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힘 당권주자를 만나다> 중·수·청 흡수하는 한동훈

“대통령과 꾸준히 소통하겠다”

[일요시사 정치팀] 차철우 기자 = 국민의힘 수장은 세기도 어려울 만큼 많이 바뀌었다. 그만큼 갈등이 심했지만, 여전히 정리되지 않고 있다. 이제는 어수선한 시간을 끝낼 때다. 윤석열정부의 성공을 위해 힘을 실어줄 당 대표가 반드시 필요하다. 이번 전당대회에 나선 4명의 후보는 저마다 자신의 목표를 밝히며 자신이 당 대표가 돼야 하는 이유를 나열하고 있다. 국민의힘의 차기 당 대표에 당선될 인물이 누구일지 주목된다. 

정치에 입문한 지 1년도 지나지 않았지만 벌써부터 몸값이 높은 인물이 있다. 바로 국민의힘 한동훈 당 대표 후보다. 전국적으로 인지도가 높고, 인기도 상당하다. 국민의힘서 차기 대권주자로서 강력하게 거론되는 인물이기도 하다. 지난 22대 총선서 한 후보는 비대위원장으로서 총선을 지휘했다. 총선 책임론이 제기되기도 하지만 그의 인기는 식을 줄 모른다. 

1위를 독주하는 그는 다른 후보들에게 심하게 견제를 받기도 했다. 다음은 한 후보와의 일문일답. 

-당 대표 선거에 뛰어들었다. 대표가 돼야 하는 이유는?

▲당이 가장 어렵고 절실할 때 총선을 이끌었기 때문에 당 위기의 원인과 해법을 가장 잘 알고 있다. 다른 후보님들에 비해 가장 선명하게 변화를 말하는 사람이 나다. 우리는 총선서 심판받았음에도 총선 이후 지금까지 심판 민심에 제대로 반응하지 못했다.

지금 절실하게 반응하지 않으면 긴 암흑기가 찾아올 수밖에 없다. 민심에 반응하고 민생에 유능한 정당을 만들어야 미래가 있는 법이다. 국민의 지지를 바탕으로 폭주하는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을 제지하고 윤석열정부의 성공을 이끌겠다.


-왜 3개월 만에 다시 대표 선거에 출마해야 했는지 알고 싶다. 

▲총선 이후 세 달 동안은 우리 당이 총선서 받은 민심의 심판을 겸허히 받아들이고 반성하고 재도약의 발판을 마련해야 하는 시간이었는데 그러지 못했다는 평가가 많았다. 나 역시 그 평가에 동의한다. 국민의힘은 크게 보면 우하향하고 있는 중이다. 지금이야말로 당이 반성하고 변화해서 우상향의 지지율을 만들 수 있는 골든타임이다. 지금 우상향의 변곡점을 만들지 못하면 우리에게는 다음이 있을 가능성이 낮다. 그 변화에 내가 도움이 될 수 있다는 확신이 들었다.

 -전국을 순회 중이다. 당원과 민심 모두 청취하고 다닐 텐데 공통적으로 들었던 이야기 중 기억에 남는 것은?

▲전국을 다니면서 많은 당원분과 지지자분들을 만났다. 많은 분이 상당히 지쳐있는 느낌을 받았다. 당이 무기력한 모습을 보이고 국회서도 민주당의 일방적인 폭주를 전혀 견제하지 못하는 것에 대해 매우 답답해 하셨다. 그래서 나를 격려해 주시고 응원해 주시는 것 같다. “100일은 너무 짧았다” “한동훈이라면 민주당 이재명 전 대표를 이길 수 있을 것 같다” 이런 말씀을 많이 해주시는데 그 뜻을 잘 받들 수 있도록 노력해 나가겠다. 

-여전히 총선 책임론이 여전히 가해진다. 국민의힘은 당시 필요하면 한 후보의 이미지를 빌려썼다. 그런데 현재 배신자라는 소리를 듣는 이유가 무엇이라고 보나?

