗겨 줬고 이후 C씨의 손녀가 전화를 바꿔줘 전화통화한 후 귀가했다. 그 외에는 술에 취해 기억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 같은 B씨 주장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C씨 손녀의 진술이 결정적으로 작용했기 때문이다.

C씨 손녀들은 “B씨가 술에 취한 C씨를 작은 방으로 안아 들고 갔고 B씨가 C씨의 손녀들에게 거실서 TV를 보고 있으라며 거실로 내보냈다”며 “이후 다시 작은 방으로 갔을 때 B씨가 나체 상태로 침대에 누워 있고 피의자가 바지와 팬티를 벗고 있었다”고 진술했다.

이어 “할머니 옷이 다 벗겨져 있고 피의자는 팬티와 바지를 벗은 상태인 것을 보고 엄마한테 전화를 걸어 빨리 오라고 했는데 B씨가 상의만 입고 하의를 벗을 상태로 거실로 와서 ‘전화 받지 마라’고 말했다”며 “이후 엄마한테 전화가 걸려 왔으나 무서워서 전화를 받지 못했다”고도 진술했다.

증거도 없이 성범죄 무고
교환 빌미삼은 토지 강탈

C씨가 고소 입장을 밝히고 B씨는 C씨 친언니의 사위이자 C씨가 다닌 교회 목사에게 “C씨와 원래 연인 관계로 수회 잠자리를 가져왔는데 C씨가 내가 몹쓸 짓을 했다고 하며 500만원을 요구하고 있다”며 중재를 요청했지만 이마저도 허위 사실 적시 명예훼손으로 고소됐다.

이에 B씨는 “C씨가 신고한다고 해서 해당 목사에게 중재를 요청한 것일 뿐 명예훼손의 고의가 없었고, 목사와 C씨는 가족관계이자 목사와 성도 사이기에 해당 사실을 다른 사람에게 알리지 않을 것으로 믿었다”면서 공연성이 없다는 취지로 혐의를 부인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결국 B씨는 경찰서 준강간, 아동학대, 명예훼손으로 검찰에 송치됐다. 하지만 C씨와 그 손녀들의 진술 외에는 뚜렷한 증거가 없던 검찰은 ‘B씨가 C씨의 옷을 벗겼다’는 점만 활용해 준강간추행죄로 기소했다.

진술을 종합한 재판부는 C씨가 옷을 모두 벗은 채 침대에 누워 있고 B씨가 침대 옆에 하의를 모두 탈의한 채 있는 장면을 이들이 목격한 사실은 인정되면서도 준강간추행죄에 해당하기 위해서는 객관적 구성요소로 피해자의 심신상실 또는 항거 불능의 상태가 필요하며, 주관적 구성요건요소로서 B씨에게 위와 같은 피해자의 상태에 대한 인식 및 이를 이용해 추행한다는 고의도 인정돼야 하지만 그렇지 않다고 판단했다.

재판부가 이같이 판단한 이유는 C씨의 진술이 계속 바뀌었기 때문이다.

그는 당초 수사기관서 갑자기 “아무리 술에 취했어도 제 몸에 올라와서 강간하는 건 느꼈다. 피고인이 위에서 성관계하려고 할 때 침대 위에서 ‘안 돼, 안 돼’ 그랬다. 정신이 없어도 아무리 필름이 끊겼더라도 저를 누르고 하면 안다. 느낌을 다 알고 있었다”고 이전과 달리 진술했다.

그날 밤
무슨 일이…

그러면서 술에 취해 잠들었다가 깬 시점을 여러 번 번복해 진술하면서 수사기관서도 이 같은 상황을 기억하고 있었으나 정신이 없어 말하지 못했고 딸에게도 창피해서 말을 못 했다고 진술하기도 했다.

1심 재판부는 ▲C씨의 계속되는 진술 번복으로 진술을 믿을 수 없는 점 ▲B씨와 C씨가 사건 직후 같이 살던 딸의 집에서 나와 다시 돌아가기 전까지 여러 차례 만났던 점 ▲어린 외손녀들과 딸, 아들이 사건 관련 장면을 목격했다는 것 자체로 강한 죄책감과 수치심을 느낄 수밖에 없는 난처한 입장에 있어 진술에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이 있는 점 등을 들어 무죄를 선고했다.

