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우 전쟁 불똥 튄 한반도 안갯속 정세

  • 김민주 기자 alswn@ilyosisa.co.kr
  • 등록 2024.07.02 11:04:41
  • 호수 1486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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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기 대주고 참전까지?

[일요시사 취재1팀] 김민주 기자 = 전 세계가 우크라이나에게 무기를 지원하거나, 러시아에 파병을 보내겠다는 메시지로 가득하다. 여기에 한국도 합세했다. 모든 정책에는 득실이 있지만, 특이점은 러시아가 앞으로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다르다는 것이다. 한국은 ‘살상 무기 지원 불가 원칙’을 깨뜨리는 갈림길에 서 있다.

2022년 2월24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특별 군사작전 개시 명령을 선언하며 우크라이나를 침공했다. 당시 푸틴 대통령의 전쟁 명분은 우크라이나의 비무장화, 비 나치화, 돈바스 지역의 주민을 보호하는 것이었다.

시작은
관망적

러시아는 공식적으로 해당 전쟁을 ‘특별 군사작전’이라고 발표했고, 2021년 말부터는 우크라이나를 둘러싸고 러시아와 서방 국가 간에 갈등이 고조됐다. 2022년 1월부터는 우크라이나와 러시아가 직접적으로 맞닿은 국경 지대와 2014년 러시아 영토로 합병된 크림반도에 더해 합동훈련을 명분으로 벨라루스-우크라이나 국경에도 대규모의 병력을 전개했다.

푸틴의 목표는 당연히 우크라이나 정부를 무너뜨리고 전쟁서 이기는 것이겠지만 계획대로 흐르진 않았다. 서방 국가 역시 우크라이나가 빠르게 항복할 것으로 추측했다. 우크라이나 대사가 독일에 지원을 요청했을 때 크리스티안 린트너 독일 재무장관은 “곧 없어질 나라에 지원해서 무엇하느냐”고 폭언을 하기도 했다.

하지만 우크라이나군은 결사 항전했고 수도 키이우를 지켜내고 러시아군의 진격을 둔화시켰다. 이때부터 서방 및 자유민주주의 진영 국가들은 무기 지원을 시작했다. 전쟁 초반의 외교적 해결을 촉구했던 관망적인 태도를 벗어나 자국 군사 장비와 보급품을 우크라이나에 적극적으로 지원하기 시작한 것이다.


미국과 영국은 전쟁 발발 이전부터 우크라이나에 군수품을 지원한 국가인 만큼, 전쟁 이후에도 계속 군수품을 지원했다. 폴란드, 체코, 루마니아 등 여러 유럽 국가가 우크라이나의 주권과 자유 수호 및 유럽의 방어를 명목으로 무기와 물자를 대규모로 지원했고 전쟁은 장기화 국면으로 접어들었다.

특히 우크라이나에 가장 큰 도움이 되어주고 있는 미국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또다시 무기대여법(우크라이나 민주주의 방위 대여법안)을 제정해 우크라이나를 향한 적극적인 지원을 약속했다.

특히 옌스 스톨텐베르그 사무총장은 지난달 24일(현지시각), 미국서 예정된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서 동맹국들이 우크라이나에 대한 안보 지원과 훈련 직접 조율에 합의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스톨텐베르그 총장은 이날 프랑스 파리 엘리제궁서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과 회담한 뒤 오는 9일부터 11일 워싱턴DC서 열리는 정상회의와 관련해 “워싱턴 정상회의의 가장 시급한 의제는 우크라이나 추가 지원이다. 동맹국들이 정상회의서 나토의 우크라이나 안보 지원과 훈련 조율 제공 주도에 합의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미·영 시작 우방국으로 퍼져
“한국도 합세” 득실 따져보니…

이는 미국이 주도하는 ‘우크라이나 국방 연락 그룹(UDCG)’이라는 비공식 협의체 틀 안에서 이뤄지던 업무 일부가 나토 공식 임무로 전환되는 것으로, 지난달 14일 나토 국방장관회의서 합의한 내용이다.

