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글로벌로지스 악전고투 속사정

  • 김성민 기자 smk1@ilyosisa.co.kr
  • 등록 2024.06.27 09:34:27
  • 호수 1485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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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위 밀려나고 멀어지는 IPO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운송 전문업체인 롯데글로벌로지스가 기업상장을 서둘러야 할 상황임에도 업계 3위로 밀려나면서 고전하는 분위기다. 롯데글로벌로지스의 2대 주주인 LLH(지분율 21.87%)의 풋옵션 행사 기한이 최대 1년밖에 남지 않아 지난 2021년부터 미뤄온 풋옵션 행사를 연기하기 어려운 상황. 기업공개(IPO)를 마무리해야 하는 상황서 강병구 대표의 책임론이 거론되는 모양새다. 

롯데그룹은 2014년 현대로지스틱스(현 롯데글로벌로지스) 지분을 인수하면서 택배 부문으로 물류사업을 확장했다. 롯데쇼핑 등 그룹 계열사(35%)·오릭스PE(35%)·현대상선(30%) 출자금과 FI 인수금융 등을 보태 특수목적법인(SPC)인 이지스일호를 인수 주체로 세워 현대로지스틱스를 계열사로 편입했다. 

풋옵션 연기

롯데그룹은 롯데글로벌로지스 지배력을 강화할 때도 FI를 끌어왔다. 롯데그룹은 2016년 이지스일호가 보유한 롯데글로벌로지스 지분 71%를 인수해 실질적인 경영권을 확보했다. 이지스일호에 남은 지분(17.8%)은 2017년 사모펀드 운용사 메디치인베스트 자금으로 조성한 LLH 유한회사가 취득했다.

LLH는 롯데글로벌로지스 제3자 배정 유상증자에도 참여해 1500억원을 출자했다.

처음 LLH가 설정한 최장 투자 기한은 5(4+1)년이었다. 투자 기한을 넘긴 현재도 LLH는 롯데글로벌로지스 2대주주(21.87%)로 남아 있다. 롯데글로벌로지스 최대주주인 롯데지주(46.04%), 특수관계자인 호텔롯데(10.87%)가 FI와 협의해 풋옵션 행사 기한을 세 차례 연기했기 때문이다.


따라서 LLH는 내년 1월부터 1개월 동안 롯데지주와 호텔롯데를 상대로 보유 중인 롯데글로벌로지스 지분을 매각하는 풋옵션을 행사할 수 있다. 1주당 행사 가격은 평균 취득단가에 연 복리 3%를 적용한 금액이다.

그동안 롯데그룹은 ‘기브 앤 테이크(give and take)’ 전략으로 롯데글로벌로지스가 IPO를 준비할 시간을 벌었다. 롯데지주와 호텔롯데는 FI 풋옵션 행사 시기를 늦추면서 롯데글로벌로지스 IPO 공모가가 풋옵션 행사 가격에 미달하면 차액을 지급한다는 조건을 걸었다.

롯데그룹과 투자자 모두 롯데글로벌로지스 기업가치 향상에 이견이 없었기에 성사된 거래였다.

차액 보상은 롯데그룹이 친 배수진이기도 하다. 롯데글로벌로지스는 지난 2월 상장 주관사와 대표 주관 계약을 맺고 IPO 일정을 저울질하고 있다. 내년 상반기 증시 입성을 노린다면 올해 외형 확대와 수익성 개선을 모두 달성해야 한다.

지난 1분기 연결기준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3% 감소한 8859억원, 분기순이익은 55% 증가한 70억원이다.

기업공개 앞두고 부실한 실적 암초로
G마켓 물량 뺏기고 한진에 밀려 추락

롯데글로벌로지스는 ‘유통왕’ 롯데의 아픈 손가락이다. 최근 신세계그룹과 CJ그룹이 전방위 협력에 나서기로 하면서 롯데글로벌로지스가 맡았던 신세계 계열 G마켓의 택배 물량을 CJ대한통운이 담당하게 됐다.


이에 따른 반사이익으로 한진이 국내 택배업계 2위로 올라서고 롯데글로벌로지스는 3위로 떨어지게 됐다. 롯데글로벌로지스가 향후 반전을 마련하지 못하고 만년 3등으로 전락할 경우 내년 준비 중인 IPO도 차질을 빚을 것으로 우려된다.

지난 17일 업계에 따르면, 신세계와 CJ가 이달 초 체결한 협업 양해각서(MOU)의 핵심은 국내 택배사업 등 물류 분야다. 대표적인 것이 G마켓의 배송 서비스 ‘스마일배송’을 CJ대한통운이 단독으로 담당하기로 한 것이다. 해당 물량은 월 200만~250만건으로 알려졌다.

국내 택배시장서 올해 1분기 기준 매출액 9370억원으로 압도적 1위 사업자인 CJ대한통운이 이번 물량 확보로 선두 지위를 공고히 하게 된 것이다.

업계에 따르면 기존 G마켓 스마일배송을 담당했던 택배사인 롯데글로벌로지스가 CJ대한통운에 G마켓 물량을 뺏기면서 매출에 타격이 예상된다. 롯데글로벌로지스는 분기 기준 600만~750만건의 G마켓 물량을 잃게 돼 택배 한 건당 평균 단가를 2000원으로 계산할 경우 분기 매출액이 120억~150억원가량 감소하게 된다는 것이다.

