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힘 당권주자를 만나다> 중·수·청 흡수하는 한동훈

“대통령과 꾸준히 소통하겠다”

[일요시사 정치팀] 차철우 기자 = 국민의힘 수장은 세기도 어려울 만큼 많이 바뀌었다. 그만큼 갈등이 심했지만, 여전히 정리되지 않고 있다. 이제는 어수선한 시간을 끝낼 때다. 윤석열정부의 성공을 위해 힘을 실어줄 당 대표가 반드시 필요하다. 이번 전당대회에 나선 4명의 후보는 저마다 자신의 목표를 밝히며 자신이 당 대표가 돼야 하는 이유를 나열하고 있다. 국민의힘의 차기 당 대표에 당선될 인물이 누구일지 주목된다. 

정치에 입문한 지 1년도 지나지 않았지만 벌써부터 몸값이 높은 인물이 있다. 바로 국민의힘 한동훈 당 대표 후보다. 전국적으로 인지도가 높고, 인기도 상당하다. 국민의힘서 차기 대권주자로서 강력하게 거론되는 인물이기도 하다. 지난 22대 총선서 한 후보는 비대위원장으로서 총선을 지휘했다. 총선 책임론이 제기되기도 하지만 그의 인기는 식을 줄 모른다. 

1위를 독주하는 그는 다른 후보들에게 심하게 견제를 받기도 했다. 다음은 한 후보와의 일문일답. 

-당 대표 선거에 뛰어들었다. 대표가 돼야 하는 이유는?

▲당이 가장 어렵고 절실할 때 총선을 이끌었기 때문에 당 위기의 원인과 해법을 가장 잘 알고 있다. 다른 후보님들에 비해 가장 선명하게 변화를 말하는 사람이 나다. 우리는 총선서 심판받았음에도 총선 이후 지금까지 심판 민심에 제대로 반응하지 못했다.

지금 절실하게 반응하지 않으면 긴 암흑기가 찾아올 수밖에 없다. 민심에 반응하고 민생에 유능한 정당을 만들어야 미래가 있는 법이다. 국민의 지지를 바탕으로 폭주하는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을 제지하고 윤석열정부의 성공을 이끌겠다.


-왜 3개월 만에 다시 대표 선거에 출마해야 했는지 알고 싶다. 

▲총선 이후 세 달 동안은 우리 당이 총선서 받은 민심의 심판을 겸허히 받아들이고 반성하고 재도약의 발판을 마련해야 하는 시간이었는데 그러지 못했다는 평가가 많았다. 나 역시 그 평가에 동의한다. 국민의힘은 크게 보면 우하향하고 있는 중이다. 지금이야말로 당이 반성하고 변화해서 우상향의 지지율을 만들 수 있는 골든타임이다. 지금 우상향의 변곡점을 만들지 못하면 우리에게는 다음이 있을 가능성이 낮다. 그 변화에 내가 도움이 될 수 있다는 확신이 들었다.

 -전국을 순회 중이다. 당원과 민심 모두 청취하고 다닐 텐데 공통적으로 들었던 이야기 중 기억에 남는 것은?

▲전국을 다니면서 많은 당원분과 지지자분들을 만났다. 많은 분이 상당히 지쳐있는 느낌을 받았다. 당이 무기력한 모습을 보이고 국회서도 민주당의 일방적인 폭주를 전혀 견제하지 못하는 것에 대해 매우 답답해 하셨다. 그래서 나를 격려해 주시고 응원해 주시는 것 같다. “100일은 너무 짧았다” “한동훈이라면 민주당 이재명 전 대표를 이길 수 있을 것 같다” 이런 말씀을 많이 해주시는데 그 뜻을 잘 받들 수 있도록 노력해 나가겠다. 

-여전히 총선 책임론이 여전히 가해진다. 국민의힘은 당시 필요하면 한 후보의 이미지를 빌려썼다. 그런데 현재 배신자라는 소리를 듣는 이유가 무엇이라고 보나?

▲말씀드린 대로 내 책임이다. 하지만 선거를 함께했던, 또 제가 직접 지역구에 여러번 가서 도왔던 동지들이 이제는 ‘배신’이라는 단어를 쓰고 있다. 분명 내 정치적 목표와 윤석열 대통령의 정치적 목표는 일치한다. 윤정부의 성공과 정권 재창출이다. 공통의 목표로 최선을 다하는 사람들 사이에 배신이란 말은 어울리지 않는다. 

