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남 노리는 조국 밑그림

포스트 DJ 키운다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호남을 바라보는 야당의 시선이 심상치 않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의 텃밭인 이곳을 갈아엎겠다며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이 만반의 준비를 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총선서 돌풍을 일으켰다지만 상대는 제1야당이다. 과연 조 대표는 오랫동안 민주당이 자리 잡은 호남에 새로운 뿌리를 내릴 수 있을까?

2024년은 선거의 해라고 봐도 무방하다. 지난 4월 4·10 총선을 시작으로 각 당의 전당대회가 정치판을 달궜으며 10월에는 하반기 재보궐선거가 예정돼있다. 정치권 관계자들은 이번 재보궐선거의 격전지로 호남을 꼽았다. ‘깃발만 꽂으면 당선’이라는 말이 나올 만큼 뻔한 지역이지만 신생 정당인 혁신당이 민주당을 향해 정면승부를 예고하면서 이목이 쏠린다.

근거 있는
자신감

혁신당은 조직강화특별위원회(이하 조강특위) 등을 꾸리며 재보궐선거를 비롯한 2026년 지방선거 사전 준비 작업에 들어섰다. 지난달 28일, 혁신당 황현선 사무총장은 기자간담회를 열고 “올해 하반기부터 민주당과 혁신당이 국회 안에서는 협력하더라도 지역에서는 바닥서부터 경쟁이 치열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혁신당은 가능한 모든 곳에 후보를 내겠단 방침이다. 아직은 밑그림을 그리는 단계지만 재보궐선거의 경우 전남 영광·곡성 군수, 부산 금정구청장, 인천 강화군수에 후보를 내는 안이 유력하게 전해진다. 재보궐이 예상되는 정읍시장 역시 물망에 오르고 있다.

영광과 곡성은 전 군수가 모두 당선무효형을 받아 직을 상실해 선거가 확실시됐다. 강종만 전 영광군수는 선거 전 지역 언론사 기자에게 금품을 건넨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으며 이상철 전 곡성군수는 지난 2022년 지방선거서 당선된 후 선거운동원들에게 고액의 식사를 제공한 혐의로 기소됐다.


이학수 정읍시장은 지난 지방선거서 허위 사실을 공표한 혐의로 1·2심 모두 당선무효형에 달하는 벌금 1000만원을 선고받았다. 최종적으로 형이 확정될 경우 이 시장은 직을 잃게 된다.

부산 금정구청장 직은 지난 5월 김재윤 전 구청장이 별세하면서 직무대행 체제로 운영되고 있다. 인천 강화군수직 역시 지난 6월 유천호 전 군수의 별세로 공석이 됐다.

그동안 혁신당은 재보궐선거에 대한 의지를 강하게 드러냈다. 99.9%의 지지를 받아 당 대표 연임에 성공한 조국 대표는 지난달 22일 “시도당과 중앙당, 그리고 제가 삼각편대를 이뤄 재보선에 응하겠다”고 말한 바 있다.

특히 혁신당은 민주당의 텃밭인 호남을 기반으로 세력을 다지겠단 의지를 강하게 드러냈다.

조 대표는 재보궐선거 인재 영입과 관련해 “가용한 역량과 자원을 총동원하고 인재영입위원장으로서 역할도 힘을 기울여 호남서 차세대 DJ, 영남서 새 노무현을 영입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며 적극적인 자세를 보였다. 지난달 초에는 광주를 방문해 “당의 성장은 호남의 정치 혁신을 가속하는 동력이 될 것”이라며 지지를 호소하기도 했다.

‘두 달 앞’ 하반기 재보궐 분수령
총선서 보여준 ‘돌풍’ 이번엔?

혁신당이 호남에 승부수를 띄운 이유는 지난 총선서 민주당과 붙은 결과 이번 재보궐선거와 지방선거 역시 겨뤄볼 만한 싸움이 될 것으로 내다봤기 때문이다.


