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힘 당권주자를 만나다> 보수 여전사 나경원

“한동훈·원희룡 욕심으로 전대 왜곡”

[일요시사 정치팀] 차철우 기자 = 국민의힘 수장은 세기도 어려울 만큼 많이 바뀌었다. 그만큼 갈등이 심했지만, 여전히 정리되지 않고 있다. 이제는 어수선한 시간을 끝낼 때다. 윤석열정부의 성공을 위해 힘을 실어줄 당 대표가 반드시 필요하다. 이번 전당대회에 나선 4명의 후보는 저마다 자신의 목표를 밝히며 자신이 당 대표가 돼야 하는 이유를 나열하고 있다. 국민의힘의 차기 당 대표에 당선될 인물이 누구일지 주목된다. 

판사로 활동하던 나경원 당 대표 후보가 정치에 첫발을 들인 지 어느덧 22년의 세월이 흘렀다. 정치에 뛰어든 이후로 중앙 정치 외에는 해본 적이 없는 그는 보수 여전사의 원조 격으로 불린다. 이번 당권 도전서도 스스로를 잔다르크에 빗대 ‘나다르크’로 칭했다. 나 후보는 과거 원내대표를 지내며 여러 협의를 이끌어내기도 했다. 현시점서 후보군 인물 중 인지도도 제일 높은 축에 속한다.

종종 시원한 말투로 가려운 곳을 긁어주기도 했다. 그의 발언 수위와 공격력이 더욱 빛을 발했던 건 이번 4·10 총선이다. 총선 당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8번이나 지원 유세를 오며 민주당 후보에게 힘을 실어줬지만 나 후보를 이기기에는 역부족이었다. 그렇게 살아서 돌아왔다.

그는 국민의힘 인물 중 몇 안 되는 서울 지역구 의원으로 당내 여성 정치인 중 유일한 5선 중진이다. 지난 전당대회도 당권에 도전하려 했으나, 연판장 사태 등으로 좌절됐다. 그러나 그는 포기하지 않았다. 심기일전하는 마음으로 과거를 잊고 다시 전당대회에 뛰어들었다. 초반 약세를 보이던 그의 지지율은 2위까지 넘보는 중이다.

다른 후보에 비해 일정도 훨씬 더 빡빡한 편이다. 당원, 국민, 지자체장 등을 쉬지 않고 만나면서 이야기를 들어오고 있다. 사실 나 후보에게는 이번 전당대회가 정말 어려운 싸움 중 하나다. 친윤(친 윤석열), 반윤(반 윤석열), 반한(반 한동훈) 등 여러 계파로 나뉘었지만, 어느 한쪽에 기대지 않고 홀로 존재감을 발휘하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가 유일하게 기대고 있는 것은 당을 바꾸겠다는 일념이다. <일요시사>가 나 후보에게 당권 도전 이유 등에 대해 물었다. 다음은 나 후보와의 일문일답. 

-당권 도전에 나섰는데, 대표가 돼야 하는 이유는?


▲세 가지 정도로 추릴 수 있다. 우선 나는 22년간 우리 당을 지켜온 사람으로 출마 선언문에 밝혔듯 계파도, 앙금도 없다. 줄 세우는 정치, 줄 서는 정치는 내 사전에 존재하지 않는다. 자유롭고, 누군가와 각을 세울 일도 눈치 볼 일도 없다. 사심보다는 당을 먼저 생각한다. 현재 국민의힘은 분열이 심각하다. 복잡한 상황의 우리 당을 하나로 통합해 내겠다. 마지막으로 대표 후보로서 이재명의 민주당에 맞서 싸울 수 있기 때문이다. 정신 못 차리고 치고 받고 싸우고 줄 세우면 민주당을 이기기 힘들다. 

-지지율이 상승했다. 이유를 분석해본다면?

▲상승세는 지속 중이다. 전당대회 초반만 해도 3위를 기록했는데, 전국을 돌아다니며 민심과 당심을 청취한 결과라고 생각한다. 시간이 지나면서 지속적으로 강조해 온 사심이 아닌 진심으로 당을 위해 일할 수 있는 대표가 바로 나라고 알아주시는 것에 감사드린다. 전당대회는 일할 사람, 잘할 사람, 이길 사람을 뽑아야 한다. 

