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글로벌로지스 악전고투 속사정

  • 김성민 기자 smk1@ilyosisa.co.kr
  • 등록 2024.06.27 09:34:27
  • 호수 1485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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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위 밀려나고 멀어지는 IPO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운송 전문업체인 롯데글로벌로지스가 기업상장을 서둘러야 할 상황임에도 업계 3위로 밀려나면서 고전하는 분위기다. 롯데글로벌로지스의 2대 주주인 LLH(지분율 21.87%)의 풋옵션 행사 기한이 최대 1년밖에 남지 않아 지난 2021년부터 미뤄온 풋옵션 행사를 연기하기 어려운 상황. 기업공개(IPO)를 마무리해야 하는 상황서 강병구 대표의 책임론이 거론되는 모양새다. 

롯데그룹은 2014년 현대로지스틱스(현 롯데글로벌로지스) 지분을 인수하면서 택배 부문으로 물류사업을 확장했다. 롯데쇼핑 등 그룹 계열사(35%)·오릭스PE(35%)·현대상선(30%) 출자금과 FI 인수금융 등을 보태 특수목적법인(SPC)인 이지스일호를 인수 주체로 세워 현대로지스틱스를 계열사로 편입했다. 

풋옵션 연기

롯데그룹은 롯데글로벌로지스 지배력을 강화할 때도 FI를 끌어왔다. 롯데그룹은 2016년 이지스일호가 보유한 롯데글로벌로지스 지분 71%를 인수해 실질적인 경영권을 확보했다. 이지스일호에 남은 지분(17.8%)은 2017년 사모펀드 운용사 메디치인베스트 자금으로 조성한 LLH 유한회사가 취득했다.

LLH는 롯데글로벌로지스 제3자 배정 유상증자에도 참여해 1500억원을 출자했다.

처음 LLH가 설정한 최장 투자 기한은 5(4+1)년이었다. 투자 기한을 넘긴 현재도 LLH는 롯데글로벌로지스 2대주주(21.87%)로 남아 있다. 롯데글로벌로지스 최대주주인 롯데지주(46.04%), 특수관계자인 호텔롯데(10.87%)가 FI와 협의해 풋옵션 행사 기한을 세 차례 연기했기 때문이다.


따라서 LLH는 내년 1월부터 1개월 동안 롯데지주와 호텔롯데를 상대로 보유 중인 롯데글로벌로지스 지분을 매각하는 풋옵션을 행사할 수 있다. 1주당 행사 가격은 평균 취득단가에 연 복리 3%를 적용한 금액이다.

그동안 롯데그룹은 ‘기브 앤 테이크(give and take)’ 전략으로 롯데글로벌로지스가 IPO를 준비할 시간을 벌었다. 롯데지주와 호텔롯데는 FI 풋옵션 행사 시기를 늦추면서 롯데글로벌로지스 IPO 공모가가 풋옵션 행사 가격에 미달하면 차액을 지급한다는 조건을 걸었다.

롯데그룹과 투자자 모두 롯데글로벌로지스 기업가치 향상에 이견이 없었기에 성사된 거래였다.

차액 보상은 롯데그룹이 친 배수진이기도 하다. 롯데글로벌로지스는 지난 2월 상장 주관사와 대표 주관 계약을 맺고 IPO 일정을 저울질하고 있다. 내년 상반기 증시 입성을 노린다면 올해 외형 확대와 수익성 개선을 모두 달성해야 한다.

지난 1분기 연결기준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3% 감소한 8859억원, 분기순이익은 55% 증가한 70억원이다.

기업공개 앞두고 부실한 실적 암초로
G마켓 물량 뺏기고 한진에 밀려 추락

롯데글로벌로지스는 ‘유통왕’ 롯데의 아픈 손가락이다. 최근 신세계그룹과 CJ그룹이 전방위 협력에 나서기로 하면서 롯데글로벌로지스가 맡았던 신세계 계열 G마켓의 택배 물량을 CJ대한통운이 담당하게 됐다.


이에 따른 반사이익으로 한진이 국내 택배업계 2위로 올라서고 롯데글로벌로지스는 3위로 떨어지게 됐다. 롯데글로벌로지스가 향후 반전을 마련하지 못하고 만년 3등으로 전락할 경우 내년 준비 중인 IPO도 차질을 빚을 것으로 우려된다.