스톨텐베르그 총장은 “우크라이나에 대한 장기 재정 약속도 제안했다. 우리의 지원은 나토를 분쟁 당사자로 만드는 게 아니라 우크라이나로 하여금 유엔 헌장에 명시된 기본권인 자위권을 유지하도록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마크롱 대통령도 “우리는 우크라이나의 즉각적인 수요에 대응을 계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스톨텐베르그 총장은 “워싱턴서 내리는 결정은 앞으로 나토를 강화할 것이다. 프랑스를 포함한 23개 동맹국이 올해 국내총생산(GDP)의 2% 이상을 국방 분야에 투자하기로 한 결정을 환영한다”고 언급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미국은 지난달 25일, 우크라이나에 꼭 필요한 무기 1억5000만달러에 상당하는 양을 추가로 보내기로 발표했다. 이에 대해 <AP통신>은 미국의 소식통의 말을 빌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의 미국 지원 무기 및 탄약으로 자국 또는 러시아가 점령 중인 영토 공격에 대해 강력히 비난했다’고 보도했다.

러시아 정부는 지난달 24일, 미국 대사를 초치해 우크라이나가 미국제 최신 공격용 미사일 공격으로 전날 크림반도서 154명의 사상자를 냈다며 강력 항의했다.

크림 반도는 러시아가 2014년 국제사회가 모두 불법이라고 규탄한 지역인데 (무력)침공으로 점령한 곳으로, 오래전부터 서방 동맹국들 사이에선 우크라이나의 당연한 공격 목표로 알려져 있었다.

미국제 
미사일

하지만 미 국방부는 지난주 우크라이나군이 앞으로 국토방위에 필요할 경우, 미국이 제공한 장거리 미사일 등으로 러시아 본토를 공격해도 좋다고 허용한 바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이 시작된 이후 미국은 전쟁 확전을 우려해우크라이나가 러시아 영토 내의 목표물을 공격하는 것은 허용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견지해 왔다.

기존의 비축분에서 내보내고 있는 미국의 무기류 공급은 우크라이나군이 점점 더 격화되고 있는 러시아군의 공격을 막아내게 하기 위한 것이다. 미국이 곧 우크라이나에 추가 지원할 무기 가운데에는 다연장 로켓포 하이마스(HIMARS)도 포함돼있다.

우크라이나는 러시아 본토를 공격하면서 열세를 만회하려고 시도 중이다. 미국산 무기인 고속기동 포병 로켓 시스템 등으로 러시아 본토를 타격할 수 있도록 미국 측의 허가를 받았지만, 우크라이나는 사거리가 300㎞에 달하는 지대지 미사일 에이태큼스(ATACMS)를 러시아 본토 타격에 이용할 수 있게 해달라고 거듭 요청해 왔다.

이에 대해 러시아는 에이태큼스 공격 시 강력한 보복으로 전투가 격화될 것이라고 위협하고 있다. 한 미국 관리통의 말을 빌린 <AP통신> 보도에 따르면 이번에 추가로 지원되는 무기들 중 에이태큼스가 포함됐는지는 확실하지 않지만, 집속탄이 포함되지 않은 것은 확실하다.

또 이번 지원 무기 패키지에는 대전차용 무기, 소형 무기류, 수류탄, 155㎜와 105㎜ 포탄 등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상황이 이같이 전개되면서 한국도 우크라이나에 무기를 지원할 수도 있는 판이 마련됐다.

장호진 대통령실 국가안보실장은 우크라이나에 대한 무기 지원 재검토 방침과 관련해 “러시아가 고도의 정밀무기를 북한에 준다고 하면 우리에게 더 이상 어떤 선이 있겠느냐”라고 반문했다. 이는 러시아가 북한에 첨단무기를 제공할 경우, 우리 정부도 제한 없이 우크라이나에 무기를 지원할 수 있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기준은
러시아

장 실장은 우리 정부가 우크라이나에 제공을 검토하는 무기가 무엇인지에 대한 질의에 대해 “여러 조합이 있을 수 있다. 무엇을 줄 수 있다고 말하는 것은 러시아에 대한 우리의 래버리지를 약화할 수 있으므로, 구체적으로 어떤 무기를 지원한다고 이야기하는 것은 시기상조”라고 답했다.

