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열사 미끼로…’ 한컴가 차남 코인사기 전말

  • 김성민 기자 smk1@ilyosisa.co.kr
  • 등록 2024.07.22 10:10:07
  • 호수 1488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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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끼리끼리’ 사기꾼과 어울리다…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한글과컴퓨터 김상철 회장의 차남 김모씨가 가상화폐로 90여억원대 비자금을 조성, 사적으로 사용한 혐의로 기소돼 실형을 받았다. 김씨는 지난해 12월, 한글과컴퓨터 계열사인 한컴위드서 지분을 투자한 ‘아로와나 토큰’을 이용해 범죄를 저질렀다. 특히, ‘청담동 주식 사기’ 이희진이 아로와나 토큰의 시세조종 행위에 가담했다는 의혹도 재조명될 전망이다.

수원지법 성남지원 제1형사부(부장판사 허용구)는 지난 11일,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배임 혐의로 기소된 김씨의 선고공판을 열고 징역 3년을 선고했다. 또 같은 혐의로 함께 기소된 아로와나 테크 대표 정모씨는 징역 2년 6개월을 선고받았다. 

이들은 지난 3월 보석으로 석방돼 불구속 재판을 받아왔으나 이날 실형 선고로 법정 구속됐다. 경찰은 비자금 조성 혐의로 수사해 온 김 회장의 신병 확보 절차에 들어간 것도 확인됐다. 김 회장은 ‘아로와나 토큰’으로 비자금을 조성한 사건 전반을 주도한 혐의를 받고 있다.

징역 3년

앞서 검찰은 김씨에게 징역 9년 구형, 추징금 96억여원을 선고해달라고 요청했다. 재판부는 피고인들의 범죄사실에 대해서는 유죄가 인정되나 추징금에 대해서는 검사가 제출한 것만으로는 범죄 피해 재산에 대한 추징 요건을 충족하기 어렵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한컴 그룹의 총수 아들과 자회사 대표가 일반인들의 투자금을 끌어모아 이를 유용한 형태를 고려하면 이 사건 범죄는 매우 중대하고 사회적 해악이 너무 커 엄하게 처벌할 필요가 있다”고 판시했다. 다만 “피고인들은 범행을 인정하고 반성하는 태도를 보이고 있고 형사 처벌 받은 전력이 없다”며 “일부 투자자와 합의한 점과 피해 회사에서 처벌불원서를 제출한 점은 유리한 정상으로 참작한다”고 양형 기준에 대해 설명했다.

김씨 등은 2021년 12월부터 2022년 6월까지 국내 가상자산 컨설팅 업자에게 아로와나 토큰 1457만1344개 매도를 의뢰해 수수료 등을 공제한 정산금 80억3000만여원 상당의 이더리움과 비트코인을 김씨 개인 전자지갑으로 전송받는 방법으로 비자금을 조성한 혐의로 지난해 12월 재판에 넘겨졌다.

또 2022년 3월 해외 가상자산 관련 업자에게 아로와나 토큰 400만개 운용과 매도를 의뢰하고, 운용 수익금 15억7000만원가량의 가상화폐를 김씨 개인 전자지갑으로 전송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이들이 이렇게 조성한 비자금은 96억원에 달하는데, 이 사건에 김 회장이 깊이 관여했다는 게 경찰의 판단이다.

김씨는 이렇게 조성한 비자금 96억여원을 NFT(Non-fungible token·대체불가능토큰) 구입, 주식매입, 신용카드 대금 지급, 백화점 물품 구입 등 개인적으로 사용한 것으로 파악됐다.

한컴그룹 측 자금으로 인수된 아로와나 테크는 아로나와 토큰 5억개를 발행하면서 디지털 6대 금융사업 플랫폼서 이용할 수 있는 가상자산이라고 홍보했다.

이후 아로와나 토큰은 2021년 4월20일 국내 가상자산 거래소에 상장됐으나, 지난해 8월 ‘실현 가능성이 희박하다’는 이유로 상장 폐지됐다. 현재 상장 폐지 상태인 아로와나 토큰은 2021년 4월20일, 첫 상장 후 30분 만에 최초 거래가인 50원서 1075배(10만7500%)인 5만3800원까지 치솟아 시세조작 의혹이 불거졌다.

