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래의 머니톡스> 금리인하, 그 끝나지 않은 꿈

  • 조용래 작가
  • 등록 2024.06.17 16:41:19
  • 호수 1484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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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폐 가치로 표시되는 세상 모든 물질의 가치는 시간이 가면 자연 감소한다. 간혹 귀중한 사료적 가치나 보존 가치가 있는 골동품이라면 예외가 되기도 한다.

때론 가치가 오르락 내리락하지만 충분한 시간이 지난다면 예외가 없다. 가격이 오른다는 게 반드시 물질의 가치가 상승한다는 의미는 아니다.

화폐의 가치가 떨어진 결과 물건에 표시된 숫자(가격)가 커지기도 한다. 수요와 공급의 불일치가 가격 변동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돈(가격)과 사물의 관계는 평행하지 않아서 그 명목가치와 실질적 가치가 일치하지도 않는다.

다만, 원화 가치에 달러화의 관계가 개입되면 얘기는 훨씬 복잡해진다. 어떤 통화로 가격을 표시하느냐에 따라 상대적 가치는 시시각각 변한다.

사람들은 자신이 가진 물건의 값이 오르기를 고대한다. 그것이 본질 가치가 아니라 숫자일 뿐이라도 그렇다.


가장 대표적인 건 주식과 부동산이다. 이것의 가치 평가는 너무도 주관적인 영역에 속하므로 시장가격에 의해 표시될 수밖에 없다.

이런 생각에 반대하는 사람도 공감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지금 우리 경제를 보면 주식과 부동산 같은 자산 가격의 대폭락 조짐이 보인다.

경제의 흐름에 이상 징후가 느껴진다는 얘기다.

세상에 돈이 많아져서 무엇이 나쁠까? 유례없이 늘어나는 통화량 때문에 인플레가 된다지만 정작 심각한 건 개인의 실질소득이 줄어든다는 것이다.

“나는 구경도 못 해본 돈이 그저 늘어났다는 이유로 내가 가난해진다”는 역설적인 현상에 대해 간단하고도 명료한 설명은 찾기 어렵다.

통화 가치 안정을 본연의 임무로 가진 한국은행은 무기력해 보인다.

몇 년 만에 집값이 5배, 10배 뛰어도 누구도 그것이 인플레이션 때문이라 말하는 사람이 없었다.


집 가진 사람들만 행복한 저물가 시대엔 금리가 0%대까지 끌려 내려왔다. 기이한 집값 상승이 한국은행 작품이라고 해도 틀린 얘기가 아니다.  

주식시장에 참여한 사람도 악전고투를 하고 있다. 대주주라기엔 민망할 만큼 터무니없이 적은 주식을 가졌지만, 오너는 헌법에도 없는 경영권을 절대 불멸의 권리처럼 주장하며 회삿돈을 마음대로 움직인다.

이런 오너라면 주주들에게 후한 배당을 한다는 생각은 하기조차 싫을 것이다. 

채권도 마찬가지지만 특히 주식시장은 조금만 좋아질 만하면 증자 물량을 폭탄처럼 터뜨린다. 그게 여의치 않으면 회사를 분할하거나 합병해서 수급 구조를 바꿔버린다.

그들만의 리그, 발행시장(도매시장)서 언제 얼마나 물량을 쏟아낼지 모른다. 증권사를 통해 주식을 거래하는 개미들은 소매시장서 물건값을 흥정하는 고객과 비슷하다.

애당초 돈 벌기도 힘들고 주식시장에 정나미가 떨어지는 것도 당연하다. 

화폐량을 늘리는 것에는 한계가 있다. 지금의 인플레이션은 자연스러운 경제 성장의 결과도 아니다.

그런데도 금리만 더 내리면, 돈을 더 많이 공급하면, 집을 더 많이 지어서 공급량을 늘리면, 채권 발행을 늘리고 주식을 더 많이 찍어서 시장에 풀어내면 정말 상황이 나아질까?