-당 위기의 원인과 해법을 알고 있다고 했다. 국민의힘이 고쳐야 할 문제는 무엇인가?


▲민심에 빠르게 반응하는 정당을 만들어야 한다. 우리가 국민으로부터 사랑받는 방법은 사실 어렵지 않다. 민심이 하지 말라는 것은 하지 말고 민심이 하라는 것은 재빠르게 실천하면 된다. 그뿐이다. 

-어떻게 해야 고칠 수 있다고 생각하는지 궁금하다. 

▲우리 당의 유능함을 신속하게 회복해야 한다. 과거 보수정당은 민생에 유능한 정당이라는 이미지가 있었다. 하지만 어느 순간 그런 면모를 많이 잃어버렸다. AI 같은 대한민국의 우상향 성장을 가지고 올 수 있는 부분서 우리가 어떤 인프라를 제공할 수 있는지 로드맵을 제시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

또 우리 당은 설득과 소통을 더 잘해야 한다. 지금 현대 정치서의 유능함이라는 건 결국 설득과 소통이기 때문이다. 정책의 방향은 대부분 맞다. 문제는 그것을 얼마나 잘 설명해서 국민으로부터 얼마나 많은 공감을 얻느냐인데 이 지점서도 좀 더 유능해져야 함이 분명 존재한다. 

“당 위기 원인과 해법 잘 알아”
“당정관계 합리적인 쇄신 필요”

-당 대표 후보로서 제시할 비전을 자세히 듣고 싶다. 

▲우선 당정관계를 합리적으로 쇄신하는 게 필요하다. 당과 정이 협력하는 것은 그 협력 자체가 최종 목표가 아니다. 협력해서 국민을 위해 좋은 정치를 하고 시너지를 내겠다는 것 아닌가? 그러니까 그 협력은 충분한 토론과 논의를 통해서 좋은 해법을 내는 것이어야 한다.

당과 정 일방이 주도하고 강력한 힘으로 견인하는 관계가 되면 소통과 토론의 과정이 생략된다. 그러면 국민을 위해 좋은 해법을 도출해 내기가 어렵다. 민심이라는 절대적 기준을 가지고 당정이 건강하고 협력적 관계를 형성해 나간다면 국민을 위한 좋은 정치와 정책이 만들어질 것으로 생각한다. 

-좋은 정치와 정책은 어떻게 만들어지는 것인가?

▲보수정치 재건의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유능하고 참신한 지역의 인재들이 우리 국민의힘을 플랫폼 삼아 긴 호흡으로 정치할 수 있는 제도적 여건 마련도 시급하다. 이를 위해 정당법 등의 개정을 통해 지역 현장사무실 개설이 절실하다. 또 당의 정책적 역량을 배가하기 위해서는 여의도연구원을 획기적으로 쇄신해 정당과 민간을 아우르는 명실상부한 보수의 씽크탱크로 재탄생시켜야 한다. 

마지막으로 대한민국의 미래 비전을 제시하겠다. 저출산, 인구감소, 지방 소멸, 연금개혁 등 시대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비전을 제시하는 정당이 돼야 살아남는다. 국민께 통보하는 것이 아니라 설명하고, 검증받고, 토론하고, 당의 노선으로 정착시키는 과정이 필요하다. 특히 그 과정서 청년 세대의 목소리를 귀담아 듣는 것도 중요한 부분이다. 

-국민의힘의 외연 확장이 필요해 보인다. 생각해 놓은 비책이 있다면?


▲한 발은 보수의 심장인 전통 지지층에 두고, 한 발은 수도권과 청년을 향해 과감히 뻗어나겠다. 늘 어려울 때 나라를 지켜주신 전통적인 지지자분들을 소중히 여기고 감사드리는 마음으로 정치를 할 것이다. 그분들의 지지는 당연한 게 아니다. 그분들이 오늘날 대한민국을 만든 자부심이고, 출발점이자 보루다. 하지만 중도, 수도권, 청년인 이른바 중·수·청 정치를 향한 확장 없이는 승리할 수 없다는 것을 모든 당원과 지지자가 알고 있을 것이다.

-어떻게 해야 민심을 돌릴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하는지?

