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남 노리는 조국 밑그림

포스트 DJ 키운다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호남을 바라보는 야당의 시선이 심상치 않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의 텃밭인 이곳을 갈아엎겠다며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이 만반의 준비를 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총선서 돌풍을 일으켰다지만 상대는 제1야당이다. 과연 조 대표는 오랫동안 민주당이 자리 잡은 호남에 새로운 뿌리를 내릴 수 있을까?

2024년은 선거의 해라고 봐도 무방하다. 지난 4월 4·10 총선을 시작으로 각 당의 전당대회가 정치판을 달궜으며 10월에는 하반기 재보궐선거가 예정돼있다. 정치권 관계자들은 이번 재보궐선거의 격전지로 호남을 꼽았다. ‘깃발만 꽂으면 당선’이라는 말이 나올 만큼 뻔한 지역이지만 신생 정당인 혁신당이 민주당을 향해 정면승부를 예고하면서 이목이 쏠린다.

근거 있는
자신감

혁신당은 조직강화특별위원회(이하 조강특위) 등을 꾸리며 재보궐선거를 비롯한 2026년 지방선거 사전 준비 작업에 들어섰다. 지난달 28일, 혁신당 황현선 사무총장은 기자간담회를 열고 “올해 하반기부터 민주당과 혁신당이 국회 안에서는 협력하더라도 지역에서는 바닥서부터 경쟁이 치열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혁신당은 가능한 모든 곳에 후보를 내겠단 방침이다. 아직은 밑그림을 그리는 단계지만 재보궐선거의 경우 전남 영광·곡성 군수, 부산 금정구청장, 인천 강화군수에 후보를 내는 안이 유력하게 전해진다. 재보궐이 예상되는 정읍시장 역시 물망에 오르고 있다.

영광과 곡성은 전 군수가 모두 당선무효형을 받아 직을 상실해 선거가 확실시됐다. 강종만 전 영광군수는 선거 전 지역 언론사 기자에게 금품을 건넨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으며 이상철 전 곡성군수는 지난 2022년 지방선거서 당선된 후 선거운동원들에게 고액의 식사를 제공한 혐의로 기소됐다.


이학수 정읍시장은 지난 지방선거서 허위 사실을 공표한 혐의로 1·2심 모두 당선무효형에 달하는 벌금 1000만원을 선고받았다. 최종적으로 형이 확정될 경우 이 시장은 직을 잃게 된다.

부산 금정구청장 직은 지난 5월 김재윤 전 구청장이 별세하면서 직무대행 체제로 운영되고 있다. 인천 강화군수직 역시 지난 6월 유천호 전 군수의 별세로 공석이 됐다.

그동안 혁신당은 재보궐선거에 대한 의지를 강하게 드러냈다. 99.9%의 지지를 받아 당 대표 연임에 성공한 조국 대표는 지난달 22일 “시도당과 중앙당, 그리고 제가 삼각편대를 이뤄 재보선에 응하겠다”고 말한 바 있다.

특히 혁신당은 민주당의 텃밭인 호남을 기반으로 세력을 다지겠단 의지를 강하게 드러냈다.

조 대표는 재보궐선거 인재 영입과 관련해 “가용한 역량과 자원을 총동원하고 인재영입위원장으로서 역할도 힘을 기울여 호남서 차세대 DJ, 영남서 새 노무현을 영입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며 적극적인 자세를 보였다. 지난달 초에는 광주를 방문해 “당의 성장은 호남의 정치 혁신을 가속하는 동력이 될 것”이라며 지지를 호소하기도 했다.

‘두 달 앞’ 하반기 재보궐 분수령
총선서 보여준 ‘돌풍’ 이번엔?

혁신당이 호남에 승부수를 띄운 이유는 지난 총선서 민주당과 붙은 결과 이번 재보궐선거와 지방선거 역시 겨뤄볼 만한 싸움이 될 것으로 내다봤기 때문이다.