지난 17일 업계에 따르면, 신세계와 CJ가 이달 초 체결한 협업 양해각서(MOU)의 핵심은 국내 택배사업 등 물류 분야다. 대표적인 것이 G마켓의 배송 서비스 ‘스마일배송’을 CJ대한통운이 단독으로 담당하기로 한 것이다. 해당 물량은 월 200만~250만건으로 알려졌다.

국내 택배시장서 올해 1분기 기준 매출액 9370억원으로 압도적 1위 사업자인 CJ대한통운이 이번 물량 확보로 선두 지위를 공고히 하게 된 것이다.

업계에 따르면 기존 G마켓 스마일배송을 담당했던 택배사인 롯데글로벌로지스가 CJ대한통운에 G마켓 물량을 뺏기면서 매출에 타격이 예상된다. 롯데글로벌로지스는 분기 기준 600만~750만건의 G마켓 물량을 잃게 돼 택배 한 건당 평균 단가를 2000원으로 계산할 경우 분기 매출액이 120억~150억원가량 감소하게 된다는 것이다.

롯데글로벌로지스는 올해 1분기 기준 국내 택배 매출액은 3482억원으로 CJ대한통운에 이어 2위를 기록했다. 3위 한진의 1분기 매출은 3413억원으로 롯데글로벌로지스와의 격차는 69억원에 불과하다. G마켓 물량이 7월부터 CJ대한통운으로 넘어가면 하반기 국내 택배시장 순위서 롯데글로벌로지스는 3위로 내려앉을 가능성이 높다.

이와 관련해 한 택배업계 관계자는 “롯데글로벌로지스와 한진이 치열하게 2위를 다투는 상황서 이번 G마켓 물량 상실은 롯데글로벌로지스에 악재”라며 “향후 다른 사업 입찰서 반전이 나타나지 않는 이상 만회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롯데글로벌로지스가 국내 택배시장 3위로 추락할 경우, 상장에도 악재가 될 수 있다. 롯데글로벌로지스는 오는 2025년 상반기 IPO를 계획하고 있다. 이를 위해 올해 초 CJ대한통운서 강병구 대표이사를 영입하기도 했다. 롯데그룹의 일부 계열사들이 유동성 위기를 겪어 자금 상황에 촉각을 세우는 가운데, 롯데글로벌로지스 상장에 먹구름이 끼면 강 대표의 책임론도 거세질 전망이다.

1조대 기업공개 가능할까
강병구 대표 책임론 부상

반전을 모색하기 위해 롯데글로벌로지스는 향후 테무 등 중국 e커머스 물량을 추가로 따내려 하겠지만 쉽지는 않을 전망이다. 지난달 롯데글로벌로지스는 경쟁 입찰을 통해 알리익스프레스 물량 일부를 확보하면서 처음으로 중국 e커머스 택배 사업을 하게 됐다.

그러나 하반기에는 중국 e커머스 업체 테무가 국내 택배 경쟁에 뛰어들 것을 예고하면서 롯데글로벌로지스는 고전을 면치 못할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테무의 주 택배 사업자는 한진으로 새로 경쟁입찰을 하더라도 대다수 물량을 한진이 계승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알리익스프레스의 경우에도 지난 경쟁입찰서 기존 주사업자인 CJ대한통운이 대다수 물량을 유지했다.

롯데글로벌로지스가 경쟁입찰 끝에 중국 물량을 확보해도 수익성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분석도 나온다. 최근 알리익스프레스와 테무 등 중국 e커머스의 월간활성사용자수(MAU) 상승세가 정체되면서 시장서의 기대감이 줄어든 탓이다.


데이터분석업체 와이즈앱·리테일·굿즈에 따르면 대표적으로 알리익스프레스의 MAU는 지난 3월 887만명으로 정점을 찍고 4월에 859만명, 5월 830만명으로 연속 감속했다. 진출 초기 초저가를 앞세워 이용자를 모았지만 낮은 품질과 유해성 논란에 성장세가 꺾였다는 분석이다.