▲우리는 총선서 45%의 지지를 받았다. 45%는 우리가 최대한 열심히 모인 결과라고 생각한다. 최소한 6%를 더 채워야 한다. 결국 ‘변화’가 정답이다. 이제 곧 이재명 전 대표의 사법 리스크가 현실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그때 이탈하는 중도층이 자랑스럽게 우리 국민의힘을 선택할 수 있도록 총선의 민의를 충분히 받아들여서 반성하고 준비하겠다. 

-윤 대통령과 완전히 등을 돌렸다는 말들이 나온다. 일련의 과정을 살펴보면 관계가 과거와 같지는 않은 듯 보인다. 만남을 먼저 요청할 것인가?  

▲윤 대통령과 나의 목표는 완전히 같다. 바로 윤정부가 성공하는 일이다. 윤정부의 성공 없이 어떻게 정권 재창출이 가능하겠는가? 대표가 되면 충분히 조정하고 협력하면서 윤정부의 성공이라는 공통적인 목표에 도달할 수 있도록 당 대표로서 역할을 하겠다. 그 와중에 당연히 꾸준한 만남과 소통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음모론적 자해 정치 사라졌으면”
“여론팀, 나는 전혀 무관한 사항”

-채 상병 사건 관련 최근 경북경찰청서(무혐의로 수사 결과가 나왔는데) 여전히 제3자에 의한 특검이 필요하다고 보나?


▲이번에 민주당이 독단적으로 통과시킨 무소불위의 불공정한 특검법에 대해서는 윤 대통령도 단호하게 재의요구권을 행사하셨고 국회 재의결서도 당연히 막아내야 한다. 지금 민주당은 어떤 수사 결과가 나와도 그것을 특검으로 몰아가려는 의도를 가지고 있다고 보인다.

수사 결과가 다 나왔는데 민주당이 그 결과에 승복하지 않고 또다시 특검을 발의하면 어떻게 되겠는가. 지금의 국회 의석 지형으로 또 다른 특검법이 발의되고 통과되는 것을 막을 수 있지 않다고 본다. 결국 똑같은 상황으로 돌아올 수밖에 없는 셈이다.

내가 제안한 공정한 제3자 특검법은 민주당이 독단적으로 추진하는 특검법 통과 과정서 최악의 상황을 방지하고 민주당의 정략적인 의도를 부각시키는 역할을 이미 하고 있다.

-최근 김건희 여사 문자에 답하지 않아 이른바 ‘읽씹’ 논란이 발생했다. 이에 대해 사과를 하라는 요구가 일부 있는데, 사과한다면 달라질 것이라고 생각하는지?

▲먼저 문자가 오고 6개월이 지난 지금 전당대회를 코앞에 두고 누가, 무슨 의도로 이 문제를 불거지게 만들었는지 생각해봐야 한다. 결국 윤 대통령과 김 여사에게 부담이 될 이와 같은 음모론적 자해 정치는 국민의힘서 사라졌으면 좋겠다. 당시 맥락을 보면 나는 사과가 필요하다는 입장이었다.

그것 때문에 사퇴 요구까지 받았다. 그 상황을 생각해보면 지금 논란이 얼마나 황당한 것인지 알 수 있다. 우리 당의 당원들과 국민이 전당대회 과정서 벌어지는 지저분한 흑색선전과 마타도어로 눈살을 찌푸리고 있다. 여기에 관해 더 언급하는 것은 도리가 아니다.

-최근에는 장예찬 전 최고위원이 사설 여론팀 의혹을 제기했다. 사실이 아니라고 해명하긴 했지만 일각에서는 해명이 부족하다는 지적도 제기되는데?

▲사실이 아니고, 뭔 말인지도 모르는 얘기다. 시민들의 자발적 지지 의사 표시가 부당하거나 불법인 것처럼 몰아가는 것은 잘못된 행동이다. 나는 전혀 무관하다. 민주당처럼 돈을 주거나 매크로를 돌리기라도 했다는 말인지 되묻고 싶다. 

-지구당이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그러나 러닝메이트 후보들이 다 원내 사람이라는 비판도 나온다.

▲당 대표로 나선 내가 원외에 있다. 지역 현장사무실 개설은 민생정치, 현장정치, 그리고 우리 당의 외연 확장을 위해 꼭 필요한 부분이다. 지금 우리 당은 108석의 소수 정당인데 원내와 원외를 구분 짓는 건 큰 의미가 없다. 지금 당장 우리 당의 의석 수로 원내서 할 수 있는 일이 많지 않다. 원내, 원외, 보좌진, 당료, 지방의원 등 우리 당의 모든 가용 자원이 민심을 얻는 데 매진해야만 거대 야당의 폭주를 막아낼 수 있다. 

