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사리판’ 검찰총장 패싱 내막

검찰도 끝났다

[일요시사 취재1팀] 김철준 기자 = 이원석 검찰총장이 두 번째 총장 패싱을 당했다. 지난 5월 인사에 이어 김건희 소환조사 사후 보고로 2개월여 만이다. 일각에선 도이치모터스 사건의 수사지휘권 문제를 지적하면서도 용산에서 주도했다는 의견이 나온다.

윤석열 대통령의 아내인 김건희 여사가 검찰 고발 4년 만에 조사받았지만 오히려 내분이 일었다. 이원석 검찰총장이 조사가 시작된 지 약 10시간 만에 보고받는 일명 ‘총장패싱’이 일어났기 때문이다. 

김건희 조사
전혀 몰랐다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과 김 여사 명품백 수수 사건을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방검찰청 반부패수사2부(부장검사 최재훈)와 형사1부(부장검사 김승호)는 지난 20일, 김 여사를 서울 종로구 창성동의 대통령실 경호처 부속청사에서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했다.

재임 중인 대통령 부인으로는 사상 처음으로 검찰의 소환조사를 받은 것이다.

이날 오후 1시30분부터 도이치모터스 사건 조사를 먼저 진행한 뒤 김 여사 측을 설득해 오후 8시30분쯤부터 명품가방 수수 의혹에 대해서도 조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초 김 여사 측은 대면조사 일정을 조율하면서 도이치모터스 사건에 한해서 제3의 장소에서 조사를 받겠다고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가운데 대검찰청은 조사 시점 등에 대해 사전에 보고를 받지 못한 것으로 파악됐다. 게다가 조사 시작 이후 10시간 만에 대검찰청에 보고되기도 했다.

이를 두고 대검과 서울중앙지검의 갈등이 시작됐다. 검찰의 실질적인 넘버 1, 2라고 할 수 있는 검찰총장과 서울중앙지검장이 정면 충돌했다. 상명하복을 중시했던 검찰 조직에서 검찰총장과 일선 검사장이 사건을 두고 공개적으로 충돌한 것이다.

이창수 서울지검장은 지난 20일 밤, 김 여사 조사 사실을 보고할 때 이 총장이 “나를 무시했다”며 격노하자 이 총장 집을 찾아가려고 했다. 그러나 이 총장이 응답하지 않아 만나지 못하고 돌아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튿날 아침에도 “댁에 찾아뵙고 설명하겠다”고 했으나 이 총장은 아무런 답변이 없었다고 한다.

이 총장은 지난 22일 출근길에서 한비자의 법불아귀(법은 귀한 자에게 아첨하지 않는다)를 언급하며 “우리 법 앞에 예외도, 특혜도, 성역도 없다고 말씀드렸으나 대통령 부인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이러한 원칙이 지켜지지 않았다”고 수사팀을 직격하기도 했다.

이 지검장은 같은 날 오전 이 총장을 찾아 대검찰청에 사전 보고 없이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 명품 가방 수수 의혹과 관련해 김 여사를 조사한 경위를 설명하면서 “심려를 끼쳐드려 정말 죄송하다”고 여러 차례 사과의 말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조사 시작 10시간 만에 보고 
총장 VS 서울지검장 정면충돌

이 지검장의 사과로 검찰 내부의 갈등은 봉합 수순으로 접어드는 듯 보였다. 하지만 이 총장이 진상 파악을 지시하고 같은 날 오후 명품가방 수사를 담당하던 김경목 부부장 검사가 사표를 제출하면서 분위기가 달라졌다. 