-전당대회가 네거티브로 얼룩졌다.

▲앞서 언급했듯 분열된 당을 하나로 모을 힘을 가진 사람으로 뽑아야 할 필요가 있다. 그게 전당대회의 최고 전략이다. 한동훈 후보와 원희룡 후보는 이기심과 욕심으로 전당대회를 왜곡하고 있다. 당 대표는 미래 비전과 대안도 제시할 줄 알아야 하는데 두 후보는 네거티브로 전당대회를 어지럽혔다. 혹 두 인물 중 누가 당선된다고 해도 대권 출마를 하기 위해 1년 후에 사퇴해야 할 분들이다. 두 후보는 잠재적 대권주자로서 그 역할을 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개인적인 사심보다 당 먼저 생각”
“탄핵 구실 바치는 후보 필요 없어”

-언급한 대로 국민의힘이 분열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오는데, 어떻게 극복해 나갈 것인가?


▲특정 계파 출신이 당 대표가 되면 분열을 영영 봉합하기 어렵다. 당을 최우선으로 생각하며 당을 껍데기부터 알맹이까지 전부 바꿔야 한다. 특정 계파 출신이 된다면 개인 리스크가 아닌 결국 당 리스크로 진화한다. 당원께서도 통합의 당 대표가 필요하다는 생각을 많이 하고 계신다. 여기에 더해 안정감을 줄 수 있어야 하는데 이 역시 당원의 요구가 많이 높아졌다. 

-현재 당이 매우 상당히 어려운 상황에 처해 있다. 여소야대 상황 속에서 각종 특검법의 문제를 어떻게 풀 생각인지?

▲이번 당 대표는 결코 쉬운 자리가 아니다. 극심한 여소야대 정국서 우리의 상대는 이재명 독재 체제의 민주당이다. 경험 있는 내가 이 대표의 독주를 막겠다. 독주를 막기 위해서는 결국 똘똘 뭉치는 게 필요하다. 이럴 때일수록 내부 총질은 멈추고 당을 하나로 묶을 수 있는 구심점이 필요하다. 

-내부적으로 의견이 합쳐지지 않는 부분도 문제인 것 같은데…

▲내부적으로 의견이 하나로 모여야 힘을 발휘할 수 있다. 그렇지 않으면 국민을 어떻게 설득하겠는가. 채 상병 특검법 등은 수사 결과를 기다려 보고 다음에도 풀리지 않는 부분이 있을 때 특검을 논의해야 한다. 기존에 마련돼있는 수사 절차를 무시한 채 특검부터 외치고 보는 민주당의 특검 만능주의도 타파하겠다.

-한동훈 후보의 출마에 담긴 속내는 무엇이라고 보나?

▲사실상 대선 출마이자 대권주자로서의 존재감 드러내기가 아니겠나. 이는 한 후보의 발언을 살펴보면 알 수 있다. 아시아포럼21 초청토론회 중 한 후보는 “차기 대통령선거서 이길 수 있는 후보가 만약 나라면(당 대표를 사퇴하고) 나가겠다”고 했다. 당의 현행 당헌·당규에 따르면 당 대표는 대선 1년6개월 전에 사퇴해야 한다. 한 후보가 당권에 도전했다가 당선된다면 내년 9월, 당 대표 자리는 또다시 공석이 된다. 매우 무책임한 행동이 아닐 수 없다. 

-당의 체제도 안정화가 필요해 보이는데…

▲우리 당은 지난 2년간 집권여당임에도 불구하고 수많은 당 대표, 비상대책위원장 체제를 겪어야 했다. 지방선거를 9개월 앞둔 중요한 시점에 또 전당대회를 개최하자는 것인지, 비대위 구성을 하자는 것인지 내 상식으로는 이해할 수 없는 부분이 많다. 욕심으로 본다.

-한 후보의 여론팀 의혹에 대한 입장은?

▲여론팀 의혹은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다. 사실무근이라며 넘어가기보다는 구체적인 해명과 사실관계에 관한 자료를 제공해서 의혹을 해소할 필요가 있다. 국민도 이 부분에 대해 많이 궁금해하신다. 한 후보가 잘 해명하고 넘어갈 필요가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단순히 지지자의 자발적 의사 표현이라고 언급해서 될 사안이 아니다.

