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초대석> 호사카 유지 교수 사도광산을 말하다

  • 김민주 기자 alswn@ilyosisa.co.kr
  • 등록 2024.08.06 13:45:20
  • 호수 1491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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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정부부터 눈감아줬다”

[일요시사 취재1팀] 김민주 기자 = 일제강점기 시절, 조선인들이 강제동원됐던 사도광산이 유네스코에 등재됐다. 정말 막을 수 없었던 것일까? 사도광산의 유네스코 등재를 두고 호사카 유지 교수는 “일본 정부가 국제법에 걸리지 않도록 박근혜정부 때 군함도서 ‘강제징용’을 뺀 것부터 시작한다”고 지적했다. 지금부터 9년 전이다. 이때부터 일본 정부는 일본이 강제징용을 하지 않았다는 주장을 해오고 있었다.

‘사도광산’이라고 불리는 사도 금광은 일본 니가타현 사도시의 사도가섬에 위치한 금광이다. 1601년에 금광이 발견됐고 에도 시대(1603년부터 1868년까지) 동안 중요한 재원으로 개발됐다. 여기서 발견된 금은 1년에 약 400㎏, 은이 약 40t 이상이었다. 일본 최대의 금 광산으로 대량의 금·은을 생산했다. 사도광산서 생산·제련한 철심 및 금은은 막부에 상납됐고, 이를 긴자에 맡겨 화폐를 주조했다. 

언제부터
틀어졌나

특히 은은 청나라 등에 대량 수출됐으며, 사도 산출의 화취은은 ‘세다 은’으로도 불렸다. 현재는 고갈 및 금의 가치와 노동자 임금이 맞지 않아 채굴 자체가 중단됐고 관광지로 활용되고 있다. 일본에 막대한 경제적 이득을 안겨줬던 사도광산에는 숨은 비밀이 있다.

바로 이곳에서 금광을 채취했던 노동자들이 과거 조선서 강제동원된 인력이었다는 점이다. 노동자들 중 몇 명이 죽었으며, 어떻게 생활했는지도 알 길이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난달 27일, 사도광산은 유네스코에 등재됐다. 이날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는 사도광산이 유네스코 세계유산이 된 데 대해 “등재까지 14년 넘게 걸렸다”며 기쁨을 표했다.


기시다 총리는 이날 엑스(구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 “전통 수공업 수준을 높여 구미의 기계화에 견줄 만한 일본 독자 기술의 정수였던 사도광산”이라며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에 참석한 니가타현 지사와 사도 시장에게 전화로 축하의 뜻을 전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지역과 국민 여러분과 함께 기쁨을 나누고 싶다”고도 했다.

가마카와 요코 외무상도 담화문을 내고 “세계유산 등재를 진심으로 환영하며 오랜 세월에 걸친 지역주민의 노력에 경의를 표한다”고 밝혔다. 그는 “사도광산이 한국을 포함한 세계유산위원회 위원국 모두의 합의를 통해 등재된 것을 매우 기쁘게 생각한다”고 강조했지만, 이들은 사도광산을 둘러싼 조선인 강제노역 역사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이에 대해 일본 언론마저도 비판 보도를 냈다. 일본 현재 매체들은 지난달 30일 “일본 측이 처음부터 한반도 출신자의 고난의 역사를 진지하게 마주했다면 이렇게까지 사태가 복잡해지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보도했다.

유네스코 등재에만 14년 노력?
일 언론 “조선인 노동 인정해야”

진보 성향 매체 <아사히신문>은 이날 ‘빛도 그림자도 전하는 유산으로’라는 제목의 사설을 통해 “(조선인 노동이)강제노동인지 아닌지 일본과 한국 사이서 견해가 엇갈리는 가운데 ‘강제’ 표현을 피하면서(조선인이) 가혹한 노동환경에 있었음을 현지에 전시한 것은 양국 정부가 대화로 타협한 산물”이라고 높이 평가했다.