검사가 항고했지만 2심 재판부도 ▲피해자의 옷이 벗겨진 경위에 대해서는 목격한 사실이 없는 점 ▲C씨가 수사기관서 당시 심신상실 상태에 있었다는 취지로 진술하다가 원심 법정에서는 B씨가 관계를 시도하려고 했고 올라타는 과정에 밖에 있는 아이들의 소리를 들었다는 취지로 진술했는데, 이에 따르면 피해자는 당시 심신상실 상태에 있지 않았던 것으로 보이는 점 ▲피해자의 진술이 일관되지 않고, 이 사건 고소에 이르게 된 경위, 피해자가 사건 이후 피고인과 연락하며 만났던 점 등에 비춰 피해자가 죄책감과 수치심을 느껴 진술에 영향을 미쳤을 수도 있는 점 등을 종합해 검사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B씨가 술에 취해 심신상실 상태에 있는 피해자를 추행한 사실을 인정하기 부족하다는 이유를 들며 기각했다.

A씨 가족의 기망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A씨는 B씨와의 재판 시기에 부동산 사기도 벌였다. A씨는 자신이 소유하고 있는 춘천의 임야 토지에 대한 절반의 지분과 부동산 사기 피해자 D씨와 그의 소유 토지 150평의 교환계약을 맺고 소유권이전청구권가등기(이하 가등기)를 설정했다.

법적 보호? 
법적 외면!

가등기 이후 A씨는 해당 토지에 관한 소유권을 D씨에게 주장했다. 

이 같은 소유권 분쟁은 결국 재판으로 넘어가게 됐다. 1심 당시 A씨는 재판부에 허위 사실확인서 및 위조 계약서 등을 제출함은 물론, 알콜중독상태인 D씨와의 여러 대화와 통화 녹취 중 자신들에게 유리한 부분만을 편집하고 날짜까지 조작한 허위의 녹취록을 제출해 승소했다.


이후 D씨는 갑작스럽게 사망했으며 그의 아들이 성년후견심판청구를 진행해 2심이 진행됐다.

2심서 D씨 아들은 ▲D씨의 진정한 의사에 의하지 않고 피고가 임의로 작성한 매매예약증서 등에 따라 마쳐진 원인무효인 등기며 ▲설령 매매예약이 유효하게 체결됐더라도 A씨가 매매대금 지급의무를 다하지 않아 해제됐으며 ▲교환계약에 교환목적물 등 계약의 주요 내용에 대한 합의가 없으며 ▲교환계약이 유효하게 체결됐더라도 A씨가 춘천 임야의 가치를 기망해 사기에 의한 의사표시로서 취소돼야 하며 ▲D씨의 낮은 사리분별력을 이용해 체결한 불공정한 불법행위라고 주장했다.

반면 A씨는 “D씨와 교환계약이 제대로 체결됐지만 다만 당시 해당 사건의 토지에 근저당권과 지상권이 설정돼 있어 D씨가 이를 해소할 때까지 가등기한 것”이라며 “계약의 목적물인 토지 부분이 특정돼있고 계약의 주요 내용에 대해 합의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D씨의 진의에 따라 체결된 계약이고 그를 기망한 적 없으며 불공정한 불법행위도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무죄에도 무고죄 불송치
전직 검찰 수사국장 덕?

재판부는 “A씨와 D씨는 A씨가 취득하게 될 토지 면적이 150평인 것은 명시하고 있으나 그 구체적인 위치나 형상 등에 관해 특정했다고 볼 만한 사정은 확인되지 않는다”며 “특약사항에는 ‘D씨가 이 사건 각 토지 두 필지서 도로를 접한 면으로 150평을 경계측량하고 이를 필지 분할한다’고 기재됐지만 두 필지의 형상 및 개별공시지가의 차이를 고려해 볼 때 A씨가 소유권을 취득하게 될 150평 중 각 필지 별 비중이 어느 정도인지 알 수 없고 두 필지 모두 도로에 접한 면적이 상대적으로 넓지 않아 필지 분할 형태에 따라 특정 필지가 맹지가 되어 버리거나 각 토지 사용 가능성이 상당히 제한되어 버릴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하며 교환계약은 성립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해당 사건은 A씨의 상고로 대법원에 올라간 후 교환계약서 체결 전에 컨테이너를 설치한 것을 교환계약 이후 체결한 것으로 보는 오류를 범하면서 다시 인천지법으로 환송됐다.