또 치열한 경쟁 입찰 끝에 택배사가 물량을 확보하면 배송을 통해 얻을 수 있는 단가가 낮아지기 때문에 수익에 큰 효과가 없을 수도 있다.

그동안 롯데글로벌로지스는 강 대표를 영입하면서 해외 진출에 속도를 냈다. 강 대표는 CJ대한통운서 글로벌사업 대표를 지내다가 올해 롯데글로벌로지스로 자리를 옮겼다. 최근 물류업계 새로운 시장으로 낙점된 이커머스 사업을 바탕으로 해외 비중을 키우겠다는 것이 강 대표의 전략이다.

실제 성과도 있다. 알리 물량 확보 외에도 글로벌 3위 해운사인 프랑스 CMA CGM과 협약을 체결했다. 베트남 콜드체인 물류센터 건설 등에도 약 5000억원 투자를 계획 중이다. 롯데글로벌로지스의 해외사업 확대는 IPO 추진을 위한 포석으로 해석된다.

현재 IPO 추진 중으로 지난해 하반기 상장 대표 주관사로 한국투자증권과 삼성증권을, 공동 주관사로 KB증권을 선정한 바 있다.

다만 롯데글로벌로지스의 재무 상황을 고려하면 1조원대 IPO를 성공시키는 건 쉽지 않다. 올해 1분기 연결기준 롯데글로벌로지스의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은 233억원과 70억원이다. 각각 전년 대비 26.8%, 54.9% 증가한 수준이다.


다만 매출은 8859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3.5% 줄었다. 업계에서는 IPO 성공을 위해 수익성 개선이 시급하다고 지적한다.

만약 롯데글로벌로지스는 내년까지 IPO를 성공시키지 못할 경우 2대 주주는 풋옵션을 행사할 수 있다. 현재 롯데글로벌로지스의 최대주주는 롯데지주, 2대 주주는 LLH다. 만약 내년 4월까지 상장하지 못한다면 LLH는 풋옵션 행사가 가능하다. 이 경우 롯데 측은 약 3500억원 상당의 비용을 들여 주식을 사들여야 한다.

업계에서는 외형 확장 성공 여부에 따라 내년 IPO 성과가 달릴 것으로 예상한다.

해외 빨간불

업계 한 관계자는 “내년 IPO를 추진 중인 입장서 기업가치를 끌어올리는 게 가장 큰 관건”이라며 “최근 알리 경쟁입찰서 롯데글로벌로지스가 적극적으로 임했는데, 테무 입찰서도 좋은 결과를 만든다면 실적 개선은 물론이고 내년 IPO에 결국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롯데글로벌로지스는 IPO와 관련해 “시장 상황에 따라서 적절한 시점에 적법한 절차에 따라 잘 진행할 예정”이라고 일축했다.

<smk1@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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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훈 축출’ 장동혁 용꿈의 비밀

