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어라’ 건설업 요동치는 이유

물가변동 배제 특약 뭐길래…

[일요시사 취재1팀] 김철준 기자 = 코로나19 사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중국 철강 감산 등이 연이어 발생하면서 건설공사에 투입되는 원자재 등 가격이 역대급으로 상승했다. 건설업계는 발주사에 해당 금액과 관련해 증액을 신청했지만 발주사들은 ‘물가변동 배제 특약’을 내세워 거절했다. 이런 와중에 대법원서 물가변동 배제 특약이 무효라는 판결이 나오며 관련 소송이 우후죽순 쏟아지고 있다. 

건설업계에 지대한 영향을 미칠 ‘물가변동 배제 특약’이 다시 법원 심판대에 올랐다. KT와 쌍용건설이 KT 판교 신사옥 공사비를 두고 소를 제기했기 때문이다. 대법원은 지난 4월 물가변동 배제 특약 효력이 무효라고 판단했다.

효력 무효

KT는 지난 5월10일 쌍용건설에 공사비를 모두 지급했고, 비용을 추가로 지급할 의무가 없음을 법원으로부터 확인받기 위해 서울중앙지법에 채무부존재 확인의 소를 제기했다. 이에 쌍용건설은 지난달 26일 KT를 상대로 추가 공사대금을 청구하는 내용의 반소를 제기했다.

이들은 지난해 4월 완공된 KT 판교 신사옥 공사비 초과분을 놓고 법적 분쟁 중이다. 쌍용건설은 코로나19와 러·우 전쟁 여파로 인해 2020년 계약체결 당시보다 원가가 크게 오른 만큼 공사비를 171억원 증액해달라고 요청해 왔다. KT가 물가변동 배제 특약을 근거로 증액을 거부한 것이 법적 분쟁까지 이어진 것이다.

KT는 소송 입장문에서 “쌍용건설 측에 대한 모든 공사비 지급 의무이행을 완료했으므로 추가 비용 요구에 대한 지급 의무가 없다는 것을 법원으로 확인받기 위해 소를 냈다”며 “쌍용건설과 맺은 건설계약은 물가변동 배제 특약을 포함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KT 판교사옥 건설 과정에서 쌍용건설의 공사비 조기 지급 요구, 설계 변경에 따른 공사비 증액(45억5000만 원) 요구, 공기 연장(100일) 요구 등을 모두 수용했다”며 “상생을 위한 원만한 해결책을 찾고자 노력했지만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쌍용건설은 입장자료를 통해 “KT는 법원에 소를 제기해 공사비 분쟁에 대한 협상 의지 자체가 없음을 드러냈고, 그동안 성실하게 협상에 임하겠다는 입장을 손바닥 뒤집듯 뒤집었다”며 “지난해 10월 KT 판교사옥 집회 이후 7개월간 KT의 성실한 협의를 기대하며 분쟁조정 절차에 임해왔던 당사는 황당하고 억울한 마음을 금할 수가 없어 향후 KT 본사 앞 집회 등으로 강경 대응할 것”이라고 날을 세웠다. 

KT·쌍용건설 소송으로 다시 심판대
지난 4월 대법원에서 판결 뒤집혀

이 같은 법적 분쟁은 건설산업기본법 제22조 제5항 제1,3호 등에 의거해 무효라는 건설업계 측 의견과 계약준수의 원칙에 따라 물가변동 배제 특약의 효력이 부정될 수 없다는 발주자 측의 입장 차이로 일어났다. 

건설산업기본법 제22조 제5항 제1, 3호는 ▲계약체결 이후 설계변경, 경제 상황의 변동에 따라 발생하는 계약금액의 변경을 상당한 이유 없이 인정하지 않거나 그 부담을 상대방에게 떠넘기는 경우(1호) ▲도급계약의 형태, 건설공사의 내용 등 관련된 모든 사정에 비추어 계약체결 당시 예상하기 어려운 내용에 대해 상대방에게 책임을 떠넘기는 경우(3호)를 건설공사 도급계약의 내용이 당사자 일방에게 현저하게 불공정하다고 규정하고 있다.