그러면서 “저희가 정확히 밝힌 발표 내용은 ‘우크라이나에 대한 무기 지원 문제를 재검토한다’였다. 우리가 밝힌 경고에 대해 러시아가 앞으로 어떻게 나오느냐에 따라 우크라이나에 대한 우리의 무기 지원이 달라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푸틴은 지난달 21일, 한국 정부를 향해 ‘우크라이나에 대한 무기 지원은 큰 실수’라고 경고했다. 

그는 “앞에는 그렇게 이야기하고 뒤에는 한국이 그렇게 걱정할 일은 아니라고 하는 얘기도 같이 있었다. 러시아가 북한과 맺은 조약 내용을 저희에게 설명하는 것도 있다고 본다”고 해석했다.

한‧러 관계에 대해서는 “우리 혼자 관리하는 게 아니고 러시아서도 상응하는 노력을 해야 한다. 최근 러시아의 동향은 조금씩 레드라인에 가까워지는 모습을 보여서 이번에 우리가 경고한 것”이라며 “우크라이나 전쟁 후 한‧러 관계를 복원·발전시키고 싶으면 러시아 측이 심사숙고하라는 말씀을 다시 드리고 싶다”고 언급했다.


한국이 우크라이나에 무기를 지원하면, 푸틴은 북한에 더 많은 기술을 공급할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근래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푸틴 대통령 간 정상회담으로 상황은 더욱 복잡해졌다.

한 미국 전문가는 지난달 24일, 러시아가 북한에 첨단 기술을 제공하는 것을 막기 위해 중국이 러시아에 대한 지원을 늘릴 가능성이 있으나, 이 경우 우크라이나 전쟁에 악영향을 주는 등 유럽과 인·태 지역 간 안보 상황이 북러 정상회담을 계기로 더 얽히게 됐다고 평가했다.

정밀 무기 북한에 준다면…
푸틴 “선 넘지 마” 경고

전략국제문제연구소(DSIS) 중국 전문가 주드 블란쳇은 이날 CSIS가 ‘전례없는 위협:러시아와 북한의 동맹’ 주제로 진행한 온라인 팟캐스트 라이브 방송서 “김정은과 푸틴은 중국의 역내 관계서 혼란(mess)을 만들었다. 중국은 한동안 이를 수습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스콧 스나이더 한미경제연구소(KEI) 소장은 러시아의 대북 군사 기술 지원의 수준과 관련해 한국이 북러 정상회담 후 우크라이나에 대한 무기 공급 가능성을 시사하고 러시아가 이를 비판한 것을 거론하면서 “한·러 관계의 다이내믹이 얼마나(북한에 러시아 기술 등이) 전달될지 결정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한국이 우크라이나에 무기를 공급하는 것에 대해 “한국이 우크라이나 문제에 대해 왜 약한지에 대한 유럽의 궁금증은 해소할 수 있으나, 더 많은(대북 기술) 공급이라는 푸틴의 보복 리스크가 있다”고 설명했다. 한국의 무기 공급 시사와 함께 대 우크라이나 정책 재고 가능성을 언급한 것에 대해선 “현시점에 한국은 그렇게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평가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북한은 지난달 19일, 평양을 방문했던 푸틴이 김정은에게 보낸 감사 전문을 <노동신문> 1면에 게재했다. 지난달 25일 <연합뉴스>는 푸틴이 김정은에게 보낸 ‘감사 전문을 보내왔다’며 <노동신문> 1면과 <조선중앙통신> 등의 보도 전체 내용을 실었다.

푸틴은 전문을 통해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체류 기간 나와 러시아 대표단을 훌륭히 맞이하고 진심으로 환대해 준 당신에게 가장 진심 어린 사의를 표하고자 한다”고 감사를 전했다.

