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확인> ‘주식 사기’ 이희진 극비 호화 결혼식

  • 김성민 기자 smk1@ilyosisa.co.kr
  • 등록 2024.06.28 14:38:30
  • 호수 1486호
  • 댓글 4개

피해자 보란 듯 시그니엘 산다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주식 사기로 실형을 살고 나온 이희진이 수억원대 호화 결혼식을 올린 사실이 뒤늦게 밝혀졌다. 출소 직후 이씨는 걸그룹 출신 박모씨와 서울 모처서 결혼식을 올렸다고 전해진다. 제보자에 따르면, 박씨는 혼전 임신한 상태로 결혼식을 올렸으며 이희진과 혼인신고를 하지 않고 사실혼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10여년 전, 경제전문 TV에 증시 전문가로 출연했던 이희진은 자수성가한 청담동 백만장자로 이름을 떨쳤다. 당시 잘나가던 힙합가수 도끼를 ‘불우이웃’으로 비유했던 그는 하루아침에 몰락했다. 2016년 <일요시사>가 ‘청담동 백만장자 사기행각 의혹’을 단독 보도하면서 이희진의 실체가 뒤늦게 밝혀졌다.

코인 사기 의혹

앞서 이희진은 지난 2014년 7월부터 2016년 8월까지 금융당국의 인가를 받지 않고 투자매매업을 영위해 1670억원 상당의 부당 이득을 취득한 혐의로 실형을 살았다. 2020년 3월 만기 출소한 그는 걸그룹 출신 박씨와 2021년 12월25일에 결혼식을 올렸다.

출소한 지 2년여 만에 연애하고 결혼까지 한 셈이다. 

제보자에 따르면, 연애 도중 박씨가 임신하게 되자 결혼식을 올리게 됐다. 이희진과 박씨는 이날 서울 강남구 소재 C 호텔 예식장서 측근들만 초대해 결혼식을 올렸다. 세간의 주목을 받지 않은 이유는 이날 초대받지 않은 손님을 막기 위해 삼엄한 경비를 세웠기 때문이었다.


당시 개그맨 박성광이 사회를 맡고, 가수 B씨가 축가를 맡는 등 호화 결혼식을 치렀던 것으로 전해진다.

이희진은 프러포즈도 남달랐다. 박씨가 SNS에 올린 게시물에 따르면, 이희진은 박씨에게 프러포즈 편지와 함께 1억짜리 수표와 고가의 명품 시계를 선물했다. 수표의 발행일자가 2021년 10월7일로 찍혀 있는 것으로 미뤄볼 때 비슷한 시기에 청혼한 것으로 예측된다. 

두 사람은 강남구 삼성동 소재 애견 카페 ‘애니멀고’에서 처음 만난 것으로 알려졌다. 애견 관련 사업에 관심을 가진 박씨는 애완용 동물 및 관련 용품 소매업체인 ‘아크멍’을 2020년 11월1일 설립한 대표이기도 하다. 

결혼 직후 두 사람은 250억원을 호가하는 청담동 펜트하우스 ‘PH-129’에 거주했다. 이후 동생 이희문과 코인 사업이 잘 풀리자, 잠실 롯데 시그니엘 2채를 얻고 각각 살고 있다고 전해진다. 인근 롯데몰 문화센터에 박씨가 자주 보인다는 소문도 있다. 또 최근에는 제주도에 고급 별장을 분양받았다고 한다.

제보자는 “수백억원의 손실을 입힌 이희진은 피해자들에게 일말의 미안한 마음도 없는 것 같다”며 “많게는 빌딩 3채를 잃은 피해자도 있는데, 연예인과 결혼하고 호화로운 생활을 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이씨 형제는 여전히 코인 사업을 운영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신부는 걸그룹 출신 여성  
1억 프러포즈 선물 받아

공교롭게도 박씨와 만난 애니멀고 카페는 이희진이 수감 중에 차명으로 운영했다는 의혹에 휩싸인 반려동물 플랫폼 회사의 일부다.