김 부부장 검사는 사표를 제출하며 동료들에게 “회의를 느낀다”고 토로했다고 한다. 그는 “지지부진했던 사건을 맡아 열심히 수사한 것밖에 없는데, 진상조사의 대상이 되다니 화가 난다”면서 “조사 장소가 중요하냐. 어려운 환경에서 어떻게든 조사를 마쳤는데 너무한다”는 말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어 지난 23일 이 지검장도 “수사가 진행 중이므로 곧바로 진상 파악에 들어갈 경우 수사팀에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며 “1·4차장과 형사1부장·반부패2부장, 그리고 수사팀을 제외하고 나 홀로(조사에) 임하겠다”며 대검 방침에 반발했다.

대검 감찰부는 이 지검장은 물론 김 여사 사건을 지휘한 서울중앙지검 1·4차장검사에 대한 면담도 시도했지만 불발되기도 했다.

감찰부의 면담 시도했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검찰 내부는 더 동요했다. 특히 형사1부에 파견돼 명품백 수수 사건을 수사했던 김 부부장검사에 이어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을 수사 중인 반부패2부 검사들도 추가로 사의를 표명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왔다.

이 총장이 지난 22일 기자들을 만나 인용한 법불아귀를 겨냥해 “검사들을 아귀로 만들었다”는 반발도 나왔다고 한다.

동요가 확산되자 대검은 지난 24일 적극 진화에 나섰다.

대검 관계자는 “이 지검장의 요청을 일부 수용해 수사에 지장이 없도록 차분하게 진상 파악을 진행한다는 방침을 내부적으로 정했다”고 설명했다. 이 총장도 대검 참모들에게 “감찰도, 진상조사도 아닌 진상 파악”이라며 “수사팀 개개인의 책임을 따지는 것이 아니다”라는 점을 거듭 강조한 것으로 전해졌다. 

귀띔도 
없었다

대검과 서울중앙지검의 갈등은 닷새 만에 진화됐다. 대검찰청에 따르면 이 총장이 지난 25일 열린 주례 정기보고에서 이 지검장에게 “현안 사건을 신속하고 공정하게 수사할 것”을 지시하자 이 지검장은 이에 “대검과 긴밀히 소통해 수사를 진행하겠다”고 답했다.

총장 패싱의 배경에는 지난 2020년 10월 추미애 당시 법무부 장관이 윤석열 검찰총장에게 발동한 수사지휘권이 꼽힌다. 

당시 추 전 장관이 발동한 수사지휘권은 ‘라임자산운용 사건 관련 여야 정치인 및 검사들의 비위 사건을 포함한 총장 본인, 가족, 측근과 관련된 아래 사건에 대해 공정하고 독립적인 수사를 보장하기 위해 검찰총장은 서울남부지검과 서울중앙지검 수사팀이 대검찰청 등 상급자의 지휘 감독을 받지 않고 독립적으로 수사한 후 그 결과만을 검찰총장에게 보고하도록 조치할 것을 지휘함’이라고 명시돼있다.

추 전 장관이 윤 총장에게서 도이치모터스 등 사건의 지휘·감독을 배제한 근거는 이 사건에 김 여사가 연루됐기 때문이다. 그 뒤로 법무부 장관은 박범계·한동훈·박성재로 바뀌었고 검찰총장은 김오수·이원석으로 바뀌었지만 추 전 장관의 수사지휘권은 4년 동안 유효한 상태인 것이 문제가 됐다.


이 지검장은 “도이치 사건은 총장의 지휘권이 배제된 사건이므로, 조사 형식에 대한 최종 결정 권한도 총장 지휘권 밖에 있다”고 판단해 김 여사 소환을 사후에 보고했다.

반면 이 총장은 추 전 장관의 2020년 지휘권 발동으로 도이치모터스 사건에 대한 총장 수사지휘권이 사라졌어도 조사 방식은 총장과 상의해서 결정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총장은 검찰청법상 여전히 검찰사무 총괄 및 지휘 감독 권한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사실상 용산서…
‘식물’ 취급?

