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글로벌로지스 악전고투 속사정

  • 김성민 기자 smk1@ilyosisa.co.kr
  • 등록 2024.06.27 09:34:27
  • 호수 1485호
  • 댓글 0개

3위 밀려나고 멀어지는 IPO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운송 전문업체인 롯데글로벌로지스가 기업상장을 서둘러야 할 상황임에도 업계 3위로 밀려나면서 고전하는 분위기다. 롯데글로벌로지스의 2대 주주인 LLH(지분율 21.87%)의 풋옵션 행사 기한이 최대 1년밖에 남지 않아 지난 2021년부터 미뤄온 풋옵션 행사를 연기하기 어려운 상황. 기업공개(IPO)를 마무리해야 하는 상황서 강병구 대표의 책임론이 거론되는 모양새다. 

롯데그룹은 2014년 현대로지스틱스(현 롯데글로벌로지스) 지분을 인수하면서 택배 부문으로 물류사업을 확장했다. 롯데쇼핑 등 그룹 계열사(35%)·오릭스PE(35%)·현대상선(30%) 출자금과 FI 인수금융 등을 보태 특수목적법인(SPC)인 이지스일호를 인수 주체로 세워 현대로지스틱스를 계열사로 편입했다. 

풋옵션 연기

롯데그룹은 롯데글로벌로지스 지배력을 강화할 때도 FI를 끌어왔다. 롯데그룹은 2016년 이지스일호가 보유한 롯데글로벌로지스 지분 71%를 인수해 실질적인 경영권을 확보했다. 이지스일호에 남은 지분(17.8%)은 2017년 사모펀드 운용사 메디치인베스트 자금으로 조성한 LLH 유한회사가 취득했다.

LLH는 롯데글로벌로지스 제3자 배정 유상증자에도 참여해 1500억원을 출자했다.

처음 LLH가 설정한 최장 투자 기한은 5(4+1)년이었다. 투자 기한을 넘긴 현재도 LLH는 롯데글로벌로지스 2대주주(21.87%)로 남아 있다. 롯데글로벌로지스 최대주주인 롯데지주(46.04%), 특수관계자인 호텔롯데(10.87%)가 FI와 협의해 풋옵션 행사 기한을 세 차례 연기했기 때문이다.


따라서 LLH는 내년 1월부터 1개월 동안 롯데지주와 호텔롯데를 상대로 보유 중인 롯데글로벌로지스 지분을 매각하는 풋옵션을 행사할 수 있다. 1주당 행사 가격은 평균 취득단가에 연 복리 3%를 적용한 금액이다.

그동안 롯데그룹은 ‘기브 앤 테이크(give and take)’ 전략으로 롯데글로벌로지스가 IPO를 준비할 시간을 벌었다. 롯데지주와 호텔롯데는 FI 풋옵션 행사 시기를 늦추면서 롯데글로벌로지스 IPO 공모가가 풋옵션 행사 가격에 미달하면 차액을 지급한다는 조건을 걸었다.

롯데그룹과 투자자 모두 롯데글로벌로지스 기업가치 향상에 이견이 없었기에 성사된 거래였다.

차액 보상은 롯데그룹이 친 배수진이기도 하다. 롯데글로벌로지스는 지난 2월 상장 주관사와 대표 주관 계약을 맺고 IPO 일정을 저울질하고 있다. 내년 상반기 증시 입성을 노린다면 올해 외형 확대와 수익성 개선을 모두 달성해야 한다.

지난 1분기 연결기준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3% 감소한 8859억원, 분기순이익은 55% 증가한 70억원이다.

기업공개 앞두고 부실한 실적 암초로
G마켓 물량 뺏기고 한진에 밀려 추락

롯데글로벌로지스는 ‘유통왕’ 롯데의 아픈 손가락이다. 최근 신세계그룹과 CJ그룹이 전방위 협력에 나서기로 하면서 롯데글로벌로지스가 맡았던 신세계 계열 G마켓의 택배 물량을 CJ대한통운이 담당하게 됐다.