2019년 설립된 ‘애니멀고’는 애완동물 관련 빅데이터와 딥러닝, 블록체인 기술이 활용된 플랫폼이다. 오프라인 매장 서비스로 확장한 애니멀고는 애견 카페·유치원·미용실·호텔 등 온·오프라인으로 반려동물 전용 서비스를 제공한다고 소개됐다. 

해당 회사는 반려동물 관련 애플리케이션과 가상화폐를 개발해 한때 시가총액이 1조원을 넘어서기도 했다. 2020년 출소한 이희진은 2019년 먼저 출소한 동생 이희문을 통해 코인 회사 경영에 관여한 것으로 파악됐다.

실제로 이희문은 이 회사 매각을 위해 외부 인사와 협의하고, 이희진이 매각과 관련한 의사를 전달하는 내용이 담긴 편지 등을 <시사저널>이 보도했다. 해당 자료들엔 이씨 형제가 회사의 경영 전반에 깊숙하게 관여하고 있는 정황들이 담겼다.

이씨 형제 등이 운영한 법인은 반려동물 관련 애플리케이션과 가상화폐 ‘GOM(고머니)’을 발행한 ‘네오로켓’이란 회사다. 이 회사는 반려동물 애플리케이션 ‘애니멀고’ 등을 개발했다. 고머니는 2019년 가상화폐 거래소 코인베네와 비트소닉 등에 상장돼 거래됐다. 코인베네서 한때 1GOM당 약 120원까지 가격이 올랐었다. 총 100억 GOM을 발행해 시가총액만 약 1조2000억원에 달했다.

고머니를 개발한 네오로켓의 법인 등기부등본을 확인한 결과, 이희진과 동생 이희문은 나오지 않는다. 이희문은 네오로켓을 매각하는 협상을 주도한 것으로 드러났다. 당시 이희문 측은 고머니 상장 직후인 2019년 7월초, 네오로켓을 300억원가량에 매각하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었다.

이 과정서 매수 희망자가 나타났고, 희망자 측과 매각 협상을 주도한 것이 이희문이었다.

매각 논의가 급물살을 타면서 양측이 인수의향 양해각서(MOU)를 체결하기 직전까지 진전됐다. ‘인수의향 양해각서’에 따르면 네오로켓은 싱가포르에 소재한 법인 소유로 돼있다. 이희문이 매수 희망자 측에 보낸 메시지에 따르면, 싱가포르 법인은 양모씨가 대표로 있는 회사가 100% 지분을 보유한 회사다. 양씨는 네오로켓의 지분 100%를 소유했다. 

옥중 운영한 ‘애니멀고’서 만나
사실혼 관계 유지하다 백년가약

싱가포르 법인의 소유자인 양씨는 이희문이 대표로 있는 스톤에그파트너스의 감사로 등재돼있다. 이희문은 이 같은 지분구조를 네오로켓 매수 희망자 측에 전달했다. 매각 금액은 300억원이었다.

양측은 같은 달 10일 양해각서 초안에 대한 검토에 들어가 네오로켓이 발행한 고머니의 현황 및 법인의 자본금 규모 등 경영 정보를 주고받았다. 하지만 이틀 뒤인 12일, 한 통의 편지로 양측의 매각 협상은 중단됐다. 바로 옥중에 있는 이희진이 매각에 반대 의사를 표했기 때문이었다. 

이희진은 옥중에서 외부로 보낸 편지서 “내가 MOU를 반대했다”고 밝혔다. 사실상 네오로켓의 의사결정 전반에 이희진의 의사가 가장 중요하게 작용한다고 볼 수 있는 대목이다. 이희진이 옥중에서 반대 의사를 표시하면서 모든 매각 관련 논의는 중단됐다.