-원희룡 후보의 출마도 실망스럽다고 밝힌 바 있다. 이유는?


▲첫 방송 토론회 주도권 토론 질문이기도 했는데 왜 나오셨냐고 물어봤다. 아직도 출마 의도가 궁금하다. 원 후보는 대통령팔이, 윤심팔이로 나온 후보다. 결국 수직적 당정관계 프레임에 갇힐 수밖에 없다. 우리 당을 진심으로 개혁할 수 없고, 윤석열정부의 성공을 이끌어낼 만한 후보가 아니다. 대통령직 인수위원장, 초대 국토교통부 장관을 역임하며 윤 대통령과 정부의 혜택을 입은 인사다. 그렇다면 정부를 도울 생각을 해야지, 아직도 대통령 덕으로 무엇을 하려는 태도 자체는 잘못됐다. 

“상설특검은 국정 흔드는 행위”
“당정동행으로 정부 성공시킬 것”

​​-윤 대통령 탄핵소추안 국민청원에 동의한 국민이 많았다. 그 결과 탄핵 청문회가 열리게 됐는데…

▲민주당의 탄핵 폭주 열차는 출발한지 오래다. 이제는 전례없는 탄핵 청원 청문회까지 열겠다고 한다. 이 와중에 당내에서는 당무 개입, 국정 농단이니 하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우리 당에서 민주당에 명분을 실어주는 꼴이다. 이런 금기어를 쏟아내면서 대통령과 정권을 궁지에 몰아넣고 탄핵 구실을 갖다 바치는 후보는 필요 없다.

-보수당은 이미 대통령 탄핵이라는 아픔을 겪었다. 

▲이런 당 대표라면 탄핵을 막기는커녕 우리 당을 무장해제시키는 것과 다름없다. 대통령 탄핵은 다시 있어선 안 된다. 대표가 된다면 민주당의 행태에 맞서 싸워 윤정부가 무사히 임기를 마무리하고 성공한 정부로 기억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 


-최근 민주당은 상설 특검도 띄웠다. 어떤 의미라고 해석하나?

▲이 대표 방탄을 위해 국정을 흔드는 행위다.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민주당은 헌법정신인 삼권분립도 짓밟고 있다. 개별 특검법은 대통령 거부권이 행사될 수 있으니, 거부권 무력화를 위해 또 다른 꼼수를 찾은 셈이다. 

-당정동행을 띄웠다. 정확히 무슨 의미인지 궁금하다. 앞으로 윤정부를 어떻게 성공시키겠다는 것인지도 알고 싶다. 

▲당정동행은 말 그대로 윤정부의 성공과 보수 재집권이라는 같은 목표를 바라보며 함께 걸어가는 일이다. 정부가 잘하는 게 있으면 팍팍 밀어주고, 민심과 멀어지는 순간에는 진솔하게 민심을 전달하겠다는 뜻이다. 지금까지 거론된 당정일체와는 완전히 다르다.

실제 우리 당의 당헌 8조에서는 당과 대통령의 관계를 공동책임, 협조 관계로 규정한다. 대통령에 당선된 당원은 당의 정강정책을 충실히 국정에 반영하고 당은 대통령의 국정운영을 적극적으로 뒷받침해 결과에 대해 대통령과 함께 국민에게 책임을 진다고 명시돼있다. 

-후보 중 가장 먼저 핵무장이 필요하다고 띄웠다. 어떻게 핵을 보유하겠다는 것인지 궁금하다. 

▲미국은 대선이 진행 중인데, 트럼프 후보의 당선 가능성이 상당히 높아지고 있다. 그가 재집권을 하면 한국 자체가 핵무장할 가능성이 높다는 말이 이미 많이 나오는 상황이다. 기존의 외교·안보 질서에 따라야 한다는 안일한 말은 더 이상 통하지 않는다. 앞으로 외교·안보 질서에 따라 우리는 미리 준비하고 대비해야 한다.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핵무장을 진지하게 고민할 시기다. 

-한국은 어떤 고민을 해야 하나?