-정치의 길을 걸은 지 이제 막 8개월 차에 접어들고 있다. 앞으로 어떤 정치인이 되고 싶나?

▲모든 정치인이 정치로 이루고자 하는 목표가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나는 대한민국을 우상향 성장하는 나라로 만들고 싶다. 대한민국을 우상향 성장하는 나라로 만들려면 국민의힘부터 혁신하고 재건해야 하는 게 절실하다. 국민의힘이 집권여당으로서 국민의 신뢰를 되찾고 다시 이기는 정당으로 거듭나도록 노력하려고 한다. 그걸 위해 내 모든 것을 바치겠다. 

<ckcjfdo@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한동훈 러닝메이트는?

한동훈 후보는 당 대표 출마와 동시에 러닝메이트를 띄웠다.

출마와 동시에 러닝메이트로 출마한 최고위원 후보들도 함께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우선 국민의힘 장동혁 의원이 한 후보의 최측근으로 분류된다. 한 후보가 비상대책위원장을 맡았을 당시 사무총장을 맡은 인연이다.

또 다른 러닝메이트는 박정훈 의원으로 그는 적극적인 마케팅을 벌이고 있다.

마지막으로 청년 최고위원에 출마한 진종오 의원이다.

그의 지지세는 압도적이다. 이들은 모두 현역 의원으로 최고위원이 된다면 당내에서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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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발’ 검찰·법원 피바람 플랜