그러면서도 “(조선인 노동이)직시해야 할 사실이라는 점은 변함없다. 역사는 국가의 독점물도, 빛으로만 채색된 것도 아니다. 그늘진 부분도 포함해 전체를 받아들이는 것이야말로 유산의 가치를 높인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처럼 안팎의 비판과는 무관하게 강제동원에 대한 일본 정부의 태도는 한결같다. 사실을 입증할 문서나 명단이 있다면 내으라는 입장만 반복하고 있다. ‘자발적 참여’라고 왜곡하거나 동원된 인원을 축소하기 바쁘다. 


물론, 공식적으로 확인된 조선인 동원 인원수나 명단이 기록된 자료는 없다. 단 당시 사도광산서 작업장을 운영한 미쓰비시광업㈜이 출간하려 했던 책의 미완성 원고인 <사도광산사 고본>에는 ‘합계 1519명을 이입했다’는 문장이 남아 있다.

마쓰우라 고이치로 전 유네스코 사무총장은 “한국의 반발을 언급한 뒤 선례를 따라 사도광산의 역사 전체를 설명하는 센터를 만들어야 한다. 한반도 출신의 사망자 수 등 데이터와 노동환경을 제대로 알릴 필요가 있다”고 제안하기도 있다.

유네스코 자문기구인 국제기념물유적협의회(ICOMOS, 이코모스) 전문가들도 “광산의 역사, 당시의 일을 알리는 등의 대응이 필요하다”고 강조한 바 있다. 

일본 문화청은 지난 6월6일 이코모스가 사도광산에 대해 4단계 평가 중 2번째인 정보 조회 권고를 내렸으며 추가 정보를 요구했다고 밝혔다. 이코모스 권고는 세계유산 등재 여부를 판단할 때 큰 영향을 끼치는데 ▲등재 ▲보류 ▲반려 ▲등재 불가 등 4단계로 나뉜다.

자발적
참여라고?

일본 문화청이 말하는 정보 조회 권고는 2번째 단계인 보류로 ‘신청국이 보완 조치를 취하도록 신청국에 다시 회부한다’는 의미다. 일본이 추천한 세계유산 후보가 보류 권고를 받은 사례는 이번이 처음이었다. 그런데 이코모스의 2단계 보류 조치가 무색하게 유네스코에 등재된 것이다.

<일요시사>는 지난달 31일, 세종대학교 호사카 유지 교수를 통해 사도광산의 유네스코 등재에 대한 입장을 물었다. 유지 교수는 “이 일은 2015년도부터 시작됐다”고 설명했다. 사도광산의 유네스코 등재가 2015년부터 준비됐다면, 기시다 총리의 ‘사도광산 등재에 14년이 걸렸다’는 주장이 납득이 되는 대목이다.

그렇다면 2015년엔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을까? 박근혜정부 당시 일본 정부는 하시마섬(군함도)의 유네스코 등재 당시 “조선인 강제동원을 포함한 ‘전체 역사’를 알리겠다”고 약속했으나 말을 바꿨다. 등재에 성공하자 기시다 당시 외무장관은 “‘Forced to Work(일을 강요당했다)’라는 표현은 강제노역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유지 교수는 “박근혜정부서 군함도에 관해 ‘강제동원(Forced Labour)’이라는 단어를 뺐다. 대신 ‘강제로 일을 하게 했다’는 말로 바꿨는데, 일본이 이런 선택을 한 것은 국제법 때문”이라며 “국제법에는 강제동원이라는 단어가 들어가면 무조건 ‘불법적’이라 비슷한 단어로 바꾼 것이고, 이를 박정부가 합의했다”고 설명했다.

단어의 뉘앙스가 바뀌면서 강제노동이 ‘불법’ 노동이 아니게 된 것이다.

그는 “일본의 주장은 당시 조선 사람의 국적이 일본인이라는 것이다. 조선인뿐만 아니라 대만인도 여기에 포함된다. 모두 일본 국적자였기 때문에 징역을 시킨 것이 합법이라는 것”이라고 부연했다.

당시 박정부가 계약했던 내용 자체가 사도광산이 유네스코에 등재될 수 있는 ‘판’을 깔아준 셈이다. 결국 이번 사도광산의 유네스코 등재는 시작점이었다고 해석할 수 있다.


또 박정부 당시 일본 위안부 문제를 해결한다는 명목으로 10억엔을 지불하면서 발표한 합의문에는 자기들의 만행을 다시는 떠올리지 않겠다는 심사로 ‘불가역적’이란 문구를 굳이 삽입했다.