네오로켓을 인수하려 했던 법인 관계자는 “네오로켓의 운영 전반에 대한 사항과 사업 내용 등은 모두 이희진 측에서 관리한 것으로 알고 있다. 그 때문에 대리인 격인 이씨의 동생과 협상을 했다. 하지만 계약이 이뤄지기 직전에 이희진이 경영권 보장을 요구하면서 모든 논의가 없던 일로 됐다”고 말했다.


이희문 역시 형인 이희진이 매각 반대 의사를 표시하자 매수 희망자 측에 “원점서 다시 논의해 봐야 할 것 같다”는 메시지를 보내며 형의 의사를 그대로 따랐다.

이희진이 출소하면서 ‘형제 사기단’의 완성체가 결성됐다. 검찰에 따르면 이들은 2020년 3월부터 지난해 9월까지 피카(PICA) 등 코인 3종목을 발행·상장한 뒤 허위·과장 홍보와 시세조종 등을 통해 코인을 매도하는 방식으로 총 897억원을 가로챈 혐의를 받는다.

이씨 형제는 2021년 2∼4월 코인 판매대금으로 받은 비트코인 약 412.12개(당시 270억원 상당)를 코인 발행재단으로 반환하지 않고 유용한 혐의도 있다.

이희진은 석방 직후인 2020년 3월부터 직접 ‘스캠코인’(사기 가상화폐) 3개를 추가로 발행·유통하고 7개 스캠 코인을 위탁 발행·유통한 것으로 조사됐다. 또 직원 20명이 코인을 제조·유통하고 투자자들을 선도해 매수를 유인하는 게시글을 인터넷에 올린 것으로 검찰은 파악했다.

이씨 형제는 유튜브 방송을 통해 신뢰성 없는 호재성 정보를 유포해 투자자를 유인하고 영상이 게시되는 시점에 맞춰 시세를 부양하고 매수세가 본격 유입되면 고점에 매도하는 방식으로 범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2022년 10월 금융위원회로부터 사건을 접수한 뒤 지난해 2월부터 수사에 나서 그해 9월15일 이들을 구속했다.

결국 보석 석방 


한편, 이씨는 2020년 1월 말 대법원으로부터 불법 주식거래 및 투자유치 혐의로 징역 3년6개월과 벌금 100억원, 추징금 122억6000여만원을 확정받았다. 당시 이씨의 동생도 같은 혐의로 기소돼 징역 2년6개월에 집행유예 4년, 벌금 70억원의 선고유예가 확정됐다.

사기 및 범죄수익은닉과 업무방해죄로 지난해 9월15일, 또 다시 구속 기소된 이희진 형제들은 지난 3월 보석 신청이 받아들여져서 불구속 상태서 재판을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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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벼랑 끝’ 장동혁 옹립의 정치학