이와 함께 김 회장이 아로와나 토큰을 이용해 100억원 가까운 비자금을 조성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경찰은 2022년 10월 한컴그룹 회장실 및 한컴위드 본사, 김 회장 자택 등에 대한 압수수색을 벌이며 수사를 본격화했다. 

이어 이듬해 12월 이 사건에 관여한 혐의로 김 회장의 차남과 한컴위드 사내 이사인 김모씨, 가상화폐 운용사 아로와나 테크 대표 정씨를 구속했다.

오너 아들 가상화폐로 90억원 비자금 조성
자회사 대표와 투자금 전자지갑으로 빼돌려

법원은 이날 김씨에게 징역 3년을, 정씨에게 징역 2년6개월을 각각 선고했다. 재판부가 선고 후 김씨와 정씨에게 “할 말이 있느냐”고 묻자 정씨는 고개를 숙인 채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반면 김씨는 “다시 한번 기회를 달라. 죄송하다”며 울먹였다.

경찰이 김 회장에 대한 혐의 입증이 끝났다고 보고 사전구속영장을 신청한 가운데 법원이 이 사건 공범인 김씨와 정씨에게 유죄 판결을 내리면서 향후 수사 결과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검찰은 경찰이 신청한 김 회장의 사전구속영장을 법원에 청구할지를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 관계자는 “수사 중인 사안이라 확인해 줄 수 없다”고 했다.

한컴 측은 “김상철 회장에 대해 경찰서 구속영장을 신청한 것과 관련해 주주, 투자자, 고객, 임직원을 비롯한 많은 이해관계자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 드린 점 매우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며 “한컴과 회사의 경영진은 해당 사업에 전혀 관여한 바가 없다”고 강조했다.

이어 “한컴을 비롯한 각 그룹사는 이미 대표이사 중심으로 경영되고 있으며, 이번 구속으로 인해 한컴을 비롯한 그룹사들의 실질적인 경영에는 전혀 문제나 영향이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아로와나 토큰 시세조종에 ‘청담동 주식 사기꾼’ 이희진과 동생 이희문이 개입했다는 의혹이 불거지면서 세간의 주목을 받기도 했다. 이씨 형제가 암호화폐 MM에 관여했다는 의혹은 2021년부터 불거졌다. 당시 이들은 미국 국적 사업가 김경남과 아로와나 토큰의 시세조종에 가담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로와나 토큰이 1000배 넘게 폭등하며 시세조작 논란에 휩싸이자 김 회장의 비자금 창구라는 의혹도 불거졌다. 이희문은 한 암호화폐 발행업체 대표와 통화에서 아로와나 토큰의 MM 공모를 인정했다. 지난해 3월경 이희문은 암호화폐 발행업체 대표 A씨와 한 통화에서 “저희는 (김경남이 아로와나 토큰을)팔아 달라고 해서 팔아준 것이 전부”라고 말했다.

이희문은 김경남과 함께 다른 암호화폐에 대한 MM도 진행했다는 취지로 말했다. 이희문은 “저희가 MM 한두 개만 한 것이 아니다”며 “MM을 하루에 한 것이 아니라 일주일서 열흘 정도 (시간을 두고)MM을 했다”고 부연했다.

A씨는 통화에서 “이희문 외에 이희진도 김경남과 같이 MM 작업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면서도 “주가조작 때와 마찬가지로 겉만 번지르르한 암호화폐를 내세워 투자자들 돈을 갈취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주식 사기’ 이희진과 연관?
김상철 회장 주도 혐의도

김경남은 블록체인 기반으로 운영되는 ‘헤리티지DAO(탈중앙화자율조직)’의 설립자로 알려져 있다. 그는 이씨 형제와의 관계를 부인했다. 김씨는 <시사저널>과 한 통화에서 “이희진, 이희문과는 일면식도 없다”며 “협업하거나 연락을 주고받은 적도 없다”고 부인했다.

시세조종 의혹과 관련해서는 “나와 관련된 사업체나 재단서 아로와나 토큰의 MM을 진행하거나 이를 위한 약정을 체결한 사실이 없다”며 “(이외의 코인에 대한)MM에 관여한다는 소문 역시 사실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한편, 이희문과 김경남이 시세를 올린 암호화폐는 아로와나를 포함해 다수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씨 형제는 피카, 아로와나 외에도 전기차 관련 T코인, 반려동물 관련 G코인 등 가격을 인위적으로 띄우는 등 MM으로 차익을 거둔 뒤 유용한 혐의(사기,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배임)를 받는다.