이런 상황에 이 총장은 최근 들어 박성재 법무부 장관에게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의 수사지휘권 회복을 요청하기도 했다. 하지만 박 장관은 수사지휘권은 극도로 제한해 행사해야 한다는 이유를 들어 이 총장의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 같은 정황이 공개되면서 사후보고가 예정된 총장 패싱이라는 지적도 나왔다.

특히 이 총장이 대검 중간 간부들과 그동안의 경과를 설명하는 과정에서 박 장관이 ‘김 여사 조사 문제는 중앙지검과 용산 대통령실이 소통하니 관여하지 말라’는 취지의 말도 한 것으로 전해지면서 의도적인 총장 패싱 의혹은 더욱 커졌다.

검찰 출신 법조인들은 상황이 이렇게 된 근본적인 원인은 문재인정부에서 검찰총장의 도이치모터스 사건 수사지휘권이 박탈된 상태가 지금껏 방치된 데 있다고 입을 모았다.


한 검사장 출신 변호사는 “수사 지휘권이 특정 사건에만 배제돼있는 것부터가 문제"라며 "어디부터 어디까지 보고해야 하는가 하는 근본적 문제부터 꼬여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고검장 출신 변호사도 “추미애 전 장관이 잘못해놓은 것을 왜 정권이 바뀌었는데도 풀지 못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 지금까지도 법무부 장관들이 잘못하고 있는 것”이라며 “지휘권을 회복해 놓고 지혜롭게 서로 소통할 수 있도록 했어야 하는데 검찰총장 손을 묶어놓은 것”이라고 말했다.

법조계에선 수사 지휘를 받지 않더라도 조사 사실 정도는 미리 귀띔했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반응이 우세했다.

한 고검장 출신 변호사는 “지휘권이 배제됐더라도 국민들이 관심을 갖고 정치권도 민감하게 반응하는 김 여사 조사에 관해 총장이 상황을 아는 것 자체는 필요하다”고 말했다.

“수사지휘권 없어도 보고 해야” 
지난 5월 인사 패싱 이어 수사 패싱

다른 고검장 출신 변호사도 “(중앙지검이 대면조사를 성사시키기 위해)나름대로 고육지책을 낸 것으로 보이지만, 총장에게 보고도 하지 않은 것은 잘못됐다”며 “‘지휘는 받지 않겠지만 보고는 드리겠다’는 방식도 가능했다”고 지적했다.

한 현직 검찰 간부는 “수사 지휘권이 배제된 사건을 핑계로 명품 가방 사건에 대한 지휘까지 회피한 것 아니냐”며 “국민적 관심이 큰 명품 가방 사건의 조사 방식·시기 등을 사전에 말하지 않은 것은 보고 누락이고 감찰 사안”이라고 비판했다.

한 지방검찰청 간부는 “수사의 공정성은 물론 조직의 존재 의미까지 의심받을 수 있는 사안”이라며 “아무리 지검장에게 수사지휘권이 있다 해도, 검찰의 가치나 명운까지 마음대로 정할 권한은 없다”고 지적했다.

이번 총장 패싱이 용산에서 주도한 것이라는 의견도 나온다. 이에 이미 지난 5월 검사장 인사에서 총장과 협의 없이 송경호 서울중앙지검장 및 1~4차장검사 전원을 교체하면서 차곡차곡 쌓아온 패싱이라는 분석이다.

두 번의 패싱은 이 총장과 윤 대통령의 사이가 틀어지면서 발생했다. 원래 이 총장은 윤 대통령의 검사 재직 시절 항상 다섯 손가락 안에 드는 측근으로 2022년 5월 윤정부 출범과 함께 검찰총장 직무대행을 거쳐 석 달 뒤 검찰총장에 취임했다.

그러다 지난해 9월 이재명 당시 더불어민주당 대표에 대한 구속영장이 기각되며 대통령실에서 이 총장의 ‘수사지휘 능력’에 의문을 제기했으며 같은 해 11월 말 김 여사 명품백 수수 동영상이 공개되면서 ‘영부인 리스크’가 본격화되자 “도이치 사건은 왜 아직도 종결하지 않느냐”며 용산에서 이 총장을 질책했다.