이런 결과는 3년 후인 2018년에 다시 발생했다.

유지 교수는 “2018년 ‘일본 기업이 강제동원 피해자에게 배상하라’는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이 나왔을 때도 일본은 ‘징용공’을 대신해서 ‘조선서 온 노동자’라는 말을 썼는데 이런 말을 아베정권이 만들어냈다”며 “이게 다 단일화된 것이 아니라 연결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강제 노동
전부 빼라

이어 “2012년에 강제동원, 강제징용 문제가 한국 대법원서 유죄 판결이 났다. 일본은 항소해서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시간을)끈 것”이라고 지적했다.

게다가 일본 정부는 2021년 4월엔 국무회의서 ‘강제노동’이 부적절하다고 결정한 이후 모든 교과서에서 ‘강제’라는 단어가 사라졌다. 지난 1월엔 우익단체의 문제 제기로 법적 소송까지 가면서 군마현 조선인 추도비가 20년 만에 철거되기도 했다.


이 같은 철저한 기획 속에서 사도광산이 유네스코에 등재된 것이다.

그렇다고 이런 흐름이 쭉 이어진 것은 아니다. 2020년 당시 문재인 대통령은 강제징용 문제에 대해 “가장 중요한 부분은 피해자의 동의를 얻은 해법을 마련하는 것이다. 피해자의 동의 없이는 한‧일 정부가 아무리 합의해도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을 위안부 합의 때 아주 절실하게 경험한 바가 있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일본 정부가 피해자들이 수용할 수 있는 해법이라는 점을 감안해 방안을 마련한다면 양국 간 해법을 마련하는 게 크게 어렵지 않다고 본다”며 일본에 적극적 대응을 주문했다. 또 강제동원 피해자를 지원하는 한·일 변호사 및 단체들이 제안한 ‘한·일 공동협의체’에도 긍정적 의견을 제시했다.

유지 교수는 “문 대통령은 ‘원칙적으로 해야 한다’는 입장이어서 일본과 대립했다. 법원 판결서 배상금을 내야 한다고 한 상황이었는데, 아베가 반대하기도 했다”며 “이런 맥락서 ‘제3자 변제 문제’가 나온 것인데 한국 책임으로 다 마무리하겠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지난 3월6일 윤석열정부는 대법원의 ‘일본 전범기업이 피해자들에게 배상금을 지급하라’는 대법원 판결을 따르지 않고, 한국 일제강제동원피해자지원재단이 강제동원 피해자에게 배상금을 대신 내주되 피고인 일본 기업에는 구상권을 청구하지 않겠다는 ‘제3자 변제안’을 밀어붙였다.

“일본은 국익 위해선 뭐든지 한다”
“일본을 지적하지 못하는 이유는…”

윤정부가 집권하자마자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을 무시한 채 내놓은 것이 제3자 변제안이다. 이에 대해 국내 정치권 및 시민단체는 물론 일본 시민단체도 윤정부가 내놓은 방안은 해법이 될 수 없다고 비판했다. 이후 재정적 파탄으로 기금 마련에 어려움을 겪었다.

유지 교수는 “일본은 일관적으로 움직였으며, 여태까지 계속 같은 결정을 하고 있다. 교과서, 위안부 문제도 마찬가지다. 오염수 방출도 이때 결정했다. 이 맥락에서 사도광산이 있는 것”이라고 짚었다.

또 “일본은 앞으로도 ‘강제동원’이라는 말을 쓰지 않을 것이다. 어차피 박근혜정부에서 동의를 했으니까. 일본은 한국이랑 다르다. 생각이 여러갈래로 나뉘어져 있지 않고 한 개다. 굉장히 치밀하고 계획적이며, 또 학자들도 이용된다. 이 사람들은 ‘국익이 손상되지 않는다’는 것에 초점을 맞춰 논리를 만든다. 그런데 한국은 이러한 논리 구축이 상당히 약하다”고 전했다.