▲말씀드린 대로 내 책임이다. 하지만 선거를 함께했던, 또 제가 직접 지역구에 여러번 가서 도왔던 동지들이 이제는 ‘배신’이라는 단어를 쓰고 있다. 분명 내 정치적 목표와 윤석열 대통령의 정치적 목표는 일치한다. 윤정부의 성공과 정권 재창출이다. 공통의 목표로 최선을 다하는 사람들 사이에 배신이란 말은 어울리지 않는다. 

-당 위기의 원인과 해법을 알고 있다고 했다. 국민의힘이 고쳐야 할 문제는 무엇인가?


▲민심에 빠르게 반응하는 정당을 만들어야 한다. 우리가 국민으로부터 사랑받는 방법은 사실 어렵지 않다. 민심이 하지 말라는 것은 하지 말고 민심이 하라는 것은 재빠르게 실천하면 된다. 그뿐이다. 

-어떻게 해야 고칠 수 있다고 생각하는지 궁금하다. 

▲우리 당의 유능함을 신속하게 회복해야 한다. 과거 보수정당은 민생에 유능한 정당이라는 이미지가 있었다. 하지만 어느 순간 그런 면모를 많이 잃어버렸다. AI 같은 대한민국의 우상향 성장을 가지고 올 수 있는 부분서 우리가 어떤 인프라를 제공할 수 있는지 로드맵을 제시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

또 우리 당은 설득과 소통을 더 잘해야 한다. 지금 현대 정치서의 유능함이라는 건 결국 설득과 소통이기 때문이다. 정책의 방향은 대부분 맞다. 문제는 그것을 얼마나 잘 설명해서 국민으로부터 얼마나 많은 공감을 얻느냐인데 이 지점서도 좀 더 유능해져야 함이 분명 존재한다. 

“당 위기 원인과 해법 잘 알아”
“당정관계 합리적인 쇄신 필요”

-당 대표 후보로서 제시할 비전을 자세히 듣고 싶다. 

▲우선 당정관계를 합리적으로 쇄신하는 게 필요하다. 당과 정이 협력하는 것은 그 협력 자체가 최종 목표가 아니다. 협력해서 국민을 위해 좋은 정치를 하고 시너지를 내겠다는 것 아닌가? 그러니까 그 협력은 충분한 토론과 논의를 통해서 좋은 해법을 내는 것이어야 한다.

당과 정 일방이 주도하고 강력한 힘으로 견인하는 관계가 되면 소통과 토론의 과정이 생략된다. 그러면 국민을 위해 좋은 해법을 도출해 내기가 어렵다. 민심이라는 절대적 기준을 가지고 당정이 건강하고 협력적 관계를 형성해 나간다면 국민을 위한 좋은 정치와 정책이 만들어질 것으로 생각한다. 

-좋은 정치와 정책은 어떻게 만들어지는 것인가?

▲보수정치 재건의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유능하고 참신한 지역의 인재들이 우리 국민의힘을 플랫폼 삼아 긴 호흡으로 정치할 수 있는 제도적 여건 마련도 시급하다. 이를 위해 정당법 등의 개정을 통해 지역 현장사무실 개설이 절실하다. 또 당의 정책적 역량을 배가하기 위해서는 여의도연구원을 획기적으로 쇄신해 정당과 민간을 아우르는 명실상부한 보수의 씽크탱크로 재탄생시켜야 한다. 

마지막으로 대한민국의 미래 비전을 제시하겠다. 저출산, 인구감소, 지방 소멸, 연금개혁 등 시대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비전을 제시하는 정당이 돼야 살아남는다. 국민께 통보하는 것이 아니라 설명하고, 검증받고, 토론하고, 당의 노선으로 정착시키는 과정이 필요하다. 특히 그 과정서 청년 세대의 목소리를 귀담아 듣는 것도 중요한 부분이다. 

-국민의힘의 외연 확장이 필요해 보인다. 생각해 놓은 비책이 있다면?