MM 대상으로 거론된 일부 암호화폐는 상장폐지됐거나 투자유의 종목으로 지정됐다.

이씨 형제는 2014~2016년 비인가 투자회사를 운영하며 시세차익 130억여원을 챙긴 혐의를 받았다. 증권방송서 특정 비상장주식에 대한 허위·과장 정보를 퍼뜨려 수백여명에게 투자를 유도, 200억원대 손해를 보게 한 혐의도 있다. 

이로 인해 이씨 형제는 2016년 9월23일 구속 기소됐다.

대법원 형사2부(주심 박상옥 대법관)는 2020년 1월30일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위반 등의 혐의로 기소된 이희진에게 징역 3년6개월에 벌금 100억원을 선고하고 122억여원의 추징을 명령한 원심을 확정했다. 함께 기소된 동생 이희문에게는 징역 2년6개월에 집행유예 4년을 확정했다. 이희진은 2020년 3월 만기 출소했다.

출소 직후 이씨 형제의 MM은 일반투자자들에게 손실을 입혔다. 하지만 MM 작업과 관련한 혐의 입증은 쉽지 않다는 것이 법조계와 업계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MM은 통상 내부계약에 따라 이뤄진다. 내부 폭로자가 아니면 이를 외부서 알기 어려운 구조다. 가상자산 거래의 성격상 증거인멸도 쉽다.

업계 관계자는 “거래소에 코인이 처음 상장된 이후 유동성이 공급돼야 한다”며 “이에 상장 코인에는 MM이 당연히 전제되고 이를 관련 업체에선 인지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문제는 코인 가격을 띄웠다가 다시 내리는 과정서 MM팀이 막대한 시세차익을 챙기는 일이 생긴다”면서 “이는 곧 투자자들의 손실로 이어지고, 사실상 다단계 사기와 같은 피해 구조가 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처벌 기준이 뚜렷하지도 않다. 6월30일 국회 문턱을 넘은 가상자산이용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은 매매·거래 유인 목적의 시세조종 행위 등에 대한 처벌 규정을 담았다. 하지만 이 법은 2024년 7월19일 시행된다. 1년여간 규제 공백 상태인 것이다. 현재로선 사기 등 혐의를 적용할 수밖에 없다.

아로와나 토큰

지난해 MM 사기와 관련한 사법부의 판단 기준이 처음 나왔다. 서울중앙지법은 2022년 9월27일 특경법 위반 등으로 기소된 가상자산 업계 관계자 한모씨에게 징역 5년과 벌금 10억원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당시 “‘MM팀을 통한 펌핑(pumping·가격 상승)’ 등과 같은 비정상적 시세조종·조작을 통해 가상자산의 가격을 인위적으로 상승시킬 수 있다며 투자를 유인한 경우”에 대해 사기로 볼 수 있다고 판단했다.

가상자산 전문인 한상준 법무법인 대건 변호사는 “현재는 규제 공백 상태지만 MM과 관련해 특경법상 사기 혐의 등을 핵심적으로 적용할 수 있다”며 “MM팀이 코인 가격을 끌어올렸다가 일반투자자들에게는 떨어뜨리는 덤핑 행위가 사기에 해당한다는 판례들이 최근 나오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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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경찰 압수 비트코인 ‘1400억’ 털린 내막