이에 따른 반사이익으로 한진이 국내 택배업계 2위로 올라서고 롯데글로벌로지스는 3위로 떨어지게 됐다. 롯데글로벌로지스가 향후 반전을 마련하지 못하고 만년 3등으로 전락할 경우 내년 준비 중인 IPO도 차질을 빚을 것으로 우려된다.

지난 17일 업계에 따르면, 신세계와 CJ가 이달 초 체결한 협업 양해각서(MOU)의 핵심은 국내 택배사업 등 물류 분야다. 대표적인 것이 G마켓의 배송 서비스 ‘스마일배송’을 CJ대한통운이 단독으로 담당하기로 한 것이다. 해당 물량은 월 200만~250만건으로 알려졌다.

국내 택배시장서 올해 1분기 기준 매출액 9370억원으로 압도적 1위 사업자인 CJ대한통운이 이번 물량 확보로 선두 지위를 공고히 하게 된 것이다.

업계에 따르면 기존 G마켓 스마일배송을 담당했던 택배사인 롯데글로벌로지스가 CJ대한통운에 G마켓 물량을 뺏기면서 매출에 타격이 예상된다. 롯데글로벌로지스는 분기 기준 600만~750만건의 G마켓 물량을 잃게 돼 택배 한 건당 평균 단가를 2000원으로 계산할 경우 분기 매출액이 120억~150억원가량 감소하게 된다는 것이다.

롯데글로벌로지스는 올해 1분기 기준 국내 택배 매출액은 3482억원으로 CJ대한통운에 이어 2위를 기록했다. 3위 한진의 1분기 매출은 3413억원으로 롯데글로벌로지스와의 격차는 69억원에 불과하다. G마켓 물량이 7월부터 CJ대한통운으로 넘어가면 하반기 국내 택배시장 순위서 롯데글로벌로지스는 3위로 내려앉을 가능성이 높다.

이와 관련해 한 택배업계 관계자는 “롯데글로벌로지스와 한진이 치열하게 2위를 다투는 상황서 이번 G마켓 물량 상실은 롯데글로벌로지스에 악재”라며 “향후 다른 사업 입찰서 반전이 나타나지 않는 이상 만회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롯데글로벌로지스가 국내 택배시장 3위로 추락할 경우, 상장에도 악재가 될 수 있다. 롯데글로벌로지스는 오는 2025년 상반기 IPO를 계획하고 있다. 이를 위해 올해 초 CJ대한통운서 강병구 대표이사를 영입하기도 했다. 롯데그룹의 일부 계열사들이 유동성 위기를 겪어 자금 상황에 촉각을 세우는 가운데, 롯데글로벌로지스 상장에 먹구름이 끼면 강 대표의 책임론도 거세질 전망이다.

1조대 기업공개 가능할까
강병구 대표 책임론 부상

반전을 모색하기 위해 롯데글로벌로지스는 향후 테무 등 중국 e커머스 물량을 추가로 따내려 하겠지만 쉽지는 않을 전망이다. 지난달 롯데글로벌로지스는 경쟁 입찰을 통해 알리익스프레스 물량 일부를 확보하면서 처음으로 중국 e커머스 택배 사업을 하게 됐다.

그러나 하반기에는 중국 e커머스 업체 테무가 국내 택배 경쟁에 뛰어들 것을 예고하면서 롯데글로벌로지스는 고전을 면치 못할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테무의 주 택배 사업자는 한진으로 새로 경쟁입찰을 하더라도 대다수 물량을 한진이 계승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알리익스프레스의 경우에도 지난 경쟁입찰서 기존 주사업자인 CJ대한통운이 대다수 물량을 유지했다.

롯데글로벌로지스가 경쟁입찰 끝에 중국 물량을 확보해도 수익성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분석도 나온다. 최근 알리익스프레스와 테무 등 중국 e커머스의 월간활성사용자수(MAU) 상승세가 정체되면서 시장서의 기대감이 줄어든 탓이다.