‘벼랑 끝’ 장동혁 옹립의 정치학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 구 친윤(친 윤석열)계 핵심으로 분류됐던 윤한홍 의원이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를 강하게 비판했다. 하지만 장 대표는 흔들리면서도 흔들리지 않는다. 이들의 공개 갈등엔 ‘옹립의 정치학’이 숨어 있다. 특정 세력이 정변을 일으키거나 지도자 교체를 시도할 때,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것은 지도자 옹립이다. 그 과정에서 정치적 정당성·생존 본능이 적절하게 조화해야 한다. 그래서 복잡한 조건이 가미된다. 지도자 옹립을 위한 조건으로는 대체로 ▲적절한 상징성 ▲새 기득권이 될 주도 세력과의 조화 ▲지도자의 약한 권력 의지 등을 들 수 있다. 아무나 못 갖는 지도자 조건 이 중 가장 어려운 숙제는 ‘지도자의 약한 권력 의지’라고 할 수 있다. 새 지도자가 자신의 정치적 의지를 강하게 밀어붙이면, 새 기득권 세력과의 충돌은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반대로 새 지도자는 자신의 생존을 도모해야 한다. 생존 본능은 강한 권력 의지로 연결된다. 자신만의 새로운 비전을 실천하려는 정치적 의지가 강할 수도 있다. 이 때문에 자신을 옹립한 주도 세력과 마찰한 사례는 역사적으로 빈번하다. 왕은 왕권을 강화하려고 했고, 귀족은 이를 막으려고 했다. 삼국시대부터 조선시대에 이르기까지, 왕과 귀족은 끊임없이 정치적 다툼을 벌였다. 이 때문에 많은 왕이 교체돼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다. 옹립된 지도자는 대체로 권위가 약하다. 옹립된 지도자는 지배 질서가 규정한 정통성이 약한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그리고 옹립되는 과정 자체가 지도자로선 주도 세력에게 빚을 진 격이 되는 사례도 많다. 조선 태종은 정변을 일으켜 아버지를 몰아낸 후 즉위했다. 태종은 태조의 다섯 번째 아들이었다. 적장자 승계를 중시하는 유교 질서에선 도저히 후계자가 될 수 없었다. 하지만 태조는 막내아들을 세자로 책봉하는 악수를 뒀고, 사병을 혁파하려고 했다. 새 질서를 왕이 직접 부정하는 사태가 발생했고, 기득권 세력의 기반을 침범하려고 한 것이다. 태종은 적장자 대접을 받던 형 정종을 세자·왕으로 옹립한 후 형의 양자로서 왕위를 승계해 질서를 지키는 모양새를 갖췄다. 제1차 왕자의 난에서 주축은 주도 세력이 동원한 사병이었는데, 태종은 이들에게 빚을 진 셈이다. 하지만 그는 주도 세력 중 상당수를 정계에서 일시 퇴출시킨 후 사병을 혁파했다. 자신과 왕조의 생존을 유지하기 위한 안전판을 확실하게 확보한 것이다. 경제적 이권까지 거둬들이려고 해선 생존을 담보할 수 없다. 태종은 공신들이 저지르는 각종 비행을 적당한 선에서 눈감아줬다. 태종의 킹메이커 하륜은 도성 안에 조성된 신덕왕후의 능이 이장되자, 주변의 좋은 땅을 선점하기 위해 사위들을 동원했다. 하륜에겐 지금도 유능한 신하·부정부패의 상징이란 평가가 함께 따라다닌다. 조선 중종도 형 연산군 폐위 이후 옹립된 임금이었다. 엉겁결에 왕위에 올라 큰 빚을 졌기 때문에 중종은 공신들을 통제할 수 없었다. 하지만 핵심 공신들은 얼마 지나지 않아 병사했다. 이후 중종은 조광조·김안로 등 대리인을 내세웠다가 토사구팽하는 정치술을 반복했다. 너무 유능해도, 너무 무능해도 안 된다 출마설 도는 주호영·윤한홍의 장 직격 조광조 일파는 중종이 한밤중에 비상계엄을 선포하면서 숙청됐다. 김안로는 아들의 초례가 예정된 날 체포됐다. 주도 세력으로선 왕이 너무 유능하거나 정치에 밝으면 곤란하다. 그렇다고 너무 무능하거나 막 나가도 안 된다. 