‘이재명발’ 검찰·법원 피바람 플랜

[일요시사 취재1팀] 김철준 기자 = 윤석열정부 당시 ‘정적 죽이기’로 가장 많은 피해를 봤던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3일 당선됐다. 이 대통령은 대선 기간 내내 검찰개혁과 사법개혁을 공약으로 내놨다. 이 대통령이 당선되자 검찰 내부는 ‘어쩔 수 없다’는 분위기가 나오고 있다. 다만 법조계와 학계에서는 검찰개혁과 사법개혁을 신중하게 진행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시된다. 이재명 대통령이 임기를 시작하면서 검찰 내에는 긴장감이 돌고 있다. 이 대통령이 후보 시절까지 포함해 취임 전 법원·검찰과 여러 차례 대립각을 세웠고 선거 과정서 사법개혁과 검찰개혁을 주요 공약으로 내세운 만큼 빠른 시일 내에 개혁에 착수할 것이라는 예측이 나온다. 수차례 대립각 이재명정부서 문재인정부 시절 ‘미완’으로 끝난 이른바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이 완성될지 관심이 모이고 있다. 이 대통령은 선거 기간부터 “검찰개혁을 완성하겠다”며 “수사와 기소를 분리하고 수사기관의 전문성을 확보하겠다”고 공약했다. 이는 문정부 때부터 줄곧 추진해 온 검찰개혁 방안과 유사하다. 문정부 당시 부패·경제 범죄 등에 대한 수사권만을 검찰에 남겨두고 다른 범죄에 대한 수사권은 경찰로 옮겼다. 하지만 윤정부 들어 이른바 ‘검수원복(검찰 수사권 원상복구)’ 시행령과 수사준칙 개정 등으로 여타 범죄에 대한 수사권도 일부 복구됐다. 이 대통령의 수사와 기소 분리는 문정부와는 궤를 달리할 것으로 예상된다. 검찰청을 기소와 공소 유지를 담당하는 ‘기소청’으로 전환하고 중대범죄수사청과 같은 새로운 수사기관을 신설한다는 것이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의 구상이다. 이를 통해 검찰의 기소권 남용에 대한 사법 통제가 강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 여기에 검사를 일반 공무원처럼 자체 징계만으로도 파면할 수 있도록 하는 ‘검사 징계 제도’까지 도입한다는 구상이다. 또 ▲압수·수색영장 사전심문제 도입 ▲대통령령인 수사 준칙 상향 입법화 ▲피의사실공표죄 강화 ▲수사기관의 증거 조작 등에 대한 처벌 강화 및 공소시효 특례 규정 내용이 담긴 수사 절차법도 제정할 계획이다. 이와 함께 이 대통령은 개헌을 통해 검찰총장 임명 시 국회 동의가 필요하도록 하고, 검사의 영장 청구권 독점도 폐지하겠다고 공약했다. 사실상 무소불위였던 검찰 권력을 수술대에 올리겠다는 취지다. 이에 대해 한 법조인은 “이 대통령이 현재 12개 혐의로 5건의 재판을 받고 있는데 이 가운데 상당수는 지난 정부서 검찰이 수사·기소한 것”이라며 “이 대통령으로서는 검찰에 대해 부정적 시각을 가질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검사 출신인 다른 법조인은 “앞서 민주당의 검사 탄핵이 모두 헌법재판소서 기각 결정을 받았는데, 이 대통령 공약대로 기소권 남용 통제, 검사 징계 파면 등이 도입된다면 검찰에 대한 견제가 매우 강화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또 다른 법조인은 “이 대통령이 공수처와 국가수사본부에 힘을 실어준 뒤 두 기관을 적극 활용해 이른바 ‘적폐 청산’을 하려는 것 아니냐”고 전망했다. 수사청과 기소·공소청 분리 원칙 줄사표 신호탄…내부는 ‘초긴장’ 검찰 내부에서는 착잡한 기류가 팽배하다. 앞서 민주당이 추진했던 검사 탄핵이나 특활비 전액 삭감과는 비교가 안 될 정도로 강도 높은 개혁이 이뤄질 것으로 보고 있기 때문이다. 대검찰청 한 관계자는 “검찰의 운명은 민주당에 달려있는 것 아니겠느냐”며 “이재명정부와 여당이 된 민주당이 몰아칠 텐데 검찰의 협상력은 사실상 없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재경지검의 한 부장검사도 “개혁을 하든, 무엇을 하든 담담하게 운명을 받아들여야지 별 수 있냐”며 “다들 숨죽이고 지켜보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서울중앙지검의 한 부장검사는 “대개 검찰을 지원하는 이유가 국가에 대한 사명감 때문인데, 검찰개혁에 포함된 검사징계법에 파면을 명문화하게 되면 리스크를 감수하고 공익을 위해 일할 사람이 몇이나 되겠냐”며 “4~5명의 평검사가 각 부서에 있어야 수사가 원활하게 진행되는데 지금도 2~3명의 평검사만으로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검찰개혁 이후에는 부장 검사 밑에 직접 수사를 할 평검사가 전혀 없을 수 있다는 예상도 나오고 있다”고 토로했다. 특수부 검사들 사이에서는 인사보복에 대한 우려가 강하게 나오고 있다. 특히 이 대통령을 수사했던 특수부 검사들은 ‘검찰개혁 이전에 인사보복을 당할 것’이라고 사석에 이야기하고 다닌다고 한다. 반면, 일선 형사 사건을 수사했던 검사들은 “우리에겐 직접적인 피해는 없을 것”이라며 선을 긋는 분위기다. 