롯데글로벌로지스는 올해 1분기 기준 국내 택배 매출액은 3482억원으로 CJ대한통운에 이어 2위를 기록했다. 3위 한진의 1분기 매출은 3413억원으로 롯데글로벌로지스와의 격차는 69억원에 불과하다. G마켓 물량이 7월부터 CJ대한통운으로 넘어가면 하반기 국내 택배시장 순위서 롯데글로벌로지스는 3위로 내려앉을 가능성이 높다.

이와 관련해 한 택배업계 관계자는 “롯데글로벌로지스와 한진이 치열하게 2위를 다투는 상황서 이번 G마켓 물량 상실은 롯데글로벌로지스에 악재”라며 “향후 다른 사업 입찰서 반전이 나타나지 않는 이상 만회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롯데글로벌로지스가 국내 택배시장 3위로 추락할 경우, 상장에도 악재가 될 수 있다. 롯데글로벌로지스는 오는 2025년 상반기 IPO를 계획하고 있다. 이를 위해 올해 초 CJ대한통운서 강병구 대표이사를 영입하기도 했다. 롯데그룹의 일부 계열사들이 유동성 위기를 겪어 자금 상황에 촉각을 세우는 가운데, 롯데글로벌로지스 상장에 먹구름이 끼면 강 대표의 책임론도 거세질 전망이다.

1조대 기업공개 가능할까
강병구 대표 책임론 부상

반전을 모색하기 위해 롯데글로벌로지스는 향후 테무 등 중국 e커머스 물량을 추가로 따내려 하겠지만 쉽지는 않을 전망이다. 지난달 롯데글로벌로지스는 경쟁 입찰을 통해 알리익스프레스 물량 일부를 확보하면서 처음으로 중국 e커머스 택배 사업을 하게 됐다.

그러나 하반기에는 중국 e커머스 업체 테무가 국내 택배 경쟁에 뛰어들 것을 예고하면서 롯데글로벌로지스는 고전을 면치 못할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테무의 주 택배 사업자는 한진으로 새로 경쟁입찰을 하더라도 대다수 물량을 한진이 계승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알리익스프레스의 경우에도 지난 경쟁입찰서 기존 주사업자인 CJ대한통운이 대다수 물량을 유지했다.

롯데글로벌로지스가 경쟁입찰 끝에 중국 물량을 확보해도 수익성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분석도 나온다. 최근 알리익스프레스와 테무 등 중국 e커머스의 월간활성사용자수(MAU) 상승세가 정체되면서 시장서의 기대감이 줄어든 탓이다.


데이터분석업체 와이즈앱·리테일·굿즈에 따르면 대표적으로 알리익스프레스의 MAU는 지난 3월 887만명으로 정점을 찍고 4월에 859만명, 5월 830만명으로 연속 감속했다. 진출 초기 초저가를 앞세워 이용자를 모았지만 낮은 품질과 유해성 논란에 성장세가 꺾였다는 분석이다.

또 치열한 경쟁 입찰 끝에 택배사가 물량을 확보하면 배송을 통해 얻을 수 있는 단가가 낮아지기 때문에 수익에 큰 효과가 없을 수도 있다.

그동안 롯데글로벌로지스는 강 대표를 영입하면서 해외 진출에 속도를 냈다. 강 대표는 CJ대한통운서 글로벌사업 대표를 지내다가 올해 롯데글로벌로지스로 자리를 옮겼다. 최근 물류업계 새로운 시장으로 낙점된 이커머스 사업을 바탕으로 해외 비중을 키우겠다는 것이 강 대표의 전략이다.

실제 성과도 있다. 알리 물량 확보 외에도 글로벌 3위 해운사인 프랑스 CMA CGM과 협약을 체결했다. 베트남 콜드체인 물류센터 건설 등에도 약 5000억원 투자를 계획 중이다. 롯데글로벌로지스의 해외사업 확대는 IPO 추진을 위한 포석으로 해석된다.

현재 IPO 추진 중으로 지난해 하반기 상장 대표 주관사로 한국투자증권과 삼성증권을, 공동 주관사로 KB증권을 선정한 바 있다.

다만 롯데글로벌로지스의 재무 상황을 고려하면 1조원대 IPO를 성공시키는 건 쉽지 않다. 올해 1분기 연결기준 롯데글로벌로지스의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은 233억원과 70억원이다. 각각 전년 대비 26.8%, 54.9% 증가한 수준이다.


다만 매출은 8859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3.5% 줄었다. 업계에서는 IPO 성공을 위해 수익성 개선이 시급하다고 지적한다.

만약 롯데글로벌로지스는 내년까지 IPO를 성공시키지 못할 경우 2대 주주는 풋옵션을 행사할 수 있다. 현재 롯데글로벌로지스의 최대주주는 롯데지주, 2대 주주는 LLH다. 만약 내년 4월까지 상장하지 못한다면 LLH는 풋옵션 행사가 가능하다. 이 경우 롯데 측은 약 3500억원 상당의 비용을 들여 주식을 사들여야 한다.

업계에서는 외형 확장 성공 여부에 따라 내년 IPO 성과가 달릴 것으로 예상한다.

해외 빨간불

업계 한 관계자는 “내년 IPO를 추진 중인 입장서 기업가치를 끌어올리는 게 가장 큰 관건”이라며 “최근 알리 경쟁입찰서 롯데글로벌로지스가 적극적으로 임했는데, 테무 입찰서도 좋은 결과를 만든다면 실적 개선은 물론이고 내년 IPO에 결국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롯데글로벌로지스는 IPO와 관련해 “시장 상황에 따라서 적절한 시점에 적법한 절차에 따라 잘 진행할 예정”이라고 일축했다.

<smk1@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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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정 충돌’ 검찰개혁 엇박자 막전막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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