이어 “이번 국가 방문은 모스크바와 평양 사이의 관계를 전례없이 높은 포괄적인 전략적 동반자 관계 수준으로 끌어올린 것으로 특별한 의의를 가진다. 지금 우리 두 나라 앞에는 여러 분야서 유익한 협조를 진행해 나갈 수 있는 새로운 전망이 펼쳐지고 있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나는 우리의 건설적인 대화와 긴밀한 공동의 사업이 계속되고 있는 데 대해 기쁘게 생각한다. 당신은 러시아 땅에서 언제나 기다리는 귀빈이라는 것을 잊지 않기를 바란다”며 김 위원장에 대한 방러 초청 의사를 거듭 시사했다.

김정은 
재방러?

한편 북한은 북‧러 정상회담 이후 우크라이나 전쟁과 관련한 러시아 입장을 옹호하는 글을 잇달아 관영 매체에 게재하고 있다. 

특히 미국산 무기를 이용한 공격에 대해 연일 비난 입장을 내놓고 있고, 북한과 러시아가 전쟁 발생 시 상호 군사 지원에 나선다는 내용이 포함된 조약을 체결해 북한의 우크라이나 전쟁 파병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이에 대해 미 국방부는 북한 군인들이 러시아군의 총알받이로 전락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alswn@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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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아웃’ 김병기 수난 시대