모든 기능과 효용엔 한계가 있다. 이 모순적 상황이 맞이한 한계는 극복하지 못하는 순간 추락을 시작한다. 그다지 많은 시간이 남아 있지 않아 보인다.

시장의 체계적 위험(System Risk)이 커지고 있다고 보는 이유다. 체계적 위험이 발현되면 그게 부동산이든 주식이든 채권이든 하나의 시장에만 영향을 끼치는 게 아니다. 금융경제 시스템 전체가 붕괴할 수 있다. 

과잉(Surplus)의 문제를 일으키는 근본적인 요소가 과속 팽창한 통화량에 있다. 호흡 부족 환자에겐 산소호흡기를 통해 강제호흡이라도 할 수 있다.

과호흡은 심리적, 발작적 증상이라 스스로 안정시키지 못하면 답은 없다. 화폐량 증가가 그렇다. 임계 속도에 이르면 경제는 발작을 시작할 것이다. 


실패한 역사에서 교훈을 얻지 못한 우리 부동산과 주식시장은 지금도 금리인하 소식만 기다린다. 끝까지, 갈 데까지 가보겠다는 전투적 자세를 고수하는 모양새다.
 

[조용래는?]
▲ 전 홍콩 CFSG 파생상품 운용역
▲ <또 하나의 가족>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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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구로발’ 국민의힘 당원 명부 유출 의혹