▲한 발은 보수의 심장인 전통 지지층에 두고, 한 발은 수도권과 청년을 향해 과감히 뻗어나겠다. 늘 어려울 때 나라를 지켜주신 전통적인 지지자분들을 소중히 여기고 감사드리는 마음으로 정치를 할 것이다. 그분들의 지지는 당연한 게 아니다. 그분들이 오늘날 대한민국을 만든 자부심이고, 출발점이자 보루다. 하지만 중도, 수도권, 청년인 이른바 중·수·청 정치를 향한 확장 없이는 승리할 수 없다는 것을 모든 당원과 지지자가 알고 있을 것이다.

-어떻게 해야 민심을 돌릴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하는지?

▲우리는 총선서 45%의 지지를 받았다. 45%는 우리가 최대한 열심히 모인 결과라고 생각한다. 최소한 6%를 더 채워야 한다. 결국 ‘변화’가 정답이다. 이제 곧 이재명 전 대표의 사법 리스크가 현실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그때 이탈하는 중도층이 자랑스럽게 우리 국민의힘을 선택할 수 있도록 총선의 민의를 충분히 받아들여서 반성하고 준비하겠다. 

-윤 대통령과 완전히 등을 돌렸다는 말들이 나온다. 일련의 과정을 살펴보면 관계가 과거와 같지는 않은 듯 보인다. 만남을 먼저 요청할 것인가?  

▲윤 대통령과 나의 목표는 완전히 같다. 바로 윤정부가 성공하는 일이다. 윤정부의 성공 없이 어떻게 정권 재창출이 가능하겠는가? 대표가 되면 충분히 조정하고 협력하면서 윤정부의 성공이라는 공통적인 목표에 도달할 수 있도록 당 대표로서 역할을 하겠다. 그 와중에 당연히 꾸준한 만남과 소통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음모론적 자해 정치 사라졌으면”
“여론팀, 나는 전혀 무관한 사항”

-채 상병 사건 관련 최근 경북경찰청서(무혐의로 수사 결과가 나왔는데) 여전히 제3자에 의한 특검이 필요하다고 보나?


▲이번에 민주당이 독단적으로 통과시킨 무소불위의 불공정한 특검법에 대해서는 윤 대통령도 단호하게 재의요구권을 행사하셨고 국회 재의결서도 당연히 막아내야 한다. 지금 민주당은 어떤 수사 결과가 나와도 그것을 특검으로 몰아가려는 의도를 가지고 있다고 보인다.

수사 결과가 다 나왔는데 민주당이 그 결과에 승복하지 않고 또다시 특검을 발의하면 어떻게 되겠는가. 지금의 국회 의석 지형으로 또 다른 특검법이 발의되고 통과되는 것을 막을 수 있지 않다고 본다. 결국 똑같은 상황으로 돌아올 수밖에 없는 셈이다.

내가 제안한 공정한 제3자 특검법은 민주당이 독단적으로 추진하는 특검법 통과 과정서 최악의 상황을 방지하고 민주당의 정략적인 의도를 부각시키는 역할을 이미 하고 있다.

-최근 김건희 여사 문자에 답하지 않아 이른바 ‘읽씹’ 논란이 발생했다. 이에 대해 사과를 하라는 요구가 일부 있는데, 사과한다면 달라질 것이라고 생각하는지?

▲먼저 문자가 오고 6개월이 지난 지금 전당대회를 코앞에 두고 누가, 무슨 의도로 이 문제를 불거지게 만들었는지 생각해봐야 한다. 결국 윤 대통령과 김 여사에게 부담이 될 이와 같은 음모론적 자해 정치는 국민의힘서 사라졌으면 좋겠다. 당시 맥락을 보면 나는 사과가 필요하다는 입장이었다.

그것 때문에 사퇴 요구까지 받았다. 그 상황을 생각해보면 지금 논란이 얼마나 황당한 것인지 알 수 있다. 우리 당의 당원들과 국민이 전당대회 과정서 벌어지는 지저분한 흑색선전과 마타도어로 눈살을 찌푸리고 있다. 여기에 관해 더 언급하는 것은 도리가 아니다.