특히 KT는 2020년부터 ▲쌍용건설(KT 판교사옥 건립) ▲롯데건설(KT 광진지사 부지 재개발) ▲현대건설(KT광화문사옥 서관 리모델링) ▲한신공영(부산 초량동 임대주택) 등과 도급계약을 맺으면서 모두 계약서에 물가변동 배제 특약을 담은 만큼 이번 법적 분쟁의 결과가 중요한 상황이다.

현대건설에 따르면 아직 공사가 진행 중이지만 원자잿값, 인건비 등 인상에 최초 계약 금액 대비 300억원이 추가 투입돼 증액을 요구하고 있다. 양 사가 계약한 공사비는 1800억원이다. 


롯데건설은 KT 부지가 포함된 광진구 자양1재정비촉진구역 공사를 진행하고 있다. 롯데건설은 롯데캐슬 이스트폴 사업 공사비를 1000억원 증액을 요구했지만 발주처인 KT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자양1구역 정비는 KT가 보유한 구 전화국 부지 일대 50만5178㎡를 재개발하는 사업이다. 사업비 규모 1조원 이상으로 역대 KT가 진행한 사업 중 규모가 가장 크다.

한신공영은 KT의 자회사 KT에스테이트가 발주한 부산 초량 오피스텔 개발사업을 지난 2020년 수주해 작년 9월 준공했다. 계약 당시 공사비 519억원 대비 추가 비용이 141억원 발생해 KT에 공사비 증액을 요구했지만, 아직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물가변동 배제 특약과 관련해 법원의 판결은 최근 들어 바뀌었다. 최근까지 법원은 지난 2017년 국가를 상대로 하는 공공계약서 물가변동 배제 특약의 유효성을 인정한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을 필두로 물가변동 배제 특약의 효력을 쉽사리 부정할 수 없다는 입장이었다. 

이후 판결은 공공계약에 대한 판시였다는 점에서 사적자치의 원칙의 적극적으로 적용되는 사인 간의 계약에 있어서는 그 계약에 포함돼있다면 물가변동 배제 특약의 효력을 부인할 수 없고 더욱 엄격히 준수돼야 한다는 견해가 주를 이뤘다.

“원자재 급등 시공사 책임 없어”
“공사비 증액 목소리 더 커질 것”

그런데 지난 4월 대법원서 물가변동 배제 특약의 효력을 부정하며 건설업계에서는 다시금 다수의 소송을 제기하고 있는 상황이다. 해당 판결서 대법원은 건설산업기본법 제22조 제5항 제1호에 의거해 물가변동 배제 특약의 효력이 일부 제한될 수 있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의 판결을 살펴보면 ▲공사도급계약 특약사항서 물가변동 배제 특약이 존재하는 것은 사실이나 계약에 첨부된 민간건설공사 표준도급계약 일반조건서 특정한 조건하에서 물가변동을 반영한 공사대금의 조정을 인정하고 있다는 점 ▲도급인의 귀책사유로 착공이 8개월 이상 지연됨으로 인해 원자재인 철근 가격이 2배가량 인상됐다는 사실을 고려할 때 공사대금의 변경을 인정하지 않는 것은 수급인에게 현저히 불공정한 경우에 해당한다는 점 ▲건설산업기본법 제22조 제5항 제1호서의 ‘계약체결 이후 설계변경, 경제 상황의 변동에 따라 발생하는 계약금액의 변경을 상당한 이유 없이 인정하지 않거나 그 부담을 상대방에게 떠넘기는 경우’에 해당한다는 점 등을 고려해 물가변동 배제 특약 중 민간건설공사 표준도급계약 일반조건에 반하는 부분의 효력이 부정된다고 판단했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향후 물가변동 배제 특약의 효력이 제한될 가능성이 커졌다”며 “이번 판례로 기존 시공사와 발주처 갈등의 판세를 단숨에 뒤집기는 어렵겠지만 최근 건설업계가 처한 상황을 반영했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라고 말했다.