‘투아웃’ 김병기 수난 시대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지난 6월 김병기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후보가 서영교 의원을 누르고 22대 더불어민주당 2기 원내대표로 당선됐다. 김 원내대표는 내란 종식과 헌정 질서 회복, 권력기관 개혁을 외쳤다. 이로부터 두 달 뒤인 8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정청래 신임 당 대표가 선출됐다. 이재명정부 첫 여당 지도부가 제모습을 갖추면서 안정 궤도에 접어드는 듯했다. 약 한 달도 지나지 않아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김병기 원내대표와 정청래 대표의 첫 갈등이 불거졌다. 정 대표가 지난 9월11일 여야 원내 지도부가 합의한 3대 특검법 합의안에 대해 “협상안을 수용할 수 없고, 지도부 뜻과 달라 재협상을 지시했다”고 밝히면서다. 불안불안 이인삼각 특검법 개정안의 핵심인 기간 연장을 제외한 채 합의해 특검법의 취지와 정면으로 배치된다는 게 정 대표의 입장이다. 김 원내대표는 곧바로 반박했다. 원내 지도부와의 긴급회의를 거듭하던 그는 밖에서 기다리던 취재진을 향해 “정청래한테 공개 사과하라고 그래!”라며 소리쳤다. 이후 당 안팎에서 원성이 쏟아지자 김 원내대표는 오히려 취재진을 향해 “왜 자꾸 합의라고 그러느냐”고 물었다. 그는 “(합의가 아니라) 1차로 논의한 것이고, 무엇보다도 의원총회에서 추인을 받아야 한다”며 “수사 기간과 규모에 다른 의견에 있으면 그 의견을 따라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어제 총론만 (발표)하고 나갔는데 원내수석들이 각론에서 너무 많이 나갔다. 마치 합의가 된 것처럼 보도됐다”며 합의문이 아니라는 점을 재차 강조했다. 두 사람 간의 갈등은 사흘 만인 13일 봉합됐다. 김 원내대표는 자신의 SNS에 “심려 끼쳐서 죄송하다. 심기일전해 내란 종식과 이재명정부의 성공을 위해 분골쇄신하겠다”고 게시글을 작성했다. 이렇게 냉전은 끝났지만 지지층의 비난은 거셌다. 김 원내대표를 향해 ‘수박’ ‘변절자’ 등 원색적인 비판을 쏟아내며 의심의 눈길을 보냈다. 문재인정부 당시 민주당 대표를 지냈지만 지난 대선에서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의 손을 들어준 이낙연 전 국무총리의 행보와 비교하는가 하면 ‘역시 서영교 의원을 뽑아야 했다’는 자조 섞인 목소리도 나왔다. 지지층의 미묘한 기류가 이어지는 가운데 이번에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이하 법사위) 검사 징계안을 놓고 두 번째 갈등이 터졌다. 법사위 소속 범여권 의원들이 대장동 항소 포기에 반발한 검사장 18명을 고발한다고 밝힌 데 대해 “협의가 없었다”고 선을 그으면서 개혁 의지가 부족하다는 비판이 나온 것이다. 지난달 19일 법사위 소속 민주당·조국혁신당·무소속 등 범여권 의원들은 검찰의 대장동 사건 항소 포기에 이의를 제기한 검사장 18명을 국가공무원법 위반으로 경찰에 고발했다. 여당 간사인 민주당 김용민 의원은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검찰 조직 기강과 헌정 질서를 무너뜨린 검사장 18명의 집단 항명 행위에 대해서 국가공무원법 위반 혐의로 고발한다”고 밝혔다. ‘당심’이 뽑은 정, ‘의심’이 뽑은 김 연일 삐거덕…벌써 이재명 리더십 부재? 김 원내대표는 고발 소식이 알려진 뒤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지금 봤다”며 “그렇게 민감한 것은 정교하고 일사불란하게 해야 한다. 협의를 좀 해야 했다”고 당혹한 기색을 보였다. 이어 “뒷감당은 거기서 해야 할 것”이라며 고발장을 제출한 법사위 쪽에 책임을 물었다. 법사위의 검사장 고발은 원내 지도부뿐 아니라 당 지도부와도 사전 논의가 없었다는 게 김 원내대표의 설명이다. 하지만 김용민 의원은 검사장 고발 문제에 대해 “당의 기조와 흐름이 잡혀 있는 상태에서 저희가 고발장을 그날 제출하는 기자회견을 한 것뿐, (원내 지도부와) 소통이 없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김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원내(지도부)와 소통할 때 이 문제를 법사위는 고발할 예정이라는 걸 얘기했다”며 “원내가 많은 사안을 다루다 보니까 (고발 문제를) 진지하게 듣거나 기억하지 못하셨을 가능성은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저희가 더 적극적으로 설명을 해야 했지 않았느냐는 지적을 한다면 겸허하게 받아들이겠다”면서도 “소통이 아예 없지는 않았다”고 덧붙였다. 