▲핵무장은 미국 정부와 충분한 논의를 통해 국제질서 안에서 이뤄져야 한다. 이 때문에 당 차원의 더 세밀한 정책적 준비와 정부와의 긴밀한 협력을 전개할 필요성이 제기된다. 우리 당에서 이런 의제를 공격적으로 제시해야 정부 입장서도 미국 정부와의 협상서 협상력을 강화할 수 있다. 나토 정상회의를 계기로 열린 한·미 정상회담서 한반도 핵 억제, 핵 작전 지침이 발표됐다. 확장억제 실행력을 강화하고 한·미동맹을 핵 기반 동맹으로 격상시키는 데 실질적으로 기여하게 된 셈이다. 

<ckcjfdo@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나경원-원희룡 단일화는?

국민의힘 당권주자 후보인 나경원 후보와 원희룡 후보의 단일화 여부가 안갯속에 빠졌다.

현재 단일화에 대한 논의는 진전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당초 단일화는 원 후보 측에서 먼저 띄웠으나, 나 의원 측에서는 일찌감치 선을 그었다. 

그러나 상황이 바뀌자 나 후보 측에서는 우회적으로 단일화 이야기를 꺼냈다.

나 후보는 자신의 SNS에 “아직 한동훈의 시간이 아니다”라며 “원 후보의 헛발질 마타도어, 구태한 네거티브가 기름을 얹었다. (원 후보가) 한동훈 캠프 수석 응원단장”이라고 두 인물을 동시에 타격했다. 

그러면서 “원 후보는 절대로 한 후보를 이길 수 없다”고 밝혔다.

이를 두고 두 인물을 동시에 비판하면서 사실상 원 후보에게 단일화를 압박하는 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한편 한 후보의 러닝메이트로 불리는 진종오 청년 최고위원 후보를 견제하기 위한 원 후보 측과 나 후보 측의 청년 최고위 후보의 단일화 논의도 사실상 무산됐다.

전당대회 레이스는 곧 종점에 다다를 예정이다.

선거 결과는 오는 23일 전당대회 당일에 발표하는데, 과반 득표자가 나오지 않을 경우 28일 결선투표가 열린다. <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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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아웃’ 김병기 수난 시대