건설공제조합의 한 관계자는 “물가변동 배제 특약을 전면 무효로 본 것인지에 대해서는 개별 사례에 따라 판단이 일부 달라질 수 있겠지만, 시공사의 귀책 사유가 없는 상태서 물가변동 배제 특약을 사유로 표준도급계약 일반조건을 위반해 원자재 가격 급등 부담을 시공사에 떠넘기는 것은 무효임이 확인됐다”며 “발주자와 시공사의 공사비 분쟁이 급증하고 있는 가운데 법원이 구체적 사안서 시공사 및 보증기관의 손을 들어줬다는 점에서 이번 판결은 큰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대형 건설사 자재담당 한 관계자는 “코로나 여파와 러‧우 전쟁 등으로 발생한 물가상승이 예측 범위를 벗어난 데다 한쪽에 너무 불리한 물가변동 배제 특약에 유효성을 인정하지 않은 판결이 나온 만큼 발주처의 적극적인 협상 의지가 요구된다”며 “소송 중인 사안에서도 시공사에 유리한 판결이 이어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유리한 판결

공사비 분쟁이 더욱 치열해질 것이란 관측도 있다. 한 법조계 관계자는 “물가변동 배제 특약이 무효로 본 결정이 나왔으나 시공사가 요구한 증액분을 발주처가 모두 인정 수용해야 한다는 뜻은 아니다”며 “그럼에도 이 조항에 발목이 잡혀 협상력을 높이기 어려웠던 건설사, 하청업체들이 공사비 증액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더 커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kcj5121@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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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내란 비선’ 노상원 민간인 사찰 준비 의혹