당시 한 여권 관계자는 “당 대표가 당 전체를 이끄는 일이라면 원내대표는 말 그대로 원내 상황을 조율하고 총괄하는 위치인데, 오히려 갈등을 키우고 있으니 (민주당) 의원들도 혼란스러운 것”이라며 “이런 상황이 조금씩 노출되면서 지지층까지 불안함을 느끼는 것 같다”고 진단했다. 당과 원내, 강경파와 온건파로 나뉜 민주당의 배경에는 정 대표와 김 원내대표의 선출 방식이 거론된다. 강경 지지층이 밀어 올린 정 대표와 달리 김 원내대표는 당내 의원 선거를 통해 당선됐다. 당시 원내에 친명(친 이재명)계가 다수 포진했던 만큼 김 원내대표 의중은 ‘명심(이재명 대통령의 의중)’에 가깝다. 더 강하고 더 빠르게 개혁을 외치는 정 대표의 지지층과 사사건건 부딪칠 수밖에 없는 이유다. 그런 강성 지지층에게 김 원내대표는 이미 ‘투아웃’이다. 여기에 정 대표의 공약이었던 대의원과 권리당원 간 표 반영 비율을 ‘1대 1’로 변경하는 당헌·당규 개정이 부결되면서 지지층의 반발이 거세질 것으로 전망된다. 밑서 치솟고 위서 누르고 그동안 민주당은 당 대표나 최고위원 등 선출 시 대의원과 권리당원 투표 반영 비율을 20:1 미만으로 규정해 왔다. ‘동등한 1인1표제’는 정 대표가 당 대표 경선 당시 공약으로 내건 정책 중 하나로 “나라의 선거에서 국민 누구나 1인1표를 행사하듯 당의 선거에서도 누구나 1인1표를 행사해야 한다”고 추진 배경을 설명했다. 일부 의원들 사이에서조차 ‘졸속 추진’이라는 비판이 나오면서 정 대표와 김 원내대표 두 사람 모두 시험대에 올랐다. 정 대표 쪽에선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는 ‘이재명 대통령이 당 대표였던 때부터 추진됐던 개혁의 실현’이라고 주장하고 있으나 일각에서 ‘시기’와 ‘방법’을 문제 삼는 등 반대 의견에 부딪혔다. 권리당원의 힘으로 대표직에 오른 지 3개월이 조금 지난 상황에서 1인1표제를 추진하자 친명계 조직인 ‘더민주혁신회의’와 일부 당원 등을 중심으로 비판이 제기된 것이다.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1인1표제를 공개적으로 비판했다. 이 최고위원은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 논란이 커지고 있는데 이는 찬반의 문제라기보다 절차의 정당성·민주성 확보, 그리고 취약 지역(영남 등)에 대한 전략적 규제와 과소 대표성이 핵심”이라고 분석했다. 친명계인 윤종군 의원도 SNS를 통해 “당원주권 강화 방향에 동의한다”면서도 “전 지역 권리당원 표를 1인1표로 하는 것에는 이견이 있다. TK(대구·경북) 등 영남지역 당원 자긍심 저하, 당세 확장 장애 조성이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현 상황과 관련해서 한 정치권 관계자는 “당 대표는 당 컨트롤이 안 되고, 원내대표는 의원들 컨트롤이 안 되는 상황”이라며 “지난 지도부(이재명 당 대표, 박찬대 원내대표)가 워낙 합이 좋았고 당 대표 리더십도 강했기 때문에 더욱 비교된다. 중심축이 없으니 엎치락뒤치락하면서 반 발자국만 앞서도 자기 정치라는 뒷말이 나오는 것”이라고 봤다. 결국 정 대표의 1인1표제는 중앙위원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지난 5일 치러진 투표 결과 중앙위원 총 593명 중 373명이 투표에 참여해 찬성 277표, 반대 102표로 과반이 찬성하지 않아 부결된 것이다. 남은 고비 얼마나? 원내 일각에서는 무리하게 밀어붙인 ‘정청래발 개혁’에 우려를 표하고 있다. 김 원내대표의 고충 역시 이와 궤를 같이한다는 해석이 나온다. 대통령실에서조차 몇 차례 속도 조절을 주문했지만, 지지층을 등에 업은 정 대표는 ‘개혁 골든 타임’을 필두로 숨 가쁘게 달리고 있다. 그런 김 원내대표가 내란전담재판부 추진을 못 박으면서 ‘쓰리아웃’은 겨우 면했다는 분석이다. 그는 지난달 24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내란전담재판부는 국민의 명령이기 때문에 당연히 설치한다”며 “여기에 대해 더는 설왕설래하지 않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내란 사범에 대한 ‘사면권 제한’ 조치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김 원내대표는 “시간이 지나면 내란 사범이 사면돼 거리를 활보하지 못하도록 내란 사범에 대한 사면권을 제한하는 법안도 적극 관철하겠다”며 “내란 사범을 사면하려면 국회 동의를 받도록 하겠다”고 설명했다. 