-최근에는 장예찬 전 최고위원이 사설 여론팀 의혹을 제기했다. 사실이 아니라고 해명하긴 했지만 일각에서는 해명이 부족하다는 지적도 제기되는데?

▲사실이 아니고, 뭔 말인지도 모르는 얘기다. 시민들의 자발적 지지 의사 표시가 부당하거나 불법인 것처럼 몰아가는 것은 잘못된 행동이다. 나는 전혀 무관하다. 민주당처럼 돈을 주거나 매크로를 돌리기라도 했다는 말인지 되묻고 싶다. 

-지구당이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그러나 러닝메이트 후보들이 다 원내 사람이라는 비판도 나온다.

▲당 대표로 나선 내가 원외에 있다. 지역 현장사무실 개설은 민생정치, 현장정치, 그리고 우리 당의 외연 확장을 위해 꼭 필요한 부분이다. 지금 우리 당은 108석의 소수 정당인데 원내와 원외를 구분 짓는 건 큰 의미가 없다. 지금 당장 우리 당의 의석 수로 원내서 할 수 있는 일이 많지 않다. 원내, 원외, 보좌진, 당료, 지방의원 등 우리 당의 모든 가용 자원이 민심을 얻는 데 매진해야만 거대 야당의 폭주를 막아낼 수 있다. 

-정치의 길을 걸은 지 이제 막 8개월 차에 접어들고 있다. 앞으로 어떤 정치인이 되고 싶나?

▲모든 정치인이 정치로 이루고자 하는 목표가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나는 대한민국을 우상향 성장하는 나라로 만들고 싶다. 대한민국을 우상향 성장하는 나라로 만들려면 국민의힘부터 혁신하고 재건해야 하는 게 절실하다. 국민의힘이 집권여당으로서 국민의 신뢰를 되찾고 다시 이기는 정당으로 거듭나도록 노력하려고 한다. 그걸 위해 내 모든 것을 바치겠다. 

<ckcjfdo@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한동훈 러닝메이트는?

한동훈 후보는 당 대표 출마와 동시에 러닝메이트를 띄웠다.

출마와 동시에 러닝메이트로 출마한 최고위원 후보들도 함께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우선 국민의힘 장동혁 의원이 한 후보의 최측근으로 분류된다. 한 후보가 비상대책위원장을 맡았을 당시 사무총장을 맡은 인연이다.

또 다른 러닝메이트는 박정훈 의원으로 그는 적극적인 마케팅을 벌이고 있다.

마지막으로 청년 최고위원에 출마한 진종오 의원이다.

그의 지지세는 압도적이다. 이들은 모두 현역 의원으로 최고위원이 된다면 당내에서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차>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벼랑 끝 국민의힘 뒤집기와 자충수