‘한동훈 축출’ 장동혁 용꿈의 비밀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와 한동훈 전 대표는 한때 ‘짝패’였다. 장 대표는 용꿈을 꾸는 것으로 알려졌다. 장 대표가 한 전 대표 제명에 몰두한 이유를 이해하려면, 그의 욕망 ‘용꿈’을 이해해야 한다.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지난 5일 국회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자신에 대한 재신임 투표를 제안했다. 조건은 “다음날까지 정치 생명을 걸고 재신임·사퇴를 요구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누군가의 ‘정치 생명을 건 재신임·사퇴 요구’가 있으면, 곧바로 전 당원투표를 시행하겠다”는 제안이었다. 요구 기간 불과 이틀 지난 6일까지 장 대표에 대한 재신임 투표를 제안한 국민의힘 구성원은 아무도 없었다. 국민의힘 최수진 원내 수석대변인은 지난 7일 “반응이 없었으니 종결된 것”이라고 말했다. 장 대표에 대한 당내 친한(친 한동훈)계·소장파의 비판이 시작된 시점은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를 제명한 지난달 29일이었다. 친한계 일원인 국민의힘 김종혁 전 최고위원 제명 조치도 지난 9일 확정됐다. 국민의힘 중앙윤리위원회는 지난달 26일 “현직 당협위원장 신분으로 장 대표 등을 공개 비판해 왔다”는 이유로 지난달 26일 김 전 최고위원에게 ‘탈당 권유’ 징계를 결정했다. 김 전 최고위원이 탈당하지 않았기 때문에 자동 제명 처리됐다. 오 시장은 지난달 29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기어이 당을 자멸의 길로 몰아넣었다”면 장 대표를 비판했다. 이어 “장 대표는 국민의힘을 이끌 자격이 없으니, 물러나서 책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여론조사기관 조원씨앤아이가 <스트레이트뉴스>의 의뢰를 받아 지난 7일부터 이틀 동안 서울 거주 18세 이상 남녀 806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ARS 여론조사(휴대전화 가상번호 100%)에 따르면, 오 시장은 33.3%의 지지를 얻어 47.5%의 지지를 얻은 정원오 서울 성동구청장보다 14.2% 뒤처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에서 참조할 수 있다. 친한계는 한 전 대표를 중심으로 뭉친 수도권·부산 내 보수 성향 엘리트 집단이다. 국민의힘이 지난 2016년부터 총선에서 연패한 탓에 당내 수도권 엘리트들의 영향력이 줄었다. 양당 체제를 선호하는 한국인의 특성상 ‘집단 탈당 후 창당’을 선택하기도 어렵다. 바른정당·국민의당·바른미래당 등 보수 성향 제3지대 정당 실험은 모두 실패했다. 현 시점에선 국회 의석 3석을 보유한 개혁신당만이 유일한 원내 보수 성향 제3지대 정당으로 존재한다. 4개월여 앞둔 선거가 총선이 아닌 지방선거·재보궐선거란 사실도 이들이 쉽게 움직일 수 없는 이유 중 하나다.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는 지난 2022년 대선·지방선거를 지휘해 연이어 이긴 경험이 있다. 반면 한 전 대표는 선거를 지휘해 이긴 경험이 없다. 한 전 대표는 지난 2024년 비상대책위원장 자격으로 총선을 지휘했다. 당시 국민의힘은 108석만을 확보하는 참패를 당했다. 한 전 대표 제명을 사실상 주도한 장 대표에 대해선 “집단 탈당 후 신당 창당’이란 정치 실험이 성공한 사례가 드물고, 한 전 대표의 선거 지휘 능력은 아직 검증되지 않았다는 것을 토대로 강행한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지방선거는 대선·총선에 비해 투표율이 낮고 중앙 정치에 미치는 영향력도 적지만, 그래도 선거는 선거다. 지역 기반을 확보하는 선거가 중요하지 않을 리는 없다. 