4·10 총선 다음날인 4월11일 중앙선거관리위원에 따르면, 비례대표 개표 결과 혁신당은 영광과 곡성서 각각 39.46%, 39.88%의 비례득표율을 기록했다. 민주연합은 영광 40.14%, 곡성 41.13%의 지지율로 혁신당과 근소한 차이를 보였다.

전국 17개 시·도 가운데 ▲부산 ▲세종 ▲광주 ▲전남 ▲전북지역 등에서는 혁신당의 비례대표 득표율이 민주연합보다 더 높게 나오기도 했다. 특히 광주·전남·전북은 민주당의 지지세가 두드러지는 만큼 혁신당이 의미 있는 결과를 얻었다는 내부 평가가 나온다.

혁신당 황현선 사무총장은 “전남서 출마를 희망하는 인사들이 의사를 타진해오고 있어 오는 9월 후보 등록 이전까지 후보를 선보이겠다”며 “호남 유권자가 바라는 것은 정치 혁신이라고 생각하기에 민주당과의 경쟁을 통해 유권자들에게 더 나은 선택을 제공할 좋은 후보를 발굴하겠다”고 강조했다.

혁신당이 호남에 집중적으로 후보를 낼 경우 민주당과의 경쟁은 불가피하다. 지난 총선서 ‘지민비조(지역구는 민주당 비례는 조국혁신당)’를 외치는 등 연대의 움직임을 보였지만 이제는 홀로서기에 나섰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혁신당이 독자적 노선을 걷기 시작한 건 국회 개원 이후 제3당 비교섭단체의 한계를 느낀 데에서 비롯됐다는 해석이 나온다.

혁신당은 지난 총선서 비례대표 12석을 얻는 데 그쳐 교섭단체 조건인 20석을 충족하지 못했다. 비교섭단체는 원내 협상 등 주요 논의서 배제되고 상임위 배분이나 발언권, 대표연설 등에서 패널티를 받는다. 전국을 돌며 총선판에 돌풍을 일으켰던 혁신당이지만 막상 여의도에 입성하자 활동 폭이 좁아진 셈이다.

그동안 혁신당은 민주당을 향해 교섭단체 조건 완화를 요구해 왔다. 지난달 31일에는 교섭단체 의석수를 현행 20석서 10석으로 낮추는 ‘민심 그대로 정치 혁신 4법’을 발의하기도 했다.

예견된
빅매치

조 대표는 이날 당 소속 의원들과 기자회견을 열고 “혁신당은 12석을 보유하고 있지만 국회 운영서 0석 취급을 받는다”며 민의에 비례한 국회 운영이 아니라는 점을 꼬집었다. 그러면서 “현행법은 다른 정당의 국회 운영 참여를 비교섭단체라는 이유를 내세워 가로막고 있다”며 “다양한 정당의 참여를 통한 시대정신이 반영된 민의 수용 등 시대 변화상에 맞춰 국회를 운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혁신당은 교섭단체 의석수를 10석으로 완화하는 것을 비롯해 정당보조금을 의석수대로 배분하는 정치자금법 개정안과 정책연구위원을 비교섭단체에도 배정하는 국회법·정치자금법 개정안을 함께 발의했다. 기자회견 말미에 “정치혁신 4법은 특정 정당을 위한 법이 아니다”라며 “다양한 교섭단체가 들어서 여야 거대 정당의 대치를 풀어주고 중재해줘야 한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단순히 당의 입지를 넓히는 것보다 특정 지역을 기반으로 튼튼한 뿌리를 내리는 방안도 모색해야 한다는 게 또다른 혁신당 관계자의 설명이다.

이 관계자는 “혁신당은 신생 정당임에도 불구하고 호남서 크게 환영받았지만 뿌리가 약하다는 게 단점”이라며 “당의 존재 이유와 가치를 지키기 위해서는 근본이 필요하다. 아마 이번 선거를 통해 조 대표는 호남에 본격적으로 뿌리를 내리려 할 것”이라고 말했다.