데이터분석업체 와이즈앱·리테일·굿즈에 따르면 대표적으로 알리익스프레스의 MAU는 지난 3월 887만명으로 정점을 찍고 4월에 859만명, 5월 830만명으로 연속 감속했다. 진출 초기 초저가를 앞세워 이용자를 모았지만 낮은 품질과 유해성 논란에 성장세가 꺾였다는 분석이다.

또 치열한 경쟁 입찰 끝에 택배사가 물량을 확보하면 배송을 통해 얻을 수 있는 단가가 낮아지기 때문에 수익에 큰 효과가 없을 수도 있다.

그동안 롯데글로벌로지스는 강 대표를 영입하면서 해외 진출에 속도를 냈다. 강 대표는 CJ대한통운서 글로벌사업 대표를 지내다가 올해 롯데글로벌로지스로 자리를 옮겼다. 최근 물류업계 새로운 시장으로 낙점된 이커머스 사업을 바탕으로 해외 비중을 키우겠다는 것이 강 대표의 전략이다.

실제 성과도 있다. 알리 물량 확보 외에도 글로벌 3위 해운사인 프랑스 CMA CGM과 협약을 체결했다. 베트남 콜드체인 물류센터 건설 등에도 약 5000억원 투자를 계획 중이다. 롯데글로벌로지스의 해외사업 확대는 IPO 추진을 위한 포석으로 해석된다.

현재 IPO 추진 중으로 지난해 하반기 상장 대표 주관사로 한국투자증권과 삼성증권을, 공동 주관사로 KB증권을 선정한 바 있다.

다만 롯데글로벌로지스의 재무 상황을 고려하면 1조원대 IPO를 성공시키는 건 쉽지 않다. 올해 1분기 연결기준 롯데글로벌로지스의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은 233억원과 70억원이다. 각각 전년 대비 26.8%, 54.9% 증가한 수준이다.


다만 매출은 8859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3.5% 줄었다. 업계에서는 IPO 성공을 위해 수익성 개선이 시급하다고 지적한다.

만약 롯데글로벌로지스는 내년까지 IPO를 성공시키지 못할 경우 2대 주주는 풋옵션을 행사할 수 있다. 현재 롯데글로벌로지스의 최대주주는 롯데지주, 2대 주주는 LLH다. 만약 내년 4월까지 상장하지 못한다면 LLH는 풋옵션 행사가 가능하다. 이 경우 롯데 측은 약 3500억원 상당의 비용을 들여 주식을 사들여야 한다.

업계에서는 외형 확장 성공 여부에 따라 내년 IPO 성과가 달릴 것으로 예상한다.

해외 빨간불

업계 한 관계자는 “내년 IPO를 추진 중인 입장서 기업가치를 끌어올리는 게 가장 큰 관건”이라며 “최근 알리 경쟁입찰서 롯데글로벌로지스가 적극적으로 임했는데, 테무 입찰서도 좋은 결과를 만든다면 실적 개선은 물론이고 내년 IPO에 결국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롯데글로벌로지스는 IPO와 관련해 “시장 상황에 따라서 적절한 시점에 적법한 절차에 따라 잘 진행할 예정”이라고 일축했다.

<smk1@ilyosisa.co.kr>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서울시장 올인’ 민주당 그래도 불안한 이유

