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생 ‘디지털 교과서’ 부작용

  • 김민주 기자 alswn@ilyosisa.co.kr
  • 등록 2024.07.23 09:26:44
  • 호수 1489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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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방은 가벼워서 좋은데…

[일요시사 취재1팀] 김민주 기자 = 초등학교 개학일 및 방학일이면 으레 학생들의 가방은 터질 것처럼 가득 찬다. 작은 체구의 학생들이 새 교과서와 헌 교과서를 가방에 가득 넣어야 하는 탓이다. 초등생들은 끙끙대며 하굣길에 오를 수밖에 없는데, 이제는 이 같은 학교 풍경이 사라질 수도 있다. 초등학생 수업이 기존의 종이 교과서에서 태블릿PC로 대변되는 디지털 교과서로 변하는 갈림길에 선 가운데, 학부모들은 반대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정부가 내년부터 본격 도입하는 인공지능(AI) 디지털 교과서를 위한 디지털기기 실험실 구축, 네트워크 점검·개선, 학습 데이터 허브 통합관제시스템 신규 구축 등 학교 디지털 기반의 질적 개선에 총 963억원을 투입한다고 발표했다.

무엇이 이득?

또 교원의 인공지능 디지털 교과서 수업을 보조하고 기기 관리를 전담하는 디지털 지도교수 1200명을 배치해 교원과 학생이 교수·학습활동에 전념할 수 있도록 인력 지원도 추진하기로 했다.

특히 그간의 디지털기기 보급 등 인프라의 양적 확대를 넘어 새롭게 도입되는 인공지능 디지털 교과서 구동 환경에 걸맞게 질적 개선을 추진하고 인프라 관리 부담 경감 등 학교 현장의 애로사항을 해소하는 데 역점을 뒀다.

교육부는 ▲사용자 중심의 디바이스 보급·관리 개선 ▲디지털 교육에 적합한 네트워크 환경 조성 ▲학교 현장의 부담을 줄이는 전담 인력 지원 ▲지속 가능한 인프라 지원체계 기반 구축 등 4대 분야별로 주요 정책 과제를 추진한다.


긍정적인 교육부의 청사진에 반해, 학부모들이 느끼는 디지털 교과서는 긍정적인 부분보다는 다수의 부정적인 견해가 감지된다. 이미 관련 국민동의청원까지 올라왔고 동의 수도 5만명이 넘어섰다.

지난 5월28일, 국민청원동의 게시판에 강모씨는 ‘교육부의 2025 AI 디지털교과서 도입 유보에 관한 청원’이라는 제목으로 “성장기 어린이 청소년의 뇌 발달에 악영향을 미치고 여러 가지 부작용이 큰 디지털기기를 수업에 사용하는 것을 반대한다”고 청원글을 게재했다.

그는 “교육부와 디지털 교육 업체 관계자들은 (디지털 교과서에 대해)‘정해진 일’이라며 미리 아이들을 (디지털 교과서)시스템에 적응시켜야 한다고 홍보와 마케팅을 하고 있다”며 “학교에서는 이미 코로나 팬데믹으로 반강제적 온라인 수업과 디지털기기를 사용한 수업을 진행했고, VR을 이용한 여러 체험활동도 있었다”고 설명했다.

청원인은 일반 가정의 학부모는 자녀의 과도한 스마트기기 사용으로 교육의 어려움을 겪고 심각하게는 가정불화까지 겪고 있다고도 부연했다. 학부모가 자녀를 100% 통제할 수는 없는 데다, 이미 아이들이 스마트기기를 사용하면서 ‘우리 가정만 겪는 일이 아니다’라는 위안과 자포자기를 한다는 것이다.

이런 와중에 정부가 디지털 교과서를 도입하겠다고 하니 학부모 입장에선 반가울 리가 없다.

청원인은 “스마트기기를 사용한 지 10여년 동안 뇌과학자, 정신의학자, 교육 전문가가 스마트기기 사용의 부작용을 밝혀냈고 유행성을 알려왔다. 이에 관한 자료는 인터넷 검색 한 번만으로 찾을 수 있다”며 “하루의 절반 이상의 시간을 보내는 학교서조차 스마트기기를 이용해야 하느냐?”고 반문했다.

“정해진 일…적응시켜야”
“아이들 통제 가능할까”


이어 “학부모들은 ‘안 그래도 스마트기기 사용 시간이 과도해서 걱정인데, 교과서까지 디지털로 해야 하는 이유를 모르겠다’고 반대 견해를 표하고 있다”며 “교육부 방침대로 학교 현장에 도입되려면 적어도 지금쯤 모든 교과에 대한 프로토타입이 완성돼 장·단점 분석도 진행돼있어야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디지털 교과서로 수업해야 하는 교사들의 반응도 좋지 않다”고 지적했다.