벼랑 끝 국민의힘 뒤집기와 자충수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는 비상계엄 1주년을 맞아 페이스북에 사과 입장을 밝혔다. 국민의힘 원내 지도부도 기자회견을 열고 고개를 숙였다. 사과는 짧았지만, 더불어민주당에 대한 비난은 길었다. 사과 의견을 통해 확인되는 국면 전환 노림수는 ‘한동훈을 제외한 빅텐트’인 걸까? 국민의힘 공보실은 지난 2일 오후 10시54분 출입기자들에게 지난 3일 지도부 일정을 공지했다. 공보실에 따르면, 지도부의 일정은 ‘통상 일정’이었다. 공개 외부 일정이 없단 의미다. 지난 3일은 윤석열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1주년이었다. 통상의 의미는? 지도부의 공개 외부 일정이 없단 것은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의 비상계엄 관련 공개 사과 및 기자회견 일정이 없었단 의미로 해석될 수 있었다. 장 대표는 지난 3일 오전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사과 의견을 밝혔다. 장 대표는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은 의회 폭거에 맞서기 위한 계엄이었다”는 등 “정당화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을 받을 소지가 있는 주장부터 제시했다. 윤 전 대통령 파면에 대해서도 “한국 정치의 연속된 비극을 낳았고, 국민과 당원들께 실망과 혼란을 드렸다”는 등 ‘탄핵 반대’ 의견을 유지했다. 장 대표에 따르면, 국민의힘의 잘못은 하나로 뭉쳐 제대로 싸우지 못했다는 부분이었다. 자신에 대해서도 “당 대표로서 책임을 통감한다”고 강조했다. “장 대표가 사과하지 않을 것”이란 예상은 같은 날 오전 4시50분경 이정재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 부장판사가 국민의힘 추경호 의원의 구속영장을 기각하면서 확실시됐다. 장 대표는 페이스북 게시글에서도 “추 의원 구속영장 기각은 어둠의 1년이 지나고 두터운 장막이 걷히고, 새로운 희망의 길이 열리는 신호탄”이라면서 대정부 투쟁에 의미를 부여했다. 장 대표는 “이재명정권의 대한민국 해체 시도를 국민과 함께 막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장 대표가 사과 불가는 지난달 28일 대구에서 진행된 국민의힘 장외집회에서 어느 정도 예고된 것이었다. 당시 그는 “비상계엄에 대한 책임을 무겁게 통감한다”면서도 “우리가 흩어지고 분열한 결과, 이재명정권이 탄생했단 것을 기억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책임을 무겁게 통감한다”면서도 이재명 대통령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을 비난하는 내용으로 연설 대부분을 채웠다. 5일 간격으로 같은 얘기를 반복한 것이었다. 당시 장 대표가 주장한 민주당에 대한 비난의 핵심 내용은 ▲의회 폭거·국정 방해 ▲무모한 적폐 몰이에 따른 공무원 사찰 위협 ▲폭거로 인한 민생 파탄·국가 시스템 붕괴 ▲내란 몰이 등이었다. 비상계엄 1주년에 강조된 “민주당 폭거” 국면 전환·결집 노리는 선 사과·후 비난? 국민의힘의 비상계엄 관련 사과는 ▲송언석 원내대표 ▲유상범·김은혜 원내부대표 ▲최수진·최은석 원내대변인 등 원내 지도부 차원에서 나왔다. 송 원내대표 등은 지난 3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국민께 큰 충격을 드린 비상계엄 발생을 막지 못한 데 대해 국민의힘 국회의원 모두는 무거운 책임을 통감하고 있다”며 “국민 여러분께 다시 한번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이어 군인·공직자·의료인·자영업자 등 비상계엄 선포 피해자들에게 “깊은 위로와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고 고개 숙였다. 