그와 동시에 김 여사 소환 문제가 수면 아래 대통령실과 검찰의 갈등이 표면화됐다. 지난 1월 당시 송경호 중앙지검장이 법률비서관실을 통해 김 여사 검찰청 ‘비공개’ 소환조사를 타진하자 대통령실 내부에선 “검찰총장이 대통령 부부를 겨누고 있다”는 분노가 터져 나왔다.

이 같은 용산의 반발에 송 지검장이 사표를 냈고, 이를 막기 위해 이 총장도 사표를 내는 일까지 벌어졌다. 

그때는 일단 중앙지검장 원포인트 인사는 하지 않는 것으로 양측 갈등이 무마됐다. 다만 당시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명품백 의혹에 대해 “국민 눈높이에서 바라봐야 한다”는 입장을 밝히면서 ‘한통속’이란 대통령실의 불만은 커졌다.

나갈까
버틸까

이런 상황에 이 총장이 지난 5월2일 명품백 수수 의혹을 수사하는 전담수사팀 구성을 지시하며 김 여사 수사에 속도를 내자 용산도 같은 달 12일 검찰 인사로 중앙지검장을 포함해 수사 지휘부를 전원 교체했다. 이후 용산 주도하에 김 여사 조사 사후 보고를 하면서 이 총장의 리더십에 한 번 더 흠집을 남겼다는 것이다.

이번 총장 패싱 이후 이 총장의 리더십을 문제 삼으며 대통령실에서는 이 총장의 후임 선정 작업에 들어갔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후임으로 거론되는 인물은 심우정 법무부 차관, 최경규 부산지검장 등이다.

<kcj5121@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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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제성 없는 ‘내란 TF’ 겉핥는 내막