[단독] 경찰 압수 비트코인 ‘1400억’ 털린 내막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경찰이 압수한 비트코인 1700여개 중 1400개 이상이 사라졌다. 전체 피해액은 최소 1300억원에서 최대 1500억원 수준으로 추산된다. 충격적인 것은 탈취 시점과 방식, 그리고 접속 기기까지 모두 경찰 수사 과정과 맞물려 있다는 점이다. 단순 해킹으로 보기 어려운 정황이 잇따라 확인되면서 사건의 성격이 ‘내부 연루 의혹’으로 급격히 기울고 있다. 사건의 출발은 2021년 11월 광주경찰청 반부패경제범죄수사대의 불법 도박사이트 수사였다. 광주청 수사과 소속 경사 김모씨 등은 범죄수익은닉 혐의 압수수색영장을 집행하며 불법 도박장 개설 혐의 등을 받은 비트세븐 거래소 대표 이모씨의 블록체인닷컴 지갑에 접속했다. 6분 간격 연결고리 당시 경찰은 피의자 이씨의 블록체인닷컴 지갑 계정에 접속해 비트코인 1798개를 확인했다. 경찰은 같은 날 오전 11시58분부터 약 40분간 27차례에 걸쳐 135개를 이체하며 1차 압수를 진행했다. 이후 접속이 차단됐다고 주장했지만, 불과 몇 시간 뒤인 11월10일 새벽과 오후, 경찰청 사무실에서 추가로 185개를 더 이체했다. 총 320개가 ‘정식 압수’됐다. 문제는 그 다음이었다. 2021년 11월10일 오후 8시28분. 김 경사는 압수된 계정의 연동 이메일을 자신의 구글 계정으로 변경한다. 그리고 불과 12분 뒤인 8시40분부터, 지갑에 남아 있던 비트코인 1477개가 195차례에 걸쳐 외부 주소로 빠져나갔다. 압수 직후, 그것도 계정 권한이 경찰에게 완전히 넘어간 직후 벌어진 대규모 탈취였다. 블록체인닷컴이 제출한 IP 로그는 더욱 노골적이다. 11월9일부터 10일 오후 8시32분까지 모두 한국 IP를 사용한 수사관 접속 기록이다. 이후 마지막 김 경사의 접속 6분 뒤, 미국·우크라이나·캐나다 IP를 통한 접속이 연속으로 발생한다. VPN을 이용한 김 경사로 의심되는 ‘탈취자’의 접속이다. 수사관 로그인 → 6분 후 탈취 로그인 → 즉시 대량 이체로 이어진 것이다. 외부 해커의 우연한 침입이라 보기에는 타이밍이 지나치게 촘촘하고 정교하다. 결정적인 단서는 디바이스 로그다. 블록체인닷컴 측이 제공한 자료에 따르면, 해당 계정에는 단 두 종류의 기기만 기록돼있다. 하나는 윈도우 기반 데스크톱, 다른 하나는 안드로이드 모바일이다. 이 중 안드로이드 접속은 단 한 번, 우크라이나 IP를 통해 이뤄졌다. 나머지 탈취 접속은 모두 윈도우 데스크톱이다. 문제는 그 윈도우 기기다. 로그에는 수사관이 사용한 윈도우 기기 외에 다른 데스크톱 기록이 존재하지 않는다. 즉, 탈취자가 사용한 윈도우 PC가 별도 기기였다면 반드시 추가 로그가 남아야 하지만 그마저도 없다. 탈취 접속에 사용된 윈도우 기기가 수사관이 사용한 기기와 동일하다는 것이다. 수사관 접속 후 VPN 유출 시작 경찰이 사용한 기기가 쓰였다? 탈취 당시 상황도 석연치 않다. 계정 연동 이메일이 김 경사의 개인 계정으로 바뀐 직후 탈취가 시작됐다. 이 과정에서 최소 198건의 출금이 발생했다. 정상이라면 동일 수량의 알림 이메일이 수신돼야 한다. 그러나 김 경사의 이메일에는 단 7건만 남아 있다. 나머지 191건은 흔적조차 없다. 더욱이 김 경사는 당시 사무실에 남아 있었고, 탈취 시간 동안 계정 재접속을 시도했다고 진술했다. 그럼에도 본인 이메일로 전송된 출금 알림을 전혀 인지하지 못했다는 설명이다. 단순 실수로 보기엔 삭제 규모가 과도하다. 선택적 삭제 가능성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수사 협조 전문가 박모씨의 분석 자료에서도 이해하기 어려운 정황이 발견됐다. 박씨는 11월11일 저녁, 탈취 자금 흐름을 분석한 노드 자료를 김 경사에게 전달했다. 그런데 해당 자료에는 그 시점 기준 아직 발생하지 않은 미래 트랜잭션이 포함돼있었다. 