청원인에 따르면, 현 정부가 디지털 교과서를 만든 것처럼 모든 교과서를 디지털화한 사례는 전무하다.

청원인은 “교육부는 내년 AI 디지털 교과서 도입 방침에 대해 전면 취소할 수 없다면 적어도 ‘도입 유보’를 발표해 보다 면밀한 검토와 연구·분석을 해야 한다. 교육 보조자료로서 디지털기기가 아닌 전면적인 디지털 교과서 사용이 서면 교과서를 사용하는 것보다 객관적, 과학적으로 더 효율적인 교육방식이 맞는지 검증한 후 이 정책에 관해 다시 논할 것을 요구한다”고 말했다.

이미 디지털 교과서를 사용했던 중학생 자녀를 둔 학부모들은 어떤 의견일까? A 학부모의 자녀는 ‘디지털 교육 선도’ 초등학교로 3학년 때부터 디지털 교과서인 태블릿 수업을 들었다. 처음에는 그도 걱정이 많았다.

하지만 “어릴 때 산만하고 유치원서 쫓겨날 정도로 문제가 많은 학생이었는데, 어쩌다 컴퓨터를 하게 됐고 처음으로 집중했다. 스펠링이나 숫자가 하나라도 틀리면 실행이 안 되는 작업”이라는 해당 학교 디지털 담당 교사의 말을 듣고 걱정을 떨칠 수 있었다.

또 컴퓨터 수업으로 인해 집중력 및 사고력이 높아져 다른 과목의 성적도 우수해졌다는 이야기도 들었다.

A 학부모는 “(디지털 담당 교사는)우리나라의 디지털 교육 수업 시수가 너무 낮아 걱정했다. 현재 다른 선진국과 격차가 심하다고 들었다”며 “학부모가 디지털 교육을 반대하는 것은 수업이 아니라 디지털로 놀 수 있기 때문으로, 디지털 교육이 문제가 아닌 유튜브, 숏츠, 게임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먼저 디지털 소양 교육부터 들어야 한다는 의견이다. 이 같은 교육 과정이 잘 이뤄지면 디지털 교과서는 학업 성취율이 낮은 아이들의 실력을 올리는 데 좋은 기능을 한다는 주장이다.

그렇다고 그가 초등학교서 디지털 교과서 사용을 무조건 찬성하는 건 아니다. 그는 오히려 디지털 교과서 도입 시기를 늦춰야 한다는 청원에 동의했다.

A 학부모는 “디지털 교과서를 잘 사용하면 분명 효과가 있는데 이를 다루는 교사의 역량이 매우 중요하다. 당연히 아이들이 수업시간에 딴짓하기도 쉽고, 체계적으로 학습이 잘 되는지 확인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 당연히 시력이 나빠지는 문제도 있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어 “아이들은 디지털기기에 적응을 잘한다. 학교서 유해 사이트나 게임 등에 접속하지 못하도록 막아도 쉽게 뚫는데, 교사 아이디를 해킹하는 사례도 있었던 것으로 안다. 내년에 바로 디지털 교과서를 도입하는 것은 반대한다”고 말했다.

다만 그의 자녀는 전 과목을 디지털 교과서로 학습하지는 않았으며 수학, 영어, 정보 과목만 디지털 교과서를 이용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논란이 끊이지 않는 가운데, 교육부는 지난 2일 참고자료를 내고 “AI 교과서를 도입하면서 서책형 교과서를 폐지한다는 것은 사실과 다르며 수업 혁신을 위한 도구로 도입하는 것”이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학습 환경 변화로 이미 노트북, 태블릿PC가 보편화된 상황서 도입 유보는 어렵다는 입장이다.

효과는?

충남대학교 인공지능학과 최훈 교수는 “디지털 교과서는 누구나 자기 수준에 맞게 공부할 수 있다는 점에서 학생이 공부에 몰두할 수 있게 도와주고 동기 유발도 가능하다”며 “디지털 교과서라고 문장을 사용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최 교수는 “디지털 교과서로 읽어도 똑같은 독서로, 여러 줄의 설명보다 현상을 표현한 사진이나 동영상 자료가 기억에 더 오래 남고 참고자료로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고 설명했다.