지나치게 막 나가서 폐위된 대표적인 왕은 고려 충혜왕이었다. 충혜왕은 아버지 충숙왕이 양위해서 즉위했다. 당시 고려 왕은 원나라 사신이 하루아침에 폐위해 귀양을 보낼 수 있을 정도로 권위가 없었다. 고려 친원파의 권력은 왕보다 더 강했다. 그리고 고려엔 원나라 제2황후 기황후의 오빠 기철이 있었다. 고려 왕은 정상적으로 즉위하더라도 원나라·친원파가 사실상 인준해야 왕 노릇을 할 수 있었다. 즉위하는 임금마다 옹립된 지도자나 다름없었다. 충혜왕은 즉위 후 아무나 성폭행하는 기행을 저질렀다. 성폭행 대상 중엔 서모 경화공주도 있었다. 이 사실은 원나라 사신에게도 알려졌다. 결국 충혜왕은 폐위돼 귀양 가던 중 사망했다. 한편으로 충혜왕은 폭력배들을 자신의 측근 세력으로 양성한 후 권문세족이 독점하던 유통구조 개선을 통해 재정을 확충하려고 했다. 아울러 권문세족의 사유지를 혁파하려 하는 등 이들의 경제기반을 뒤흔들려고 했다. 충혜왕이 폐위된 결정적인 계기는 기철의 건의였다. 원나라는 기철의 건의를 받아들여 충혜왕을 폐위했다. 충혜왕은 폐위되던 순간 사신으로부터 발길질을 당하는 수모를 겪기도 했다. 윤석열 전 대통령이 주도했던 12·3 비상계엄 1주년을 맞아, 국민의힘 의원 25명은 사과 성명을 발표했다. 이들 대부분은 소장파 성향의 초·재선 의원들이었다. 이들은 지난 1년 동안 꾸준히 당에 비상계엄 관련 사과와 당의 혁신을 요구했기 때문에 딱히 특별할 것은 없었다. 하지만 ‘원조 친윤’ 중 1명으로 평가받는 국민의힘 3선 윤한홍 의원이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에게 비상계엄 관련 사과를 요구한 것은 이례적이었다. 윤 의원은 지난 5일 진행된 국민의힘 ‘이재명정권 6개월 국정평가 회의’ 도중 장 대표에게 “윤 전 대통령과의 인연과 골수 지지층의 손가락질을 다 벗어던지고, 계엄 굴레에서 벗어나자”고 요구했다. 이어 “국민의힘은 비상계엄이 잘못됐단 인식을 아직도 못한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데 계엄을 벗어던지고, 국민께 어이없는 판단의 부끄러움을 사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장 앞에서 사과 요구 이는 장 대표가 지난 3일 비상계엄에 대해 사과하지 않고 “비상계엄은 의회 폭거에 맞서려던 계엄이었다”고 주장한 것에 대한 반박이었다. 장 대표는 이날 윤 의원의 비판을 들은 후 고개만 살짝 숙인 채 굳은 표정을 유지했다. 국민의힘 6선 주호영 국회부의장도 장 대표를 강하게 비판했다. 주 부의장은 지난 8일 대구 지역 언론인과의 정책토론회 중 장 대표를 일컬어 “자기 편을 단결시키는 과정을 밟다가 중도가 도망간다면 잘못된 방법”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장 대표는 ‘12월3일까진 지켜봐 달라’고 말했고, 그 이후엔 민심에 따르는 조치가 있을 거라고 기대했지만, 그런 말을 하지 않아서 당내 반발이 많다”고 강조했다. 주 부의장은 “윤 전 대통령은 폭정을 거듭하다가 탄핵당했다”며 “비상계엄도 김건희 여사 특검을 막으려던 것이 아닌가 짐작만 할 뿐”이라는 등 윤 전 대통령도 강하게 비판했다. 주 부의장과 윤 의원은 광역자치단체장 선거 출마 가능성이 있다는 공통점이 있다. 주 부의장은 이날 대구시장 출마 가능성에 대해 “준비는 많이 해왔고, 이른 시일 안에 의견을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윤 의원은 지난 2021년 경남도지사 출마 의사를 내비쳤다가 입장을 선회했던 바 있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지난 2월 공개한 명태균씨의 전화 통화 녹취엔 “윤 전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가 윤 의원의 경남도지사 출마를 막았다”는 취지의 대화가 공개됐다. 