하지만 이후의 메시지는 이재명정부·민주당 비판 등 장 대표의 주장과 크게 차이가 없는 내용이었다. 송 원내대표는 “국민의힘 의원들은 패배의 아픔을 딛고 분열과 혼란의 과거를 넘어서 다시 거듭나겠다”며 “소수당이지만 처절하게 다수 여당과 정권에 맞서 싸우겠다”고 강조했다. 이전까지 국민의힘에서 장 대표에게 공개적으로 대국민 사과를 요구한 정치인은 오세훈 서울시장과 김용태·김재섭·권영진·엄태영·이성권·조은희 의원 등이었다. 국민의힘 양향자 최고위원은 지난달 29일 대전에서 진행된 장외집회 중 “국민의힘은 불법 계엄을 방치했으니, 반성해야 한다”고 주장했다가 일부 지지자들의 강한 항의를 받았다. 김재섭 의원은 지난달 28일 YTN 라디오 <더 인터뷰>에 출연해 “당 지도부의 사과가 없으면 제 나름의 사과를 해야 할 것 같다”며 “같이 메시지를 낼 국민의힘 의원들이 약 20명은 된다”고 주장했다. 이는 곧 “연판장을 돌리거나 기자회견을 할 수도 있다”는 압박으로 해석될 가능성이 있었다. 오 시장도 같은 날 채널A <김진의 돌직구 쇼>에 출연해 “중도층의 마음을 얻기 위해서라도 당 차원의 사과가 필요하다”며 “공당이라면 반성문을 쓰는 게 도리”라고 주장했다. 결국 이들은 당과 무관하게 대국민 사과를 했다. 오 시장은 지난 3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국민의힘 소속 중진 정치인이자, 서울시민의 일상을 책임지는 시장으로서 그 책임을 무겁게 받아들인다”며 “그날의 충격과 실망을 기억하는 모든 국민께 거듭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고 밝혔다. 국민의힘 의원 25명은 지난 3일 국회에서 “비상계엄 선포 당시 집권여당의 일원으로서 비상계엄을 미리 막지 못하고 국민께 커다란 고통과 혼란을 드린 점에 대해 거듭 국민 앞에 고개 숙여 사죄드린다”면서 ▲헌법재판소의 윤 전 대통령 파면 결정 존중 ▲윤 전 대통령과의 정치적 단절 ▲국민의힘 체질 개선·재창당 수준의 혁신 등을 약속했다. 이어지는 각자 플레이 장 대표에게 대국민 사과를 요구한 후 자체적으로 대국민 사과 성명을 발표한 국민의힘 정치인들은 대체로 수도권에 기반을 둔 소장파다. 이들 중 국민의힘이 강경 보수 정당으로 자리매김하면 가장 큰 손해를 볼 정치인으로는 오 시장과 김재섭·김용태 의원이 거론된다. 오 시장은 높은 개인 인기를 바탕으로 민주당의 서울시장 탈환 공세에 맞서고 있다. 김재섭 의원의 지역구 서울 도봉갑은 원래 민주당 텃밭이었다. 김 의원은 지난해 총선 당시 민주당 후보로 출마한 안귀령 대통령실 부대변인을 1094표 앞서 어렵게 이겼다. 지난해 12월7일 국민의힘의 윤 전 대통령 탄핵소추 표결 집단 이탈에 동참했을 때도 지역구에서 규탄 집회가 개최되는 등 홍역을 치렀다. 김용태 의원도 경기 가평·포천에서 민주당 후보로 출마한 박윤국 한국도자재단 이사장에 2774표 앞서 어렵게 금배지를 다는 데 성공했다. 국민의힘에 대해선 “강경 보수화가 진행된다”는 지적이 각계에서 이어지고 있다. 이 우려는 장 대표가 지난달 16일 유튜브 채널 ‘이영풍 TV’에 출연해 ▲자유통일당 ▲우리공화당 ▲자유민주당 ▲자유와혁신 등 원외 강경 보수 4당과의 지방선거 연대 가능성을 언급하면서 깊어졌다. 장 대표는 지난달 28일 개혁신당과의 연대 가능성에 대해선 “지금은 연대를 논의할 때가 아니”라면서 선을 그었다. 최근 국민의힘에선 “한동훈 전 대표를 축출하려는 것 아니냐”는 의문을 제기할 만한 밑그림을 계속 그리고 있다. 국민의힘 여상원 윤리위원장은 지난달 17일 사의를 표명했다. 