4·10 총선 다음날인 4월11일 중앙선거관리위원에 따르면, 비례대표 개표 결과 혁신당은 영광과 곡성서 각각 39.46%, 39.88%의 비례득표율을 기록했다. 민주연합은 영광 40.14%, 곡성 41.13%의 지지율로 혁신당과 근소한 차이를 보였다.

전국 17개 시·도 가운데 ▲부산 ▲세종 ▲광주 ▲전남 ▲전북지역 등에서는 혁신당의 비례대표 득표율이 민주연합보다 더 높게 나오기도 했다. 특히 광주·전남·전북은 민주당의 지지세가 두드러지는 만큼 혁신당이 의미 있는 결과를 얻었다는 내부 평가가 나온다.

혁신당 황현선 사무총장은 “전남서 출마를 희망하는 인사들이 의사를 타진해오고 있어 오는 9월 후보 등록 이전까지 후보를 선보이겠다”며 “호남 유권자가 바라는 것은 정치 혁신이라고 생각하기에 민주당과의 경쟁을 통해 유권자들에게 더 나은 선택을 제공할 좋은 후보를 발굴하겠다”고 강조했다.

혁신당이 호남에 집중적으로 후보를 낼 경우 민주당과의 경쟁은 불가피하다. 지난 총선서 ‘지민비조(지역구는 민주당 비례는 조국혁신당)’를 외치는 등 연대의 움직임을 보였지만 이제는 홀로서기에 나섰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혁신당이 독자적 노선을 걷기 시작한 건 국회 개원 이후 제3당 비교섭단체의 한계를 느낀 데에서 비롯됐다는 해석이 나온다.

혁신당은 지난 총선서 비례대표 12석을 얻는 데 그쳐 교섭단체 조건인 20석을 충족하지 못했다. 비교섭단체는 원내 협상 등 주요 논의서 배제되고 상임위 배분이나 발언권, 대표연설 등에서 패널티를 받는다. 전국을 돌며 총선판에 돌풍을 일으켰던 혁신당이지만 막상 여의도에 입성하자 활동 폭이 좁아진 셈이다.

그동안 혁신당은 민주당을 향해 교섭단체 조건 완화를 요구해 왔다. 지난달 31일에는 교섭단체 의석수를 현행 20석서 10석으로 낮추는 ‘민심 그대로 정치 혁신 4법’을 발의하기도 했다.

예견된
빅매치

조 대표는 이날 당 소속 의원들과 기자회견을 열고 “혁신당은 12석을 보유하고 있지만 국회 운영서 0석 취급을 받는다”며 민의에 비례한 국회 운영이 아니라는 점을 꼬집었다. 그러면서 “현행법은 다른 정당의 국회 운영 참여를 비교섭단체라는 이유를 내세워 가로막고 있다”며 “다양한 정당의 참여를 통한 시대정신이 반영된 민의 수용 등 시대 변화상에 맞춰 국회를 운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혁신당은 교섭단체 의석수를 10석으로 완화하는 것을 비롯해 정당보조금을 의석수대로 배분하는 정치자금법 개정안과 정책연구위원을 비교섭단체에도 배정하는 국회법·정치자금법 개정안을 함께 발의했다. 기자회견 말미에 “정치혁신 4법은 특정 정당을 위한 법이 아니다”라며 “다양한 교섭단체가 들어서 여야 거대 정당의 대치를 풀어주고 중재해줘야 한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단순히 당의 입지를 넓히는 것보다 특정 지역을 기반으로 튼튼한 뿌리를 내리는 방안도 모색해야 한다는 게 또다른 혁신당 관계자의 설명이다.

이 관계자는 “혁신당은 신생 정당임에도 불구하고 호남서 크게 환영받았지만 뿌리가 약하다는 게 단점”이라며 “당의 존재 이유와 가치를 지키기 위해서는 근본이 필요하다. 아마 이번 선거를 통해 조 대표는 호남에 본격적으로 뿌리를 내리려 할 것”이라고 말했다.


