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의 티메프 사태’ 루멘페이먼츠 실체

  • 김성민 기자 smk1@ilyosisa.co.kr
  • 등록 2024.09.12 09:51:03
  • 호수 1496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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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0억 공중에 붕 떴다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수백억원대 상환 지연 사태를 일으킨 뒤 도주한 전자지급결제대행사(PG) 루멘페이먼츠 김인환 대표가 검찰에 구속됐다. 김 대표는 페이퍼컴퍼니를 앞세워 허위의 신용카드 매출채권을 담보로 ‘선정산 대출’을 받아 가로챈 혐의(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상 사기)를 받는다. 이로 인한 루멘페이먼츠 계열사 등의 경영상 차질이 빚어질 전망이다.

금융당국은 수십억대 적자로 보고 있는 루멘페이먼츠 계열사에 자금 유용이 없었는지 주시했다. 이는 온라인투자연계업(온투업)의 정산 지연 사태 원인으로 지목됐다. 지난달 루멘페이먼츠는 온투업체인 크로스파이낸스 측에 600억원 규모의 정산금을 지급하지 않아 금융감독원의 현장 검사를 받게 됐다. 

지난달 5일부터···

업계에선 김인환 대표의 ‘문어발식 경영’이 불러온 사태라는 지적이다. 김씨는 지난해 자본금 5억원 규모의 ‘푸른주택종합건설’을 인수했다. 김 대표가 100% 소유한 푸른주택종합건설은 지난해에만 30억원의 당기순손실을 냈다.

이 밖에 푸른주택종합건설의 지난해 감사보고서를 작성한 감사인은 ‘계속기업 관련 중요한 불확실성’이 있다고 명시하기도 했다. 감사보고서에는 “주택 분양이 순조롭게 되지 않아 차입금에 대한 이자 지급이 어렵다”며 “당사의 계속기업으로서의 존속 능력에 유의적인 의문을 제기할 만한 중요한 불확실성이 존재한다”고 적혔다.

일각에선 김 대표가 소유한 건설사에 부실을 해결하기 위해 루멘페이먼츠의 자금을 유용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다. 루멘페이먼츠의 모 그룹으로 소개되는 ‘루멘그룹’도 그 실체가 모호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 대표는 루멘그룹의 대표도 맡고 있다.

루멘그룹은 홈페이지를 통해 16개 계열사를 거느리고 있다고 소개하고 있다. 계열사 가운데 금융, 투자, 자산운용 부문을 맡고 있다는 회사 3곳은 법인 등기조차 되지 않아 존재 여부를 확인할 수 없다.

또 계열사 중 7곳의 회사는 자본금 100만원에 불과했다. 16개 계열사의 임원진들도 김 대표를 중심으로 한 동일 인물들로 채워져 있었다. 회사 규모를 부풀리기 위한 페이퍼컴퍼니의 가능성이 제기된다.

정산지연 사태에 대해 김 대표는 매체와 인터뷰서 “내부 사정으로 경황이 없지만 정산은 반드시 상환할 수 있게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정산금 유용 의혹 제기에 대해서는 “죄송하다. 경황이 없어서 잘 마무리하겠다”며 즉답을 피했다.

사태가 불거지자 지난달 7일 오전 홈페이지를 폐쇄했다.

우후죽순 16개 페이퍼컴퍼니 내세워···
선정산 대출 악용, 전형적 먹튀 사례

김 대표가 ‘제2의 티메프’(티몬+위메프) 사태를 일으켰다는 지적도 잇따른다.

지난 7월 큐텐그룹의 계열사인 티몬과 위메프서 대규모 미정산 사태가 발생했다. 티몬과 위메프는 소비자와 판매업체를 중개하는 온라인 전자상거래 플랫폼으로, 소비자가 결제하면 일정 기간 후 판매업체에 대금을 정산하는 방식으로 운영됐다. 

마찬가지로 루멘페이먼츠도 대금을 지급하지 않으면서 이번 사태가 발생했다. PG사의 대금 미지급과, 구속된 김 대표의 정산금 유용 의혹이 사건의 발달이라는 점에서 티메프 사태와 닮았다는 것이다. 

루멘페이먼츠 사태는 루멘페이먼츠, 온라인투자연계금융업, 크로스파이낸스, 선정산 업체의 자금 흐름 구조서 발생했다. 선정산 대출은 소상공인 가맹점이 카드 매출을 담보로 선정산 업체 등으로부터 대출 형태로 돈을 지급받고, 선정산 업체는 정산일에 PG사로부터 대금을 받아 자동 상환하는 대출 방식이다. 