[단독] ‘구로발’ 국민의힘 당원 명부 유출 의혹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서울의 한 지역구에서 특정 당의 당원 명부가 유출됐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2020년부터 2022년까지 총선, 지방선거 등을 치르는 과정에서 일어난 일로, 당 관계자의 업무용 노트북에 담겨있던 정보가 뒤늦게 드러난 것이다. 올림픽 육상 100m 경기를 생각해 보자. 8개 레인에 각 나라를 대표하는 선수들이 선다. 이 선수들은 국내 선발전에서 1등을 차지했을 것이다. 국가대표로 뽑힌 선수는 올림픽에 출전해 예선을 치르고 결승에서 금메달을 다툰다. 0.01초 차이로 메달 색깔이 달라지는 경기에서 승자는 늘 단 1명뿐이다. 치열한 공천 경쟁 선거는 올림픽보다도 더 확고한 ‘승자 독식’ 구조다. 올림픽에선 2등에게 은메달, 3등에게 동메달이라도 주지만 선거에서 2등은 꼴찌와 같다. 당선자는 후보자에서 국회의원, 시·군·구의원, 구청장·군수, 시·도지사 등으로 신분 상승이 이뤄진다. 명예와 권력을 동시에 거머쥘 수 있는 자리로 순식간에 올라가는 셈이다. 이렇다 보니 선거에 출마하려는 후보들은 당선 가능성이 큰 자리로 몰린다. 어떤 경기든 일단 출발선에 서야 경쟁을 할 수 있듯, 선거에서 공천은 본선으로 가기 위한 1차 관문이 된다. 자리는 하나, 후보는 여럿이니 경쟁이 치열할 수밖에 없다. 일례로 최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에서 불거진 공천 헌금 의혹은 자리를 돈으로 사려 했다는 내용으로, 관련자는 구속됐다. 최근 서울 구로구에서 일어난 당원 명부 유출 의혹도 공천 경쟁 과정에서 시작된 것으로 알려졌다. 당의 업무용 노트북에서 수십개의 엑셀 파일이 발견됐는데 그중 일부가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 명부였고 이름, 연락처, 거주지 등이 포함된 이 파일이 상대 당의 후보 경선에 사용됐을 가능성이 제기됐다. 2020년 21대 총선 당시 서울 구로을 지역구에서 거물급 인사가 후보로 맞붙었다. 구로을 지역은 서울에서 민주당 지지세가 가장 강한 곳이다. 17대(2004년)부터 지난 22대(2024년) 총선까지 20여년간 민주당이 이겼다. 민주당(당시 통합민주당)이 사상 최악의 패배를 당한 18대 총선에서도 구로을 지역은 넉넉하게 수성한 바 있다. 업무용 노트북에서 발견 이름·연락처·거주지 담겨 구로에서만 평생 살았다는 한 시민은 “선거 때마다 텃밭, 험지 이런 말을 많이 쓰지 않나. 구로는 국민의힘 입장에서 ‘사지’다. 민주당이 아주 꽉 잡고 있다”고 말했다. 그렇다 보니 총선 등에서 민주당 후보가 되기 위한 경쟁이 치열하다. 몇몇 인사들은 바닥부터 훑어가며 선거를 준비한다. 민주당은 21대 총선 때 구로을 지역 후보로 윤건영 의원을 전략공천 형태로 낙점했다. 윤 의원은 당시 문재인정부 청와대 국정기획상황실장을 맡고 있었다. 현재까지도 문재인 전 대통령의 최측근이자 복심으로 불린다. 국민의힘은 서울 양천을 지역에서 내리 3선을 지낸 김용태 전 의원을 ‘자객’ 공천했다. 민주당의 독식으로 관심 지역에서 벗어나 있던 구로을이 순식간에 ‘격전지’로 떠올랐다. 문제는 구로을 지역 총선 출마를 준비하던 예비후보들이 있었다는 점이다. 이 가운데 민주당 조규영 전 서울시의원의 반발이 거셌다. 조 전 시의원은 2006년 지방선거에서 서울 비례대표로 정치권에 입성, 이후 구로2선거구에서 서울시의원으로 재선했다. 조 전 시의원은 최소한 경선은 치를 수 있게 해달라며 민주당의 전략 공천을 비판했다. 당시 조 전 시의원은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기존 지역 당원 수보다 더 많은 권리당원을 모았다. 열심히 뛰었다. 누구와 경쟁하든 경선에서 이길 자신이 있었다”며 “그러나 결과는 낙하산 공천이었다. 저는 특혜나 찬스를 원하지 않았다. 공정한 경선만을 바랐다. 낙하산 공천은 공정하지도 않고 본선 경쟁력도 없다”고 강조했다. 어디에 사용했나 조 전 시의원은 노숙 단식까지 해가며 경선을 촉구했지만 결국 낙천했다. 이후 다른 선거에도 출마하지 않았다. 잊히는 듯했던 조 전 시의원의 이름이 최근 다시 거론되고 있다.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 업무용 노트북에서 조 전 시의원의 이름이 표기된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 명부가 발견된 것이다. <일요시사> 취재에 따르면 국민의힘 당원들의 이름과 연락처, 행정동 등이 기재된 엑셀 파일은 ‘(보안철저)저쪽디비’ 폴더에 담겨있었다. 해당 파일의 ‘구분’ 부분에 ‘조규영 일반 당원’이라고 표기돼있다.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 관계자는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 명부가 맞다고 말했다.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 명부에 민주당 구로을 국회의원 예비후보였던 조 전 시의원의 이름이 기재돼있다는 점에서 의심이 촉발됐다. 동시에 누가 노트북에 해당 파일을 옮겼는지도 관심사로 떠올랐다. 