호남서 세를 꾸리는 과정서 민주당과의 충돌은 불가피하다. 이를 의식한 혁신당은 어디까지나 ‘건강한 경쟁’일 뿐 민주당과의 제로섬 게임이 아니라는 점을 강조했다.

지난달 13일 전북을 찾은 조 대표는 “민주당 텃밭인 호남서 혁신당이 나서면 분열, 경쟁, ‘제 살 깎아먹기’라며 우리의 진일보를 막아서는 지역정서가 있는 것을 잘 알고 있다”면서도 “절대 그렇지 않다. 당의 등장은 민주 진보진영을 더 크게 만들었다”고 반박했다.

혁신당 핵심 관계자 역시 <일요시사> 취재진과 만난 자리서 혁신당이 범민주 진영의 활동 범위를 넓혔다고 주장했다.

이 관계자는 “지난 총선은 민주당과 혁신당의 제로섬 게임이 아니었다”며 “국민의힘과 민주당이 겨뤘을 때 박빙이었던 지역이 유독 많지 않았나. 특히 PK(부산·경남)를 놓고 봤을 때 민주진영 파이가 이전보다 늘어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앞으로 치러질 선거 과정서 네거티브 공방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혁신당 관계자는 “민주당 김두관 당 대표 후보도 이재명 당 대표 후보를 향해 돌을 던지고 있지 않은가. 정책 이야기만 놓고 겨루는 아름다운 선거는 거의 없다”며 “혁신당은 민주당을 깎아내리자는 게 아니라 호남지역 유권자에게 하나라도 더 많은 선택권을 주기 위함”이라고 말했다.


민주당
선 긋기

공격과 방어가 이어지는 과정서 부적격한 후보를 걸러낼 수 있다는 점도 네거티브 공방의 긍정적 효과로 꼽았다.

이번 재보궐선거는 조 대표와 이 후보, 그리고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가 삼자 구도로 치르는 첫 선거다. 총선이 끝난 뒤 바로 치러지는 선거인 만큼 여야 모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지난해 10월 단 한 명을 뽑는 강서구청장 선거마저도 ‘미니 총선’이라는 의미가 부여될 정도였으니, 호남을 둘러싼 재보궐선거는 그야말로 민주진영의 대격돌로 이어질 전망이다. 게다가 혁신당은 PK에도 희망을 걸었으니 한 대표 입장에서는 야권으로부터 첫 번째 도전장을 받아든 셈이다.

혁신당은 ‘호남 물갈이’에 방점을 찍었다. 양자택일이었던 선거에 새로운 선택지를 부여함으로써 다양성이 보장된 경쟁을 치르겠다는 것이다.

한 야권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에서 “호남 유권자가 당의 색만 보고 지지하는 시대는 지났다”며 “이들의 특징은 매일같이 민주당을 찍어주다가도 당이 민심과 반대되는 행동, 또는 마음에 안 드는 움직임을 조금이라도 보이면 무섭게 등을 돌리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전에는 민주당이라는 선택지만 있었다면 이제는 혁신당이라는 다른 대안이 생긴 상황”이라며 “민주당이 싫어서 선거를 포기한 유권자가 혁신당에 한 표를 던질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호남의 안주인인 민주당과 가장 빠르게 차별화를 둘 수 있는 지점은 메시지다. 지금까지 혁신당은 민주당보다 선명한 움직임을 강조해왔던 만큼 이번에도 ‘쇄빙선’ 이미지에 무게를 실을 가능성이 점쳐진다. 혁신당의 슬로건인 ‘3년은 너무 길다’처럼 윤석열정부 조기종식을 앞세운 전략을 세울 수도 있다.

최근 혁신당은 윤정부 조기종식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혁신당은 ‘3년은 너무 길다’ 특별위원회(탄핵추진위원회·이하 탄추위)를 꾸리고 ‘윤석열정권 국정 농단 제보센터’를 열었다. 출범 6개월 만에 대통령 탄핵을 목표로 공식 활동에 나선 것이다.