A씨의 기망 행위는 금전적인 것에서 비롯됐다. 피해자들의 신뢰관계인인 정모씨는 “B씨의 사건에서는 합의금을, D씨의 사건에서는 토지를 노렸다”며 “B씨와 D씨 모두 경계선 지능 장애를 앓고 있는 사람으로 사회적 약자를 이용한 것”이라고 일침을 놨다.

하지만 A씨의 가족은 아무런 법적제재를 받지 않았다. B씨가 무죄가 나온 후 무고죄로 고소한 건도 경찰서 불송치됐다. 또 민사재판 이전에 접수된 D씨 토지 교환계약에 대한 사기건도 불송치됐다.

이 때문에 정씨는 A씨와 경찰, 검찰과의 유착관계를 의심하고 있다. 정씨는 “A씨의 법정 대리인인 이모 변호사는 전직 검찰 수사국장이었다”며 “증거없는 B씨 사건을 C씨의 부탁으로 벗긴 옷을 꼬투리 잡아 준강간추행으로 기소하고 허위 계약서 등을 내세워 기망한 D씨의 토지 관련 사기 사건도 불송치한 것을 보면 유착관계가 있을 것이라 의심이 든다”고 주장했다.

모두 불송치
“유착 의혹”

정씨는 “경찰과 검찰은 수사 과정서 상호 잘못된 점을 밝히고 보완하기 위해서 명분상으로나마 수사권 조정이 된 것”이라며 “하지만 경찰과 검찰은 서로의 비리를 ‘상호 보완해 은폐하기 딱 좋은 시스템’으로 바뀌어 복잡하게 얽혀 있는 형사사법시스템서 억울한 ‘피해자가 된 국민은 절대적으로 배제’될 수밖에 없는 현실을 여실히 드러내고 있는 사실이 개탄스럽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kcj5121@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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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르고 보는 정청래 두 번째 카드