문서가 발견된 노트북은 2020년 총선 과정에서 당원협의회에 업무용으로 지급된 것으로 알려졌다. 다시 말해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 관계자만 사용할 수 있었다는 뜻이다.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 관계자에 따르면, 지난 지방선거에서 국민의힘 비례대표로 구로구의회에 입성한 A 구의원이 해당 노트북을 사용했다. A 구의원은 2022년 국민의힘 비례대표 후보로 공천을 받아 당선됐다.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 여성부장을 맡은 이력도 있다.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 관계자에 따르면, 문제의 노트북은 A 구의원이 여성부장으로 활동할 무렵 사용했다가 후임자에게 넘겼다. 그는 “이후 여성부장이 바뀔 때까지 쭉 A 구의원이 가지고 있던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쉬쉬하다 이제서야 눈여겨볼 대목은 A 구의원의 이력이다. 그는 2022년 지방선거에서 국민의힘 소속으로 비례대표 순번을 받아 당선됐지만, 2020년 총선 때까지만 해도 민주당 조 전 시의원을 보좌하는 수행비서 역할을 했다. 실제 조 전 시의원이 예비후보로 선거운동을 하는 모습이 찍힌 사진 곳곳에서 A 구의원을 확인할 수 있다.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 관계자에 따르면 “A 구의원은 조 전 시의원 낙천 이후 김용태 전 의원 배우자의 수행비서로 발탁됐다. 김 전 의원의 측근이 A 구의원을 추천한 것으로 안다”며 “2020년 총선에서 김 전 의원이 낙선하고 당협위원장으로 있을 당시 A 구의원이 비례대표로 공천받았다”고 설명했다. 민주당 측 정치인을 수행했던 인사가 국민의힘 소속으로 선거에 출마한 데 이어, 그가 직접 사용한 노트북에서 자신이 보좌했던 사람의 이름으로 파일명이 기재된 국민의힘 당원 명부가 발견된 셈이다. A 구의원이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 명부를 민주당 측에 유출한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 대목이다.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 관계자는 “A 구의원이 조 전 시의원을 수행할 당시 지역구 경선을 대비해 당원 명부를 입수한 게 아닌가 싶다”며 “당시 경선까지 진행되지 않았기에 당원 명부가 실제 사용됐는지는 알 수 없지만 그 문서를 가지고 있었다는 자체만으로도 의아한 점이 많다”고 말했다. 또 다른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 관계자는 “사실 이 문제는 올해 1월경에 처음 드러났다. A 구의원이 당원협의회에 노트북을 반납하고 확인하는 과정에서 해당 폴더가 발견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동안 ‘쉬쉬’하다가 최근에 문제가 수면 위로 올라왔다”고 설명했다. 당협 회의에서 논의 A 구의원 “문제없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A 구의원의 당원 명부 유출 의혹은 지난 1월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에서 논의됐다. 해당 의혹이 구로 지역에서 확산하자 A 구의원이 먼저 이 문제를 먼저 거론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당원협의회 회의에 참석했던 관계자에 따르면 대부분 위원은 ‘덮고 가자’는 쪽으로 의견을 모았다고 한다. 문제가 불거지면 지방선거를 망칠 수 있다는 주장이었다. 일부 관계자가 “심각한 개인정보 유출” “해당 행위”라고 주장하면서 조사를 요청했지만 그 수가 많지 않아 관철되지 않았다. 회의에 참석한 한 위원은 “선거를 치르다 보면 당원 명단이 일부 흘러 다니는 경우가 있긴 하지만 이렇게 명부가 통째로 유출되는 건 심각한 일”이라며 “명백한 해당 행위다. 자체 조사를 통해 징계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국민의힘 윤리위원회 규정 제20조(징계사유)에 따르면 ▲당에 극히 유해한 행위를 했을 때 ▲현행 법령 및 당헌·당규·윤리 규칙을 위반해 당 발전에 지장을 초래하거나 그 행위의 결과로 민심을 이탈케 했을 때 등의 사유로 징계할 수 있다고 돼있다. 해당 관계자는 A 구의원의 행위가 당에 극히 유해한 행위라고 주장했다. 경찰 수사가 진행될 가능성도 나오고 있다. 해당 행위? 징계 가능성? A 구의원은 해당 의혹은 전부 해명됐다는 입장이다. 그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당협 회의에서 이 문제가 논의됐는데 문제없다고 결론 났다. (당원 명부 유출 의혹은) 일고의 논의 가치도 없는 주장”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해당 의혹을 언급한 제보자에게 허위사실 유포, 명예훼손 등으로 조치할 수 있다는 점을 전해 달라”고 말했다. <jsjang@ilyosisa.co.kr>