‘투아웃’ 김병기 수난 시대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지난 6월 김병기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후보가 서영교 의원을 누르고 22대 더불어민주당 2기 원내대표로 당선됐다. 김 원내대표는 내란 종식과 헌정 질서 회복, 권력기관 개혁을 외쳤다. 이로부터 두 달 뒤인 8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정청래 신임 당 대표가 선출됐다. 이재명정부 첫 여당 지도부가 제모습을 갖추면서 안정 궤도에 접어드는 듯했다. 약 한 달도 지나지 않아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김병기 원내대표와 정청래 대표의 첫 갈등이 불거졌다. 정 대표가 지난 9월11일 여야 원내 지도부가 합의한 3대 특검법 합의안에 대해 “협상안을 수용할 수 없고, 지도부 뜻과 달라 재협상을 지시했다”고 밝히면서다. 불안불안 이인삼각 특검법 개정안의 핵심인 기간 연장을 제외한 채 합의해 특검법의 취지와 정면으로 배치된다는 게 정 대표의 입장이다. 김 원내대표는 곧바로 반박했다. 원내 지도부와의 긴급회의를 거듭하던 그는 밖에서 기다리던 취재진을 향해 “정청래한테 공개 사과하라고 그래!”라며 소리쳤다. 이후 당 안팎에서 원성이 쏟아지자 김 원내대표는 오히려 취재진을 향해 “왜 자꾸 합의라고 그러느냐”고 물었다. 그는 “(합의가 아니라) 1차로 논의한 것이고, 무엇보다도 의원총회에서 추인을 받아야 한다”며 “수사 기간과 규모에 다른 의견에 있으면 그 의견을 따라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어제 총론만 (발표)하고 나갔는데 원내수석들이 각론에서 너무 많이 나갔다. 마치 합의가 된 것처럼 보도됐다”며 합의문이 아니라는 점을 재차 강조했다. 두 사람 간의 갈등은 사흘 만인 13일 봉합됐다. 김 원내대표는 자신의 SNS에 “심려 끼쳐서 죄송하다. 심기일전해 내란 종식과 이재명정부의 성공을 위해 분골쇄신하겠다”고 게시글을 작성했다. 이렇게 냉전은 끝났지만 지지층의 비난은 거셌다. 김 원내대표를 향해 ‘수박’ ‘변절자’ 등 원색적인 비판을 쏟아내며 의심의 눈길을 보냈다. 문재인정부 당시 민주당 대표를 지냈지만 지난 대선에서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의 손을 들어준 이낙연 전 국무총리의 행보와 비교하는가 하면 ‘역시 서영교 의원을 뽑아야 했다’는 자조 섞인 목소리도 나왔다. 지지층의 미묘한 기류가 이어지는 가운데 이번에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이하 법사위) 검사 징계안을 놓고 두 번째 갈등이 터졌다. 법사위 소속 범여권 의원들이 대장동 항소 포기에 반발한 검사장 18명을 고발한다고 밝힌 데 대해 “협의가 없었다”고 선을 그으면서 개혁 의지가 부족하다는 비판이 나온 것이다. 지난달 19일 법사위 소속 민주당·조국혁신당·무소속 등 범여권 의원들은 검찰의 대장동 사건 항소 포기에 이의를 제기한 검사장 18명을 국가공무원법 위반으로 경찰에 고발했다. 여당 간사인 민주당 김용민 의원은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검찰 조직 기강과 헌정 질서를 무너뜨린 검사장 18명의 집단 항명 행위에 대해서 국가공무원법 위반 혐의로 고발한다”고 밝혔다. ‘당심’이 뽑은 정, ‘의심’이 뽑은 김 연일 삐거덕…벌써 이재명 리더십 부재? 김 원내대표는 고발 소식이 알려진 뒤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지금 봤다”며 “그렇게 민감한 것은 정교하고 일사불란하게 해야 한다. 협의를 좀 해야 했다”고 당혹한 기색을 보였다. 이어 “뒷감당은 거기서 해야 할 것”이라며 고발장을 제출한 법사위 쪽에 책임을 물었다. 법사위의 검사장 고발은 원내 지도부뿐 아니라 당 지도부와도 사전 논의가 없었다는 게 김 원내대표의 설명이다. 하지만 김용민 의원은 검사장 고발 문제에 대해 “당의 기조와 흐름이 잡혀 있는 상태에서 저희가 고발장을 그날 제출하는 기자회견을 한 것뿐, (원내 지도부와) 소통이 없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김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원내(지도부)와 소통할 때 이 문제를 법사위는 고발할 예정이라는 걸 얘기했다”며 “원내가 많은 사안을 다루다 보니까 (고발 문제를) 진지하게 듣거나 기억하지 못하셨을 가능성은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저희가 더 적극적으로 설명을 해야 했지 않았느냐는 지적을 한다면 겸허하게 받아들이겠다”면서도 “소통이 아예 없지는 않았다”고 덧붙였다. 