일반적으로 카드 사용업소들이 카드 매출서 발생한 대금을 정산받는 데 5일서 7일이 걸린다. 카드사, PG사를 거쳐야 하기 때문이다. 이를테면 가맹점 입장에선 재료비 등이 당장 필요한 상황이지만, 정산대금을 약 일주일 후에 받을 수 있어 경영에 어려움을 겪을 수도 있다. 이를 해소하기 위해 만들어진 것이 선정산 대출이다.

이번 사건은 루멘페이먼츠가 정산대금을 미상환하면서 선정산 대출 투자금 상환도 지연되는 사태로 번졌다. 온투업은 온라인 플랫폼서 투자자를 모집해 온라인 소상공인 등 자금이 필요한 이에게 투자금을 대출해주고, 투자자에게 원금과 이자를 돌려주는 구조로 ‘P2P 금융’이라고도 불린다.

크로스파이낸스는 선정산 업체와 투자자를 중개했고, 소상공인의 카드매출채권 선정산 상품을 주력으로 삼았다.

선정산 업체는 소상공인 등 가맹점에게 카드매출 채권을 매입해 이를 담보로 삼고, 크로스파이낸스에게 대출을 신청한다. 크로스파이낸스는 루멘페이먼츠 등 PG사의 가맹점 카드매출 정산금액을 확인한 뒤, 선정산업체에 투자금을 빌려준다.

이때 PG사가 정산을 담당하는데, 루멘페이먼츠는 유동성 확보 문제로 정산을 하지 못했다. 결국 크로스파이낸스의 투자자들은 투자금을 돌려받지 못할 위기에 처한 것이다.

관리·감독 부실 책임···도주하다 걸려 
크로스파이낸스 “32억4000만원 피해”

루멘페이먼츠가 크로스파이낸스에 대금을 전달하지 않은 것이 사건의 발단이다. 현재 파악한 크로스파이낸스의 피해 투자자들 수는 888명, 피해 금액은 약 734억원으로 확인됐다. 루멘페이먼츠는 또 다른 온투업체인 스마트핀테크(스마트펀딩)에도 선정산 상품을 일으키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스마트펀딩 측의 대출잔액은 지난달 말 기준 59억원 규모다.

곽기웅 크로스파이낸스 대표는 “8월2일 루멘페이먼츠가 일부 금액에 대한 상환을 지연했다”며 “그리고 8월5일 급작스럽게 대규모 정산 지연이 발생했다”고 밝혔다.

곽 대표에 따르면, 계약을 맺은 2021년 7월부터 사건이 벌어지기 전까지 루멘페이먼츠가 한번도 정산대금을 지급하지 않거나 미룬 적이 없다고 한다. 약 3년간 루멘페이먼츠와 거래해 온 만큼 어느 정도 업체에 대한 신뢰가 있었다는 것이 곽 대표의 입장이다.

서울남부지검 금융증권범죄합동수사부에 따르면, 김 대표는 선정산 페이퍼컴퍼니를 만들어 대출금을 가로챈 혐의를 받고 있다. 이렇게 되면 김 대표가 소유한 선정산 페이퍼컴퍼니가 가짜 카드매출채권을 만들어 중간서 투자금을 빼돌릴 수 있다.

현재까지 알려진 피해자들은 크로스파이낸스의 투자자들뿐이다. 자금순환 구조상 가맹점 또한 피해가 발생해야 하지만, 지금까지 루멘페이먼츠의 피해 가맹점에 대한 소식은 들려오지 않고 있다.

이를 두고 여러 추측이 나오고 있다. 루멘페이먼츠가 가짜 카드매출채권을 만들었다거나 가맹점들을 다른 PG사로 이동시켰다는 등의 소문만 무성한 상황이다. 이와 관련해 금융감독원 측은 수사 중인 사안이라 얘기할 수 없다며 말을 아꼈다.

이번 사건이 터지고 크로스파이낸스에 대한 책임론도 불거지고 있다. 나아가 크로스파이낸스가 루멘페이먼츠와 공모했거나 이를 방조했다는 소문까지 나오고 있다. 크로스파이낸스는 이 같은 소문들은 사실이 아니라며, 임직원들 또한 피해를 봤다는 입장이다.