물론 학자들이 논문을 쓰는 등의 활동을 하지만 이것만으로 일본 정부의 논리를 이기기 어렵다. 이는 세계유산위원회에서도 드러난다.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서 일본 정부 대표로 나선 카노 다케히로 주유네스코 일본대사는 “일본 정부는 사도광산의 전체 역사를 종합적으로 반영하는 해석과 전시 전략 및 시설을 개발할 것이다. 사도광산의 모든 노동자, 특히 한국인 노동자를 진심으로 추모한다”는 취지로 발언했다.

이에 대해 외교부는 “우리 입장을 토대로 정부가 지난 수개월간 일본 정부와 가진 진지한 협상의 결과물이다. 해당 발언문은 세계유산위원회 결정문에 각주로 포함되어 결정문에 각주로 포함되어 결정문의 일부로 간주된다”고 설명했지만, 이는 ‘강제동원’이라는 말이 없는 것에 대한 비난을 피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못 했나
안 했나

유지 교수는 “이번 세계유산위원회가 있을 때도 일본은 강제동원이란 말을 하지 않았다. 한국대사가 일본의 이런 논리를 모를 리 없는데 아무런 대응을 하지 않은 것이다. 외교부도 이 같은 일본의 논리를 모를 수 없는데, 결국 공무원이라 주장하기 어려운 점은 있을 것”이라고 해석했다.

<alswn@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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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 넘어 산’ 윤석열 한가위 플랜