통상 선거를 앞둔 시점에선 빅텐트 설치 등 이합집산 움직임이 활발해진다. 선거를 4개월여 앞둔 시점에서 당내 계파 중 하나를 와해시켜 ‘다이어트’를 시도하는 사례는 드물다. 이 대표가 개혁신당을 창당한 시점은 총선을 약 3개월 앞둔 지난 2024년 1월이었다. 당시 국민의힘 탈당 후 개혁신당으로 옮긴 현역 의원은 허은아 대통령실 국민통합비서관 1명이었다. 그리고 개혁신당이 거둔 의석은 지역구 1석·비례대표 2석 등 총 3석이라서 정치 구도를 바꿀 만큼의 영향력을 얻은 것은 아니었다. 한 제명 후 오 반발 “장 물러나 책임져야” 하나뿐인 꿈…정치적 오이디푸스 콤플렉스? 장 대표의 한 전 대표 등 제명 및 오 시장과의 갈등은 “국민의힘이 수도권 내 지방선거를 포기한 것 아니냐”는 의문으로 이어질 만큼 집요하다. 선거에선 어제 없던 조직이라도 오늘 만들어서 돌려야 하고, 어제의 원수와도 악수해서 표로 바꿔야 한다. 일정한 영향력을 당내 구성원을 내쫓아 선거에 악영향을 주는 것을 감수하는 선택은 “의아하다”는 의심으로 연결될 가능성이 큰 지점이다. 국민의힘은 지난 2016년 이후 수도권 패배·중도층 표심 공략 실패 여파로 총선에서 연패했다. “중도층 표심을 공략하면서 수도권에서 이겨야 한다”는 것은 누구나 아는 선거 승리 공식이다. 국민의힘 지도부 구성원 중 가장 강경한 보수 성향을 드러내는 김민수 최고위원조차 지난 9일 보수 유튜버들이 공동 주최한 ‘대한민국 자유 유튜브 총연합회 토론회’에 출연해 “윤 어게인을 외쳐선 지방선거에서 이길 수 없다”며 “중도층을 설득해야 하는데, 부정선거론을 10년 동안 외쳐도 영역은 좁아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김 최고위원의 발언은 누구나 아는 선거 승리 공식을 그가 현실적으로 외면할 순 없으리라는 근거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한나라당 정옥임 전 의원은 지난 11일 CBS 라디오 <박재홍의 한판승부>에 출연해 “김 최고위원이 우파의 짠물 지지자들을 우습게 보는 것”이라며 “윤 어게인·탄핵 반대 구호로 그들의 성원을 받았으니, 노선을 바꾸더라도 그들이 따라올 것이란 기대감을 깔고 있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장 대표는 지난 2022년 6월 지방선거와 동시에 치러진 충남 보령·서천 재보궐선거에서 당선돼 금배지를 달았다. 지난 2024년 총선에서 승리하면서 형식적으로는 재선 의원이지만, 실질적으로는 아직 초선 의원 임기 4년도 마치지 않았다. 비상대책위원장이었던 한 전 대표는 지난 2023년 12월 장 대표를 파격적으로 사무총장에 임명했다. 지난 2024년 전당대회에선 한 전 대표와 장 대표가 나란히 당 대표와 수석 최고위원으로 당선됐다. 지난 2024년 12월 윤석열 전 대통령이 선포한 비상계엄 해제에 참여한 국민의힘 의원 18명 중엔 장 대표도 있었다. 한 전 대표와 장 대표는 이때까진 누가 보더라도 ‘짝패’였다. 그로부터 1주가 지난 12월11일에 이르러, 이들은 명백한 결별 신호를 언론·대중에게 드러냈다. 윤 전 대통령 탄핵에 찬성한 한 전 대표와 달리 장 대표는 반대했고, 굳게 입술을 다문 채 당 대표실을 나서는 모습이 포착됐다. 3일 후 장 대표는 가장 먼저 사퇴해 ‘한동훈 체제’ 붕괴에 결정적으로 일조했다. 누구나 아는 승리 공식 장 대표는 지난해 2월엔 윤 전 대통령 파면에 반대하는 세이브코리아 국가비상기도회에 참석해 “비상계엄에도 하나님의 계획이 있고, 하나님이 승리로 이끌 것”이라고 말하는 등 강경 보수 전향을 선언했다. 이는 장 대표가 한 전 대표와 차별화하면서 강경 보수의 지지를 선점하는 계기가 됐다. 지난해 8월 전당대회에선 강경 보수의 압도적 지지를 업고 당 대표에 당선됐다. 당 사무총장엔 통상 3선 의원이 발탁된다. 그래서 국회의원이 된 후 약 1년6개월이 지난 장 대표가 사무총장으로 발탁된 것은 한 전 대표의 파격 인선으로 해석됐다. 이후 장 대표는 원내 수석대변인·수석 최고위원을 지내는 등 승승장구했다. 