호남서 세를 꾸리는 과정서 민주당과의 충돌은 불가피하다. 이를 의식한 혁신당은 어디까지나 ‘건강한 경쟁’일 뿐 민주당과의 제로섬 게임이 아니라는 점을 강조했다.

지난달 13일 전북을 찾은 조 대표는 “민주당 텃밭인 호남서 혁신당이 나서면 분열, 경쟁, ‘제 살 깎아먹기’라며 우리의 진일보를 막아서는 지역정서가 있는 것을 잘 알고 있다”면서도 “절대 그렇지 않다. 당의 등장은 민주 진보진영을 더 크게 만들었다”고 반박했다.

혁신당 핵심 관계자 역시 <일요시사> 취재진과 만난 자리서 혁신당이 범민주 진영의 활동 범위를 넓혔다고 주장했다.

이 관계자는 “지난 총선은 민주당과 혁신당의 제로섬 게임이 아니었다”며 “국민의힘과 민주당이 겨뤘을 때 박빙이었던 지역이 유독 많지 않았나. 특히 PK(부산·경남)를 놓고 봤을 때 민주진영 파이가 이전보다 늘어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앞으로 치러질 선거 과정서 네거티브 공방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혁신당 관계자는 “민주당 김두관 당 대표 후보도 이재명 당 대표 후보를 향해 돌을 던지고 있지 않은가. 정책 이야기만 놓고 겨루는 아름다운 선거는 거의 없다”며 “혁신당은 민주당을 깎아내리자는 게 아니라 호남지역 유권자에게 하나라도 더 많은 선택권을 주기 위함”이라고 말했다.


민주당
선 긋기

공격과 방어가 이어지는 과정서 부적격한 후보를 걸러낼 수 있다는 점도 네거티브 공방의 긍정적 효과로 꼽았다.

이번 재보궐선거는 조 대표와 이 후보, 그리고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가 삼자 구도로 치르는 첫 선거다. 총선이 끝난 뒤 바로 치러지는 선거인 만큼 여야 모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지난해 10월 단 한 명을 뽑는 강서구청장 선거마저도 ‘미니 총선’이라는 의미가 부여될 정도였으니, 호남을 둘러싼 재보궐선거는 그야말로 민주진영의 대격돌로 이어질 전망이다. 게다가 혁신당은 PK에도 희망을 걸었으니 한 대표 입장에서는 야권으로부터 첫 번째 도전장을 받아든 셈이다.

혁신당은 ‘호남 물갈이’에 방점을 찍었다. 양자택일이었던 선거에 새로운 선택지를 부여함으로써 다양성이 보장된 경쟁을 치르겠다는 것이다.

한 야권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에서 “호남 유권자가 당의 색만 보고 지지하는 시대는 지났다”며 “이들의 특징은 매일같이 민주당을 찍어주다가도 당이 민심과 반대되는 행동, 또는 마음에 안 드는 움직임을 조금이라도 보이면 무섭게 등을 돌리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전에는 민주당이라는 선택지만 있었다면 이제는 혁신당이라는 다른 대안이 생긴 상황”이라며 “민주당이 싫어서 선거를 포기한 유권자가 혁신당에 한 표를 던질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호남의 안주인인 민주당과 가장 빠르게 차별화를 둘 수 있는 지점은 메시지다. 지금까지 혁신당은 민주당보다 선명한 움직임을 강조해왔던 만큼 이번에도 ‘쇄빙선’ 이미지에 무게를 실을 가능성이 점쳐진다. 혁신당의 슬로건인 ‘3년은 너무 길다’처럼 윤석열정부 조기종식을 앞세운 전략을 세울 수도 있다.