건강한 경쟁? 불붙는 건 한순간
난데없는 ‘호남라이팅’ 노란불

부위원장을 맡은 황운하 원내대표는 “국민은 총선과 이번 국민의힘 전당대회서 윤정부를 심판했다”며 “이제 레드카드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탄추위 산하인 ‘시민의 물결 위원회’ 공동위원장을 맡은 혁신당 김재원 의원 역시 “탄핵은 결국 국민의 뜻이 물결처럼 흘러넘쳐야 가능하다”며 “당의 강력한 전의를 믿어달라”고 호소했다. 그러면서 “국민 누구나 쉽게 윤정부 탄핵 의지를 드러낼수 있는 다양한 방법을 고안하겠다”며 “혁신당이 튼튼한 가교 역할을 다하곘다”고 소리 높였다.

혁신당이 호남에 후보를 내는 이유 역시 눈여겨볼 만하다. 특히 당선무효형으로 공석이 된 영광과 곡성의 전 군수는 모두 민주당 인사로 직을 내려놓은 귀책 사유가 뚜렷하다. 한 차례 자책골을 넣은 민주당보다 혁신당이 명분 싸움서 유리할 것이란 주장이 제기되는 이유다.

문제는 양당의 경쟁이 과열될 경우 과도한 네거티브 싸움에 지친 유권자가 그 누구의 손도 들어주지 않는 경우다.

혁신당 정도상 전북자치도당위원장이 “민주당은 호남의 늙은 보수” “민주당이 호남을 가스라이팅하고 있다” 같이 수위 높은 발언을 하면서 긴장감을 조성했다는 평이 나온다. 재보궐선거를 앞두고 툭 튀어나온 ‘호남 홀대론’에 민주당은 달갑지 않은 내색을 표하기도 했다.

조 대표의 전략처럼 혁신당이 민주당의 대안이 될 수 있을지도 미지수다. 총선을 치른 이후 혁신당은 호남을 비롯한 전국서 이전만큼 지지율을 견인하지 못한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지지율 15%대를 아슬아슬하게 유지했지만 그마저도 최근 들어서는 한 자릿수로 떨어졌다.

특히 원내교섭단체를 구성하지 못한 상황서 거대 양당이 주도하는 정국이 이어진다면 혁신당의 존재감은 거대양당에 묻힐 수밖에 없다.

아직은 민주당과 혁신당 사이에 큰 갈등은 없지만 선거 열기가 고조되기까지 지켜봐야 할 일이다. 특히 민주당서 공천을 받기 어렵거나 컷오프된 인사가 혁신당으로 합류한다면 당내는 물론 지지자 간의 파열음도 배제할 수 없다.

또 다른
선택지

혁신당 관계자는 “지난 총선을 거치면서 호남 쪽 민주당 의원은 거의 물갈이가 이뤄졌다”며 “새로 깃발을 꽂은 이들은 기존의 지역위원장이나 구의원을 싹 밀어내고 자기 쪽 사람으로 앉히려고 한다. 이전까지 지역구를 탄탄하게 다져놓던 이들이 민주당으로 돌아가는 대신 혁신당과 함께할 수 있지 않겠느냐”고 귀띔했다.

이어 “아무래도 이번 재보궐선거는 최종 결선보다 당내 경선이 더욱 치열하겠다”며 “흥미진진한 선거를 기대하는 호남 유권자에게도 새로운 경험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이 VS 조, 종부세 이견

종합부동산세(이하 종부세)를 놓고 민주당 이재명 당 대표 후보와 혁신당 조국 대표의 의견이 엇갈렸다.

기존 민주당의 주장과 달리 이 후보가 종부세 완화에 긍정적인 입장을 밝힌 것이다.

이를 두고 정치권에서는 전당대회를 앞둔 만큼 이 후보가 중도층을 의식했다고 내다봤다.