지방선거를 약 6개월 앞두고 있는 시점이었다. 주 부의장처럼 출마 가능성을 암시한 것이 아니라고 하더라도, 지방선거는 국회의원에게는 매우 중요한 정치적 이벤트다. 국회의원이 지역구에서 이익을 거두는 방법엔 ▲지역구 내 지방선거 공천 ▲중앙정치에 지역 이해관계 반영 등이 있다. 지방선거에선 국회의원이 공천·조직 동원 등에 행사하는 영향력이 절대적이다. 민주당 이상헌 의원은 기초의원 공천 대가로 수천만원을 받은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기소돼 징역형 집행유예를 선고받고, 현재 항소심 재판을 받고 있다. 새누리당(현 국민의힘) 박순자 전 의원도 기초의원 공천 대가로 수천만원을 받은 혐의가 유죄로 인정돼 지난 3월 징역형을 확정받았다. 힘 못 쓰는 2가지 이유 국민의힘 대표를 지냈던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는 지난 2월 <일요시사>와 만나 “국민의힘은 김종인 선거대책위원장·이준석 대표 체제 외엔 선거에서 이겨본 적이 없다”고 단언했다. 실제로 국민의힘은 지난 2016년 이후 지난 2022년 대선·지방선거 외엔 참패를 거듭했다. 국민의힘이 선거에서 힘을 못 쓰는 이유로는 크게 2가지가 거론된다. 하나는 자체적으로 선거 후보를 양성하는 게 아니라, 선거가 임박해 외부 명망가를 데려와 주요 선거 후보로 옹립하는 특성이다. 다른 하나는 영남·강원 등 핵심 텃밭에 자리 잡아 중앙정치보다 지역구 기반 다지기에 집중하는 정치인 집단이다. 세간에선 이들을 일명 ‘언더 찐윤’이라고 부른다. 하지만 선거 참패가 이어지면, 중앙정치에 끼칠 수 있는 영향력도 줄어든다. 영향력이 줄면, 지역의 이익을 중앙정치에 반영하기 어렵다. 국회의원이 지역구에서 이익을 거둘 방법·영향력을 모두 잃는다는 것은 언더 찐윤 의원들에게 매우 치명적이다. 아무리 중앙정치·전국 단위 선거에 큰 관심을 두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정당이 정권 획득 가능성이 아예 없는 수준으로 추락하는 것은 매우 곤란하다. 그 정당에 소속된 국회의원과 이해관계를 교환해야 할 이유가 사라지기 때문이다. 21세기 이후 국민의힘에서 배출한 대선후보는 ▲한나라당 이회창 전 총재 ▲이명박·박근혜·윤석열 전 대통령 ▲홍준표 전 대구시장·김문수 전 고용노동부 장관 등이다. 이들의 대체적인 공통점은 ▲전국적 인지도 ▲정치적 상징성 ▲낮은 당 장악력 등이다. 대선 출마 당시 “당 장악력이 낮다”는 평가를 받지 않았던 대선후보는 이 전 총재·박 전 대통령밖에 없었다. “당 장악력이 낮다”는 명제는 국민의힘 친윤계 의원들에게 매우 중요했다. 당 장악력이 높은 대통령·대권주자는 의원들과 굳이 이익을 주고받을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다. 언더 찐윤 성향 의원들은 국민의힘 유승민 전 의원·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국민의힘 안철수 의원·이 대표 등 수도권에 기반해 중도 공략 의지가 강한 정치인과의 불화가 잦다. 이들과 이해관계·성향·기질이 다르기 때문이다. 다른 것이 많아서 당권을 다투거나 알력이 있을 가능성도 큰데, 결국 화합하기 어렵다. 살기 위해 충돌하는 장 VS 친윤 “우리끼리 총구 안 돼” 의견 고수 언더 찐윤 의원들이 언론 노출을 꺼리는 성향도 ‘당 장악력이 낮은 적절한 대권주자’를 선호하는 현상과 맞물린다. 언더 찐윤의 관점으로 보자면, 윤 전 대통령은 자멸해서 사라졌다. 한 전 대표·안 의원은 수도권 엘리트 성향이 강하다. 지난 8월 당 대표 선거에 출마했던 국민의힘 조경태 의원은 언더 찐윤 성향 의원들을 청산 대상으로 지목했다. 