최근 혁신당은 윤정부 조기종식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혁신당은 ‘3년은 너무 길다’ 특별위원회(탄핵추진위원회·이하 탄추위)를 꾸리고 ‘윤석열정권 국정 농단 제보센터’를 열었다. 출범 6개월 만에 대통령 탄핵을 목표로 공식 활동에 나선 것이다.

건강한 경쟁? 불붙는 건 한순간
난데없는 ‘호남라이팅’ 노란불

부위원장을 맡은 황운하 원내대표는 “국민은 총선과 이번 국민의힘 전당대회서 윤정부를 심판했다”며 “이제 레드카드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탄추위 산하인 ‘시민의 물결 위원회’ 공동위원장을 맡은 혁신당 김재원 의원 역시 “탄핵은 결국 국민의 뜻이 물결처럼 흘러넘쳐야 가능하다”며 “당의 강력한 전의를 믿어달라”고 호소했다. 그러면서 “국민 누구나 쉽게 윤정부 탄핵 의지를 드러낼수 있는 다양한 방법을 고안하겠다”며 “혁신당이 튼튼한 가교 역할을 다하곘다”고 소리 높였다.

혁신당이 호남에 후보를 내는 이유 역시 눈여겨볼 만하다. 특히 당선무효형으로 공석이 된 영광과 곡성의 전 군수는 모두 민주당 인사로 직을 내려놓은 귀책 사유가 뚜렷하다. 한 차례 자책골을 넣은 민주당보다 혁신당이 명분 싸움서 유리할 것이란 주장이 제기되는 이유다.

문제는 양당의 경쟁이 과열될 경우 과도한 네거티브 싸움에 지친 유권자가 그 누구의 손도 들어주지 않는 경우다.

혁신당 정도상 전북자치도당위원장이 “민주당은 호남의 늙은 보수” “민주당이 호남을 가스라이팅하고 있다” 같이 수위 높은 발언을 하면서 긴장감을 조성했다는 평이 나온다. 재보궐선거를 앞두고 툭 튀어나온 ‘호남 홀대론’에 민주당은 달갑지 않은 내색을 표하기도 했다.

조 대표의 전략처럼 혁신당이 민주당의 대안이 될 수 있을지도 미지수다. 총선을 치른 이후 혁신당은 호남을 비롯한 전국서 이전만큼 지지율을 견인하지 못한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지지율 15%대를 아슬아슬하게 유지했지만 그마저도 최근 들어서는 한 자릿수로 떨어졌다.

특히 원내교섭단체를 구성하지 못한 상황서 거대 양당이 주도하는 정국이 이어진다면 혁신당의 존재감은 거대양당에 묻힐 수밖에 없다.

아직은 민주당과 혁신당 사이에 큰 갈등은 없지만 선거 열기가 고조되기까지 지켜봐야 할 일이다. 특히 민주당서 공천을 받기 어렵거나 컷오프된 인사가 혁신당으로 합류한다면 당내는 물론 지지자 간의 파열음도 배제할 수 없다.

또 다른
선택지

혁신당 관계자는 “지난 총선을 거치면서 호남 쪽 민주당 의원은 거의 물갈이가 이뤄졌다”며 “새로 깃발을 꽂은 이들은 기존의 지역위원장이나 구의원을 싹 밀어내고 자기 쪽 사람으로 앉히려고 한다. 이전까지 지역구를 탄탄하게 다져놓던 이들이 민주당으로 돌아가는 대신 혁신당과 함께할 수 있지 않겠느냐”고 귀띔했다.

이어 “아무래도 이번 재보궐선거는 최종 결선보다 당내 경선이 더욱 치열하겠다”며 “흥미진진한 선거를 기대하는 호남 유권자에게도 새로운 경험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이 VS 조, 종부세 이견

종합부동산세(이하 종부세)를 놓고 민주당 이재명 당 대표 후보와 혁신당 조국 대표의 의견이 엇갈렸다.