반면 조 대표는 “지역 소멸을 가속화하는 원인”이라며 반대 의견을 거듭 강조했다.

그동안 민주당 정책에 동조하던 혁신당이 다른 노선을 택한 만큼 ‘민주당 이중대’라는 비판도 다소 사그라들 것으로 관측된다. <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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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한신학원 이사의 수상한 영전

[단독] 한신학원 이사의 수상한 영전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한신학원 이사였던 A씨가 한신대학교 총장과 이사장을 상대로 고소장을 제출했다가 취하했다. 공교롭게도 고소를 취하하기 직전에 열린 이사회에서 그는 교육인사위원장으로 임명됐다. 그동안 무슨 일이 벌어진 걸까? 고소가 이뤄진 배경은 지난 5월22일 열린 한신대학교 이사회에서 비롯됐다. 이날 회의에는 총장을 비롯해 이사 17명이 참석했다. 당시 학교법인 한신학원의 감사가 “그동안 한신대에서 사내 공사를 한 금액이 70억원이 넘는데 모두 입찰을 피하기 위한 쪼개기 공사로, 수의계약으로 공사를 했다”고 보고하면서다. 학원 감사 내부 폭로 당시 감사의 충격적인 발언으로, 한신학원 이사 A씨는 고민 끝에 업무상 배임 및 횡령으로 한신대 총장과 이사장을 상대로 고소를 진행했다. A씨가 지적하는 부분은 세 가지다. 첫 번째로 한신학원 재산인 거제도 땅과 관련한 배임을 주장했다. 고소장에 따르면 한신학원은 거제시에 임야 약 55만평을 보유하고 있었고, 도로가 연결되지 않은 ‘맹지’로 분류된 해당 부지에 대해 논의 중이었다. 그 곳은 수익용 기본재산임에도 장기간 활용이 어려운 상태였다. 한신학원 측은 이 토지를 단순 보유할 경우 관리비만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가치 상승도 제한적이라고 판단해 활용 방안을 모색 중이었다. 당시 M 건설은 2016년부터 경남 거제시 아주동 일원에서 ‘공공지원 민간임대주택사업’을 추진하고 있었다. 그런데 사업 대상 부지 중 일부가 학교법인 한신학원 소유의 임야로 포함돼있었고, 한신학원 역시 해당 지역 임야를 공동개발 방식으로 참여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M 건설은 경상남도로부터 지구 지정에 대한 조건부 허가를 받았다. 그러나 사업 추진 과정에서 한신학원 이사들은 당시 이사장이 학원 소유 토지를 공공임대주택 개발에 제공하는 대가로 20억원을 받기로 했다는 사실을 용역업체 대표의 제보를 통해 알게 됐다. 이사회는 즉시 M 건설 측에 협상단을 파견해 토지에 대한 정당한 보상을 요구했지만, 협상은 결렬됐다. 이 사실을 뒤늦게 파악한 한신학원의 상급기관인 한국기독교장로회 총회(이하 기장총회)는 사업 자체를 중단시켰다. 이로 인해 M 건설은 한신학원 측의 토지 사용 승낙을 얻지 못하게 됐고, 결국 조건부 지구 지정이 취소될 위기에 놓이면서 개발사업은 사실상 좌초됐다. 이후, 한신학원 법인 산하 ‘한신영림운영위원회’는 열린 회의에서 해당 부지를 공공지원 민간임대주택 사업에 참여하는 형태로 개발하는 방안을 보고했다. 이 회의에는 삼부토건 관계자라고 주장하는 B씨와 C씨가 직접 참석해 사업 구조와 예상 수익, 한신학원의 참여 방식 등을 설명했다. 이들은 명함까지 주며 자신들을 “삼부토건 고문”과 “부사장”이라고 소개하며 접근했다. 