강제성 없는 ‘내란 TF’ 겉핥는 내막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이재명정부가 내란을 방조하거나 간접적으로 가담한 이들을 가리기 위해 TF를 구성했다. 내년 1월까지 공무원 75만명을 대상으로 참여·협조 여부를 조사한다. 일부 기관은 자체적으로 판단해 TF를 구성하는 걸 두고 고민하고 있다. TF는 강제성이 없으며, 이미 조사를 끝내 인사에 반영한 기관도 존재한다. 헌법 존중 정부 혁신 TF(태스크포스)는 중앙행정기관 49곳에 구성됐다. 구체적으로 각 부처 25곳이 포함됐다. TF는 총 48개다. 활동 목표가 인사에 합리적으로 반영하기 위한 것이라지만 각 기관 안팎에서 논란이 일고 있다. 사실상 내란 특검팀(조은석 특별검사)의 연장선이 아니냐는 것이다. 방조·간접 가담자들 김민석 국무총리는 지난달 24일 TF 실무 책임자들과 첫 간담회를 갖고 “TF의 조사 활동은 대상, 범위, 기간, 언론 노출, 방법 모두 절제돼야 한다”고 말했다. 김 총리는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간담회에서 “절제하지 못하는 TF 활동과 구성원은 즉각 바로잡겠다”면서 “TF 활동의 유일한 목표는 인사에 합리적으로 반영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이 TF는 공무원 75만명의 ‘내란 참여·협조’ 여부를 개인 휴대전화까지 제출받아 조사한다는 방침 등이 인권침해란 논란이 일었다. 총리실에 설치된 ‘총괄 TF’는 이날까지 부처 25곳을 포함한 기관 49곳에서 TF 48개가 출범했다. 국무조정실·국무총리비서실로 구성된 총리실에 단일 TF가 설치되면서 TF 숫자는 하나 줄었다. TF는 대부분 10~15명으로 구성됐지만, 전체 인원이 많은 국방부(53명), 경찰청(30명), 소방청(19명) 등은 대규모 조사단을 꾸렸다. TF 48개의 총인원은 정부 내부 인사 536명을 포함해 661명에 달한다. TF 48개 중 32개에 외부 인사 125명이 참여했고 그중 76명(60.8%)은 법조인, 31명(24.8%)은 학자, 18명(14.4%)은 시민단체 관계자 등이 참여했다. TF는 ‘내란의 사전 모의나 실행, 사후 정당화, 은폐’를 한 공무원은 ‘내란 참여’로, ‘내란의 일련의 과정에 물적·인적 지원을 도모하거나 실행’한 공무원은 ‘내란 협조’를 한 것으로 보기로 했다. 적발된 공무원에게는 내년 2월13일까지 ‘징계’나 ‘승진 배제’ 같은 인사 조치할 방침이다. 또 ‘내란 행위 제보 센터’를 설치해 동료 공무원들에게 제보·투서를 받고, 의심 공무원은 개인 휴대전화를 들여다보기로 했다. 한 정부 관계자는 “의혹이 상당하다고 판단되면 대상자의 휴대전화를 제출받아 들여다볼 예정이다. 의혹이 상당한 데도 조사에 협조하지 않으면 수사 의뢰까지 가능한 선을 정했다”고 말했다. 법조계에서는 TF 조사 권한을 두고 이견이 나온다. 형사가 아닌 행정 절차이지만 일반적인 조사가 아닌 만큼 행정법이 지켜져야 한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공무원 75만명 전방위 조사 문제없나 형소법 원칙 유명무실…권력남용 소지 한 서초동 변호사는 “영장 없는 조사를 두고 많은 문제 제기가 이뤄질 수밖에 없다. 행정조사기본법에 따르면 인사상 불이익으로 압박하거나 진술을 강요하면 직권남용 혐의가 성립될 수 있다. 최소한의 범위를 규정하고 조사해야 하는데 TF가 정한 선이 어느 지점까지인지가 핵심일 것 같다”고 조언했다. 국회도 과거 비슷한 문제를 지적한 바 있다. 국회입법조사처는 2022년 발간한 ‘권력적 행정조사의 쟁점 및 개선 과제’ 보고서에서 행정조사 과정에서 영장주의·진술거부권이 침해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행정조사에서 수집된 자료가 수사기관으로 넘어가 형사 처벌 근거로 활용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 형사소송법상 원칙이 유명무실해지고, 국가권력이 남용될 소지도 있다. 