기존 민주당의 주장과 달리 이 후보가 종부세 완화에 긍정적인 입장을 밝힌 것이다.

이를 두고 정치권에서는 전당대회를 앞둔 만큼 이 후보가 중도층을 의식했다고 내다봤다.

반면 조 대표는 “지역 소멸을 가속화하는 원인”이라며 반대 의견을 거듭 강조했다.

그동안 민주당 정책에 동조하던 혁신당이 다른 노선을 택한 만큼 ‘민주당 이중대’라는 비판도 다소 사그라들 것으로 관측된다. <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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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표 계승?’ 이재명정부 태양광 로드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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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전 세계적으로 기후 위기가 가시화되면서 에너지 정책은 범국가 차원에서 추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최근 환경부 장관 후보자의 발언으로 이재명정부의 에너지 정책 방향이 윤곽을 드러내는 모양새다. 일각에서는 문재인정부의 태양광 사업이 어른거린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23일 대통령실은 “국회 기후위기특위에서 활동하는 등 미래 환경문제를 지속적으로 고민해온 3선 국회의원”이라고 소개하면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김성환 의원을 환경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했다. 김 후보자는 22대 국회 기후위기특별위원회(위원장 한정애, 민주당) 위원으로 활동하며 탈원전·재생에너지 확대를 위한 노력을 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대통령 대선공약 대통령실은 그가 “‘기후 위기는 모두의 생존 위기’라는 대통령의 문제의식을 잘 이해하고 그동안의 입법 경험을 바탕으로 환경문제에 적극 대응할 것”이라며 기대감을 드러냈다. 실제 김 후보자는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 관리에 관한 특별법안’ ‘환경친화적 자동차의 개발 및 보급 촉진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안’ 등을 발의한 바 있다. 이번 김 후보자의 지명으로 이재명정부의 환경 정책이 구체화되고 있는 모양새다. 김 후보자는 지난 24일 오전 인사청문회 준비 사무실이 마련된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이룸센터에서 기자들을 만나 “재생에너지 기반으로 모든 에너지 체계를 바꾸고 화석연료에 의존하지 않는 재생에너지 중심의 체계를 만들 것”이라고 밝혔다. 원전은 보조 에너지원으로 활용하겠다는 뜻도 비쳤다. 그는 ‘재생에너지를 늘리면 전기료가 오른다’는 우려에 대해 “전 세계적으로 균등화발전비용(같은 양의 전력을 생산하는 데 들어가는 비용)이 가장 싼 전원은 이미 풍력과 태양광”이라며 “다만 아직 한국에선 여러 기회 비용, 시간 비용, 금융 비용이 쌓여 상대적으로 비쌀 뿐이다. 실제 요금이 오를 일은 없다. 오히려 그런 식의 접근이 대한민국의 에너지 전환을 가로막고 있다”고 주장했다. 탈원전에 대해서는 “각 나라 특성에 따라 원전을 쓰는 나라가 있는데 한국도 탈원전을 바로 할 일은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주 에너지원으로 재생에너지를 쓰고 원전을 보조 에너지원으로 쓰는 것이 (이재명정부의) 탈탄소 정책 기조”라고 말했다. 김 후보자는 이재명 대통령의 공약으로 신설 예정인 기후에너지부 장관으로도 거론되고 있다. 