한신대 상대로 업무상 배임·횡령 혐의 고소 불법 매각·쪼개기 공사·교비 횡령 의혹 제기 두 사람이 제안한 내용은 “삼부토건이 M 건설로부터 사업권을 인수해 시행하며, 한신학원은 부동산투자회사(REITs)에 현물출자하고 주식 지분을 배당받는 방식으로 수익을 창출한다”는 계획이었다. 이때 M 건설에도 B씨와 C씨가 접근했다. 이들은 “한신학원과 협의를 주선해 사업을 재개시키겠다”고 제안했다. M 건설은 이 제안을 믿고 2023년 8월 ‘사업시행대행 용역계약’을 체결했다. 계약조건은 B씨 측이 같은 해 9월20일까지 한신학원으로부터 토지 사용 승낙서를 받아오면 용역비를 지급한다는 내용이었다. M 건설은 계약금 명목으로 1억원을 지급했다. 같은 해 이사회는 한신영림운영위원회의 보고를 바탕으로 관련 헌의안을 기장총회에 제출하기로 했다. 한신학원은 기장총회가 한신대 운영을 위해 설립한 법인으로, 모든 사업은 기장총회의 허가가 필요하다. 보고서에는 구체적인 사업 예측치도 포함됐다. “지구 단위 승인을 거쳐 2종 일반주거지역으로 변경될 경우 평당 100만~150만원의 감정가가 예상되며, 현물출자 후 10년 임대 기간이 끝나 분양 전환 시 내부수익률(IRR)은 약 6.77% 이상”이라는 계산이었다. 하지만 기장총회는 “한신학원 소유 토지는 공공개발 참여 대신 현금 매매로 전환한다”는 결의를 내렸다. 한편, 약속된 기한이 지나도 M 건설에 토지 사용 승낙서는 발급되지 않았다. M 건설이 계약 해지를 통보하자 B씨 측은 “승낙서가 곧 발급된다”며 시간을 연장해달라고 요청했다. 그러나, 승낙서는 끝내 발급되지 않았다. M 건설은 곧바로 계약을 해지하고, 실제 B씨가 대표로 있는 S사를 상대로 계약금 1억원 반환소송을 제기했다. 이 시기 한신학원은 삼부토건에 이들의 신원을 확인했다. 삼부토건은 “B씨와 C씨는 우리 회사와 아무 관계가 없다”고 답변했다. 즉, 자신들을 삼부토건 관계자라고 밝힌 B씨와 C씨가 실제로는 삼부토건 관계자가 아니었다는 것이다. 삼부토건 본사는 “이들과 별도의 위임이나 계약관계를 맺은 사실이 없다”고 확인했다. 대형 건설사인 삼부토건의 이름을 내세워 사업을 추진하려 한 것이다. 실체 없는 부동산 리츠 이후 B씨는 자신의 배우자 명의의 P사로 이름을 바꿔 사업을 계속 추진했다. B씨 일행의 만행을 알게 된 M 건설은 지난해 3월, 한신학원에 ‘토지 매수의향서’를 보내 “거제 아주동 임야를 평당 50만원에 매수할 의사가 있다”고 전달했다. M 건설은 인근 토지를 이미 평당 44만원에 매입했다고 밝히며, 한신학원 토지는 “13% 이상 높은 가격으로 정당하게 매입하겠다”고 제안했다. 그러면서 “B씨는 신뢰할 수 없는 인물”이라고 경고했다. 그럼에도 한신학원은 같은 해 5월30일, B씨의 부인이 대표로 있는 P사와 ‘부동산 매매계약’을 체결했다. A씨는 “총장과 이사장이 이 제안을 알고도 이사회나 총회에 보고하지 않았다”면서 “M 건설의 제안이 있었음에도 총장과 이사장이 P사와 불공정한 계약을 맺었다”고 주장했다. 문제로 지적한 점은 계약 내용이었다. 부동산 매매계약서에 따르면 계약금 총액은 10억5000만원으로 명시됐지만, 실제 한신학원이 받은 금액은 1억원뿐이었다. 잔금 9억5000만원은 “4년 이내 부동산투자회사(REITs)와의 매매계약 재체결 시 지급한다”는 조건이 붙어 있었고, 심지어 한신학원은 받은 계약금 1억원을 매수인에게 반환하기로 명시돼있었다. 또 특약 사항에는 ‘매도인은 계약 체결 시 토지 사용 승낙서를 발급한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즉, 계약금 실수령액이 전체의 100분의 1에 불과한 상황에서 매수인이 토지를 사용할 수 있도록 허가한 셈이었다. 