다만, 형사부·특수부 검사들이 공감대를 이루며 우려하는 부분도 있다. 과거 문정부 시절 검경수사권 조정으로 경찰의 권한이 비대해진 바 있는데, 이번 검찰개혁으로 경찰이 영장 청구권을 확보하는 경우가 대표적이다. 검찰 단계서 경찰의 영장청구를 판단하지 않아 문제가 생길 것이라는 분석이다. 검찰 내부서 특수부와 형사부가 갈리는 상황에 이들을 모을 구심점도 없다. 과거 문정서 검찰개혁이 추진될 때 검사들이 단일대오로 뭉쳐 저항했던 것처럼 먼저 움직일 사람이 없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결국 수사로 검찰의 존재 의의를 보여야 하지만 ▲12·3 비상계엄 사태 ▲도이치 주가조작 의혹 ▲명태균·건진법사 선거개입 의혹 등 굵직한 주요 사건 관련 특검법이 국회 본회의에 부의돼있다. 특검이 시작되면 검찰의 역할은 줄어들 수밖에 없다. 새 정부의 법무부 장관 인선 직후 대규모 인사도 예상된다. 당장 고검장·지검장 물갈이에 이 대통령 관련 사건을 맡았던 검사들의 줄퇴사도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 실제 지난달 20일 사의를 표했던 이창수 서울중앙지검장의 사직서는 지난 3일 수리됐다. 검 운명은 민주당에 이 지검장은 수원지검 성남지청장 재직 당시엔 성남FC 및 선거법 위반 등으로 이 대통령을 기소했다. 이미 2022년부터 업무 과부하 등을 이유로 매년 100명 이상의 검사들이 퇴직했는데 이번엔 이보다 더 큰 규모로 검찰 대탈출이 벌어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실제 윤정부가 들어섰던 해인 2022년엔 직전 해(79명)보다 2배쯤 많은 검사 142명이 퇴직한 바 있다. 다만 퇴사를 희망하는 검사가 많더라도 대형 로펌에 이들을 다 수용할 수 있는 자리가 없어 실제 퇴사 규모는 예상보다 적을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일각에서는 검찰개혁 신중론도 나오고 있다. 검찰 내부에선 피할 수 없는 문제지만 속도전이 아닌 과거 수사권 조정에 따른 부작용에 대한 반추와 함께 구조적인 문제를 해결하는 차원의 정책 설계가 우선돼야 한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문정부 시절 검찰개혁으로 인한 수사권 조정 등으로 인한 영향을 복기해봐야 한다는 것이다. 한 검사장급 간부는 “다 예상했던 것들로 놀랍진 않지만 수사가 효율적으로 될 수 있도록 제도를 설계했으면 좋겠다”며 “과거 수사권 조정으로 대표되는 검찰개혁이 왜 실패했다고 평가를 받겠나? 수사권 조정 등 앞선 검찰개혁에 대해 복기한 다음 추진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한 차장검사는 “수사기관 간 견제는 경쟁으로 이어진다”며 “수사는 합리적이고 치밀하게 해야 하는데 다른 기관을 의식해 무리하게 하다 보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에게 돌아간다”고 우려했다. 한 부장검사는 “구조적인 문제가 없도록 꼼꼼히 설계해야 한다”며 “수사권, 수사력의 문제도 있지만 법 자체가 구조적으로 난점이 있다는 것에 더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형사소송법 등 근간이 되는 법에 속도전으로 나선다면 이번 비상계엄 사태 수사 때처럼 향후 여러 문제가 드러날 것”이라고 밝혔다. 또 다른 부장검사도 “수사기관끼리 경쟁하게 되면 결국 윤 전 대통령 내란 수사처처럼 어느 사건이든 번번이 망가질 것”이라며 “검찰 등 수사기관, 학계, 정계 등이 참여하는 공론의 장에서 시간을 갖고 충분히 논의해야 할 문제”라고 했다. 이재명정부는 검찰개혁과 더불어 수사기관 개혁과 사법개혁도 같이 추진하려고 준비 중이다. 이 대통령은 검찰의 권한은 축소하면서 경찰과 공수처의 권한은 더욱 강화하겠다는 공약을 펼쳤다. 민주당은 공수처 검사 정원을 현행 25명에서 최대 300명까지 확대하고, 고위 공직자의 모든 범죄에 대해 영장 청구 및 기소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꼼꼼히 설계해야 법조계 안팎에서는 성급한 수사기관 확대가 오히려 독이 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 공수처가 2021년 출범 이후 뚜렷한 수사 성과를 내지 못했기 때문이다. 특히 12·3 비상계엄 사건서도 윤석열 전 대통령 대면조사에 실패하는 등 수사력 한계를 노출했다. 게다가 윤 전 대통령의 내란 우두머리 혐의 수사에서 검찰과 경찰, 공수처가 각자 수사권을 주장하며 혼선을 빚기도 했다. 이창현 한국외국어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검경 수사권이 조정된 지 5년이 지난 시점서 경찰 국가수사본부, 공수처, 검찰의 수사 성과를 냉정히 평가한 뒤 수사권 분리를 논의해도 늦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 대통령이 가장 먼저 개혁할 것으로 보이는 것은 사법개혁이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지난달 1일, 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에 대한 파기환송을 결정하고, 다음날에 파기환송심 첫 공판기일을 그달 15일로 지정했다. 