‘서울시장 올인’ 민주당 그래도 불안한 이유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내년 6월 치러질 지방선거의 최대 격전지는 단연 서울시다. 서울시에 깃발을 꽂는 쪽이 전체 선거의 승리라 봐도 무관하다는 해석도 나온다. 진보 진영에서는 당원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해 ‘오세훈 대항마’를 자처하는 후보군이 속속 등장했지만, 서울 시민의 마음까지 얻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지난 10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전국 지역위원장 워크숍에서 제9회 지방선거(이하 지선) 승리라는 목표를 세웠다. 이달 중으로 지선 공천 룰을 확정해 빠르게 선거에 임하겠다는 방침이다. 큰 틀로는 ▲당원 민주주의 실현 ▲완전한 민주적 경선 ▲깨끗하고 유능한 후보 선출 ▲여성·청년·장애인 기회 확대 등 4대 방향이 제시됐다. 출사표 만지작 민주당은 이번 지선의 성격을 ‘완전한 내란 종식’으로 규정했다. 민주당 전국 지역위원장은 워크숍에서 ‘이재명정부 성공과 지선 승리를 위한 더불어민주당 전국지역위원장 결의문’을 통해 “국민의 준엄한 명령을 받들어 민생회복·내란청산·개혁완수라는 역사적 사명을 반드시 이루어 낼 것을 결의한다”고 밝혔다. 내년 지선서 압도적 승리를 이끌어냄으로서 ‘무능 부패한 국민의힘 지방권력’을 심판하고 ‘진짜 자치분권 균형성장’의 시대를 만들겠다는 방침이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 또한 “이정부 성공을 위해 당이 무엇을 할 것인지에 모든 초점을 맞춰야 한다”며 “다가오는 지선은 민주당의 책임과 기회의 시험대다. 당의 힘을 모아 이정부의 성공과 지선 승리라는 두 목표를 함께 이뤄낼 것”이라고 밝혔다. 주목도가 높은 서울시장 선거 최종 후보가 되는 것만으로도 존재감을 키울 수 있다. 차기 서울시장 임기는 2030년으로 21대 대통령선거 시기와 맞아떨어진다. 그동안 서울시장은 대선주자로 가는 지름길로 여겨졌던 만큼 정치인으로서 큰 꿈을 꾸는 이들에게는 ‘일생일대의 기회’다. 민주당은 서울시장 선거 본선행 티켓을 놓고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원내 의원들의 공식 출마 선언 이후에도 자칭타칭 물망에 오른 진보 인사들이 시기를 재고 있어 다양한 경선 구도가 그려질 것으로 관측된다. 박주민 의원은 민주당 내에서도 가장 먼저 공식 출마 의사를 밝힌 인물이다. 그는 “서울이 ‘맏이’ 역할을 하며 지방 도시들과 함께 성장하는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며 일찌감치 선거판을 예열했다. 뒤이어 민주당 서영교 최고위원이 출사표를 던졌다. 조희대 대법원장 저격수를 자처하며 존재감을 키운 그가 이번에는 “서민을 위해 일 잘하는 시장이 필요하다”며 오세운 서울시장 대항마로 나섰다. 서 최고위원은 “(오 시장은) 토지거래허가구역을 무리하게 해제하면서 부동산 폭등을 자초했다”며 “이태원 참사의 충격이 채 가시지도 않은 시점에서 큰 책임이 있는 용산구청장에게 서울시 주최 지역축제 안전관리 대상을 주는 등 시민의 요구, 시대의 요구를 전혀 읽지 못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전현희 최고위원은 “국정감사 이후 결단을 내리겠다”며 가능성을 열어뒀다. 그는 지난달 오마이TV ‘박정호의 핫스팟’과의 인터뷰에서 “정치적 중요성이 매우 크기 때문에 반드시 승리할 후보가 서울시를 탈환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며 “그런 자리에 과연 제가 적합한 후보인지 고민을 하는 것”이라고 전했다. 큰 판 향하는 의원들 오세훈만 꺾으면 끝? 