크로스파이낸스는 회사 홈페이지를 통해 “당사의 임직원들도 지금까지 해당 투자상품의 구조적 안정성을 믿고 해당 상품에 투자해 왔다(28명, 5억3000만원)”며 “당사 역시 해당 상품들에 법인 유휴자금을 활용해 27억1000만원의 간접투자를 했으며, 일반 투자자와 동일하게 투자를 유지해오다가 결국 총 32억4000만원의 연체 피해를 입었다”고 공지했다.

다만, 크로스파이낸스는 루멘페이먼츠에 대한 면밀한 관리 감독을 하지 못한 점에 대해 시인했다. 

한편, 김 대표는 지난달 23일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지 않고 도주하면서 사태의 심각성을 더했다.

상환 지연

서울남부지검 금융·증권범죄합동수사부(부장검사 공준혁)는 김 대표의 도주를 도운 혐의(범인도피)로 박모씨에 대한 구속영장을 발부받았다고 지난 3일 밝혔다. 박씨는 김씨와 함께 서울과 지방을 오가며 차명 휴대전화, 은신처, 차량 등을 제공해 도주를 도운 혐의를 받는다. 박씨는 지난달 30일 영등포구 모처의 은신처서 김씨와 함께 검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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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에 판 깔린 ‘명심’ 선발전