고소인은 이를 “매매계약을 가장한 사실상 사용 허가서”라고 주장했다. 한신학원 정관 시행세칙 제18조에는 “기본재산의 매도·증여·교환 또는 용도 변경 시에는 재적 이사 3분의 2 이상 찬성으로 이사회 의결을 거쳐 관할 관청 허가를 득해야 한다”고 명시돼있다. 그러나 고소인은 “삼부토건으로 의결된 사업을 P사로 변경하면서 이사회가 새로이 의결을 거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교육부 토지 처분 신고도 문제점으로 꼬집었다. 한신학원은 지난해 1월 교육부에 ‘수익용기본재산 처분 신고서’를 제출하면서 “감정가 이상(16억7000만원 이상)에 토지를 처분하고 대체 부동산을 구입하겠다”고 보고했다. 이후, 교육부는 이 신고를 ‘처분 허가’로 정정해 승인했으며 “1년 내 매각 완료, 대금 완납 전 소유권 이전 불가”를 조건으로 달았다. 그러나 P사와의 계약서에는 잔금 지급 시점이 명확히 적시되지 않았다. 이에 대해 고소인은 “교육부에는 단기 매각으로 보고하고 실제로는 장기 임대 형태로 계약했다”며 기망 가능성을 제기했다. 계약서상 ‘잔금 수령일’이 없고, 2차 계약금도 부동산투자회사와의 별도 계약 체결 이후로 미뤄져 있다. 쪼개기 공사? 교비도 횡령? 가장 큰 문제점은 잔금을 받기로 한 부동산투자회사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해당 회사는 현재 설립 예정으로 실체가 없는 곳이다. 게다가 사립학교법에 따르면 토지 사용 허락서는 교육부의 허락을 받아야만 사용이 가능하다. 하지만 이 토지 사용 허락서가 교육부에 신고되지 않은 채 발급됐다는게 A씨의 주장이다. 실제 교육부는 민원 답변을 통해" 해당 토지의 사용 승낙 신청을 접수하거나 허가한 내역이 없으며, 우리부 허가가 없는 토지 사용 승낙은 효력이 없다"고 못 박았다. 두 번째로, 한신대가 진행한 각종 시설공사와 관련해 수의계약 체결 과정의 절차 위반이 있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A씨는 “학교법인 및 산하 대학이 사립학교법과 학내 재정세칙에 따라 공개경쟁입찰을 원칙으로 해야 하는 공사계약을 다수 수의계약 형태로 처리했다”고 주장했다. 한신학원 정관과 세칙에는 ‘2000만원 이상의 공사는 공고를 해서 경쟁에 부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며, 2인 이상의 견적서와 시방서, 설계서를 징수해야 한다’고 명시돼있다. 그러나 한신대학교는 2022년부터 2024년 사이 약 40억원 규모의 공사 57건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이 같은 절차를 대부분 생략했다는 게 A씨의 주장이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법인 내부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2024년도 교내 공사 57건이 40억원에 진행됐다. 동일 공사인데도 나눠서 계약을 하고, 2억원까지 수의계약이 가능하다는 명목으로 쪼개기 공사와 공사 지정 업체의 중복이 발견되는 등 부실 흔적이 많다. 