‘산 넘어 산’ 윤석열 한가위 플랜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반가운 얼굴과 둘러앉아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누는 추석 명절이 다가왔다. 예민하지만, 또 그만큼 흥미로운 정치 이야기도 한두 마디씩 오간다. 그래서인지 용산은 마냥 웃을 수 없다. 추석을 앞두고 연이어 리스크가 터졌기 때문이다. 이대로 가다가는 연휴 내내 야당이 추석 밥상을 독차지할지도 모른다. 물가는 오르는데 국정 지지율은 내림세다. 추석 연휴 동안 의료 대란은 예견된 문제였다. 야당을 겨냥한 검찰 수사가 역풍 맞을 위기에 처한 마당에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와의 묘한 거리감도 신경이 쓰인다. 꺼야 할 급한 불이 한두 개가 아니다. 지지율 추락 30% 뚫렸다 윤석열 대통령의 국정운영 지지율이 20%대인 29.6%를 기록했다. 지난 2022년 8월 첫 번째 주 29.3%를 기록한 이후 약 2년 만에 다시 20%대 지지율이다. 리얼미터가 <에너지경제신문> 의뢰로 지난달 26∼30일 전국 18세 이상 유권자 2513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윤 대통령의 국정 수행 긍정 평가는 이 같은 수치로 집계됐다. 부정 평가는 66.7%, ‘잘 모름’은 3.6%다. 해당 조사는 무선(97%)·유선(3%) 자동응답 방식으로 진행됐으며 응답률은 2.7%였다. 신뢰수준은 95%에 표본오차 ±2.0%p로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정치권에서는 의료 대란을 비롯한 물가, 당정 갈등 등이 맞물린 결과라고 해석했다. 특히 추석을 앞두고 야당이 의료 공백 문제를 입 모아 지적하면서 크게 영향을 끼쳤다는 분위기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의료개혁을 다루는 정부의 태도를 겨냥했다. 앞서 윤 대통령은 지난달 29일 국정브리핑서 의료개혁과 관련해 “의대 증원이 마무리된 만큼, 개혁의 본질인 ‘지역, 필수 의료 살리기’에 정책의 역량을 집중하겠다”며 기존의 뜻을 확고히 했다. 의료진과 대통령의 인식 차이에 대한 질문에는 “의료 현장을 가 보시는 게 좋을 것 같다” “비상진료체제가 그래도 원활하게 가동되고 있다” 등의 말을 했다. 이에 민주당은 윤 대통령을 향해 “혼자서만 달나라에 사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덕수 국무총리는 지난 3일 국회서 열린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종합정책질의에 출석해 “중증·난치 환자를 떠나버린 전공의가 제일 먼저 잘못하는 행동을 했다”고 주장했다. 박민수 보건복지부 제2차관은 한 언론과의 인터뷰를 통해 “응급실은 중증 환자만 이용할 수 있게 제도화할 것”이라고 주장해 논란을 일으켰다. ‘정부가 상황 파악을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자 지난 4일 윤 대통령은 심야 응급실을 방문했다. 추석 연휴를 앞두고 의료진이 ‘번아웃’되지 않도록 각종 지원에 최선을 다할 것을 약속했지만 이미 갈등의 골은 깊어질 대로 깊어졌다. 길어지는 의료 대란, 사면초가 한동훈 영부인 공천 논란까지? 상다리 휘는 야 물가 문제도 눈여겨봐야 할 부분이다. 지난 5일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달 전체 물가상승률은 작년 동월 대비 2.0%로 집계됐다. 이는 1.9%이던 2021년 3월 이후 가장 낮은 상승률이다. 정부는 이 점을 강조하며 물가 안정세를 강조했지만 당초 지난달 물가가 높았던 탓에 국민이 체감하긴 어렵다는 하소연이 나온다. 한 야권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에서 “지난달 정부는 민주당이 발의한 전 국민 25만원 지원법에 대해 거부권을 썼다. ‘현금 살포’ ‘표풀리즘’이란 지적이 나와도 집안 살림에 보탬이 된다는데 싫어할 국민은 없다”며 “추석을 앞두고 (25만원 지원법을)딱 잘라 거절했으니 이에 맞먹을 대응책을 가져와야 한다. 지지율을 조금이라도 끌어올리기 위해서는 법안이든 지원금이든 국민이 피부로 느껴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 5일 윤 대통령은 “기초생활수급자 167만명에게 지급하는 생계급여를 추석 전 조기 지급하라”고 지시하면서 민생경제 분야서 승부수를 띄웠다. 같은 날 민주당은 당론으로 추진하던 지역사랑상품권 이용 활성화법(역화폐법 개정안)을 국회서 의결하면서 마찬가지로 이슈 선점에 나섰다. 