[단독] ‘내란 비선’ 노상원 민간인 사찰 준비 의혹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방첩사가 댓글 공작을 계획한 정황이 곳곳에서 확인된다. 사이버작전사령관 후보군을 블랙리스트로 관리하면서 여론전에 나서려 한 게 골자다. MB·박근혜정부 때의 악몽이 재발할 수 있었던 셈이다. 군 안팎에서는 계엄이 유지됐다면 여론 공작뿐만 아니라 민간인 사찰까지 벌어졌을 것이라고 보고 있다. 군 정보기관 간부들은 이 계획을 준비하려 했던 인물로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이 아닌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을 지목한 것으로 파악됐다. “여인형은 댓글 공작을 지시한 사람일 뿐 계획한 사람은 노상원이다.” 한 군 고위관계자의 말이다.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이 부정선거 수사만을 담당하지 않았다는 설명이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도 복수의 군 관계자들로부터 관련 진술을 받아냈다. 특히 사이버작전사령부가 댓글 공작을 계획한 정황을 포착하고 수사에 착수했다. 진보 성향 진급 제외 공수처는 이달 초 복수의 국군방첩사령부 간부들로부터 군 댓글 공작 의혹과 관련된 진술을 받아냈다. 한 방첩사 간부는 공수처에 “사이버사령관에 대한 정치 성향, 개인정보 등 신원 검증을 진행했다. 진보 계열 정치인과 친분이 있거나 알고 지낸 적이 있는 군 간부에 대해서는 신원 검증을 더욱 철저히 했다”고 진술했다. 공수처는 방첩사가 사이버작전사령관 후보군을 블랙리스트로 관리하면서 정권 ‘코드 인사’가 정해지면 댓글 공작팀을 구성하려 했다고 보고 있다. 공수처가 확보한 블랙리스트는 지난해 12월과 지난 1월 두 차례에 걸친 방첩사 압수수색을 통해 확보한 것이다. 당시 압수수색 대상엔 사이버사령관 관련 블랙리스트 문건도 포함됐다.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은 이 문건들을 김용현 전 장관에게 수차례 보고한 것으로 확인됐다. 문제는 보고 시점이다. 김 전 장관이 대통령경호처장이던 지난해 초부터다. 김 전 장관이 군 인사에 개입하고 신원식 국가안보실장보다 영향력이 강했던 것으로 읽히는 대목이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도 방첩사의 댓글 공작 플랜 의혹을 제기한 바 있다. 민주당 추미애 의원은 지난 1월 국회 국정조사특위에서 “조원희 사이버사령관이 사이버 정예 요원 28명으로 구성된 ‘사이버 정찰 TF’를 구성해 2024년 10월7일∼12월27일 약 3개월간 운영할 계획이었다”며 “사이버사가 국가정보원, 국군방첩사령부 등 그동안 비상계엄에 협조해 온 기관과 연계해 전 국민을 대상으로 이른바 인지전·심리전을 하려던 것으로 추측된다”고 주장했다. 인지전은 전단 살포 등 기존 심리전에 더해 SNS를 통한 사이버 여론전까지 포괄한다. 실제 방첩사는 예하 보안연구소에 인지전을 전담하는 ‘정보종합통합대응팀(대응팀)’ 신설을 계획했다. 이 대응팀은 방첩사가 인지전 조직 설립을 추진하다 내부 반발에 부닥치자 만들어진 TF(태스크포스) 성격의 팀으로 알려졌다. 일부 인원을 보안연구소로 이동시켜 TF를 꾸린 뒤 인지전 조직을 설립할 계획이었다. 사이버사 통해 인지·심리전 작업 선관위 서버 탈취 성공하면 서포트 여 전 사령관은 보안연구소에 인지전 전문가를 직접 추천하기도 했다. 실제 여 전 사령관이 추천한 인사는 지난해 12월2일 보안연구소 연구기획팀에 임용됐다. 지난해 10월에는 여 전 사령관실에 있던 소령이 전 부대원을 대상으로 인지전 내용이 포함된 교육을 진행하기도 했다. 여 전 사령관의 지시를 받았던 건 그의 비서실장이던 정성우 전 1처장과 최측근인 소형기 전 방첩사 참모장(현 육군사관학교 교장)이다. 정 전 1처장은 보안처와 방첩처에 인지전 관련 조직 신설을 지시했으나 간부 대부분이 ‘업무 관련성이 없다’며 거부했다. 소 전 참모장은 지난 2023년 11월6일 인사를 통해 여 전 사령관과 함께 방첩사로 온 인물이다. 