<alswn@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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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개혁안 이후⋯‘초상집’ 검찰 내부 분위기

검찰개혁안 이후⋯‘초상집’ 검찰 내부 분위기

[일요시사 취재1팀] 김철준 기자 = 검찰청을 폐지하고 공소청과 중대범죄수사청을 신설하는 정부 조직 개편안이 발표됐다. 개편안이 시행되는 것은 아직 1년여의 시간이 남았지만 검찰 내부에서는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검찰수사관, 지휘부와 일선 검사들은 물론 퇴직 검사들까지 나서서 검찰청 폐지에 반대 중이다. 특히 공소청장을 검찰총장으로 한다는 개혁안에 대해 위헌이라는 의견이 강하게 나오고 있다. 대선 기간부터 말이 나왔던 검찰개혁안이 발표됐다. 이재명정부가 들어서고 검찰개혁안에 대해 쉬쉬하던 검찰 내부에서는 이제야 조직을 지키려는 반발이 나오고 있다. 수사관, 검사, 퇴직 검사, 지휘부 등 모든 관계자들이 검찰 해체가 ‘위헌’이라는 목소리를 내는 등 늦게나마 조직을 지키기 위해 나섰다. “위헌” 목소리 지난 7일 고위당정협의회에서는 검찰청을 폐지하고 공소청과 중대범죄수사청을 신설하는 정부조직법 개편안에 의견을 모았다. 다만 시행 시기는 세부 방안 확정 등을 위해 1년 동안 유예하기로 했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한정애 정책위원장은 “당정은 국정기획위원회에서 건의한 조직 개편안을 중심으로 사회 각계의 의견을 듣고 심도 있는 논의를 거쳐 마련한 정부 조직 개편방안을 추진했다”며 “개편 방안 중 검찰개혁을 가장 심도 있게 논의했다”고 말했다. 그는 “검찰개혁의 완성은 대통령의 핵심 공약”이라며 “그간 검찰의 견제받지 않은 권한의 남용과 공정성 훼손에 대해 지속적인 우려가 있었다”고 지적했다. 당정은 검찰 수사·기소를 분리해 공소청과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을 각각 신설하며, 중수청은 행정안전부 장관 소속으로 두기로 확정했다. 한 위원장은 “검찰청을 폐지하고 공소의 제기와 유지, 영장 청구 등을 수행하기 위해 법무부 장관 소속으로 공소청을 신설하는 한편, 부패·경제 범죄 등 중대 범죄에 대한 수사를 수행하기 위해 행안부 장관 소속으로 중수청을 신설하겠다”고 설명했다. 헌법의 검찰총장 임명 조항과 관련해 ‘공소청장이 검찰총장이 되느냐’는 취재진의 물음에 그는 “그렇게 되는 것”이라고 답했다. 당정은 구체적인 검찰개혁 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국무총리실 산하 범정부 검찰개혁추진단을 구성해 당정대 협의를 거쳐 이른 시일 내에 방안을 마련하기로 했다. 한 위원장은 “오늘 협의 결과를 토대로 의원 입법을 통해 조속히 정부 조직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하고, 추석 이전에 개편안을 시행하기 위해 이달 말에 법안이 통과되도록 노력하기로 했다”며 “정부 조직 개편에 특별히 야당의 적극적인 협조를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지난 7일 정부 조직 개편안 발표 “잘못 인정하지만 폐지는 절대…” 민주당 정청래 대표도 지난 9일 야권에 ‘3대 개혁(검찰·사법·언론)’에 동참해줄 것을 촉구했다. 정 대표는 이날 오전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검찰, 사법, 언론은 견제받지 않는 권력으로 무소불위의 권력을 누려온 곳”이라면서 “3대 개혁은 비정상적인 것을 제자리로 돌려놓고, 시대에 맞게 고치자는 것”이라고 말했다. 정 대표는 “절대 독점은 절대 부패한다”며 “절대 독점을 해소함으로써 권력기관은 스스로 절대 부패에서 자유로워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어 “개혁은 타이밍”이라며 “추석 귀향길 뉴스에 ‘검찰청은 폐지됐다, 검찰청은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는 기쁜 소식을 들려드리겠다”고 강조했다. 