경기도에 판 깔린 ‘명심’ 선발전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더불어민주당이 6·3 지방선거 경기도지사 선거판을 달구고 있다. 여당 강세 지역인 만큼 민심은 물론 당심까지 한번에 훑어볼 절호의 기회다. 1차 예비경선도 ‘기승전 이재명’으로 막을 내렸다. ‘찐명’ 타이틀을 거머쥘 최후의 승자는 누가 될지, 여당의 이목이 경기도에 쏠리는 이유다. 지난 22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경기도지사 예비경선을 실시했다. ▲김동연 현 경기도지사 ▲추미애 의원 ▲한준호 의원 등으로 후보가 압축되면서 3강 체제가 굳어졌다. 권칠승·양기대 후보는 고배를 마셨다. 100% 권리당원 투표로 진행된 만큼 오직 당심으로만 결정했다는 점에서 주목을 받았다. 현역인 김동연 후보는 행정력을, 추미애 후보는 검찰개혁 선봉자와 6선의 중량감을, 한준호 후보는 친명(친 이재명)계 조직력을 바탕으로 1차 관문을 통과했다는 평을 받는다. 당심 100% 첫 관문 본경선은 다음 달 5~7일 진행되며 과반 득표자가 없을 경우 상위 2명이 15~17일 결선투표를 치른다. 본경선 투표는 권리당원 50%와 국민 여론조사 50%가 반영된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이하 법사위) 위원장으로 검찰개혁에 앞장선 추 후보는 강성 지지층의 두터운 신뢰를 받고 있다. 추 후보 역시 이를 동력 삼아 사법 3법(법 왜곡죄, 재판소원법, 대법관 증원법)과 중수청·공소청 설치 법안 강행 처리를 주도했다. 추 후보는 출마 선언을 통해 선명한 개혁과 강인한 리더십을 강조했다. 그는 “이재명 대통령이 재난지원금과 청년기본소득을 적극 추진하며 사회적 기본권을 보장하고, 수십 년간 지지부진했던 불법 계곡을 정비해 경기도가 새로운 기준을 만들었던 것처럼 경기도에도 도민을 행정 중심에 놓는 사고의 전환과 강한 결단력의 리더십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저 추미애는 개혁이 필요하면 정면으로 돌파했다. 원칙 앞에서 물러선 적이 없었고 어려운 이웃을 외면한 적이 없었다”며 “책임지는 행정, 실천하는 행정으로 경기도정을 이끌겠다”고 밝혔다. 한 후보는 “경기도가 성공해야 이재명정부가 성공한다”며 명심(이재명 대통령의 의중)을 전면에 내세웠다. 한 후보는 “이정부의 실용주의를 경기도에서 가장 먼저, 가장 분명하게 성과로 완성하겠다. 지금 경기도에 필요한 것은 망설임이 아니라 실행, 말이 아니라 결단, 계획이 아니라 책임지는 도정”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당시 한 정치권 관계자는 “추 후보는 정부를 이끌 리더십을 강조했다면 한 후보는 보조하는 조력자 역할에 방점을 찍었다. 두 사람은 공통적으로 명심을 내세웠지만 이를 활용하는 방법은 다른 셈”이라며 “민주 당원도 어떤 역할이 이정부 성공에 도움이 될지 저울질하면서 선거 과정을 지켜볼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역인 김 후보는 “일잘러(일을 잘하는 사람) 대통령에게는 일잘러 도지사가 필요하다”며 행정 경험을 강점으로 내세웠다. 김 후보는 이 대통령이 경기도지사를 지내던 당시 추진하던 기본소득과 지역화폐 등의 정책을 이어받아 발전시킨 사례를 성과로 제시했다. 김 후보는 “지금 이 대통령이 가장 강조하는 것은 ‘속도와 체감’이다. 좌충우돌, 시행착오로 낭비할 시간이 우리에겐 없다”며 자신이 이정부의 성공을 뒷받침하는 ‘국정 제1동반자’임을 거듭 강조했다. ‘강경’ 추 ‘친명’ 한 ‘비명’ 김 앞다퉈 “내가 국정 파트너 적임자” 정치권은 세 사람의 성향이 모두 다른 점에 주목했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강성 추미애’ ‘친명 한준호’ ‘비명(비 이재명)이었던 김동연’이 한자리에 모였다. 경기도지사 선거를 빙자한 ‘친명 선발 토너먼트’인 격”이라며 “최종 후보가 선정되는 과정을 따라가다 보면 민주당 권력이 어디를 향하는지 짐작할 수 있을 것”이라고 관측했다. 이어 “국민의힘이 끼어들 틈이 없다 보니 민주당만의 리그가 됐다. 민주당 최종 후보는 경기도지사직뿐만이 아니라 ‘이재명의 복심’이라는 타이틀까지 얻는 효과를 본다. 민심과 당심의 향배를 모두 주목해야 한다”고 봤다. 세 사람 모두 네거티브 경쟁을 최소화하겠다는 방침이지만, 예비경선 득표율을 놓고 신경전이 벌어지기도 했다. 한 후보 측이 “(예비경선) 2위를 확신한다”고 주장하며 불을 지핀 것. 득표율은 후보 본인에게만 공개되지만 본선 진출을 위해 각자 유리한 여론 조성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예비경선이 치러진 다음 날인 23일, 민주당 염태영 의원은 경기도의회 브리핑룸에서 ‘한준호 후보 본경선 전략 브리핑’을 갖고 “당이 후보별 전체 순위와 득표율을 공개하지 않고 있어 추정치라는 점을 전제로 한다”면서도 “한 후보가 상당히 약진했고, 권리당원 투표에서는 2위를 했다는 것을 확신한다”고 밝혔다. 