이에 국민의힘은 이 대표가 추진하던 25만원 지원법과 다를 바가 없다며 “내 세금 살포법”이라고 비판했다. 민주당은 “대표적인 민생 법안을 정쟁 법안으로 활용하는 것 같아서 안타깝고 유감”이라며 맞불을 놨다. 용산을 향한 야당의 공세가 날로 거칠어지고 있다. 이에 맞서 검찰이 문재인 전 대통령을 비롯한 야권 인사를 겨냥해 수사 속도에 박차를 가하고 있지만 이마저도 공격 대상이 됐다. 김 여사가 연루됐다는 의혹을 받는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의 핵심 인물인 권오수 전 회장 등의 2심 선고기일이 오는 12일 예정된 만큼 이를 덮기 위한 ‘급발진 수사’를 진행한 게 아니냐는 점에서다. 검찰은 오는 9일 신 전 청와대 행정관에 대한 공판기일 전 이뤄지는 증인신문에 “문 전 대통령도 참석하라”고 통보했다. 법적으로 따졌을 때 출석 의무는 없지만 검찰이 문 전 대통령을 ‘피의자’로 보고 있다는 의견에 초점이 맞춰진다. 다시 쥔 총자루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 조국 대표는 문 전 대통령과 딸 문다혜씨에 대한 수사를 두고 “추석 명절 밥상에 윤석열, 김건희 대신 다른 이름을 올리기 위한 국면 전환용 기획수사”라고 비판했다. 대통령 부부에 대한 혐의는 덮어주는 검찰이 전직 대통령과 가족에 대해서는 도의를 무시하는 수사를 전개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검찰은 경기도 법인카드 유용 의혹을 받는 김혜경 여사도 소환했다. 지난 5일 김 여사가 수원지검에 출석해 조사를 받는 것을 두고 민주당은 “야당 대표로 모자라 배우자까지 추석 밥상머리에 제물로 올리려는 정치검찰의 막장 행태”라고 지적했다. 민주당 조승래 수석대변인은 “윤정부는 집권 후 추석 밥상마다 이 대표를 올리려는 시도를 계속해 왔다”며 “검찰은 이번에도 반성은커녕 야당 대표의 배우자마저 검찰 포토라인에 세우겠다고 한다. 야당 대표에 대한 정치 탄압 수사가 검찰의 추석 기념행사냐”고 직격했다. 야당의 사법 리스크가 추석 밥상에 올라오나 싶더니 김건희 여사에 대한 새로운 의혹이 나오면서 순식간에 분위기가 뒤집혔다. 김 여사가 지난 4·10 총선을 앞두고 당시 5선이었던 국민의힘 김영선 전 의원에게 ‘지역구를 옮겨 출마하라’는 취지의 메시지를 보냈다는 의혹이 제기된 것이다. 야당은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김 여사를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추석 밥상에 올리면서 명품가방 수수 의혹부터 공천 개입 논란까지 전 방향으로 목소리를 키우고 있다. 대통령실은 김 전 의원이 당초 컷오프된 점을 들며 반박했지만 논란이 쉽게 가라앉진 않을 전망이다. 민주당 박찬대 원내대표는 “이 보도가 사실이라면 소문이 무성하던 김 여사의 당무 개입과 선거 개입, 국정 농단이 실제로 있었다는 것이 되기 때문에 경악할 수밖에 없다”며 “‘김건희 특검법’에 이를 포함해 진실을 밝히겠다”고 엄포를 놨다. 혁신당 김보협 수석대변인도 “당시 총선을 진두지휘했던 한 대표는 이런 사실을 알고 있었느냐”며 “두 사람 모두 대답하지 않을 경우 김건희씨의 국정 농단 의혹의 진상규명을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검찰이 야당의 발목을 잡나 싶었지만 김 여사의 공천 개입 의혹이 등장하면서 한순간에 모든 이슈를 빨아들인 형국이다. 용산이 코너에 몰린 상황서 여당이 난관을 헤치고 새로운 의제로 판을 엎을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끝까지 시끌벅적 하지만 ‘N번째 윤-한 갈등’이 불거진 시점서 당에 큰 기대를 하기엔 어렵지 않겠냐는 전망이 나온다. 정부여당이 합심해 추석 밥상을 차리고 싶어도 자꾸만 손발이 엇나가니 오히려 민주당만 득을 본다는 설명이다. 한 여권 관계자는 <일요시사> 취재진과 만난 자리서 “국민의힘과 한 대표가 윤 대통령을 지켜줄 수 있을지 의문”이라며 “한 대표가 제3자 특검법을 입 밖으로 내뱉은 순간 야당에 꽃놀이패를 직접 쥐어준 것과 다름없다. 한 대표가 용산과 언제 또 충돌할까 지켜보는 당 입장에서는 조마조마하다”고 토로했다. 다음 달 재보궐선거가 치러질 부산 금정구서 만에 하나 국민의힘이 패배한다면 한 대표 사퇴 요구로 이어질 것이란 구설이 여의도 정가를 떠돈다. 지난해 강서구청장 선거서 국민의힘이 패배하자 김기현 전 대표가 책임을 지고 사퇴한 것처럼 한 대표 책임론이 불거질 것이란 이유에서다. 