당시 한 여권 관계자는 “당 대표가 당 전체를 이끄는 일이라면 원내대표는 말 그대로 원내 상황을 조율하고 총괄하는 위치인데, 오히려 갈등을 키우고 있으니 (민주당) 의원들도 혼란스러운 것”이라며 “이런 상황이 조금씩 노출되면서 지지층까지 불안함을 느끼는 것 같다”고 진단했다. 당과 원내, 강경파와 온건파로 나뉜 민주당의 배경에는 정 대표와 김 원내대표의 선출 방식이 거론된다. 강경 지지층이 밀어 올린 정 대표와 달리 김 원내대표는 당내 의원 선거를 통해 당선됐다. 당시 원내에 친명(친 이재명)계가 다수 포진했던 만큼 김 원내대표 의중은 ‘명심(이재명 대통령의 의중)’에 가깝다. 더 강하고 더 빠르게 개혁을 외치는 정 대표의 지지층과 사사건건 부딪칠 수밖에 없는 이유다. 그런 강성 지지층에게 김 원내대표는 이미 ‘투아웃’이다. 여기에 정 대표의 공약이었던 대의원과 권리당원 간 표 반영 비율을 ‘1대 1’로 변경하는 당헌·당규 개정이 부결되면서 지지층의 반발이 거세질 것으로 전망된다. 밑서 치솟고 위서 누르고 그동안 민주당은 당 대표나 최고위원 등 선출 시 대의원과 권리당원 투표 반영 비율을 20:1 미만으로 규정해 왔다. ‘동등한 1인1표제’는 정 대표가 당 대표 경선 당시 공약으로 내건 정책 중 하나로 “나라의 선거에서 국민 누구나 1인1표를 행사하듯 당의 선거에서도 누구나 1인1표를 행사해야 한다”고 추진 배경을 설명했다. 일부 의원들 사이에서조차 ‘졸속 추진’이라는 비판이 나오면서 정 대표와 김 원내대표 두 사람 모두 시험대에 올랐다. 정 대표 쪽에선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는 ‘이재명 대통령이 당 대표였던 때부터 추진됐던 개혁의 실현’이라고 주장하고 있으나 일각에서 ‘시기’와 ‘방법’을 문제 삼는 등 반대 의견에 부딪혔다. 권리당원의 힘으로 대표직에 오른 지 3개월이 조금 지난 상황에서 1인1표제를 추진하자 친명계 조직인 ‘더민주혁신회의’와 일부 당원 등을 중심으로 비판이 제기된 것이다.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1인1표제를 공개적으로 비판했다. 이 최고위원은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 논란이 커지고 있는데 이는 찬반의 문제라기보다 절차의 정당성·민주성 확보, 그리고 취약 지역(영남 등)에 대한 전략적 규제와 과소 대표성이 핵심”이라고 분석했다. 친명계인 윤종군 의원도 SNS를 통해 “당원주권 강화 방향에 동의한다”면서도 “전 지역 권리당원 표를 1인1표로 하는 것에는 이견이 있다. TK(대구·경북) 등 영남지역 당원 자긍심 저하, 당세 확장 장애 조성이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현 상황과 관련해서 한 정치권 관계자는 “당 대표는 당 컨트롤이 안 되고, 원내대표는 의원들 컨트롤이 안 되는 상황”이라며 “지난 지도부(이재명 당 대표, 박찬대 원내대표)가 워낙 합이 좋았고 당 대표 리더십도 강했기 때문에 더욱 비교된다. 중심축이 없으니 엎치락뒤치락하면서 반 발자국만 앞서도 자기 정치라는 뒷말이 나오는 것”이라고 봤다. 결국 정 대표의 1인1표제는 중앙위원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지난 5일 치러진 투표 결과 중앙위원 총 593명 중 373명이 투표에 참여해 찬성 277표, 반대 102표로 과반이 찬성하지 않아 부결된 것이다. 남은 고비 얼마나? 원내 일각에서는 무리하게 밀어붙인 ‘정청래발 개혁’에 우려를 표하고 있다. 김 원내대표의 고충 역시 이와 궤를 같이한다는 해석이 나온다. 대통령실에서조차 몇 차례 속도 조절을 주문했지만, 지지층을 등에 업은 정 대표는 ‘개혁 골든 타임’을 필두로 숨 가쁘게 달리고 있다. 그런 김 원내대표가 내란전담재판부 추진을 못 박으면서 ‘쓰리아웃’은 겨우 면했다는 분석이다. 그는 지난달 24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내란전담재판부는 국민의 명령이기 때문에 당연히 설치한다”며 “여기에 대해 더는 설왕설래하지 않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내란 사범에 대한 ‘사면권 제한’ 조치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김 원내대표는 “시간이 지나면 내란 사범이 사면돼 거리를 활보하지 못하도록 내란 사범에 대한 사면권을 제한하는 법안도 적극 관철하겠다”며 “내란 사범을 사면하려면 국회 동의를 받도록 하겠다”고 설명했다. 