하지만 지난 2024년 12월 이후엔 정치적 원수가 돼 한 전 대표 제명을 주도했다. 장 대표의 변화에 대해선 “정치적 오이디푸스 콤플렉스일 수도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 같은 분석이 나오는 배경은 “장 대표가 용꿈을 꾸고 있다”는 평가로부터 비롯된다. 이 대표는 지난해 9월 채널A 유튜브 채널 ‘정치시그널’에 출연해 “장 대표는 국회의원이 되기 전부터 ‘충청에서 몇 안 되는 용꿈 꾸는 분’이란 평가를 받았다”며 “용꿈을 꾸는 사람답게 유연한 정치 행보를 이어왔다”고 주장했다. 이어 “장 대표가 당 대표 당선 이후엔 굉장히 유연하게 노선을 바꿔 탈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장 대표는 ‘한동훈’이란 이름 석 자 앞에선 유연하지 못하단 사실을 몸소 보여줬다. 정신분석학자 지그문트 프로이트에 따르면, 남성은 3~5세에 이르러 처음 만나는 이성인 어머니로부터 사랑받으려고 한다. 이 때문에 아버지는 어머니의 사랑을 두고 싸워야 하는 경쟁자로 인식된다. 그런데 모든 조건에서 아버지가 우월하다. 그래서 “아버지가 나를 거세할 것”이란 무의식적인 공포를 느낀다. 아버지의 거세 시도를 막기 위해 어머니에 대한 사랑을 포기하면서 아버지에 대한 증오·공포는 선망으로 바뀐다. 이를 일컬어, 프로이트는 ‘초자아 형성 과정’이라고 주장했다. 그리스 신화 속 오이디푸스는 “아버지를 살해하고, 어머니와 결혼한다”는 불행한 신탁을 받는다. 오이디푸스 신화는 “이미 정해진 운명에서 벗어나기 위해 노력했지만, 그 노력 때문에 정해진 운명을 맞는다”는 전형적 구조로 유명하다. 프로이트는 신화의 구조를 토대로 “아들은 어머니의 사랑을 독차지하면서 자신을 지키기 위해 아버지와 경쟁한다”는 무의식 구조를 규정한 것이다. 한 전 대표는 윤 전 대통령이 선포한 비상계엄에 반대했고, 체포 대상 중 1명으로 지정됐다는 사실이 널리 알려지면서 정치적 절정을 누렸다. 한 전 대표의 정치적 절정은 장 대표의 ‘용꿈’과 결정적으로 충돌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한 전 대표가 날아오를수록 장 대표의 용꿈은 거세 공포를 느낄 수도 있다. 용꿈도 날아오르려는 욕망이다. 두 사람 모두 날아오를 순 없다. 한 전 대표의 최측근으로서 비상계엄 해제에 참여했던 장 대표는 하루아침에 한 전 대표와 결별했다. 절정·비상 거세 공포 장 대표의 용꿈이 현실이 되기 위해선 ‘한동훈’이란 압도적인 권위를 극복해야 한다. 당내 가장 막강한 그룹으로 거론되는 언더 찐윤엔 자체적으로 내세울 수 있는 대권주자가 없다. 용꿈을 실현하기 위해선 국민의힘이란 어머니를 차지해야 한다. 장 대표의 용꿈은 한 전 대표라는 ‘이미 결별한 정치적 아버지’를 제거해야 이룰 수 있다. 한 전 대표 제명은 “한동훈의 측근이란 옛 흔적을 완전히 부순 후 독립적인 용꿈을 추구하려는 것”으로 해석될 소지가 있다. 또 용꿈을 실현하기 위해선 언더 찐윤이란 막강한 집단도 굴복시켜야 한다. 구 친윤계 핵심이었던 국민의힘 윤한홍 의원은 지난해 12월 장 대표 앞에서 “국민의힘은 여전히 어이없는 비상계엄은 잘못됐단 인식을 갖지 못한다는 평가를 받는다”며 “아무리 정부를 비판해도 국민 마음에 다가가지 못하니 백약이 무효”라고 주장했다. 이어 “더불어민주당의 국정 마비가 비상계엄의 원인이란 얘기를 더는 하면 안 된다”며 “몇 달 동안은 강성 지지층으로부터 배신자 소리를 들어도 되니, 지방선거에서 이겨 대한민국을 살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강경 보수를 자신의 정치적 배경으로 삼으려고 한다”고 평가받는 장 대표를 정면 비판한 것이다. 이후 장 대표는 한동안 “언더 찐윤이 장 대표를 2월에 실각시킨 후, 국민의힘 신동욱 수석 최고위원에게 비상대책위원장직을 맡길 것”이란 소문에 시달렸다. 