검찰 해체되는 검찰개혁안이 발표되자, 검찰 구성원은 이제야 뭉쳐 반발하는 분위기다. 노만석 검찰총장 직무대행(대검찰청 차장검사)이 ‘검찰청 폐지’를 토대로 한 정부 조직법 개편안을 두고 “검찰이 개명당할 위기에 놓였다”면서도 “이 모든 것은 우리 검찰의 잘못에서 기인한 것”이라고 밝혔다. 노 대행은 지난 8일 오전 출근길에 취재진을 만나 전날 정부여당이 내놓은 정부 조직 개편안과 관련해 “헌법에 명시돼있는 검찰이 법률에 의해 개명당할 위기에 놓였다”면서도 “하지만 이 모든 것은 우리 검찰의 잘못에 기인한 것이기 때문에, 저희들이 그 점에 대해선 깊이 반성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향후에 검찰개혁 방향에 대해서 세부적인 방향이 진행될 것인데, 그 세부적인 방향은 국민들 입장에서 설계됐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언급했다. ‘반성’을 앞세우면서도 ‘강제 개명’ ‘국민 입장’ 등 뼈 있는 표현을 동원한 것으로 보인다. 그는 “앞으로 진행되는 과정에서 저희 검찰도 입장을 내도록 하겠다”고 검찰 존치를 위해 노력하겠다는 뜻을 전했다. 검찰 수사관들은 전국 검찰 수사관회의를 열어 달라고 대검찰청에 요청하고 있다. 이대로 사라지나 수사관 A씨는 검찰 내부망 ‘이프로스’에 “현재 검찰 조직을 둘러싼 상황이 우리 가족에게, 내 친구들에게, 내 친척들에게, 내 이웃사촌들에게 어떤 영향을 끼치게 될지 정말 우려스럽다”는 심경을 밝혔다. 자신을 8년 차 수사관이라고 소개한 그는 “저희는 노조(노동조합)도 없고 직장협의회도 없다”며 “검찰이 해체되면 도대체 1년 뒤 어디로 가야 하는지도 모른 채 일을 해야 한다”고 호소했다. 이어 “저는 수사가 하고 싶어 수사관이 됐는데, 앞으로 수사할 수도 없이 제가 8년간 소중히 여겨온 검찰 수사관이라는 직업을 빼앗겨야 한다”고 토로했다. A씨는 “대검 운영지원과에 조속히 전국수사관회의를 열어줄 것을 요구한다”며 “저희 검찰 수사관들을 위한 논의를, 검찰 조직의 방향을 위한 논의를, 형사법체계에 대한 논의를 반드시 검찰 구성원들끼리 나눠야 한다”고 강조했다. 앞서 문재인정부 때 더불어민주당이 이른바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입법을 강행하자 서울고검·대구지검 등 소속 검찰 수사관 수백명이 2022년 4월 검찰수사관회의를 열고 우려 입장을 밝혔다. 김건희 특검에 파견된 일부 검사들은 ‘원대 복귀’ 희망 의사를 특검 지휘부에 전달한 것으로 전해졌다. 일명 건진법사 게이트와 통일교 수사팀장을 맡은 부장검사 2명이 팀원들의 의견을 취합해 특검보에게 “전원 복귀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고 한다. 다만 특검 관계자는 이날 브리핑에서 관련 보도에 대해 “정식으로 해당 내용을 확인한 바 없다”며 “내심의 의사는 모르지만 아직 전달받은 내용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퇴직 검사들도 검찰청 폐지를 철회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퇴직 검사 및 검찰공무원 모임인 검찰동우회는 성명서를 내고 “정부와 여당은 검찰청을 폐지하겠다는 정부 조직법 개정안을 즉각 철회할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다시 살릴 방법은? 이들은 “검찰의 신뢰가 바닥에 떨어져 해체 위기까지 맞이하게 된 데 대해 국민 앞에 먼저 사죄의 말씀을 드린다”면서 “검찰이 권력의 시녀라는 비판을 받는 것을 넘어 개혁 대상이 된 현실은 검찰 구성원의 과오에서 비롯됐음을 통감하며 국민 질책을 달게 받겠다”고 말했다. 이어 “검찰 권한을 조정하고 조직을 개편하려는 입법부의 결단을 존중하며 국민을 위한 검찰개혁에 동참할 것”이라면서도 “개혁은 헌법 테두리 안에서 이뤄져야 함을 말씀드리지 않을 수 없다. 성급한 개혁은 위헌 논란을 야기해 개혁의 동력을 상실하게 할 위험이 크다”고 경계했다. 그러면서 “1948년 제헌 헌법은 수많은 직위 중 유독 검찰총장을 국무회의 심의 사항으로 명시했고 이 원칙은 70년 넘는 헌정사 동안 굳건히 지켜져 왔다. 