업무용 PC나 이메일에서는 변호사와 상담한 내용까지 확보되는 사례도 있어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가 위축될 가능성도 있다. 행정조사 위법성과 관련해서는 판례도 존재한다. 지난 2012년 서울고법은 기관이 업무용 휴대전화 통화 기록과 문자메시지를 동의 없이 확보해 공무원을 해임한 사건에서 이를 위법한 증거수집으로 보지 않았다. 법원은 기관이 통신비를 부담했고, 감사 목적이 공익적이었다고 판단했다. 대법원도 상고를 기각했다. 조직 내부 감사는 세무조사·공정거래위원회 조사·근로감독 등과 달리 별도의 법적 근거가 불명확한 경우가 많아 조사의 한계 역시 모호하다는 평가도 나온다. 정부 차원의 대규모 내부 감사가 법적 문제를 일으킨 선례 역시 많지 않다. 민간인의 TF 참여도 새로운 논란이다. 정부는 감사부서 공무원 외에 민간인을 포함하거나 아예 외부 전문가로만 구성된 TF를 둘 수 있다는 지침을 내렸다. 명확한 법적 근거 없이 민간인이 공무원에 대해 조사권을 행사하는 셈인데, 정부는 TF 설치를 위한 별도 입법을 마련하지 않았다. 논란 불구 조사 시작 공직사회는 뒤숭숭한 분위기다. 조사 기준이 모호해 억울한 문책 인사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적지 않다. 반면 계엄을 방관했거나 동조한 세력을 처벌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상당하다. 핵심 조사 대상으로 거론되는 기관은 기획재정부·국방부·행정안전부·경찰·검찰·법무부 등이다. 기재부의 경우 최상목 전 기재부 장관 겸 경제부총리가 대통령 권한대행까지 겸했다. 최 전 장관이 12·3 비상계엄 당시 윤석열 전 대통령으로부터 국가비상입법기구 예비비 편성 등 계엄 지시 문건 등을 받고 1급 고위직들을 소집해 회의를 연 바 있어, 당시 회의에 참석했던 이들이 조사 대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 10월 국회 국정감사 때 김동일 전 예산실장과 신중범 전 대통령실 경제금융비서관 등이 아시아개발은행(ADB)과 아시아거시경제감시기구(AMRO)로 파견되기 직전 명예 퇴직금을 수령한 것을 두고 ‘해외도피’ 논란이 제기되기도 했다. 외교부는 이번 국감에서 비상계엄 직후 대통령실이 외교부 장관 명의로 ‘합법적 계엄’이란 내용의 공문을 주미한국대사관에 보내고, 이를 ‘3급 기밀’로 지정한 점을 지적받은 바 있다. TF가 가동되면서 외교부 인사는 사실상 ‘중단’ 상태다. 외교부는 애초 올해 말까지 1급 인사를 마무리할 계획이었지만, TF 활동이 시작되면서 어렵게 됐다. 새 정부가 출범한 지 반년이 다 되어가지만, 그동안 외교부 실·국장 및 재외 공관장 인사가 거의 이뤄지지 않았다. 외교부 인사는 특임 대사 임명과도 맞물려 있지만 인사 속도는 더디기만 하다. 특히 현 정부는 특임 대사를 확대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 외교부는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특임 대사는 직업 외교관이 아닌 전문가·정치인·학자 등을 대통령이 재외공관장으로 임명하는 제도다. 주요 공관장 인사가 늦어지면서 사안이 터졌을 때 제대로 대응할 수 있느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지난 9월 미국 조지아주 현대자동차·LG에너지솔루션의 합작 배터리 공장 건설 현장에서 발생한 한국인 불법구금 사태 당시에도 조지아주를 관할하는 주애틀란타총영사직은 공석이었고, 캄보디아 사태 때도 주캄보디아 대사직이 비어있었다. 필요는 한데… 이중 감사 검찰 TF는 최근 검찰 내부망인 ‘이프로스’에 다음 달 12일까지 제보용 익명 게시판과 별도의 이메일 계정을 통해 관련 제보를 받겠다고 공지했다. 단장은 구자현 검찰총장 대행이 김성동 대검 감찰부장과 주혜진 대검 감찰1과장이 각각 부단장과 팀장을 맡아 10여명이 참여했다. 법무부에 설치된 TF 역시 같은 날 공지를 게시했다. 법무부에선 정성호 법무부 장관이 TF 단장을 맡고 내외부 인사 10여명이 구성원으로 참여한다. 법무부는 내부 익명 게시판을 통해 제보를 접수하는 한편, 검찰과 별도의 이메일 계정을 개설해 운영할 예정이다. 