실제 해당 거래는 다음 날 새벽에야 블록체인에 기록된 것으로 확인된다. 블록체인 구조상 발생하지 않은 거래를 사전에 확인하는 것은 원칙적으로 불가능하다. 이 때문에 해당 자료가 사후 수정됐거나, 탈취 경로를 사전에 알고 있었던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다. 이씨는 사건 발생 한 달 뒤 탈취 사실을 인지하고 검찰에 진정을 제기했다. 이후 추가 진정까지 제출했지만, 수사는 2024년까지 사실상 진행되지 않았다. 그러다 뒤늦게 수사가 이뤄졌고, 결과는 반전이었다. 탈취 의혹은 규명되지 않은 채, 오히려 피해자가 허위 고발을 했다며 무고 혐의로 기소된 것이다. 국가 수사기관이 압수한 비트코인이 경찰 손을 거친 직후 대량으로 사라졌으나, 코인의 주인은 구속되고 경찰은 의심에서 벗어났다. 단순 해킹이라 보기에는 시점과 방식, 그리고 이후 수사 흐름까지 모든 것이 비정상적이다. 법원도 이미 “누군가 계정에 접근해 비트코인을 이체했다”고 판단했고, 검찰은 수사 정보 유출 의혹까지 제기하고 경찰을 상대로 압수수색을 벌였다. 정작 탈취 의혹을 제기한 당사자는 무고 혐의로 법정에 서 있는 상황이다. ‘누가 훔쳤는가’라는 본질적 질문은 여전히 답을 얻지 못한 채 사건은 미궁으로 빠졌다. 알림 191건 흔적 없이… 경찰은 1일 전송 한도 때문에 압수가 며칠에 걸쳐 이뤄지는 사이, 이씨 측이 이를 빼돌렸다고 판단했다. 반면 이씨 측은 정반대 주장을 펼쳤다. 계정 접근권한을 사실상 장악한 수사기관 내부에서 탈취가 이뤄졌을 가능성을 제기한 것이다. 사건은 단순 범죄수익 환수 문제를 넘어 ‘압수된 국가 관리 자산이 어떻게 사라졌는가’라는 근본적 의문으로 확장됐다. 광주지법 항소심은 도박공간 개설과 범죄수익은닉 혐의 자체는 유죄로 인정하면서도, 사라진 1476개 비트코인에 대해서는 이씨의 책임을 인정하지 않았다. 재판부는 “누군가 이씨의 블록체인 계정에 접근해 당시까지 남아있던 비트코인 대부분을 다른 지갑으로 이체해 갔다”고 판시했다. 이는 곧 해당 비트코인의 이동 주체가 이씨로 특정되지 않았음을 의미한다. 그 결과 1심에서 600억원대에 달했던 불법 도박장 개설 혐의 등에 대한 추징금은 항소심에서 15억원 수준으로 대폭 줄어들었다. 이 판결은 중요한 함의를 갖는다. 법원이 최소한 “외부 혹은 제3자의 개입 가능성”을 인정했다는 점에서다. 즉, 단순히 피고인이 숨기거나 빼돌린 사건이 아니라, 압수된 계정에 대한 추가 접근이 있었고 실제 자산 이동이 발생했다는 사실 자체는 부정되지 않았다. 검찰 역시 이 사건을 단순히 피고인 책임으로만 보지 않았다. 2023년 11월 검찰은 광주경찰청과 서부경찰서를 상대로 압수수색을 실시했다. 수사 정보가 외부로 유출됐을 가능성과 압수 과정의 적법성을 확인하기 위한 조치였다. 이 과정에서 사건 브로커와 거액 자금 흐름까지 거론되며 사건은 더욱 복잡한 양상으로 번졌다. 단순한 도박사이트 수사가 아니라 수사 기밀, 로비, 가상자산 이동이 뒤엉킨 구조적 사건으로 확장된 것이다. 최근 공판에서는 또 다른 쟁점이 드러났다. 증인으로 출석한 전문가 박씨 측 인물은 사라진 비트코인의 이동 경로를 분석한 결과 특정 거래소 계열 지갑으로 이어지는 흐름이 확인된다며, 도박사이트 운영 세력이 직접 자금을 이동시켰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의심받는 수사관 반면 이씨 측은 사건 직후 오히려 검찰에 진정을 제기하며 탈취 의혹을 먼저 제기한 점을 강조하며, 스스로 범행을 저질렀다면 그런 행동을 할 이유가 없다고 반박했다. 또 블록체인닷컴 측 자료에 따르면 ‘탈취자’는 VPN을 이용해 해외 IP로 접속했으며, 일부 접속은 데스크톱 환경에서 이뤄진 것으로 분석됐다. 만약 이 분석이 사실이라면, 압수 과정에서 사용된 기기와 탈취에 사용된 기기가 동일하거나 밀접하게 연관됐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다만 이 같은 기술적 분석은 현재까지 법원에서 확정된 사실이 아니라는 점에서 추가적인 검증이 필요한 상황이다. 