이런 상황에서 두드러진 사람이 바로 장 대표였다. 장 대표는 정치 경력이 짧으면서도 한 전 대표와 결별한 이력이 있다. 지난 2월엔 백봉신사상을 수상할 정도로 신사적 이미지도 강했다. 국민의힘 내 강성 보수 성향 당원들은 장 대표를 선택했다. 이후 장 대표는 범보수 대권주자로 주목받았다. 코리아정보리서치가 지난 6일부터 이틀 동안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범보수 차기 대선후보 적합도 여론조사에서도 21.3%의 지지를 얻어 1위를 차지했다. 하지만, 장 대표에겐 정치적 기반이 없다. 대권주자에게 필요한 것은 독자적인 정치 기반이다. 대선에 출마하지 않더라도, 독자적인 정치 기반이 없으면 정치 생명을 길게 유지할 수 없다. 장 대표는 장외집회 개최 위주로 정치활동을 이어갔다. 장외집회에선 이재명 대통령을 강하게 비난하는 강성 발언을 주로 내놨다. 국민의힘 양향자 최고위원은 지난달 29일 대전 장외집회에서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은 불법이었고, 국민의힘은 그 불법을 방치했다”고 주장했다가 강경 보수 성향 당원의 비난을 받았다. 장 대표와 국민의힘 김민수 최고위원은 국민의힘을 강경 보수의 길로 이끄는 ‘투톱’이다. 그런데 지방선거를 6개월 앞둔 시점이기 때문에 둘 사이에 충돌이 일어난다. 지방선거는 이들의 정치적 삶과 죽음을 좌우할 가능성이 있다. 장 대표와 국민의힘 의원들이 충돌하는 결정적인 지점은 살고자 하는 의지다. 윤 의원이 장 대표를 비판했다는 사실은 “국민의힘 구 친윤계가 장 대표를 통제불능으로 인식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으로 연결된다. 강경 보수 성향이 짙어지면, 선거의 캐스팅보트로 인식되는 중도층의 선택을 받지 못한다. 친윤계 의원들에겐 당과 개인의 이익이 모두 줄어드는 악순환으로 이어질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조 의원은 지난 8월 <일요시사>와 만나 “강경 보수 성향 유권자들의 선택지는 어차피 국민의힘밖에 없다”면서 중도 공략 중요성을 강조했다. 이것이 지방선거를 6개월 앞두고, 친윤계 의원들이 장 대표를 강하게 비판한 이유와 맞물릴 가능성이 크다. 장 대표의 실질적 임기는 지방선거 결과에 달렸다. 따라서 장 대표에게 주어진 시간은 6개월 정도다. 장 대표는 이 안에 강경 보수 세력을 자신의 독자적인 기반으로 삼으려 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옹립하는 세력과 옹립되는 수장은 각자의 삶과 죽음이 걸려 있어 긴장 관계가 될 수밖에 없다. 장 대표에 대해선 “국민의힘, 나아가 보수 진영의 진정한 1인자가 될 만한 기반이 부족하다”는 다수의 분석이 나온다. 장 대표와 친윤계의 이해관계는 여기서 엇갈릴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남은 6개월 빠듯한 시간 새누리당 정옥임 전 의원은 지난 9일 CBS 라디오 <박재홍의 한판승부>에 출연해 “주 부의장은 신중한 사람이지만 현실감각이 굉장히 빠르다”며 “장 대표는 화장을 지운 여자의 얼굴처럼 다 보여줘서 장 대표 체제 종언은 이제 뚜껑만 열리면 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장 대표에게 남은 시간은 불과 6개월이다. 부족한 것은 결국 시간이다. 하지만 장 대표는 윤 의원·주 부의장의 비판에 “우리끼리 총구를 겨눠선 안 된다”며 “싸워야 할 대상은 이재명 독재정권”이라고 반박했다. 장 대표는 흔들리고 있지만, 한편으로는 흔들리지 않고 있다. 장 대표와 구 친윤계는 과연 타협점을 찾을 수 있을까?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