기후에너지부는 분리돼있는 기후와 에너지 관련 부처 업무를 통합한 조직이다. 그는 “기후에너지 문제를 어떻게 하는 게 가장 효과적인지 빠른 시일 내로 큰 방향을 잡겠다”며 “국정기획위원회에서 조직개편안을 검토하고 있는 사안”이라고 말했다. “신재생에너지로 전환 필요” “원전은 보조 에너지원으로” 환경부 장관 후보자가 에너지 ‘전환’을 예고하면서 일각에서는 문재인정부의 태양광 사업이 떠오른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문재인 전 대통령은 대선공약으로 신재생에너지 확대를 내세운 바 있다. 이를 세부적으로 진행하는 과정에서 태양광 사업이 크게 대두돼 국가 예산이 투입됐다. 문정부는 출범하면서 2030년까지 신재생에너지 비율을 20%까지 높이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재생에너지 3020 이행계획’을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정부는 신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을 늘리기 위해 설비를 확충하기로 했다. 태양광, 풍력발전소 등이다. 당시 내용대로면 총 110조원에 이르는 돈이 필요하다는 결론이 나왔다. 정부는 국가 예산과 공기업, 민간 등을 통해 자금을 조달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문정부 임기 내내 전국 단위로 태양광 사업을 위한 지원금이 뿌려졌다. 당시 문정부는 신재생에너지 확대와 함께 탈원전 로드맵을 동시에 진행했다. 일부 원전이 영구적으로 정지됐고 짓고 있던 원전 공사가 중단됐다. 단계적 원전 감축 계획을 세우고 이를 신재생에너지로 대체하겠다는 취지였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나온 잡음이다. 특히 태양광 사업을 둘러싼 각종 비리 의혹은 정권이 교체된 이후에도 문정부를 오랫동안 괴롭혔다. 국가 주력 사업이었던 만큼 정권이 바뀐 이후 새 정부의 표적이 된 상황에서 실제 문제가 드러난 것이다. 천문학적 예산 투입 윤석열정부는 신재생에너지 지원 사업에 대한 대대적인 점검을 진행했다. 윤정부 국무조정실은 일부 표본만 조사했는데도 불구하고 2000억원이 넘는 돈이 불법으로 사용된 정황이 드러났다고 발표했다. 당시 국무조정실 정부합동 부패예방추진단은 전국 12개 지자체와 한국전력, 한국에너지공단을 대상으로 ‘전력산업 기반기금 사업’ 운영 실태에 대한 합동 점검을 벌인 결과 총 2267건(2616억원)의 위법·부당 사례를 적발했다고 밝혔다. 해당 기금은 산업자원통상부(이하 산업부)가 전기 요금의 3.7%를 징수해 조성한 돈으로 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 지원과 보급에 주로 사용됐다. 5년간 투입된 금액은 12조원에 이른다. 1차 조사에 따르면 신재생에너지 지원 사업에서 부적절한 대출과 보조금 부당 집행, 회계 부실 등이 적발됐다. 태양광 사업의 경우 점검 대상의 17%인 1129건에서 1847억원의 위법 대출 등이 확인됐다. 2차 점검에서는 적발 금액이 2배로 늘었다. 국무조정실은 2019~2021년 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에 쓰인 금융지원사업(1조1325억원) 내역과 2017~2021년 보조금 지원 규모가 컸던 25개 지자체의 발전소 주변 지역 지원사업 등을 조사했다. 그 결과 금융지원 사업에서 4898억원, 발전소 주변 지역 지원 보조금 사업에서 574억원, 전력 분야 연구개발 지원사업에서 266억원, 기타 전력기금 사업에서 86억원의 부정 집행 사례가 나타났다. 당시 국무조정실 관계자는 “신재생에너지 지원금 대부분은 태양광 사업에 쓰였다”며 “가장 규모가 컸던 부정 금융지원 사업 사례 중 99%는 태양광 사업”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태양광 업자들은 허위 세금계산서를 발행해 불법 대출을 받았고 가짜 세금계산서로 공사비를 부풀려 지원금을 타냈다. 