앞으로 전자입찰이 되도록 공사 입찰 규정을 반드시 만들기 바란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A씨는 “공개경쟁입찰 방식으로 진행했다면 계약단가가 낮아져 수억원의 예산을 절감할 수 있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규정을 어긴 업무처리로 한신학원 및 한신대에 수억원의 재산상 손해를 입혔다”며 이를 업무상 배임 행위라고 주장했다. 세 번째로 한신대학교 교비 회계 자금이 학교 운영과 직접 관련 없는 법률 비용으로 사용됐다는 점도 지적했다. A씨는 “교비 회계는 학교 운영과 교육에 필요한 경비로만 사용할 수 있다고 명시돼있음에도, 교비 자금이 법적 분쟁 비용으로 전용됐다”고 강조했다. 문제가 된 것은 노무사 선임비용 약 6800만원이다. 고소장에 따르면, 한신대 총장은 2023년 고용노동부에 진정이 제기된 사건을 처리하는 과정에서 노무사 및 법률대리인 선임 비용을 교비 회계에서 지출했다. 해당 진정은 한신대 내부 인사·노무 관련 사안으로, 교직원 고용 문제 및 근로계약 분쟁에 대한 것이었다. 이사회 후 돌연 취하, 왜? 학원 교육인사위원장 임명 A씨는 이를 업무상 횡령에 해당하는 행위로 판단했다. 사립학교법에 따르면 ‘교비는 학생 교육에 직접 필요한 용도로만 집행해야 한다’고 규정한다. 따라서 법인 소송이나 노무 분쟁처럼 학교 운영 전반과 직접 관련이 없는 항목은 교비에서 부담하면 안 된다는 것이 고소인 측의 입장이다. 이 사건의 핵심 쟁점은 비용 지출의 성격이다. 즉 ‘노무사 선임이 학교 교육활동에 직접 관련된 행위인가’가 판단 기준이 된다. 실제로 올해 대법원은 노무법인 자문 비용을 교비회계 자금으로 집행한 행위를 업무상 횡령으로 판단하는 판결을 내렸다. 제주의 한 대학교 총장 A씨는 소속 교수가 자신을 상대로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을 제기하자, 이에 대응하기 위해 변호사를 선임하고 그 비용 330만원을 포함해 총 1880만원의 변호사 비용을 교비 회계에서 지출한 혐의로 기소됐다. 재판부는 1심의 판단을 그대로 유지하며 “교수 및 노조 등과 관련한 분쟁 대응을 위한 변호사 비용은 학교의 교육활동과 직접적인 관련이 없다”며 업무상횡령죄가 성립한다고 판시했다. 현재 해당 고소 건은 취하된 상태다. 지난달 <일요시사>가 이 사건을 취재하던 과정에서 한신대 비서실을 통해 A씨가 고소를 취하한 사실을 확인했다. 이후 제보자 역시 “해당 이사가 면직 압박을 받고 고소를 취하했으며, 그 직후 인사위원장 보직을 받았다”고 말했다. <일요시사> 기자가 한신학원 관계자에게 확인한 결과 지난달 10일 인사위원장으로 임명됐고, 같은 달 11일부터 공식 업무가 시작됐다. 추가로 확보한 녹취에서 A씨는 고소를 취하한 이유에 대해 “이사회에서 강제로 면직시키겠다고 해서 어쩔 수 없었다”고 언급했다. 한신학원 인사위원회는 내부 교직원의 인사와 징계 등을 담당하는 핵심 기구로, 교육인사위원장은 실질적인 권한이 큰 자리로 알려져 있다. 통상 이사장은 교육인사위원장 출신 가운데에서 선출되는 경우가 많아, 해당 보직이 사실상 이사장 자리로 가는 주요 루트인 셈이다. 대가성 보직? 이사장 루트 한편, 한신대는 해당 고소 건에 대해 전면 부인했다. 한신대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에서 “토지 매각 문제의 경우 한신학원의 문제고 한신대와 관련이 없다”고 말했다. 수의계약 문제에 대해서는 “법적으로 2억원 미만이면 가능하다”고 밝혔고, 교비 횡령 의혹은 “사건 조사 관련된 비용으로 지출된 부분이라 문제는 없다”고 설명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