경찰은 경무관 승진, 총경 인사를 앞두고 숨죽이는 분위기다. 앞서 계엄 수사로 조지호 경찰청장 등 수뇌부가 재판에 넘겨졌지만, 계엄 당시 국회 출입 통제나 체포조 투입에 관여됐던 간부 상당수는 기소를 피했다. 국방부는 이중 감사 논란이 일고 있다. 이미 12개 기관을 대상으로 내부 감사를 진행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안규백 국방부 장관은 취임 직후 감사관실 주도로 중령급 이상 간부를 전수 조사해 지난주 보고서를 대통령실에 제출했고, 이는 이번 3성 장군 인사에도 반영된 것으로 알려졌다. 국방부는 총리실의 지시에 따라 기존 감사자료를 제출하는 수준에서 협조할 것으로 알려졌다. 감사관실은 조사본부를 합류시켜 TF를 꾸릴 것으로 보인다. 지난 국방부의 자체 감사는 합참 현역 장교뿐 아니라 본부 군무원과 민간 공무원까지 포함한 대대적 감사였다. 지난 9월 진영승 합참의장 취임 이후, 권대원 합참차장을 제외한 합참 장군 전원과 2년 이상 근무한 중령·대령에 대한 대규모 인적 쇄신이 실제로 단행됐다. 합참의 지시에 따라 장교들의 진급이 보류되거나 보직이 변경됐다. 국정원은 이미 이종석 국정원장 취임 이후 직원들의 비상계엄 관련 여부 등 내부 조사를 마쳤다. 특히 의무적으로 TF를 구성해야 하는 기관이 아니다. 국정원은 지난 8월 첫 1급 인사를 단행하고 최근까지 2∼4급 인사를 마무리했다. 애매한 의혹 제기 투서 남발 우려 일부 기관 자체 판단 별도 TF 설치 이 인사는 이 원장 취임 이후 진행한 내부 조사 결과를 반영한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국정원은 이 원장 취임 두 달 만인 8월 1급 간부 20여명의 인사를 단행하면서 그간 정권이 바뀐 뒤 1급 간부를 모두 교체하던 관행과 달리 윤석열정부에서 임명된 간부들을 일부 유임시켰다. 국정원은 대통령 직속 기관이다. TF 설치를 두고 대통령실이 직접 관리할 수 있다. 정부 관계자는 “본래 정권이 바뀔 때마다 신임 국정원장이 취임하면 국정원은 윗선 지침이 없어도 원장 지시하에 내부적으로 감찰이나 조사를 철저하게 해 왔다”며 “대통령실에서 직접 관리해 TF 조사가 이뤄져도 추가로 드러날 문제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국회 정보위원회 간사인 더불어민주당 박선원 의원은 지난달 4일, 국정원 국정감사 이후 브리핑에서 “국정원이 불법적 비상계엄 상황에서 내란·외환 정보수집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못했다는 점을 인정했다”면서 “국정원은 국정원법 4조에 따라 내란죄·외환유치 관련 자료를 특검에 이미 제출했고 계엄 시 국정원 역할 재정비와 실효적 안보조사체계 복원을 추진하겠다고 보고했다”고 밝힌 바 있다. “인권침해 진정이 들어온 기구를 인권위가 설치하면 모순”이란 이유로 TF 설치를 거부했던 국가인권위원회는 TF 구성 반대 의결 과정에서 절차상 흠결이 지적되자 다음 전원위원회에 다시 상정해 논의하기로 했다. 앞서 인권위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 등 독립기관은 TF 설치를 자율적으로 판단하기로 정해졌다. 안창호 인권위원장은 지난달 24일 열린 제21차 전원위원회에서 “정부에서 부처 내 헌법존중 TF를 자율적으로 만들라는 권고가 있는데 어떻게 할 것이냐”고 위원들에게 물었다. 이에 한석훈 위원이 구두로 안건 발의를 제안했다. 이후 안건 발의자로 참여한 김용원·이한별 위원 포함 발의자 세 명과 강정혜·김용직 위원, 안 위원장 등 6인이 ‘TF 구성 반대’에 손을 들면서 의결됐다. 부역자 남았나 인권위 안팎에선 자율적 설치라고 해도, TF 설립 취지에 비쳐 조사 대상이 될 수 있는 위원들이 안건을 즉석에서 상정해 반대 의결까지 한 건 부적절했다는 비판도 나왔다. 특히 반대 의견을 낸 안 위원장과 김용원 위원 등은 지난 2월 ‘윤석열 방어권 안건’ 의결에 찬성해 특검에 내란 선동·선전 혐의로 고발된 상태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