두 사람은 인사 이전 육군본부 정보작전참모부에서 부장과 계획편제차장으로 함께 근무했다. 방첩사는 육·해·공군 장성급 직책과 국방부 예하기관장 등에 대한 인사안도 작성했다. 이 인사안도 김 전 장관에게 보고된 것으로 알려졌다. 공수처는 관련 진술을 확보하고 지난달 29일부터 방첩사 신원보안실과 군사정보실 등을 압수수색했다. 방첩사 신원보안실은 본래 육·해·공군 각군 인사참모부에서 인사 계획안을 작성하면, 해당 인물의 세평 등 정보를 수집·조사해 검증하는 조직이다. 그러나 여 전 사령관이 지난 2023년 11월 방첩사령관으로 임명된 이후 신원보안실은 여 전 사령관 측근들로 구성돼 군 인사와 비상계엄에 깊숙이 관여했다는 의혹을 사고 있다. 신원보안실장을 맡고 있는 나모 실장(대령)은 지난해 전역을 앞두고 있었으나 비상계엄을 나흘 앞둔 11월29일 인사에서 이례적으로 임기가 2년 연장됐다. 신원보안실 산하 신원검증과장 등을 맡았던 진모 당시 중령은 충암고 출신으로 지난해 9월 인사에서 대령으로 진급했다. 내란 사태 이후 지난해 12월6일 육군 제5군단 방첩부대장으로 부임했다. 공수처 진술 확보 방첩사 신원보안실은 여 전 사령관을 육군참모총장으로 임명하는 계획 문건을 만들고, 이를 윤석열 전 대통령과 김 전 장관에게 보고하기도 했다. 당시 그 자리는 박안수 전 육군참모총장이 맡고 있었으나 박 전 총장 임기 만료 전이던 지난 4월 인사에서 여 전 사령관을 육군참모총장으로 임명하는 안을 염두에 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8월 여 전 사령관 지시로 만들어진 블랙리스트인 이른바 ‘최강욱 라인 명단’은 2017~2020년, 군 법무관 출신인 민주당 최강욱 전 의원과 근무 시기가 겹치거나 만난 적이 있다는 군 판사·검사 명단을 30명 가까이 정리해 둔 문서다. 최 전 의원은 문재인정부 시절인 2018년 9월~2020년 3월 청와대 직원 직무감찰과 군을 포함한 주요 공직자 인사 검증을 담당하는 공직기관비서관으로 근무했다. 명단에는 김상환 육군본부 법무실장(준장)과 서성훈 중앙지역군사법원장(대령) 등 비육사 출신 군 법무관들이 주로 이름을 올렸다. 공수처는 여 전 사령관이 김 법무실장을 국방부 검찰단장직에 보임되는 일을 막기 위해 그를 강제 전역시킬 방안을 연구했다고 보고 압수수색 영장에 관련 혐의도 적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공수처는 여 전 사령관이 김 전 장관에게 보고하기 위해 장군 인사에도 개입했다고 의심하고 있다. 정치 성향 등 단순 세평 수집이 아닌 각 군에서 작성한 인사안을 검토하거나 직접 작성했는지가 의혹의 핵심이다. 한 군 정보 소식통은 “정보사를 포함해 계엄에 협력할 만한 인물을 정리한 문건도 방첩사가 관리했다. 문상호 전 정보사령관을 포함해 계엄에 반대하지 않을 것 같은 인물들은 모두 노 전 사령관과 김 전 장관에게 보고됐다”고 주장했다. 조 사령관은 블랙리스트가 작성된 것으로 추정되는 지난해 4월 사이버사령관으로 부임했다. 노 전 사령관이 김 전 장관과 연락을 취하기 시작한 시기와 일치하기도 한다. 부임 6개월도 안 된 해군 출신이던 이동길 전임 사령관을 교체하고 조 사령관을 임명한 건 이례적인 일이라는 게 군 내부의 시선이다. 사령관 추천 노 ‘오케이’ 조 사령관은 평소 여 전 사령관과의 친분을 과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김 전 장관이 합동참모본부 작전본부장 시절(2015~2017년) 작전본부 중령으로 근무했다. 방첩사 출신 군 관계자는 “여 전 사령관이 노상원을 멀리 했으나 계엄을 놓고 본다면 자신의 측근이자 믿을 수 있는 인물을 사이버사령관으로 둬야 했을 것이다. 여 전 사령관이 김용현에게 조 사령관을 추천, 노상원이 ‘오케이’한 인물”이라고 전했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노 전 사령관은 지난해 초부터 김 전 장관과 연락하면서 12·3 비상계엄에 대한 밑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노 전 사령관은 부정선거 음모론을 검증하려 계엄사령부 산하 수사2단을 지휘해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이하 선관위) 서버 탈취를 계획했다. 