지난 조기 대선 당시 ‘민주당 골목골목선대위 서울위원장’을 맡아 서울시 정책 로드맵을 짜는 데 참여한 만큼 출마 명분은 충분하다는 평이 나온다. 마찬가지로 원내 인사인 박홍근 의원과 김영배 의원도 몸풀기에 나섰다. 특히 박 의원은 자신의 거취와 관련해선 지난해 8월 당시 당 대표였던 이재명 대통령과 사전 논의가 있었던 점을 강조만 만큼 오랜 고심이 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민주당 원내대표를 지낸 홍익표 전 의원도 “서울시장 선거 출마를 생각하고 준비 중”이라며 도전을 시사했다. 홍 전 의원은 가장 민감한 서울 부동산 문제를 겨냥하는 등 오 시장의 강남권 토지거래허가구역 해제를 집값 상승의 원인으로 꼽으며 저격에 나섰다. 박용진 전 의원의 출마 가능성도 점쳐진다. 박 전 의원은 “아직 정해진 건 없다”면서도 연일 오 시장을 때리며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 최근에는 “민주당의 정치가 ‘영포티(젊어 보이려 애쓰는 40대)’ 정치로 전락하지 않도록 몸부림쳐야 한다”며 청년세대와의 통합을 강조하기도 했다. 원외에서는 정원오 성동구청장의 이름이 눈에 띈다. ‘K-브랜드지수’에서 서울시 지자체장 부문 1위 타이틀을 따낸 그는 활발한 SNS 활동으로 두터운 지지층을 보유한 인물이다. “나 서울 시민인데, 구청장님 좀 같이 씁시다” 등 밈(인터넷 유행 콘텐츠)이 온라인에 퍼지면서 팬덤을 등에 업고 민주당 원내 인사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지 이목이 쏠린다. 민주당 후보군은 일동 ‘오세훈 때리기’에 집중하고 있다. 오 시장의 야심작인 한강버스가 연일 구설수에 오른 데 이어 최근 서울시가 최근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인 서울 종묘 맞은편에 높이 145m 건물이 들어설 수 있도록 재정비촉진계획을 변경한 것을 두고 맹공에 나선 것이다. 지난 11일 민주당 문화예술특별위원회는 기자회견을 통해 종묘 재개발 논의를 정면으로 반박했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당내 서울시장 후보군인 박주민 의원과 서영교 최고위원을 비롯한 전현희·김영배·박홍근 의원 등이 대거 참석했다. 특히 박홍근 의원은 “차기 시장, 그리고 대권 놀음을 위해 종묘를 제물로 바치겠다는 것이냐”고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서울 종묘가 서울시장 선거의 새로운 전장이 된 셈이다. 이리저리 혼돈의 표심 민주당에서는 윤석열정부 조기 퇴진으로 치러진 조기 대선 승리의 후광효과가 지선까지 이어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번 지선 기조를 내란 청산으로 내세운 것 역시 ‘내란 VS 헌법 수호’ 프레임이 유효하다고 본 것이다. 다시 꺼내든 내란 종식 키워드가 내년 지선에서도 먹힐지는 지켜봐야 할 전망이다. 지선 압승이라는 낙관론에 젖어 서울시 민심을 제대로 훑지 못한다면 ‘이정부 심판론’으로 되치기당할 것이란 우려가 나오는 지점이다. 민주당 출신의 한 정치권 관계자는 “서울시 선거는 ‘오세훈만 꺾으면 당선’ 같은 일차 방정식이 아니다. 오 시장이 명태균 게이트, 한강버스 등 각종 리스크에 발목 잡혀 약해진 것은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서울시민이 내란 종식을 외치는 후보에게 표를 던지겠냐는 근본적인 질문에서 다시 출발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인구 특성만큼 변수도 많은 서울시 자체가 첫 번째 허들이다. 