여 위원장은 “당에서 ‘물러나면 좋겠다’는 연락이 왔다”며 “굳이 능욕당하면서 자리를 지킬 필요가 없다고 판단돼 원하는 대로 하겠다고 답했다”고 주장했다. 일각에선 이를 두고 “윤리위원회가 ‘계파 갈등 조장’을 이유로 윤리위에 넘겨진 국민의힘 김종혁 전 최고위원에 대해 주의 조치만 내린 것 때문 아니냐”고 의심하고 있다. 국민의힘 우재준 청년 최고위원은 지난달 30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원하는 결론을 내리지 않았다고 윤리위원장을 사퇴시키는 게 정당한 일이냐”며 “내란 특별재판부를 만드는 민주당과 뭐가 다르냐”고 정면 비판했다. 이어 국민의힘 당무감사위원회는 지난달 28일 “당원 게시판 의혹에 대한 조사 절차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당원 게시판 의혹은 “국민의힘 당원 게시판에 올라온 윤 전 대통령 부부 비방글 작성에 한 전 대표 가족이 연루된 게 아니냐”는 의혹이다. 장 대표는 취임 직후 “사실관계를 명확하게 밝혀 당원에게 알릴 것”이라는 방침을 밝혔던 바 있다. 윤 전 대통령 부부는 정치적으로 몰락해 서울구치소에 갇혔고, 형사재판을 받고 있다. 국민의힘이 당원 게시판 의혹을 밝혀낸 후 거둘 수 있는 실익으로는 “한 전 대표를 국민의힘에서 쫓아내고, 친한(친 한동훈)계를 무력화시킬 수 있다”는 것이 거론된다. 구 친윤(친 윤석열)계가 거둘 수 있는 이익이다. 한 전 대표에 대해선 보수 성향 유권자 사이에서도 호불호가 명확하게 나뉜다. 하지만 한 전 대표는 윤 전 대통령과 정치적으로 갈등하면서 비상계엄 해제에 동참했던 이력이 있다. 이 때문에 한 전 대표는 “국민의힘이 강경 보수 일색이 되는 걸 막는 방파제·상징”이란 분석이 오랫동안 있어왔다. 친한계로 거론되는 국민의힘 의원 중 상당수는 수도권에 지역구를 둔 소장파라는 분석이 나온다. 윤리위원장 쫓아낸 이유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에 대해선 “윤 전 대통령이 정치에서 폭력을 동원하는 것에 무슨 의미가 있는지 잘 몰랐던 것 아니냐”는 의문이 제기됐다. 정치의 본질은 대화·토론·협상이다. 영국 하원에선 20세기 초까지 의원이 총칼을 이용해 결투·난투를 했다. 물리적 폭력이 아닌 ‘언어폭력’ 선에서 공방을 이어가는 정치 문화는 제2차 세계 대전 이후 정착됐다.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가 전 세계에 줬던 충격은 민주주의가 충분히 성숙했다고 믿었던 대한민국에서 군을 동원해 정적을 제거하려던 사태가 발생했다는 것이었다. 장 대표·송 원내대표는 사과 메시지를 먼저 짧게 발표하면서 이재명정부·민주당 비판은 길게 이어가는 형식의 사과 의견을 밝혔다. 사과엔 ▲직접적인 반성 ▲분명한 잘못 인정 ▲재발 방지 약속 ▲보상 약속 등 4개의 원칙이 제기됐는데 “상대방 비판에 더 중점을 둔 사과는 역설적으로 ‘반성을 하는 게 맞느냐’는 비판으로 이어질 소지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지난 2008년 광우병 촛불시위 당시 대국민 사과를 했고, 박근혜 전 대통령은 지난 2016년 최순실 게이트가 불거진 후 대국민 사과를 했다. 이 전 대통령은 “모든 것이 제 불찰이고, 국민께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며 “미국산 쇠고기 수입 협상·후속 조치 중 국민의 마음을 헤아리는 데 미흡했고, 우려를 덜어드리지 못한 점에 대해 깊이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박 전 대통령은 “국정을 꼼꼼하게 챙겨보고자 하는 순수한 마음으로 한 일”이라며 “이유 여하를 막론하고 국민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 놀라고 마음 아프게 해드린 점에 대해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면서 “국민께 깊이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 전 대통령은 당시 크게 불거졌던 각종 우려를 ‘괴담’으로 규정지었다. 