이어 “이제 중요한 것은 현재 수치보다 추세와 흐름”이라며 “경기도민과 권리당원들이 경기도의 미래를 이끌 새로운 지도자의 기준을 바꾸기 시작한 결과가 이번 예비경선에 반영됐다”고 해석했다. 이에 김 후보는 “순위 발표도 안 됐는데 각자 자기주장 하는 것”이라고 받아쳤다. 이번 경기도지사 선거는 권리당원의 당심과 경기도민의 민심,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는 사람의 승리다. 김 후보는 당심이, 나머지 두 후보는 민심에 취약한 만큼 각각 절반이 부족하다는 평이다. 민심과 당심이 언제나 같은 방향으로 흐르지 않는 만큼 후보들은 전략 수정에 나섰다. 그동안 추 후보는 각종 개혁에 앞장서는 등 강성 이미지를 굳혀왔다. 하지만 강성 이미지는 양날의 검이 돼 2024년 하반기 국회의장 선거 당시 낙선 원인이 됐다는 해석이 나온다. 강성 당심은 추 후보를 밀었지만, 의원 투표 결과 온건파인 우원식 후보가 당선되면서 급제동이 걸린 것. 추 후보는 6선의 중진이지만 이번 경기도지사까지 패배하게 되면 정치적 타격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역풍 불라” 완급 조절 이를 의식한 듯 최근 추 후보는 ‘추다르크’라는 별명을 내려놓고 행정가로서의 면모와 실용성을 강조하고 있다. 추 후보는 ‘김어준의 뉴스공장’에서 “입법·사법·행정을 골고루 경험한 유일 후보”라며 “입법을 통해 큰 틀 아이디어를 냈다면 이제는 현장에 뛰어들어 성과를 내보고 싶다”고 말했다. 검찰개혁 완수를 본인의 최대 성과로 내세운 추 후보가 법사위원장을 내려놓고 선거에 뛰어든 것 역시 중도를 설득하기 위한 행보로 해석된다. 권리당원 100%로 치러진 예비경선과 달리 본경선은 일반 여론조사와 당원 조사가 각각 50%씩 반영된다. 결국 줄어든 강성 당원의 영향력 만큼 중도층을 최대한 끌어오는 것이 관건이다. 추 후보는 사퇴 기자회견을 통해 “지난 7개월간 법사위원장으로서 총 682건의 개혁법안과 민생법안을 처리했다”며 “법 왜곡죄를 도입하는 ‘형법’, 재판소원을 허용하는 ‘헌법재판소법’, 대법관 증원안이 담긴 ‘법원조직법’ 개정안 등 사법개혁 3법과 검찰청 폐지, 공소청·중수청 법안까지 검찰개혁 과제를 완수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여러 어려움이 있었지만 언제나 제 중심에는 국민이 있었고, 어떠한 가시밭길도 외면하지 않았다”며 “2021년 검찰개혁을 완수하지 못한 채 법무부 장관 자리를 떠나야 했던 무거운 발걸음이 아니라 이처럼 뜻깊은 결과를 여러분께 보고드릴 수 있게 되어 영광”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힘이 되어주신 여러분께 깊이 감사드린다”며 “대한민국의 중심 경기도를 승리로 이끌고 이정부와 함께 국민주권시대를 만들어 내겠다”고 덧붙였다. 한 후보는 오히려 ‘이재명 픽’을 앞세웠다. 이정부를 흔드는 세력을 향해 각을 세우면서 전투력을 강조하는 등 기존 지지층 결집에 나섰다. 최근 한 후보는 ‘이재명 공소 취소설’의 근원지인 ‘김어준의 뉴스공장’에서 “대통령의 생각을 자꾸 언급하는 것 자체가 당을 지휘하고 있는 당 대표로서 맞냐는 생각이 있다”며 김어준씨와 정청래 대표 등을 겨냥한 듯한 발언을 했다. 여권 갈등의 뇌관이 된 유시민 작가의 ‘ABC론’을 놓고 설전이 이어지기도 했다. 유 작가는 민주당 지지층을 A(가치 중시), B(본인 이익 추구), C(A, B의 교집합) 등 세가지 그룹으로 분류했으며 특히 B그룹은 “이익과 생존을 위해 친명을 자처하는 이들”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한 후보는 “갈라쳐서 얻는 게 뭔지 모르겠다”고 반응했고 유 작가가 재반박에 나섰다. 이후 한 후보는 자신의 SNS를 통해 “작가님의 말씀, 무겁게 듣고 있다. 그래서 더 안타깝다”며 “저를 향한 비판과 비난은 기꺼이 감당하겠다. 하지만 이 대통령님과 정부는 다른 차원의 문제”라고 꼬집었다. 이어 “지금의 모습은 불안한 외줄타기 같다”며 “선은 분명하다. 그 선은 지켜달라”고 요구했다. 끊지 못한 명 꼬리표 한 후보는 “53% 싸움”을 내세우며 본경선 승리를 위한 지지층 결집을 호소했다. 오는 6월 선출되는 경기도지사의 임기는 4년으로 이 대통령의 남은 임기와 맞물린다. 따라서 이정부와 합을 잘 맞추는, 명심을 잘 꿰뚫는 후보가 경기도지사에 당선되어야 한다는 게 한 후보 측 지지층의 핵심 메시지다. 한 후보 역시 “‘이재명 지사였다면 벌써 해결했을 일들’을 한준호가 가장 스마트하고 빠르게 해결하겠다”며 “딱 세 표가 부족하다. 나의 한 표에 더해, 가장 가까운 두 분만 더 설득해 달라”고 밝혔다. 김 후보는 후보 적합도 여론조사에서 선두를 달리고 있다. 1위의 김 후보를 추 후보가 뒤쫓고, 한 후보가 마지막 뒤집기 기회를 엿보는 구도가 이어지고 있다. 