서울은 마포·용산·영등포·광진·동작·성동·강동·중구 등 13개 선거구를 일컫는 한강벨트를 따라 보수층이 포진해 있어 보수 텃밭으로 여겨지지만, 지난해 치러진 총선에서 민주당이 서울 48석 중 37석을 얻어 과반이 넘는 지역에 파란 깃발을 수놓았다. 그럼에도 조기 대선에서 당시 민주당 이재명 후보와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는 서울시에서 각각 47.1%, 41.6%를 얻어 두 후보 간의 격차는 5.5%p에 불과했다. 여기에 범보수로 여겨지는 개혁신당 이준석 후보가 얻은 9.9%를 더하면 보수 진영이 진보 진영을 앞서게 된다. 비상계엄이라는 특수 상황을 경험했지만 40%에 달하는 서울 시민이 국민의힘의 손을 들어준 것이다. 두 번째는 한강벨트를 따라 빼곡히 자리 잡은 부동산이다. 정부의 10·15 부동산 정책을 통해 서울시 민심을 움직이는 건 진영 간의 논리 싸움이 아닌 정책, 그중에서도 집값이라는 게 명확해졌다. 서울 전역을 토지거래허가구역과 투기과열지구·조정대상지역으로 지정하는 이재명표 부동산 대책이 발표된 지 약 보름 뒤 민주당 지지율이 1주일 새 10%포인트 하락하며 국민의힘에 오차범위 내에서 역전됐다. 지지층에 휩쓸릴라 한국갤럽이 지난달 28~30일 전국 만 18세 이상 1002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민주당의 서울 지지율은 31%로 전주 대비 10%p 떨어졌다. 반면 국민의힘은 12%p 오른 32%로 집계됐다. 서울을 대상으로 고강도 대책이 발표되자 서울 민심에 본격적으로 영향을 끼쳤다는 해석이 나왔다. 이 대통령의 국정 운영에 대한 전체 긍정 평가는 전주 대비 1%포인트 상승해 57%를 기록했지만, 민주당과 마찬가지로 서울 지역에서는 8%p 하락한 47%로 나타났다. 해당 조사의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p로 응답률은 12.6%다. 이동통신 3사가 제공한 무선전화 가상번호를 무작위로 추출해 전화 조사원이 인터뷰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와 한국갤럽 홈페이지를 참고하면 된다. 결국 이번 서울시장 선거는 진영 간의 대립구도가 아닌 인물과 정책으로 승부를 봐야 한다는 의견에 초점이 맞춰지지만, 진보 진영 후보들은 본선 진출을 위해 당원의 표심을 얻는 일을 우선해야 한다는 딜레마에 빠졌다. 지선을 앞두고 민주당 지도부가 권리당원 권한을 대폭 강화하겠다고 밝힌 만큼 국민의힘과 잘 싸우는 ‘전투적인 후보’가 경선에서 압도적으로 유리하다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차기 서울시장 후보 적합도를 묻는 여론조사에서 진보·여권 후보 가운데 정 구청장이 1위를 차지했다. 만일 정 구청장이 출마 의지를 굳히더라도 박주민·서영교 의원 등 쟁쟁한 원내 인사를 제치고 당원의 선택을 받을지 확신할 수 없다. 인지도면은 물론 민주당 지선 기조가 내란 청산으로 자리 잡은 한 12·3 비상계엄을 해제한 인물에게 더 많은 정치적 유산과 서사가 쥐어지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박 전 의원은 출마 가능성을 시사한 동시에 민주당 강성 지지층에게 집중적으로 질타 받았다. 2023년 8월 당시 이재명 대통령이 당 대표이던 시절 체포동의안을 놓고 갑론을박이 이어지던 중 불체포특권 포기 성명에 이름을 올린 31명의 의원 중 한 명인 만큼 경선 통과가 쉽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반면 민주당 지지층으로부터 꾸준히 이름을 알려온 경우 경선 통과가 수월하지만 양날의 검이 될 수 있다. ‘개딸(개혁의 딸들)이 밀어준 강경파 후보’라는 꼬리표가 붙는다면 정책이나 행정가로서의 자질은 묻히고 이에 거부감을 느낀 중도층의 표가 분산될 것이란 점에서다. 