언더 찐윤은 “국민의힘의 텃밭 대구·경북·강원에서 토호들과 밀착하면서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한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런데 장 대표는 윤 의원의 비판을 받는 등 구 친윤계로부터도 압박당하는 상황에서 당내 소수 계파 친한계 수장인 한 전 대표 제명에 더욱 집중했다. 이는 하향 전치란 심리학적 개념이 성립된 것으로 볼 여지가 있다. 전치는 자신의 감정·욕구를 그대로 표현하기 어려울 때, 그 감정을 덜 위협적인 대상에게 표출하는 방어기제를 말한다. 특히 자신보다 만만한 대상에게 표출하는 것을 일컬어 하향 전치라고 한다. 일상 언어로는 ‘화풀이’라고 한다. 장 대표의 정치적 상황은 프랑스 철학자 르네 지라르의 모방 이론에 비유할 수도 있다. 지라르에 따르면, 사람의 욕망은 다른 사람을 모방하는 삼각형 구도로 발생한다. 유명 연예인이 광고·사용하는 제품을 구입하는 것처럼, 욕망의 주체·대상·체계는 상호 의존 삼각관계를 형성한다. 지라르가 규정한 욕망은 다른 사람으로부터 인정받거나 확고한 정체성을 가지는 것도 포함한다. 이를 욕망의 삼각형이라고 한다. 언더 찐윤 압박에 제명 더 집착…화풀이? 한은 장의 희생양…전한길도 장 노리나 이 대표 주장대로, 장 대표가 처음부터 용꿈을 염두에 두고 정계에 진출해 국회의원으로 당선된 것이라면, 장 대표는 한 전 대표와 함께 ‘짝패’를 구성하면서 자신의 용꿈도 아울러 키운 것으로 해석될 수도 있다. 하지만 비상계엄 반대 및 해제 참여로 정치적 절정에 오른 한 전 대표가 먼저 대권이나 보수 진영 주도권을 차지한다면, 장 대표로서는 “한 전 대표가 있는 한, 내 욕망 실현은 불가능하다”고 판단했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장 대표가 갑자기 한 전 대표와 결별한 후 강경하게 ‘윤 전 대통령 탄핵 반대’을 외친 이유는 여전히 명확하게 알려지지 않았다. 또 한 전 대표가 ▲언더 찐윤 ▲강경 보수 ▲장 대표 등과 두루 갈등한다는 사실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지라르는 “한 집단의 갈등은 내부에서 가장 만만하고 약한 대상을 희생시켜 해소한 후 단결한다”고 주장했다. 지라르는 이 과정을 ‘희생양 메커니즘’이라고 설명했다. 장 대표는 이후 전한길씨·고성국씨 등 강경 보수 성향 유튜버를 당에 유입시켜 한 전 대표와 친한계의 공백을 채우고 언더 찐윤과 맞설 세력으로 양성할 뜻을 내비치고 있다. 하지만 두 유튜버를 통해 한 전 대표 고유의 영향력을 재현하기는 어렵다. 특히 전씨는 지난 8일 자신의 팬카페 ‘자유한길단’에 “장 대표의 해명을 요구한다”는 제목의 글을 작성했다. 전씨는 이 글을 통해 “국민의힘 지도부는 ‘내란 세력·부정선거를 주장하는 세력·윤 어게인을 주장하는 세력과 함께할 수 없다’는 박성훈 수석대변인의 논평이 장 대표의 공식 입장인지 3일 안에 답변하라”고 요구했다. 이어 “장 대표가 답변 요구에 침묵한다면, 박 대변인의 논평이 장 대표의 공식 입장이라고 받아들일 것”이라며 “그렇다면 장 대표는 당원·윤 전 대통령을 함께 배신한 것이므로 이후 일어날 일에 모든 책임을 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는 장 대표가 한 전 대표 제명을 주도한 것처럼, 전씨가 장 대표를 강하게 압박할 수 있단 가능성을 암시한 것이다. 한 전 대표가 장 대표 주도로 ‘희생양’이 된 것처럼, 장 대표가 전씨 주도로 ‘희생양’이 될 수도 있단 압박으로 해석될 소지가 있다. 국민의힘 최보윤 수석대변인은 전씨의 요구에 대해 “답변드릴 내용이 없다”면서 침묵했다. 직설적인 욕망의 덫 장 대표의 정치 행위는 직설적이어서 ‘용꿈’이란 욕망이 쉽게 드러난다. 하지만 지방선거에서 패배하면 국민의힘의 바닥 지지 기반이 무너진다. 이 때문에 구 친윤계 핵심이었던 윤 의원도 장 대표를 비판했다. 지방선거에서 패배하면 ‘용꿈’은 한여름 밤의 꿈이 될 가능성이 크다. 장 대표는 ‘욕망의 덫’에서 어떻게 벗어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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