지르고 보는 정청래 두 번째 카드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스스로 리더십 도마 위에 올라섰다. 1인1표제 재추진과 조국혁신당과의 합당이라는 두 개의 승부수를 동시에 던지면서다. 양쪽에서 후폭풍이 몰아치는 형국이다. ‘자기 정치’ VS ‘당원의 뜻’이라는 명분과 명분이 거칠게 붙었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과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의 합당 논의가 여전히 뜨거운 감자다. 지난달 22일 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혁신당을 향해 “지방선거를 따로 치를 이유가 없다”며 손을 내밀었지만, 민주당의 반발과 ‘흡수 합당은 싫다’는 혁신당의 주장이 부딪히면서 합당 테이블조차 마련되지 못하고 있다. 중구난방 가쁜 숨만 합당 논의 초반부터 혁신당 측의 반발이 이어졌다. 혁신당 서왕진 원내대표는 최고위원회의서 “본격적인 통합 논의가 시작되기 전에 오해가 형성되는 것에 강력한 유감을 표한다. 통합은 뻔한 몸집 불리기가 아니라 새로운 희망을 제시하는 가치 연합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는 앞서 민주당 조승래 사무총장이 합당과 관련해 “민주당이라는 큰 생명체 내에서 혁신당의 DNA도 잘 섞이게 될 것”이라고 밝히자 이를 ‘흡수 합당’이라고 받아들인 것에 대한 유감 표명으로 풀이된다. 혁신당이 합당 논의를 중단해야 한다는 의견도 전했다. 서 원내대표는 MBC 라디오를 통해 “이미 민주당은 162명 거대 정당이고 (여기에) 혁신당 12명이 합쳐지는 것은 단순한 몸집 불리기”라며 “그 이상 의미는 없다”고 평가했다. 이어 “합당 논의 자체를 본격적으로 할 필요가 없다. 제안 방식이나 준비된 내용 자체가 없고, 오히려 지금 준비하고 있는 지방선거에 상당히 악영향이 있으니 당장 (논의를) 중단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도 “동시에 합당 논의라는 것 자체가 불가피한데 우리 원칙과 기준에 맞게, 질서 있게 논의는 진행할 필요는 있다는 긍정적 입장도 상당히 있었다”고 설명했다. 민주당에서도 합당에 대한 문제를 제기했다. 지도부에서 친명(친 이재명)계로 불리는 이언주·황명선·강득구 최고위원은 합당 발표 다음 날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제대로 된 통합을 위해서라도 정청래식 독단은 이제 끝나야 한다”며 정 대표를 겨냥하고 나섰다. 이들은 “이번 합당 제안에 앞서 정 대표와 이재명 대통령 간 교감이 있었던 것처럼 언론 보도가 됐는데, 이는 사실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이어 “당무는 당의 책임이고, 당이 결정해야 한다. 마치 대통령이 관여하는 것처럼 오해를 불러일으키는 방식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며 합당 논의에 이 대통령을 끌어들인 것에 이의를 제기했다. 이들은 기자회견 말미에 ▲정 대표의 공식 사과 ▲독선적 당 운영에 대한 재발 방지 대책 마련 ▲합당 제안을 언제, 누구와, 어디까지, 어떻게 논의하였는지 등을 밝힐 것을 요구하기도 했다. 합당·1인1표제, 쏟아지는 안건 “뭐부터 해결해야…” 여당도 혼란 이런 상황서 정 대표의 대표 공약인 ‘1인1표제’가 최종 관문인 당 중앙위원회(이하 중앙위) 표결에 다시 부쳐지면서 논란이 재점화할 전망이다. 당 대표 및 최고위원 선출 시 대의원과 권리당원의 표 행사 가치 비율을 현행 20대 1 이하에서 1대 1로 변경하는 것을 골자로 지난해 중앙위원회에서 재적위원 과반수를 채우지 못해 부결됐다. 정 대표가 압도적 당심으로 당선된 만큼 정치권 일각에서는 1인1표제 통과로 인한 권력 재편을 견제해왔으나 두 달 만에 또다시 날 선 공방이 예고된 것이다. 지난달 19일 당무위원회는 해당 안건 상정을 중앙위서 결정한 뒤 같은 달 22~24일 권리당원 투표 절차를 마무리했다. 1인1표제 안건에 대한 투표 결과 ▲찬성 85.3%(31만5827명) ▲반대 14.7%(5만4295명)로 집계됐다. 당은 이달 2일 중앙위원회를 개최해 당헌·당규 개정에 대한 안건을 투표로 부칠 예정이며 중앙위원 온라인 투표는 3일까지 진행된다. 권리당원 투표 결과가 발표되자 정 대표는 “당원들의 압도적 다수의 뜻을 다시 한번 확인했다”며 1인1표제 굳히기에 나섰다. 정 대표는 “당원들의 뜻을 받들어 민주당을 더 좋은 민주주의 정당으로 만들겠다”며 “당의 모든 의사와 진로는 당원들이 가라는 대로 가고 당원들이 하라는 대로 하겠다”고 설명했다. 민주당 조승래 사무총장도 페이스북에 “참여율은 지난번 16.81%에 비해 15% 가까이 높아졌고, 찬성률은 비슷하다. 