만일 윤석열 전 대통령 등 내란 주요 피의자에 대한 내란죄가 확정될 경우 사면 가능성을 원천 차단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이로부터 약 일주일 뒤인 지난 4일 범여권의 주도로 ‘내란전담재판부(내란특별재판부)’ 설치법이 법사위 전체회의를 통과했다. 법사위는 해당 법안을 이달 중 본회의에서 처리하겠다며 속도를 냈다. 해당 재판부는 12·3 내란 사태와 관련해 윤 전 대통령 등이 연루된 내란 사건 전담을 골자로 한다. 내란전담재판부 판사 및 영장전담법관 추천위원회는 헌법재판소장을 비롯한 법무부 장관과 판사회의에서 추천한 총 9명으로 구성된다. 내란전담재판부로 성난 지지층 달래도… 위헌 폭탄 껴안고 걸어가는 ‘불’꽃길 구성을 마친 추천위원회는 2주 안에 영장전담법관과 전담재판부를 맡을 판사 후보자를 각각 정원의 2배수로 추천해야 하며 최종 임명은 대법원장의 몫이다. 또 형사소송법상 피고인의 구속기간은 최대 6개월이지만 특별법에서는 내란·외환 관련 범죄에 대해 구속기간을 1년까지 연장할 수 있도록 했다. 국민의힘은 위헌 소지가 있다며 반발했다.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은 “한마디로 판사가 마음에 안 든다고 골라 쓰겠다는 ‘지귀연 판사 바꾸자는 법’”이라며 “사법부의 무작위 배당 원칙을 위반하는 것일 뿐 아니라 이미 재판하는 사건도 뺏어서 다른 판사한테 맡기겠다는 삼권분립의 침해”라고 지적했다. 이날 법사위에 출석한 천대엽 법원행정처장 역시 “1987년 헌법 아래 누렸던 삼권분립, 사법부 독립이 역사의 뒤안으로 사라질 수 있다”며 “내란특별재판부법에 여러 가지 위헌 요소가 있다”고 반대했다. 천 처장은 “헌법재판소가 결국 이 법안에 대해 위헌 심판을 맡게 될 텐데 헌재소장이 추천권에 관여한다면 심판이 선수 역할을 하게 돼 룰에 근본적으로 모순이 생긴다”며 “헌법재판소장과 직·간접적 관계에 있는 헌법재판관들이 재판(위헌심판)을 맡을 수 없게 된다면 ‘내란특별헌법재판부’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 이 법이 예정하고 있는 바”라고 설명했다. 내란전담재판부 추진으로 개혁 동력을 얻었지만 후폭풍까지 감당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위헌 가능성을 지닌 사법개혁을 진행하는 건 위험요소가 다분할뿐더러 원내대표로서 지방선거를 6개월 앞두고 중도층 민심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는 점에서다. 한 민주당 출신 의원은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에서 “지금 민주당은 집단 의존 증상이 있다. 지난 총선에서 이재명 당시 대표에게 충성하는 정치인만 대거 유입되다 보니 여당이 된 지금 제대로 갈피를 못 잡는 것”이라며 “2차 종합 특검 문제를 어떻게 할 것인지, 내란전담재판부를 어떻게 꾸릴 것인지, 조희대 대법원장을 어떻게 할 것인지 등에서 국민의 피로도를 높이지 않으면서도 종합적인 전략을 짤 사람이 없다”고 지적했다. 175석 버거웠나 그러면서 “내란전담재판부가 설치되면 국민의힘이 위헌을 걸 것이고, 법원에서 위헌 소지가 있다고 보는 만큼 위험성도 크다. 하지만 헌재에서 위헌 판결을 내리지 못하게 하려면 민심을 우리 편으로 끌고 와야 하는, 법률 싸움이 아닌 고도의 민심 싸움에서 이겨야 한다”고 덧붙였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원팀’ 원내대표단?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단에 때아닌 ‘내 편 봐주기’ 논란이 일었다. 민주당 문진석 당 원내운영 수석 부대표가 인사청탁 의혹에 휩싸였지만 ‘엄중 경고’에 그치면서 팔이 안으로 굽은 게 아니냐는 지적이다. 앞서 지난 2일 문 수석이 본회의장에서 김남국 대통령실 디지털소통비서관에게 문자로 특정 인물을 거론하며 “내가 추천하면 강훈식 실장이 반대할 거니까 아우가 추천해줘”라고 보냈고, 이에 김 비서관이 “제가 (강)훈식이 형이랑 (김)현지 누나한테 추천할게요”라고 답한 것이 언론에 포착됐다. 인사 청탁 논란이 불거지자 문 수석은 “부적절한 처신에 송구하다”고 고개를 숙였지만 국민의힘은 ‘김현지 실세’ 프레임을 다시 띄우며 이재명정부를 압박했다. 김 원내대표의 엄중 경고로 논란을 수습하려는 분위기가 이어지자 강성 지지층은 “과감히 내쳐야 한다”며 더 강한 징계를 요구하고 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