아직은 친한(친 한동훈)계 보다 친윤(친 윤석열)계 비중이 큰 만큼 당이 갈라지진 않겠지만 60%가 넘는 당원이 선택한 당 대표를 쫓아내는 것에 대한 부담감도 적잖을 것으로 예상된다. 당정 갈등마저도 야당의 반찬으로 내어줬다. 용산이 지지율을 회복하기 위해 이 대표와의 영수회담 카드를 제시하지 않겠냐는 관측이 나온다. 당초 용산은 이 대표와의 영수회담을 반기지 않았다. 지난달 29일 국정 브리핑서도 이 대표의 영수회담 제안에 대해 “정치를 시작하면서부터가 아니라 제가 살아오면서 처음 경험하는 상황”이라며 국회 정상화를 조건으로 제시했다. 사실상 이 대표와의 만남을 거절한 셈이다. 윤 대통령과 이 대표의 첫 영수회담은 지난 4월29일이었다. 윤정부 출범 이후 720일, 4·10 총선이 끝난 지 18일 만이었다. 당시 총선서 국민의힘이 참패하자 국정 전환용으로 ‘소통하는 정부’를 내세웠다는 의견에 힘이 실렸다. 지금처럼 민주당이 온갖 리스크를 꺼내 들고 국정 지지율이 하락하는 시점서 분위기를 환기하기 위해 영수회담에 응하지 않겠냐는 설명이 나오는 이유다. 꽉 막힌 국회 탄핵 거부권만 도돌이표 분위기 반전시킬 영수회담 카드 꺼낼까 이 대표는 지난 8·18 전당대회서 재임에 성공한 직후부터 줄곧 대화를 요청해 왔다. 윤 대통령 입장서도 제1야당 대표와의 만남을 무기한으로 미룰 수 없는 노릇이다. 다만 첫 번째 영수회담처럼 ‘안 만나느니만 못하다’는 지적이 나올 경우, 오히려 용산의 실책으로 이어질 우려가 제시된다. 지난 1일 여야 대표 회담이 빈손으로 끝난 만큼 대통령조차 야당 대표를 설득하는 데 실패한다면 민주당이 “불통” “꽉 막힌 소통” 등 공격적인 논평을 쏟아낼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영수회담이 이뤄져도 꽁꽁 얼어붙은 정국이 풀리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릴 듯하다. 지난 5일 국민의힘 추경호 원내대표가 제22대 국회 첫 교섭단체 대표연설서 ‘여야정 민생협의체’를 제안했다. 하지만 연설 후반부에 이 대표의 사법 리스크를 조준하자 야당 측 의석서 반발이 터져 나왔고 민생협의체 논의는 뒷순위로 밀렸다. 야당 의원들 사이서 윤 대통령이 보내온 추석 선물을 거부하는 ‘선물 보이콧’도 일어났다. 민주당 이성윤 의원은 자신의 SNS에 추석 선물 사진과 함께 “용산 대통령로부터 배달이 왔다”며 “받기 싫은데 왜 또다시 스토커처럼 일방적으로 (선물을)보내시나”라고 글을 게시했다. 그러면서 “문재인 전 대통령에 대한 ‘스토커 수사’나 중단하라”는 말도 덧붙였다. 혁신당 김준형 의원도 “‘선물 보내지 마시라’고 분명히 말했지만 외교도, 장관 임명도 마음대로”라며 “(국회)개원식 불참까지 제멋대로 하더니 안 받겠다는 선물을 기어이 보냈다”고 말했다. 국민의힘 박충권 의원은 “당장 눈앞에 택배기사님 고충을 생각하시는 것부터 시작하시라. 참고로 대통령실 명절선물은 지역주민들의 피땀으로 만든 특산품”이라고 말하는 등 국회 곳곳서 잡음이 일기도 했다. 한 차례 고비를 넘겨도 용산의 앞날이 순탄치는 않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당장 눈앞에 놓인 국정감사와 예산 심사가 끝나면 수능이 다가오기 때문이다. 윤 대통령이 강조하는 4대 개혁(연금·의료·교육·노동) 중 교육개혁이 다시 한번 주목받는 때이기도 하다. 이제 곧 수능이… 한 정치권 관계자는 “추석에 의료개혁이 문제가 됐다면 그다음으로는 교육개혁이 화두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 관계자는 “교육개혁이든 의료개혁이든 취지는 좋은데 문제는 이 개혁안을 벌여놓고 제대로 수습하지 못하니 사방서 문제가 동시에 터지는 것”이라며 “의대 증원으로 인해 올해 수능은 ‘초긴장 모드’다. 지난해 ‘킬러 문항’으로 사교육계가 크게 반발한 만큼 정부도 만반의 준비를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의협 당직 병원 반발 “추석에 아프면 대통령실로” 대한의사협회(이하 의협)가 정부의 추석 연휴 당직병원 운영 방침에 크게 반발했다. 앞서 정부가 추석 연휴 기간에 약 4000곳을 대상으로 당직 병·의원을 운영할 계획을 밝히자 “민간 의료기관에 부당한 노동을 강요하고 있다”고 반박한 것이다. 아울러 의협은 의사 회원을 대상으로 “대통령은 비상진료체계가 원활하게 가동되고 있다고 한다”며 “추석 연휴 응급진료 이용은 정부 기관이나 대통령실로 연락하시기 바란다”는 공지를 전송했다. 공지 말미에는 ‘02-800-7070’라는 연락처를 덧붙였다. 이는 채 상병 사망사건 수사외압 의혹이 제기되던 당시 논란이 됐던 대통령실 번호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