정치권과 군 일각에서는 조 사령관이 여 전 사령관의 지시로 노 전 사령관에게 협력했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노 전 사령관의 선관위 서버 탈취 계획이 성공했다면 조 사령관이 사이버사 산하 해킹 부대인 900연구소를 중심으로 댓글 및 여론 공작에 나섰을 것이란 분석이다. 복수의 정보사 간부들은 댓글·여론 공작의 다음 플랜이 ‘민간인 사찰’이라고 전했다. 노 전 사령관이 선관위 서버 탈취에 성공하면 진보 성향 정치인들뿐만 아니라 시민단체 관계자들의 SNS를 들여다볼 계획이었다는 것이다. 정보사 출신 군 고위 관계자는 “‘부정선거가 사실이었다’는 여론을 조성하는 데 일주일도 채 걸리지 않는다. 계엄이 2~3주 정도 유지됐다면 방첩사와 노상원이 지휘하는 수사2단이 주체가 돼 진보 성향 시민단체의 동향 파악은 기본이고 실제 그렇게 해야 한다는 말이 나왔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결론적으로 방첩사가 사이버사를 통해 댓글·여론 공작을 하려 했던 건 ‘윤석열의 계엄이 옳았다’는 헛소리를 유포하기 위함이다. 노상원이 김용현에게 조언했고 MB·박근혜 때의 국정원 댓글부대 사건을 참고해 시나리오를 짰던 것으로 알고 있다”고 했다. 노, MB·박정부 국정원 댓글부대 사건 참고 여, 블랙리스트 김용현에 직보…김·노 논의 여 전 사령관은 사이버사를 통해서만 댓글·여론 공작을 실행하려 하지 않았다. 직접 국정원에 방첩 업무를 담당할 도·감청 전문가들을 파견해 달라고 요청하기도 했다. 이는 홍장원 전 국정원 1차장이 여 전 사령관의 요청을 거절한 직후에 일어난 일이다. 당시 홍 전 차장은 윤 전 대통령이 “방첩사를 지원하라”고 하자 여 전 사령관에게 전화를 걸어 윤 전 대통령 지시 사항을 전달했고, 여 전 사령관은 체포 대상자 명단을 불러주며 위치 추적을 요청했다. 합참의 ‘계엄실무편람’에 따르면, 계엄사는 합동수사본부 지원을 맡는다. 합동수사본부는 예하에 수사1·2·3·5국을 둔다. 2018년 논란이 됐던 기무사의 계엄 대비 문건에는 합동수사본부장은 방첩사령관이, 수사5국은 국정원이 맡는다고 적혀 있다. 당시 문건에는 ‘국정원은 국정원법을 이유로 계엄사령관의 지시에 소극적으로 대응할 가능성 내재’ ‘이럴 경우 대통령께서 국정원장에게 계엄사령관의 지휘·통제를 따르도록 지시’라고 기록됐다. 여 전 사령관은 ‘민간인 사찰을 계획했느냐’는 <일요시사>의 여러 질문에 대해 “너무 구체적이다. 어떤 게 맞고 틀린지 답하기 곤란한 내용이 포함돼있다”며 “수사를 앞두고 있어 답할 수 없음을 양해해 달라”고 말한 바 있다. 공수처는 방첩사의 댓글·여론 공작 의혹과 군 간부들에 대한 평가와 사찰에 대한 문건이 윤 전 대통령에게까지 보고됐는지 수사 중이다. 공수처는 조만간 여 전 사령관에 대한 피의자 조사를 진행할 예정이지만 내란 특검이 출범하게 되면 모든 자료를 특검에 넘겨야 한다. 공수처 최근 정례 브리핑에서 “지난주부터 방첩사에 대한 압수수색을 거의 매일 진행 중”이라며 “포렌식이 오래 걸리는 건 여러 곳에 분산된 서버를 복구하는 데 시간이 걸리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김 통해 윤 전달? 공수처는 12·3 비상계엄 사태 수사와는 별개로 방첩사 관련 사건을 입건해 사건번호를 부여한 상태라고 부연했다. 지난 5일 내란 특검법, 채상병 특검법이 국회를 통과해 조만간 특별검사 수사 체제가 가동될 것으로 예상돼 공수처는 특검 출범 이후 방첩사 블랙리스트 관련 수사와 기존 고발 사건 수사에 집중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공수처 관계자는 “특검이 출범하고 자료 요청이 오면 당연히 자료를 넘겨야 하지만 그 전까지 할 수 있는 한 최선을 다해 수사할 것”이라고 말했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