그러나 공판기일을 지정한 지 5일 만에 다시 공판기일을 대선 이후인 오는 18일로 변경했다. 연기 사유는 “대통령 후보인 피고인에게 균등한 선거운동의 기회를 보장하고, 재판의 공정성 논란을 없애기 위해서”였다. 일련의 과정 이후 민주당 내에서는 ‘대법관 증원’을 비롯한 사법부 개혁이 대선 국면의 핵심 의제 중 하나로 떠올랐다. 민주당 의원들은 대법관 증원 법안을 연달아 발의했고, 박범계 의원이 법조인이 아닌 사람도 대법관으로 임명할 수 있도록 하는 법원조직법 개정안을 발의했다가 논란 끝에 철회하기도 했다. 이 대통령은 대선 기간 발표한 공약집서 ‘내란 극복과 민주주의 회복’의 하위 범주로 “사법개혁을 완수하겠다”며 대법관 증원을 비롯한 여러 정책을 공약했다. 대법원 등 사법기관도 엎는다 “신중하게 진행해야” 의견도 공약집에는 실제 증원 규모가 명시되지 않았으나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인 개정안은 대법관 수를 30명으로 늘리는 방안을 담고 있다. 대법관 수를 100명으로 늘리는 법안도 발의됐으나 논란이 일자 민주당은 지난달 26일 철회했다. 대법관이 증원되면 현재 1인당 연평균 약 4000건을 처리해야 하는 대법관들의 업무 부담이 줄면서 ‘재판 지연’의 주된 원인으로 꼽히는 상고심 적체 현상은 상당수 해소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대법관 전원이 참여하는 전원합의체를 통해 법적 안정성을 확보하고 사회적 갈등에 해답을 제시하는 최고 법원의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못할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된다. 30명이 모두 모여 깊이 있는 합의에 도달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쉽지 않아 보이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대법관 증원에 따라 이 대통령 임기 중 총원의 절반이 넘는 대법관이 대통령 임명을 받아 합류하면 사법부 구성이 편향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법원의 재판에 관한 헌법소원 심판을 허용하는 ‘재판 소원’이 도입될지도 관심사다. 민주당 의원들이 헌법재판소법 개정안을 발의해 국회에 계류 중이다. 재판소원이 허용되면 법원이 법률을 헌법에 어긋나게 해석·적용하거나, 재판의 절차적 측면서 국민의 기본권이 침해됐다고 판단된 경우 헌재가 결정으로 위헌임을 확인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대법원은 헌재가 법원의 재판에 관여하는 것은 ‘사법권은 법관으로 구성된 법원에 속한다’고 정한 헌법 101조에 반하고 불필요한 법적 분쟁을 초래할 수 있다는 이유로 법안에 반대해 왔다. 법조계의 의견은 엇갈린다. 재판소원 추진 논의가 이 대통령에 대한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 이후 급물살을 탔다는 점에서 대법원을 견제하려는 시도로 보는 시각도 있다. 사실상의 ‘4심제’가 돼 최고법원으로서 대법원의 기능이 약화하고 법적 안정성이 떨어질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반면 헌법기관 간 상호 견제를 강화하고 국민의 기본권을 보호할 안전망을 두텁게 만든다는 점에서 도입을 긍정하는 견해도 있다. 실제로 법조계에서는 오랜 기간 재판소원 도입의 필요성에 관한 논의가 이어져 왔다. 헌재 역시 최근 국회에 “국민의 충실한 기본권 보호를 위해 개정안의 취지에 공감한다”는 찬성 의견을 냈다. 이밖에 판결문 공개 범위 확대, 공개변론 중계 의무화 추진, 법관평가위원회 설치 등 국민의 사법 접근성을 제고하는 정책 등도 이 대통령 임기 중 추진될 전망이다. 이 대통령은 지난달 25일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는 “사법개혁 문제는 최우선 문제에 속하지 않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당시 “제도 개혁이나 특히 사법·경찰·검찰개혁은 중요하다. 수사권 조정이든 다 중요하다”면서도 “여기에 주력해서 힘을 뺄 상황은 아닌 것 같다”고 덧붙였다. 민생이 우선 일단 후순위 이후 지난 6월4일 취임사에선 “먼저 민생 회복과 경제 살리기부터 시작하겠다. 불황과 일전을 치르는 각오로 비상경제대응TF를 바로 가동하겠다”며 “국가 재정을 마중물로 삼아 경제의 선순환을 되살리겠다”고 강조했다. 검찰 및 사법개혁이 중요하지만 민생 회복이 중요하다고 재차 강조한 셈이다. 이로 인해 검찰·사법개혁은 후순위로 미뤄질 것으로 보인다. <kcj512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