압도적인 찬성 여론을 다시 한번 확인했다”며 힘을 실었다. 1인1표제를 놓고 갑론을박이 이어질 때마다 정 대표는 이 대통령을 방패처럼 소환했다. 정 대표는 “1인1표제는 당원이 주인 되는 정당, 당원주권정당, 당원주권시대 등 여러 가지 표현으로 이재명 당 대표 시절부터 3년여간 꾸준히 요구되고 논의했던 사안”이라고 설명했다. 이리 튀고 저리 튀고 이어 “당원과 대의원 1대 20 미만을 결정할 때도 많은 반대와 저항이 있었다. 그 당시에도 많은 논의가 있었다”며 “1인1표제는 논의할 만큼 논의했고 영남권 등 전략 지역 원외위원장들께서도 그 당시 어느 정도 이해하고 양해했던 사안으로 저는 기억하고 있다”고 밝혔다. 1인1표제는 이 대통령이 추진했던 사안인 만큼 민주당이 이를 반대할 명분이 없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민주당과 당원들은 정 대표가 충분한 논의 없이 중요한 사안을 본인 페이스대로 밀어붙인다는 것에 불만을 제기했다. 지난해 27표 차이로 1인1표제가 처음 부결됐을 당시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과반에 가까운 상당수 최고위원이 우려를 표하고 숙의를 원했음에도 강행, 졸속 혹은 즉흥적으로 추진된 부분에 대해 유감”이라며 정 대표를 공개 지적하기도 했다. ‘자기 세력 강화’를 위해 합당 카드를 꺼내 들었다는 의심이 가라앉기도 전 1인1표제로 또다시 당을 흔들면서 반청(반 정청래) 정서가 퍼졌다. 이재명정부가 출범한 지 1년도 되지 않은 시점에서 여당이 흔들리자 정 대표의 진퇴를 물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합당 발표 이튿날 서울 여의도 민주당 당사 앞에선 당원들이 주도하는 합당 반대 집회가 열렸다. 이들은 ‘정청래 사퇴’ 등 문구가 적힌 피켓을 들고 “합당 반대”를 외쳤다. 민주당 일각에도 정 대표의 ‘졸속 추진’ 행보가 이어진다면 사퇴 요구 가능성을 열어두겠다는 이들이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정 대표의 모든 행동이 ‘자기 정치’ 프레임으로 귀결되면서 승부수가 자충수가 됐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에 정 대표는 “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라는 도종환 시인의 ‘흔들리며 피는 꽃’ 전문을 자신의 SNS에 공유했다. 자신의 선택을 두고 당내 반발이 이어지자 우회적으로 심경을 밝힌 것으로 풀이된다. 이를 겨냥한 듯 강득구 최고위원 역시 자신의 SNS에 “뿌리 깊은 나무는 바람에 흔들리지 않고, 당원의 뜻은 독단으로 결코 꺾을 수 없나니, 흔들리는 것은 뿌리 없는 꽃뿐”이라며 저격 글을 게시했다. O? X? △도 필요 여의도 안팎의 이야기를 종합하면, 민주당은 혁신당과의 합당과 1인1표제 추진에 큰 이견이 없는 것으로 전해진다. 문제는 사전 논의 없이 진행된 점 등 정 대표의 독단적인 행동이 우려스럽다는 것이다. 민주당 김지호 대변인 역시 “당내 문제 제기는 합당 자체보다는 의견수렴 절차가 급작스럽게 진행된 부분”이라고 설명했다. 정 대표가 당권을 쥐었을 당시 잡음은 예상됐으나, 일단 지르고 수습하는 예측 불허한 행동이 반복되면서 신뢰를 잃은 게 주요 원인으로 지목된다. 정 대표 취임 이후 ‘명청 갈등’ ‘당정 불협화음’ 등으로 민주당은 계속해서 흔들렸다. 최고위원들의 반발 역시 당에서도 정청래 체제에 대한 위험성에 어느 정도 공감대가 형성됐다는 근거로 해석된다. 당 대표 임기 종료까지 반년이 남았지만 정 대표의 연임 의혹은 여전한 만큼 갈등 역시 쉽게 봉합되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그동안 정 대표는 당원주권시대를 거듭 강조했지만 막상 중요한 사안은 독단으로 결정하면서 당 안팎으로 불만이 제기된 것으로 전해진다. “1인1표제로 당원 중심 원칙을 강화하자”면서 합당 등 중요한 사안을 대표 혼자 결정하는 건 모순이라는 설명이다. 혁신당과의 합당 제안에 당내 반발이 이어지자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다양한 의견을 수렴해 당원들이 이 문제를 최종 결정할 것”이라며 진화에 나섰다. 박 수석대변인은 “(합당이라는) 당 대표의 제안은 정무적 판단과 그에 따른 정치적 결단의 영역”이라며 “그렇기에 앞으로 이런 문제에 대해 전 당원 토론, 투표 등 정해진 절차를 거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활발하게 당원의 의견을 묻는 그런 토론의 장을 마련하겠다”며 “당원주권시대에 걸맞게 당원의 뜻을 최종적으로 묻고, 최종 결정을 내리게 될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 말씀드린다”고 거듭 강조했다. 