검찰청과 그 책임자인 검찰총장이 단순한 행정 조직이 아닌 헌법적 차원에서 독립성과 중립성을 보장받는 헌법적 기관임을 명백히 한 것”이라고 해석했다. 또 “헌법이 인정한 기관의 명칭을 법률로 변경하는 것은 헌법정신을 거스르는 일이며 법체계의 위계 질서를 무너뜨리는 행위”라며 “법률로 헌법상의 법원을 재판소로 바꾸거나 국무총리를 부통령으로 바꾸는 것과 다르지 않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국민이 원하는 진정한 개혁은 위헌적 논란을 감수하며 명칭을 바꾸는 방식이 아니어도 충분히 가능하다. 개혁의 핵심은 명칭이 아닌, 검찰이 국민을 위해 어떻게 기능할 것인가에 있어야 한다”며 “개혁의 과정에서 헌법적 가치가 훼손되는 일이 없도록 국가의 백년대계를 위한 올바른 길을 찾아주길 호소한다”고 덧붙였다. 검찰청 폐지 위헌 주장은 헌법 89조16호에서 비롯됐다. 차진아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지난 4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열린 ‘검찰개혁 공청회’에 진술인으로 참석해 “‘공소청장’을 헌법 제89조 제16호의 ‘검찰총장’으로 본다”는 공소청 법안 규정을 두고, “헌법상의 기관을 헌법 하위의 법률로써 바꾸는 것은 위헌”이라고 주장했다. 헌법 89조 16항 발목 잡나 “규정 넣으면 실질 갖출 수도” 그는 “헌법에서 예정하고 있는 검찰총장은 검찰청이라고 하는 조직의 수장이고 검찰청은 수사와 기소권을 모두 갖고 있는 조직을 말하는 것인데, 이런 조직의 명칭만 바꾸는 것도 위헌이고 명칭을 그대로 두고 내용을 바꾸는 것도 위헌”이라고 밝혔다. 헌법 제89조 제16호는 국무회의 심의를 거쳐야 할 사항 가운데 하나로 ‘검찰총장·합동참모의장·각군 참모총장·국립대학교총장·대사 기타 법률이 정한 공무원과 국영기업체 관리자의 임명’을 규정하고 있다. 앞서 노태우정부에서도 합동참모본부를 국방참모본부로, 합동참모의장을 국방참모의장으로 각각 변경하는 내용의 국군조직법 개정안을 발의했다가 같은 헌법 89조에 따른 위헌 지적이 나오자 명칭 변경을 포기한 선례도 있다. 2010년에도 군 지휘구조 개편을 통해 합동참모본부를 합동군사령부로, 합동참모의장을 합동군사령관으로 변경하는 방안을 검토했으나 위헌 가능성이 있어 개정안을 발의하지 못했다고 한다. 더 나아가 검찰청 폐지 역시 검찰총장을 명시한 헌법을 위반한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헌법상 검찰총장은 검찰청이란 조직의 존재를 전제로 한 것인데 이를 없애거나 두지 않는 건 ‘위헌적 입법 부작위’라는 취지다. 공소청 설치법에서 공소청장을 ‘헌법상 검찰총장으로 간주한다’는 취지의 규정을 두는 것은 하위 법률로 헌법에서 정한 사항을 무력화하는 것이나 다름없다는 논리로 연결된다. 검찰청 폐지가 위헌이라는 지적이 검찰동인회뿐만 아니라 법조계와 학계에서도 나오자 당정은 ‘검찰청이 헌법기관이 아니라 폐지하면 위헌이라는 주장은 거짓’이라고 반박했다. 민주당 추미애 의원은 “검찰총장을 헌법상 기관으로 볼 수 없다”고 주장했다. 민주당 김용민 의원도 “검사는 개개인 독립된 행정관청이고, 검찰총장은 그 집합체의 장일 뿐 조직법상 직위가 만들어질 필요가 있는 것은 아니”라고 강조했다. 총장 명시 헌법 위반? 헌법상 검찰총장이 명시돼있더라도 공석으로 임명하지 않은 채 충분히 신설 공소청장을 임명할 수 있다는 반론도 제기된다. 임지봉 서강대 로스쿨 교수는 “공소청장을 임명하면 검찰총장은 헌법 조문상에서만 존재하게 두고 법적 지위는 없어진 게 되는 것”이라며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헌법 92조), 국가원로자문회의(헌법 90조) 등 헌법상 사문화된 기관들이 많다”고 설명했다. 공소청 법안이 준비되면 공소청장 임명에 관한 규정에 ‘헌법 89조 16조의 검찰총장 임명 방식을 준용한다’는 규정을 넣으면 실질도 갖출 수 있다고 봤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법)법 역시 법적 미비점은 ‘형사소송법을 준용한다’ 등으로 명시해 근거를 마련했다는 게 근거다. <kcj512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