이 때문에 촛불 시위 세력이 제시한 재협상 시한과 맞물린 시점에서 사과가 나온 점을 감안할 때 국면 전환을 위한 명분 쌓기 아니냐는 비판을 받았다. 박 전 대통령은 이미 각종 의혹이 광범위하게 제기돼 근거 자료들까지 제시되는 시점에서 “취임 후 일정 기간 일부 자료들에 대해 최순실씨의 의견을 들은 적은 있지만, 청와대 보좌 체계가 완비된 이후에는 그만뒀다”고 주장했다. 이로써 박 전 대통령의 해명은 신뢰를 잃었다. 장 대표·송 원내대표의 사과도 두 전직 대통령의 사과처럼 자신의 주장을 뒤에 배치한 후 더 큰 비중을 부여하는 형식을 유지했다. 비상계엄 1주년에 강조된 “민주당 폭거” 국면 전환·결집 노리는 선 사과·후 비난? 이런 사과 형식은 국면 전환·지지층 결집 목적을 가진 이들이 활용한 사례가 많다. 대표적인 예로, 고대 로마에서 율리우스 카이사르가 암살된 후 있었던 마르쿠스 브루투스·마르쿠스 안토니우스의 연설이 꼽힌다. 카이사르 살해를 주동한 브루투스는 “카이사르에 대한 내 사랑은 카이사르를 사랑하는 다른 분보다 절대 뒤떨어지지 않는다고 단언한다”고 선언한 후 “로마를 더 사랑해서 카이사르를 죽였다”고 주장했다. 이어 “나라를 위해 눈물을 머금고 가장 사랑하는 친구를 죽였다”고 강조했다. 안토니우스는 “카이사르 암살에 가담한 사람들은 모두 존경할 만한 분들”이라고 선언한 후 카이사르를 찬양하면서 그의 유언장을 공개했다. 유언의 핵심 내용은 “내 재산을 로마 시민에게 기증한다”는 것이었다. 또 카이사르가 살해당할 당시 입었던 칼자국과 피로 얼룩진 옷도 공개했다. 흥분한 로마 시민은 암살자들의 집을 습격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안토니우스·아우구스투스는 로마 정국을 장악했다. 불리한 내용을 먼저 짧게 거론한 후 유리한 내용을 장황하게 거론하는 형식은 정치적 목적을 위해 즐겨 이용된다. 장 대표·송 원내대표가 짧은 사과 의견을 밝힌 후 이재명정부·민주당을 비중 있게 비판한 것도 강경 보수 세력에겐 강한 인상을 줄 가능성이 있다. 특히 장 대표는 비상계엄의 원인을 ‘의회 폭거’라고 규정했다. 이에 따르면, 윤 전 대통령은 카이사르가 된다. 비상계엄 해제에 찬성해 사실상 윤 전 대통령 몰락에 가담한 한 전 대표와 친한계는 브루투스 일당이 되는 구도가 그려질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그렇다면 강경 보수 세력은 당원 게시판 의혹에 대해 어떤 의견을 제시할지 어렵지 않게 예상할 수 있다. 공나형 전남대 학술연구교수는 지난 2022년 발표한 논문 <대통령의 공적 사과 담화에서 드러나는 ‘개입’ 양상>에서 김영삼 전 대통령이 지난 1993년 쌀 시장 개방을 수용하면서 밝힌 대국민 사과와 박 전 대통령의 최순실 게이트 관련 대국민 사과를 분석했다. 공 교수는 김 전 대통령의 사과문에 대해선 “선의로 행한 행위가 어쩔 수 없는 부정적인 결과로 이어졌다고 강조하면서 결과의 부정성에 관여하는 자신의 의도의 비중을 제거했다”고 분석했다. 박 전 대통령의 사과문에 대해선 “자기 고백이 많은 분량을 차지하지만, 그 고백의 원인이 되는 행위에 대해선 소극적”이라고 분석했다. 12월3일 조용히 장 대표·송 원내대표의 사과도 “어쩔 수 없었다”는 항변과 상대방 비판을 내용으로 채웠다. 그러면서 민주당 심판·보수 재건·대여 투쟁을 강조했다. 결국 두 사람의 답은 ‘한 전 대표를 제외한 빅텐트’ 방침 재확인으로 보인다. 국민의힘의 12월3일은 이렇게 조용히 지나갔다.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