아울러 “당원이 합당하라면 하는 것이고 하지 말라고 하면 못 하는 것”이라고 부연했다. 그러나 정 대표가 논의를 띄우고 당원에게 ‘예’ ‘아니오’로만 의견을 묻는 행위가 당원주권정당의 취지에 어긋난다는 비판을 피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말로만 당원 주권 시대? “이제는 숙의 민주주의로” 이에 한 정치권 관계자는 “1인1표제의 경우 정 대표는 당원들의 찬성률이 압도적이었다고 말하지만 투표율은 저조했다. 이것이 무엇을 시사하는지 들여다 보지 못하고 숫자에만 매몰됐다”며 “이것을 당원주권정당이라고 말할 수 있는지 의문”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현재 소수의 당원이 당의 여론을 이끌고 있다. 일반 국민의 시선에서 ‘나머지 당원들은 무책임하게 방관하느냐’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지금까지 과정을 보면 당 대표가 논의를 띄우고 ‘자, 여기에 O, X로만 투표해!’ 하는 식이니 당과 당원 간의 간극이 생기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1인1표제와 혁신당과의 합당 모두 찬성 여론이 높다. 그럼에도 정 대표를 향한 반발은 거칠다. 결국 민주당이 나아가고자 하는 방향이 아니라 배의 키를 쥔 선장을 향한 불만이 표출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합당 방식에 반발한 민주당 최고위원들 역시 “정 대표의 선택적 당원주권”이라고 비판했다. 이들은 “대통합을 가로막는 정 대표의 독선과 비민주성을 강력하게 문제를 제기한다”며 “선출된 최고위원들이 의견조차 낼 수 없는 구조, 대표 결정에 동의만 강요하는 구조는 민주적 당 운영이 아니”라고 지적했다. 가고자 하는 방향은 같지만 목적지에 도달하기까지의 과정서 파열음이 나는 만큼 결국 정 대표의 리더십이 관건이다. 3대 개혁의 빠른 추진, 혁신당과의 합당을 통한 지방선거 승리, 이정부의 성공 등 각종 요구가 쏟아지면서 이를 한데 어우르는 ‘통합형 당 대표’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온다. 정 대표의 자기 정치 프레임이 가장 큰 걸림돌이다. 그동안 자기 정치 의혹이 숱하게 제기된 만큼 조 사무총장은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당내 가장 큰 경쟁자인 한동훈 전 대표를 내치려고 하는 것은 당권을 계속 강화하거나 유지하기 위한 그야말로 자기 정치 아닌가”라며 “반면 정 대표는 경쟁자가 될 수 있는 조국 대표와 함께하자고 하는 것인데 이걸 자기 정치라고 하는 것은 어울리지 않는다”고 엄호에 나섰다. 민주당의 민주주의 체제에 경고등이 켜졌다는 지적도 나온다. 모자이크 민주주의 평화 그룹 백왕순 대표는 <일요시사>를 통해 “숙의 민주주의의 부재”를 꼬집었다. 민주주의 제자리걸음 백 대표는 “1인 1표제가 맞냐 틀리냐 갑론을박이 이어지는데 당원주권시대에는 이 방법이 옳다. 다만 이득을 놓고 계파 간의 힘겨루기만 이어지니 문제가 풀리지 않는 것”이라며 “혁신당과의 합당도 마찬가지다. 통합하면 이기고 분열하면 진다. 그런데 이를 차기 당권 문제와 연결해 해석하니 복잡해지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현재 대한민국은 숙의 민주주의가 아닌 절차 민주주의 수준에 머물러 있기 때문에 찬반이 극명한 사안에 대해 쉽게 답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며 “당원이 직접 토론하고 의견을 내는 오프라인 공간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불안한 민주당 혁신당도 ‘흔들’ 합당이라는 중대한 사안을 놓고 조국혁신당이 자당 의원들 입단속에 나섰다. 혁신당 황운하 의원이 “민주당과 합당할 경우 혁신당 조국 대표가 통합한 당의 공동대표를 해야 한다”고 주장하자 경고한 것과 더불어 입조심을 당부한 것이다. 혁신당은 조국 대표가 즉각 황 의원의 이날 발언에 경고했다고 밝혔다. 혁신당 대변인실은 입장문을 통해 “혁신당 최고위는 이 문제(황 의원 발언)에 대해 논의하고, 이 같은 논의를 전혀 한 바가 없으며 매우 부적절한 발언이라고 지적했다”며 “조 대표 역시 강한 경고를 했음을 알린다”고 밝혔다. 이어 “혁신당은 공식적 기구를 통해 합당과 관련된 논의를 해왔으며 위와 같은 논의는 전혀 언급된 바가 없음을 분명히 밝힌다. 조 대표를 비롯한 혁신당 구성원 누구도, 민주당과 합당과 관련된 실무 논의를 진행한 바가 없다”고 강조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