당원 마음 잡으랴, 중도층 안으랴 김민석·강훈식 ‘투톱’ 차출설도 경선과 본선을 놓고 민주당의 딜레마가 이어지는 가운데 이 대통령의 신임을 받는 ‘김민석·강훈식 차출설’이 돌면서 서울시장 선거판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지고 있다. 인지도가 높고 행정가 면모가 돋보이는 김민석 국무총리와 강훈식 대통령실비서실장을 서울시장 후보로 내보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면서 국정 투톱이 또다시 정치의 한가운데에 들어섰다. 앞서 김 총리는 여러 차례에 걸쳐 서울시장 출마 가능성에 선을 그어왔지만 종묘 재개발 논쟁에 뛰어들면서 다시 불을 댕겼다. 지난 10일 김 총리가 서울 종묘 일대를 찾아 “무리하게 한강버스를 밀어붙이다 시민의 부담을 초래한 서울시로서는 더욱 신중하게 국민적 우려를 경청해야 한다”고 우려를 표했는데, 이를 두고 오 시장이 “국민 감정을 자극하려 하는데 이는 선동”이라며 지선을 겨냥한 발언이라고 의심한 것이다. 일각에서는 한 차례 서울시장에 도전했던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이름도 다시 거론된다. 김 총리가 서울시장 대신 당 대표로 나서고, 직을 내려놓은 정 대표가 서울시장 도전 후 대권 코스를 밟는 시나리오다. 3대 개혁을 두고 당정 불협화음이라는 의심의 눈초리가 따라붙는 만큼 교통정리를 통해 당정 서로에게 윈윈(win-win)하는 방법으로 꼽힌다. 우선 민주당 관계자들은 앞선 두 사람의 출마 가능성이 극히 낮다고 보고 있다. 가장 중요한 시기에 총리나 대통령비서실장 자리에 생긴 공백은 국정 운영에 차질이 빚을뿐더러 정부 출범 1년도 되지 않은 시기에 지선 후보로 차출할 시 모양새가 좋지 않다는 게 공통된 설명이다. 정 대표의 서울시장 도전 여부 역시 “이제 겨우 (취임) 100일이 지났다”며 일축했다. 이처럼 ‘스타 정치인’ 후보군이 물망에 오르자 당 일각에서도 지역 일꾼을 뽑는 지선의 의미가 퇴색될까 우려하는 모양새다. 경선 당락을 결정할 당원의 표심을 사로잡기 위해 지나친 선명성 경쟁이 이어질 경우 중도층의 눈살을 찌푸리게 할 거라는 지적도 나온다. 수많은 변수들 여권 관계자는 “지선 결과를 미리 예단하기엔 시간이 많이 남았으니 차분하게 기다리면서 후보들의 공약을 분석하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이어 “앞으로 종묘 재개발 같은 이슈가 전방으로 나올 텐데 그때마다 (민주당도) 네거티브로 맞받아치면 승리를 장담할 수 없다. 우리 당원도 내란 종식과 민생회복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는 사람을 최종 후보로 뽑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터줏대감 눈치 보는 국힘? 더불어민주당과 마찬가지로 국민의힘 역시 서울시장을 이번 지방선거의 최대 격전지로 보고 있다. 서울시 사수를 위해 후보군을 물색하고 있지만, 오세훈 시장의 임기가 남은 만큼 누구 하나 선뜻 도전장을 내밀지 못하는 분위기다. 이에 오 시장의 재도전이 유일한 방법으로 여겨지는 모양새다. 오 시장은 “시민들이 어떤 평가를 해줄지 지켜보며 거취를 분명히 하겠다”며 3선 도전 가능성을 내비쳤다. 명태균 게이트, 한강버스, 종묘 재개발 등 리스크를 안고 있지만 현역 프리미엄에 기댄다면 시도해 볼 가치가 충분하다고 본 셈이다. 한때 경기도지사 후보로 거론됐던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이 이번에는 서울시장 물망에 올랐다. 서울시장 출사표를 던진 민주당 박주민 의원이 “오 시장이 아닌 나 의원을 상대할 가능성이 있다”는 취지로 말하면서 이목이 쏠렸지만 정작 나 의원은 서울시장 도전 가능성에 대해 말을 아끼고 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