만일 윤석열 전 대통령 등 내란 주요 피의자에 대한 내란죄가 확정될 경우 사면 가능성을 원천 차단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이로부터 약 일주일 뒤인 지난 4일 범여권의 주도로 ‘내란전담재판부(내란특별재판부)’ 설치법이 법사위 전체회의를 통과했다. 법사위는 해당 법안을 이달 중 본회의에서 처리하겠다며 속도를 냈다. 해당 재판부는 12·3 내란 사태와 관련해 윤 전 대통령 등이 연루된 내란 사건 전담을 골자로 한다. 내란전담재판부 판사 및 영장전담법관 추천위원회는 헌법재판소장을 비롯한 법무부 장관과 판사회의에서 추천한 총 9명으로 구성된다. 내란전담재판부로 성난 지지층 달래도… 위헌 폭탄 껴안고 걸어가는 ‘불’꽃길 구성을 마친 추천위원회는 2주 안에 영장전담법관과 전담재판부를 맡을 판사 후보자를 각각 정원의 2배수로 추천해야 하며 최종 임명은 대법원장의 몫이다. 또 형사소송법상 피고인의 구속기간은 최대 6개월이지만 특별법에서는 내란·외환 관련 범죄에 대해 구속기간을 1년까지 연장할 수 있도록 했다. 국민의힘은 위헌 소지가 있다며 반발했다.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은 “한마디로 판사가 마음에 안 든다고 골라 쓰겠다는 ‘지귀연 판사 바꾸자는 법’”이라며 “사법부의 무작위 배당 원칙을 위반하는 것일 뿐 아니라 이미 재판하는 사건도 뺏어서 다른 판사한테 맡기겠다는 삼권분립의 침해”라고 지적했다. 이날 법사위에 출석한 천대엽 법원행정처장 역시 “1987년 헌법 아래 누렸던 삼권분립, 사법부 독립이 역사의 뒤안으로 사라질 수 있다”며 “내란특별재판부법에 여러 가지 위헌 요소가 있다”고 반대했다. 천 처장은 “헌법재판소가 결국 이 법안에 대해 위헌 심판을 맡게 될 텐데 헌재소장이 추천권에 관여한다면 심판이 선수 역할을 하게 돼 룰에 근본적으로 모순이 생긴다”며 “헌법재판소장과 직·간접적 관계에 있는 헌법재판관들이 재판(위헌심판)을 맡을 수 없게 된다면 ‘내란특별헌법재판부’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 이 법이 예정하고 있는 바”라고 설명했다. 내란전담재판부 추진으로 개혁 동력을 얻었지만 후폭풍까지 감당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위헌 가능성을 지닌 사법개혁을 진행하는 건 위험요소가 다분할뿐더러 원내대표로서 지방선거를 6개월 앞두고 중도층 민심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는 점에서다. 한 민주당 출신 의원은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에서 “지금 민주당은 집단 의존 증상이 있다. 지난 총선에서 이재명 당시 대표에게 충성하는 정치인만 대거 유입되다 보니 여당이 된 지금 제대로 갈피를 못 잡는 것”이라며 “2차 종합 특검 문제를 어떻게 할 것인지, 내란전담재판부를 어떻게 꾸릴 것인지, 조희대 대법원장을 어떻게 할 것인지 등에서 국민의 피로도를 높이지 않으면서도 종합적인 전략을 짤 사람이 없다”고 지적했다. 175석 버거웠나 그러면서 “내란전담재판부가 설치되면 국민의힘이 위헌을 걸 것이고, 법원에서 위헌 소지가 있다고 보는 만큼 위험성도 크다. 하지만 헌재에서 위헌 판결을 내리지 못하게 하려면 민심을 우리 편으로 끌고 와야 하는, 법률 싸움이 아닌 고도의 민심 싸움에서 이겨야 한다”고 덧붙였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원팀’ 원내대표단?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단에 때아닌 ‘내 편 봐주기’ 논란이 일었다. 민주당 문진석 당 원내운영 수석 부대표가 인사청탁 의혹에 휩싸였지만 ‘엄중 경고’에 그치면서 팔이 안으로 굽은 게 아니냐는 지적이다. 앞서 지난 2일 문 수석이 본회의장에서 김남국 대통령실 디지털소통비서관에게 문자로 특정 인물을 거론하며 “내가 추천하면 강훈식 실장이 반대할 거니까 아우가 추천해줘”라고 보냈고, 이에 김 비서관이 “제가 (강)훈식이 형이랑 (김)현지 누나한테 추천할게요”라고 답한 것이 언론에 포착됐다. 인사 청탁 논란이 불거지자 문 수석은 “부적절한 처신에 송구하다”고 고개를 숙였지만 국민의힘은 ‘김현지 실세’ 프레임을 다시 띄우며 이재명정부를 압박했다. 김 원내대표의 엄중 경고로 논란을 수습하려는 분위기가 이어지자 강성 지지층은 “과감히 내쳐야 한다”며 더 강한 징계를 요구하고 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