이메일 기록 역시 의문을 키운다. 탈취 과정에서 수백건에 달하는 출금이 발생했다면 이에 상응하는 알림 메일이 존재해야 정상이다. 그러나 일부 기록만 남아 있고 상당수는 확인되지 않는다는 주장도 나온다. 만약 실제로 알림이 발송됐음에도 기록이 남아 있지 않다면, 이는 단순 오류가 아니라 의도적 삭제 가능성까지 의심할 수 있는 대목이다. 결국 이 사건은 세 가지 축으로 압축된다. 첫째, 경찰이 압수한 가상자산이 왜 완전히 확보되지 못했는가. 둘째, 압수 이후 누가 해당 계정에 접근해 자산을 이동시켰는가. 셋째, 그 과정에서 수사기관 내부 혹은 외부 세력의 개입이 있었는가다. 상식적으로 국가가 압수한 자산은 그 어떤 개인소유보다도 안전하게 보호돼야 한다. 그러나 이 사건에서는 정반대 결과가 나타났다. 압수 직후 대규모 자산이 사라졌고, 책임 소재는 규명되지 않았으며, 의혹을 제기한 당사자는 오히려 피고인 신분이 됐다. 계정 변경 직후 사라져 이메일 변경 직후 작업 이 사건이 단순한 형사사건을 넘어서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만약 압수된 자산조차 안전하게 관리되지 못한다면, 국가 형사사법 시스템에 대한 신뢰 자체가 흔들릴 수밖에 없다. 특히 가상자산과 같이 추적과 관리가 기술적으로 가능한 자산에서 이런 일이 발생했다는 점은 더욱 심각하다. 현재까지 드러난 정황만 놓고 보면, 이 사건은 ‘탈취’가 아니라 ‘내부 유출’ 가능성을 강하게 의심케 한다. 한편, 지난달 15일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한 인물은 범행 주체가 경찰이 아니라 탈취범으로 지목된 이씨와 그의 아버지일 가능성이 크다는 취지로 증언했다. 광주지방법원 형사10단독 유형웅 판사는 범죄수익은닉의 규제 및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 등을 받고 있는 이씨 부녀에 대한 속행 공판기일 재판을 열었다. 이씨 부녀는 2021년 11월 경찰 압수수색이 진행되던 중 자신의 블록체인 지갑에 있던 비트코인 1476개를 빼돌린 혐의로 기소됐다. 검사는 이날 A씨를 증인으로 신청해 신문했다. A씨는 과거 이씨 측 부탁을 받고 비트코인 환전에 도움 준 인물이다. 현재는 코인 관련 별도 사기 혐의로 보석 상태에서 재판을 받고 있다. A씨는 이날 검사의 질문을 받고 “이씨 지갑에서 사라진 비트코인 1400여개의 행방을 쫓기 위해 거래 내역을 분석한 결과, 비트세븐 거래소와 연결된 지갑이 다수 등장했다”고 말했다. 이어 “당시 경찰은 일일 전송 제한량이 걸려 있어 이씨 지갑에 있던 비트코인을 여러 날에 걸쳐 경찰 지갑으로 옮겨 압수했는데, 같은 시기 탈취범은 순식간에 이씨 지갑에 있던 비트코인 1400여개를 빼간 것으로 나타났다”고 증언했다. 그러면서 “경찰과 달리 이씨 지갑에서 순식간에 다량의 비트코인을 탈취해 간 점, 탈취된 비트코인 이동 경로에 비트세븐 거래소 지갑이 활용된 점을 고려할 때 탈취범은 비트세븐 거래소를 통제할 수 있는 사람들”이라며 사실상 이씨 부녀를 겨냥했다. 구속된 코인 주인 A씨가 언급한 비트세븐 거래소는 정상적인 가상자산 거래소가 아니라, 이씨 부녀가 해외에 서버를 두고 운영했던 도박사이트라는 주장이다. 비트세븐 거래소와 관련해 이씨는 도박공간 개설 혐의 등으로 대법원에서 유죄 판결을 확정받았다. 다만 해당 재판에서 사라진 비트코인 1476개에 관한 추징(현 시세 기준 약 1620억원) 책임은 인정되지 않아, 검찰은 범죄수익은닉 혐의를 적용해 이씨를 부친과 함께 추가 기소했다. A씨의 증언에 대해 이씨 부녀 측은 즉각 반박하는 대신 별도 의견서를 재판부에 제출하겠다고 밝혔다. <smk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