지난 24일 여론조사기관 ㈜엠브레인퍼블릭이 <중부일보> 의뢰로 경기 거주 만 18세 이상 남녀 800명을 대상으로 지난 23일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오는 6월 경기도지사 선거에서 누가 가장 적합하다고 생각하는가’라고 물은 결과 김 후보는 25%, 추 후보는 22%, 한 후보는 11%로 집계됐다. 해당 조사는 전화면접조사 방식(CATI)으로 진행됐으며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5%p, 응답률은 12.7%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고하면 된다. 김 후보는 당심 100%라는 가장 어려운 관문을 뚫었지만 질긴 비명 꼬리표에 곤욕을 치르고 있다. 그의 최대 약점은 경기도지사 선거 당시 본인에게 도움을 줬던 민주당 핵심 지지층과의 관계를 소홀히 했다는 국민 인식이다. 유 작가는 한 유튜브 방송을 통해 “(당시 이재명) 대표한테 붙어 지사가 된 사람이지 않나. 배은망덕”이라며 원색적으로 비난하기도 했다. 2024년 임기 후반기 접어들자 본격적으로 비명 프레임이 굳어졌다. 당시 김 후보는 민주당 전해철 전 의원 등 대표 친문(친 문재인)계 인사를 영입했고, 친명계에서는 “유력 대권후보 주자인 이재명 당 대표에 맞서기 위한 결집 시도” 등 견제가 이어졌다. 김 후보는 표를 분산시키는 친비명 프레임을 깨고 인물론에 승부를 걸었지만 민주당 여론이 심상치 않다. 일부 친민주당 성향 커뮤니티에서 “친명계와 개딸(개혁의 딸)이 벼르고 있다”는 여론이 형성되자 김 후보는 자세를 낮추고 당원에게 호소하는 메시지를 냈다. 2% 부족한 후보들…해법은? 이제 와서 고개 숙인 김동연 김 후보는 예비경선이 시작된 지난 21일 자신의 SNS에 “‘나는 동지들의 헌신에 보답했는가’ 되묻는다. 많이 부족했다”는 장문의 글을 올렸다. 김 후보는 “경기도의 저력도, 제가 여기에 서 있는 것 자체도, 당원 동지들이 없었으면 불가능한 일이었다”며 “갚을 길은 하나라고 믿는다. 이재명 대통령의 성공을 위해 제가 가진 모든 것을 쏟아붓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제 저는 선택의 시간 앞에, 당원동지들 앞에 서 있다. 감히 청한다. ‘이재명정부의 성공을 위해 죽을 힘을 다해 뛰어라, 당원의 마음을 명심하고 다시 한번 일하라.’ 저 김동연에게 그 기회를 주십시오. 당원 동지들의 뜻을 간절히 기다린다”고 호소했다. 김 후보는 친비명 논란에 거듭 선을 그었다. 그는 “이 대통령 중심으로 성공한 나라를 만드는 게 중요하기 때문에 당의 친명(친 이재명)·비명은 의미가 없다”며 “경기도는 이재명정부의 성공을 위해서 국정 제1파트너로서 충분히 뒷받침하면서, 필요하다면 앞에서 끌면서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김 후보는 한 후보와 마찬가지로 유 작가의 ABC론을 꼬집었다. 김 후보는 JTBC 유튜브 방송에 출연해 ‘가나다’론을 제시하며 “ABC 때문에 논쟁이 벌어진 거 같은데 저는 ‘가나다’로 얘기하면 어떨까 싶다”고 말했다. 김 후보는 “‘가’는 김대중 대통령을 좋아하는 민주당의 토대다. ‘나’는 그 뒤를 이은 노무현 대통령과 문재인 대통령과 함께하고 지지했던 분들, ‘다’는 이재명 대통령의 실용과 성과로 보여주는 리더십을 좋아하는 분들”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ABC론이 조선시대 노론이나 소론도 아니고 가나다로 한데 뭉치고 더하는 민주당이 됐으면 좋겠다”고 부연했다. 민주당은 이번 경기도지사 선거가 계파 분열의 초입이 될까 노심초사하는 모양새다. 이에 민주당 원조 친명 핵심으로 꼽히는 김영진 의원은 김 후보를 향한 ‘반명 공세’에 “이 대통령과 어려움을 함께했던 소중한 민주당의 멤버”라며 직접 엄호에 나섰다. 또 김 의원은 2022년 대선 당시 김동연 대선후보(새로운 물결)와의 단일화 과정을 회상하며 “안철수 후보는 윤석열 후보에게 갔지만 김 후보는 이재명 후보 지지를 선언하고 어려운 선거를 함께 뛰었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분열은 ‘독’ 친명 지원전 한 민주당 관계자는 김 지사의 화합 메시지와 호소력에 주목했다. 이 관계자는 “골수 친명은 김 후보에 대한 반감이 크다. 김 후보에게 친문 표가 약 30% 정도 있다고 본다”며 “김 지사가 막판에 승리하려면 이 30%를 유지하면서 당원에게 호소하는 전략을 써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친명을 적으로 돌리면 답이 없다. 등 돌린 사람이 있는 곳에 가서 그 사람이 원하는 메시지를 내야 한다”고 덧붙였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