감사원 조사로 검찰 수사까지 대출을 받은 뒤 세금계산서를 취소, 축소하는 등 탈루가 의심되는 정황도 드러났다. 가짜로 버섯 재배 시설이나 곤충 사육 시설, 축사 등 농림축산업 시설을 만들어 놓고 신재생 시설을 짓겠다고 대출을 받은 경우도 있었다. 농지에 신재생 시설을 지을 때는 용도변경 등 인허가 절차가 필요하지 않고 생산한 전력을 팔 때 받을 수 있는 보조금 한도도 커진다는 점을 악용한 것이다. 한 마을회는 마을 창고를 짓겠다며 전력기금에서 돈을 받아 부지를 사들였지만 실제 창고는 짓지 않았고 부지는 마을회장이 6촌에게 되팔았다. 지방자치단체의 문제도 드러났다. 한 군은 타낸 보조금을 다 쓰지 못하고 약 24억원이 남자 이를 다른 계좌로 빼돌렸다가 적발됐다. 한 시는 보조금을 빼돌려 관용차를 사기도 했다. 감사원 조사도 이뤄졌다. 감사원은 2023년 11월 ‘신재생에너지 사업 추진 실태’ 감사 결과를 발표했다. 신재생에너지 사업의 목표와 이행, 인프라 구축, 관리 등 3개 분야로 나눠 추진 과정과 집행 전반을 들여다봤다. 감사원에 따르면 산업부는 2017년 신재생 발전 목표를 상향하면서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고 검토했지만 막상 후속 조치 이행에는 소홀했다. 감사원은 “톱다운(하향식) 방식으로 내려온 목표에 따라 무리한 계획이라도 수립해야 했다는 이유로 실현 가능성이 떨어지는데도 면밀한 검토 없이 강행되고 짧은 기간 내 일관성 없이 변경됨으로써 정책 혼선과 신뢰성 저하를 초래했다”고 지적했다. 윤석열정부서 전반적 점검 8000억 넘는 예산 줄줄 샜다 대통령의 대표 공약이었던 만큼 정부 부처가 이를 맞추기 위해 과도하게 정책을 추진했다는 것이다. 문정부가 신재생에너지 확대로 야기될 수 있는 전기요금 인상 가능성을 감췄다는 지적도 나왔다. 감사원 감사 결과에 따르면 산업부는 문정부의 국정 과제대로 신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을 늘릴 경우 2030년까지 전기요금을 40% 가까이 올려야 한다는 것을 알면서도 당시 청와대의 압박에 12년 동안 10.9%만 오를 것이라고 국민 부담을 축소했다. 태양광 사업의 여파는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 새만금 태양광 발전사업 비리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은 지난 1월 군산시청에 대한 추가 압수수색을 진행했다. 감사원 감사 결과 군산시 태양광 발전사업 수주 과정에서 뒷돈이 오간 정황이 포착됐고 이를 검찰에 수사 의뢰를 하면서 시작된 일이다. 당시 군산시장은 군산시가 1000억원 규모의 태양광 사업을 추진할 때 자신의 고교 동문이 대표로 있는 업체에 특혜를 준 혐의를 받고 있다. 해당 업체가 사업자금을 조달하는 금융사가 제시한 연대보증 조건을 충족하지 못했는데도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해 계약 체결을 지시했다는 게 감사원의 판단이다. 앞서 검찰은 새만금 태양광 사업을 주도한 회사 대표를 알선수재 혐의로 기소했다. 그는 태양광 발전사업 과정에서 정·관계 인사에게 로비를 해주겠다며 뒷돈을 챙긴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그의 진술로 비리 의혹은 정치권으로까지 번졌다. 핵심 수사 대상에 올랐던 건설사 대표가 실종됐다가 시신으로 발견되는 일도 일어났다. 관련 시장은 반응 오는 중 이 대통령이 기후, 에너지 문제에 관심을 기울이고 김 후보자가 재생에너지를 언급하면서 관련 시장이 다시 들썩이는 모양새다. 실제 태양광 관련 주가가 오르는 등 주식시장에는 벌써부터 반응이 나타나고 있다. 윤정부는 문정부의 신재생에너지 사업을 통째로 부정하다시피 했다. 반대로 문정부의 정책을 다시 끄집어낸 이정부의 운명은 어떻게 될까?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